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채원은 지금 확실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흥분해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였다.바로 얼마 전, 그녀의 부하가 도윤의 차를 미행했는데, 그가 한 별장에 갔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것은 이씨 가문의 산업이 아니었고, 밖에는 많은 경호원들이 있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곳에 사는 사람이 지아란 것을 알 수 있었다.‘결혼 전날 밤, 도윤이 뜻밖에도 전처의 집에 찾아갔다니!’‘대체 나더러 어떻게 참으란 거지!’‘소지아, 네가 이렇게 나온 이상,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이날 밤, 백채원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지만, 도윤은 달랐다. 그는 떠나지 않았는데, 설사 지아가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더라도 도윤은 기어코 그녀의 침대 머리맡에 앉아 하룻밤을 지새웠다.달빛은 도윤의 온몸에 쏟아졌고, 옅은 빛을 빌어 지아는 그의 붕대를 감은 손을 보았지만 결국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지아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깊이 잠들었다.도윤은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지아의 곁에 누워 지난날 그녀와 함께 한 모든 것을 회상했다. 어디서부터 잘못 어긋났을까? 두 사람은 지금 결국 다른 길에 들어섰다.두 사람의 관계가 아무리 위태로워도, 도윤은 거미줄처럼 가는 연결선을 끊고 싶지 않았다.얼마 자지 못했지만, 날이 밝아왔고, 도윤은 꿈속에 빠진 지아를 보면서 부드럽게 그녀의 미간에 키스를 하고서야 떠났다.해가 동쪽에서 뜨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만물은 부드러운 햇빛을 받으며 점차 밤의 피로를 가셨다.이때, 별장 앞에 나타난 한 사람은 작은 정원의 평온함을 깨뜨렸다.“잘못 찾아왔어요, 이곳은 성이 소씨인 사람이 없다고요!” 경호원의 엄숙한 목소리가 울렸다.도윤은 전에 그 어떤 낯선 사람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특별히 분부한 적이 있었다. 비록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단정하게 차려입었지만, 확시라도 지아에게 무슨 일 생긴다면 그들은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었다.양복을 입은 남자의 얼굴에는 여전히 상냥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난 소지아 아가씨의 친구인
소계훈은 당황함을 감추며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방금 다듬은 꽃가지를 쓰레기통에 버렸을 뿐이야.”말하면서 그는 찢겨진 청첩장을 덮어버리기 위해 책상 위의 꽃가지를 쓰레기통에 버렸다.“어르신, 이런 일들은 저희에게 맡기시면 돼요.”“괜찮다, 많이 움직여야 빨리 회복하지, 참, 지아는 깨어났나?”“아직이요, 아가씨는 요즘 잠이 많으셔서 가끔 11시까지 주무시곤 해요.”소계훈은 생각에 잠겼다.“좀 더 자는 것도 나쁘진 않지. 참, 나 갑자기 생각났는데, 오늘이 내 오랜 친구의 생일이거든? 그러니 핸드폰 좀 빌려주면 안 될까? 그 친구에게 전화하고 싶은데.”미연은 단순하고 착해서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고 바로 소계훈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여기요, 어르신.”소계훈은 번호를 누른 다음, 한쪽으로 걸어갔는데, 미연은 자신이 들으면 안 될 거 같아 역시 한쪽으로 물러섰고, 수시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도윤은 소계훈으로 하여금 최근 바깥의 그 어떤 기사도 알게 해선 안된다고 특별히 당부한 적이 있었다.‘그냥 친구한테 전화하는 거니까 괜찮겠지.’그러나 소계훈의 안색은 점점 더 보기 흉해졌다. 2분 후, 소계훈은 몸을 돌려 핸드폰을 미연에게 돌려주었다.“그럼 난 먼저 돌아가서 아침 먹으마.”“네, 어르신.”그러나 소계훈은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강인한 발걸음으로 차고로 갔다.매일 이 시간에 기사는 시장에 가서 장을 봤는데, 기사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소계훈은 뒷좌석으로 숨어들었다.소계훈은 마침내 지아와 도윤이 왜 그로 하여금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가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런 기사를 볼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어쩐지 불쌍한 내 딸이 우울해져서 예전처럼 웃지 않더라니.’그들 사이에는 작은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도윤이 변심했던 것이다.소계훈은 가슴속의 분노를 억지로 참았고, 그는 지금 오로지 딱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그는 이대로 참지 않을 것이고, 지아를 대신해서 도윤에게 똑똑히 물어볼 것이다!
