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401 - 챕터 1410

1435 챕터

제1401화

고은영과 고은지는 평범하지 못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나마 나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안지영이었다.장선명의 보호 아래에서, 나태웅과 나씨 가문의 괴롭힘에서 피해 정상적인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물론 아버지의 일은 예외였지만...하여튼 안지영은 이제 나씨 가문에서 걸어오는 전화를 다 차단하고 관심도 하지 않았다. 오후. 나씨 가문에서 전화를 걸어 아직도 나태웅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안지영은 숨을 들이켜고 집사에게 얘기했다.“저기요, 전 장씨 가문 사모님인데요.”“...”안지영이 차갑게 말하자 집사는 어리둥절해졌다.“뭐, 뭐라고요?”“그렇게 부르기 싫은 거예요? 아무리 제가 장선명 씨와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고 해도 이미 혼인신고는 했는데, 날 인정해주지 않는 거예요?”혼인신고를 했다는 얘기에 집사는 거친 숨을 내뱉었다.“안지영 씨, 저희 작은 도련님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나오실 겁니까?”“감정은...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저랑 나태웅은 서로를 싫어하는데 좋은 감정이 있을 리가 없죠.”안지영은 차갑고 날카로운 말들로 사실을 뱉어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의 집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난 이미 선명 씨랑 결혼한 사람이잖아.’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고 해도 이미 혼인신고를 했으니 법적 부부였다.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장선명과 안지영이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도 안지영은 나태웅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나태범 어르신께 전해주세요.”집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안지영이 얘기했다.집사는 그런 안지영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정신을 차렸다.“무슨 얘기를 하시려고 그러십니까.”“나태범 어르신이 저를 싫어한다는 건 알아요. 저도 나씨 가문에 시집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를 싫어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자기 아들은 자기가 알아서 교육해달라고 해주세요. 그러면 정말 감사할 거라고요.”“그...”그 말을 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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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2화

시선을 내린 안열이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애기도 아니고.”그 말에 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 어른이 됐으면 자기 일은 알아서 해야지, 자기 아빠한테 손을 빌리잖아요.”나태범을 떠올린 안지영은 머리가 아팠다.아들이 좋아하는 여자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도와주는 아버지라니.안지영은 이런 사람을 처음 봤다.게다가 이게 명문가에서 일어난 일이라니.강성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가문에서 자기 아들 한 명을 못 찾아서 유부녀에게 빌고 있는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안지영은 화가 나서 두 주먹을 꽉 쥐었다.옆에 있는 안열이 서류를 정리하다가 주먹을 꽉 쥐어 서류가 구겨지면서 찢어질 뻔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저희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요.”“그러게요. 나도 상관하고 싶지 않아요.”안지영은 나태웅을 피하기 급급했다.다행인 것은 나태범이 약속을 지켜 안진섭을 데려왔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끝까지 싸우려고 들 것이다.안진섭이 돌아온 후 안지영은 병실에 경호원은 더 붙였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 비극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이따가 30분 먼저 퇴근하겠습니다.”“그래요.”안지영이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더니 안열이 말한 것을 곱씹다가 놀라서 물었다.“뭐라고요? 일찍 퇴근하겠다고요?”“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안지영은 놀라서 눈을 동그라게 뜨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안열을 훑어보았다.“왜 그렇게 보시는 거죠?”“신기해서요. 일찍 퇴근하겠다고 하시니까... 뭐 하러 가요? 연애해요?”그 말을 하자마자 안지영은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장 혀를 씹고 죽고 말지.’안열은 어제 좋지 못한 일을 당했다. 그런 사람에게 연애하냐고 묻다니...어젯밤의 그 남자와 사귀는 건 아니겠지?안지영의 말에 안열은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안지영은 목을 가다듬으면서 얘기했다.“미안해요. 실수했어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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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3화

