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693 챕터
제61화 헌팅당하다
밥을 다 먹고 여왕벌 정아는 여전히 흥이 가라앉지 않아 평소처럼 나와 민정이, 세희를 끌고 클럽에 가자고 했다. 앞으로 결혼은 하지 않을 것이고 술집과 클럽이 그녀의 두 번째 집이라고 했다.“하, 고작 남자일 뿐이잖아. 너희들 봐봐, 여기 다 남자잖아?”그녀는 술잔을 흔들며 턱을 세우고 술집에 드나드는 다양한 남자들을 보여주었다. 내가 만약 정아처럼 남자를 돌 보듯 했다면 어젯밤에 불면증과 악몽에 시달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꿈에서 내가 배인호와 결혼하던 날, 나의 얼굴만 서란의 얼굴로 바뀌고 배인호는 차가웠던 얼굴을 바꾸고 ‘나’에게 아주 부드러웠고 눈빛에 빠져 버릴 것 같았다.이건 악몽 아닌가? 나는 지금 생각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지영아, 저번에, 클럽에서 췄던 춤 너무 섹시했는데, 오늘도 출래?”민정이는 갑자기 해맑게 웃었다.“맞아, 그리고 배인호 그 자식이 너 데려갔잖아?”정아의 두 눈이 반짝였다.“남자들은 다 그래, 집에 있는 꽃이 향긋한 걸 모르다가 갑자기 들꽃으로 변하면 그건 또 싫어하고.”세희도 그 관점에 동의하며 말했다.“그날, 그 여자애가 배인호가 쫓아다닌다는 대학생이야? 말할 것도 없이 순수하게 생겼더라, 요즘은 다 그런 순수한 느낌이 인기 있잖아? 내가 딱 보니까 그런 느낌이더라.”그날 배인호와 내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많은 친구와 서란이 술집에 남아 있었고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서란이 배인호에게 전화를 걸어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만 알고 있다.“순수하긴 개뿔이!”정아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말했다.“행동거지가 그 모양인데 무슨 소용이야? 유부남하고 엮였는데 확실하게 선도 긋지 않고 클럽에 따라와서 술이나 마시고. 딱 보면 여우야.”“너 그렇게 말하지 마.”나는 술을 한 모금 마시며 쓰게 웃었다.“배인호가 어떤 사람인지 너 몰라? 서란은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야,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어.”정아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내 얼굴을 잡더니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지영아, 너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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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기선우와의 대화 주제
“그렇지?”나는 그런 생각들을 떨쳐버리고 일부러 신비롭게 대답했다. 엄기준은 미소를 지으며 안경을 올렸다. “글쎄요. 하지만 당신이 싱글이었으면 좋겠네요. 저한테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려고 하는 걸까? 나는 믿을 수 없었다. 다른 남자들과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친근감이 느껴져 나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는 남은 술 원샷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즐거웠어요, 엄기준 씨. 안녕히 계세요.”엄기준도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급하게 말을 꺼냈다.“연락처 주시겠어요? 제 진심을 보여드릴게요.”진심이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배인호에게 10년 동안 진심이었지만 결과는 여전했다.하지만 나는 엄기준에게 전화번호를 건넸다. 배인호도 그의 공주님을 데리고 놀 수 있는데 나라고 남자를 만나면 안 되나?연락처를 남기고 나는 정아와 애들을 불렀다. 다들 실컷 놀았는지 다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클럽 밖, 찬 바람 속에서 이 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매번 내가 술을 마실 때마다 내가 부르면 데리러 왔다. 이 기사가 정중하게 차 문을 열어주고 내가 차에 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이 기사님, 걱정하지 마세요. 내년에 월급 올려드릴게요!”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관없이 이 기사는 항상 불만 없이 나의 부탁을 들어줬다. 이 기사는 잠시 경직되더니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내 손을 내려 문을 닫았다. 재빨리 운전석에 올라 나를 청담동으로 데려다줬다.집에 도착해서 눈사람을 지나갈 때, 나는 몇 초간 쳐다보다가 눈을 뽑아버렸다.“너와 배인호는 둘 다 장님이야.”나는 중얼거렸다.내가 서란 보다 못 한게 뭐지? 그녀가 어린것 빼곤 없었다.집에 들어가자, 비비의 야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여운 ‘야옹’ 소리에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고양이 집에서 털실 뭉치를 가지고 놀고 있는 비비를 안고 힘차게 뽀뽀하며 인스타에 스토리를 올렸다. 그리고 나는 샤워를 하고 잠을 잤다. 잠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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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감시를 받다
