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은 이미 기운이 다 빠져 있었지만, 자신이 가장 큰 눈엣가시로 여겼던 지아가 곧 눈앞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기쁨이 피어올랐다. 운명이 바뀐 그 순간부터 지아와 시월 사이에 평화란 있을 수 없었다.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관계였으니 말이다. 시월은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 결코 좋은 결말을 맞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내가 어떻게 죽든, 그건 한순간의 차이일 뿐 본질적으로 달라질 건 없어.’ ‘설령 소지아가 죽더라도, 그 뒤에는 소씨 가문, 부씨 가문, 이씨 가문이 남아 있으니 나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을 거야.” 그래서 시월은 처음부터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고, 시간을 끌기 위해 지아와 일부러 협력하는 척하며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독벌레는 종류가 매우 많고, 사람마다 길러내는 방식도 달랐는데, 지아는 상대가 어떤 종류의 독벌레를 사용할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온 신경을 집중한 채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계했다. 독벌레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반드시 인간의 피부에 접촉해야만 했는데, 독벌레가 공격하기 전에 피하기만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한 지아는 얼굴, 손, 목처럼 노출된 부위를 철저히 방어했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지아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며 시월의 눈동자를 주시했다. 잠시 후, 지아는 갑자기 앞으로 빠르게 뛰어들었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월을 방패로 삼는 것뿐이야.’ 지아는 정확한 타이밍에 시월을 잡아 앞으로 내세웠고, 마침내 마독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마독왕은 분명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생물이었는데, 여섯 개의 날개와 여덟 개의 다리, 두 개의 긴 촉수에 날카로운 송곳니가 달린 큰 입을 가진 벌레였다. 그 크기는 아기 주먹만 했고,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눈은 마치 파리처럼 생겼다. 지아는 그 생물의 기괴한 모습에 단번에 역겨움이 밀려왔다. 그 벌레는 시월은 복부에 부딪힌 뒤 다시 날아오르려 했는데, 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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