소계훈은 문득 몇 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비록 도윤이라는 사위가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그가 결혼식을 올리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듣고 소계훈은 바로 화를 냈다.그는 귀한 딸이라곤 지아밖에 없었으니 또 어떻게 아무에게 쉽게 맡길 수 있겠는가?그러나 지아는 끊임없이 소계훈을 설득했고, 도윤은 그녀가 본 남자들 중 가장 좋은 남자라며 절대로 그녀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아는 또 결혼식 따윈 상관없으니 두 사람이 사랑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자신이 평생 얻을 수 없는 진정한 사랑, 그리고 지아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희망에 소계훈은 마침내 동의했다.그는 자신이 마음 약해져서 내린 결정이, 자신의 딸에게 아무런 명분도 가져다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소지아가 바로 이도윤의 아내라는 것을 아는 사람조차 없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우습군, 지금 이도윤은 이 여자와 결혼할 일을 전 세상에 알리고 있다니.’그리고 소계훈은 지아가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지아는 그 남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는데, 결국 무엇을 얻었지?’‘자신의 오른손까지 부러뜨렸어.’휴양이란 핑계로 도윤은 사실 소계훈과 지아를 평생 감금하고 싶었다.소계훈은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안색이 매우 보기 흉했다.“회장님, 이것은 이미 결정난 일이니, 그냥 돌아가시죠.” 비서는 진심으로 충고했다.하지만 소계훈은 이미 차에서 내렸다.“주 비서, 자네가 나를 이렇게 데려다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네. 이제 돌아가 봐.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단지 이도윤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거든.”주 비서는 이 상황을 보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지금 그는 이미 새로운 직장을 찾았는데, 시간을 보니 이미 많이 늦었고, 그는 지금 반드시 떠나야 했다.비서는 지아의 전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꺼진 상태라는 것을 발견하고 한숨을 쉬며 떠날 수밖에 없었다.소계훈은 사람들이 오가는 홀에 서서 오직 낯설다고만 느꼈다.2년 넘은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고, 소계훈은 그
미연은 그전의 일을 그대로 보고했다.“지금 보면, 어르신은 일부러 침착한 척하셨던 것 같아요. 제가 오기 전에 어르신은 심지어 무언가를 찢고 있었는데.”미연은 더러운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미처 치우지 못한 쓰레기통을 바닥에 쏟았는데, 빨간 청첩장이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이게 뭐야?”미연은 얼른 청첩장을 다시 맞추었다.“큰일이에요. 어르신께서 청첩장을 보셨어요. 참, 방금 또 제 휴대전화를 빌리셨는데, 그 후에 바로 방으로 돌아가셨고요. 어르신 설마 이미 결혼식장에 가신 건 아니겠죠?”지아의 얼굴은 순간 하얗게 질렸다.“언제 적 일이야?”“30분 전에요.”“큰일이야, 차 대기하라고 해, 내가 곧 갈 테니까. 우리 아빠 꼭 막아야 해!”소계훈은 이미 2년 넘게 바깥의 사람들을 접촉하지 않았는데,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현재의 상태에서 변진희의 죽음, 그리고 도윤의 배신 등 일을 알게 된다면, 소계훈은 틀림없이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지아는 재빨리 도윤에게 연락했는데, 결혼식 때문에 너무 바쁜지, 그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그녀는 또 서둘러 진환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역시 아무도 받지 않는 상태였다.지아는 미쳐버리기 직전이었다.‘백채원 이 여자 정신 나간 거 아니야? 이도윤과 곧 결혼할 거면서 대체 왜 이런 징그러운 일을 꾸미려는 거지?’미연은 줄곧 자책했다.“죄송해요, 아가씨.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꼼꼼하게 상황을 살펴서 이 일을 일찍 발견했다면 어르신도 나가지 않았을 텐데.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는 정말 백 번 죽어도 할 말이 없어요.”“이건 너와 아무 상관이 없어.”자신과 도윤 사이의 일은 소계훈조차 몰랐으니 미연은 또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미연은 두 손으로 지아의 손을 꼭 잡았는데, 그녀의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가득 찼다.“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지금 아가씨는 아직 임신 중이시잖아요. 너무 흥분하시면 안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 잊지 마세요.”“응, 긴장하지 않을게.”지아
