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1651 - 챕터 1660

1674 챕터

제1651화

지아는 천천히 몸을 돌려 멀리 떨어진 야자수 나무 아래의 남자에게 시선을 옮겼다.그 사람은 지아도 아는 사람이었는데, 심씨 가문의 도련님이자 소시월의 약혼자인 심장후였다. 지아는 이곳에서 장후를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 보니 저 두 사람, 진정한 사랑인 것 같네?’ ‘심장후는 처음부터 내 정체를 알고, 나를 위한 계획을 준비했을 수도 있어.’ 심규철의 얼굴이 한대경과 매우 닮았다는 점을 떠올리며, 지아의 마음속 추측은 더욱 확신으로 변해갔다. 시월을 본 순간, 장후는 서둘러 달려와 말했다.“월아, 너 괜찮아?” 시월의 얼굴은 결코 괜찮다고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 사람에게 맞고, 저 사람에게 맞아 연고를 발랐음에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아 부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후는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로 시월을 위아래로 살피며 물었다.“어디 다친 거야?” 장후는 방금 시월이 다리를 절뚝거리는 걸 본 후, 시월이 겪은 상황이 절대 좋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장후는 시월을 단숨에 자신의 뒤로 감쌌는데, 장후의 몸에서는 묘하고도 섬뜩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장후가 등장한 후로, 원래 부드럽고 산만하여 조금의 존재감도 없던 무무는 자발적으로 지아의 옆에 섰다. 무무는 말하지 못하는 대신 주변 변화를 더욱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지아는 무무의 눈빛만으로도 장후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하지만 내가 전에 접했던 자료에는 심장후가 우유부단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적혀 있었는데...’장후는 도윤과 전혀 반대되는 사람이었다. 도윤은 아무리 사람들 속에 툭 던져져도 군계일학의 존재였지만, 장후는 공격성이 전혀 없어 곧바로 사람들 사이에 묻힐 존재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사람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존재인 법이었다. 흔히들 ‘짖지 않는 개가 더 무섭다’고 말하지 않는가?시월이 장후를 자기 동료로 선택한 것도 분명 장후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기 때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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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2화

지아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심장후가 주술사라고?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이 딱 맞구나!” 몇 사람은 아직 식사하지 않은 상태라, 근처의 한 식당을 찾아 식사하기로 했다. 원래는 생사를 가르는 원수였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꽤 평화로웠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기 전의 고요함처럼 말이다. 하지만 도윤은 장후가 다시 주술을 이용할까 봐 염려되어 손수 아내와 딸을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 도윤이 파인애플 볶음밥 한 접시를 만드는 동안, 시월은 이미 식사를 시작했는데, 그것들은 전부 섬 특유의 별미들이었다. 무무는 계속해서 장후를 주시하며, 장후가 어떤 음흉한 짓을 벌이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었다. 지아와 도윤은 이 섬에 오기 전에, 주술사에 대해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숙련된 주술사는 분명 냉혈하고 악랄한 인물일 거야.’ 하지만 장후가 나타난 순간, 지아의 주술사에 대한 고정관념은 완전히 무너졌다. 지아가 알고 있는 주술사란 시골 마을의 주민들이었고, 그들은 낙후되었지만 순박하고 특별한 주술을 대대로 전수해 왔다. 하지만 장후의 모습은 한없이 유순하고 점잖은 군자 같았고, 주술사라는 이미지와 전혀 연관이 없어 보였다. 지금도 장후는 볶음밥 속의 파를 골라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시월은 끝없이 투덜거리며 말했다.“내가 파를 제일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거지?” “미안해. 주방에 분명히 신신당부했는데, 아마 요리사가 깜빡한 것 같아. 그래도 다른 반찬을 많이 먹고, 국도 좀 마셔.” “난 새우볶음밥 먹을 테니까 오빠는 파나 골라내!” “알았어, 알았어. 그럼 우선 국부터 먹어. 몸에 좋은 거야.” 지아는 턱을 괴고 앉아 속으로 생각했다‘혹시 소시월이 심장후에게 강력한 주술을 건 게 아닐까? 소시월이야말로 진짜 주술사인 거 아니냐고.’ ‘어쩜 저렇게 다를 수 있지? 한 명은 너무 강하고, 다른 한 명은 너무 나약하잖아!’ 하지만 시월을 원해서라면 장후도 배수의 진을 칠 정도로 강력한 주술을 사용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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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3화

