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떠나면 안 돼요. 떠나면 나중에 누가 날 보호해 주겠어요? 그들은 어렸을 때처럼 날 괴롭힐 거예요.”“불쌍한 내 딸.”지아는 최선을 다해 소계훈을 설득했다.“아빠, 아직 내 아이가 태어나는 거 보지 못했으니 어떻게 이대로 떠날 수 있겠어요? 나 혼자 이 세상에 남아 고생하는 거 보고 싶은 거예요? 아이에게 이미 아빠가 없는데, 이제 외할아버지까지 없게 만들려고요?”소계훈의 표정이 좀 변했고, 그는 지아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지아야, 내가 가장 마음이 놓이지 않은 게 바로 너야.”지아는 힘껏 그의 손을 잡았다.“그러니까 가지 마요. 아이에게 외할아버지가 없으면 안 되잖아요. 아빠, 나도 아빠가 힘들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나를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만약 아빠가 떠난다면, 나는 이 세상에 의지할 가족이 더 이상 없을 거예요.”소계훈은 대답하지 않았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몰랐다. 지아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소계훈 앞에 무릎을 꿇었다.“난 이미 엄마를 잃었으니 더 이상 아빠를 잃고 싶지 않아요. 아빠, 아빠는 나를 제일로 귀여워하셨잖아요? 그러니 가지 마요, 네?”소계훈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그래, 아빠는 어디도 가지 않을게.”“아빠!”지아는 갑자기 눈을 뜨며 꿈에서 깨어났고 도윤은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아야, 좀 어때? 어디 아픈 데 없어?”지아는 그를 상대하기가 귀찮았다. “우리 아빠는? 어떻게 됐어?”바로 이때 진봉이 재빨리 달려왔다.“좋은 소식이에요, 방금 어르신께서 생존 의지가 나타났어요.”지아는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아빠 지금 어디에 있어?”“중환자실에요, 방금 한차례의 응급처치를 받았는데, 다행히 어르신은 갑자기 생존 의지를 가지게 되었고, 의사는 매우 순조롭게 응급처치를 진행했어요. 그러나 아직은 방문하면 안 돼서, 사모님은 밖에서 바라보실 수밖에 없어요.”“응, 난 한 번만 볼게, 딱 한 번만.”지아는 중환자실로 달려가 유리를 사이에 두고 혼수
도윤은 지아의 명령에 따라 재빨리 먹을 것을 가져왔고, 지아는 따뜻한 물을 마신 다음 또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울렁이는 느낌이 사라졌다.그녀가 좀 나아진 것을 보고 도윤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배가 아픈 거야? 우리 검사하러 가자. 너 아직 임신한지 3개월도 안 됐어. 내가 아무리 미워도 지금은 아이를 생각해야지.”지아는 도윤을 상대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금방 달려온 백채원이 이 말을 듣고 소리를 질렀다.“당, 당신들 나 몰래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복도에서 울렸다.지아는 원래 엄청 피곤했는데, 백채원이 이렇게 떠들자, 그녀는 불쾌함에 눈살을 찌푸렸다.“여기 병원이니까 좀 조용히 해.”“천한 년이 감히 내 남편을 꼬셔? 이게 죽으려고!”백채원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는 소계훈을 보러 왔는데, 오자마자 이런 폭발적인 비밀을 들을 줄은 몰랐다.그녀는 부랴부랴 일어나려 했지만 또다시 심하게 넘어졌다.도윤은 이 상황을 보고 백채원이 넘어지지 않도록 그녀를 부축했는데, 백채원은 이 기회를 틈타 도윤의 품에 쓰러지더니 눈물을 흘렸다.“도윤 씨, 나랑 결혼하기로 약속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지아는 본래 답답한 마음이 더욱 나빠졌고, 두 사람이 여기서 쇼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바로 자리를 떠났다.“가긴 어딜 가려는 거야? 내 남자 꼬실 땐 언제고, 이젠 오히려 도망치려는 거야?”지아는 백채원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이때 도윤은 목소리를 낮추었다.“그만해, 더 이상 귀찮게 굴지 마.”백채원은 도윤의 몸에서 나는 싸늘한 기운에 겁을 먹고 얼른 코를 훌쩍이며 울부짖는 것까지 멈추었다.그리고 그녀는 순식간에 불쌍한 모습을 드러내며 억울하게 말했다.“오늘은 우리의 결혼식인데, 당신은 오히려 손님들 앞에서 소지아를 안고 떠났으니 나와 우리 집안을 완전히 무시한 거잖아요!”“일이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나도 어쩔 수 없었어.”도윤은 백채원을