기선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필요하지 않아요.”“왜? 사랑에 상처받았다고 혼자 늙어 죽으려고?”나는 작은 전골을 먹으며 웃었다.“아니... 그저...”기선우는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웃었다.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새우 몇 개의 껍질을 벗겨 내 그릇에 놓아 줬다. “누나, 너무 말랐어요. 많이 드세요.”나도 너무 마르고 싶지 않은데 왜 늘 살찌는 계획이 잘 안되는지 모르겠다. 환생하고 지금까지 총 2, 3킬로 쪘다가 또 살이 빠지기도 했다.아마도 윤 집사가 너무 일찍 해고 된 것 같다. 그녀가 나에게 계속 식사를 차려줬다면 아마 세 자릿수까지 살이 찌고 글래머스한 몸매 대열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기선우는 나보다 훨씬 어려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가 조금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예를 들어, 많은 일에 대한 그의 견해는 순진하고 옳고 그름으로 나눴다. 나는 그를 반박하지 않고 그저 그의 말을 따랐을 뿐이다. 그러면 기선우는 내가 그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기뻐하는 듯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뷔페를 다 먹고 기선우와 나는 식당을 나왔다. 이 기사가 차를 가져갔기에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했다.“또 눈 오네.”나는 하늘 곳곳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나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뻗어 두, 세개 잡아서 자세히 관찰했다.“누나 밀크티 좋아해요?”기선우는 양손을 재킷 주머니에 넣고 말하면서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왔다. 그는 쌍꺼풀이 있고 상대적으로 큰 눈과 긴 속눈썹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 대학생의 눈빛은 투명하고 다소 멍청하다고 했는데 기선우와 어울리는 말 같았다. 대학 시절에는 밀크티를 즐겨 마셨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거의 마시지 않았다. 이런 날씨에는 따뜻한 밀크티 한잔 마시면 좋을 것 같았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선우는 바로 근처에 있는 밀크티 가게로 달려갔고 가게는 손님이 많아 웨이팅 줄이 길었다. 기선우는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이때 휴대폰이 진동했고, 나는 얼어서 빨갛게 된 손을 비비며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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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이혼협의서 석 장
기선우는 복잡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누나.”나는 서란과의 이별로 기선우도 어느 정도 깨달았으리라 믿는다. 인생에 지름길이 있다면 왜 굳이 진흙탕 길을 걸어야 하는가?“누나, 저 먼저 갈게요.”잠시 앉았다가 기선우는 뚱땡이를 팔에 안고 일어서서 ‘안녕’이라고 인사를 했다.“알았어. 데려다줄게.”나도 일어섰다.기선우는 거듭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그냥 나가서 택시 탈 거예요. 밖은 너무 춥고 길이 미끄러워 운전하기 힘들 거예요. 집에 있는 게 낫겠어요.”나는 고집하지 않고 기선우를 배웅 했다. 비비를 안고 몇 번이고 뽀뽀를 한 다음 비비를 안고 위층으로 데려가 첼로를 연주했다.비비는 배인호보다 착했다. 나의 연주를 시끄러워하지 않고 얌전하게 듣고 있었다. 바깥에 눈은 점점 더 많이 내렸다. 나는 몇 곡 연주한 후 비비를 안고 창틀에 가서 눈을 구경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저택의 가로등은 이미 반짝반짝 빛을 내며 눈 속의 차가움을 비추고 있었다.갑자기 아래층에 가사도우미분이 급하게 뛰어가 큰 출문을 열었고 배인호의 차가 나타났다. 그는 차에서 내려 짜증스럽게 차 문을 쾅 닫고 집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뇌리에서 번뜩 한 문장이 떠올랐다.‘젠장, 너 기다리고 있어.’ 설마 진짜로 나와 따지려고 그 먼 곳에서 달려온 것일까? 나는 마음속으로 당황했다. 전생에서 나는 그가 집에 들어와 나와 싸우기를 바랬고 나의 헌신을 하나하나 말해 그가 죄책감을 느끼고 나의 옆에 있어 주길 원했다.하지만 지금은 나는 그와 더 싸우고 싶지 않다. 기껏해야 두세 마디 하면 끝이다.“허지영, 어디 있어?”연습실에서 나오자마자 아래층에서 배인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복도에서 고개를 내밀고 아래를 쳐다보니 마침 배인호가 나를 올려다봤다.나는 신속하게 계단을 내려가 2층에 침실로 뛰었다. 배인호도 빠르게 올라와 2층에서 나를 막았다.키가 크고 다리가 긴 사람이니 몇 걸음 만에 달려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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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항복선언
