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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Chapter 1631 - Chapter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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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1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깥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지아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방울 소리를 듣고 순간 긴장했고, 무무는 빠르게 바깥으로 달려갔다. 밖으로 나가 보니 일부 보초들이 쓰러져 있었다. 도윤이 무무를 재빨리 안아 들며 외쳤다.“어서 피해야 해!” 하지만 무무는 손으로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손짓을 보이며 도윤에게서 벗어났다. 예린은 독벌레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람들이 쓰러진 걸 보면, 분명 독벌레와 관련이 있을 거야.’ 사실 조금 전 몰려왔던 독벌레 떼는 단지 상대방의 주의를 끌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는데, 그 틈을 타서 적은 또 다른 독벌레를 사용해 공격해온 것이었다. 도윤은 군사 작전에 익숙했지만, 레이더는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을 뿐 진짜 벌레는 감지할 수 없었으며, 작고 미세한 벌레들은 사람도 모르게 신체에 침투해 생명을 앗아갈 수 있었다. 듣기엔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로 겪어 본 사람들은 독벌레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무무는 곧장 쓰러진 사람들에게 달려갔다.그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증상을 보였는데, 입에선 하얀 거품이 흘러나오고, 눈을 뒤로 뒤집힌 채 온몸에서 심한 경련을 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입술은 빨갛게 변했다가 점점 푸른빛으로 바뀌어 갔다. 무무는 망설임 없이 자기 손목을 칼로 그어 흐르는 피를 그들의 입에 떨어뜨렸다. 아이의 피는 모든 독을 해결할 수 있었고, 도윤 역시 그 효과를 직접 목격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예린은 이 광경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저게 네 살도 되지 않은 아이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무무는 상황이 급박한 와중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아주 냉정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조심해!”도윤은 갑자기 예린을 밀쳐냈는데, 초록색 작은 벌레 한 마리가 예린에게 달려들던 참이었다.벌레는 허공에서 목표를 놓치자 바닥으로 떨어졌고, 순식간에 주변 바닥과 비슷한 색으로 몸 색상을 바꾸었다. “모두 조심해! 위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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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2화

시월은 이미 기운이 다 빠져 있었지만, 자신이 가장 큰 눈엣가시로 여겼던 지아가 곧 눈앞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기쁨이 피어올랐다. 운명이 바뀐 그 순간부터 지아와 시월 사이에 평화란 있을 수 없었다.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관계였으니 말이다. 시월은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 결코 좋은 결말을 맞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내가 어떻게 죽든, 그건 한순간의 차이일 뿐 본질적으로 달라질 건 없어.’ ‘설령 소지아가 죽더라도, 그 뒤에는 소씨 가문, 부씨 가문, 이씨 가문이 남아 있으니 나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을 거야.” 그래서 시월은 처음부터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고, 시간을 끌기 위해 지아와 일부러 협력하는 척하며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독벌레는 종류가 매우 많고, 사람마다 길러내는 방식도 달랐는데, 지아는 상대가 어떤 종류의 독벌레를 사용할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온 신경을 집중한 채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계했다. 독벌레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반드시 인간의 피부에 접촉해야만 했는데, 독벌레가 공격하기 전에 피하기만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한 지아는 얼굴, 손, 목처럼 노출된 부위를 철저히 방어했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지아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며 시월의 눈동자를 주시했다. 잠시 후, 지아는 갑자기 앞으로 빠르게 뛰어들었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월을 방패로 삼는 것뿐이야.’ 지아는 정확한 타이밍에 시월을 잡아 앞으로 내세웠고, 마침내 마독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마독왕은 분명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생물이었는데, 여섯 개의 날개와 여덟 개의 다리, 두 개의 긴 촉수에 날카로운 송곳니가 달린 큰 입을 가진 벌레였다. 그 크기는 아기 주먹만 했고,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눈은 마치 파리처럼 생겼다. 지아는 그 생물의 기괴한 모습에 단번에 역겨움이 밀려왔다. 그 벌레는 시월은 복부에 부딪힌 뒤 다시 날아오르려 했는데, 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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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3화

