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은 그전의 일을 그대로 보고했다.“지금 보면, 어르신은 일부러 침착한 척하셨던 것 같아요. 제가 오기 전에 어르신은 심지어 무언가를 찢고 있었는데.”미연은 더러운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미처 치우지 못한 쓰레기통을 바닥에 쏟았는데, 빨간 청첩장이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이게 뭐야?”미연은 얼른 청첩장을 다시 맞추었다.“큰일이에요. 어르신께서 청첩장을 보셨어요. 참, 방금 또 제 휴대전화를 빌리셨는데, 그 후에 바로 방으로 돌아가셨고요. 어르신 설마 이미 결혼식장에 가신 건 아니겠죠?”지아의 얼굴은 순간 하얗게 질렸다.“언제 적 일이야?”“30분 전에요.”“큰일이야, 차 대기하라고 해, 내가 곧 갈 테니까. 우리 아빠 꼭 막아야 해!”소계훈은 이미 2년 넘게 바깥의 사람들을 접촉하지 않았는데,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현재의 상태에서 변진희의 죽음, 그리고 도윤의 배신 등 일을 알게 된다면, 소계훈은 틀림없이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지아는 재빨리 도윤에게 연락했는데, 결혼식 때문에 너무 바쁜지, 그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그녀는 또 서둘러 진환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역시 아무도 받지 않는 상태였다.지아는 미쳐버리기 직전이었다.‘백채원 이 여자 정신 나간 거 아니야? 이도윤과 곧 결혼할 거면서 대체 왜 이런 징그러운 일을 꾸미려는 거지?’미연은 줄곧 자책했다.“죄송해요, 아가씨.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꼼꼼하게 상황을 살펴서 이 일을 일찍 발견했다면 어르신도 나가지 않았을 텐데.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는 정말 백 번 죽어도 할 말이 없어요.”“이건 너와 아무 상관이 없어.”자신과 도윤 사이의 일은 소계훈조차 몰랐으니 미연은 또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미연은 두 손으로 지아의 손을 꼭 잡았는데, 그녀의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가득 찼다.“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지금 아가씨는 아직 임신 중이시잖아요. 너무 흥분하시면 안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 잊지 마세요.”“응, 긴장하지 않을게.”지아
소계훈은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지만 도윤을 보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백정일과 변진희도 아직 참석하지 않았다.그가 아는 바에 의하면, 백정일에게는 딸이 하나밖에 없었다.‘그 사람은 자신의 외동딸이 결혼을 하는데 왜 아직도 오지 않은 거지?’오히려 백씨 집안의 어르신은 무청 늙어 보였고 얼굴에는 기쁨이 조금도 없었다.몇 바퀴를 돌자 소계훈은 좀 힘이 들었다. 그는 잠시 쉴 곳을 찾으려고 했지만, 옆의 레저 구역에서 전해오는 한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채원 언니, 소지아가 정말 올까요?”소지아란 세 글자는 소계훈의 주의를 끌었고, 그는 그 방향을 따라 바라보았는데, 웨딩드레스를 입고 휠체어에 앉은 백채원을 발견했다. 그녀는 문 앞에 걸어둔 거대한 사진 속의 여자와 똑같았다.‘이 아이가 바로 도윤과 결혼하려는 사람인가?’소계훈을 놀라게 한 것은 백채원이 뜻밖에도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것이었다.전에 머릿속에 내연녀 등 좋지 않은 말들이 많이 떠올랐지만, 백채원이 장애인인 것을 보고 그는 마음속의 분노가 좀 줄어들었다. ‘어쩌면 이 일이 내가 생각한 그런 게 아닐 수도 있어. 이 속에 무슨 오해라도 있는 건가?’소계훈은 자신보다 어린 여자아이를 귀찮게 할 리가 없었기에, 그는 여전히 도윤이 나타난 후 똑똑히 물어보려 했다.백채원의 안색은 너무나도 안 좋았는데, 지아를 언급하자, 그녀는 더욱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소지아가 오든 안 오든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어. 앞으로 내가 바로 명실상부한 이씨 가문의 사모님이니까.”“그래요, 소지아는 이미 아무것도 아니죠.” 여금청은 이제 많이 똑똑해졌는데, 백채원 앞에서 더 이상 지아를 심하게 의논하지 못했다.백채원은 부모님이 죽은 후 성격이 크게 변했고. 그녀는 휠체어 손잡이를 꽉 잡으며 얼굴이 일그러졌다.“그 천한 년, 이혼하고도 도윤 씨를 꼬시다니. 난 절대로 그 여자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채원 언니, 어쨌든 지금 대표님과 결혼할 사람은 언니지 소지아가 아니잖아요. 그럼 언니는 이
