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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Chapter 1481 - Chapter 1490

1561 Chapters

제1481화

며칠이 지났다. 만약 지아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면, 도윤은 이미 마음을 접었을 것이었다.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고, 도윤이 지아에게 선물한 목걸이조차 바다에서 인양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단 하나의 실마리도 남기지 않았다는 건, 이 모든 게 철저히 계획된 일이라는 걸 의미해.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인 걸까?’ 도윤은 밤하늘의 무수한 별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곧 설날이네.” 무무는 양손을 바닥에 짚고 발끝을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설은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했는데... 지금쯤 엄마는 어디에 있을까?’ 한편, 설날이 가까워질수록 섬에 있던 지아는 점점 더 바빠졌다.며칠 전, 그녀는 섬에 있던 사람들에게 한지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한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붓을 들자 매끄럽게 흘려진 글씨가 종이 위에 생동감 있게 살아났다. ‘행복 가득한 집, 가족 모두 건강하길.’지아는 설날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복조리를 문 앞에 달기도 했다. 마치 혼자서도 설날 분위기를 내려는 듯했다.심지어 지아를 감시하던 사람들도 그녀의 부탁을 받아 섬 곳곳에 작은 복조리 장식을 걸어주었다. 그 덕에 섬은 마치 오색 비단옷을 입은 듯 아름답게 빛났다. 섣달그믐 밤.한대경은 섬에 도착하자마자 풍성한 음식 냄새를 맡았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아가 오늘 밤 만두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돼지고기는 오늘 아침에 신선하게 공수되었고, 채소는 섬에서 직접 뽑았다. 파조차도 뒤뜰에서 갓 딴 것이었다. 비록 아무도 지아와 말을 섞을 수 없었지만, 모두가 자발적으로 그녀를 도왔다. 지아는 섬에서 함께 지내는 모든 사람을 위해 넉넉히 준비했다.‘설날에 집에도 가지 못하고 나를 지켜야 하다니, 모두 너무 안쓰러워.’ 주방에서는 반죽하다가 얼굴에 밀가루를 묻힌 지아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얇은 셔츠 아래로 능숙하고 빠른 손놀림이 이어졌다. 평소의 고고한 모습과는 달리, 평범한 주부처럼 정겹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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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2화

A시의 부씨 가문 저택.도윤은 원래 올해 설을 아이들과 함께, 과거 자신과 지아가 살던 신혼집에서 보낼 계획이었다.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지아가 사라지면서, 그는 아이들 모두를 부씨 가문 저택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부씨 가문 저택은 온통 화려한 장식으로 설맞이 준비를 마쳤지만, 그 분위기는 그야말로 적막함 그 자체였다.부남진의 얼굴에는 웃음기 하나 없었고, 민연주 역시 하루 종일 한숨만 내쉬었다. 화연은 말없이 마음속으로 지아를 위해 기도했다.‘지아야... 무사히 위기를 극복하고, 건강히 돌아와 줘.’식탁에는 푸짐한 음식이 가득 차 있었지만, 아무도 젓가락을 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분위기는 아주 무거웠다.부남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먹자. 배고프면 안 되잖니.”그가 아이들에게 직접 반찬을 집어 주자, 지윤이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감사합니다, 증조할아버지.” 쌍둥이 남매는 눈물을 머금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엄마...” 도윤이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먹자.” 짧은 보름 동안, 도윤의 몸은 한눈에 보일 정도로 야위었고, 눈썹과 이마에는 지울 수 없는 피로가 묻어나 있었다. 그는 A시로 돌아왔지만, 수색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지아의 소지품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지아가 살아 있다면,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섣달그믐날 밤, 온 가족이 모여야 할 시간, 지아도 분명히 집이 그리울 것이었다.식사 자리에는 그저 그릇과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만이 들렸다. 웃음소리나 대화는 조금도 없었다. 식사가 끝난 후, 부남진은 준비해 둔 세뱃돈을 하나씩 후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부장경이 시큰둥하게 말했다.“아버지, 저도 이제 서른이 넘었어요. 세뱃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네가 서른이 넘은 건 나도 알아. 그런데 아직도 며느리를 데려오지 못했잖니?”“기어코 나를 화나게 만들 셈이냐? 결혼하지 않는 이상, 너는 아직 어린애야!” 화연이 부장경을 찡그린 표정을 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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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3화

