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421 - 챕터 1430

1435 챕터

제1421화

배준우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다 내 탓이에요... 내가 언니한테 제대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서... 내가...”“아니야, 네가 그때 알려줬었으면 지금 죽은 사람은 고은지가 됐을 거야.”배준우가 고은영의 말을 끊어버렸다.그때의 고은지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우울증 때문에 투신한 고희주에, 량천옥이 친엄마라는 소식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워할까.게다가 나태현의 공격까지.고은지는 그렇게 많은 사건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쓰러져버릴지도 몰랐다.고은영은 배준우의 옷을 꼭 잡고 얘기했다.“나태현 씨가 희주를 데려가게 내버려 두지 말았어야 했어요.”고희주가 고은지의 곁을 떠나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고은영은 지금 나태현을 원망하고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고희주가 과연 나태현의 손에서 무슨 짓을 당한 것인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희주를 싫어하는 나태현이 과연...“이건 네 탓이 아니야. 네가 막으려 했어도 결국에 일어났을 거야.”“...”그래, 고은영이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나태현이 마음먹고 아이를 데려가려 한다면 고은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게다가 지금 해외 쪽에서 난리가 났으니... 량천옥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야.”고은영은 량천옥이 예전에 얼마나 악랄하고 무서운 수단을 쓰는 사람이었던지 떠올렸다.량천옥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심호흡과 함께 고은영의 두 볼에서 눈물이 떨어졌다.“나는 차라리 량천옥 씨가 나태현 씨를 죽였으면 좋겠어요.”고은영은 나태현이 죽을 만큼 미웠다. 아니, 죽일 만큼 미웠다.배준우는 다른 말을 더하지 않았다.그러다 고은영의 말을 들은 후 입을 열었다.“해외에서 두 사람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어.”목숨을 걸고 싸운다.그 소식으로부터 그들은 희주의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배준우 옆의 고은영은 항상 겁이 많은 착한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고은영의 입에서는 차가운 말만 흘러나올 뿐이었다.“정말 량천옥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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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2화

배준우와 나태현의 사이는 좋은 편이었지만 배준우는 지금 상황에서 고은지의 편에 설 수밖에 없었다.아무리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해도 다른 여자를 이렇게 매정하게 대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해외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희주의 소식을 알려줬대요.”“...”“나도 원래 안 믿었는데 준우 씨 말을 들으니 아마...”거기까지 말한 고은영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그들에게 있어서 이 소식은 아주 가슴 아픈 소식이었다.배준우는 눈물을 흘리는 고은영을 보면서 가슴 아파하며 고은영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고은영이 눈물을 흘리지 않게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위로도 소용없었다.차라리 슬픔에서 벗어날 때까지 펑펑 우는 것이 나았다. 그렇게 해서라도 슬픔을 덜어낼 수 있다면 말이다.“지금부터 나씨 가문 사람들을 멀리해요.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더러운 사람들이니까.”그 말은 약간 유치하게 들리기도 했지만 배준우는 고개를 저으면서 얘기했다.“그래, 네가 하라는 대로 할게. 그러면 되지?”“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여전히 속상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사람도 꼭 대가를 치러야 해요. 짜증 나는 사람들...”고은영은 그렇게 얘기하면서 또 눈물을 흘렸다.나태범이 고희주의 존재를 알았을 때 보여준 행동과 태도는 한 아이의 할아버지가 보여줄 수 있는 행동과 태도가 아니었다.그런 사람들은 대가 끊겨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배준우가 고은영의 말을 듣다가 얘기했다.“걱정하지 마. 아무리 빌어도 이번에는 도망치지 못할 테니까 말이야. 피부를 확 벗겨서 밖에 내다 걸어버릴까?”“그건 너무 가벼운 벌이에요. 살과 뼈를 다 발라버려야죠!”“그렇게까지...?”“네!”배준우의 시선을 마주한 고은영은 더욱 목 놓아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의 말을 듣고 작게 한숨을 내쉬고 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그래, 알았어. 걱정하지 마. 그 자식들은 꼭 벌을 받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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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3화

