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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Chapter 1641 - Chapter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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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1화

지아는 기절하기 직전의 기억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그래, 목에서부터 번지는 날카로운 통증을 느낀 이후로 기억이 없어.’ 지아는 잠시 진정한 후에야 눈앞의 풍경이 조금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여긴...”지아는 막 깨어난 탓인지 몸 여기저기가 불편했는데, 특히 머리가 어지럽고 무거워 정신이 몽롱했다. “여긴 이전에 우리가 머물렀던 마을이야. 네가 독벌레에게 당한 이후로 어르신이라면 해결 방법을 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기로 오게 된 거야.” 도윤은 지아를 부드럽게 안아주었고, 지아는 자연스럽게 도윤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도윤 씨, 그 독벌레... 아주 심각한 거야? 어르신께서 해결해 주실 수 있을까?”지아는 여러 번 생사를 넘나든 경험 덕에 일반 사람들처럼 두려움에 떨지 않았고, 다소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 독벌레는 좀 까다로워. 너랑 소시월의 운명을 서로 묶어버렸거든. 소시월이 살면 너도 살고, 소시월이 죽으면 너도 죽는 수밖에 없대. 아무래도 독벌레를 심은 사람이 아니면 어르신도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 같아.” “그래서 아까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 거구나. 소시월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겠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도윤이 부드럽게 위로했다.“지아야, 걱정하지 마. 소시월은 단지 너를 이용해 조건을 내걸려는 것뿐이야. 그 사람들이 원하는 조건만 들어주면 널 해치진 않을 거라고.” “만약 그 사람들의 조건이 소시월을 놓아주는 거라면?” “어떤 조건이든 네가 무사할 수만 있다면 받아들일 생각이야.” “하지만...”지아는 도윤의 품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당신도 알잖아.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소시월 때문이야. 그리고 내 가족들도... 소시월을 놓아주면 다시는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 “우리는 모두 그 여자가 죽기만을 바라고 있어. 하지만 너만 있다면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 네가 살아있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지아는 말없이 침묵했고, 도윤은 지아의 등을 가만히 두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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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2화

지아가 조원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그 여자가 너한테 연심독충을 심었어. 그 독벌레는 24시간 이내에 알에서 부화할 거고, 부화한 후엔 저 여자 몸속의 독벌레와 공명하게 될 거야. 이제부터 그 여자와 네가 함께 영광을 누리고, 함께 고통받게 될 거란 뜻이지. 나도 네가 그 여자의 감각까지 선명하게 느끼게 될 줄은 몰랐구나.” 조원주의 얼굴이 심각해졌다.“보아하니 그 여자의 배후에 있는 주술사가 상당한 실력자인 것 같아.” 조원주는 자신이 함부로 지아에게서 독벌레를 제거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연심독충이 아닌 모양이야. 상대에게 최적화된 벌레였던 거라고!’ 과학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듯, 독벌레는 이미 세상에서 잊힌 소수의 전통이 여전히 남아있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더욱 강력하게 이어져 왔고, 그런 사람들은 대개 비범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시월은 나무 욕조 가장자리에 몸을 기대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알면 됐네. 내 목숨은 물론, 내 모든 감각은 소지아와 연결돼 있어. 만약 소지아가 나와 함께 고통받게 하고 싶다면 날 마음껏 괴롭혀 봐.” 지아는 깨어난 후 내내 몸이 좋지 않았다.처음에는 오래 잤기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그 원인이 시월에게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셈이었다.특히 몸 곳곳에서 은은한 통증이 느껴졌는데, 시월이 전에 다쳤기 때문에 지아도 그 영향을 받은 듯했다. 예린 또한 시월의 이상함을 느끼던 참이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이해하고 조금 전 자신이 시월에게 가한 행동이 지아에게도 고통을 줬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다. “미안해요...”예린의 얼굴엔 미안함이 가득했다.‘난 이미 소지아에게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아.’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살아 있는 것도 죄를 씻기 위해서인데...’ 하지만 예린은 이번에도 의도치 않게 지아를 해치고 말았는데, 그 생각에 예린은 더욱 괴로워졌다. 과거에 예린은 지아에게 너무도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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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3화

