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1621 - 챕터 1630

1674 챕터

제1621화

소씨 가문 사람들은 마치 굶주린 이리 떼처럼 시월을 둘러싸고 있었다. 모두가 시월을 증오했지만, 당장 죽일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소임호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살의를 억눌렀다. “시월아, 내가 원하는 건 네가 독충의 모든 은신처와 거점, 그리고 그동안 조경선이 해 온 짓거리를 낱낱이 밝히고, 조경선을 여기로 끌어내는 거야.” 이것이 바로 시월이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유일한 이유였다. 시월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저한테서 온갖 방법으로 모든 걸 빼앗아 갔으니 이제 전 빈껍데기나 다름없어요. 이제 와서 제가 말하는 말든 무슨 차이가 있죠? 결국 빨리 죽느냐, 늦게 죽느냐의 차이일 뿐이잖아요.” 시월은 주위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 본 듯 덧붙였다.“제 손에 독충과 관련된 모든 자료와 데이터가 있어요. 만약 저를 살려준다면 여러분한테 협조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어요.” 총명한 사람은 어떤 궁지에서도 탈출구를 찾기 마련이다.시월 역시 그런 사람이었는데, 절벽 끝에 뿌리내린 한 줌의 씨앗처럼, 시월에게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위로 뻗어 나가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시월의 문제는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데 있었고, 인간으로서의 도덕과 양심을 버렸다는 점에 있었다. 시월은 이제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괴물이 되어 있었다. 시하는 분노에 차서 시월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꿈 깨! 네가 그동안 저지른 악행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살아갈 구멍을 찾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집어 치워. 네가 스스로 모든 걸 털어놓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입을 벌리게 하고 말 거야.” 시월은 뺨을 맞아 입가에서 피가 흘렀지만, 예전처럼 울며 오빠들에게 동정심을 유발하려 하지는 않았다. 예전의 시월이라면 사람들의 연민을 사기 위해 연약한 척하고 애교를 부렸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수법이 통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차분한 태도를 유지한 것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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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2화

본래 악랄한 자는 더 악랄한 자가 상대해야 하는 법이었다. 시월은 자신을 예린에게 넘긴다는 말을 듣고 공포에 사로잡혔다. ‘저 여자는 완전 미친 사람이야!’ ‘소씨 가문 사람들은 아무리 나를 증오한다고 해도 인간적인 동정심을 느낄 거야. 하지만 이예린이면 말이 달라질 거라고!’ 예린은 독충에서 연구를 할 때부터 가장 잔혹하고 무자비한 인물로 악명이 높았다. 게다가 시월은 시후를 해친 데다가 예린을 속인 적도 있으니, 예린이 시월을 가만두지 않을 것은 뻔했다. 예린은 심문 전문가보다도 더 가혹할 것이었고, 예린에게 붙잡힌다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나을 정도의 고통을 겪을 게 분명했다. “안 돼요! 아빠, 오빠들, 우린 그래도 한 가족이었잖아요. 제발 이예린한테 저를 넘기지 말아주세요. 저 여자는 악마예요! 정말이라고요!” 소씨 가문 사람들은 잠시 망설였지만, 시월이 이토록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보고 곧 결정을 내렸다. 예린은 마치 유령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한 걸음씩 시월에게 다가갔다. 시월은 황급히 도망치려 했지만, 긴 팔과 다리를 가진 채 온몸에서 서릿발 같은 살기를 뿜어내는 부장경에게 그대로 붙잡히고 말았다. 부장경은 키도 크고 체격도 우람하여, 얼어붙을 듯한 차가운 아우라로 시월을 집어삼키려 했다. 부장경은 곧이어 시월을 가볍게 들어 올리더니 힘껏 탁자 위로 내던졌고, 시월은 탁자 위에 쌓여 있던 서류들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남자와 여자의 힘의 격차는 너무도 크기에, 시월은 자기 등이 아프다는 것만 느낄 뿐, 말 한 마디 할 힘조차 없었다. 부장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시월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어디 가려고?” “그, 그게...”시월은 말을 잇지 못한 채 더듬거렸는데, 바로 그때 시월의 팔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시월은 고개를 돌렸고, 예린이 어느새 주사기로 자기 팔에 약물을 주입하고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하지만 이미 주사기 안의 모든 액체가 시월은 몸에 주입된 뒤였다. “이예린, 나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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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3화