세상을 떠났다는 말은 소계훈의 머릿속에서 터졌고, 그는 그저 자신의 호흡이 곤란하다고 느끼며 온몸의 피가 굳은 것 같았다.그의 얼굴은 유난히 보기 창백해졌는데, 몸은 자신도 모르게 떨리고 있었고, 심지어 너무 흥분해서 백채원의 손을 덥석 잡았다.“너희 엄마가 어떻게 죽은 거지?”백채원은 남이 자기 앞에서 변진희의 죽음을 언급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변진희를 죽인 것과 다름이 없었기에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우리 엄마가 어떻게 죽은 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어디서 온 촌놈이, 더 이상 꺼지지 않으면 경호원 부를게요.”백채원은 소계훈의 충격과 고통,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복잡한 표정을 바라보았다.‘설마 우리 엄마의 옛 친구인가?’이렇게 생각하니, 백채원도 소계훈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다.“됐어요, 오늘은 내가 결혼하는 날이니, 아저씨도 그냥 여기 남아서 식사하고 가요.”여금청은 소계훈을 흘겨보았다.“빨리 꺼지지 못 해? 자신이 옷 입은 꼴을 좀 봐, 여기가 당신이 올 수 있는 곳이야? 우리 채원 언니 웨딩드레스나 더럽히지 마.”소계훈은 변진희가 죽었다는 고통에 휩싸여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상관없었다.백채원은 그가 온몸을 떨며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바로 이때, 주은청이 두 아이를 데리고 걸어왔고, 채나는 달콤하게 외쳤다.“엄마.”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아이를 보자, 백채원은 표정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그녀는 지윤을 바라보았다.‘그동안 줄곧 보지 못했으니, 지윤도 이제 날 엄마라고 부르겠지?’하지만 지윤은 단지 백채원을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도윤과 닮은 그 작은 얼굴은 심지어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소계훈도 당연히 지윤을 보았다.“이 아이가 네 아들인가?”여금청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 거지? 사람 말 알아듣지 못하는 거야?”아이의 얼굴을 보자 소계훈은 그제야 깨달았다.“너와 도윤의 아이구나, 그렇지?”“뭘 그렇게 중얼거
이 말은 소계훈을 붕괴하게 만들었고, 줄곧 흔들리던 그의 몸은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세게 민 것 같았다.소계훈은 혈기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고, 다음 순간 그는 갑자기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이를 본 여금청은 놀라 비명을 질렀다.“아,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면 뭐라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경비원은 어디에 있는 거야? 이 사람을 쫓아내지 못해!”백채원은 여금청을 호되게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도윤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소계훈의 몸을 부축했다.“아버님, 괜찮으세요? 진 비서, 빨리 아버님을 병원으로 모셔!”소계훈은 고개를 돌려 도윤을 바라보았는데, 그가 신랑 예복을 입은 것을 보고 더욱 화가 나서 눈이 새빨개졌다.지금의 소계훈은 말 한 마디도 하지 못했고, 화가 나서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우, 우리 집 파산하게 된 거, 자, 자네가 한 짓인가?”소계훈은 자신이 줄곧 좋아했던 사위가 자신의 집안을 망친 범인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비록 그때의 일은 무척 수상했지만, 소계훈은 지금까지 도윤을 의심한 적이 없었고, 그저 자신이 전에 미움을 샀던 비즈니스 파트너가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버님, 아따 전부 설명해 드릴게요. 일단 집으로 돌아가요.”“돌아가?”소계훈은 차갑게 웃으며 지윤을 가리켰다.“이 아이도 자네 아들인가?”옆에 있던 여금청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물론이죠, 이 대표님과 똑 닮았으니 누가 봐도 대표님의 아들이잖아요.”소계훈은 손을 떨며 도윤의 얼굴을 향해 뺨을 내리쳤다. 비록 아무런 힘도 없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내 딸이 자네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자네 어떻게 지아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그리고 자네 그때 어떻게 나에게 맹세했지? 이 양심도 없는 놈아! 내가 정말 눈이 없어서 내 딸을 자네 같은 사람에게 시집보냈구나! 우리 집안이 자네한테 못해준 게 뭐가 있다고!
