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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Chapter 1471 - Chapter 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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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1화

목걸이는 화려하거나 복잡하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작은 물고기 모양이었다. 지아는 고개를 들어 도윤의 옆모습에 입을 맞추었다.“마음에 들어, 고마워.”늦게 일어난 지아는 일어나 깔끔하게 단장한 후, 아이의 방을 살펴보고 나서야 조용히 집을 나섰다. 도윤이 배웅해 주겠다고 했지만, 지아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녀는 혼자서 부두로 향했다. 그곳에서 환승한 후, 비행기를 타고 섬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아는 다른 얼굴로 변장한 채 쾌속정을 타고 있었다. 깊은숨을 들이쉬자 코안에 차가운 공기가 가득 찼다. 몇 번의 환승 끝에 약속 장소에 도착한 지아는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시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시억의 사지가 멀쩡한 것을 본 지아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저를 기다리려고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그럼요, 이번 S등급 임무에는 단 세 명만 왔으니까요.” “나머지는 누구예요?” “도착하면 알게 될 거예요.” 지아는 시억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블랙 X’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자연스레 보스에 대한 것을 다시 물어보았다. “보스한테 왜 그렇게 신경 쓰는 거예요? 혹시,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지아의 눈동자가 별빛처럼 반짝였다,“그 정도 실력으로 블랙 X를 조직했다면 존경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만약 보스가 여자라면요?”시억이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을 던졌다. 지아는 순간 멍해졌지만 곧 대답했다.“그래도 존경하죠.” 그녀는 시억의 표정에서 어떤 단서를 찾으려 했지만, 그 역시 인조 얼굴을 쓰고 있어서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아의 마음속에 약간의 경계심이 일렁이기 시작했다.‘설마... 블랙 X의 보스가 흑막의 주인공일 리는 없겠지?’하지만 곧 이 생각을 떨쳐냈다. ‘아니야, 블랙 X는 실패한 후에 완전히 손을 뗐었잖아. 정말 그 사람이었다면 죽을 때까지 끝을 보려고 했을 거야.’ “남자든 여자든, 이번에는 얼굴을 드러낼 거예요. 곧 알 수 있겠네요.” 석양이 질 무렵, 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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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2화

지아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대경을 쳐다보며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스쳤다.“영지, 도망갈 수 없을 겁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시억이었다! 그는 해변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다리를 꼬더니, 이전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지아는 그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당신이 블랙 X의 보스군요?” “그래요, 영지가 원하는 대로 내가 직접 나섰어요.” 지아는 시억을 매섭게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날 속였어요?!” “영지, 내가 블랙 X에 들어온 사람들한테 해주는 말이 있어요. 이 조직엔 친구란 없고, 거래만 있다는 거죠.” 지아는 처음부터 친구를 만들 생각 따윈 없었다. 그녀는 단지 보스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보스가 S급 킬러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더욱이 자신과 몇 번이고 임무를 수행했던 사람일 줄은... “블랙 X는 원래 어떤 임무도 가리지 않는 용병 조직이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영지의 이름을 콕 집어서 요청한 사람이 있었어요. 그게 바로 이번 임무이고요.” 시억은 태연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그러니 날 탓하진 마세요. 나는 거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는 오렌지 주스를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즐거운 밤이 되길 바라요. 난 이만 가볼게요.” 시억이 지아를 이 사적인 섬으로 유인하는 데 공을 들인 이유는 단 하나, 절대로 그녀가 도망갈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사람들도 알아서 자리를 비웠고, 섬에는 이제 두 사람만 남았다. 지아는 결국 옆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커다란 파라솔이 따가운 햇빛을 가리고 있었고, 부드러운 해풍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한대경, 이렇게까지 하면서 얻고 싶은 게 뭐야?” 한대경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난 이미 충분히 내 의사를 표현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찾아가 청혼했을 때 거절하지만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거야.” 지아가 냉소적인 표정으로 쏘아붙였다.“한 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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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3화

