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481 - 챕터 490

1378 챕터

제481화

조율에서 이예린까지, 지아는 자신이 이미 모든 수수께끼를 풀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소계훈은 그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기억은 여전히 몇 년 전에 머물러 있었다.“지아야, 넌 네 아빠를 그렇게 못 믿는 거야? 내가 만약 정말 아이를 원했다면, 먼저 조율에게 명분을 줬을 거야. 게다가 네 동의를 거친 다음 또 모든 상황이 안정적이고 적절할 때 아이를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일을 할 수 있겠어?”만약 소계훈 본인이 말하지 않았다면, 지아는 아마 평생 그를 오해했을 것이다.그녀는 조율 뱃속의 미처 자라지 못한 태아가 소씨 집안의 핏줄인 줄 알았다.“그 사람은 아빠를 엄청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졌죠?”소계훈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전에 자주 말했잖아. 젊은이들은 항상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그 아이는 홧김에 날 떠난 후 클럽에 가서 술을 마셨고, 그 후 술김에 다른 남자와 그런 일을 한 거야. 후에 나는 그 아이를 찾아 나의 태도를 표명했고, 우리가 함께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아이는 자신이 임신한 것을 발견했어.”“그럼 아빠는 어떻게 생각했는데요?” 지아는 소계훈을 바라보았다.“나는 그 아이가 확실히 나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줬다는 것을 인정해. 그 아이와 함께 있을 때, 나는 기분이 유난히 홀가분했거든. 그러나 난 그 뱃속의 아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어. 나보다 그렇게 어린 여자애와 결혼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비난을 받기 마련인데, 이제 아버지도 모르는 아이까지 키우다니. 비록 나는 자선가이지만, 귀찮은 일 싫은 것도 사실이야.”소계훈의 눈빛은 더욱 예리해졌는데, 이것이 바로 기업가 특유의 냉정함이었다.“나에게 있어 딸은 지아 너 하나밖에 없었으니 그때 아이를 가질 계획은 없었어. 그리고 그 아이와 난 단순히 사귀는 사이였지 선을 넘은 적은 더더욱 없었으니 내가 또 어떻게 남의 아이를 받아들이고 키울 수 있겠니? 게다가 난 20대에 이미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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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소계훈은 계속 말했다.“지아야, 넌 어릴 때부터 나의 보호를 잘 받아서 사회의 잔인함을 몰라. 남자든 여자든 권력을 위해, 돈을 위해, 지위를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하여 위로 올라가고 싶어 하거든.”“이제 알겠어요.”“그때 조율은 나에게 충분히 많은 시간을 들였고, 난 가장 적합한 선택으로 된 거야. 일단 나에게 나쁜 습관이 없는 데다, 또 일편단심 한 사람만 바라보며 마음까지 정직하니, 조율은 나에게 시집온 후 다른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 갈 거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아이보다 훨씬 큰 거지. 내가 죽으면 조율은 많은 유산을 받게 될 거야. 그리고 그 아이는 내 명확한 대답을 얻은 후에야 다른 사람을 꼬시는 것을 포기했거든. 지아야, 넌 그날 밤 조율이 누구를 꼬시려고 했는지 아니?”지아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누군데요?”“바로 도윤이었어.”지아는 완전히 멍해졌다.“어떻게 도윤일 수가?”“그 아이는 눈이 높아서, 내가 줄곧 넘어오지 않았기에 마음속으로 불만이 있었던 거야. 너와 도윤이 부부란 사실은 외부에 발표되지 않았기에 남들은 도윤이 이미 장가를 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어. 그러니 자연히 많은 사람들이 도윤을 꼬시려고 했겠지.”지아는 전에 확실히 이런 일을 걱정했었다. 도윤은 그렇게 잘생기고 사람들 눈에 띄었으니 틀림없이 많은 여자들이 그를 넘보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도윤은 매번 부드럽게 웃으며 지아의 걱정에 대답했다.“난 너만 있으면 충분한데, 어떻게 또 다른 사람을 좋아하겠어.”다만 지금 조율과 도윤 두 사람을 연계시키니, 지아는 여전히 좀 믿기 힘들었다.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조율은 이예린과 약간 닮았으니, 만약 도윤이 그녀를 보았다면 틀림없이 관심을 좀 가졌을 것이다. 그럼 조율은 도윤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그럼 조율 뱃속에 있는 아이는 도대체 누구의 아이일까요?”“내가 그때 알아낸 것은, 조율이 원래 도윤에게 약을 먹이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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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지아가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고 소계훈은 그제야 자신이 너무 많이 말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나 좀 봐, 너와 도윤에 대해 말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내 얘기만 했지? 