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지아는 도윤이 미웠지만, 그가 한 말은 일리가 있었다.아이를 위해서 지아는 도윤의 힘을 빌려야 했다.사랑 때문은 아니었지만 지아는 단지 이 두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찾고 싶었다.지아는 다시 한번 이사를 했다. 이번에 도윤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꼭 조심하라고 거듭 강조했다.새집은 바다와 접해 있어, 눈을 뜨면 지아는 푸른 바다를 볼 수 있었고 뒤에는 산까지 끼고 있어 그 풍경은 무척 아름다웠으며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었다.그러나 해가 뜨는 아침마다 정원에는 더 이상 바쁘게 움직이는 그림자가 없었다.그리고 그녀에게 조각상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아버지도 없었다.소계훈은 상황이 안정된 후 이곳으로 보내졌고, 온종일 의료진들과 함께 했다.그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었는데, 그동안 간신히 조금씩 회복한 안색은 차분하고 평온했는데, 두 눈을 살짝 감으니 마치 잠든 것 같았다.그러나 지아는 이번에 그 누구도 소계훈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당분간 그는 개두술을 할 수 없었는데, 아무리 대단한 의사라 할지라도 그 위험은 엄청 컸다.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이렇게 몸을 휴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계훈이 깨어날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고, 일정한 시간 후에 이 세상을 떠날 확률이 더 높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아는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그녀는 하루하루 정성껏 소계훈을 돌보며 그가 언젠가 깨어날 것이라 믿고 있었다.다만 소계훈이 아직 다 만들지 못한 장남감들을 보니, 지아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여기의 한 방에는 소계훈이 조각한 장난감, 땡땡이부터 아기 침대, 작은 목마와 각종 장난감까지 가득 놓여 있었다.미연도 눈시울을 붉히며 눈을 비비면서 말했다.“어르신은 그 누구보다도 아가씨의 아이가 태어나기를 바라고 있어요. 매일 장난감들을 엄청 열심히 만드셨는데, 때로는 12시가 되었어요 아직 주무시지 않았어요. 저도 늘 어르신에게 일찍 쉬라고, 앞으로 시간이 많다고 말렸거든요.”“하지만 어르신은 늘 세상
미연은 지아를 꼭 안아주었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였지만, 미연은 어른처럼 지아를 위로했다.“아가씨, 울지 마요. 아가씨한테 제가 있잖아요. 저는 아가씨를 잘 돌볼 거예요. 어르신도 이미 상태가 많이 안정 됐으니 아무 일 없을 거예요. 며칠 후에 깨어날지도 모르니까 다 잘될 거예요.”지아도 전에 이 말을 믿었지만 운명은 그녀로 하여금 이 세상에 최악은 없고 오직 더욱 나쁜 일만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겪어보지 않으면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재수 없을지 영원히 모른다.모두들 지구가 자전하고 있으니, 사람은 영원히 재수 없는 자리에 계속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지아는 정말 조금의 희망도 느낄 수 없었다.지아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잠에서 깨어나기만 하면, 소계훈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것만 같았다.아마 뱃속의 아이도 의외의 사고를 당하거나 발육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심지어 지아는 위암이 발작해서 더 이상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지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미연아, 나 정말 무서워 죽겠어. 난 이제 나와 내 아이가 죽을까 봐 너무 두려워. 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이 두 아이를 연루시키고 싶지 않아.”“아가씨, 지금 뱀한테 물려서 밧줄 그림자만 봐도 겁을 먹은 거예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는 거예요? 여긴 매우 안전하니까 아무도 함부로 들이닥치지 않을 거예요. 대표님은 심지어 아가씨를 위해 산부인과의 의사와 병원의 설비까지 모두 구해왔다니까요. 그 설비들을 제가 한 번 검색해 봤는데, 한 대만 해도 수억 원이에요. 엄청 비싸다고요. 대표님은 아가씨를 정말 신경 쓰고 있으니 절대로 그런 일 일어나지 못하게 할 거예요.”미연은 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지아를 위로했다.“지금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요. 일은 아직 최악의 지경에 이르지 않았으니까요. 어르신도 이번 위기를 넘겼으니 틀림없이 깨어나실 거예요. 아가씨는 그저 순순히 출산하는 날까지 기다리면 돼요. 아이는 건강하