지아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며 찌푸려졌다.그녀의 눈빛은 삽시간에 얼음처럼 차갑게 변했다.“날 협박하는 거야?” “아니, 나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한대경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나는 바닥에서 기어오르며 사람들에게 짓밟히던 쓰레기였어. 그런 내가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얼마나 많은 걸 희생했는지 알기나 해? 내가 남들처럼 자비를 베풀었다면, 벌써 백 번도 넘게 죽었을 거야. 그러니까 좋은 말로 얘기할 때 얌전히 들어. 그렇지 않으면,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아이들은 지아의 약점이었다.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손을 들어 그의 따귀를 떄렸다.“아이들한테 손만 대 봐. 정말 죽여버릴 거야!” 한대경은 지아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으며 차갑게 웃었다.“강단 있는 모습이 참 좋단 말이지.” 그가 손을 뻗어 지아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가면을 벗겨냈다.“역시 이 얼굴이 더 마음에 든다니까?”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얼굴은 예술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다만 한대경은 의아했다.‘아이를 넷이나 낳았다면서 몸이 왜 이렇게 탄탄하고 늘씬한 거지? 배도 늘어진 흔적조차 없이 팽팽하고, 몸매도 처녀처럼 완벽하단 말이지...’ “다른 사람이 건드린 여자가 그렇게 좋아? 당신 스스로가 더럽게 느껴지진 않아?” 한대경은 지아를 힘껏 잡아당겨 물 밖으로 끌어 올렸고, 그녀의 몸에 자기 몸을 밀착시켰다.물에 젖은 옷은 지아의 몸매를 한층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는 자연스레 그녀의 목에 남겨진 자국들을 발견했다. 그것은 다른 남자가 남긴 것이었는데, 어젯밤, 그녀가 누군가와 격정적인 밤을 보냈다는 증거였다. 평소의 한대경이라면 절대 이런 여자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흔들린 이상,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의 마음속에는 불길 같은 열망이 타올랐고, 지아를 완전히 정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지아는 몸을 비틀며 한대경의 품에서 벗어나더니, 그를 상대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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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4화

도윤과 비교하면 한대경은 그야말로 깡패나 다름없었다.그의 행동 방식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았고, 오직 자신의 기분에 따라 움직였다.이런 사람은 도리와 윤리가 전혀 통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위험했다.한대경은 이내 지아를 침실로 데려갔다.“먼저 샤워부터 해. 입을 옷은 방 안에 준비돼 있으니까.” 그는 지아를 좋아했지만, 성급히 무리한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지아를 이 섬에 데려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한계를 넘어선 일이었기에, 지금 당장 억지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지아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창문과 테라스가 있긴 했지만, 탈출할 수 있을 만한 모든 곳 아래엔 사람들로 가득했다. 상대를 제압하고 해변으로 도망친다고 해도, 교통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망망대해를 헤엄친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대경은 지아를 위한 ‘감옥’을 치밀하게 준비해 둔 것임이 분명했다. 지아는 문을 안에서 잠그고 욕조로 들어가 흠뻑 젖은 몸을 담갔다. 머릿속에는 지하실에서 보았던 민정의 모습만이 가득했다. 팔다리가 쇠사슬에 묶인 채, 먹고 마시고 자며, 심지어 용변까지 작은 방 안에서 해결하던 모습.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고, 식사는 남은 음식으로 겨우 연명할 뿐이었다. 민정은 불과 반년 만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그녀는 2년이 지나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었다. ‘한대경이 우창민과 다를 바가 있을까? 결국 두 사람 다 여자를 가두려는 사람들이잖아!’ 다만, 지아의 활동 범위가 민정보다 넓을 뿐이었다. 민정의 감옥이 몇 평 남짓이었다면, 그녀는 이 화려한 황금 감옥인 섬 전체를 배회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지아는 지금 한대경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기회를 찾을 때까지 참아야 해. 그래야만 탈출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그녀는 한대경이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해 놓았다는 사실을 몰랐다.지아가 탑승했던 비행기는 공중에서 폭발해 기체마저 바다로 추락했다. 이 소식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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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5화