폭죽이 하늘로 솟구치며, 눈 내리는 밤하늘에 찬란한 빛을 수놓았다.아이들은 손에 천사봉을 들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아빠, 엄마도 하늘의 불빛을 보고 빨리 집으로 돌아오겠죠?” 해경이 목이 메인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는 너희를 아주 사랑하셔. 꼭 돌아오실 거니까 울지 마.” 지윤은 뜰 안에 활짝 핀 매화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조금만 더 있으면 벚꽃이 필 거예요. 엄마는 내년 벚나무 아래에서 만나자고 약속하셨으니,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으실 거예요.”아이들의 얼굴을 본 도윤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하늘도 알고 있을 것이다. 도윤이 누구보다도 간절히 지아를 찾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하지만 상대는 철저히 준비되어 있었고, 모든 흔적을 완벽히 지웠다.도윤은 그저 지아가 무사히 살아 있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그 시각, 섬.지아는 만두를 다 먹었지만, 배는 채워졌어도 마음은 허전하기만 했다. 밤하늘의 별은 그녀가 섬에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오락거리였다.‘아이들은 분명 부씨 가문에서 가족들과 함께 단란한 식사를 하고 있겠지?’ 지아는 그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여기를 떠나고 싶어?”그 순간, 등 뒤에서 한대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나랑 결혼하겠다고 약속만 하면, 당장 이 섬을 떠나게 해줄게.” “만약 그 제안을 거절한다면, 날 여기 평생 가둘 건가?”“그게 아니면, 억지로라도 그렇게 만들겠다는 거야?” 한대경은 부드럽게 웃었다.‘소지아는 독한 약에도 면역이 있는 사람이야. 일반적인 약물로는 절대 제압할 수 없겠지.’게다가 그는 지아를 강제로 굴복시키고 싶지 않았다. 한대경이 원하는 것은 그녀의 진심뿐이었으니...“난 기다릴 거야. 물이 바위를 뚫듯, 천천히.”“하늘은 내 편이야. 나는 언젠가 네가 마음을 열 날이 올 거라 믿어.” 지아가 몸을 일으켰다.“그럼 계속 기다려.” 그녀는 해변으로 걸어가 폭죽을 터뜨렸다. 그것이 그녀만의 조촐한 설날이었다. 자정이 된 섬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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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4화

이 한마디는 평지에 벼락이 떨어진 듯한 충격이었다. 도윤은 손에 들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번쩍 고개를 들었다.“뭐? 지아는 어디에 있어?!” “카리니에 계신 것으로 확인됩니다!” 도윤은 즉각 반응했다.“카리니? 거긴 한대경이 태어난 곳인데... 젠장, 역시 그 자식이었어. 진작에 생각했어야 했는데!” 만약 지아를 죽이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녀는 이미 비행기 승무원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그녀의 흔적을 감추고, 가짜 죽음을 꾸밀 사람은 오직 한대경뿐이었다. ‘사랑을 얻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아를 납치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려 하다니!’ “한대경은 항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런 일도 충분히 벌일 수 있는 사람이죠. 보스, 지금 당장 사모님을 데리러 갑시다!” 도윤이 손을 들어 저지했다.“안 돼, 한대경은 분명이 우리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을 거야. 우리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순간, 그 자식은 자극받을 거라고!”“보스의 말씀이 맞습니다만, 이젠 어쩌죠?”“사모님을 그냥 놔둘 순 없잖아요. 한대경이 사모님을 다른 곳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으니까요.”“움직여야 해. 하지만 내가 직접 나설 순 없어.” 도윤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계속 수색 작업을 진행하는 척해야겠어. 그래야 그 자식의 의심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 나뿐만 아니라, 너희도 국경을 넘으면 안 돼.”“카리니는 한대경의 영토야. 우리가 들어가면 곧바로 들키고 말 거라고.” 진봉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누구를 보내야 마음이 놓이시겠습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지아가 한대경의 손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 안심이 돼. 그 자식의 성격대로라면, 긴 시간을 들여 지아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 할 거야. 즉, 당분간은 지아를 해치지 않을 거란 뜻이지.” “각하께는...”“당분간 알리지 마. 눈치 보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걱정돼.” “예, 보스.”“그런데 한대경은 왜 하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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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5화