기선우가 나를 조금 다르게 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어린 소년들의 마음은 더 쉽게 움직이고 진지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문득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만약 기선우가 나에 대한 호감이 점점 깊어진다면 어떻게 하지?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런 작은 강아지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가 원하는 답을 줄 수 없었다.나는 단지 그의 신분을 이용해 내 마음의 균형을 맞추고 싶었다. 그가 기꺼이 나와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여전히 고려할 수 있지만 그가 진정한 사랑을 원한다면 나는 절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내가 생각에 잠겨 혼란스러울 때 배인호가 샤워하고 돌아왔다. 그는 검은 샤워 가운을 입고 가슴을 드러내 가슴의 탄탄하고 섹시한 근육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나는 시선을 거두고 핸드폰을 베개 아래에 놓고 자는 척을 했다.잠시 후, 푹신한 매트리스가 가라앉는 것을 느꼈고, 배인호가 내가 좋아하는 샴푸와 바디워시의 향기를 풍겼다.“지금은 왜 게스트 룸에서 안 자요?”나는 그를 등지고 누워 또 따지기 시작했다.“침실에 절반은 내 것이야.”배인호는 차갑게 대답했다.“그러면 왜 내 욕실을 써요? 그리고 내 샴푸하고 바디워시는요?”나는 몸을 돌려 그를 째려보았다.“예전에는 그런 향기 싫어한다고 했잖아요?”또다시 트집을 잡고 싶어 묻는 말이 까다로워졌다.배인호의 얼굴은 여전히 완벽했다. 찌푸린 미간마저 딱 맞아떨어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얇은 입술을 움직였다.“허지영, 너 지금 네가 하는 말 다시 들어 볼래?”한동안 그를 째려보다 그의 눈빛에 조금 화가 풀려 몸을 돌려 잠에 들려 했다.“됐어요. 마음 넓은 내가 양보할게요.”한순간, 한 손이 나의 어깨를 잡고 무자비하게 내 몸을 다시 돌렸다. 나의 얇은 피부가 배인호에게 다 뜯겨 나갈 것 같았다. 나는 아파서 눈물이 나왔다.“아파, 아파, 아파요. 뭐 하는 거예요?”배인호의 눈이 욕망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나의 얼굴을 훑어보다가 시선이 나의 입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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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아이를 낳으라는 재촉
호기심은 호기심일 뿐 나는 배인호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그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어젯밤에 잠을 전혀 못 잤기에 그저 잠을 보충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려 나는 차가 아닌 침대 위에 있었고, 주변 가구들을 살펴보니 이곳은 배인호의 방이었다.나는 이마를 짚으며 일어났다. 어떻게 침대에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행히 이때 배인호가 들어와서 내게 물었다.“일어났네? 충분히 잤으면 내려와서 밥 먹어. 다들 기다리고 있어.”“금방 내려갈게요.”나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배인호가 방을 나가고 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엄마의 전화였다. 오늘이 어머님 생신이니 엄마는 이미 전화를 걸어 축복을 전했을 것이다. 엄마는 나에게 오늘 어머니 기쁘게 해드리라고 당부하려고 전화한 것이다. 나는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지금 다들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는 할 수 없었다.평소에 두 집안 부모님 생신에 서로 문자도 보내고 선물도 서로 보내시고 이렇게 직접 집에 오는 것은 우리가 했다. 전화를 끊고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식탁에 도착하자마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배인호와 시부모님을 제외하고도 일가친척들이 다 앉아 있었다.내가 오는 것을 보고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다.결혼식을 제외하고는 그의 친척들을 이렇게 한꺼번에 본 적이 없었다.“지영아, 빨리 오너라!”어머님은 아주 우아하고 기품 있어 보이는 레드 드레스를 입으시고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어머니는 내가 자느라고 식사 시간이 미뤄진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으시고 나에게 손짓하시며 옆에 빈자리에 나를 앉으라고 하셨다. 배인호도 나의 옆에 앉았다.이모님과 다른 분들도 나를 보고 미소 지었다. 평소에 서로 연락을 많이 하지 않아서 잘 알지 못했다.나는 제꺽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미소를 지으며 모든 어르신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업계에서 유명한 분들이다. 전생에서 배인호가 우리 가문을 무너뜨릴 때 이분들도 자연스럽게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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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이상한 이우범
