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문밖에 서 있으면서 한동안 너무 많은 감정이 북받쳤다.비록 이 별장을 이미 되찾았지만, 도윤과 백채원의 손을 거쳤기에 지아는 구역질이 났고 그 후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정원 앞의 수국은 알록달록하게 피어 있었고, 가꾸는 사람이 없어 일부 장미꽃이 벽을 뚫고 나와 오래된 벽을 따라 기어올라갔다.한바탕 바람이 불어오자, 아름다운 꽃들은 바람에 흩날리며 춤을 추었다. 분명히 무척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지아는 도통 발을 떼지 못했다.“사모님, 들어가세요. 대표님께서 아직 기다리고 계시잖아요.”진봉이 재촉했다.‘정말인 것 같군. 고향과 가까워질수록, 설렘 대신 두려움을 느낄 거란 그 말이.’지아는 문을 밀기도 전에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고, 흰 고양이 한 마리가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야옹.”지아는 자신의 옆을 맴도는 고양이가 바로 하루란 것을 발견했는데, 도윤이 데려온 것이었다.‘이도윤은 대체 결혼식을 앞두고 어떤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지?’생각하면서 지아는 안으로 들어갔다.문에 들어서자마자 달콤한 꽃향기가 덮쳤고, 지아는 청석 돌길에 장미 꽃잎으로 만든 로맨틱한 꽃 카펫이 깔렸다는 것을 발견했다.지아는 미간을 비틀며 다소 불쾌해했다.“또 무엇을 하려는 거지?”진봉은 뒤통수를 긁적였다.“들어가시면 알 수 있을 거예요.”말하면서 몇몇 사람이 나타나더니, 어리둥절해진 지아를 방안으로 끌고 가서 한바탕 꾸며주었다.지아는 자신이 긴 치맛자락의 웨딩드레스를 차려 입은 것을 보고 즉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차렸다.옆에 있던 메이크업과 스타일리스트는 그녀가 엄청 예쁘다며 끊임없이 칭찬했지만, 지아는 한 글자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이도윤은?”사람들은 멈칫하더니, 이렇게 아름다운 날에 지아가 뜻밖에도 이렇게 귀찮아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이건…….”“말 안 할 거야? 그럼 내가 직접 찾으러 가면 되겠네.”지아는 재빨리 일어나 방을 나섰고, 한 손에 치맛자락을 들며 발에 기름을 바른 듯
지아는 도윤의 품에 꼭 안겨 있었는데, 그녀는 그제야 도윤의 뒤에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들 몇 명이 서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우아한 민백현, 신사 강세찬, 그리고 반쪽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여전히 차가운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가 바로 전에 도윤이 언급했던 서우현일 것이다.양요한, 그리고 사진사 여진승도 각자 미소를 짓고 있었다.지아는 하려던 말을 모두 삼켰다. 비록 지금 도윤에게 불만이 있었지만 그녀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 그럼 도윤 외에 그녀 자신도 창피해질 것이다.하얀 치마를 입은 김민아가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오더니, 표정은 무척 복잡했다. 그녀도 지아와 마찬가지로 이제야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던 것이다.지아는 목소리를 낮추었다.“뭐 하자는 거야?”도윤은 그녀의 몸을 부축하며 말했다.“지아야, 난 너에게 결혼식을 해주지 못했잖아.”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에 기쁨은커녕 오히려 비할 데 없는 분노를 드러냈다.‘이 남자는 지금 날 뭘로 여긴 거지?’‘우리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결혼식 하나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백채원과의 결혼을 하루 앞두고 나와 결혼식을 올리다니, 정말 웃겨.’지아가 오늘 도윤을 찾아온 것은 조율과 이예린의 일을 위해서이지 그와 소꿉놀이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지아는 바로 화를 내며 자신의 손을 힘껏 빼냈다.하지만 도윤의 힘이 더 셌고, 그는 지극히 작은 목소리고 지아의 귓가에 가볍게 속삭였다.“지아야, 그러지 마.”“이도윤, 나 지금 너와 장난칠 시간 없어.”“지아야, 나 이 날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어. 진심이야.”“네 진심이라고 해서 내가 꼭 받아들여야 하는 거야? 이거 놔, 사람들 앞에서 얻어맞고 싶지 않으면.”옆에 있던 민백현은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제수씨, 도윤이 잘못했으면, 그냥 하루 종일 무릎 꿇고 있으라고 해요.”강세찬도 맞장구를 쳤다.“정 화가 풀리지 않으면 이틀 정도 꿇어라 하고요. 우리는 지아 씨