지아야, 걱정하지 마. 도윤은 아주 좋은 남자니까 밖에서 이상한 짓 하지 않을 거야. 네가 시집가기 전에 난 사람을 시켜 도윤을 조사했는데, 남녀 관계에 있어 도윤은 줄곧 잘 처리해왔더라고.”도윤에 관한 일에 대해 지아는 한 글자도 듣고 싶지 않았다.“아빠, 그럼 아빠는 조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거예요?”소계훈은 원래 이 화제를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아가 매우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아 계속 말했다.“처음에는 그 아이가 똑똑하고 영리하고 또 착한 줄 알았지만, 후에 그 아이가 한 짓을 보고 나서야 난 자신이 그 아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왜, 넌 조율을 알고 있는 거야?”지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아빠의 연애사에 관심이 생겼을 뿐이에요.”소계훈은 부드럽게 웃었다.“다 지나간 일이야. 이제 아빠는 다른 생각은 없고, 그냥 매일 네 행복한 모습을 봤으면 좋겠어.”보아하니 소계훈은 조율의 죽음을 의외의 사고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고, 후에 도윤이 그녀를 위해 소씨 가문에게 ‘복수’를 한 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아도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아빠, 알았어요.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나와 도윤의 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가 말한 것처럼, 싸우지 않는 부부가 또 어디 있겠어요? 게다가 우리도 싸운 게 아니라, 단지 도윤이 일 때문에 바빠서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서 그래요. 이건 별 영향 없으니까 아빠도 우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난 그냥 최근에 임신해서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잘 웃지 않는 거예요.”“그래, 그럼 나도 마음이 놓이는구나. 내가 디저트 가져다줄게.”소계훈의 안색이 좋아지고 또 엄청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지아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그 일들, 난 언제까지 숨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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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지아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을 보고, 소계훈은 손에 든 칼을 내려놓았다.“지아야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으면 이 아빠에게 말해 봐. 참지 말고.”“아빠, 여기는 우리가 잠시 지내는 곳일 뿐이니 앞으로 아이를 낳으면 우리 어디 가서 지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어요.”지아는 앞으로 도윤과 더 이상 얽매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때 가서 아이를 데리고 또 어디로 도망갈까? 그녀는 또 어디로 도망갈 수 있을까?소계훈은 한숨을 쉬었다.“도윤이 우리가 전에 살던 별장을 다시 샀다고 하던데. 그렇지 않으면 우리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좀 더 생각해 볼게요. 아직은 이르니까 안 급해요.”지아는 칼을 들고 말했다.“아빠, 좀 가르쳐 주세요. 나도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요.”“좋아, 내가 가르쳐 주마.”미연은 멀리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사진 한 장을 찍어 도윤에게 보냈다.이때 웨딩숍에서 양복을 고르고 있던 도윤은 넋을 잃고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 사진 속 지아는 왼손에 칼을 든 채 조각할 나무를 테이블에 고정시켰다.비록 한 손밖에 쓸 수 없지만, 그녀는 아주 열심히 조각하고 있었다.도윤은 사진을 최대한 확대했고, 지아의 속눈썹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선명했다.그는 전에 지아가 갓 임신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의 그녀는 눈빛이 초롱초롱했고, 매일 참새처럼 재잘거렸다.“뱃속의 아이가 남자아이일까 아니면 여자아이일까? 당신 한 번 알아맞혀 봐. 난 이 아이에게 어떤 방을 준비해야 할까? 예쁜 치마 사줄까 아니면 멋진 양복 사줄까? 어머, 장난감까지 선택해야 하잖아.”지아는 귀찮다고 떠들면서 또 번번이 스스로 물건을 골랐다. 설령 그때의 도윤이 지아를 무시했다 하더라도 그녀의 흥분된 마음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그리고 지아도 점차 도윤이 자신을 냉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더 이상 그를 찾아 상의하지 않았다.사실 도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지아가 혼자 백화점에 가서 스스로 아이들의 물건을 골랐다는 것을.