카리니.지아는 ‘카리니’라는 도시의 이름을 여러 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특히 한대경의 과거를 조사하면서, 그가 이곳 출신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카리니는 상상 이상이었다. 도로 위에는 차량이 끊임없이 오갔고, 교통은 매우 편리했으며, 곳곳에 연결된 고속도로는 도시의 번영을 보여주고 있었다.하지만 도시 한쪽 구석에 있는 슬럼가에 발을 들이자, ‘양극화’가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그것은 단순한 ‘양극화’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나는 천국이고, 다른 한쪽은 지옥이었으니 말이다. 지아는 여러 도시를 다녀보았고, 난민들도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곳은 처음이었다. 도시 중심부는 번화하고, 공항 시설도 국내 주요 도시들을 능가할 정도로 현대적이었다. 하지만 한쪽의 이재민들은 도시 전체가 파괴되면서 나타난 피해자들이었다. 지아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이렇게 번화한 곳에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고?’‘사람은 어디까지 가난할 수 있는 걸까?’ 다른 도시의 집이 없는 사람들은 고가도로 아래에서 살기 마련이지만, 카리니에서는 가족과 함께 공동묘지에서 사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아이들의 얼굴은 먼지로 가득했고, 큰 눈만이 밝게 빛났다.하지만 그 눈빛 속에는 경계와 낯섦이 가득했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는 열 살 남짓의 아이들이 맨발에 남루한 옷을 입고 도망치고 있었다. 손에는 방금 훔쳐 온 물건이 들려 있었고, 뒤에서는 어른들이 욕설을 퍼부으며 쫓아가고 있었다. “저 녀석들을 죽여! 때려죽이라고!” 지아가 이 장면에 놀라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한 아이가 그녀 옆을 스치며 부딪쳤다.작은 손이 지아의 주머니를 더듬던 순간,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 아이는 곧장 손을 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지아가 아이의 손을 단단히 잡으며 말했다.“돈을 훔치려던 거야? 그런데 어쩌지? 요즘 같은 세상에 현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차라리 내가 좋은 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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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6화

배신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배이혁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배이혁이 그의 시선을 느끼고 험악한 표정으로 물었다.“뭘 봐? 내 말이 틀렸어?” “형, 전에는 소 선생님이 만든 만두를 아주 좋아하지 않았어? 만두를 먹을 땐 입을 다물고 있었으면서... 난 요즘 들어 보스가 예전보다 훨씬 행복해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된 거 아니야?” “멍청하긴. ‘억지로 딴 과일은 달지 않다’라는 말 못 들어봤어? 보스가 사랑에 빠져 약해지기라도 하면, 예전부터 보스에게 원한을 품고 있던 놈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칼로 난도질당할 게 뻔하다고.”“소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다른 여자가 나타날 거야. 형, 보스를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하려는 건 아니지?” 한편, 지아는 한대경의 안내를 받아 낡고 허름한 건물로 들어섰다. 만약 이곳이 해안 지대였다면, 태풍에 전부 쓸려나갔을 법한 구조였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계단에는 여러 겹으로 겹친 광고지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고, 올라가는 동안 각종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렀다. 한대경은 한 낡은 나무문 앞에 멈춰 섰고, 입구의 작은 화분 아래에서 여분의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지아는 그를 따라 들어가며 이곳이 그의 과거를 담은 집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문이 열리고, 따뜻한 분위기의 집을 마주한 지아는 자신의 예상이 빗나갔음을 알아차렸다.아주 작은 집의 바닥에는 타일도, 나무 마루도 깔려 있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소파에는 손으로 짠 듯한 뜨개질 담요가 덮여 있었다. 집 안에는 고양이 몇 마리가 있었다. 품종묘는 아니었지만, 모두 포동포동 살이 올라 건강해 보였다.창가에는 향긋한 향기를 풍기는 치자꽃이 피어 있었고, 햇빛을 받으며 활짝 미소 짓는 해바라기 화분도 보였다. 깨끗하게 정리된 집에는 오래된 텔레비전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깔끔한 뜨개질 덮개가 덮여 있었다. 누가 봐도 손재주 좋은 사람이 정성 들여 꾸민 공간이었다. 비록 세상은 거칠고 낡았을지 몰라도, 이 집만큼은 그들의 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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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7화

