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경도 지아의 몸이 굳었다는 것을 느끼고 곧바로 손을 뗐다. “죄송합니다. 방금 곁에 사람이 너무 많아 보여서요.” 지아는 한 걸음 물러나며 부장경과 거리를 뒀다. “네, 알고 있어요. 부장경 선생님도 얼른 다른 손님들 뵈러 가보세요. 저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럼 혼자 조심하세요. 무슨 일 있으시면 저 찾아오시고요.” 부장경은 지아를 빤히 쳐다보더니 자리를 떴다. 그리고 부장경은 자신의 손가락을 만지며 방금 자신의 손에 닿았던 지아의 부드러운 피부를 다시 되새겨보았다. 순간 이상한 감정이 부장경의 마음속에서 솟구쳤다. 마치 한순간 타오르는 알 수 없는 불꽃처럼 말이다. 모두들 슬슬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오늘 이곳에 모인 사람은 약 30여 명 정도 되었는데 전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다를 매우 예의와 격식을 차리고 있었다. 이 중에는 부남진과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는 사람들도 있었다. 민연주는 부남진의 팔짱을 끼고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았는데 밖에서 그녀는 영원히 인자하고 따뜻한 모습을 유지했다. 만일 오 집사 일만 아니었다면 지아도 민연주의 진짜 모습을 알진 못했을 것이다. 이때 부장경이 지아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자신과 같은 테이블에 앉으라고 했다. “바네사 씨, 이쪽에 앉으세요.” 다른 테이블로 가 앉으려던 지아는 그대로 부장경에게 불려갔다. 삽시간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지아에게 주목되었는데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전부 대단한 권력을 가진 자들이었기에 지아의 부담감은 매우 컸다. “각하, 이 분이 바로 명의 바네사 씨이죠?” 그러자 부남진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여기 이 분은 절대 나이가 적다고 얕보면 안 됩니다. 이 자의 의술은 윤씨 어르신과 원씨 어르신도 전부 인정했답니다.” “전에 기사에서만 이름을 봐왔는데 오늘 드디어 실물을 영접하네요.” “이렇게 젊은 분이 그런 대단한 의술을 가졌다니, 참 놀랍습니다.” “여러분, 과찬입니다. 단지
도윤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바네사 씨가 전에 저를 치료해 줄 때 잠깐 가깝게 지냈었습니다. 그러니 이 분의 습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도윤의 이 대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부장경은 ‘가깝게’라는 말에 꽂혀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도윤은 말을 끝낸 후 지아에게서 눈을 뗐고 마치 처음부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듯했다. 지아 또한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불러올 까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필경 국연은 큰 행사였기에 식사 자리는 매우 조용했고 들리는 건 오로지 각종 악기소리 뿐이었다. 지아는 마치 예술품 같은 각종 요리들을 쳐다보았는데 메인 요리 옆의 장식조차 꽃으로 빚어 놓았다. 저녁 만찬이 끝난 뒤 부남진은 젊은 사람들까지 시간을 보내라며 먼저 자리를 떴다.오늘 이 자리에서 민연주는 부장경에게 어울릴 만한 여자를 찾아주려 했다. 이 연회에 참석한 여인들을 전부 명문가의 귀한 자제들이었기에 전부 고급지고 학력 또한 높았다.이 자리에 참석한 여인들은 집안 배경이든 학벌이든 뭐 하나 빠지지 않았기에 오히려 외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민연주는 부장경을 한쪽으로 끌며 말했다. “어쩌다 집에 돌아와 있는데 이 시기를 빌어 결혼까지 해결해 버리면 좀 좋아? 몇 명 좀 둘러봐.” 부장경은 아직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물고 썩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어머니, 나 아직 결혼할 생각 없어요.” “너도 벌써 30이 넘었는데 아직도 생각이 없으면 어떻게 해? 저기 도윤이 좀 봐. 애가 커서 벌써 임무도 나갔어. 그런데 너만 아직도 짝이 없잖아. 어찌됐든 여자들과 조금씩 알아봐야 하지 않겠어?” “여자들 귀찮아요.” “뭐가 귀찮아? 얼른 가봐. 오늘 이 자리에 명문가의 예쁜 자제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성격이고 학벌이고 다 너와 어울리는 애들이고 말이야.” “기억해. 이건 네 아버지의 명이야. 좀 있다가 반드시 함께 춤 줄 파트너 데려와야 돼.” 이에 부장경은 물고 있던 담배를 던지며 말