소계훈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지아는 머릿속이 새하얘지더니, 비명을 지르며 따라서 기절했다.“지아야!”도윤은 즉시 지아를 품에 안았고, 진환은 소계훈을 등에 업은 채 재빨리 떠났다.백채원도 이 갑작스러운 일들 때문에 어리둥절해졌는데, 상황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도윤이 지아를 안고 훌쩍 떠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울부짖으며 뒤에서 외쳤다.“이도윤! 곧 결혼식이 시작할 거라고요!”백채원은 다급한 마음에 도윤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자신의 불편한 다리와 무턱대고 일어선 결과, 그녀는 바닥에 세게 쓰러졌다.아무리 진귀한 웨딩드레스라도 지금의 백채원은 낭패를 감출 수 없었고, 더욱이는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말리지 못했다.여금청은 그제야 자신이 엄청난 사고를 쳤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녀는 재빨리 땅바닥에 엎드린 백채원을 일으켜 세웠다.“채원 언니, 괜찮아요?”그러나 백채원은 오히려 힘껏 그녀의 뺨을 때렸다.“미친 년! 너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여금청은 이번엔 그야말로 엄청난 일을 저질렀고, 그녀는 당황해진 채 설명했다.“채원 언니, 미안해요. 나는 단지, 단지…….”백채원은 그녀의 옷깃을 확 잡아당기더니 가슴 앞에 있는 레이스를 구겼다.“내가 만약 오늘 결혼하지 못한다면, 너 정말 끝났어!”여금청은 털썩 주저앉아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병원에서.소계훈과 지아는 각각 응급실로 실려갔다.곧 지아의 진단 결과가 나왔지만, 소계훈은 다시 수술실로 밀려났다.양요한은 도윤을 말렸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에게 큰 문제는 없고, 다만 너무 놀라서 잠시 혼수상태에 빠졌을 뿐이에요. 아이도 아주 건강하고요.”도윤은 피곤해진 미간을 쥐었다.“내가 걱정하고 있는 사람은 아버님이야. 아버님의 몸은 너무 취약해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지아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소계훈에게 무슨 일 생긴다면, 지아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바로 이때, 수술실에서 의사 한 명이 걸어 나왔
“아빠, 떠나면 안 돼요. 떠나면 나중에 누가 날 보호해 주겠어요? 그들은 어렸을 때처럼 날 괴롭힐 거예요.”“불쌍한 내 딸.”지아는 최선을 다해 소계훈을 설득했다.“아빠, 아직 내 아이가 태어나는 거 보지 못했으니 어떻게 이대로 떠날 수 있겠어요? 나 혼자 이 세상에 남아 고생하는 거 보고 싶은 거예요? 아이에게 이미 아빠가 없는데, 이제 외할아버지까지 없게 만들려고요?”소계훈의 표정이 좀 변했고, 그는 지아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지아야, 내가 가장 마음이 놓이지 않은 게 바로 너야.”지아는 힘껏 그의 손을 잡았다.“그러니까 가지 마요. 아이에게 외할아버지가 없으면 안 되잖아요. 아빠, 나도 아빠가 힘들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나를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만약 아빠가 떠난다면, 나는 이 세상에 의지할 가족이 더 이상 없을 거예요.”소계훈은 대답하지 않았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몰랐다. 지아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소계훈 앞에 무릎을 꿇었다.“난 이미 엄마를 잃었으니 더 이상 아빠를 잃고 싶지 않아요. 아빠, 아빠는 나를 제일로 귀여워하셨잖아요? 그러니 가지 마요, 네?”소계훈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었다.“그래, 아빠는 어디도 가지 않을게.”“아빠!”지아는 갑자기 눈을 뜨며 꿈에서 깨어났고 도윤은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아야, 좀 어때? 어디 아픈 데 없어?”지아는 그를 상대하기가 귀찮았다. “우리 아빠는? 어떻게 됐어?”바로 이때 진봉이 재빨리 달려왔다.“좋은 소식이에요, 방금 어르신께서 생존 의지가 나타났어요.”지아는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아빠 지금 어디에 있어?”“중환자실에요, 방금 한차례의 응급처치를 받았는데, 다행히 어르신은 갑자기 생존 의지를 가지게 되었고, 의사는 매우 순조롭게 응급처치를 진행했어요. 그러나 아직은 방문하면 안 돼서, 사모님은 밖에서 바라보실 수밖에 없어요.”“응, 난 한 번만 볼게, 딱 한 번만.”지아는 중환자실로 달려가 유리를 사이에 두고 혼수