“말도 안 되는 소리!”장후는 삽시간에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는데, 이전의 온화하고 점잖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지아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닌지 의심했지만, 장후의 눈썹 사이에서는 은은하게 검은 기운이 퍼져 나오는 것 같았다. ‘이제야 주술사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군.’ “네가 먼저 연심독충을 풀어주기 싫다면, 나는 얼마든지 시간을 끌 수 있어. 하지만 너도 잘 알다시피, 심벌레는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발작할 거야.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소시월의 몸에는 큰 문제가 생길 거야. 너는 소시월이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 시월은 장후의 팔을 꼭 붙들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너무 아파. 더는 못 참겠다고!” 장후는 시월의 품에 안고 설명했다.“월이를 구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연심독충을 풀려면 반드시 조용하고 안정된 환경이 필요해. 게다가 모체가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아야 독벌레를 뽑아낼 수 있다고!”“월이가 이렇게 아파하는 상태에서는 너희한테도 좋을 게 없어. 심벌레가 숙주에게서 치명적인 위험을 감지한다면, 자폭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을 테니까!” 지아는 심각한 표정으로 무무를 바라보았고, 무무는 손짓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독벌레는 결국 기계가 아니므로 100% 통제할 수 없고,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이 말을 들은 도윤은 지아에게 어떤 해가 되는 일을 허락할 수 없어서 속으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좋아, 우리가 먼저 심벌레를 풀어줄게.”지아는 도윤을 나무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는데, 마치 도윤이 너무 충동적이라고 꾸짖는 것 같았다. 도윤이 지아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자기야, 괜찮아. 나는 당신의 안전이 가장 중요해.” “무무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무무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뜻을 보였다. “좋아, 오늘 밤에 심벌레를 풀면 연심독충도 풀어줄 수 있는 거지?” “꼭 그렇지만은 않아. 두 사람의 신체 상태가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독벌레를 푸는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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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4화

배이혁이 옆에서 바로 받아쳤다.“확률은 제로입니다.” 한대경은 차갑게 배이혁을 노려보며 말했다.“그렇게 보스의 기를 죽이면 되겠어?” “형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닐 겁니다. 보스, 저희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사모님이 데리고 온 아이는 사모님의 막내인 무무입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장애가 있어서 아예 말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런 아이가 어떻게 보스를 아빠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배신혁은 황급히 자기 형의 발언을 해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둔감한 보스의 원한을 품을 게 뻔했으니 말이다. 알다시피, 예전에 국내에서 배이혁이 지아를 암살하려 했던 사건이 발각된 후, 한대경은 배이혁을 가혹하게 벌했었다. 한대경은 담배를 한 대 피우며 발코니로 나섰는데, 한대경의 키는 크고 체격은 당당했지만, 흘러나오는 담배 연기 속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그 사람이 보고 싶은 걸까?” 한대경의 독백을 들은 배신혁은 얼굴을 감싸며 속으로 탄식했다. ‘완전히 망했군.’ ‘사모님이 보스에게 어떤 독을 뿌렸는지 모르겠지만, 보스는 이미 그 독에 완전히 중독된 것 같아.’ 한편, 무무는 시월의 독벌레를 푸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도윤은 죽음의 문턱을 여러 번 넘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 터라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무무는 손에 독특한 방울을 들고 있었는데, 그것은 ‘구령’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아이가 구령을 살살 흔들자, 시월은 입을 벌렸고, 곧 한 마리의 굵고 살찐 벌레가 시월의 입에서 기어 나왔다. 무무는 도윤이 아직 그 벌레를 제대로 보기도 전에 그것을 맨손으로 잡아, 조원주에게 받았던 화로 속에 던져 넣었다. 시월은 심장 통증이 사라지긴 했지만, 역겨움에 속이 메스꺼워 헛구역질했다. “월아, 어때? 좀 나아졌어?”“역겹고 토할 것 같아.” 역겹고 토할 것 같은 기분, 이는 몸속에서 그런 뚱뚱한 벌레가 기어 나온다면 누구라도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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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5화