“어머님, 마셨어요. 인호 씨가 마셨어요.”나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피하고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야릿한 장면들을 제쳐두려고 노력했다.나는 어머님이 한시름 놓으시도록 약을 다른 처방으로 바꿔 가져온 과정과 마신 과정을 어머님에게 모두 설명해 드렸다. 그리고 배인호와 있었던 일들은 말씀드리지 않았다.“그럼 되었다. 한동안 계속 먹으면 반드시 건강한 손주를 보게 될 거야.”어머님의 미소를 지으시며 갑자기 한마다 덧붙였다.“건강한 손녀면 더 좋고!”나는 가끔 어머님이 귀여웠다. 나의 마음이 상할까 봐 항상 배려해 주셨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환생한 후, 나는 서란도 정말 청순하고 아름다워 보였고 어머님도 귀엽고 친절하셨다. 심지어 차가운 벽 같았던 이우범에게서도 나는 따뜻한 면을 발견했다. 그리고 배인호도 많이 변했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통제 불능 상태가 될까?“지영아, 부담 갖지 말아. 아이는 순리에 따르자. 네 아버지와 내가 가끔 손주 손녀들이 부러워 그저 얘기하는 거야. 신경 쓰지 마라.”생각에 잠겨 있는 나를 보고 어머님은 내가 부담스러워한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어머님, 저 괜찮아요. 저도 당연히 빨리 아이가 생겼으면 좋겠어요.”거짓말이다. 배인호와 아이가 생기면 절대로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도 이런 절망적인 결혼생활을 계속 이어 가야 한다. 아이한테도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은 아빠라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배인호와 이혼하게 되면 서란이 나를 대신해 시부모님의 소원을 들어줄 것이니 급할 것 없었다.어머님과 얘기를 나누다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배인호가 거실로 돌아와 어린 조카와 놀아 주고 있었다. 그는 두 살배기 아기를 안고 어깨에 앉힌 뒤, 아기의 손을 잡고 날게 하며 뛰어다녔더니 즐겁게 웃는 아기의 웃음소리가 너무 귀여웠다. 나는 약간 멍해졌다. 마치 이다음 배인호가 아이와 놀아주는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그는 아이를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보였고 앞으로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았다.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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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집에 일이 생기다
기선우의 답장을 보고 나는 바로 답장을 하지 않고 핸드폰의 원본 카메라를 켜 나의 모습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그래, 확실히 예쁘다. 타고난 바탕이든 후천적인 환경의 영향이든 모두 나쁘지 않았다. 나는 배인호의 앞에서만 열등감을 느꼈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기에 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몇 분 후, 나는 이렇게 답장했다. 「그래 요정 같네, 칭찬 고마워.」기선우는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고, 그것을 보고 나도 웃었다. 한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나는 너무 졸려서 참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졌다.“지영아, 지영아?”다음 날 아침, 어머님의 노크 소리에 가 들렸다. 나는 금방 잠에서 깨 몽롱하게 대답했다.“네, 어머님. 무슨 일이세요?”“인호 방에 없니? 차도 안 보이고, 전화도 안 받아!”어머님은 큰소리로 물으셨다.나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배인호는 이미 서울시로 돌아갔을 것이다. 단지 부모님께 말하지 않고 떠났을 뿐이다. 나는 하품을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걸치고 문을 열었다. 어머님이 문 앞에 계셨다.“어머님, 세화 프로젝트에 급한 일이 있어서 처리하러 어젯밤 한밤중에 급히 돌아갔어요.”나는 배인호를 대신해 변명했다.“그렇구나. 전화를 안 받는 것도 당연하네.”어머님은 조금 의심하시는 듯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셨다.“그럼 알겠다. 너도 어서 일어나서 밥 먹자. 배고프겠네.”“네, 옷만 바꿔 입고 금방 내려갈게요.”어머님은 아래층으로 내려가시고 나는 문을 닫고 배인호에게 문자를 보내 방금 어머님과 나눴던 대화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친척분들은 어젯밤 집에 돌아가셨다, 나만 하룻밤 묵었고, 아버님은 회사에 가셨다. 집에는 어머님과 나, 가사도우미분들이 집에 남아 있었다.어머님과 나는 편하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뜨거운 수프와 갓 구운 빵을 함께 먹었다. 이때 배인호는 나의 메시지에 답했다.「그래, 알겠어.」고맙다는 한마디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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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불여우가 임신했다