뱃속의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고 있었다. 이제 겨우 4개월 좀 넘었기에 아이들의 움직임은 그리 크지 않았다. 지아도 그저 은근히 감각이 있을 뿐 임신 후기만큼 강렬하지 못했다.지아는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졌고 아이들도 점차 조용해졌다.요 며칠, 아이들은 매우 얌전했는데, 임신 초기에 지아가 심하게 토한 것을 제외하고, 지금은 아무런 불편한 느낌도 없었다.‘딱 봐도 착한 아이들이네. 엄마를 아낄 줄도 알고.’아이를 언급하자, 지아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웃음이 가득했다.“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어, 그저 건강하기만 하면 돼.”미연은 턱을 짚으며 말했다.“하긴요, 저도 이제 깨달은 셈이에요. 이 세상에는 돈이 아무리 많고, 권력이 아무리 커도 다 건강보다 못해요.”지아는 한숨을 쉬었다.“그렇게 많은 것을 잃은 후에야 나도 가족이 곁에서 항상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아가씨는 임신하는 동안 점점 더 생기가 있고 예뻐진 것 같아요. 매일 기운도 있고. 딸이든 아들이든 이 두 아이는 모두 착한 아이니까 저도 막 아가씨가 부러워지려고 해요.”지아는 오래간만에 미연을 놀렸다.“아이가 그렇게 좋은 거야? 그럼 연애할 수 있도록 내가 휴가 며칠 좀 내줄까?”“싫어요, 난 혼자가 좋아요.”“그래? 근데 어제 누가 남자랑 음성 문자 보낼 때, 목소리가 막 간드러지게 변했을까? 어찌나 달콤하게 선배라고 부르던지.”미연은 부끄러움에 즉시 얼굴을 붉혔다.“아, 아가씨 또 저 놀리는 거예요?”지아는 어깨로 미연을 가볍게 부딪쳤다.“농담 그만하고, 너 사실대로 말해봐. 그 선배가 바로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지?”“굳이 말하자면 짝사랑이라고 할 수 있죠. 그것도 제가 몰래 짝사랑하고 있는 거예요. 예전에 저희 같은 고등학교였는데, 선배는 아주 훌륭했거든요. 그리고 저를 몇 번 도와주었고, 저는 그거 하나하나 마음속으로 기억해 두었어요. 후에 열심히 공부해서 선배가 있는 대학에 합격했거든요. 그때 선배에게 고백하려고
내일 산전검사를 앞두고, 지아는 긴장과 기대로 가득했다. 이번에 그녀는 지난번 임신했을 때보다 더욱 긴장해졌고 또 더욱 많은 신경을 썼다.내일이면 입체 초음파로 아이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지아는 더욱 흥분을 참지 못했다.지아는 평소와 같은 시간에 소계훈의 방에 도착했다. 소계훈은 이미 3개월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고 조금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는 마치 이런 방식으로 지아와 타협하는 것만 같았다. 소계훈의 몸은 아직 이 세상에 머물고 있지만, 영혼은 이미 어디로 날아갔는지 모른다.하지만 소계훈이 아직 숨쉬고 있는 한, 지아는 딸로서의 자신과 아버지인 소계훈의 연결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그녀는 돌아갈 집이 없는 아이가 아니었다.예전대로 소계훈의 몸을 닦아준 후, 지아는 잠시 책을 읽어주었고, 다시 소계훈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아빠, 내일이면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있어요. 만약 이 말 들리면 빨리 깨어나시는 건 어때요? 난 즐거운 순간마다 아빠와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이제 몇 개월 뒤면 아이들이 태어날 거예요. 아빠가 만든 장난감들 다 잘 보관하고 있으니까 그때 아이들에게 전해줄 거예요. 그들은 틀림없이 엄청 좋아할 거예요.”지아는 수많은 말을 한 다음, 한쪽에 있는 기구를 보았지만, 모든 수치는 여전히 평온했고 소계훈이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지아는 한숨을 내쉬며 날로 야위어지는 소계훈을 바라보았고 목소리에는 약간의 죄책감을 품고 있었다.“아빠, 지금 내가 아주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겠죠? 계속 아빠를 억지로 붙잡고 놓으려 하지 않았으니까요. 죄송해요, 하지만 내가 지금 곁에 남길 수 있는 게 정말 너무 적거든요. 아빠는 이제 남은 내 유일한 가족이라서 난 이대로 아빠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아빠, 빨리 깨어나서 나와 아이 좀 보면 안 돼요?”하지만 소계훈은 여전히 전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지아는 하는 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아빠, 잘 쉬고 있어요. 내일 또 보러 올게요.”지아