지아는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왜 저러냐는 표정으로 도윤을 쳐다보았다. 도윤은 별 말 하지 않고 지아의 옆에 앉았다. 이때 미셸이 다가왔고 기대에 찬 얼굴로 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 좀 있다가 내 춤 파트너가 되어 줄 수 있어?” “아니, 난 이미 파트너를 찾았어.” 도윤은 지아를 가리켰다. 이에 미셸은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 여자 말이야?” “왜 그러는데?” 도윤은 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바네사 씨, 저희 춤 추러 가시죠.” “그래요.” 도윤은 몸을 일으켜 아주 신사적으로 지아에게 손을 건네며 요청했다. 그러자 지아 또한 손끝을 가볍게 도윤의 손바닥에 댔고 도윤의 커다란 손은 마치 꽃 한 송이를 잡는 것처럼 지아의 손을 움켜잡았다. 가면 아래의 지아는 볼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이건 아마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춤 추는 것일 것이다. 도윤은 당당하게 지아의 허리를 감쌌고 지아 또한 가볍게 도윤의 가슴에 기댔다. 분명 두 사람은 몇 명의 아이를 둔 부모였지만 이 순간 마치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 같았고 도윤의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도윤과 함께 춤 추려던 미셸의 계획이 물거품이 된 후 하용이 다가왔다. “설아 동생, 내 춤 파트너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싫어.” 미셸은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을 제멋대로 하면서 자라왔기에 그녀가 원하는 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했고 절대 물러나는 일이 없었다. 그녀는 항상 가장 좋은 것만 추구했다. 때문에 비록 도윤에게 거절당했어도 절대 하용과 춤 파트너를 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건 부장경 또한 마찬가지였다. 많은 여자들이 부장경에게 함께 춤을 출 것을 요청했지만 전부 다 거절했고 결국 미셸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셸은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이제 나이도 적지 않게 먹었으면서 춤 파트너 하나도 제대로 못 찾아? 쪽 팔려, 정말.” 이에 부장경이 웃으며 말했다. “파트너 못 찾은 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건 내가 원하지 않은 것
민연주는 자신의 아들딸이 춤 파트너를 찾지 못한 모습에 속이 탔다. 분명 자신의 아들딸을 위해 준비된 자리였건만 둘 중 누구 하나 제대로 민연주의 뜻대로 구는 이가 없었다. 이에 민연주가 직접 나섰다. 음악이 끝난 뒤 도윤은 매우 아쉬워하며 지아를 놔주었고 이때 민연주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이번에 우리 집 바깥 사람이 살 수 있었던 건 다 도윤이와 바네사 씨 두 사람 덕분이야. 내가 두 사람에게 한잔 올리지.” “사모님, 이건 제가 응당 했어야 할 일입니다. 은사님의 위해 나서고 고충을 해결하는 건 제 본직이니 말입니다.” “넌 참 너무 겸손해서 탈이야. 이 잔은 둘 다 무조건 마셔야 해.” 민연주는 시종을 향해 손을 흔들자 얼른 세 잔의 술을 가져왔고 민연주가 먼저 한 잔을 들자 도윤과 지아도 어쩔 수 없이 잔을 들었다. “자, 바네사 씨 전에 우리 딸이 예의 없게 굴었던 건 제가 엄마 노릇을 잘 못한 탓이예요.” “평소에 너무 오냐오냐 키웠더니 버릇이 잘못 들어서는,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대신 사과를 드리죠. 그리고 우리 바깥 사람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사모님,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아는 민연주의 이 말이 분명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대충 맞장구를 쳤다. “그럼 오늘부터 지난 날의 나쁜 기억들은 전부 씻어내는 거로 합시다. 짠!” 도윤과 지아는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잔 안의 술을 비워냈다. 그리고 멀리서 도윤이 술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던 미셸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설아 동생, 뭐가 그렇게 기뻐?” 하용이 다가오자 미셸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별 거 아니야. 오빠와는 상관없는 일이잖아.” 사실 미셸도 하용의 타입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계속 미셸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두 번도 아니고 매번 거절당하는 상황에 하용도 슬슬 화가 났다. “설아 동생, 왜 다른 사람에겐 눈길도 안 주는 거야? 내가 널 좋아한 지도 여러 해가 되었는데 넌 오로지 도윤만 쫓아다니고 있고 말이