고은지는 고개를 끄덕이는 배준우를 보고 온몸에 힘이 풀린 듯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그러더니 이내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희주의 소식을 들은 후부터 고은지는 자기가 다쳤다는 것을 자꾸만 까먹었다. 가끔은 상처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하지만 다친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고은영은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앞으로 다가갔다.“언니, 언니!”고은지는 절망 속에 빠진 채 그대로 앉아있었다.간호사와 간호인이 와서 고은지를 부축해 침대로 데려갔다. 그리고 고은지에게 함부로 걸어 다니지 말라고 당부했다.“그 다리를 전혀 못 쓰잖아요. 그러니 그냥 가만히 침대에 있는 게 좋아요.”고은지는 그저 멍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그 모습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가 껍데기만 남은 사람 같았다.고은영은 그런 고은지를 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간호사와 간호인이 모두 떠났다.고은영은 옆의 의자를 갖고 와 앉은 채 고은지의 손을 꽉 잡았다.그리고 그제야 고은지가 온몸을 덜덜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두 사람은 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다.배준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고은영의 뒷모습을 보더니 아무 말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이미 슬픔의 바다에 빠져버린 그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이 슬픔을 온전히 느낄 시간이 필요했다.하지만 그 슬픔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병실에서 나온 배준우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숨을 돌리려고 했다.하지만 이내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진정훈을 만났다. 진정훈은 진성택의 일을 배준우에게 간단하게 알려주었다.지금 진성택은 적합한 신장을 찾는다고 해도 이식 수술을 하지 못할 만큼 쇠약해졌다. 원래 진씨 가문에서 진성택의 병을 알아차렸을 때, 한 달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돈의 힘이었다.배준우는 진성택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으면서 담담하게 얘기했다.“진씨 가문 사람들이 은영이한테 연락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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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4화

배준우의 뜻은 명확했다.고은영이 지금 사건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하고 있으니 진씨 가문 사람들이 진성택의 일로 고은영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진정훈은 배준우의 뜻을 잘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렇게 하죠.”진정훈도 배준우처럼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이었다.하지만 배준우한테서 고은영의 상황을 전해 듣더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도 않고 다시 돌아갔다.그리고 올라가자 엘리베이터 앞에서 바로 진호영을 만날 수 있었다.진호영은 이제 진유경의 본모습을 알아보게 되었다.진유경이 진호영에게 같이 고은영을 찾아가자고 했을 때 진호영은 완강하게 거절했다.“아버지가 깨어나셨어. 은영이를 보고싶어 하셔.”진호영이 약간 쉰 목소리로 얘기했다.어쩌면 이게 진성택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기분이 들었다.“가지 마.”배준우의 말을 떠올린 진정훈이 바로 얘기했다.그 말에 진호영이 약간 불쾌한 듯 표정을 구겼다.“왜 가지 말라는 거야? 은영이의 친아버지잖아. 아버지가 깨어난 뒤로 계속 은영이를 찾고 계시는데 왜 말리는 거냐고!”진정훈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그리고 진호영 앞에서 멈춰섰다.진호영보다 키가 큰 진정훈이 진호영을 내려다보자 진호영은 저도 모르게 겁을 먹고 뒤로 약간 물러났다.그리고 아까보다 누그러진 말투로 얘기했다.“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단 말이야.”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진정훈은 한숨을 푹 내쉬고 얘기했다.“지금 은영이한테도 슬픈 일이 있어. 그러니 충격이 클 거야.”“무슨 일인데.”고은영도 충격이 클 거라는 말에 진호영이 깜짝 놀랐다.드라마도 아니고 이렇게 많은 일이 동시에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진정훈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아까 배준우가 한 말을 그대로 진호영에게 전해주었다.“...”고은지의 이름을 들은 진호영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러자 진정훈은 진호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 진호영의 어깨를 두드린 진정훈이 얘기했다.“고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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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5화