퇴근 시간.장선명이 안지영을 데리러 왔다.안열은 먼저 퇴근했기에 안지영과 같이 나오지 않았다.차에 탄 안지영이 입술을 비죽 내밀고 말했다.“안열 씨와 밤을 보낸 그 남자는 도대체 누구일까요.”장선명은 운전대를 잡고 안지영을 슬쩍 쳐다보더니 물었다.“그게 그렇게 궁금해?”“당연하죠.”안지영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안열의 행동으로 보면 그 사건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은 건 없어 보였다.그렇다면... 안열이 그 남자를 좋아하는 것일까?하지만 안열과 오랜 시간 같이 일하면서 안열이 다른 남자한테 관심을 갖는 건 본 적도 없다.그럼 도대체 누구라는 거지?안열은 그 남자가 안지영이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안지영은 본인이 아는 남자들을 다 떠올려보았다.“설마 육명호 씨는 아니겠죠?”안지영이 장선명을 향해 물었다.신호등 앞에 와서 차를 세운 장선명은 안지영의 질문을 듣고 육명호의 근황을 떠올렸다.육명호는 북성에서 내려와 강성에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고 한다. 육명호와 안열이라면...생각하던 장선명은 고개를 저었다.“아닐 거야.”“그럼 다른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데요...”안지영이 얘기했다.안지영은 정말 거의 모든 사람을 다 떠올렸지만 가장 비슷한 답은 육명호뿐이었다.“육명호는 안열의 눈에 차지 않을걸.”“그, 그래요?”안지영은 육명호가 꽤 좋은 조건의 남자라고 생각했다.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이고 얘기했다.“육명호가 좋은 사람은 아니거든.”“...”그 말을 들은 안지영의 입가가 바르르 떨렸다.육명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안지영은 웃음이 나올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나쁜 사람이 나쁘다고 말하는 건 좋은 사람이 아닐까.안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장선명은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것을 본 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웃었다.“왜 그렇게 보는 거야?”“하지만 선명 씨랑 안열 씨도 좋은 사람은 아니잖아요.”이건 사실이었다.안열은 착한 사람이 아니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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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4화

“...”그 말에 장선명이 약간 굳어버렸다.호칭이 할아버님에서 할아버지로 변하다니.마치 선을 긋는 것 같았다.“할아버지는 나태웅의 실종이 장씨 가문과 연관 없다고 얘기하셨지.”“그렇죠!”안지영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다른 말은 하시지 않았나요?”“나씨 가문에서 그렇게 얘기했대. 나태웅을 찾지 못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저도 마찬가지예요!”안지영은 화가 나서 씩씩대면서 얘기했다.정말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았다.이런 일에 얽히다니. 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어떻게 할 건데.”“나태웅을 고소할 거예요!”“고소?”“네, 고소요!”안지영은 화가 나서 씩씩대며 얘기했다.“무슨 일로?”“우리 아빠의 일로요.”“...”그건 실수로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장선명이 죄책감을 갖는 일이기도 했다. 사건이 그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말이다.안지영은 돌아온 후 안진섭이 세운 하늘그룹을 지켜내는데 애를 썼다.그래서 나태웅에게 시시비비를 따질 사이가 없었다.그래서였을까, 나태웅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안지영에게 수많은 불편함을 안겨다 주었다.그리고 나태웅에 이어서 나태범까지.“그러면 좋은 변호사를 찾아줄게.”장선명은 반대하지 않고 얘기했다.장선명은 항상 안지영의 말을 따르고, 안지영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사람이었다.하늘 그룹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안열을 곁으로 보내 하늘 그룹의 일을 처리하게 만들었다.안지영이 나태웅을 고소하겠다고 할 때도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지지했다.“가장 뛰어난 변호사를 붙여줘요. 나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털어올 거니까요.”“...”그건 약간 어려울 텐데.하지만 장선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지영은 화가 나서 이성을 잃었던 것이니 지금 말해도 소용없을 것이다.“그리고 결혼식도 무조건 원래 시간에 진행해요. 아무것도 고치지 마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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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5화