지아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쓰러지자, 도윤은 순간 당황해 손도 쓰지 못했다. 사실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들은 단지 상대의 계획에 지나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그들의 목표는 지아였다.무무는 다급히 지아에게 달려갔다. 아이가 뛰기 시작하자 방 안은 방울 소리로 가득 찼고, 그것만으로도 무무가 얼마나 급한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도윤은 지아의 곁으로 달려가 무무를 보며 한 걸음 물러섰다. 도윤은 주술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지아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가 다시 멈칫하며 물러섰다.평소 침착하던 도윤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무무야, 엄마는... 엄마는 괜찮은 거야?” 바닥에 누운 지아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는데, 겉모습만 보면 그저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무가 지아의 상태를 확인하던 찰나, 뒤쪽에서 시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쓸데없이 시간 낭비할 거 없어. 소지아는 끝났다고!” 시월의 말이 끝나자마자 도윤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도윤은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시월을 노려보더니, 시월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목을 거칠게 붙잡아 벽에 내리쳤다. 쇠사슬이 철컥거리며 큰 소리를 냈고, 뒤이어 벽에 부딪힌 시월의 머리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월은 순간 머리가 어지러웠고,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듯했다.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도윤의 붉게 충혈된 눈이었는데, 그 눈동자에는 극도의 분노와 증오가 담겨 있었다.시월은 그 눈빛을 보자 자신이 입을 열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거라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도윤, 네가 날 죽이면 소지아도 살아남지 못할 거야! 방금 소지아를 문 독벌레는 내 몸에 있는 것과 연심독충으로 이어져 있어. 이 세상엔 단 한 사람만이 그 독벌레를 풀 수 있다고!” 도윤의 손에 힘이 들어간 순간, 시월이 핏빛으로 물든 아랫입술을 핥으며 다급히 덧붙였다.“연심독충은 매혹술의 대가라고도 불려. 원래 M족 여인들이 배신한 연인을 벌하기 위해 만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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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4화

예린은 급하게 도윤의 손을 붙잡으며 외쳤다.“오빠, 지금은 흥분하면 안 돼. 지금 상황에서 새언니를 살릴 유일한 방법은 저 여자를 살려두는 거란 말이야!” 도윤은 여전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지아를 바라보며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총을 단단히 쥐었다.도윤의 손등에는 핏줄이 불거졌는데,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듯한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다 이 미친X 때문이야!’도윤의 손이 서서히 내려가는 모습을 본 시월은 속으로 안도하며 자신이 승부수를 제대로 던졌음을 확신했다. 시월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바로 지아였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아끼는 소지아를 이용하면, 아무리 이도윤이 날 미워한다고 해도 날 죽일 수는 없을 거야.’ 도윤은 속수무책으로 무무가 지아의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무무가 손짓으로 말했다.“엄마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요.” “저 여자가 한 말이 사실인지도 확인할 수 있어?”무무는 고개를 저으며 손짓했다.“겉으로만 봐서는 무슨 주술에 걸렸는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아직은 괜찮다는 거예요.” 그렇다 해도 무무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했는데, 독벌레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하고, 각각의 특성이 달랐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어떤 종류의 독벌레는 알을 낳고 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무무는 결단을 내렸다. “마을로 돌아가야 해요.” 지금 지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외딴 산속에 있는 ‘그분’뿐이었다.“좋아, 지금 바로 헬리콥터를 준비할게.”무무는 시월을 가리키며 손짓했다.“저 사람도 데려가야 해요.” 시월은 비록 수화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무무의 행동과 분위기로 자신이 끌려가야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도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시월의 얼굴에는 공포가 스쳐 지나갔다.“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이도윤, 내가 말하는 대로 해야 소지아를 살릴 수 있어. 나를 풀어주지 않으면 소지아도 살 수 없을 거라고!” 예린은 차갑게 웃으며 시월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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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5화