도윤은 미셸이 뭘 원하는 지 잘 알고 있었고 방금 민연주가 술을 건넬 때부터 이미 다 눈치를 챘다. 도윤은 속으로 냉소했고 이것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 있는 방법이란 걸 알지만 그래도 미셸 같은 명문가의 딸이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것에 도윤은 약간 한심하게 느껴졌다. 미셸이 자기만의 계획이 있는 것처럼 도윤 또한 그만의 방법이 있었다. 이때 미셸과 함께 걸어가던 도윤은 걸음을 멈췄고 이에 미셸이 물었다. “왜 그래?” “나 핸드폰을 방금 연회장의 소파에 두고 온 것 같아. 먼저 방에 들어가 있어. 좀 있다가 찾으러 갈게.” 미셸은 썩 내키지 않는 듯 말했다. “오빠가 다시 안 오면 어떻게 해?” 그러자 도윤이 되물었다. “네가 지아에 관한 단서를 가지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안 가겠어? 그녀는 나에게 있어 전부야.’ 도윤의 이 말을 들은 미셸은 마음이 약간 씁쓸했지만 다시 돌아올 거란 그의 말에 안심을 했다. “그럼 방에서 기다릴게.” “응.” 도윤이 몸을 돌려 떠나려는 순간 그는 온몸이 갑자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약효과가 올라온 것이다.그렇지만 민연주가 건넨 그 술이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마신 도윤에겐 그만의 해결방법이 있었다. 이때 미셸은 잠시 후 도윤이 다시 올 거란 생각에 너무 흥분되어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고 얼른 방으로 달려가 섹시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게다가 미셸은 자신의 모습을 본 도윤이 놀라 도망칠 까봐 방 안의 불까지 꺼버렸다. 암흑 속에서 술기운과 약기운이 더해진 도윤이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달려들 것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일단 내일 날이 밝게 되면 모든 것은 미셸의 원하는 대로 되어 있을 것이다. 이 생각에 미셸은 저절로 웃음이 났다. 드디어 그녀가 바라고 바라던 그 날이 온 것이다. 심지어 미셸은 격동한 나머지 약간 눈물까지 나려고 했는데 몇 년에 거친 도윤에 대한 짝사랑이 드디어 결실을 맺을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미셸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고 도윤이 들어오기
먼저 방으로 돌아온 지아는 몸이 약간 불편하다고 느꼈고 알 수 없는 뜨거운 기운이 온몸에 맴돌았다. ‘설마 아까 술에 약이라도 탄 걸까?’ 잠시 생각에 잠긴 지아는 방금 민연주가 건넨 술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민연주 같은 신분을 가진 사람이 이런 추잡한 수작을 부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정말 미셸을 도윤과 결혼시키기 위해 체면 따윈 다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아는 욕조에 물을 받았고 반신욕으로 몸 안의 뜨거운 그 기운을 가시려고 했다. 하지만 욕조의 물이 뜨거운 탓인 건지 지아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을 수록 몸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에 지아는 몸을 일으켜 샤워 가운을 걸쳤고 스스로 주사를 놓아 약효를 가시려 했다. 그리고 도윤과 자신이 동시에 술잔을 받고 민연주가 첫 잔을 가져갔던 장면을 떠올렸다. 분명 민연주가 든 첫 잔은 약을 타지 않았을 것이고 100%의 성공률을 위해 나머지 두 잔에 모두 약을 탄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도윤 또한 자신과 마찬가지로 괴로울 게 분명했다. 민연주의 목적은 도윤과 미셸을 이어놓기 위한 것이었고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럼 지금 도윤은 어디 있는 거지?” 똑똑똑- 문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시죠?” 지아가 경계하듯 물었다. 그래도 손님인 자신에게 민연주가 설마 수작을 부렸을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나야.” 익숙한 목소리가 지아의 귀에 꽂혔다. 이 목소리는 의외이면서도 또 그렇지 않았다. 지아가 문을 열며 말했다. “네가 어떻게?” 하지만 지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윤은 그녀를 안아 벽으로 밀쳤고 곧바로 문을 닫아버렸다. 도윤의 숨소리가 지아의 목덜미에 느껴졌는데 그의 숨소리는 평소보다 더욱 거칠었다. 역시 도윤도 방금 민연주가 건넨 술의 약효가 올라온 게 틀림없었다. “지아, 너 냄새 엄청 좋아.” 방금까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는데 냄새가 안 좋을 리가? “너 괜찮아