지아는 가족과의 상봉만으로도 아주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소임호가 이렇게 큰 선물을 준비할 줄은 몰랐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겪으면서 어렵게 찾은 가족이야. 나는 가족과의 정이 중요하지 재산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지아가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오빠들이 다가와 위로했다.“부담 갖지 마. 이건 아버지와 우리 모두의 마음이야.” 시후는 지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미안해. 네가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했고, 네가 자라는 모습도 지켜보지 못했어.” 시하는 지아를 꼭 안으며 말했다.“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너한테는 이제 가족이 있잖아.” 지아가 그토록 원했던 것은 결국 ‘가족’이라는 한 마디였기에, 되려 오빠들을 끌어안으며 그동안 참아 왔던 눈물을 흘렸다. 지아는 자신이 이제 강해졌다고 믿었는데, 요즘 들어 자꾸만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세상일이 아무리 엉망이라지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 부장경은 지아가 가족의 품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멀찍이 서서 조용히 바라보았다. A시에서 지내던 동안 지아는 부씨 가문과 재회했지만, 부장경은 지아에게 여전히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오늘, 소씨 가문과의 재회를 통해 그 아쉬움이 조금이나마 해소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한편, 소임호가 소씨 가문과 완전히 결별하겠다고 선언한 일은 모두에게 예상 밖의 일이었다.비록 이 모든 상황은 소임호가 오랜 시간 준비한 것이었지만, 그조차도 아내가 그 과정에서 희생될 줄은 몰랐다. 소임호는 여러 경로를 통해 조경숙의 행방을 수소문했으나, 심세호는 철저히 가짜 신분을 사용했기에 단서를 찾기 어려웠다. 이제 남은 유일한 희망은 소시월이었고, 그녀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시월은 폐별장에 감금되어 있었고, 소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소상현이 저지른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빴다. 그 사이 지아는 먼저 시월이 감금된 폐별장으로 향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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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4화

아직 해가 지기 전인데도 짙고 무거운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고, 곧 폭우가 쏟아질 것처럼 공기는 눅눅하고 묵직했다. 지아는 교외의 폐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멀리서부터 다섯 걸음 간격으로 배치된 보초들을 보았다. ‘소시월이 이런 경비를 받다니 어떻게 보면 영광스러운 일이네.’보초들은 소씨 가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씨 가문과 부씨 가문에서도 파견되었다. 세 가문의 힘이 모여 별장을 완벽히 포위한 덕분에 파리 한 마리조차 안으로 들어가지 못할 상황이었다. 차가 멈추자 진봉이 문을 열었고, 도윤은 무무를 안고 차에서 내렸다. 무무는 독립심이 강한 아이였지만, 도윤은 여전히 아이를 안고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는 듯했다. “이 대표님, 사모님, 아가씨.”진봉은 차에서 내리는 세 사람을 보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는데, 지아와 도윤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겪은 수많은 고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제야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야. 드디어 내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아.’“소시월은 좀 어때?” “예린 아가씨께서 안에 계십니다. 저희를 들어가진 못하게 하셨지만...”진봉은 잠시 말을 멈추고 머뭇거리며 덧붙였다.“아마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밖에서도 비명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이고, 예린 아가씨께서도 워낙 가차 없는 분이셔서...”그 말에 지아는 깊이 공감했다.예린이 과거 자신에게 가했던 방식으로 시월을 다루고 있다면, 과연 시월이 그 고통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알고 싶군.’지아가 무무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아가, 엄마가 처리할 일이 있어서 그런데 아빠랑 밖에서 기다려 줄래?” 무무는 태어날 때부터 남다른 아이였지만, 지아에게 있어 무무는 아직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어린 나이에 그런 어두운 세상을 보게 할 순 없어.’ 무무는 고개를 저으며 도윤의 품에서 벗어났고, 손짓으로 지아에게 말했다. “소시월의 몸에는 독벌레가 있어요.” 무무는 이전에도 지아에게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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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5화