노지혜는 많은 힘을 들여서야 아이의 얼굴을 찍을 수 있었고, 그 생김새는 방금 전의 아이보다 좀 더 청수하게 생겼다.“사모님, 이 아이는 사모님을 닮은 것 같아요. 너무 좋네요. 아들딸 쌍둥이에요.”지아는 눈물을 훔쳤다.“아들이든 딸이든 중요하지 않아. 두 아이 다 건강했으면 됐어.”“걱정 마세요. 아이의 발육은 모두 정상이라 아무런 이상도 없어요. 게다가 두 아이는 성격이 제각기 달라서 하나는 활발하고 하나는 조용하네요. 이따가 이 영상을 사모님 핸드폰으로 보낼게요.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서 보세요.”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에이, 고맙긴요, 다 제가 할 일인데요. 사모님도 안심하세요. 이제 곧 아이들과 만날 수 있을 거예요.”“응.”모든 검사를 마친 다음, 지아도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았다.방으로 돌아가자, 그녀는 또 의사가 보낸 아이의 동영상을 미연에게 보여주었고, 미연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정말 귀여운 아이들이네요. 그들과 만나는 날이 너무 기대돼요.”지아는 자신의 배를 만졌다.“나도 엄청 기대하고 있어. 이 좋은 소식을 얼른 아빠에게 전해줘야지.”“그래요.” 미연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이제 나도 빨리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비해 줘야겠어.”지아의 발걸음은 많이 가벼워졌고, 소계훈의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바로 입을 열었다.“아빠, 좋은 소식이에요. 아이들 아주 건강하고, 심지어 아들딸 쌍둥이에요. 게다가 하나는 장난기가 많지만 다른 하나는 엄청 조용하고요. 그런데 어느 게 장난꾸러기인지 아세요?”“정답은, 아빠 손녀가 개구쟁이고, 손자는 오히려 얌전한 거예요. 그리고 남자아이는 이도윤 그 나쁜 놈과 많이 닮았지만, 성격은 전혀 닮지 않았어요. 얼마나 웃기를 좋아하는지, 앞으로 웃을 때 엄청 귀여울 거예요. 아빠는 손자 손녀들 보고 싶지 않은 거예요? 빨리 깨어나세요. 아이들도 모두 할아버지가 보고 싶단 말이에요.”소계훈은 손가락을 움직이더니 지아의 말에 응답하는 것 같았다.이를 본 지아는 얼른 소계훈의
이른 아침, 지아는 악몽 때문에 놀라서 깨어났다.악몽은 머릿속에 또렷이 떠올랐고, 지아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났다.그동안 그녀는 줄곧 마음을 편하게 해서 여태껏 이렇게 무서운 꿈을 꾼 적이 없었다.침대에서 내려오자, 지아는 욕실에 가서 샤워를 했다.물이 나오자, 볼록 나온 배 안은 매우 소란스러웠다. 두 아이는 샤워를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매번 지아가 목욕할 때, 특히 활발했다.수온은 높지 않았고, 부드러운 물방울이 뱃가죽에 떨어졌다.남들은 임신하면 피부가 거칠어지고 몸에 털도 많아졌지만, 이상하게도 지아는 피부는 부드럽고 매끄러워 가장 아름다운 임산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녀는 한 손으로 배를 어루만지며 아이를 달했다. 아이들의 존재 때문에 지아도 점차 삶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욕실에서 나왔지만, 기분은 여전히 뒤숭숭했고, 텅 빈 방은 더욱 죽은 듯이 고요했다. 그래서 지아는 휴대전화를 보았다.‘몇 달 동안 외부와 연락이 닿지 않았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이상하게도 인터넷에서는 이미 도윤과 백채원에 관한 아무런 소식도 검색할 수 없었는데 마치 누군가 일부러 기사를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이 석 달 동안, 지아는 도윤과 만난 적이 없었다.‘그 남자는 지금 백채원의 곁에서 좋은 남편 행세하고 있겠지.’sns를 뒤져보니, 민아는 밤만 되면 슬픈 글을 올렸고, 이튿날에는 여전히 열심히 일을 했다. 보아하니 그녀 최근의 상태도 나쁜 진 않은 것 같았다.‘사장님은 까다롭지만 돈은 정말 많이 주나 보네.’그리고 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도 큰 변화가 없었다.지아의 시선은 그중 한 사람이 공유한 링크에 떨어졌고, 그것은 한 개인 소장품 경매였다.지아는 원래 이런 장소에 별로 흥미가 없었기에, 전에 소씨 집안에 있었던 골동품이 있는지만 살펴보았다.그러나 뜻밖에도 그녀는 정말 자신의 아빠가 줄곧 말한 용과 봉황 모양으로 된 한 쌍의 펜던트를 보았는데, 그것은 소씨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급이라 할 수 있는 펜던트였다