진호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속이 씁쓸해졌다.하지만 진성택의 상황도 그리 좋지 못했다. 진호영이 우물쭈물하면서 겨우 입을 열었다.“하지만 아버지가...”“그렇다고 해서 은영이를 억지로 데려올 수는 없어.”“그럼 딱 한 번만 만나게 하면 되잖아.”진호영이 난감한 듯 얘기했다.진씨 가문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진호영은 그래도 아버지를 존경하고 열심히 모시려고 애썼다.진정훈은 그런 진호영을 보면서 또 화가 났다.“배준우 씨가 허락하지 않을 거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지키는 호위무사 같은 사람이었다.진호영은 배준우의 이름만 들어도 겁이 났다.하지만 지금은 아버지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얘기만 해볼게. 은영이가 허락하면 데려오고 허락하지 않으면 그만할게. 그러면 되지?”진호영은 적어도 아버지의 말을 전해주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이 말을 전하지도 않는다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그런 진호영을 보면서 진정훈은 머리가 약간 아팠다.“가지 마!”고은영을 향한 동정심이 더욱 컸기에 진정훈은 진호영이 고은영을 건드리러 가지 않았으면 했다.고희주의 일로도 충분히 힘든 사람이다.“못 들었어?”진호영이 대답하지 않자 진정훈이 더욱 엄숙한 말투로 얘기했다.무슨 일이 있든지 진호영은 고은영을 위해 움직일 것이다.“...”진정훈의 결연한 태도에 진호영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만은 아주 답답했다.그래서 결국 30분이 지난 후 진호영이 한눈을 판 사이에 몰래 고은영을 찾아갔다.고은지의 병실에는 이루어 말할 수 없는 무거운 분위기가 맴돌았다.배준우가 음식을 가져왔지만 두 사람은 밥을 먹을 기분이 없어 보였다.고은영이 고은지에게 얘기했다.“언니, 좀 먹어둬.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잖아.”배준우와 고은영의 대화를 들은 후부터 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그대로 침대에 누운 채 공허한 두 눈으로 절망스럽게 하늘만 쳐다볼 뿐이었다.고희주는 고은지의 마지막 희망이자 삶의 원동력이었다,하지만 그런 고희주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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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6화

고은영이 고개를 저었다.“여기에 같이 있을게.”“돌아가!”고은지가 한층 무거워진 말투로 강경하게 얘기했다.“...”“혼자 있고 싶어. 혼자 내버려 두라고.”“알았어. 그럼 언니는 혼자 있어. 난 옆 방에 있을게.”“제발 돌아가라니까!”고은지는 이미 인내심이 다 닳은 상태였다.고은영은 그런 고은지를 보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알았어. 갈게. 갈 테니까 진정해.”고은영은 고은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었다.이렇게 그냥 보내는 것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고은지에게는 정말 고희주가 전부였다. 그래서 고희주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고희주는 안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지금은 혼자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그럼 먼저 갈게.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고은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한숨을 쉰 고은영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병실에서 나가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진호영이 보였다.진호영을 본 고은영은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하필 이 상황에...’진정훈은 고은영의 표정이 확 굳은 것을 보고 짜증이 났다.뭐라고 얘기하려 했지만 아까 고은영이 한 얘기를 떠올리고는 입을 꾹 닫았다.고은영에게 있어서 그동안의 시간은 몹시 아픈 시간이었을 것이다.고은영은 아마 진유경이 어떤 사람인지 진작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런데 피가 섞인 가족한테서 차별 대우를 받았으니, 얼마나 속상했을까.그래서 여태껏 진호영과 거리를 둔 것일지도 몰랐다.친여동생이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내고 겨우 진짜 가족을 찾았는데, 친오빠인 본인은 진유경 걱정부터 했으니...진호영은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었다.게다가 진호영은 김영희가 진유경을 데리고 배준우를 찾아간 일도 알게 되었다.그는 김영희가 이런 일을 저지를 줄 전혀 몰랐다.아무리 고은영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고은영은 피가 섞인 친손녀인데...진유경을 데리고 배준우를 찾아가다니. 고은영의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 아닌가.진호영이 길을 막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고은영이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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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7화