지아가 시월을 바라보며 말했다.“너도 뭐 좀 먹어.” 이제 지아의 목숨뿐만 아니라 지아의 몸 상태도 시월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리 시월을 증오한다고 해도 지아를 생각해서 당분간 시월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었다. 다른 이들의 눈엔 증오가 서려 있었지만, 지아는 너무나도 평온한 모습으로 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월을 상처를 치료해 줄 사람을 좀 불러줘.” “응.”도윤은 별다른 반응 없이 진환에게 눈짓했고, 진환은 즉시 시월의 상처를 치료해 주기 시작했다. 지아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시월의 옆에서 친절하게 붕대를 감는 법과 매듭을 더 깔끔하고 편하게 묶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이 광경을 본 진봉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모님, 그 여자는 사모님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에요. 그런데도 여유롭게 붕대 묶는 법까지 가르쳐 주시다니, 저라면 당장 그 붕대로 그 X 목을 졸라 죽였을 겁니다.” 지아는 진봉을 찬찬히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몇 년이 지났는데도 성격이 하나도 안 변했구나? 여전히 조금만 기다리면 불같이 화를 내네.” “사모님은 너무 많이 변하셨어요.” 지아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내가 독벌레에 당하긴 했지만, 지금 당장 죽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야. 불행한 일에 신경 쓰느라 시간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잘 보낼지 생각하는 게 낫지 않겠어?” 지아는 한가한 듯 소독용 알코올을 집어 들어 시월의 다른 상처도 처치하기 시작했다. 시월은 지아에게 묘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나는 소지아가 나를 모를 때부터 소지아를 평생의 적으로 여겨왔어. 그래서 소지아가 더 불행할수록, 더 분노할수록 기쁨을 느꼈지.’ 시월은 지아가 독벌레에 물린 후 깨어나 분노하거나 애원하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지아의 지나치게 침착한 모습에 되려 속이 뒤틀리는 듯했다. “대체 무슨 꿍꿍이야? 너, 속으로는 날 미친 듯이 증오하고 있잖아!”시월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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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4화

예린은 예전에 시월을 심하게 괴롭힌 데다가, 조금 전에도 시월을 거의 질식시킬 뻔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본질적으로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는데, 둘 다 잔인하고 악독하다는 것만큼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었다. 시월은 그 복수를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린은 본래 지아의 적이었으니, 시월은 이번 요구가 무리한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지아에게 예린은 그저 무관한 사람일 테니 말이다. 예린은 시월의 요구를 듣고 두 눈이 싸늘하게 식었지만, 지금은 지아가 시월에게 제압당한 상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분노를 꾹 눌러야만 했다. ‘이것도 새언니에 대한 속죄의 일부야.’ 예린은 분노에 휩싸여 두 손을 꽉 움켜 쥐었고, 옆에서 그 요구를 들은 도윤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쨌든 예린은 그의 친여동생이지 않은가? 하지만 도윤 역시 예린과 같은 생각이었다.‘이건 우리가 지아에게 속죄하는 방법 중 하나야.’결국 도윤 또한 저항하지 않고 예린처럼 시월의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건 안 돼.”지아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모두가 지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는데, 이런 상황에서 거절하는 사람이 지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왜지? 이예린은 널 죽도록 괴롭혔잖아. 설마 저 X이 불쌍해지기라도 한 거야?” “원칙은 원칙이야. 너랑 이예린 사이의 일은 너희끼리 해결하고, 너와 나의 일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진 마.” 시월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널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뭔지 알아? 언제나 잘난 척하며 모든 사람을 동정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거야. 소지아, 여자는 독해야만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어. 너처럼 마음 약하게 굴다간 언젠가 크게 당할 거라고!” “돈이 필요하다고 했지? 네 뒤에 있는 사람과 연락하게 해줘. 한 사람은 돈, 다른 한 사람은 해독제를 들고 만나는 거야.” 시월의 몸에도 독충이 심겨 있었기 때문에 양측 모두 빨리 해독해야만 했다. “400억 외에도 인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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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5화