지아는 천천히 시월에게 다가갔다. 예린은 지아가 다가오자 몸을 굳힌 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는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예린은 지아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는 듯했다.원래라면 지아를 ‘새언니’라고 불러야 했지만, 자신이 직접 지아와 도윤을 이혼으로 몰아넣고 지아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넣은 장본인이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낯짝으로 ‘새언니’라는 호칭을 쓸 수 있겠는가? 결국 예린은 아무 말 없이 한쪽으로 물러나 불편한 표정으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지아는 예린에게 인사조차 건네지 않았는데, 예린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대한 처사이기 때문이었다. 지아는 그저 무심하게 예린의 곁을 지나쳐 곧장 시월의 앞으로 다가갔다. 시월의 몸에는 눈에 띄는 상처가 없었지만, 시월의 손가락 틈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뚝... 뚝...선혈이 나무 바닥에 한 방울씩 떨어지며 핏자국을 남겼다. “네가 이겼으니 마음대로 해. 날 죽이고 싶으면 죽이라고.” 지아는 아무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얼굴로 말없이 시월을 내려다보았다. 지아가 말 한마디 없이 고요하게 자신을 응시하자, 시월은 오히려 그 침묵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뭘 그렇게 쳐다봐?! 잘난 척 좀 하지 마. 날 미치도록 증오하면서 왜 날 죽이지 않는 거야?”지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에 널 처음 봤을 때가 생각이 나서 그래. 그때의 넌 활기차고 밝았고, 귀티 나는 모습이었는데.” 지아가 처음으로 시월을 만났을 때, 시월은 지아와 닮은 외모뿐만 아니라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지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생기발랄하고 빛나던 사람이 어떻게 그런 독한 짓을 저지른 건가 싶어.”지아의 고요하고 담담한 태도는 시월의 초라하고 흉측한 모습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었다. 시월은 지금까지의 인생을 자부심 속에 살았으니, 지아가 당장 자신에게 복수했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 터였다. 하지만 이토록 태연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지아의 태도에 시월은 두려움과 분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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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6화

시월은 마른 입술을 핥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거 알아? 처음엔 나도 죄책감을 느꼈어. 너한테 뭔가 보상이라도 해 주고 싶었지. 그런데 널 보니 A시에서 너무 잘 사는 거야. 네가 똑똑하고 예쁜 데다가 소씨 가문의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그런지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어.”“난 네가 너무 잘난 게 싫었고, 네가 가진 모든 걸 빼앗고 싶었어. 그래서 몰래 너랑 경쟁하려 했고, 너를 짓밟아 주려 했던 거야. 하지만 넌 너무 뛰어났어. 그저 취미로 시작한 것조차 업계 최고가 되었고, 내 모든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으니까.” “넌 아빠의 사랑을 받았고, 좋은 인간관계를 가졌고, 심지어 뛰어난 재능으로 천재 의대생으로 인정받으며 파격적으로 입학했어. 게다가 이도윤 같은 남자가 널 지극히 사랑해 주기까지 했지. 비록 우리 삶이 바뀌었다고 해도, 결국 넌 하늘이 선택한 사람이었고, 세상은 너한테 최고의 것들만 줬어.” 지아는 그런 시월을 비웃듯 가볍게 훑어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그래서? 내가 너한테 사과라도 해야 한다는 거야?” “또 그 눈빛! 소지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그 눈빛이야. 무슨 일을 겪든 항상 모든 걸 내려보는 듯한 그 태도가 정말 역겹다고! 넌 내가 소씨 가문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를 거야. 나는 재능이 부족해서 오빠들이 한 번 보면 배울 수 있는 것도 수십, 수백 번을 반복하며 밤새도록 연습해야 했다고!” “모범생 상이라도 달라는 거야?” 지아는 갑자기 시월의 목을 강하게 움켜쥐고 들어 올렸는데, 시월은 몸이 공중에 뜨자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넌 내 자리를 빼앗고, 내 부모와 오빠들의 사랑을 훔쳤어. 나를 절망에 빠뜨리고 내 결혼을 깨뜨리고, 날 병들게 하고 내 아이까지 조산하게 했다고! 아, 그것도 모자라 강미연이랑 하루도 죽였지! 너는 내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어!” “화학 치료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기나 해? 위통, 위출혈로 내가 얼마나 끔찍한 고생을 겪었는지 아냐고!! 난 살아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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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7화