낯익은 방울 소리가 들리자 거대한 붉은 뱀이 빠르게 기어 왔다. 비록 진작에 이 뱀을 본 적이 있는 진봉과 지환이었지만, 이번에 다시 마주했을 때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산처럼 거대한 몸집의 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내뿜는 기운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으니 말이다.특히 수직으로 된 동공이 사람을 바라볼 때면 진봉은 곧 세상을 떠난 외할머니를 만나러 갈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예린 역시 이렇게 큰 뱀은 처음 보는 터라 깜짝 놀랐다.게다가 그 뱀은 한 눈에도 독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긴장한 예린은 몸을 움츠리며 숨을 죽였다. 하지만 일행 중 누구도 뱀을 피하려 하기는커녕 오히려 무무가 뱀을 향해 몇 걸음 다가갔다. “조심해!”예린은 본능적으로 무무를 잡아당기려 했으나,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 거대한 뱀이 순순히 고개를 숙이며 무무 앞에 몸을 웅크린 것이었는데, 그렇게 거대한 몸집을 가진 뱀이 어린 소녀 앞에서 고분고분하게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무무는 거대한 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치 ‘오랜만이야’라고 인사하는 듯했다. 예린은 지금껏 수많은 황당한 일을 겪었지만, 이런 장면은 처음이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무는 거대한 뱀 위에 올라타고 일행에게 손짓으로 말했다.“이제 출발해요!”지아의 상태는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고, 시월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입에는 헝겊이 물려 있고, 양손이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시월은 그저 묵묵히 일행을 따라가며 그 기괴한 숲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작은 마을은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였고, 세월이 흘러도 바깥의 화려한 도시와는 달리 전혀 변화가 없었다. 아무리 5년, 10년이 흘러도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한 모습을 간직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마당에서 약초를 말리던 조원주는 방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무무는 재빨리 조원주를 향해 달려갔고, 조원주는 손에 든 당귀를 곧장 내려놓았다. “아가, 방학하면 날 보러 올 줄 알았단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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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6화

예린이 진봉을 가로막으며 말했다.“죽이면 안 돼요. 만약 소시월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새언니의 목숨은 저 여자랑 연결되어 있는 거잖아요. 소시월을 죽이면 새언니도 살 수 없게 된다고요!” 진봉은 나무 바가지를 바닥에 내던지고, 계단에 털썩 주저앉았다.“아가씨,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우리 대표님이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세요? 사모님께서 사라졌던 몇 년 동안 대표님은 하루하루 지옥 속에 살았어요. 분명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왜 이런 고난을 겪어야 하죠? 저 X처럼 나쁜 사람들은 멀쩡하게 잘만 살잖아요!” “정말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아요! 왜 저런 사람들은 일찍 죽지도 않는 거냐고요!” “알아요, 다 알아요.”“저는 오빠가 새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에요. 지금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것도 저 때문이고요. 그래서 저도 소시월은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소시월은 절 속이고 새언니에게 해를 입히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잖아요. 소시월의 목숨을 붙들고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단 말이에요!” 눈가가 붉어진 진봉은 억울한 마음을 참지 못했는데, 진봉이 이렇게 슬퍼했던 건 도윤이 독에 중독되었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도윤이 독이 너무 깊어 곧 죽을 것이라 했지만, 도윤은 간신히 살아남았다. 하지만 1년도 안 되어 지아가 독벌레에게 당하고 만 것이었다.진봉은 문가에 서 있는 도윤을 바라보았는데, 도윤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방 안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토록 초조하면서도 신중한 모습은 예전의 도윤과 전혀 달랐다. ‘하늘은 왜 이렇게 무심한 걸까? 왜 이렇게 두 사람을 끊임없이 시험하는 거냐고...’한편, 진환은 구석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며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먹을 것 좀 줘. 아가씨 말이 맞아. 그 여자를 죽이면 안 돼.” 시월은 이미 부상을 입은 데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거의 하루 동안 굶주린 상태였다. 그야말로 반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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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7화