지아는 무무를 단숨에 품 안으로 끌어안으며 말했다.“아가, 엄마를 위한 마음인 건 잘 알지만, 엄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거야.” 상대는 악랄하고 전과가 있는 사람일 뿐 아니라, 지아에게 강한 적의를 품고 있는 자였다.지아가 어떻게 그런 사람에게 딸을 인질로 내어줄 수 있겠는가?무무는 고개를 저으며 필사적으로 지아를 설득하려는 손짓을 보냈다.“저는 하나도 안 무서워요.” 지아는 부드럽게 아이를 안고 속삭였다.“하지만 엄마는 무서워. 무무야, 넌 엄마가 목숨을 걸고 지켜낸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보물이야. 엄마가 널 이 세상에 데려왔으니, 널 지킬 책임도 엄마한테 있는 거라고. 엄마가 어떤 일을 겪든, 널 이런 일에 끌어들이진 않을 거야.” 도윤은 그제야 아이들이 왜 그토록 밝고 순수하면서도 사랑스러운지 이해할 수 있었다.‘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 지아 덕분이었구나.’ ‘그리고 지아의 모든 노력은 아이들로부터 오는 사랑으로 보답받고 있었던 거야.’ 지아는 무무를 달래고 나서야 시월을 향해 눈길을 달렸다.“그 누구도 네 인질이 될 순 없어.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거래 장소를 네가 정하는 것뿐이야. 잊지 마, 네 몸에도 심벌레가 있다는걸!” “소지아, 넌 뭐 그렇게 잘났어? 내가 고통을 겪는 이상 너도 편할 리가 없잖아! 난 네가 내 고통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난 세상의 모든 고통을 다 느껴봤어. 네 고통이라고 못 견딜 줄 알아?” 지아가 냉소하며 말했다.“지금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나 제대로 파악해. 여기선 절대 네 멋대로 굴 수 없어. 대화하고 싶으면 기회를 줄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고통을 견디며 기다리기나 하라고.”말을 마친 지아는 무무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는데, 한 번도 시월을 돌아보지 않았다. 비록 지아가 연심독충에게 당하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모두 지아에게 피해가 갈까 봐 시월에게 함부로 손대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저 속으로만 분노를 삭일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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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6화

도윤의 몸은 지아에게 이끌려 물속으로 들어갔는데, 잔잔한 물결이 부드럽게 일렁이자 지난 기억들이 서서히 떠올랐다.그 당시 도윤의 눈은 보이지 않았고, 지아는 항상 곁에서 치료를 도왔다. 그런데 다시 이곳에 돌아오니 묘하게 특별한 감정이 들었다. 따스한 물살 속에서 지아는 손을 들어 도윤의 옷을 하나하나 풀어냈고, 도윤의 탄탄한 몸에 몸을 기대며 도윤의 귓가에 속삭였다. “긴장하지 마, 도윤 씨.” 지아는 자신이 독벌레에게 당한 이후로 모두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었고, 특히 도윤이 가장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아는 이미 생사를 몇 번이나 넘나든 사람이었기에 모든 일을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지아는 원래 3년 전에 죽었어야 할 몸이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지아에게는 지금 이 순간은 덤으로 얻은 삶이나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사랑하는 가족들을 찾은 지금, 지아에게 후회란 없었고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붙들고 싶다는 생각만이 들었다.오랜만에 느끼는 평온함과 기쁨이 도윤의 긴장된 마음을 서서히 풀었고, 도윤은 지아를 꼭 끌어안았다.마치 지아를 자신의 뼛속 깊이 새기기라도 하려는 것처럼.도윤은 간신히 되찾은 지아를 다시 잃게 될까 봐 너무도 두려웠는데, 일렁이던 물결이 점점 잦아들었지만, 도윤은 여전히 지아의 손을 놓지 않았다. “지아야, 너는 반드시 무사해야만 해.” 도윤의 걱정 어린 눈빛을 마주한 지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끝으로 도윤의 이마와 눈썹을 쓸어내렸다. “알겠어.”“A시로 돌아가고 싶어.”도윤이 조용히 말했다. 비록 양쪽 집안 모두 A시에 있진 않았지만, 그곳은 그들이 함께한 추억이 담긴 장소였고, 도윤에겐 그곳이 곧 집이었다. “신혼집은 내가 새로 꾸미라고 지시했으니까 돌아가면 가족사진도 찍어서 걸어두자. 당신 아버지가 날 때려죽이더라도 이번엔 절대 당신을 놓지 않을 거야.” 다소 유치한 도윤의 말에 지아는 웃음을 터뜨렸다.“나는 당신이 하자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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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7화