도윤은 도무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어떻게 그렇게 기막힌 우연이...!’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단호히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진봉의 눈가는 붉어져 있었다.“저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보스께서 사모님께서 떠나실 때부터 불안해하셨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사람을 붙여서 사모님께서 비행기에 탑승하시는 걸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던 화물선의 누군가가 비행기 폭발 순간을 촬영했더군요.” 진봉은 영상을 꺼내 보여주었다.비행기는 갑작스럽게 폭발했고, 기체는 바다로 추락했다. 폭발 순간부터 추락까지, 기체에서 탈출한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믿을 수 없어. 당장 조사해! 모든 걸 확인해야 한다고!”도윤은 핸드폰을 꺼내어 지아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그의 손가락은 통제되지 않는 듯 떨렸고, 몇 번이나 시도한 끝에 핸드폰을 꺼냈지만, 그만 손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 진봉은 재빨리 그를 대신해서 핸드폰을 주웠다.“보스...” 도윤은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눌렀다.아주 익숙한 번호였지만, 듣고 싶지 않은 음성이 들려올 뿐이었다.[연결이 되지 않아, ‘삐’소리 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참, 목걸이!’이번에 지아가 떠나기 전에 특별히 준비한 목걸이가 있었다. 목걸이 안에는 위치 추적용 칩이 삽입되어 있었고, 그걸로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도윤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위치를 추적하려 했지만, 지아의 위치는 지도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오직 하나, 칩이 바다 깊숙이 가라앉아 신호를 잡을 수 없게 된 듯했다. ‘정말 지아가 바닷속에 묻혔다고?!’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 도윤은 침착한 얼굴로 진환을 찾았다.“지아가 떠난 곳부터 조사해. 그리고 블랙 X, 그들의 흔적을 찾아내! 땅을 파헤쳐서라도 지아를 찾아와야 해. 지아가 죽었다니, 말도 안 된다고!” “예.”“비행기도 준비해. 내가 직접 그 해역으로 가야겠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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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6화

어려서부터 혼자 자라다시피한 지윤에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양옆에서 쌍둥이들이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울어대니, 어떻게 달래야 할지도 몰랐다. ‘나도 무슨 일인지 모르는데...’ 지윤은 무릎을 꿇고 쌍둥이들 눈높이에 맞춰 말했다.“아빠가 나한테도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말해주지 않았어. 그냥 엄마를 안전하게 데리고 오겠다고 했으니까, 우리는 아빠를 믿어야 해.” 지윤이 이렇게 말하자, 쌍둥이는 할 말이 없어졌다.“증조할아버지한테 가야겠어!” 두 아이는 부씨 집안의 영향력을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도윤은 부씨 가문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직접 부탁하기 어려웠지만, 쌍둥이는 달랐다. 아이들은 지윤의 손을 붙잡고 부남진의 서재로 달려갔다. 부남진은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서둘러 나왔다.“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내 새끼들이 왜 이렇게 우는 거야?” 부남진은 다급히 두 아이를 품에 안았다.“증조할아버지, 엄마 좀 구해주세요! 큰일 났어요!”“착하지? 울지 말고 천천히 말해봐.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지윤은 자신이 아는 선에서 부남진에게 설명했다. 부남진은 더 깊게 묻지 않았고, 곧장 도윤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확인했다. 도윤은 처음에 부남진에게 말하지 않으려 했다. 이 일이 알려지면 걱정하는 사람만 늘어날 뿐이니 말이다. 게다가 부남진은 연로했기 때문에, 일이 확실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직접 나선 상황이니, 어쩔 수 없이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부남진은 곧장 결단을 내렸다.“장경이를 보내마. 지아를 반드시 빨리 찾아야 해!” 섬.지아는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별들이 반짝이는 고요한 밤이었다. 조용한 섬에 들리는 것은 바닷물 소리와 간간이 들려오는 벌레 소리뿐이었다. 지아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아이들과 도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도윤 씨가 나랑 연락이 닿지 않아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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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7화