지아는 곧 태어날 아기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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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점원은 도윤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얼른 입을 열었다.“대표님, 이 웨딩드레스가 마음에 드시는 겁니까? 아가씨와는 사이즈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가씨더러 한 번 입어 보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혼식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저희가 가능한 한 빨리 아가씨의 사이즈에 따라 고치겠습니다.”도윤은 다시 한번 드레스를 바라본 다음, 결연히 떠났다. ‘내가 지아에게 빚진 것이 어찌 결혼식과 웨딩드레스뿐이겠는가.’그가 그녀에게 빚진 것은 아마 평생 갚지 못할 것이다.백채원이 고른 양복으로 갈아입은 뒤, 점원은 허리를 굽혀 도윤의 바짓가랑이를 정리해 주었는데 그야말로 칭찬을 멈추지 못했다.“대표님 정말 너무 멋있습니다. 어쩜 이렇게 품위가 넘칠까요? 정말 타고난 옷걸이시네요. 대표님과 아가씨의 결혼식은 틀림없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될 것입니다.”도윤은 정장을 여러 번 입어 봤지만 결혼 예복은 처음이었고, 심지어 그가 아내로 맞이할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조차 아니었다.그는 슬픔과 아쉬움에 미간을 찌푸렸고, 점원은 조심스럽게 그의 곁에 서 있었다.“대표님, 어디 마음에 안 드시는 곳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얼른 말씀해 보세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저희가 모두 수정할 수 있습니다.”“아니야, 이 양복과 방금 내가 본 그 웨딩드레스 좀 포장해줘.”“네, 대표님.”도윤이 나오자, 백채원은 이미 다른 옷으로 갈아 입고 휠체어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도윤 씨, 나 이미 레스토랑 예약했으니 같이 점심 먹어요.”도윤은 시계를 보았다.“난 아직 회의가 있어서. 혼자 먹어.”“도윤아.” 백채원은 도윤의 소매를 잡아당겼고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우리 결혼식, 약속대로 진행되는 거 맞죠?”지난달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지만 도윤은 지윤에게 위험이 있다며 결혼식을 한달이나 미루었다.그리고 혼인 신고까지 하루하루 미루고 있었으니 백채원은 그저 당황하기 그지없었다.도윤은 가볍게 손을 빼며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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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육아용품점에 도착하자, 도윤은 그제야 그때의 지아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윤은 그들의 첫번째 아이였으니, 이치대로라면 도윤은 누구보다도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러나 하필이면 그때, 이예린의 일은 두 사람 사이의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구름과 같은 색깔을 가진 작은 옷 하나하나를 보고 나서야 도윤은 지아가 그때 왜 그렇게 할 말이 많았는지, 그녀의 눈이 왜 그렇게 밝았는지를 깨달았다.아기의 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을 저격했고, 작고 부드럽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와, 대표님 이 말 좀 보세요. 정말 귀여워요. 그리고 이 장난감 총, 뿅뿅뿅, 너무 깜찍하잖아요.”“이 옷도 어쩜 이렇게 작을까요? 설마 아기가 이렇게 작은 거예요? 고양이 같아요.”“어머, 그리고 이 젖꼭지 좀 봐요.”진봉은 도윤보다 더 바빴다. 그처럼 거친 남자가 육아용품점에 있으니 마치 장군이 다림질하는 것과 같았고 엄청난 대조를 이루었다.한쪽의 점원은 도윤의 옷차림을 한 번 훑어보더니 바로 대단한 고객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낀 그 시계만 해도 이 가게 전체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안녕하세요, 아기 성별이 어떻게 되죠? 제가 추천해 드릴게요.”이 말에 도윤은 말문이 막혔다. 태아가 아직 너무 어렸기에 그들은 성별을 알 수 없었다.“그건 몰라.”“그렇군요, 그럼 여기에 있는 이 스타일들은 어떤가요? 이 색깔들도 신생아가 입기엔 적합해서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모두 잘 어울릴 거예요.”하지만 도윤은 한쪽에 있는 핑크 색으로 된 옷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속으로 지아가 딸을 낳기를 바랐다.비록 그녀가 쌍둥이를 임신해서 딸을 낳을 확률이 아주 컸지만, 또 누가 알겠는가? 두 아들을 낳는 것도 가능했다.“아이가 공주님이었으면 하시나 봐요.”여자아이의 옷은 남자아이에 비해 좀 정교했다. 부드러운 레이스, 리본, 예쁜 공주치마.