무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상대가 가까이 오는 것을 주시했다. ‘이 섬사람들이 햇볕에 많이 그을리긴 했지만, 이 사람은 뭔가 좀 이상해.’ 한대경은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을 섞어본 적이 없었기에 미리 준비해 둔 사탕을 꺼내 들며 말했다.“자, 너 가져.” 하지만 무무의 눈에 한대경은 그저 인신매매범처럼 보일 뿐이었고, 무무는 공도 필요 없다며 등을 돌려 멀어지기 시작했다. “꼬마 아가씨, 내가 사람을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왜 도망가? 혹시 딸기 맛 싫어하는 거야?” 한대경은 아이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는데, 한대경은 키도 크고 덩치도 커서 성인 여성조차 그의 품에선 작아 보였는데, 무무 같은 아이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한대경은 무무를 마치 인형처럼 한 손에 들고, 허둥지둥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한 움큼 꺼내며 말했다. “수박 맛도 있고, 망고 맛도 있고, 오렌지 맛도 있어. 이거 다 너 줄게. 다 먹어.” 멀리 있던 배신혁은 이 장면을 보고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아이를 다룰 줄 너무 모르시네. 내가 어릴 때 저렇게 이상한 아저씨가 갑자기 나타났다면, 나는 기절했을 거야. 봐, 저 작은 꼬마 아가씨도 겁에 질려서 표정이 완전히 굳어버렸잖아. 아마 보스가 인신매매범이라고 생각했을걸?” “정말 이해가 안 돼. 그 여자가 뭐가 좋다는 걸까? 시간이 그렇게 지났는데도 보스는 그 여자를 전혀 잊지 못했잖아.” 배이혁은 예전부터 지아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좋아하지 않는 것을 넘어, 지아에 대한 편견만 더 깊어졌다. 하지만 배신혁은 턱을 괴고 말했다.“근데 말이야, 무무는 정말 예쁘게 생겼어. 사모님을 정말 빼닮았더라. 그 독특한 초록색 눈동자 하며, 얌전하고 사랑스러운 모습까지. 저런 아이를 보면 누구나 아껴주고 싶을걸? 보스는 사모님에 대한 마음이 깊으시니, 저 아이를 보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고 싶으실 거야.” “유난 떨기는.”배이혁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사실 배이혁도 지아를 완전히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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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6화

한대경은 해명하려 했다.“그냥 이 꼬마 아가씨가 너무 귀여워서 사탕을 좀 주고 싶었을 뿐이야.” 지아는 한대경이 자기 딸에게 나쁜 짓을 할 만큼 비열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한대경이 이곳에 나타난 것은 분명 도윤이 불러온 지원병이기 때문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저 덜렁대는 바보는 예전처럼 너무도 무모했어. 하마터면 내 계획을 망칠 뻔했다고! 소시월이랑 그 일당에게 들켰다면, 일이 더 복잡해졌을 거야.’지아는 한대경을 냉담하게 대하며, 마치 낯선 사람을 대하듯 차가운 눈빛으로 한대경을 바라보았다.“필요 없어. 고맙지만 사양할게.”지아는 이 말을 끝으로 무무를 안고 걸음을 서두르며 아이에게 말했다.“앞으로 저런 이상한 아저씨들 가까이 가지 마. 애들을 데려가려고 할 수도 있어.” 그 순간, 한대경은 말문이 막혔다. ‘날 이런 식으로 대하다니.’지아가 일부러 그러는 것을 알면서도, 한대경은 마음이 조금 울적했다. 간밤에 지아와의 재회를 생각하며 한숨도 못 잤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싸늘한 태도였고, 지아의 아이마저 한 번 더 안아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배신혁은 망원경을 내려놓았다.“애가 곧 울 것 같았어. 그리고 보스의 저 뒷모습, 너무 쓸쓸해 보여.” 배이혁은 입에 풀을 물고 대꾸했다.“내 생각엔 그냥 시간이 남아도시는 것 같은데? 남의 아내랑 딸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저러시는 거야?” 배신혁이 자기 형을 째려보며 말했다.“형, 말을 그렇게 밖에 못해? 그렇게 마음이 차갑고 돌 같아서야 결혼은커녕 여자 친구도 못 사귈걸?” “요즘 이혼율이 엄청 높잖아. 결혼해도 남의 사람이 될 바엔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아.” 배신혁은 말문이 막혔다. 한편, 장후의 곁에서 모처럼 달콤한 잠을 잔 시월이 발코니에서 눈을 비비며 물었다. “뭘 그렇게 봐?”장후는 지아와 무무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굴었나 봐. 저 낯선 남자는 그냥 귀여운 아이랑 같이 놀고 싶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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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7화

