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용품점에 도착하자, 도윤은 그제야 그때의 지아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윤은 그들의 첫번째 아이였으니, 이치대로라면 도윤은 누구보다도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러나 하필이면 그때, 이예린의 일은 두 사람 사이의 가장 큰 문제가 되었다.구름과 같은 색깔을 가진 작은 옷 하나하나를 보고 나서야 도윤은 지아가 그때 왜 그렇게 할 말이 많았는지, 그녀의 눈이 왜 그렇게 밝았는지를 깨달았다.아기의 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을 저격했고, 작고 부드럽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와, 대표님 이 말 좀 보세요. 정말 귀여워요. 그리고 이 장난감 총, 뿅뿅뿅, 너무 깜찍하잖아요.”“이 옷도 어쩜 이렇게 작을까요? 설마 아기가 이렇게 작은 거예요? 고양이 같아요.”“어머, 그리고 이 젖꼭지 좀 봐요.”진봉은 도윤보다 더 바빴다. 그처럼 거친 남자가 육아용품점에 있으니 마치 장군이 다림질하는 것과 같았고 엄청난 대조를 이루었다.한쪽의 점원은 도윤의 옷차림을 한 번 훑어보더니 바로 대단한 고객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낀 그 시계만 해도 이 가게 전체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안녕하세요, 아기 성별이 어떻게 되죠? 제가 추천해 드릴게요.”이 말에 도윤은 말문이 막혔다. 태아가 아직 너무 어렸기에 그들은 성별을 알 수 없었다.“그건 몰라.”“그렇군요, 그럼 여기에 있는 이 스타일들은 어떤가요? 이 색깔들도 신생아가 입기엔 적합해서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모두 잘 어울릴 거예요.”하지만 도윤은 한쪽에 있는 핑크 색으로 된 옷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속으로 지아가 딸을 낳기를 바랐다.비록 그녀가 쌍둥이를 임신해서 딸을 낳을 확률이 아주 컸지만, 또 누가 알겠는가? 두 아들을 낳는 것도 가능했다.“아이가 공주님이었으면 하시나 봐요.”여자아이의 옷은 남자아이에 비해 좀 정교했다. 부드러운 레이스, 리본, 예쁜 공주치마.도윤은 지아가 만약 그녀와 똑같이 생긴 딸을 낳으면 자신이 얼마나 기뻐할지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작고 부드러운 아이
작은 정원에서 보내는 나날은 간단하고 평온했다. 지아는 이쪽에서 나무를 조각하고 있었는데, 강미연은 무엇을 보았는지 전화를 껐고, 안색은 심하게 어두워지더니 심지어 입으로 몇 마디 중얼거렸다.“혼자서 무얼 그렇게 중얼대는 거야?” 지아는 그녀를 힐끗 보았고, 미연은 얼른 얼굴을 치켜들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아가씨 요 며칠 핸드폰 보지 마세요. 얄미운 기사들이 아주 널렸다니깐요.”지아는 가볍게 웃었다.“이도윤의 결혼식에 관한 기사를 말하는 거야?”“다 알고 계셨어요?”“응, 아주 난리도 아니었으니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미연은 지아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았다.“근데 화가 나지도 않는 거예요? 지난달에 대표님께서 결혼식을 미루었을 때, 저는 아가씨를 위해서 그렇게 하신 줄 알았어요.”“내가 왜? 화를 내야 하는 이유가 뭐지? 화가 난다는 것은 내가 아직 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잖아. 사랑은 나로 하여금 이성을 잃게 하고, 이 남자 때문에 미쳐버리고 분노를 느끼게 할 뿐, 내가 왜 그래야 하지?”담담한 지아를 바라보며 미연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아가씨, 만약 대표님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때 왜 결혼을 하신 거예요?”“적어도 예전의 난 그 남자를 사랑했었지.”지아는 칼을 내려놓고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들었다. 그것은 아주 귀여운 고양이였다.“어때?”그 태도는 마치 그녀에게 있어 도윤은 자신이 들고 있는 조각상보다 중요하지 못한 것 같았다.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는 솜씨가 대단하신걸요. 노련한 목수를 따라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지아는 웃으며 말했다.“어쩜 말을 이렇게 잘하는 거야? 이건 겨우 볼만하다고 할 수 있지. 그냥 연습한 셈 치는 걸로.”두 사람이 말하고 있는 사이, 오랜만에 보는 진봉이 갑자기 나타났다.미소를 짓고 있던 지아는 진봉이 나타난 순간, 웃음을 거두고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진봉은 어색하게 코를 긁었다.“에헴, 사모님, 그 뭐지, 대표님께서 찾