부장경은 목소리에 아무런 변화도 없이 말했다. “정말 괜찮으신 거 확실하시죠?” “부 선생님, 전 의사예요. 제 몸은 제가 가장 잘 알아요. 걱정 마십시오. 날이 추우니 얼른 돌아가세요.” 그렇게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나서야 도윤은 지아의 어깨에 툭 기댄 채 말했다. “부장경이 너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동료로 함께 해온 도윤은 한 눈에 부장경이 지아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지아는 그럴 가능성이 극히 적다고 생각했고 단지 부장경이 자신에 대해 너무 신경을 많이 쓴다고만 여겼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이 도대체 이성의 감정인지 아니면 감격의 마음인지 잠시 분간하기 어려웠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도윤은 바로 지아를 번쩍 안아 침대로 향했다. “지아, 넌 아직도 이렇게 순진하네. 이 세상에 아무 이유도 없이 잘해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 특히 남자가 여자에게 잘해주는 건 이성의 감정 말곤 절대 아무것도 없어.” 이때 베개에 곱게 흐트러진 지아의 머리를 보던 도윤은 냉큼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넌 내 꺼야. 오직 나 한 사람 것이란 말이지.” 이날 밤은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었다. 민연주는 부남진 앞에 물을 떠오더니 지아가 만든 약재들을 넣고 그의 발을 씻겨주기 시작했다. “여보, 날을 계산해보니 우리가 안 지도 수십 년이 다 되어 가네. 몇 년간 그 많은 풍파들을 함께 겪었는데 돌이켜보니 시간이 참 빨라.” 부남진은 민연주의 턱을 올리며 말했다.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난 이젠 늙었어.” 민연주는 원래도 부남진보다 열 몇 살 어렸는데 줄곧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부남진은 근 몇 년간 더욱 빨리 늙어버린 듯했다. 하지만 반대로 민여주는 매일 집에서 얼굴을 가꾸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얼굴만 보면 부부보다는 부녀에 더욱 가까워 보였다. 민연주는 부남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그게 무슨 소리야? 누구나 늙는 건 당연한 일이야. 내가 당신에게 시집온 건 내 평생에서
아직 부남진이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기에 이 충격은 너무 세진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민연주의 얼굴에는 서서히 빨갛게 손바닥 자국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신이 날 때려? 감히 날? 이 모든 게 다 누구 때문인데? 당신 때문이잖아!” 민연주는 눈물을 흘리며 불쌍하게 말했다. “나도 당신이 줄곧 도윤 그 아이를 좋게 보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당시 그 아이는 너무 강했고 우리 아들은 줄곧 밖에서 돌고 있었으니 당신이 하용이를 채용한 거겠지.” “지금까지 당신이 도윤이에 대한 감정 나도 모르는 거 아니야. 그런데 만약 그를 우리 사위로 삼을 수 있으면 모든 문제는 해결 되잖아.” “그러니 이건 단지 내가 설아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집안과 두 가문을 모두 위한 일이야. 더 나아가서는 우리 후대 자손을 위해서이기도 해.” “하지만 당신, 수단이 너무 비열하잖아. 내일 도윤이가 우릴 어떻게 생각 하겠어?” “어떻게 생각해? 우리 딸을 이미 결혼 한 번 해본 사람에게 주는 것도 아까운데 그가 무슨 자격으로 우릴 마다해?” 부남진은 차를 한 잔 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키더니 말했다. “그래도 당신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여보, 당신이 이런 방법 싫어한다는 거 알아. 확실히 이런 수단이 정당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하지만 이거 말고 다른 방법 있어?” “일이 이렇게까지 된 마당에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어. 여보, 우리 이젠 같은 배를 탄 사이라고.” 민연주는 부남진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여보, 모든 후폭풍은 내가 책임질 테니 당신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내 뜻을 인정하고 지지해 주기만 하면 돼.” “난 당신의 이런 수단은 영원히 인정하고 지지할 수 없어.” 부남진은 몸을 일으키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민연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도윤이가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아이였으면 내가 이렇게 몇 년을 낭비하지도 않았겠지.” “무슨 뜻이야?” “아무 것도 아니야. 단지 이 일이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