두 사람은 비교적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갔지만, 자신의 입장을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그래서 밤이 깊도록 이야기했지만, 문제는 결국 제자리걸음이었다. “이해가 안 돼. 대체 뭘 망설이는 거야? 그 사람을 좋아한다면 다시 결혼하면 될 일 아니야? 내가 유부녀를 데려가겠다는 건 아니니까.”“하지만 네가 그 사람한테 기회를 주지 않는 건, 결국 그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거잖아? 이전의 실패를 반복하기 싫은 거겠지.”“그럼 왜 나한테는 기회를 주지 않는 거야?”“한대경, 내가 도윤 씨한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한테 기회를 주겠다는 뜻은 아니야.”“나는 혼자 살면 안 된다는 거야? 결혼이라는 감옥에서 드디어 벗어났는데, 또 다른 구렁텅이로 뛰어들고 싶진 않아.” “정말 그렇다면, 그 사람이랑 밤낮으로 뒹굴진 않았겠지. 결국 네 마음속엔 아직 그 사람을 위한 자리가 있는 거야.”“하지만 네가 믿는 그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오래갈 것 같아?”“날 이렇게나 설득하려고 애쓰다니, 참 대단하네. 우리 두 사람이 얼마나 오래 알고 지냈는지 당신이 알기나 해? 내가 자취를 감춘 3년 동안, 그 사람은 단 한 번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어.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 한대경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네가 살아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 네가 죽었다고 생각했어도 그랬을까?”지아의 얼굴이 굳어졌다.“무슨 뜻이야?” “오는 길에 비행기 갈아탄 거, 기억하지? 첫 번째 비행기가 공중에서 자폭했어. 탑승자 전원 사망, 너도 그중 하나지.” “한대경, 이게 재밌다고 생각해?” 지아는 즉시 몸을 일으켰다.“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할아버지는 연세가 많으셔. 이런 충격을 어떻게 견디시겠냐고!”“그리고 내 아이들... 내 아이들도 하루하루를 눈물로 살 거야.”“날 돌려보내 줘” “너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어쩔 수 없었어. 남자란 다 새로운 걸 좋아하고 오래된 걸 싫어하는 존재야. 이도윤이 네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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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8화

그날 밤, 지아는 밤새 몸을 뒤척였다.섬에 온 지 벌써 닷새째.지아는 섬 구석구석을 완전히 파악했고, 어느 암초 아래 몇 마리의 바다거북이 숨어 있는지까지도 정확히 알게 되었다.수평선이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를 보며, 그녀는 머릿속으로 열 가지가 넘는 탈출 계획을 세웠다.하지만 그 계획들은 실행해 보기도 전에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계산해 본 결과, 지아가 바다로 뛰어든다 해도 살아남을 가능성은 고작 3일에서 5일이었다. 바다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으로 가득한 법이다. 맑았던 하늘이 한순간에 폭풍우로 변하고, 어디서든 갑작스러운 위협이 닥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녀는 대나무 뗏목이라고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주변 섬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탈출하는 것은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한대경이 지아를 이 섬에 가둔 이유는 뻔했다. 그녀가 탈출을 시도할 걸 이미 계산했다는 것. 이 섬에서 빠져나가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이었다. 바다에서 죽느니, 이 섬에 남아 있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얼마나 더 머물러야 할까?’지아는 한대경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혹은 그녀를 이용해 부남진과 아이들을 협박하려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졌다. 섬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던 날, 한대경은 섬을 떠났다.조용한 섬에는 지아와 몇 명의 고용인들만 남았다. 하지만 한대경은 떠나기 전에 고용인들에게 단단히 명령을 내렸다.“소지아와 절대 대화하지 마세요!” 지아가 멀리서 누군가를 발견하고 다가가려고 하면, 그 사람은 항상 서둘러 도망쳤다. 3일에 한 번씩은 군용 헬리콥터가 식량을 실어 왔는데, 음식을 밧줄로 내려놓기만 할 뿐, 절대 착륙하지 않았다. 지아는 손으로 턱을 괴고 바닷가에 앉아, 식량을 싣고 온 군용 헬리콥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혀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 날짜를 세어 보니 새해까지 겨우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새해를 보내기로 약속하지 않았는가. 새해 전날, 아이들과 함께 만두를 빚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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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9화