지아는 문밖에 서 있으면서 한동안 너무 많은 감정이 북받쳤다.비록 이 별장을 이미 되찾았지만, 도윤과 백채원의 손을 거쳤기에 지아는 구역질이 났고 그 후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정원 앞의 수국은 알록달록하게 피어 있었고, 가꾸는 사람이 없어 일부 장미꽃이 벽을 뚫고 나와 오래된 벽을 따라 기어올라갔다.한바탕 바람이 불어오자, 아름다운 꽃들은 바람에 흩날리며 춤을 추었다. 분명히 무척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지아는 도통 발을 떼지 못했다.“사모님, 들어가세요. 대표님께서 아직 기다리고 계시잖아요.”진봉이 재촉했다.‘정말인 것 같군. 고향과 가까워질수록, 설렘 대신 두려움을 느낄 거란 그 말이.’지아는 문을 밀기도 전에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고, 흰 고양이 한 마리가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야옹.”지아는 자신의 옆을 맴도는 고양이가 바로 하루란 것을 발견했는데, 도윤이 데려온 것이었다.‘이도윤은 대체 결혼식을 앞두고 어떤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지?’생각하면서 지아는 안으로 들어갔다.문에 들어서자마자 달콤한 꽃향기가 덮쳤고, 지아는 청석 돌길에 장미 꽃잎으로 만든 로맨틱한 꽃 카펫이 깔렸다는 것을 발견했다.지아는 미간을 비틀며 다소 불쾌해했다.“또 무엇을 하려는 거지?”진봉은 뒤통수를 긁적였다.“들어가시면 알 수 있을 거예요.”말하면서 몇몇 사람이 나타나더니, 어리둥절해진 지아를 방안으로 끌고 가서 한바탕 꾸며주었다.지아는 자신이 긴 치맛자락의 웨딩드레스를 차려 입은 것을 보고 즉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차렸다.옆에 있던 메이크업과 스타일리스트는 그녀가 엄청 예쁘다며 끊임없이 칭찬했지만, 지아는 한 글자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이도윤은?”사람들은 멈칫하더니, 이렇게 아름다운 날에 지아가 뜻밖에도 이렇게 귀찮아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이건…….”“말 안 할 거야? 그럼 내가 직접 찾으러 가면 되겠네.”지아는 재빨리 일어나 방을 나섰고, 한 손에 치맛자락을 들며 발에 기름을 바른 듯
지아는 도윤의 품에 꼭 안겨 있었는데, 그녀는 그제야 도윤의 뒤에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들 몇 명이 서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우아한 민백현, 신사 강세찬, 그리고 반쪽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여전히 차가운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가 바로 전에 도윤이 언급했던 서우현일 것이다.양요한, 그리고 사진사 여진승도 각자 미소를 짓고 있었다.지아는 하려던 말을 모두 삼켰다. 비록 지금 도윤에게 불만이 있었지만 그녀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 그럼 도윤 외에 그녀 자신도 창피해질 것이다.하얀 치마를 입은 김민아가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오더니, 표정은 무척 복잡했다. 그녀도 지아와 마찬가지로 이제야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던 것이다.지아는 목소리를 낮추었다.“뭐 하자는 거야?”도윤은 그녀의 몸을 부축하며 말했다.“지아야, 난 너에게 결혼식을 해주지 못했잖아.”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에 기쁨은커녕 오히려 비할 데 없는 분노를 드러냈다.‘이 남자는 지금 날 뭘로 여긴 거지?’‘우리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결혼식 하나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백채원과의 결혼을 하루 앞두고 나와 결혼식을 올리다니, 정말 웃겨.’지아가 오늘 도윤을 찾아온 것은 조율과 이예린의 일을 위해서이지 그와 소꿉놀이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지아는 바로 화를 내며 자신의 손을 힘껏 빼냈다.하지만 도윤의 힘이 더 셌고, 그는 지극히 작은 목소리고 지아의 귓가에 가볍게 속삭였다.“지아야, 그러지 마.”“이도윤, 나 지금 너와 장난칠 시간 없어.”“지아야, 나 이 날을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어. 진심이야.”“네 진심이라고 해서 내가 꼭 받아들여야 하는 거야? 이거 놔, 사람들 앞에서 얻어맞고 싶지 않으면.”옆에 있던 민백현은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제수씨, 도윤이 잘못했으면, 그냥 하루 종일 무릎 꿇고 있으라고 해요.”강세찬도 맞장구를 쳤다.“정 화가 풀리지 않으면 이틀 정도 꿇어라 하고요. 우리는 지아 씨
