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이날 밤, 깊은 잠에 빠졌다. 그녀의 방은 눈 내리는 풍경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방에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어서 눈송이들이 춤추는 모습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 유리창은 천장까지 높게 뻗어 있었고, 커튼은 자동으로 열리고 닫혔다.여기서 바깥에 하얀 눈이 흰 벽과 검은 기와에 조용히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면 마치 고대로 돌아간 듯한 기시감이 들곤 한다. 지아는 간단히 씻은 뒤 다시 가면을 쓰고 나와 부남진을 위한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문 밖에서는 살을 에는 듯한 한기가 몰려왔고 이에 지아는 연거푸 재채기를 했다. 추운 겨울이 다가왔고 온도도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지아는 먼 곳을 바라보았고 마음 속엔 지윤이 떠올랐다. 도윤의 말로 그 아이는 해도로 훈련을 떠났고 자신 또한 한동안은 지윤을 보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내년 봄쯤, 지윤은 한 달의 휴가가 있을 것이라 한다. ‘그 아이, 아마 많이 컸겠지?’ “좋은 아침이예요.” 부장경은 얇은 반팔 차림으로 정원에서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몸에 딱 붙은 타이트한 운동복에 그의 완벽한 몸매가 드러났다. 게다가 부장경의 준수한 얼굴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부 선생님, 일찍하네요.” “이젠 익숙해져서요.” 지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주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때 부장경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참, 바네사 씨. 내일 저녁 부씨 가문에 연회가 있습니다.” 부설아에 비해 부장경은 이제 젊은 나이가 아니었기에 그의 혼사가 더욱 중요했다. 때문에 내일 연회에는 명문가의 유명 인사들을 불러 부장경에게 선을 보게 할 지도 모른다. “네, 그럼 제가 자리를 피해 드리면 되나요?” “아니요, 오해하셨습니다. 이번에 저희 아버지가 죽을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건 전부 바네사 씨 덕분입니다.” “게다가 이번 연회는 저희 아버지의 완쾌를 축하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니 꼭 참석해 주셔야 합니다.” “네, 그럼 그렇게 알겠습니다.” 지난 번의 교훈으로 요 며칠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