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다 내 탓이에요... 내가 언니한테 제대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서... 내가...”“아니야, 네가 그때 알려줬었으면 지금 죽은 사람은 고은지가 됐을 거야.”배준우가 고은영의 말을 끊어버렸다.그때의 고은지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우울증 때문에 투신한 고희주에, 량천옥이 친엄마라는 소식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워할까.게다가 나태현의 공격까지.고은지는 그렇게 많은 사건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쓰러져버릴지도 몰랐다.고은영은 배준우의 옷을 꼭 잡고 얘기했다.“나태현 씨가 희주를 데려가게 내버려 두지 말았어야 했어요.”고희주가 고은지의 곁을 떠나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고은영은 지금 나태현을 원망하고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고희주가 과연 나태현의 손에서 무슨 짓을 당한 것인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희주를 싫어하는 나태현이 과연...“이건 네 탓이 아니야. 네가 막으려 했어도 결국에 일어났을 거야.”“...”그래, 고은영이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나태현이 마음먹고 아이를 데려가려 한다면 고은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게다가 지금 해외 쪽에서 난리가 났으니... 량천옥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고은영은 량천옥이 예전에 얼마나 악랄하고 무서운 수단을 쓰는 사람이었던지 떠올렸다.량천옥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심호흡과 함께 고은영의 두 볼에서 눈물이 떨어졌다.“나는 차라리 량천옥 씨가 나태현 씨를 죽였으면 좋겠어요.”고은영은 나태현이 죽을 만큼 미웠다. 아니, 죽일 만큼 미웠다.배준우는 다른 말을 더하지 않았다.그러다 고은영의 말을 들은 후 입을 열었다.“해외에서 두 사람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어.”목숨을 걸고 싸운다.그 소식으로부터 그들은 희주의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배준우 옆의 고은영은 항상 겁이 많은 착한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고은영의 입에서는 차가운 말만 흘러나올 뿐이었다.“정말 량천옥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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