아빠의 얼굴은 몹시 곤란해 보였다. 평소에 잘 피우시지도 않던 담배를 계속 태우고 계셨다. 아빠는 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으시고 엄마만 바라보셨다.엄마는 눈물을 닦으시며 원망하는 말들을 쏟아 내셨다.“너희 아빠 그 요망한 비서랑 바람났어!”요망한 비서? 사진을 집어 자세히 보니 여자가 아주 낯이 익은 것 같더니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났다. 정아와 함께 찻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 우연히 아빠를 만났었는데 함께 있었던 비서였다.그때 나는 아빠의 전 비서는 남자이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왜 갑자기 여자로 바뀐 것인지 궁금했었다. 하지만 나는 아빠를 믿었고 아버지가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 엄마하고 말하지 않았었다.“엄마, 일단 화내지 마세요. 아빠가 어떤 분인지 아시잖아요. 30년이 지나도록 아빠한테 여자를 소개하는 사람이 없었겠어요? 그래도 한 번도 어긋나는 행동 하신 적 없으시잖아요. 이번에도 무슨 오해가 있을 거예요.”나는 엄마의 옆에 앉아서 등을 쓰다듬어 드리며 화를 풀어 드렸다.“맞아, 누군가가 나를 음해 하려는 거야!”아빠는 마침내 살짝 흥분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나는 술에 취해서 정신을 잃었는데, 어떻게 그 여자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겠소?”아빠의 지금 자리까지 쉽게 오른 것이 아니었다. 아빠는 혹여나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릴까 봐 평생을 조심스럽게 살아오셨다. 곧 퇴직하게 되시는데 굳이 자신의 명예를 더럽힐 이유가 없었다.엄마는 나의 품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셨고 나의 마음은 무거웠다. 미간은 찌푸려져 한 번도 펴지지 않았다. “아빠, 사람을 보내서 이 여자 좀 조사해 보세요. 어떤 목적이 있는지.”나는 다시 입을 열어 아빠에게 말했다.“확인해 봤다. 그 여자의 인사정보도 나한테 있어. 이름은 조수연이고 세종시 사람이야. 이미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어. 하지만 그 여자가 키우는 것 같진 않아.”아빠는 또 담배를 피우셨다. 고새 몇 년을 더 늙은 것 같았다.“그리고 다른 단서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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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엄마, 이런 검사 결과는 얼마든지 위조할 수 있는 거 아시죠? 믿지 마세요.”나는 신속하게 검사지를 챙겼다.엄마는 무감각하게 고개를 끄덕이신 뒤 떠나려고 몸을 일으키신 순간 쓰러지셨다.“엄마!”나는 바로 엄마를 모시고 병원 응급실로 갔다. 한차례 검사를 받고 의사는 나에게 일시적인 쇼크라고 했다. 아까 조수연 때문에 충격을 받으셨을 것이다. 다행히도 엄마의 상황은 심각하지 않았고 며칠 입원해서 몸조리를 잘하면 괜찮다고 말했다.일인실에서 나는 엄마가 침대에 누워 주무시고 계신 것을 지켜보았다. 기분이 매우 안 좋았다. 전생에서 엄마는 이런 일을 겪으시면서도 나에게 알리지도 않으시고 혼자서 이런 고통을 견디셨다.나는 착한 딸이 아니지만 다행히 하늘에서 나에게 만회할 기회를 주셨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옆 병실이 한 남자의 목소리로 소란스러웠다. “아이고, 나 입원 안 해도 돼! 무슨 수술이야! 돈만 팔고!”목소리가 왠지 귀에 익었다. 하지만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귀찮아서 그저 몸을 뒤척였다.“엄마, 아침 사다 드릴게요.”다음 날 아침 일찍, 나는 세수를 하고 엄마에게 밥을 사다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옆 병실을 지날 때 몇 명의 익숙한 사람들이 보였다. 서란과 윤선이 침대에 누워있는 서중석의 옆에 앉아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사모님!”윤선은 예리하게 나를 알아보고 기뻐하며 다가왔다.“어떻게 여기 계세요? 어디 아프세요?”“윤 집사님, 이제 우리 집 일도 그만두셨는데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마시고 그저 지영 씨라고 불러 주세요.”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시선은 서란을 바라보았다.서란도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언니,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어요. 전에 엄마가 언니네 집에서 일한다고 들었을 때도 정말 의외라고 생각했는데!”나는 더욱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래? 우리가 인연인가 봐. 너희 아버지는 어떻게 되신 거야?”서중석도 나를 알아보았을 것이다. 내가 그의 동생에게 방망이로 머리를 맞은 그 재수 없는 사람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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