소계훈은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지만 도윤을 보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백정일과 변진희도 아직 참석하지 않았다.그가 아는 바에 의하면, 백정일에게는 딸이 하나밖에 없었다.‘그 사람은 자신의 외동딸이 결혼을 하는데 왜 아직도 오지 않은 거지?’오히려 백씨 집안의 어르신은 무청 늙어 보였고 얼굴에는 기쁨이 조금도 없었다.몇 바퀴를 돌자 소계훈은 좀 힘이 들었다. 그는 잠시 쉴 곳을 찾으려고 했지만, 옆의 레저 구역에서 전해오는 한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채원 언니, 소지아가 정말 올까요?”소지아란 세 글자는 소계훈의 주의를 끌었고, 그는 그 방향을 따라 바라보았는데, 웨딩드레스를 입고 휠체어에 앉은 백채원을 발견했다. 그녀는 문 앞에 걸어둔 거대한 사진 속의 여자와 똑같았다.‘이 아이가 바로 도윤과 결혼하려는 사람인가?’소계훈을 놀라게 한 것은 백채원이 뜻밖에도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것이었다.전에 머릿속에 내연녀 등 좋지 않은 말들이 많이 떠올랐지만, 백채원이 장애인인 것을 보고 그는 마음속의 분노가 좀 줄어들었다. ‘어쩌면 이 일이 내가 생각한 그런 게 아닐 수도 있어. 이 속에 무슨 오해라도 있는 건가?’소계훈은 자신보다 어린 여자아이를 귀찮게 할 리가 없었기에, 그는 여전히 도윤이 나타난 후 똑똑히 물어보려 했다.백채원의 안색은 너무나도 안 좋았는데, 지아를 언급하자, 그녀는 더욱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소지아가 오든 안 오든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어. 앞으로 내가 바로 명실상부한 이씨 가문의 사모님이니까.”“그래요, 소지아는 이미 아무것도 아니죠.” 여금청은 이제 많이 똑똑해졌는데, 백채원 앞에서 더 이상 지아를 심하게 의논하지 못했다.백채원은 부모님이 죽은 후 성격이 크게 변했고. 그녀는 휠체어 손잡이를 꽉 잡으며 얼굴이 일그러졌다.“그 천한 년, 이혼하고도 도윤 씨를 꼬시다니. 난 절대로 그 여자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채원 언니, 어쨌든 지금 대표님과 결혼할 사람은 언니지 소지아가 아니잖아요. 그럼 언니는 이
세상을 떠났다는 말은 소계훈의 머릿속에서 터졌고, 그는 그저 자신의 호흡이 곤란하다고 느끼며 온몸의 피가 굳은 것 같았다.그의 얼굴은 유난히 보기 창백해졌는데, 몸은 자신도 모르게 떨리고 있었고, 심지어 너무 흥분해서 백채원의 손을 덥석 잡았다.“너희 엄마가 어떻게 죽은 거지?”백채원은 남이 자기 앞에서 변진희의 죽음을 언급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변진희를 죽인 것과 다름이 없었기에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우리 엄마가 어떻게 죽은 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어디서 온 촌놈이, 더 이상 꺼지지 않으면 경호원 부를게요.”백채원은 소계훈의 충격과 고통,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복잡한 표정을 바라보았다.‘설마 우리 엄마의 옛 친구인가?’이렇게 생각하니, 백채원도 소계훈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다.“됐어요, 오늘은 내가 결혼하는 날이니, 아저씨도 그냥 여기 남아서 식사하고 가요.”여금청은 소계훈을 흘겨보았다.“빨리 꺼지지 못 해? 자신이 옷 입은 꼴을 좀 봐, 여기가 당신이 올 수 있는 곳이야? 우리 채원 언니 웨딩드레스나 더럽히지 마.”소계훈은 변진희가 죽었다는 고통에 휩싸여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상관없었다.백채원은 그가 온몸을 떨며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바로 이때, 주은청이 두 아이를 데리고 걸어왔고, 채나는 달콤하게 외쳤다.“엄마.”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아이를 보자, 백채원은 표정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그녀는 지윤을 바라보았다.‘그동안 줄곧 보지 못했으니, 지윤도 이제 날 엄마라고 부르겠지?’하지만 지윤은 단지 백채원을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도윤과 닮은 그 작은 얼굴은 심지어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소계훈도 당연히 지윤을 보았다.“이 아이가 네 아들인가?”여금청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 거지? 사람 말 알아듣지 못하는 거야?”아이의 얼굴을 보자 소계훈은 그제야 깨달았다.“너와 도윤의 아이구나, 그렇지?”“뭘 그렇게 중얼거