“네가 아버님의 친딸이라고? 그럼 지아의 부모님은?”도윤은 일련의 질문을 던졌고 백채원은 그가 지아를 언급한 것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워했다.“내가 어떻게 그걸 알겠어요.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야 난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물론 지금은 지아의 정체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소계훈이 그녀의 아버지든 아니든 지아는 마음속으로 소계훈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으로 여겼다.“그럼 아버님이 네 아버지라는 것을 안 이상,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아버님은 전에 이미 머리를 다친 적이 있는데.”백채원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나 정말 몰랐다니까요! 그동안 우리는 만난 적이 없는 데다 난 얼마 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어요. 난 아빠를 찾으려 했지만, 식물인간이 된 후 행방불명 되었다는 것밖에 알아낼 수밖에 없었고요. 비록 사진에서 본 적이 있지만, 그때의 아빠는 지금과 너무 달랐으니 나도 즉시 알아보지 못했어요. 도윤 씨,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난 이미 우리 엄마를 죽였으니 또 어떻게 내 친아버지를 해치겠어요.”도윤은 백채원이 슬퍼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네가 사람 시켜 청첩장을 보냈으니, 이건 네가 받아야할 벌이지.”“그럼 당신은요? 당신은 뭔데요? 분명히 나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왜 자구 소지아와 끊임없이 얽히는 거죠? 도대체 날 뭘로 생각한 거냐고요? 당신 마음속에 내가 있긴 한 거예요?”백채원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도윤은 싸늘하게 웃으며 오히려 반문했다.“내 마음속에 네가 있을 거 같아?”이것은 백채원이 스스로 모욕을 자초한 것과 다름없었다.도윤은 그녀를 휠체어에 잘 앉힌 다음 천천히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가볍게 말했다.“백채원, 내가 지난번에 경고했지. 전림을 봐서 사모님의 자리는 너에게 줄 수 있지만 얌전하게 있는 게 좋을 거라고. 내 마음속에 있어 넌 영원히 내 형수고, 난 평생 너를 사랑할 리가 없어. 다음 생은 더더욱 그럴 리가 없을 것이고! 넌 나의 감정
지아는 의사로부터 소계훈의 상황을 알게 되었고, 일시에 슬퍼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몰랐다.소계훈이 무사해서 다행이지만 심각한 것은 그가 또다시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자신과 뱃속의 아이가 소계훈을 이 세상에 남겨둘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소계훈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도윤은 성큼성큼 들어왔고, 길쭉한 그림자가 지아를 뒤덮었다.“지아야.”도윤을 보자 지아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는 더욱 숨길 수 없는 원한을 드러냈다.“또 뭘 하러 왔어? 내가 죽었는지 확인하러 온 거야?”전에 도윤을 바라보던 눈동자에는 사랑이 넘쳐흘렀지만 지금은 오직 경멸과 증오밖에 남지 않았다.도윤의 머릿속에는 온통 지난날 지아가 자신을 깊이 사랑했을 때의 귀여운 모습뿐이었다. 그렇게 알콩달콩한 두 사람은 어떻게 오늘의 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까?지금의 지아는 도윤을 한 번만 봐도 싫증이 났다.도윤은 소리 없이 한숨을 쉬었다.“지아야, 내가 네 친부모님 찾아줄게.”그는 지아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지아가 자신을 상대하게끔 하려면 오직 이런 방식뿐이었다.아니나 다를까, 이미 몸을 돌린 지아는 다시 고개를 돌려 도윤을 바라보았다.“뭐라고?”“난 방금 백채원이 소씨 집안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어.”수수께끼로 뒤덮인 자신의 정체를 언급하자, 지아는 그제야 입을 열어 도윤과 말을 했다.“헛수고할 필요 없어. 정일 아저씨가 살아있을 때, 이미 여기저기 알아보았지만, 그때의 그 산후조리원은 이미 화재로 잿더미로 됐고 사장님조차도 목숨을 잃었으니 조사하려 해도 아무런 방법이 없어.”“하지만 이 진실을 아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지아의 눈빛이 반짝였다.“진수련 말하는 거야?”“응, 진수련은 이 모든 일을 시작했으니 그 여자보다 네 친부모님이 누구인지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야.”“하지만 그 여자는 쉽게 진실을 말하지 않을 거야. 난 아빠