지아는 자신이 마치 맹렬한 호랑이에게 제압당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상대가 바로 자기 목을 물어뜯을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한대경!”지아는 한대경의 의도를 알 수 없었기에, 그대로 자세를 유지하며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지아는 과거에 한대경을 속였고, 도윤과의 원한도 깊었다. 게다가 한대경은 지아를 납치한 적도 있지 않은가? 터프한 성격의 한대경은 항상 원한은 원한으로, 복수는 복수로 갚는 사람이었기에 지아는 조금도 한대경을 자극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지아는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두통은 좀 나아졌어?” 역시 단순하고 몸만 발달한 한대경은 이 말을 듣자마자 눈을 반짝였다.“아직 내 안부를 걱정하는 거야?” 한대경이 여전히 과거처럼 속이기 쉽다는 것을 확인한 지아는 마음이 놓여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어쨌든 넌 내 환자였잖아. 떠나기 전에 약 처방을 남기긴 했지만, 내가 직접 치료한 게 아니라서 효과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네.” 한대경은 몸을 숙여 지아의 귀에 속삭였다.“거짓말, 네가 정말 날 걱정했다면, 그때 그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을 리 없어. 내가 네 말에 또 속을 것 같아?” 지아는 어쩔 수 없이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그런 거 아니야. 네가 내 사람됨을 믿지 못할 순 있겠지만, 내 직업은 믿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난 의사로서 사명감과 윤리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대경은 지아의 몸을 돌려 세웠다. 지아의 뒤통수는 벽에 닿자, 아주 큰 키의 한대경은 지아의 턱을 들어 올리며 억지로 자신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내 눈을 보고 다시 말해봐.”지아는 침을 삼켰다.“나, 나는 의사로서 사명감과 윤리를 가진 사람이야.” 한대경은 거친 손가락 끝으로 지아의 부드러운 뺨을 쓸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예쁘고 작은 얼굴에, 이렇게 맑고 순진한 눈동자를 가졌으면서... 나를 두 번이나 속여서 정신도 못 차리게 했잖아.” 과거의 일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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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8화

지아는 눈살을 찌푸렸다.비록 한대경이 늘 거칠고 무례하다는 것은 알지만, 도윤 외의 다른 남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어쨌든 출신이 훌륭한 도윤은 가장 차가웠던 순간에도 이런 말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함부로 지껄이지 마!”지아는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한대경이 만약 자신을 어떻게 하려고 했다면, 이미 며칠 전에 했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대경은 장후가 지아의 독벌레를 풀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적어도 지금은 안전한 것 같아.’ 한대경은 자신이 겁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실망한 듯 지아를 놓아주었다. “다 같은 사람인데, 어째서 너만 그렇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거지?” 지아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난 내 딸을 찾으러 가야 하는데, 왜 날 여기로 끌고 온 거야?” 한대경이 방 안의 병풍을 발로 걷어차자, 그 뒤에는 무무가 얌전히 앉아 과일과 요구르트를 먹고 있었다. “내가 직접 만든 거야. 며칠 동안 너랑 말 한 번 나눌 기회도 없어서, 결국 저 꼬맹이의 도움을 빌릴 수밖에 없었어.” 한대경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어색하게 서 있었는데, 한대경이 이런 식으로 한 여자를 달래기 위해 비굴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아는 도무지 한대경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무무에게 다가가 물었다.“어쩌다 저 아저씨 말을 듣게 된 거야?” 무무는 손짓으로 말했다.“저 아저씨가 엄마를 잘 보호해 줄 거라고 약속했어요.” 지아는 손을 들어 무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랬구나. 마저 먹어.” 한대경은 옆에 있는 다른 그릇을 가리키며 먹었다.“너도 좀 먹어. 내가 너를 위해 특별히 만든 더운 여름을 식힐 과일 요구르트 샐러드야. 여자들은 다 이런 걸 좋아한다며?” 지아가 움직이지 않자, 한대경은 자신이 손쓸 수 없는 것을 한스럽게 여길 정도였다. “독 같은 건 안 넣었어. 못 믿겠으면 내가 먼저 먹어볼까?” 지아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여긴 한대경의 구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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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9화