이 말은 소계훈을 붕괴하게 만들었고, 줄곧 흔들리던 그의 몸은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세게 민 것 같았다.소계훈은 혈기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고, 다음 순간 그는 갑자기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이를 본 여금청은 놀라 비명을 질렀다.“아,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면 뭐라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경비원은 어디에 있는 거야? 이 사람을 쫓아내지 못해!”백채원은 여금청을 호되게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도윤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소계훈의 몸을 부축했다.“아버님, 괜찮으세요? 진 비서, 빨리 아버님을 병원으로 모셔!”소계훈은 고개를 돌려 도윤을 바라보았는데, 그가 신랑 예복을 입은 것을 보고 더욱 화가 나서 눈이 새빨개졌다.지금의 소계훈은 말 한 마디도 하지 못했고, 화가 나서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우, 우리 집 파산하게 된 거, 자, 자네가 한 짓인가?”소계훈은 자신이 줄곧 좋아했던 사위가 자신의 집안을 망친 범인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비록 그때의 일은 무척 수상했지만, 소계훈은 지금까지 도윤을 의심한 적이 없었고, 그저 자신이 전에 미움을 샀던 비즈니스 파트너가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버님, 아따 전부 설명해 드릴게요. 일단 집으로 돌아가요.”“돌아가?”소계훈은 차갑게 웃으며 지윤을 가리켰다.“이 아이도 자네 아들인가?”옆에 있던 여금청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물론이죠, 이 대표님과 똑 닮았으니 누가 봐도 대표님의 아들이잖아요.”소계훈은 손을 떨며 도윤의 얼굴을 향해 뺨을 내리쳤다. 비록 아무런 힘도 없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내 딸이 자네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자네 어떻게 지아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그리고 자네 그때 어떻게 나에게 맹세했지? 이 양심도 없는 놈아! 내가 정말 눈이 없어서 내 딸을 자네 같은 사람에게 시집보냈구나! 우리 집안이 자네한테 못해준 게 뭐가 있다고!
소계훈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지아는 머릿속이 새하얘지더니, 비명을 지르며 따라서 기절했다.“지아야!”도윤은 즉시 지아를 품에 안았고, 진환은 소계훈을 등에 업은 채 재빨리 떠났다.백채원도 이 갑작스러운 일들 때문에 어리둥절해졌는데, 상황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도윤이 지아를 안고 훌쩍 떠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울부짖으며 뒤에서 외쳤다.“이도윤! 곧 결혼식이 시작할 거라고요!”백채원은 다급한 마음에 도윤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자신의 불편한 다리와 무턱대고 일어선 결과, 그녀는 바닥에 세게 쓰러졌다.아무리 진귀한 웨딩드레스라도 지금의 백채원은 낭패를 감출 수 없었고, 더욱이는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말리지 못했다.여금청은 그제야 자신이 엄청난 사고를 쳤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녀는 재빨리 땅바닥에 엎드린 백채원을 일으켜 세웠다.“채원 언니, 괜찮아요?”그러나 백채원은 오히려 힘껏 그녀의 뺨을 때렸다.“미친 년! 너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여금청은 이번엔 그야말로 엄청난 일을 저질렀고, 그녀는 당황해진 채 설명했다.“채원 언니, 미안해요. 나는 단지, 단지…….”백채원은 그녀의 옷깃을 확 잡아당기더니 가슴 앞에 있는 레이스를 구겼다.“내가 만약 오늘 결혼하지 못한다면, 너 정말 끝났어!”여금청은 털썩 주저앉아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병원에서.소계훈과 지아는 각각 응급실로 실려갔다.곧 지아의 진단 결과가 나왔지만, 소계훈은 다시 수술실로 밀려났다.양요한은 도윤을 말렸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에게 큰 문제는 없고, 다만 너무 놀라서 잠시 혼수상태에 빠졌을 뿐이에요. 아이도 아주 건강하고요.”도윤은 피곤해진 미간을 쥐었다.“내가 걱정하고 있는 사람은 아버님이야. 아버님의 몸은 너무 취약해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지아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소계훈에게 무슨 일 생긴다면, 지아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바로 이때, 수술실에서 의사 한 명이 걸어 나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