이튿날.강성에 두 가지 일이 일어났다.오전 열 시. 장선명과 안지영의 결혼 소식이 발표되었다.이윽고 안지영이 나태웅을 고소한다는 소식도 퍼져갔다.그러자 사람들은 멍해졌다.안열도 놀라서 안지영을 보면서 물었다.“대, 대표님, 나태웅을 고소하려고요?”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대답은 짧고 굵었다.결혼 소식으로 안지영은 장선명을 향한 마음을 제대로 전했다.그리고 또 나씨 가문에서 이상한 짓을 벌이지 못하게 못 박은 것이었다.나태범이 만약 나태웅을 위해 나선다면 곧 대중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안열은 결연한 태도의 안지영을 보면서 입꼬리가 바르르 떨렸다.“나태웅이 복수할까 봐 걱정되진 않으세요?”결혼 소식을 발표하고, 또 나태웅을 고소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전에도 조그마한 일로 길길이 날뛰던 사람인데, 결혼 소식을 안다면 안지영을 죽이러 오지 않을까?“그렇게 해서라도 나태웅이 나타난다면 좋겠네요. 하지만 고칠 것이 있다면 나태웅이 날 죽이는 게 아니라 내가 나태웅을 죽일 거예요.”“...”안열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안지영은 마치 나씨 가문의 만행에 정신줄을 놔버린 사람 같았다.나씨 가문에서 나태웅의 실종 때문에 안지영을 들들 볶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그러니 어떻게 보면 인과응보였다.“도련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안열이 물었다.나태웅을 고소하는 것은 나씨 가문을 적으로 돌리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지지한대요.”안열은 할 말을 잃었다.안지영을 향한 장선명의 인내심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안지영이 원하는 것은 모두 다 갖다 바치려고 하니 말이다.하지만 그 상대가 나태웅이니 안열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나태웅은 그 일이 있은 후 안지영에게 사과도 하지 않고 하늘 그룹을 위협했으니까 말이다.만약 안열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참지 않고 바로 고소했을 것이다. 안지영은 아마 이제야 생각이 나서 고소하는 것 같았다.나태웅은 사람을 괴롭히는데 도가 튼 놈이다. 그런 사람은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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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6화

나태현은 해외에 있어서 연락되지 않고, 나태웅은 유서만 남기고 사라졌다.량천옥은 갑자기 미쳐서 나씨 가문을 엎어버리겠다고 하고 안지영은 나태웅을 고소하겠다고 한다.이게 다 무슨 일인가.“량천옥도 연락 안 돼?”“연락했습니다. 한마디만 하고 끊었지만...”“뭐라고 했는데.”나태범이 미간을 찌푸렸다.집사가 얘기했다.“다 같이 죽자고...”“...”다 같지 죽자고?설마 해외에 있는 그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가?그렇지 않으면 량천옥이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나태범은 마음이 불안했다.“이 자식들이...”집에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두 사람 다 자리를 비웠다.나태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더욱 미운 것은 나태웅이었다.안지영이 고소하겠다고 하는데 이 시점에 사라지다니.나태범은 저도 모르게 의심하기 시작했다.“설마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니겠지? 설마 죽은 건가...?”나태범이 가슴을 졸이면서 얘기했다.집사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작은 도련님은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여자 때문에 죽다니.그건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나태범은 입을 다물었다.나태웅에 대해 점점 모르는 것만 많아지는 기분이었다.전에는 나태웅이 그래도 말이 통하는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안지영과 만나면서 사람이 이상해졌다.그래서 결국 이 사달이 난 것이 아니겠는가...“장씨 가문도 그렇지... 어떻게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둘 수 있어?”나태범은 점점 화가 치밀었다.“...”이 일은 뭐라고 결정짓기 어려웠다.“작은 도련님이 안지영 씨의 결혼 소식을 보고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안지영이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나태웅도 안지영의 태도를 알았을 것이다.그런데 여전히 포기 못한다면...나태범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어진 눈동자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수도 있지.”나태범은 종잡을 수 없었다.그래서 속이 더욱 답답했다.“왜 이런 멍청한 호구 자식을 낳아서...”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고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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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7화