지아가 시월의 고통을 온전히 느끼는 것은 아니었는데, 단지 일부만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지아는 이미 견디기 힘든 고통을 느꼈기에 시월이 얼마나 더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심장에서 시작된 격렬한 통증은 점점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지아의 심장을 붙잡고 사정없이 찢어대는 듯한 고통이었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한편, 시월은 바닥을 구르며 온갖 고통에 몸부림쳤다.손가락으로는 울퉁불퉁한 바닥을 움켜쥐느라 관리가 잘 되어 있던 손톱은 부러지고 갈라졌지만 시월은 그조차도 느낄 새가 없는 듯했다. 예린은 그런 시월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시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비웃지도, 조롱하지도 않은 채로. 시월은 기어가듯 힘겹게 예린에게 다가가 애원하기 시작했다.“이예린... 부탁이야... 나 좀 살려줘.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어...”예린은 무표정하게 반쯤 몸을 굽혀 시월의 턱을 거칠게 붙잡고 냉랭하게 말했다.“자업자득이지, 뭐.”“소시월, 너 같은 X은 그런 일을 당해도 싸. 이미 몇 번이나 기회를 줬는데도 네가 우리의 손을 잡지 않은 거잖아.” “그 노친네한테 해독제가 있을 거야, 그렇지? 당장 나한테 해독제를 달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소지아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고!” 시월은 지아를 방패 삼아 모두가 지아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하려 했다. “미안하지만, 오늘 밤에 어떤 일이 있어도 널 구해줄 수 없어. 그러니까 그 고통을 충분히 느껴보라고.” 시월은 극심한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졌고, 바닥에 미친 듯이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차라리 날 죽여! 그냥 날 죽이라고...!”예린은 시월의 끔찍한 모습에 잠시 놀랐다.‘독벌레가 이 정도로 무서운 건 줄은 몰랐어.’ 예린은 곧장 손짓하여 경호원을 불렀고, 시월이 자해하지 못하도록 침대에 묶어 두게 했다. 시월의 눈가는 빨갛게 물들었는데, 팔다리와 입이 제압된 상태에서도 마치 뱀처럼 고통에 못 이겨 몸을 비틀었다. 하늘에 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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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8화

시월의 초췌함에 비해 지아는 너무도 생기 있고 빛이 나는 모습이었다. 시월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지아를 노려보며 말했다.“이렇게 멀쩡하다고...? 분명 나는 너한테 연심독충을 심었어. 내가 아프면 너도 아파야 한다고!” “네 기대를 저버려서 미안하지만, 난 별로 아프지 않았어. 그런데 너는 어젯밤에 너무 아파서 미쳐버릴 뻔했다면서?” 시월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 남자가 분명히 그랬는데? 그 독벌레는 오랜 세월 연구해서 만든 새로운 독벌레로, 소지아를 겨냥해 준비된 거라고.’ 시월은 그 독벌레를 마지막 카드로 삼고 있었는데, 자신의 정체가 들통나더라도 최소한 지아를 이용해 협상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지아는 독벌레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기에, 시월의 자신감은 크게 꺾이고 말았다. 지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앞으로 너는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어젯밤의 고통을 또 겪게 될 거야. 그리고 그 고통은 점점 더 심해지겠지. 물론 나는 상관없어. 너랑 같이 끝까지 버티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네가 그 고통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고통이 반복된다’는 말을 들은 시월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고작 이틀 만에 시월은 눈에 띄게 수척해졌는데, 몇 번의 보름달을 더 겪는다면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만큼 비참해질 게 분명했다. “그건 안 돼! 협... 협상하자. 내 조건을 말할게.”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 하지만 이번엔 제대로 된 협상 태도를 보여야 할 거야. 만약 또 꾀를 부릴 생각이라면 언제든 상대해 줄게.” 시월처럼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고통이 가장 큰 협상 도구였다.시월은 지아보다 훨씬 더 죽음을 두려워했으니 말이다. 시월은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벗어나 호화로운 삶을 누리며 살아왔고, 그런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으로서 죽음을 감당할 수 없어서 고작 하룻밤의 고통으로 바로 태도를 바꾸었다. 도윤은 즉시 준비를 마치고 그들을 데리고 외곽의 한 소도시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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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9화