지아는 귀신에 홀린 것처럼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이곳이 원래 손님을 접대하는 객실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객실은 하나의 큰 방으로 뚫려졌는데, 절반은 핑크 색, 다른 절반은 하늘색으로, 무척 부드러운 색깔로 변신했다.바닥에는 부드러운 긴 털 카펫이 깔려 있었고, 천장에도 구름이 그려져 있었다.문이 닫히자, 방안의 불빛도 따라서 꺼졌다.머리 위에는 별빛이 반짝였는데, 그 빛은 매우 부드러웠고, 가끔 한두 개의 별똥별이 스쳐 지나갔다.방 안에 무드등이 켜지더니, 오르골의 잔잔한 음악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요람, 흔들 목마 그리고 각종 장난감.심지어 아기 옷이 가득 걸려 있었는데, 신생아부터 한 살 될 때까지 입을 수 있는 옷들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다.그 옆에는 심지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이 있었고, 높은 성, 미끄럼틀 그리고 그네까지 갖추어졌다.도윤은 아기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장만했다.이 방은 지아가 전에 디자인한 것보다 더 완벽했고, 이 세상에 아마 이런 곳을 거절할 수 있는 부모님이 없을 것이다.그녀는 아기 옷 하나하나를 더듬으며, 무엇을 떠올렸는지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도윤은 뒤에서 지아를 안았고, 큰 손바닥은 마침 그녀의 배에 놓여졌다.“지아야, 이번에 난 좋은 아빠가 되어 너와 아이들을 잘 돌보고 싶어.”지아의 몸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요람을 꽉 붙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넌 이걸로 우리의 모든 원한을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나도 알아, 이미 저지른 잘못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난 정말 그 잘못을 만회하고 싶어. 지아야, 나에게 기회를 한 번 주면 안 될까?”지아는 고개를 들어 도윤을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래서, 넌 나와 아이를 이곳에 숨길 작정이야?”“지아야, 사모님의 자리 말고, 난 무엇이든 너에게 줄 수 있어. 하지만 그 자리는 내가 백채원에게 빚진 거야.”그리고 도윤은 계속 설명했다.“너희들을 숨기는 게 아니라, 앞으로
도윤도 감정을 가라앉혔다.“내 동생이 범인 아닌 거야?”‘만약 그렇다면 나와 지아 사이의 장애는 좀 줄어들지 않을까?’“그렇게 말한 적 없어. 며칠 전, 내가 우리 아빠를 한 번 떠보았는데, 조율 그 여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간단한 피해자가 아니야.”지아는 사건의 경과를 상세하게 설명했고, 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날 밤 이상한 점을 회상했다.그는 원래 민백현 등 사람들과 약속을 잡았는데, 백현은 잠시 일이 생겨 오지 못했고, 그곳에는 다른 재벌 2세들이 있었다.도윤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핑계를 대고 가버렸다. 그리고 떠날 때, 그는 자신의 몸이 엄청 뜨거운 것을 발견했고, 그제야 자신이 남이 탄 약을 먹었단 것을 발견했다.후에 도윤은 진환더러 조사하라고 하였지만 그날 저녁에 사람이 너무 많았기에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고, 이 일도 점차 잊혀졌다.도윤은 이 일이 뜻밖에도 조율과 관련이 있을 줄은 몰랐다.“맞아, 조율의 목표는 원래 너였어. 네가 간 후, 조율은 누구와 잤는지 그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나중에 우리 아빠가 찾아갔을 때, 그 사람이 임신한 것을 발견했어. 조율은 아이를 지운 다음 우리 아빠와 다시 시작하겠다고 소란을 피웠지만, 3개월이 될 때까지 아이를 지우지 않았어. 조율이 이 아이를 이용해 아이의 친아버지와 협상하고 싶었던 거지. 그리고 아이는 그 여자가 조건을 제기할 수 있던 도구였고.”“그동안 우리는 조율을 불쌍한 피해자로 생각하며 그 여자의 본성을 소홀히 했어. 조율은 욕심이 매우 컸고, 오로지 위로 올라가고 싶었던 거야. 이 일은 내가 잘 조사할게.”“네 동생은 아마 뭐 좀 알고 있을 거야.”그리고 지아는 도윤에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난 지금 네 동생의 혐의를 씻어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야.”“나도 알아, 지아야.”“그래, 이제 할 말 다 했으니까 나 먼저 갈게.”도윤은 지아의 손을 잡아당겼다.“지아야, 나 이번 결혼식 정말 오랫동안 준비했는데.”그는 눈빛으로