비록 지아는 도윤이 미웠지만, 그가 한 말은 일리가 있었다.아이를 위해서 지아는 도윤의 힘을 빌려야 했다.사랑 때문은 아니었지만 지아는 단지 이 두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찾고 싶었다.지아는 다시 한번 이사를 했다. 이번에 도윤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꼭 조심하라고 거듭 강조했다.새집은 바다와 접해 있어, 눈을 뜨면 지아는 푸른 바다를 볼 수 있었고 뒤에는 산까지 끼고 있어 그 풍경은 무척 아름다웠으며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었다.그러나 해가 뜨는 아침마다 정원에는 더 이상 바쁘게 움직이는 그림자가 없었다.그리고 그녀에게 조각상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아버지도 없었다.소계훈은 상황이 안정된 후 이곳으로 보내졌고, 온종일 의료진들과 함께 했다.그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었는데, 그동안 간신히 조금씩 회복한 안색은 차분하고 평온했는데, 두 눈을 살짝 감으니 마치 잠든 것 같았다.그러나 지아는 이번에 그 누구도 소계훈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당분간 그는 개두술을 할 수 없었는데, 아무리 대단한 의사라 할지라도 그 위험은 엄청 컸다.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이렇게 몸을 휴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계훈이 깨어날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고, 일정한 시간 후에 이 세상을 떠날 확률이 더 높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아는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그녀는 하루하루 정성껏 소계훈을 돌보며 그가 언젠가 깨어날 것이라 믿고 있었다.다만 소계훈이 아직 다 만들지 못한 장남감들을 보니, 지아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여기의 한 방에는 소계훈이 조각한 장난감, 땡땡이부터 아기 침대, 작은 목마와 각종 장난감까지 가득 놓여 있었다.미연도 눈시울을 붉히며 눈을 비비면서 말했다.“어르신은 그 누구보다도 아가씨의 아이가 태어나기를 바라고 있어요. 매일 장난감들을 엄청 열심히 만드셨는데, 때로는 12시가 되었어요 아직 주무시지 않았어요. 저도 늘 어르신에게 일찍 쉬라고, 앞으로 시간이 많다고 말렸거든요.”“하지만 어르신은 늘 세상
미연은 지아를 꼭 안아주었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였지만, 미연은 어른처럼 지아를 위로했다.“아가씨, 울지 마요. 아가씨한테 제가 있잖아요. 저는 아가씨를 잘 돌볼 거예요. 어르신도 이미 상태가 많이 안정 됐으니 아무 일 없을 거예요. 며칠 후에 깨어날지도 모르니까 다 잘될 거예요.”지아도 전에 이 말을 믿었지만 운명은 그녀로 하여금 이 세상에 최악은 없고 오직 더욱 나쁜 일만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겪어보지 않으면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재수 없을지 영원히 모른다.모두들 지구가 자전하고 있으니, 사람은 영원히 재수 없는 자리에 계속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지아는 정말 조금의 희망도 느낄 수 없었다.지아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잠에서 깨어나기만 하면, 소계훈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것만 같았다.아마 뱃속의 아이도 의외의 사고를 당하거나 발육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심지어 지아는 위암이 발작해서 더 이상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지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미연아, 나 정말 무서워 죽겠어. 난 이제 나와 내 아이가 죽을까 봐 너무 두려워. 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이 두 아이를 연루시키고 싶지 않아.”“아가씨, 지금 뱀한테 물려서 밧줄 그림자만 봐도 겁을 먹은 거예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는 거예요? 여긴 매우 안전하니까 아무도 함부로 들이닥치지 않을 거예요. 대표님은 심지어 아가씨를 위해 산부인과의 의사와 병원의 설비까지 모두 구해왔다니까요. 그 설비들을 제가 한 번 검색해 봤는데, 한 대만 해도 수억 원이에요. 엄청 비싸다고요. 대표님은 아가씨를 정말 신경 쓰고 있으니 절대로 그런 일 일어나지 못하게 할 거예요.”미연은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지아를 위로했다.“지금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요. 일은 아직 최악의 지경에 이르지 않았으니까요. 어르신도 이번 위기를 넘겼으니 틀림없이 깨어나실 거예요. 아가씨는 그저 순순히 출산하는 날까지 기다리면 돼요. 아이는 건강하