도윤은 평소 냉철하고 무뚝뚝한 성격이었지만, 최소한의 품위는 지키는 사람이었다. 특히 여성에게 손을 대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던 도윤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것은, 시월에게 완전히 인내심이 바닥났다는 의미였다. 도윤의 발길질은 엄청난 힘을 실은 것이었고, 전혀 자비를 베풀지 않은 것이었다. 시월은 벽에 세게 부딪히며 거대한 소리를 냈고, 철제 쇠사슬까지 덩달아 흔들리며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 벽에서 바닥으로 굴러떨어진 시월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숨을 헐떡였지만, 곧 몸을 억지로 지탱하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통증이 얼마나 심했는지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시월은 아픔 따위 개의치 않은 채 피로 물든 입술을 비틀며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 네가 했던 짓거리들, 나는 다 알고 있어. 소씨 가문이 어떤 곳인지 알기나 해? 그 사람들은 가족을 끔찍이도 보호하는 사람들이야. 네가 과거에 저질렀던 일을 그 사람들이 용서할 것 같아?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넌 절대로 다시 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어. 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네가 누굴 원망할 수 있겠어? 네가 멍청해서 네 옆 사람도 믿지 못하고 남들한테 휘둘린 거잖아. 결국 이런 결말을 맞은 건 순전히 네 잘못이라고!” 도윤을 자극하는 시월의 말에 지아가 도윤의 앞을 막아서며 차분하게 말했다.“저 말에 휘둘릴 거 없어. 일부러 도발하려는 거야.” “나도 알아.”도윤은 시월의 말에 휘둘릴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고, 시월은 죽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도윤은 예린을 바라보며 말했다.“있는 대로 말했어?” 예린은 고개를 저었다.“입이 아주 무겁더라? 아직 아무것도 말 안 했어.” 그러자 지아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해볼 테니까 다들 나가 있어.” 예린은 처음엔 망설였으나, 도윤이 예린에게 나가라는 눈빛을 보내자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이만 나가자.” 도윤은 나가기 전에 무무와 눈을 마주쳤는데, 무무는 비록 어린아이였지만 독벌레에 관해서는 전문가나 다름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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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8화

지아는 위에서 내려다보며 비웃음 섞인 표정을 지었다. “너도 두려움을 느낄 줄 아는구나? 소시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널 죽이지 않을 거야. 대신 네가 그토록 집착하며 쌓아 올린 모든 걸 네 눈앞에서 무너뜨릴 거야. 무력함이 어떤 건지 똑똑히 알게 해 줄게.” “소지아, 이건 학대야! 너, 인간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거야?!” “인간성? 너한테도 그런 걸 보여줄 필요가 있나?” 지아는 시월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잡았는데, 이미 쇠사슬에 묶여 있는 시월은 제대로 저항할 수조차 없었다. 게다가 시월은 지아가 오기 전 예린에게 혹독한 고문을 당한 탓에 기운이 다 빠져 있었다. 시월은 결국 숨을 몰아쉬며 지아가 차가운 액체가 든 주사기를 자기 팔에 주입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거 알아? 네가 내 적이라는 걸 모를 때도 나는 널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어.” 곧 주사기 안의 액체가 모두 주입되었고, 지아는 시월의 손을 거칠게 놓아버린 뒤 그녀의 턱을 꽉 잡았다. “난 네가 똑똑하다는 걸 알아.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게 가족도 사랑도 아닌, 끝없는 권력과 부라는 것도 알지. 넌 필사적으로 네 몸속에 흐르는 가난한 산골 출신의 피를 지우고 싶어 했지만, 난 네가 겨우 걸쳐 놓은 그 고급스러운 가면을 하나씩 벗겨 줄 생각이야. 우선 이 얼굴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 지아는 시월의 얼굴을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남의 얼굴로 참 오래도 살았네. 그동안 네 원래 얼굴은 다 잊어버렸지? 하지만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너는 내가 원래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잖아!” “아, 그래?”지아는 핸드폰을 꺼내 들며 말했다.“재미있는 사진이 몇 장 있는데, 한번 볼래?” 화면에는 시월이 어린 시절에 찍은 사진들이 나타났는데, 마지막 몇 장에는 지아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시월은 한눈에 알아보았는데, 그 사람들은 시월이 태어난 산골 마을에 있는 친부모와 두 명의 남동생, 그리고 언니였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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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9화