지아가 견지하는 것을 보고도 도윤은 거절하지 않았다.“거리가 좀 있으니까 먼저 좀 쉬어.”지아는 얼굴을 굳혔다.“아니, 안 졸려.”10분 후, 지아의 머리는 병아리가 쌀을 쪼는 것처럼 끊임없이 유리에 부딪쳤다.도윤은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무슨 짐승이야? 왜 굳이 창문에 붙어서 자야 하는 거지?’그는 긴 팔을 뻗어 지아를 끌어안았고, 지아는 눈을 뜨더니 도윤인 것을 발견하고 발버둥 치려 했지만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곧 그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요즘 지아는 잠이 제일 많을 때였는데, 별일 없으면 하루 종일 자곤 했다.도윤은 조용히 지아의 곁을 지켰다. 이 혼란한 2~3년 동안, 도윤은 이미 오랫동안 이렇게 평온하게 지아와 함께 지내지 못했다.‘시간아, 좀 더 천천히 가줘.’차가 산에 오르자,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고, 지아도 천천히 깨어났다.자신이 뜻밖에도 도윤의 품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자, 지아는 얼른 몸을 옮겼다.도윤은 씁쓸하게 한숨을 쉬었다. 지아는 금방 잠에서 깼기에 목소리는 약간 잠겼다.“언제쯤 도착하는 거야?”“몇 분이면 도착할 거야, 얼마 안 남았어.”차 안은 다시 죽은 듯 조용해졌고, 도윤은 진작에 준비한 쿠키 등 간식을 꺼냈다.“오랫동안 차를 탔으니 배고프지? 점심에 금방 만든 거니까 좀 먹어.”지아는 묵묵히 받았는데, 도윤에게 화조차 내지 않았다. 지금은 배를 채우는 것이 더 중요했다.그녀가 쿠키 하나를 다 먹었을 때, 차도 마침 리조트에 세워졌다.이곳은 깊은 산속에 위치하여 매우 조용했고, 차에서 내리면 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는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듯,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들려왔다.이런 자연적인 환경은 확실히 심신을 가꾸는 데에 적합했다.지아는 도윤이 여기에 자주 온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는데, 그는 익숙하게 복잡한 별장 안을 누비더니, 그녀를 데리고 한 방문 앞에 멈춰 섰다.도윤은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이때 밖을 지키던 하인이 입을
‘숲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이예린은 분명 임시로 도망치고 싶은 게 아니었고, 밖에는 틀림없이 누군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지아는 매우 조급해했지만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 임신했기에 이곳에 남아있는 것이 더욱 안전했다.‘이도윤이 총에 맞은 것일까?’이렇게 생각하던 중, 펑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어둠을 뚫고 지아의 볼을 스치더니 그녀 뒤에 있는 옷장에 박혔다.죽음과 어깨를 스친 지아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더니 몸은 벼락에 맞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바로 이때, 지아는 멀지 않은 산비탈에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저격총이 아니기 때문에 남자는 사격 거리의 제한을 받았고, 지아는 총을 쏜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 사람은 가면을 쓰고 있었고, 키는 훤칠했으며, 가면 아래의 눈은 지아와 눈을 마주쳤다.지아는 즉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전효 씨?”남자는 말을 하지 않고 지아를 바라보더니 돌아서서 숲속으로 사라졌다.‘틀림없어, 이 사람이 바로 사라진 지 오래된 전효 씨야.’그들은 섬에서 한동안 같이 지냈기에, 지아는 사람을 잘못 봤을 리가 없었다.‘전효 씨라면 총알이 빗나갈 리가 없을 텐데, 방금 그것은 일종의 경고였어!’전효는 이런 방식으로 지아에게 앞이 위험하다고 말해주고 있었다.지아는 몇 걸음 물러서더니 서둘러 이 방을 떠났다.뒤에 있는 진환을 보자 지아는 재빨리 그의 곁으로 걸어갔다.지아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이마에 땀까지 난 것을 보고 진환은 서둘러 하던 일을 멈추었다.“사모님, 왜 그러세요?”“누군가,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고 해.”그녀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만약 온 사람이 전효가 아니었다면, 지아는 지금쯤 이미 시체로 됐을지도 모른다.다행히 이번에 상대방의 목적은 이예린을 데리고 떠나는 것이어서, 지아도 여기에 올 줄은 전혀 몰랐다.전효의 그 총알은 지아에게 그녀는 이미 찍혔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조율의 일은 확실히 수상해. 처음부터 내가 죽기를 원했던