“이모, 얘가 정확히 말하지 않은 거예요. 이미 이혼한 상태라고요.” 양정숙은 곧장 한대경의 귀를 잡아 비틀었다.“이 아가씨는 너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아직도 모르겠니?”“아이든 이혼이든 전부 핑계라고! 솔직히 말해, 억지로 이 아가씨를 끌고 온 거지?” 지아는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당돌하고 두려울 거 없어 보이던 한대경도 저렇게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의외인데?’ “이모, 이 손 놓으세요!” “아가씨, 솔직히 말해줘요. 이 녀석이 아가씨를 협박해서 데려온 거죠?”“내가 대신 혼내줄게요.” 지아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한대경이 이 여자분을 존경하는 건 분명하지만, 진실이 밝혀져도 그저 훈계하는 정도에서 끝날 거야.’ ‘게다가 한대경 같은 사람이 이 여자분의 말을 들을 리 없잖아? 그런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나를 이런 곳에 데려오지도 않았겠지.’ ‘게다가 이 여자분... 마음속으로 한대경이 결혼하기를 바라셔서, 이 상황을 즐기시는 것 같은데?’‘그렇다면 굳이 눈치 없이 행동할 필요 없겠어.’지아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한 선생님께서는 제 의술이 뛰어난 걸 알고, 이모님의 건강을 봐달라고 부탁하신 거예요.” 한대경은 놀라서 멍해졌다.‘바로 진실을 말해버릴 줄 알았는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모양이네.’ ‘소지아, 정말 똑똑해.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여자야.’지아는 자연스럽게 자신과 한대경의 관계를 분리했고, 동시에 그를 난처한 상황에 빠뜨리지도 않았다. 게다가 양정숙은 실제로 건강에 문제가 있었으니, 한대경이 그녀를 데려온 이유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정말요? 꽤 어려 보이는데, 의사라고요?”양정숙이 한대경의 귀를 놓으며 물었다. 양정숙은 화장하지 않았지만, 지아는 그녀의 실루엣만으로도 그녀가 젊은 시절 아주 예쁘장한 사람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성격이 불같고, 급했을 것 같기도 해.’지아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안색을 보니까 간과 폐 상태가 좋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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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8화

양정숙은 말투가 시원스러웠다. “그 전에 저 녀석이 데려왔던 의사들이죠.”“하나같이 절에서 나온 스님처럼 굴었어요. 잔소리만 해댔고요.”“오늘은 담배 끊어라, 내일은 술 끊어라... 정말 사람 짜증 나게.”지아는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양정숙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간과 폐를 제외하면 건강은 매우 양호했다. 아마 꾸준히 건강 관리를 해온 결과일 것이었다. 게다가 이곳의 주변은 꽤 평화로웠고, 처음에 봤던 도둑이나 강도 같은 일들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양정숙이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지내는 이유는, 이 지역에서 그녀를 보호해 주는 더 강한 세력이 있다는 뜻이었다. “한 선생님께서 걱정하시는 건, 이모님에 대한 존경에서 비롯된 거예요. 제 말을 믿으신다면 건강을 더 잘 돌볼 수 있도록 한약을 지어드릴게요.”양정숙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착한 아가씨네요. 아주 훌륭한 집안에서 자란 모양인데, 이름이 뭐예요? 왠지 낯이 익어요.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지아가 태연하게 말했다.“소지아라고 합니다.” “혹시 제 할아버지와 아시는 사이일까요? 제 할아버지 성함은 ‘부남진’입니다.”지아는 양정숙이 혹시라도 환희와 아는 사이라면, 그 실마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부남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아, A국의 그 유명한 분이죠? 아가씨, 아주 대단한 집안 출신이었네요.”지아는 약간 실망한 듯 말했다.“저는 이모님께서 저희 할아버지와 친구신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저한테 낯익다고 하신 줄 알았거든요.” “아가씨 할아버지와는 아는 사이가 아니에요. 단지...” “단지 뭐요?”지아가 궁금해했다. 양정숙이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예전 일이 잘 기억이 안 나네요. 그냥 아가씨 얼굴이 왠지 낯이 익다 이거예요.”바로 이때, 부엌에서 한대경이 과일을 씻어 들고 나왔다. 그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덧붙였다.“이모는 젊었을 때 머리를 심하게 다친 적이 있어. 그러고는 여기로 팔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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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9화

