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경은 술이 세기로 유명했지만, 오늘은 어쩐지 취한 듯 보였다. 지아는 그를 침대까지 부축했는데, 한대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거 놔, 경고하는데, 이런 얕은수는 쓰지 않는 게 좋을 거야!”지아가 단호히 경고했다. 한대경의 뺨은 술기운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입에서는 진심 어린 말이 흘러나왔다.“나는 진심으로 널 좋아해. 나한테도 기회를 주면 안 될까?” “미안하게 됐어.”지아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힘껏 떼어내며 냉정한 얼굴로 방을 나섰다. 한대경보다는 양정숙이 그녀에게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양정숙은 술을 몇 잔 마셨지만, 주량이 꽤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있는 만큼, 지아는 그녀가 걱정되었다.침대에 누운 양정숙은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언니, 나를 떠나지 마. 언니...” 지아가 방으로 들어서자, 양정숙은 그녀의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언니, 환희 언니, 나야, 양정숙.” “정숙아, 내가 누구라고?” “언니잖아, 환희 언니.” “내 이름이 뭐라고?”지아는 계속 물었다. “언니 이름은...”양정숙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지아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술이 사람을 망치기도 한다더니, 오늘이 딱 그러네.’두 사람이 모두 잠들어 있는 사이, 지아는 핸드폰을 찾아서 도윤과의 연락을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양정숙은 애초에 핸드폰이 없었고, 한대경의 핸드폰은 잠금을 해제할 수 없었다. 게다가 밖에는 감시하는 사람들이 버티고 있지 않은가.지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소파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설날 아침, 지아는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낯선 곳에서 밤을 보냈다는 사실이 문득 씁쓸하게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 한대경은 흐릿한 정신으로 눈을 떴다. 소파에서 자고 있는 지아를 보자 하니, 그녀에 대한 감정이 더욱 깊어지는 듯했다.바로 그때, 배신혁이 들어와 그의 귀에 속삭이며 무언가를 보고했다. 지아도 낮게 들리는 대화 소리에 눈을
Last Updated : 2024-12-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