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감히 그렇게 대답할 수 없으니, 배신혁은 공손하게 말했다.“아닙니다. 소 선생님은 바다거북의 집을 옮겨주느라 바쁘시고, 산에서 약초를 캐던 중 다리가 부러진 다람쥐 한 마리를 구하기도 했습니다.”“밤에는 사격 연습을 하시고, 자기 전에는 뜨개질까지 하신다고 하더군요.”탁!한대경이 눈앞의 비밀 서류봉투를 세게 내리쳤다.“자기가 휴가라도 왔다고 생각하는 건가? 탈출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는 거야?” “없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까진 해변을 몇 바퀴 돌고, 모래게 서너 마리의 둥지를 파헤치고, 바닷고기를 몇 마리 낚았죠.” “하지만 그 후로는 거의 해변에 가지 않으셨습니다.” “게다가 생활 패턴도 아주 규칙적입니다. 매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달리기하고, 운동을 하고,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답니다. 아, 잠은 밤 열 시 정각에 드십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연세가 많은 제 할머니보다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음식은?” “아주 건강하게 드십니다. 과식도 금식도 하지 않고, 균형 있게 식사하시죠. 오히려...” 배신혁은 슬쩍 한대경의 푸르스름한 눈 밑을 보았다. “보스, 섬에서 돌아오신 뒤로 단 하루도 제대로 주무신 적이 없지 않습니까?” 한대경은 마치 소중한 보물을 손에 쥔 사람 같았다. 부서질까 두려워 소중히 다루고, 녹아버릴까 두려워 간직했으며, 누군가에게 빼앗길까 두려워 숨겨둔 사람처럼 말이다. 그는 지아를 섬에 가두기로 했지만, 정작 본인도 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한대경은 밤낮으로 그녀 생각에 골몰했다.지아의 얼굴, 목소리, 웃음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편안히 먹고 마시며 규칙적으로 지내고 있지만, 정작 한대경은 끔찍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것이었다. ‘대체 누가 누구를 가둔 건지...’몸이 갇힌 사람과 마음이 갇힌 사람, 두 사람 중 누가 더욱 불행한 것인가?“A시 상황은 어떻지?”“이도윤 씨는 여전히 소 선생님이 잠시 머물렀던 수서도에 머물면서, 아주 많은 인원
Last Updated : 2024-12-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