그뿐만 아니라, 시월은 새로운 조건을 내세웠다.“30분 내로 내가 지정한 해외 계좌에 400억을 송금해. 돈이 확인되어야만 이 거래가 성사된 걸로 간주할 거야.” “문제없어.”도윤이 망설임 없이 동의하며 말했다.“지금 당장 처리할게.” 도윤이 자리를 뜨자 시월은 지아를 향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날 너무 원망하지는 마. 비록 우리의 인생이 뒤바뀌긴 했지만, 넌 운이 참 좋았잖아? 널 사랑해 주는 사람도 생겼고 아이들까지 생겼으니, 이제 해독만 하면 넌 소씨 가문의 친딸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야. 네가 잃어버린 모든 걸 그 사람들이 다 메꿔 줄 거라고.” 시월은 가벼운 말투는 마치 지아가 큰 이득을 본 것처럼 느껴지게 했지만, 지금껏 지아가 겪은 수많은 고난과 생사의 고비, 그리고 지아가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고통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었다. “뭘 그렇게 쳐다봐? 내 말이 틀렸다는 거야? 다른 건 몰라도 네 양아버지가 죽은 건 나 때문이 아니잖아. 그 사람은 그냥 기구한 팔자를 타고났던 거라고...”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아는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던졌고, 순식간에 시월에게 다가가 그녀의 옷깃을 움켜쥐고 힘껏 뺨을 갈겼다. “소지아, 네가 감히 날 때려?!” 찰싹! 찰싹! 찰싹!지아는 연이어 손을 휘둘렀는데, 그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소시월, 나는 단 하루도 너에 대한 원한을 잊은 적이 없었어. 네 목숨이 그렇게 하찮고 쓸모없는 거라면 언제든지 상대해 줄게! 내 인생에 대해 입을 뗄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너니까!!” 지아의 강력한 기세에 겁먹은 시월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이거 놔.” “나는 가까스로 지옥에서 기어 나온 사람이라 너처럼 죽음 따윈 두렵지 않아. 내 인생은 이미 풍비박산이 났다고. 그러니까 그 잘난 ‘죽이겠다’는 말로 날 협박하려 들지 마! 전혀 소용없으니까!!” 지아의 눈빛이 더욱 차갑게 얼어붙었다.“널 산산조각 내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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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0화

지아 가족은 시월을 데리고 세이아 섬으로 향했는데, 비행기에 탑승한 시월은 지아가 보디가드 대신 무무를 데려온 것을 의심스러운 눈길로 쳐다보았다.“분명히 경고하는데, 수작은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네 엄마의 행방이 궁금하지 않다면 모를까, 약속한 세 명이면 세 명이지, 단 한 명이라도 더 데리고 오면 안 돼!” “걱정하지 마. 우리 딸이 주술을 조금 다룰 줄 아는데, 네 몸에 있는 심벌레를 풀어줄 수 있을지도 몰라서 그래.” 시월은 미간을 찌푸리며 무무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웃듯 말했다.“차라리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게 낫지 않았겠어? 고작 애 하나 데려와서 주술을 하겠다니, 내가 그 말을 믿을 줄 알고?” 비록 시월은 주술사가 아니었지만, 주술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주술사는 보통 어릴 때부터 독벌레에 둘러싸여 자라거나,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소지아랑 이도윤은 상류층에서 자란 사람들인데, 저 꼬마가 주술을 다룰 줄 안다는 게 말이나 돼?’ “분명히 말하지만, 네가 먼저 내 몸에서 심벌레를 풀어주지 않는 한 우리 쪽에서도 너희에게 해독제를 주지 않을 거야. 그리고 어린애 하나로 날 속이려 했다간 너도 무사하지 못할 줄 알라고.” 지아는 여유로운 미소만 지었을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무무의 능력은 단순히 해독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는데, 지아는 아이의 진짜 능력을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 그건 지아가 가진 가장 강력한 비장의 카드이기 때문이었다. 몇 시간의 비행 끝에, 일행은 해가 지기 전에 세이아 섬에 도착했다. 섬은 아주 황량하고 척박한 곳이었는데, 전략적 위치라는 이유로 섬에 살던 원주민들은 대부분 떠나가고 지금은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지아가 이곳을 거래 장소로 선택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A국과 C국은 오랜 적대 관계에 있었고, 이곳은 도윤과 지아에게 아주 불리한 위치였다. 지아는 비행기에서 내려 손목과 발목을 가볍게 풀었다. 얼굴엔 시원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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