조원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원칙적으로는 그래. 하지만 상대가 지아에게 이렇게 강한 독벌레를 심을 정도라면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야. 지금 지아의 목숨은 그 사람의 손에 달려 있으니, 그 사람이 목숨을 빌미로 협박하면 너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거야.” “그럼 이제 어쩌죠?”“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야 해. 상대가 지아에게 독벌레를 심었다면 우리도 그 사람에게 독벌레를 심어야 한다는 거지. 그래야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 거고, 나중에 그 사람이 배신하려 해도 너희가 끌려 다니지 않을 수 있어.” 도윤의 눈동자에 한 줄기의 희망이 비쳤다.“저는 독벌레에 대해 아는 게 없습니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어르신께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도윤은 그렇게 말하며 두 무릎을 꿇고 간절히 부탁했다.“제발 제 아내를 구해 주십시오. 저는 어떤 대가라도 치를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조원주는 도윤의 진심 어린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두 사람이 전생에 얼마나 큰 인연으로 얽혔길래... 이만 일어나. 굳이 그렇게까지 부탁하지 않아도 난 지아와의 인연을 생각해서 지아를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 조원주는 도윤을 부축하며 일으켰고, 여전히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이 정도로 강한 독벌레를 심을 수 있는 M족 사람이라면 상당히 대단한 사람일 거야. 아직 상대의 정체는 알 수 없으니 그동안 지아가 어떻게 그 사람들과 얽히게 된 건지 차근차근 이야기해봐.” “예, 알겠습니다.”조원주가 옆에 서 있던 무무에게 몇 마디를 전하자 아이는 즉시 밖으로 나갔다. 도윤은 조원주가 ‘어미 독벌레’를 언급하는 것을 들었으나, 독벌레에 대해 잘 모르기에 궁금한 듯 물었다.“뭘 준비하시는 건가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독벌레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어. 내가 지아 몸속의 독벌레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지아를 최대한 보호할 수는 있어.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거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고요?”“지아 몸속에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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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8화

진봉이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 오자마자, 시월은 한 입 먹고는 바로 그릇을 내던졌다.“이게 뭐야? 나더러 이 따위 음식을 먹으라는 거야?” 예린은 말없이 손바닥을 올려 시월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너 같은 인간이 먹을 게 어디 있다고 그래? 이 정도면 감지덕지해야지, 뭘 또 가리려고 들어?” “이예린, 분명히 경고하는데, 소지아의 목숨은 내 손에 달려 있어. 나한테 잘해주지 않으면 소지아도 죽는다는 걸 알아야지!” 시월은 자신이 가진 마지막 카드로 모두를 협박하려 했는데, 진봉은 독벌레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에 화를 억누르며 차분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너도 봤겠지만 이 마을은 세상과 단절된 곳이야. 이곳 사람들은 자급자족하며 살아가고, 네가 무시하는 그 쌀도 마을 사람들의 땀과 노력으로 얻어진 거야. 여긴 간식도, 산해진미도 없어. 지금 준 음식이 이 마을에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이고, 네가 더 좋은 음식을 원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시월은 오면서 이곳이 오래된 마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진봉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시월이 얼굴에 서린 불만을 억누르며 말했다.“좋아, 그럼 달걀 프라이에 밥이나 좀 볶아 와. 이런 곳에도 달걀 정도는 있겠지?” “이제는 메뉴까지 고르시겠다? 네가 아직도 소씨 가문의 아가씨인 줄 알아?”진봉이 화가 나서 소리치자, 진환이 진봉을 말리며 말했다.“흥분하지 말고, 달걀이라도 찾아와서 밥이라도 볶아주자.” 진봉은 분을 삼키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달걀을 구하러 갔고, 시월은 진환을 유심히 바라보며 속으로 계산했다.‘저 사람이 가장 침착한 사람이구나?’ “내 손 좀 풀어줘. 혈액 순환이 안 돼서 손이 망가질 것만 같아, 내 몸에 있는 독벌레가 다치고 네 사모님의 몸에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은 네가 져야 할 걸?” “어차피 난 하찮은 목숨일 뿐이지만, 소지아는 다르잖아? 그 여자는 부잣집 딸이고, 명문가 며느리니까. 내 목숨 하나로 소지아의 목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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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9화