“별다른 일 없으면 나 먼저 갈게.”그 담담한 태도는 진호영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모든 사람들이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을 용서하는 게 아니다.오랜 시간 힘들게 자라온 고은영이 어떻게 걸어온 길을 잃을 수 있을까.그토록 사랑받고 싶어하던 아이한테...그 사람들이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고은영은 잊을 수가 없었다.고은영은 진호영의 말을 무시한 채 옆으로 지나갔다. 그러자 진호영이 갑자기 고은영의 팔목을 잡았다.“우리를 싫어한다는 걸 알아.”‘우리’라는 단어를 들은 고은영은 마음이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진호영이 왜 온 것인지, 무슨 이유로 온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만약 적합성 검사를 위해서 온 거라면 그냥 돌아가요. 난 그럴 마음이 없으니까.”말을 마친 고은영이 진호영의 손을 뿌리쳤다.하지만 진호영이 다시 고은영의 손목을 잡고 얘기했다.“그것 때문에 온 게 아니야.”“그럼 왜 온 거예요? 준우 씨한테 진유경을 맡기려고 온 거예요?”그렇게 말하는 고은영의 말투에는 가시가 잔뜩 서 있었다.“아니야, 다 아니야.”가시를 세우는 고은영을 보면서 진호영은 약간 당황했다.“그러면 왜 온 거예요. 와서 또 뭘 하고 싶은 건데요!”목소리를 높이는 고은영을 보면서 진호영은 더 얘기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되었다.하지만 진성택이 깨어난 뒤로 고은영의 이름을 되뇌는 것을 떠올리니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아버지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거야. 한 번이라도 보고 가는 게 어때?”“...”오늘 밤은 넘기지 못하다니.죽음이란 이렇게 쉽고 가까이 있는 것이었다.고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진호영의 목소리가 더욱 조급해졌다.“아버지가 계속 네 이름을 부르고 계셔. 널 만나고 싶어 하셔.”전까지만 해도 진성택은 진윤을 보고싶어 했다.하지만 진윤은 지금까지도 한 번도 돌아가지 않았다.고은영은 진호영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번 딱 한 번만... 안 될까?”“싫어요.”진호영이 아무리 빌어도 고은영은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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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8화

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 고은영을 쫓아갔다....진정훈은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고 들어왔다. 하지만 돌아와 보니 진호영이 보이지 않았다.불안한 마음에 진정훈이 얼른 진호영을 찾으러 갔다.그러다 고은영을 붙잡고 병실까지 온 진호영을 발견하게 되었다.그 모습에 진정훈은 깜짝 놀랐다. 진유경과 김영희는 고은영을 보면서 표정을 굳혔다.“이거 놔요! 놓으라니까요!”고은영은 화를 내면서 진호영의 등을 주먹으로 때렸다.하지만 진호영에게 있어서 그 주먹은 간지러울 뿐이었다.진정훈은 그런 진호영을 보면서 바로 진호영의 뺨을 쳤다.“그만두지 못해!”“형, 아버지가...”“손 놓으라니까!”진정훈이 화가 나서 소리질렀다.고은영이 어릴 때 얼마나 어려운 시절을 보냈는지 아는 진정훈은 앞으로 고은영이 원하는 것을 다 이루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진성택이 고은영을 보고싶어 한다니.진씨 가문 사람들이 고은영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떠올린 진정훈은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두 사람이 병실에서 싸우기 시작하자 진유경이 얼른 가서 그들을 말렸다.“둘 다 진정해요. 여긴 아버지의 병실이라고요. 여기서 싸우지 마요. 은영이가 싫어한다면 나라도 여기서 아버지를 지킬 테니까요.”그렇게 말하는 진유경은 마치 눈물을 참는 것 같았다.그 연기는 진유경이 평생토록 해온 연기였다.그러니 진정훈과 진호영이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그 입 좀 닥쳐!”“...”진정훈과 진호영이 동시에 그렇게 얘기하자 진유경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김영희는 그런 진유경을 보면서 마음 아파하더니 바로 진정훈과 진호영에게 호통쳤다.“됐어! 유경이 말이 틀린 것 하나 없구먼, 뭐. 여기서 싸우지 마. 네 아버지가 지금 당장이라도 돌아가는 꼴을 보고 싶은 거야?”“은영아... 은영아...”김영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침대에 누워있던 진성택이 희미한 목소리로 고은영의 이름을 불렀다.그 모습을 본 진유경이 바로 진성택에게로 달려가려 했다.하지만 진호영의 차가운 눈빛에 진유경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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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9화