도윤은 지아가 만약 그녀와 똑같이 생긴 딸을 낳으면 자신이 얼마나 기뻐할지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작고 부드러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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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작은 정원에서 보내는 나날은 간단하고 평온했다. 지아는 이쪽에서 나무를 조각하고 있었는데, 강미연은 무엇을 보았는지 전화를 껐고, 안색은 심하게 어두워지더니 심지어 입으로 몇 마디 중얼거렸다.“혼자서 무얼 그렇게 중얼대는 거야?” 지아는 그녀를 힐끗 보았고, 미연은 얼른 얼굴을 치켜들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아가씨 요 며칠 핸드폰 보지 마세요. 얄미운 기사들이 아주 널렸다니깐요.”지아는 가볍게 웃었다.“이도윤의 결혼식에 관한 기사를 말하는 거야?”“다 알고 계셨어요?”“응, 아주 난리도 아니었으니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미연은 지아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았다.“근데 화가 나지도 않는 거예요? 지난달에 대표님께서 결혼식을 미루었을 때, 저는 아가씨를 위해서 그렇게 하신 줄 알았어요.”“내가 왜? 화를 내야 하는 이유가 뭐지? 화가 난다는 것은 내가 아직 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잖아. 사랑은 나로 하여금 이성을 잃게 하고, 이 남자 때문에 미쳐버리고 분노를 느끼게 할 뿐, 내가 왜 그래야 하지?”담담한 지아를 바라보며 미연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아가씨, 만약 대표님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때 왜 결혼을 하신 거예요?”“적어도 예전의 난 그 남자를 사랑했었지.”지아는 칼을 내려놓고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들었다. 그것은 아주 귀여운 고양이였다.“어때?”그 태도는 마치 그녀에게 있어 도윤은 자신이 들고 있는 조각상보다 중요하지 못한 것 같았다.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는 솜씨가 대단하신걸요. 노련한 목수를 따라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지아는 웃으며 말했다.“어쩜 말을 이렇게 잘하는 거야? 이건 겨우 볼만하다고 할 수 있지. 그냥 연습한 셈 치는 걸로.”두 사람이 말하고 있는 사이, 오랜만에 보는 진봉이 갑자기 나타났다.미소를 짓고 있던 지아는 진봉이 나타난 순간, 웃음을 거두고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진봉은 어색하게 코를 긁었다.“에헴, 사모님, 그 뭐지, 대표님께서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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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지아는 문밖에 서 있으면서 한동안 너무 많은 감정이 북받쳤다.비록 이 별장을 이미 되찾았지만, 도윤과 백채원의 손을 거쳤기에 지아는 구역질이 났고 그 후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정원 앞의 수국은 알록달록하게 피어 있었고, 가꾸는 사람이 없어 일부 장미꽃이 벽을 뚫고 나와 오래된 벽을 따라 기어올라갔다.한바탕 바람이 불어오자, 아름다운 꽃들은 바람에 흩날리며 춤을 추었다. 분명히 무척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지아는 도통 발을 떼지 못했다.“사모님, 들어가세요. 대표님께서 아직 기다리고 계시잖아요.”진봉이 재촉했다.‘정말인 것 같군. 고향과 가까워질수록, 설렘 대신 두려움을 느낄 거란 그 말이.’지아는 문을 밀기도 전에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고, 흰 고양이 한 마리가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야옹.”지아는 자신의 옆을 맴도는 고양이가 바로 하루란 것을 발견했는데, 도윤이 데려온 것이었다.‘이도윤은 대체 결혼식을 앞두고 어떤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지?’생각하면서 지아는 안으로 들어갔다.문에 들어서자마자 달콤한 꽃향기가 덮쳤고, 지아는 청석 돌길에 장미 꽃잎으로 만든 로맨틱한 꽃 카펫이 깔렸다는 것을 발견했다.지아는 미간을 비틀며 다소 불쾌해했다.“또 무엇을 하려는 거지?”진봉은 뒤통수를 긁적였다.“들어가시면 알 수 있을 거예요.”말하면서 몇몇 사람이 나타나더니, 어리둥절해진 지아를 방안으로 끌고 가서 한바탕 꾸며주었다.지아는 자신이 긴 치맛자락의 웨딩드레스를 차려 입은 것을 보고 즉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차렸다.옆에 있던 메이크업과 스타일리스트는 그녀가 엄청 예쁘다며 끊임없이 칭찬했지만, 지아는 한 글자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이도윤은?”사람들은 멈칫하더니, 이렇게 아름다운 날에 지아가 뜻밖에도 이렇게 귀찮아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이건…….”“말 안 할 거야? 그럼 내가 직접 찾으러 가면 되겠네.”