전 세계의 대부분의 여성은 연체동물에 대해 두려움이나 혐오감을 느낀다. 나뭇가지에서 우연히 팔 위로 떨어지기만 해도 자리에서 펄쩍 뛰며 비명을 지를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무무는 어린 나이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시월의 입 안에 한 마리의 벌레를 던져 넣었다. 시월은 입 안으로 무언가 부드럽고 꿈틀거리는 생물이 들어온 걸 똑똑히 느꼈다. “으악!!”여자의 비명이 하늘을 찔렀다. “시끄러워 죽겠네.”예린은 시월의 입에 재빨리 천 조각을 밀어 넣었고, 시월은 반응할 틈도 없이 벌레를 꿀꺽 삼켜버렸다.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시월은 그 벌레가 식도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그 순간, 온몸에 개미가 기어가는 것 같은 극도의 혐오감이 엄습했다.무무는 시월이 벌레를 완전히 삼킨 것을 확인한 후에야 시월의 입에서 천 조각을 빼냈고, 시월은 땅에 무릎을 꿇고 미친 듯이 입 안의 벌레를 토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꼬박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탓에 위액과 담즙만 나올 뿐이었다. 시월이 무무를 매섭게 노려보며 외쳤다.“나한테 대체 뭘 먹인 거야?!” 무무는 시월을 향해 간단하게 손짓했다.예린은 비록 손짓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분위기만으로도 좋은 것이 아닐 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그때, 방 안에서 도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윤의 몸에는 살기가 가득했으며,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다.“심벌레야. 심장을 파고드는 벌레지.” 시월은 헛구역질하던 동작을 멈추고, 도윤의 표정을 살피며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감히 나한테 그런 걸 먹이다니! 소지아의 목숨이 필요 없다는 거야?” 그 순간, 노인의 거친 목소리가 무겁게 울려 퍼졌다. “걱정하지 마. 심벌레가 당장 네 목숨을 앗아가진 않을 테니까. 다만 보름달이 뜨는 밤, 너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해독제를 원한다면 네 편한테 지아의 몸에 있는 독벌레를 제거하라고 전해.” 시월은 이를 악물고 조원주를 노려보았다.“어디 한 번 해보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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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0화

예린은 냉정한 표정으로 손을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날 죽이고 싶지? 내가 너희 모두를 가지고 논 걸 생각하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겠지. 하지만 어쩌지? 너희는 날 죽일 수 없는데. 게다가 너는 내 시중까지 들어야 하잖아.” 꼬르륵!예린은 시월의 머리를 세차게 눌러 물속에 처박았다. 시월은 나무 욕조 가장자리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몸을 빼내려 했지만, 예린은 전혀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게다가 말보단 행동이 앞서는 예린은 시월의 머리채를 잡아 몇 번이고 물속에 넣었다가 꺼냈고, 시월이 막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자마자 다시 힘껏 눌러 버렸다. 예린은 시월의 머리카락을 단단히 움켜쥔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내가 널 죽일 수는 없지만, 죽도록 괴롭힐 수는 있어. 한번 당해 볼래?” 예린의 상반신은 이미 물에 흠뻑 젖어 있었지만, 예린이 시월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힘은 거의 머리카락을 뽑아버릴 기세였다. 시월은 팽팽히 당겨지는 머리카락에 몸을 비틀었지만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었다.예린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지려던 찰나, 갑자기 방 안에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지아가 눈을 번쩍 뜨며 깨어났다. 도윤은 기쁨에 찬 얼굴로 재빨리 다가가며 외쳤다.“자기야, 괜찮아? 당신...”지아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침대 가장자리를 움켜잡은 채 헛구역질했지만 아무것도 토해내지는 못했다. 곧이어 지아는 자기 목을 움켜쥐고 괴로운 듯 신음하기 시작했다. “어르신, 지아가 이상합니다!” 도윤은 지아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고 다급하게 외쳤지만, 주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지아를 함부로 건드릴 순 없었다. 방으로 들어온 조원주가 손을 들어 도윤을 제지했다.“지아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눈을 뜨자마자 이런 상태가 됐어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요.” “뭔가 이상해. 지아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면 소시월과 관련된 문제일 거야.” 조원주가 심각한 표정으로 도윤을 바라보았다.“지아를 곁에서 잘 지켜봐. 절대 이상한 짓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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