겉으로는 감히 그렇게 대답할 수 없으니, 배신혁은 공손하게 말했다.“아닙니다. 소 선생님은 바다거북의 집을 옮겨주느라 바쁘시고, 산에서 약초를 캐던 중 다리가 부러진 다람쥐 한 마리를 구하기도 했습니다.”“밤에는 사격 연습을 하시고, 자기 전에는 뜨개질까지 하신다고 하더군요.”탁!한대경이 눈앞의 비밀 서류봉투를 세게 내리쳤다.“자기가 휴가라도 왔다고 생각하는 건가? 탈출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는 거야?” “없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까진 해변을 몇 바퀴 돌고, 모래게 서너 마리의 둥지를 파헤치고, 바닷고기를 몇 마리 낚았죠.” “하지만 그 후로는 거의 해변에 가지 않으셨습니다.” “게다가 생활 패턴도 아주 규칙적입니다. 매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달리기하고, 운동을 하고,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답니다. 아, 잠은 밤 열 시 정각에 드십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연세가 많은 제 할머니보다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음식은?” “아주 건강하게 드십니다. 과식도 금식도 하지 않고, 균형 있게 식사하시죠. 오히려...” 배신혁은 슬쩍 한대경의 푸르스름한 눈 밑을 보았다. “보스, 섬에서 돌아오신 뒤로 단 하루도 제대로 주무신 적이 없지 않습니까?” 한대경은 마치 소중한 보물을 손에 쥔 사람 같았다. 부서질까 두려워 소중히 다루고, 녹아버릴까 두려워 간직했으며, 누군가에게 빼앗길까 두려워 숨겨둔 사람처럼 말이다. 그는 지아를 섬에 가두기로 했지만, 정작 본인도 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한대경은 밤낮으로 그녀 생각에 골몰했다.지아의 얼굴, 목소리, 웃음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편안히 먹고 마시며 규칙적으로 지내고 있지만, 정작 한대경은 끔찍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것이었다. ‘대체 누가 누구를 가둔 건지...’몸이 갇힌 사람과 마음이 갇힌 사람, 두 사람 중 누가 더욱 불행한 것인가?“A시 상황은 어떻지?”“이도윤 씨는 여전히 소 선생님이 잠시 머물렀던 수서도에 머물면서, 아주 많은 인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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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0화

요 며칠 동안 도윤은 하루에 몇 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그는 직접 바다에 뛰어들기를 수없이 반복했고, 기진맥진할 때까지 잠수했다.결국 진환이 그를 막아야 했다. “보스, 이러다간 보스가 죽겠습니다. 벌써 하루 종일 잠도 안 자고 잠수만 하셨잖아요.” 도윤은 갑판 위에 털썩 앉아 있었는데, 오늘만 해도 몇 번이나 바다에 들어갔는지 셀 수 없을 정도였다.그의 눈은 초점을 잃었고, 손발도 떨리고 있었다. 육체는 이미 한계에 이른 듯했다. 그럼에도 도윤은 붉어진 눈으로 중얼거렸다.“난 아직 괜찮아.” “보스, 몇 년 전에 사모님께서 거짓 죽임을 당하셨던 거, 기억하시죠? 이번에도 그런 상황일 수 있어요.” 진환은 지금 지아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도윤이 이렇게 무너지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는 도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희망의 불씨를 심어주고 싶었다. 과연 도윤의 눈동자가 약간 흔들리더니 약간의 광채를 띠었다.“지아는 무사할 거야. 분명히 무사할 거야.”그러나 도윤은 곧 스스로를 부정하기 시작했다.“그 사람은 늘 지아를 죽이려고 했어. 기회를 잡은 이상, 절대 지아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거야.” 사실 도윤은 지난 몇 년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래서 지아를 찾는 동시에, 진수련이라는 여자를 찾고 있었다. 진수련은 당시의 진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일 테니. 긴 시간을 들인 도윤은 드디어 2년 전에 진수련을 찾았다. 하지만 그가 발견한 것은 진수련의 시신이었다. 그녀는 백정일의 묘비 앞에서 자기 머리를 찢어 생을 마감했다.진수련의 이마에서 흐른 핏자국이 묘비를 붉게 물들였고, 그녀의 몸은 묘비에서 서서히 미끄러져 내려온 상태였다. 그날은 폭설이 내리던 날이었다. 진수련은 눈 속에서 사흘이나 방치되었고, 발견되었을 때는 이미 온몸이 꽁꽁 얼어 있었다.유일한 실마리는 그렇게 끊겨버렸다. 물론 이예린에게도 여러 방법을 동원해 봤다. 회유와 협박을 거듭했지만 그녀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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