도윤은 지아의 명령에 따라 재빨리 먹을 것을 가져왔고, 지아는 따뜻한 물을 마신 다음 또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울렁이는 느낌이 사라졌다.그녀가 좀 나아진 것을 보고 도윤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배가 아픈 거야? 우리 검사하러 가자. 너 아직 임신한지 3개월도 안 됐어. 내가 아무리 미워도 지금은 아이를 생각해야지.”지아는 도윤을 상대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금방 달려온 백채원이 이 말을 듣고 소리를 질렀다.“당, 당신들 나 몰래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복도에서 울렸다.지아는 원래 엄청 피곤했는데, 백채원이 이렇게 떠들자, 그녀는 불쾌함에 눈살을 찌푸렸다.“여기 병원이니까 좀 조용히 해.”“천한 년이 감히 내 남편을 꼬셔? 이게 죽으려고!”백채원은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는 소계훈을 보러 왔는데, 오자마자 이런 폭발적인 비밀을 들을 줄은 몰랐다.그녀는 부랴부랴 일어나려 했지만 또다시 심하게 넘어졌다.도윤은 이 상황을 보고 백채원이 넘어지지 않도록 그녀를 부축했는데, 백채원은 이 기회를 틈타 도윤의 품에 쓰러지더니 눈물을 흘렸다.“도윤 씨, 나랑 결혼하기로 약속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지아는 본래 답답한 마음이 더욱 나빠졌고, 두 사람이 여기서 쇼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바로 자리를 떠났다.“가긴 어딜 가려는 거야? 내 남자 꼬실 땐 언제고, 이젠 오히려 도망치려는 거야?”지아는 백채원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이때 도윤은 목소리를 낮추었다.“그만해, 더 이상 귀찮게 굴지 마.”백채원은 도윤의 몸에서 나는 싸늘한 기운에 겁을 먹고 얼른 코를 훌쩍이며 울부짖는 것까지 멈추었다.그리고 그녀는 순식간에 불쌍한 모습을 드러내며 억울하게 말했다.“오늘은 우리의 결혼식인데, 당신은 오히려 손님들 앞에서 소지아를 안고 떠났으니 나와 우리 집안을 완전히 무시한 거잖아요!”“일이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나도 어쩔 수 없었어.”도윤은 백채원을
“네가 아버님의 친딸이라고? 그럼 지아의 부모님은?”도윤은 일련의 질문을 던졌고 백채원은 그가 지아를 언급한 것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워했다.“내가 어떻게 그걸 알겠어요.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야 난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물론 지금은 지아의 정체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소계훈이 그녀의 아버지든 아니든 지아는 마음속으로 소계훈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으로 여겼다.“그럼 아버님이 네 아버지라는 것을 안 이상,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아버님은 전에 이미 머리를 다친 적이 있는데.”백채원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나 정말 몰랐다니까요! 그동안 우리는 만난 적이 없는 데다 난 얼마 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어요. 난 아빠를 찾으려 했지만, 식물인간이 된 후 행방불명 되었다는 것밖에 알아낼 수밖에 없었고요. 비록 사진에서 본 적이 있지만, 그때의 아빠는 지금과 너무 달랐으니 나도 즉시 알아보지 못했어요. 도윤 씨,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난 이미 우리 엄마를 죽였으니 또 어떻게 내 친아버지를 해치겠어요.”도윤은 백채원이 슬퍼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네가 사람 시켜 청첩장을 보냈으니, 이건 네가 받아야할 벌이지.”“그럼 당신은요? 당신은 뭔데요? 분명히 나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왜 자구 소지아와 끊임없이 얽히는 거죠? 도대체 날 뭘로 생각한 거냐고요? 당신 마음속에 내가 있긴 한 거예요?”백채원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도윤은 싸늘하게 웃으며 오히려 반문했다.“내 마음속에 네가 있을 거 같아?”이것은 백채원이 스스로 모욕을 자초한 것과 다름없었다.도윤은 그녀를 휠체어에 잘 앉힌 다음 천천히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가볍게 말했다.“백채원, 내가 지난번에 경고했지. 전림을 봐서 사모님의 자리는 너에게 줄 수 있지만 얌전하게 있는 게 좋을 거라고. 내 마음속에 있어 넌 영원히 내 형수고, 난 평생 너를 사랑할 리가 없어. 다음 생은 더더욱 그럴 리가 없을 것이고! 넌 나의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