지아는 귀신에 홀린 것처럼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이곳이 원래 손님을 접대하는 객실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객실은 하나의 큰 방으로 뚫려졌는데, 절반은 핑크 색, 다른 절반은 하늘색으로, 무척 부드러운 색깔로 변신했다.바닥에는 부드러운 긴 털 카펫이 깔려 있었고, 천장에도 구름이 그려져 있었다.문이 닫히자, 방안의 불빛도 따라서 꺼졌다.머리 위에는 별빛이 반짝였는데, 그 빛은 매우 부드러웠고, 가끔 한두 개의 별똥별이 스쳐 지나갔다.방 안에 무드등이 켜지더니, 오르골의 잔잔한 음악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요람, 흔들 목마 그리고 각종 장난감.심지어 아기 옷이 가득 걸려 있었는데, 신생아부터 한 살 될 때까지 입을 수 있는 옷들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다.그 옆에는 심지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이 있었고, 높은 성, 미끄럼틀 그리고 그네까지 갖추어졌다.도윤은 아기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장만했다.이 방은 지아가 전에 디자인한 것보다 더 완벽했고, 이 세상에 아마 이런 곳을 거절할 수 있는 부모님이 없을 것이다.그녀는 아기 옷 하나하나를 더듬으며, 무엇을 떠올렸는지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도윤은 뒤에서 지아를 안았고, 큰 손바닥은 마침 그녀의 배에 놓여졌다.“지아야, 이번에 난 좋은 아빠가 되어 너와 아이들을 잘 돌보고 싶어.”지아의 몸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요람을 꽉 붙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넌 이걸로 우리의 모든 원한을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나도 알아, 이미 저지른 잘못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난 정말 그 잘못을 만회하고 싶어. 지아야, 나에게 기회를 한 번 주면 안 될까?”지아는 고개를 들어 도윤을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래서, 넌 나와 아이를 이곳에 숨길 작정이야?”“지아야, 사모님의 자리 말고, 난 무엇이든 너에게 줄 수 있어. 하지만 그 자리는 내가 백채원에게 빚진 거야.”그리고 도윤은 계속 설명했다.“너희들을 숨기는 게 아니라, 앞으로
도윤도 감정을 가라앉혔다.“내 동생이 범인 아닌 거야?”‘만약 그렇다면 나와 지아 사이의 장애는 좀 줄어들지 않을까?’“그렇게 말한 적 없어. 며칠 전, 내가 우리 아빠를 한 번 떠보았는데, 조율 그 여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간단한 피해자가 아니야.”지아는 사건의 경과를 상세하게 설명했고, 도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날 밤 이상한 점을 회상했다.그는 원래 민백현 등 사람들과 약속을 잡았는데, 백현은 잠시 일이 생겨 오지 못했고, 그곳에는 다른 재벌 2세들이 있었다.도윤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핑계를 대고 가버렸다. 그리고 떠날 때, 그는 자신의 몸이 엄청 뜨거운 것을 발견했고, 그제야 자신이 남이 탄 약을 먹었단 것을 발견했다.후에 도윤은 진환더러 조사하라고 하였지만 그날 저녁에 사람이 너무 많았기에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고, 이 일도 점차 잊혀졌다.도윤은 이 일이 뜻밖에도 조율과 관련이 있을 줄은 몰랐다.“맞아, 조율의 목표는 원래 너였어. 네가 간 후, 조율은 누구와 잤는지 그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나중에 우리 아빠가 찾아갔을 때, 그 사람이 임신한 것을 발견했어. 조율은 아이를 지운 다음 우리 아빠와 다시 시작하겠다고 소란을 피웠지만, 3개월이 될 때까지 아이를 지우지 않았어. 조율이 이 아이를 이용해 아이의 친아버지와 협상하고 싶었던 거지. 그리고 아이는 그 여자가 조건을 제기할 수 있던 도구였고.”“그동안 우리는 조율을 불쌍한 피해자로 생각하며 그 여자의 본성을 소홀히 했어. 조율은 욕심이 매우 컸고, 오로지 위로 올라가고 싶었던 거야. 이 일은 내가 잘 조사할게.”“네 동생은 아마 뭐 좀 알고 있을 거야.”그리고 지아는 도윤에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난 지금 네 동생의 혐의를 씻어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야.”“나도 알아, 지아야.”“그래, 이제 할 말 다 했으니까 나 먼저 갈게.”도윤은 지아의 손을 잡아당겼다.“지아야, 나 이번 결혼식 정말 오랫동안 준비했는데.”그는 눈빛으로