량천옥과 나태현이 그곳에 도착했다는 것부터 불안했는데 고은지가 이런 꿈을 꿨다고 하니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하지만 창백한 고은지의 모습을 보면서, 다친 고은지를 생각하면서, 고은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꿈은 다 반대라잖아. 요즘 희주를 못 봐서 걱정되어서 그런 걸 거야.”고은지는 여전히 가슴이 답답했다. 마치 커다란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기분이었다.고은지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고 하다가 흠칫하고 고은영에게 물었다.“혹시 량천옥 씨 전화번호 알아?”“어? 아...”량천옥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 건가?설마 눈치를 챈 건가? 량천옥이 해외로 나간 이유를 알게 된 걸까?고은영은 그 생각에 심장이 점점 빨리 뛰었다.고희주의 일을 고은지한테 숨겨야 하는 건 미안했지만 고은지가 이 진실을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다.고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은지가 조급해져서 물었다.“도대체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알아, 알아!”꿈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이는 고은지가 해외의 현황을 안다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결국 고은지의 뜨거운 시선 아래서 고은영은 량천옥의 전화번호를 건네주었다.고은지는 바로 량천옥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기계음 소리만 들릴 뿐 받는 사람은 없었다.고은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처럼 조급해했다.고은영이 옆에서 위로했다.“꿈일 뿐이잖아. 걱정하지 마.”고은지는 속이 타서 핸드폰을 이불로 던져버렸다.아마도 량천옥이 해외로 나간 목적을 눈치챈 것 같았다. 지금의 고은지는 조금만 건드려도 툭 터질 풍선 같았다.그런 고은지를 보면서 고은영은 깜짝 놀랐다. 걱정스러운 마음은 점점 커졌다. 뭐라고 얘기하려는데 고은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은영아, 나 너무 무서워... 어떡해...”“응, 알아.”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애써 위로하려 했다.고은지가 이 시간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나태현이 아이를 데려가고 나서야 고은지는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나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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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8화

전화기 너머의 배준우는 회의 중이었다.회의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고은영 쪽에 이상한 분위기가 감돈다는 걸 눈치챈 배준우는 몸을 돌려 낮은 목소리로 전화기에 속삭였다.“아직 없어. 걱정하지 말라고 해.”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돌렸다.고은지에게 희주의 상황을 알려준다면 고은지는 분명 미쳐버릴 것이다.“알겠어요.”말을 마친 고은영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배준우 옆에 있던 진청아는 배준우가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말했다.“회의 계속하시죠.”...병원.고은영은 전화를 내려놓고 얘기했다.“들었지? 아직 아무 소식 없대.”“은영아, 난 자꾸만 희주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정말... 어제부터 불안했어. 희주랑 떨어지고 나서 이런 적은 처음이야.”그렇게 말하는 고은지의 말투는 긴장한 듯 보였다.가슴이 답답해지니 고은지가 걱정되는 것은 고희주였다.고은영은 고은지의 손을 잡고 얘기했다.“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 나태현 씨는 그래도 아이 아빠잖아.”고은영은 나태현을 그리 믿지 못했다.하지만 고은지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고은지는 고희주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몰라 더욱 걱정되었다.고희주와 떨어진 이후로 이런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고은지는 바로 나태현의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나태현은 받지 않았다.고은영은 조급해하는 고은지를 보면서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지 몰랐다.“은영아.”“응, 언니.”고은영이 대답했다.예민한 고은지 앞에서 고은영은 그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은지의 기분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희주가 폐에 감염이 생겼다. 의사들한테 물어봤는데 식물인간이라 면역력이 낮아서...”“...”고은영은 다 알고 있었다.고희주가 란완리조트에서 떠나기 전에 배준우는 전문가들을 불러서 희주를 검사하게 했다.하지만 나태현이 그런 희주를 데려갔다. 해외의 온도와 습도가 희주의 병에 무슨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몰랐다.“지금 희주의 면역력은 정상인의 절반도 안 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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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9화