뱃속의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고 있었다. 이제 겨우 4개월 좀 넘었기에 아이들의 움직임은 그리 크지 않았다. 지아도 그저 은근히 감각이 있을 뿐 임신 후기만큼 강렬하지 못했다.지아는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졌고 아이들도 점차 조용해졌다.요 며칠, 아이들은 매우 얌전했는데, 임신 초기에 지아가 심하게 토한 것을 제외하고, 지금은 아무런 불편한 느낌도 없었다.‘딱 봐도 착한 아이들이네. 엄마를 아낄 줄도 알고.’아이를 언급하자, 지아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웃음이 가득했다.“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어, 그저 건강하기만 하면 돼.”미연은 턱을 짚으며 말했다.“하긴요, 저도 이제 깨달은 셈이에요. 이 세상에는 돈이 아무리 많고, 권력이 아무리 커도 다 건강보다 못해요.”지아는 한숨을 쉬었다.“그렇게 많은 것을 잃은 후에야 나도 가족이 곁에서 항상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아가씨는 임신하는 동안 점점 더 생기가 있고 예뻐진 것 같아요. 매일 기운도 있고. 딸이든 아들이든 이 두 아이는 모두 착한 아이니까 저도 막 아가씨가 부러워지려고 해요.”지아는 오래간만에 미연을 놀렸다.“아이가 그렇게 좋은 거야? 그럼 연애할 수 있도록 내가 휴가 며칠 좀 내줄까?”“싫어요, 난 혼자가 좋아요.”“그래? 근데 어제 누가 남자랑 음성 문자 보낼 때, 목소리가 막 간드러지게 변했을까? 어찌나 달콤하게 선배라고 부르던지.”미연은 부끄러움에 즉시 얼굴을 붉혔다.“아, 아가씨 또 저 놀리는 거예요?”지아는 어깨로 미연을 가볍게 부딪쳤다.“농담 그만하고, 너 사실대로 말해봐. 그 선배가 바로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지?”“굳이 말하자면 짝사랑이라고 할 수 있죠. 그것도 제가 몰래 짝사랑하고 있는 거예요. 예전에 저희 같은 고등학교였는데, 선배는 아주 훌륭했거든요. 그리고 저를 몇 번 도와주었고, 저는 그거 하나하나 마음속으로 기억해 두었어요. 후에 열심히 공부해서 선배가 있는 대학에 합격했거든요. 그때 선배에게 고백하려고
내일 산전검사를 앞두고, 지아는 긴장과 기대로 가득했다. 이번에 그녀는 지난번 임신했을 때보다 더욱 긴장해졌고 또 더욱 많은 신경을 썼다.내일이면 입체 초음파로 아이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지아는 더욱 흥분을 참지 못했다.지아는 평소와 같은 시간에 소계훈의 방에 도착했다. 소계훈은 이미 3개월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고 조금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는 마치 이런 방식으로 지아와 타협하는 것만 같았다. 소계훈의 몸은 아직 이 세상에 머물고 있지만, 영혼은 이미 어디로 날아갔는지 모른다.하지만 소계훈이 아직 숨쉬고 있는 한, 지아는 딸로서의 자신과 아버지인 소계훈의 연결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그녀는 돌아갈 집이 없는 아이가 아니었다.예전대로 소계훈의 몸을 닦아준 후, 지아는 잠시 책을 읽어주었고, 다시 소계훈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아빠, 내일이면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있어요. 만약 이 말 들리면 빨리 깨어나시는 건 어때요? 난 즐거운 순간마다 아빠와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이제 몇 개월 뒤면 아이들이 태어날 거예요. 아빠가 만든 장난감들 다 잘 보관하고 있으니까 그때 아이들에게 전해줄 거예요. 그들은 틀림없이 엄청 좋아할 거예요.”지아는 수많은 말을 한 다음, 한쪽에 있는 기구를 보았지만, 모든 수치는 여전히 평온했고 소계훈이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지아는 한숨을 내쉬며 날로 야위어지는 소계훈을 바라보았고 목소리에는 약간의 죄책감을 품고 있었다.“아빠, 지금 내가 아주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겠죠? 계속 아빠를 억지로 붙잡고 놓으려 하지 않았으니까요. 죄송해요, 하지만 내가 지금 곁에 남길 수 있는 게 정말 너무 적거든요. 아빠는 이제 남은 내 유일한 가족이라서 난 이대로 아빠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아빠, 빨리 깨어나서 나와 아이 좀 보면 안 돼요?”하지만 소계훈은 여전히 전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지아는 하는 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아빠, 잘 쉬고 있어요. 내일 또 보러 올게요.”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