한대경의 얼굴을 일그러졌는데,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농담을 들은 듯한 표정이었다.“날 놀리는 거지?” 지아는 침착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이렇게 중요한 일을 가지고 너랑 농담할 것 같아?”‘하긴, 소지아는 이런 일을 농담거리로 삼을 만한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과거에 지아에게 속았던 전력이 있어서, 한대경은 지아를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웠다. “나는 독벌레를 풀고 나면, 이 일을 분명히 밝힐 생각이야. 친자 확인만 하면 모든 진실이 세상에 드러날 테니까.” 이 말을 남긴 뒤, 지아는 무무를 안고 방을 떠났고, 한대경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한대경의 머릿속에는 오직 지아가 남긴 말만이 떠돌았다.“너는 도윤 씨를 형이라고 불러야 해.” ‘아니, 말도 안 돼! 우리 두 사람은 평생을 적으로 살아왔고, 몇 번이나 서로를 죽일 뻔한 적도 있어. 그런데 하늘의 장난으로 같은 집안끼리 싸운 꼴이라니, 이게 말이나 돼?’배신혁과 배이혁이 나타났을 때, 그들은 멍하니 서 있는 한대경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배신혁은 형을 팔꿈치로 찌르며 물었다.“형, 보스가 충격받아서 바보가 된 거 아닐까?” “일찍 말했다고 해도 소용없었을 거야.”배이혁이 냉소적으로 말했다.“이미 이혼한 상태이긴 하지만, 그 아이들을 좀 봐. 그 아이들은 전부 이혼한 뒤에 생긴 아이들이잖아. 사랑하지도 않은 전남편과 아이를 낳는다니, 한두 명도 아니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소지아는 이도윤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던 거라고. 그럼 우리 보스는 뭐였을까?” 배이혁은 단호히 말했다.“장난감이었지, 뭐. 혼자 착각하고, 혼자만 좋아했으니까. 그것도 모르고 과일샐러드 같은 걸 만들어 대다니, 정말 웃겨 죽겠다니까?!” 배신혁은 배이혁을 노려보며 말했다.“형, 그러니까 형이 평생 솔로인 거야. 그런 독설을 하는데, 어떤 여자가 형을 좋아하겠어? 형을 좋아하려면 귀가 안 들리는 여자여야 할 걸?” 배이혁은 콧방귀를 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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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0화

도윤은 사방을 돌아다니며 지아를 찾다가, 지아와 무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디 갔었어?” 지아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시월을 힐끗 보고는 대충 둘러댔다.“무무랑 좀 놀았어.” “방금 심장후가 그러는데, 소시월의 몸 상태를 보면 오늘 밤에는 독벌레를 풀 수 있을 거래.” “드디어 때가 됐구나.”도윤은 지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모든 게 계획대로니까.” 지아는 몸을 낮춰 무무에게 조용히 말했다.“오늘 밤엔 꼭 조심해야 해. 저 둘은 결코 선한 사람이 아니야. 저 사람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는 아무도 몰라, 알았지?” 무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 되자, 날씨가 좋지 않았다.겹겹이 쌓인 먹구름은 달빛을 가리고 있었고, 하늘에는 별빛조차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섬의 대부분 가정집은 일찍 불을 껐고, 남아 있는 빛은 몇몇 상업 지역과 군사 기지에서 새어 나오는 것뿐이었다.다만, 해안가 주변은 희미한 조명이 섬의 아름다움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었다. 바로 이런 밤, 지아와 시월은 해변에 나란히 앉아 있었고, 멀리에는 쾌속정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시월이 심각한 표정이 말했다.“우리가 전에 약속한 대로, 내가 떠난 뒤 삼 일 후에 추격을 시작해야 해, 알지?” “그래.”시월은 삼일간의 ‘사면권’을 얻은 셈이었다.지아는 소씨 가문에서 저지른 시월의 행동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 장후는 그런 지아를 깊이 바라보며 경고 섞인 눈빛을 보냈다. “네가 한 말은 꼭 지켜야 할 거야.”“자, 이제 시작하자.”지아는 더 이상 말을 섞을 의도가 없어 보였다.이 독벌레는 지아를 오랫동안 괴롭혀 왔으니, 빨리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장후는 주의 사항을 하나하나 설명했다.“이 독벌레는 아주 포악해서 제거 과정에서 자폭할 가능성이 높아. 즉, 중간에 어떤 간섭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야.” 도윤은 미리 해변을 정리하여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도록 조처를 했고, 무무는 해변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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