결국 고은영은 천천히 병상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고은영은 긍정의 대답도, 반대의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행동만으로도 진호영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그래서 얼른 의자를 가져와 옆에 놓아주며 얘기했다.“은영아, 여기 앉아. 아버지가 뭐라고 하는지 들어봐.”진유경은 진호영이 고은영에게 잘 해주는 것을 보고 질투심이 피어올랐다.고은영이 자리에 앉자 진성택이 고은영의 손을 확 잡았다.진성택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고은영은 그제야 진성택이 이미 수의로 갈아입었다는 것을 발견했다.사람이 죽으면 시체가 굳어버리기에 옷을 갈아입기 쉽지 않다.그래서 진성택에게 이미 수의를 입힌 것이다.아마... 진성택은 정말 오늘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은영아, 미안하다... 미안해...”진성택은 고은영의 손을 잡고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중얼거렸다.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하지만 그 눈물이 무슨 의미인지는 고은영 본인도 알 수 없었다.진호영과 진정훈은 눈치껏 병실을 나갔다.김영희와 진유경은 진성택이 도대체 고은영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끝까지 지켜보기 위해 병실 안에 남아있었다.만약 진성택이 고은영에게 숨겨둔 재산 같은 걸 넘기려고 한다면 김영희가 바로 반대할 것이다.지금 재산이 더 간절한 건 김영희와 진유경이니까 말이다.진성택은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필요 없으니까요.”“그래도 미안해...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다.”“...”부탁이 있다는 말에 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내려앉았다.진성택이 부탁하려는 것이 뭔지, 알 것 같았다.진성택이 말하기 전에 고은영은 억지로 손을 빼내려고 했다.진성택은 그런 고은영을 보면서 더욱 세게 고은영의 손을 잡았다.“은영아.”“이거 놔요!”“고은영, 아버지가 이러시는데 적어도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지 않겠어!”진유경이 고은영을 손가락질하면서 얘기했다.고은영은 차갑게 웃었다.“그래? 그럼 너나 실컷 들어. 너희들이야말로 한 가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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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0화

거기까지 들은 고은영의 표정은 잿빛이 되었다.진성택도 그걸 알아차리고 잠시 말을 끊었다.그리고 어두워진 고은영의 눈을 보면서 이어서 얘기했다.“나도 일이 이 지경이 될 줄은 몰랐다만. 하지만 은영아, 난 정말 유경이가 걱정돼. 그러니 네가 유경이를 잘 챙겨줘. 그럴 수 있지?”진성택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고은영을 되찾아온 다음부터 진성택은 고은영 앞에서 진유경을 잘 챙겨주라는 말을 했다.죽기 전까지도 말이다.“나한테 부탁하는 거예요, 준우 씨한테 부탁하는 거예요?”그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전에 김영희가 진유경을 데리고 배준우를 찾아왔을 때도 고은영은 그저 묵묵히 참았다.하지만 진성택이 또 이런 말을 꺼내다니.뭘 어떻게 챙겨주라는 건지.고은영이 무슨 능력으로 챙겨주라는 건지.“은영아, 그게 아니라...”진성택이 말을 더듬었다.고은영은 손을 빼내고 얘기했다.“뭐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렇게 진유경이 걱정되면 데려가면 되잖아요. 죽어서도 계속 돌봐주면 되겠네요.”“...”고은영의 말을 들은 진성택은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내 말을 오해한 것 같은데... 배준우한테 도움을 청하는 건 아니야.”“...”“전에 정훈이 뭐라고 해서 네 엄마가 남겨준 주식을 너와 유경이한테 나눠줬잖아. 정훈이가 유경이 몫을 빼앗아가지 않게 잘 좀 챙겨줘.”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화가 끓어올랐다.죽기 직전까지도, 진성택은 진유경을 걱정하고 있었다.하지만 고은영은 그 정도로 마음 약해지는 사람이 아니었다.아무리 고은영이 나약해 보이고 연약해 보여도 마음만은 단단한 사람이었다.“제가 그래야 할 이유를 모르겠네요. 그리고 정훈 오빠가 진유경의 주식을 빼앗을까 봐 걱정하시는데... 그건 원래 진유경 몫이 아니었어요. 결국 주인에게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진성택이 진유경에게 주식을 남겨뒀을 줄은 몰랐다.진정훈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고은영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은영아, 잠깐만...”진성택은 밖으로 나가려는 고은영을 보면서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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