지아가 견지하는 것을 보고도 도윤은 거절하지 않았다.“거리가 좀 있으니까 먼저 좀 쉬어.”지아는 얼굴을 굳혔다.“아니, 안 졸려.”10분 후, 지아의 머리는 병아리가 쌀을 쪼는 것처럼 끊임없이 유리에 부딪쳤다.도윤은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무슨 짐승이야? 왜 굳이 창문에 붙어서 자야 하는 거지?’그는 긴 팔을 뻗어 지아를 끌어안았고, 지아는 눈을 뜨더니 도윤인 것을 발견하고 발버둥 치려 했지만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곧 그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요즘 지아는 잠이 제일 많을 때였는데, 별일 없으면 하루 종일 자곤 했다.도윤은 조용히 지아의 곁을 지켰다. 이 혼란한 2~3년 동안, 도윤은 이미 오랫동안 이렇게 평온하게 지아와 함께 지내지 못했다.‘시간아, 좀 더 천천히 가줘.’차가 산에 오르자,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고, 지아도 천천히 깨어났다.자신이 뜻밖에도 도윤의 품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자, 지아는 얼른 몸을 옮겼다.도윤은 씁쓸하게 한숨을 쉬었다. 지아는 금방 잠에서 깼기에 목소리는 약간 잠겼다.“언제쯤 도착하는 거야?”“몇 분이면 도착할 거야, 얼마 안 남았어.”차 안은 다시 죽은 듯 조용해졌고, 도윤은 진작에 준비한 쿠키 등 간식을 꺼냈다.“오랫동안 차를 탔으니 배고프지? 점심에 금방 만든 거니까 좀 먹어.”지아는 묵묵히 받았는데, 도윤에게 화조차 내지 않았다. 지금은 배를 채우는 것이 더 중요했다.그녀가 쿠키 하나를 다 먹었을 때, 차도 마침 리조트에 세워졌다.이곳은 깊은 산속에 위치하여 매우 조용했고, 차에서 내리면 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는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듯,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들려왔다.이런 자연적인 환경은 확실히 심신을 가꾸는 데에 적합했다.지아는 도윤이 여기에 자주 온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는데, 그는 익숙하게 복잡한 별장 안을 누비더니, 그녀를 데리고 한 방문 앞에 멈춰 섰다.도윤은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이때 밖을 지키던 하인이 입을
‘숲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이예린은 분명 임시로 도망치고 싶은 게 아니었고, 밖에는 틀림없이 누군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지아는 매우 조급해했지만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 임신했기에 이곳에 남아있는 것이 더욱 안전했다.‘이도윤이 총에 맞은 것일까?’이렇게 생각하던 중, 펑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어둠을 뚫고 지아의 볼을 스치더니 그녀 뒤에 있는 옷장에 박혔다.죽음과 어깨를 스친 지아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더니 몸은 벼락에 맞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바로 이때, 지아는 멀지 않은 산비탈에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저격총이 아니기 때문에 남자는 사격 거리의 제한을 받았고, 지아는 총을 쏜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 사람은 가면을 쓰고 있었고, 키는 훤칠했으며, 가면 아래의 눈은 지아와 눈을 마주쳤다.지아는 즉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전효 씨?”남자는 말을 하지 않고 지아를 바라보더니 돌아서서 숲속으로 사라졌다.‘틀림없어, 이 사람이 바로 사라진 지 오래된 전효 씨야.’그들은 섬에서 한동안 같이 지냈기에, 지아는 사람을 잘못 봤을 리가 없었다.‘전효 씨라면 총알이 빗나갈 리가 없을 텐데, 방금 그것은 일종의 경고였어!’전효는 이런 방식으로 지아에게 앞이 위험하다고 말해주고 있었다.지아는 몇 걸음 물러서더니 서둘러 이 방을 떠났다.뒤에 있는 진환을 보자 지아는 재빨리 그의 곁으로 걸어갔다.지아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이마에 땀까지 난 것을 보고 진환은 서둘러 하던 일을 멈추었다.“사모님, 왜 그러세요?”“누군가,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고 해.”그녀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만약 온 사람이 전효가 아니었다면, 지아는 지금쯤 이미 시체로 됐을지도 모른다.다행히 이번에 상대방의 목적은 이예린을 데리고 떠나는 것이어서, 지아도 여기에 올 줄은 전혀 몰랐다.전효의 그 총알은 지아에게 그녀는 이미 찍혔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조율의 일은 확실히 수상해. 처음부터 내가 죽기를 원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