요 며칠, 미연은 기대를 잔뜩 하고 있었다. 심지어 종래로 피부를 관리하지 않던 사람이 특별히 팩을 하기 시작했으니, 그 선배란 사람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미연은 그 누구보다도 이번 짧은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날이 다가오자, 그녀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지만, 또 좀 긴장했다.“아가씨, 저 이 옷 입으면 너무 못생기지 않았나요? 선배는 외국에서 돌아왔으니 제가 촌스럽다고 생각하겠죠?”지아는 원래 자신의 옷을 미연에게 주려고 했지만, 그녀의 가장 싼 옷도 가격이 수천 만 정도 했다.사귀는 것을 전제로 한 이상, 지아는 미연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두 사람도 앞으로 다른 문제 때문에 다투거나 실망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아니, 만약 그 사람도 너를 좋아한다면, 네가 어떤 옷을 입어도 예쁘다고 생각할 거야. 안심해, 자신감 가지고 공항으로 가. 부담 갖지 말고.”미연은 곁에 앉은 지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금 심플한 하얀 치마를 입고 있었고 머리를 말아 올렸으며, 액세서리나 화장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백조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웠다.“네, 저도 아가씨 따라배울 거예요. 침착하자, 침착해, 선배도 그냥 남자일 뿐, 부담 가질 필요 없어.”미연은 혼잣말을 하다 또 긴장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그건 선배잖아! 내가 그동안 줄곧 짝사랑해온 남자! 난 지금까지도 우리의 첫 만남을 기억하고 있는데…….”말하면서 미연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받쳐들며 또 다시 그 선배에게 빠지지 시작했고, 지아는 한숨을 쉬었다.“정말 구제불능이군.”도중에 미연은 지아의 옆에서 재잘거리며, 선배인 장민호가 얼마나 우수하고 또 얼마나 멋지게 등장했는지를 이야기했다.지아는 자신이 캠퍼스 장르의 연애소설까지 쓸 수 있다고 느꼈다.차가 경매장의 지하 차고에 멈추자, 미연은 잠시 이 화제를 멈추었다.“아가씨, 정말 제가 같이 안 가줘도 되는 거예요?”“응, 가서 선배랑 데이트
하지만 부수기도 전에, 문은 안에서 열렸다.지아는 볼록 튀어나온 배를 안고 문 앞에 서 있었고, 염경훈의 절반 빨개진 얼굴과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경호원을 바라보았다.도윤의 사람은 그와 성격이 같았는데, 냉정하고 말이 적으면서 또 차분했다.그들은 종래로 먼저 문제를 일으키지도, 또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지도 않았다. 그들의 직책은 지아를 보호하는 것이었기에 염경훈도 줄곧 참으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려고 하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여전히 그만두려 하지 않고 더욱 날뛰며 심지어 그의 뺨을 때렸다.이때 지아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 낯선 여자의 얼굴이었다. 그녀의 말투를 들으면 A시 사람 같지가 않았고, 온몸에 사치품으로 가득 뒤덮여 마치 걸어 다니는 패션모델 같았다.지아가 말을 하기도 전에 그 여자는 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시선은 마지막에 그녀의 배에 떨어졌다.“뭐야, 무슨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냥 임신한 여자잖아.”그녀는 손에 든 2억 정도 하는 핸드백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며 지아에게 건네주었다.“이 방, 나 마음에 들었으니까 나한테 양보해.”그 위에는 공이 8개 적혀 있었지만, 지아는 보지도 않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사과해.”이 말이 나오자, 여자는 웃으며 말했다. “뭐? 나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개한테 사과하라니? 내가 누군지 알고 까부는 거야? 난…….”찰싹하는 소리가 나더니 지아는 아주 깔끔하게 뺨을 날렸다.여자는 바로 멍해졌다. 그녀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지아를 보며 말문이 막혔고, 많이 연약해 보이는 임산부가 갑자기 손을 들 줄은 정말 몰랐다.“네가 누구든 관심없어. 하지만 내 경호원에게 사과하려 하지 않는 이상, 나도 내 방식으로 너와 ‘소통’할 수밖에 없어.”지아는 염경훈이 원칙 있는 남자로서 절대로 여자를 때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내가 때리면 되겠네.’“이 미친년이 감히 나를 때려? 우리 엄마 아빠도 나 때린 적이 없는데! 오늘 네 뱃속의 아이까지 모두 죽여버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