지아는 무무가 전에 말했던 ‘시월 몸에 독벌레가 있다’는 말을 떠올렸지만, 시월의 손발은 모두 쇠사슬에 묶여 있었고, 독충을 조종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지도 않았다. “뭔가 잘못됐어. 시월은 직접 조종하는 주술사가 아니라, 몸 안에 독벌레가 들어 있었던 건가 봐!”무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아의 추측에 동의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을 어서 별장으로 들어오게 해야 해.” 진짜 위험한 건 시월이 아니라 그녀의 몸속에 있는 독벌레였다.그 독벌레는 일종의 위치 추적기 역할을 했고, 다른 독벌레들이 정확하게 시월의 위치를 찾아내게 할 수 있었다. 지금 하늘을 뒤덮고 몰려오는 수많은 벌레 역시 평범한 존재가 아닐 것이었으며, 적은 그 벌레들을 이용해 대규모 살상을 감행한 뒤, 시월을 구출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았다. 과거의 지아였더라면 이런 상황을 그저 황당한 이야기로 여겼을 터였다.하지만 지아는 무무와 함께 지냈던 산골 마을에서 경험한 일들을 통해 독벌레의 위력을 직접 목격한 바 있었다. 그 마을에는 수백 년 전부터 외부와 단절된 소수민족이 살고 있었고, 그 사람들은 주술을 다루는 데 뛰어났다. 무무는 난산으로 태어났고, 지아도 과다출혈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가 겨우 목숨을 건졌는데, 무무는 태어날 때부터 초록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무무가 신의 아이라고 여겼는데, 마을에서는 아이에게 특별한 주술을 사용해 보호 의식을 치렀고, 그 결과 무무는 독이나 독벌레에 면역이 생겼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은 틈만 나면 무무에게 주술을 가르쳤고 아이는 빠르게 익혔는데, 지아도 몇 번 배우려고 했으나 전혀 재능이 없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직접 다룰 수는 없었지만, 지아는 주술의 무서운 위력을 몇 번이고 목격하곤 했다.작고 미미한 독벌레는 사람 몸에 들어가면 그 사람을 조종할 수 있었고, 심지어 전설 속의 1급 암살자는 무형의 독벌레를 이용해 사람을 죽였으며, 외관상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지아는 그 암살자가 주술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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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0화

지금 상황은 꽤 난처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시월은 이제 당황스러움과 수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아와 마찬가지로 시월 역시 군사적 대응에는 전혀 문외한이어서 진부한 사고방식으로 ‘독은 독으로 제압해야 한다’고 여겼지만, 모든 진리는 대포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단 몇초만에 믿어왔던 ‘살인 독벌레’가 전부 타버린 것을 보고 시월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대단할 줄로만 알았던 살인 독벌레가 이렇게 순식간에 소멸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시월은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다.“소지아! 너와 난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 지아는 느긋한 목소리로 대꾸했다.“됐어, 널 구하려고 온 지원군은 이미 전멸했어. 이제라도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널 곧장 수술대에 올려버릴 거야.” 시월은 벽에 기대며 완전히 기력이 빠진 얼굴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결국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다 말하면 되잖아!”“내가 심세호에 대해 아는 건 별로 많지 않은데, 그 사람은 존재 자체가 워낙 신비한 사람이라 우리랑 손을 잡은 것도 일시적인 목표를 위해서였어. 사실 엄마가 납치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난 그 사람의 목표가 우리랑 같은 줄 알았어. 그 사람이 소씨 가문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했거든.”“넌 아직도 그분을 ‘엄마’라고 부르는구나. 그분이 얼마나 널 아꼈는지 안다는 뜻이겠지. 네가 조금만 더 많은 정보를 준다면, 우리는 그분을 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어.” “그 사람은 천재 의학자이고, 이전엔 독충과 협력해서 항바이러스 약을 만든 적도 있어. 물론 효과는 좋았지만 부작용이 심한 탓에 금지 약물로 지정되긴 했지만, 그 사람이 가장 잘하는 건 독약이야! 그 사람은 몸 자체가 독으로 가득 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 나도 그 사람과 만날 때는 일부러 멀리 돌아가곤 했을 정도니까.” 잠시 말을 멈추었던 시월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아는 건 다 말했어. 이제 조경선을 잡고 싶다면 날 해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날 이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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