지아는 재빨리 일어나 방을 나섰고, 한 손에 치맛자락을 들며 발에 기름을 바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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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지아는 도윤의 품에 꼭 안겨 있었는데, 그녀는 그제야 도윤의 뒤에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들 몇 명이 서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우아한 민백현, 신사 강세찬, 그리고 반쪽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여전히 차가운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가 바로 전에 도윤이 언급했던 서우현일 것이다.양요한, 그리고 사진사 여진승도 각자 미소를 짓고 있었다.지아는 하려던 말을 모두 삼켰다. 비록 지금 도윤에게 불만이 있었지만 그녀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 그럼 도윤 외에 그녀 자신도 창피해질 것이다.하얀 치마를 입은 김민아가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오더니, 표정은 무척 복잡했다. 그녀도 지아와 마찬가지로 이제야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던 것이다.지아는 목소리를 낮추었다.“뭐 하자는 거야?”도윤은 그녀의 몸을 부축하며 말했다.“지아야, 난 너에게 결혼식을 해주지 못했잖아.”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에 기쁨은커녕 오히려 비할 데 없는 분노를 드러냈다.‘이 남자는 지금 날 뭘로 여긴 거지?’‘우리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결혼식 하나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백채원과의 결혼을 하루 앞두고 나와 결혼식을 올리다니, 정말 웃겨.’지아가 오늘 도윤을 찾아온 것은 조율과 이예린의 일을 위해서이지 그와 소꿉놀이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지아는 바로 화를 내며 자신의 손을 힘껏 빼냈다.하지만 도윤의 힘이 더 셌고, 그는 지극히 작은 목소리고 지아의 귓가에 가볍게 속삭였다.“지아야, 그러지 마.”“이도윤, 나 지금 너와 장난칠 시간 없어.”“지아야, 나 이 날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어. 진심이야.”“네 진심이라고 해서 내가 꼭 받아들여야 하는 거야? 이거 놔, 사람들 앞에서 얻어맞고 싶지 않으면.”옆에 있던 민백현은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제수씨, 도윤이 잘못했으면, 그냥 하루 종일 무릎 꿇고 있으라고 해요.”강세찬도 맞장구를 쳤다.“정 화가 풀리지 않으면 이틀 정도 꿇어라 하고요. 우리는 지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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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지아는 귀신에 홀린 것처럼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이곳이 원래 손님을 접대하는 객실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객실은 하나의 큰 방으로 뚫려졌는데, 절반은 핑크 색, 다른 절반은 하늘색으로, 무척 부드러운 색깔로 변신했다.바닥에는 부드러운 긴 털 카펫이 깔려 있었고, 천장에도 구름이 그려져 있었다.문이 닫히자, 방안의 불빛도 따라서 꺼졌다.머리 위에는 별빛이 반짝였는데, 그 빛은 매우 부드러웠고, 가끔 한두 개의 별똥별이 스쳐 지나갔다.방 안에 무드등이 켜지더니, 오르골의 잔잔한 음악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요람, 흔들 목마 그리고 각종 장난감.심지어 아기 옷이 가득 걸려 있었는데, 신생아부터 한 살 될 때까지 입을 수 있는 옷들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다.그 옆에는 심지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이 있었고, 높은 성, 미끄럼틀 그리고 그네까지 갖추어졌다.도윤은 아기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장만했다.이 방은 지아가 전에 디자인한 것보다 더 완벽했고, 이 세상에 아마 이런 곳을 거절할 수 있는 부모님이 없을 것이다.그녀는 아기 옷 하나하나를 더듬으며, 무엇을 떠올렸는지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도윤은 뒤에서 지아를 안았고, 큰 손바닥은 마침 그녀의 배에 놓여졌다.“지아야, 이번에 난 좋은 아빠가 되어 너와 아이들을 잘 돌보고 싶어.”지아의 몸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요람을 꽉 붙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넌 이걸로 우리의 모든 원한을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나도 알아, 이미 저지른 잘못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난 정말 그 잘못을 만회하고 싶어. 지아야, 나에게 기회를 한 번 주면 안 될까?”지아는 고개를 들어 도윤을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래서, 넌 나와 아이를 이곳에 숨길 작정이야?”“지아야, 사모님의 자리 말고, 난 무엇이든 너에게 줄 수 있어. 하지만 그 자리는 내가 백채원에게 빚진 거야.”그리고 도윤은 계속 설명했다.“너희들을 숨기는 게 아니라,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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