한대경은 손에 든 대파의 흙을 떼어내며 무심하게 말했다.“몰라,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버려졌거든. 그래도 남자애라서 누군가 날 주워다 키웠어.”“물론 그 집에도 친아들도 있어서, 날 다시 다른 사람에게 팔아 넘겼지만 말이야.”“그 후에는 이리저리 떠돌았고, 세 살쯤 되던 해에 여기로 버려졌지. 그 이후로 여기가 내 집이 됐어.” 그는 대파 껍질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흙 속에서 자라는 잡초 같아. 아무리 환경이 척박해도, 목숨을 걸고 땅에서 나와 살아남아야 하거든.” 한대경은 몇 마디로 자신의 험난한 과거를 간단히 말했다.지아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배경도 없이, 어린 시절부터 도둑질과 강도질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살아온 한대경의 인생은... 충분히 전설적이야.’ 지아는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이 사람... 가족에게 버려지지만 않았다면, 어느 명문가의 자제였을지도 몰라.’ “자, 이만 나가봐. 내가 이런 음식을 몇 년간 만들어왔는지 알아? 이 부엌만큼은 너보다 내가 더 잘 알아.”“대신, 이모님하고 시간 좀 보내줘. 그럼 고맙게 생각할게.” 지아가 부엌 조리대에 기대며 말했다.“고마우면 나를 돌려보내 줄 거야?”“그건 안 돼.”“그럼 뭐가 고맙다는 거야?”지아는 말을 마치고 부엌을 떠났다. 하지만 한대경이 그녀를 쉽게 놓아줄 리 없다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거실에 있던 양정숙은 무릎 위에 고양이를 올려 둔 채 모자를 뜨고 있었다. 카리니의 겨울은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대부분 20도 전후의 온화한 날씨였다. 양정숙은 이곳에서 60년 이상 살았지만, 여전히 옛날의 습관을 유지하고 있었다.그것은 바로 겨울이 되면 늘 무언가를 뜨는 것. 지아가 그녀 곁으로 다가가자, 양정숙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누굴 닮았지? 정말 낯익은데... 왜 도무지 생각이 안 나는 걸까?”무릎 위의 고양이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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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0화

지아는 부인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대경이 말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임신했을 때, 마침 백채원이 귀국했다. 백채원 역시 임신 중이었는데, 도윤이 자신에게 얼마나 잘해주는지 증명해 보이겠다며 도윤에게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당시의 도윤은 전림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백채원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며 애쓰고 있었다. “당신이랑 대화하는 거, 하나도 재미없어.”지아가 조용히 중얼거렸다.“네 속마음을 들켰으니까 그렇지.” 한대경은 프라이팬을 휘두르며 화려하게 불꽃을 튀겼다.“난 그런 짓 안 해. 나는 늑대 같아서 한 번 사냥감을 정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거든. 절대 놓지 않을 거야.” “물론 내가 이도윤만큼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건 아니야. 그것만큼은 인정할게.”“하지만 오늘날 내가 가진 건, 그 사람이 너한테 줄 수 있는 것보다 적지 않아.” 지아가 비웃으며 말했다.“남자들은 여자를 꾈 때 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겠다며 달콤한 말을 늘어놓는 법이잖아?”“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당신이 도윤 씨와 같은 사람일 수도 있는 거잖아.” “내가 열여덟 살짜리 순진한 아가씨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면, 삼류 로맨스 소설처럼 몇 마디 달콤한 말로 나를 꼬드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좋아, 더 이상 강요하지 않을게. 대신 너랑 그 사람의 얘기 좀 들어보자. 두 사람, 어떻게 처음 만난 거야?”한대경은 상대를 잘 알아야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을 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듣고 싶다면, 지아는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도윤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야기를 마친 후, 지아가 한대경을 바라보며 물었다.“어때, 들을 만해?” 한대경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진부하긴. 싸구려 이야기꾼이나 할 법한 흔한 설정 아니야? 목숨 한 번 구해줬다고 그렇게 쉽게 몸과 마음을 바친다고?” 입술을 삐죽이던 지아는 이 순간만큼은 그를 친구로 여기는 듯했다.그녀가 진지하게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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