하지만 지금 고은지는 한 아이의 어머니였다.그러니 고은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녀의 아이였다.고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은지가 이어서 얘기했다.“희주 소식을 모르는 게 나한테는 더욱 지옥이야.”나태현은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나태현이 도대체 량천옥과 무슨 원한이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고은지는 영원히 나태현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고은지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문득 깨달았다.어머니로서, 고은지의 마음을 모를 수 없었다.아이의 소식을 모른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암흑 속에서 빛을 기다리는 것 같은 초조함과 괴로움이었다.고은영이 한숨을 내뱉고 얘기했다.“희주, 아프대.”“뭐?”“하지만 나태현 씨도 손 놓고 보고만 있은 건 아니었어. 나태현 씨는 요양하기 좋은 곳에 희주를 데려가서 보살피고 있어. 의료진들도 모두 전문가들이고.”기성훈은 그곳에서 수많은 의료진들이 오가는 것을 봐왔다.만약 나태현이 정말 고희주를 싫어한다면 의료진을 청해오지 않았을 것이다.거기까지 들은 고은지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고은지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고희주가 나태현의 손에 있다는 것이었다. 나태현이 고희주를 싫어해서 일부러 고희주를 괴롭힐까 봐 걱정이었다.고은지의 곁에서도 우울증이 걸렸던 아이인데,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아무리 식물인간이라고 해도 말이다.고은지는 고희주가 좋은 치료를 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약간 마음을 놓았다.하지만 또다시 걱정되기도 했다.“그렇게 많은 의료진들을 부른 거면... 희주 상태가 안 좋다는 뜻이야?”“...”기성훈이 이 소식을 전해줬을 때부터 고은영은 불안했다.긴장해 하는 고은지를 보니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여야 할지 저어야 할지도 몰랐다.결국 고은영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 얘기했다.“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나태현 씨가 아예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거야. 직접 갔으니까 말이야.”나태현이 직접 갔다는 말을 들은 고은지는 표정이 창백해졌다.나태현이 직접 그곳에 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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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0화

나태현과 량천옥이 원수인 건 고희주, 고은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까 말이다.나태현이 희주를 계속 데리고 있다면 고은지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이 싸움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고은지는 고은영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지금은 건드리지 마.”“어...?”고은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아픈 몸으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게 할 수는 없어. 지금 희주한테 필요한 건 요양이야. 그러니 건드리지 마.”만약 가능하다면 고은지는 어떻게든 고희주를 데려오고 싶었다.하지만 고희주의 건강 상태를 생각하면 고은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R국에서 돌아오려면 비행기를 열 시간 이상 타야 한다. 고은지는 돌아오는 길에 고희주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이었다.게다가 폐 쪽에 감염이 있다고 했으니 더더욱 움직일 수 없었다.어머니라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걱정하는 것이었다.고은지는 희주가 너무 보고 싶었지만 희주의 건강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희주의 안전이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았어.”고은영은 고은지의 말을 따르려고 했다.두 사람은 몇 마디 더 하고는 헤어졌다.고은영이 고은지의 병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안에서 김영희와 진유경을 만났다.두 사람은 고은영을 보자마자 증오의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진유경은 김영희를 부착하면서 걱정스러운 말투로 얘기했다.“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별일 없을 거예요.”그 말에 김영희는 가슴이 더욱 아파서 가슴을 꾹 누르며 얘기했다.“정말 재수가 없어! 입양한 딸이 친딸보다 더욱 효도하니... 이럴 줄 알았으면 태어나자마자 죽여버려야 했는데.”엘리베이터 안에는 세 사람뿐이었다.그러니 김영희가 누구를 욕하고 있는 것인지는 잘 알만했다.진유경은 고은영을 욕하는 김영희의 말을 들으면서 속 시원해했다.하지만 김영희를 보면서 얘기했다.“할머니, 그러지 마세요. 같이 커온 게 아니니까 당연히 감정의 깊이가 다르죠.”“감정이 없는 낯선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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