‘그럼 전효 씨가 용병인 건가?’‘그가 섬에 숨긴 무기는 또 뭐지?’진환은 서둘러 지아가 총에 맞을 뻔한 일을 보고했고, 도윤은 재빨리 지아에게 다가갔다.“어디 다친 곳은 없어?”지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들이 처음에 날 쏜 다음, 난 즉시 숨었어. 그들의 목적은 아마 이예린을 호송하는 것이라서 더는 날 공격하지 않았고.”“이곳은 이미 안전하지 않아. 진 비서, 즉시 지아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그 사람들이 만약 리조트에 폭탄이라도 설치했다면, 폭발한 순간, 그들은 도망갈 시간조차 없을 것이다.“이미 준비를 마쳤습니다. 사모님, 어서 가시죠.”지아는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나…….”“무슨 말 하고 싶은지 알아. 나중에 시간 내서 너와 얘기할게. 지아야, 이 사람들은 간단하지 않아, 난 이것밖에 말해줄 수 없어. 만약 그들이 정말 널 겨냥하고 있다면, 일은 아주 복잡해질 거야.”도윤은 매우 엄숙했다.“하지만 안심해, 지금 넌 여전히 안전하니까. 그들의 현재 목표는 예린을 데리고 떠나는 거야. 요 며칠 난 너에게 다른 안전한 곳을 찾아줄 테니까, 진 비서, 얼른 지아 데리고 떠나.”지아는 떠나려 했지만, 도윤이 손을 줄곧 뒤로 숨기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녀의 눈빛은 카펫에 떨어졌는데, 새빨간 핏자국을 발견하였다.“다쳤어?”도윤은 시선을 회피했다.“별일 없어.”지아는 즉시 도윤의 손을 잡아당겼는데, 그의 손바닥에 날카로운 칼에 베인 흔적이 있는 것을 보았고,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진환은 얼른 소리쳤다.“의사 불러오겠습니다!”“됐어, 이곳은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되니 먼저 떠나.”도윤이 재촉했다.지아는 그의 손바닥의 상처를 바라보았는데, 머릿속은 문득 자신이 피를 흘리던 그날을 떠올렸고, 감정없이 대답했다.“어.”‘이도윤이 다친 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나와 그 남자는 이미 끝났어.’지아는 결연히 떠났고, 심지어 뒤돌아보지도 않았다.옆에 있던 두 형제는 참지 못하고 탄식을 했다. 이렇게 긴 상처는 말할
안전을 위해서 지아는 헬리콥터를 타고 시내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하자마자 소계훈이 그녀를 맞이했는데, 지아가 도윤과 화해했는지에 대해 알고 싶은 모양이었다.“도윤이랑 얘기해 보니까 어때?”소계훈의 관심을 갖는 모습에, 지아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많이 괜찮아졌어요, 아빠. 이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 하루 종일 같이 있었잖아요.”“그럼 됐어. 난 네가 도윤과의 사이가 틀어질까 봐 걱정이야. 지금 뱃속의 아이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니 너와 텔레파시가 통할 거야. 가정이 화목해야 아이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법이지.”소계훈은 웃으며 지아를 데리고 그의 최신 작품을 보러 갔는데, 그것은 나무로 만든 아름다운 침대였다.“봐봐, 이 침대를 내가 며칠이나 만들었는데, 마침내 성공했어.”작은 침대의 네 모서리에는 귀여운 동물이 조각되어 있었고, 잘 닦여서 아이들이 물어도 다칠 리가 없었다.침대 위에는 방울까지 걸려 있어 무척 정교했고, 육아용품점에서 파는 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아빠, 손재주가 정말 좋으신 거 같아요.”소계훈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비록 외할아버지인 내가 지금 아무런 지위도 없고, 아이들에게 물질적인 것을 가져다줄 순 없지만, 정신적인 수요에 대해 대대적으로 만족해 줄 순 있지. 넌 쌍둥이를 임신했으니까, 나도 아기 침대를 특별히 크게 만들었어.”“너무 좋아요. 그럼 난 먼저 아이들 대신해서 외할아버지한테 고맙다고 인사할게요, 그런데 아빠,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외할아버지를 언급하자, 때 지아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떠올렸다. 그때 변진희는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소계훈조차 자신의 아이가 바뀐 것을 발견하지 못했단 말인가?소계훈은 작은 상자에서 여러 개의 나무 장난감을 꺼냈다.“이 땡땡이를 좀 봐, 특별히 두 개를 만들었는데, 나중에 두 아이가 침대에 누워 함께 놀 수 있어. 솔직히 말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나는 삶에 대한 희망이 조금도 없었어. 너만 아니었어도 난 버티지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