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오늘 언니가 다친 건 나태현 씨 때문인 것 같아요.”고은영이 흐느끼며 말했다.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움찔했다.“나태현이 은지 씨를 때렸다고?”“네. 그런 것 같아요. 언니가 혼자서 다친 게 아니에요.”배준우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까. 이건 단순한 일이 아닐 가능성이 컸다.“참...”“준우 씨, 언니가 어떻게 다친 건지 확실히 알아봐 줄 수 있어요?” 고은영이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배준우는 잠시 침묵했다.‘이걸 어떻게 알아보지? 기성훈에게 부탁해서 천락 그룹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해 보라고 해야 하나? CCTV를 확인하면 되겠지만...’천락 그룹 내부 보안 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할 리 없었다.만약 누군가 회사 네트워크를 해킹한다면, 나태현이 모를 리 없었고, 당연히 누가 했는지 끝까지 추적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곧바로 배준우를 의심할 것이다.그땐 뭐라고 변명해야 할까?배준우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고은영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얘기했다.“제발요, 부탁이에요.”배준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넌 정말 나한테 어려운 일만 시켜!.”“하지만 나는 꼭 알아야 해요.” 고은영이 고집스럽게 말했다.배준우는 이마를 짚었다.‘나태현의 네트워크를 해킹하는 건 불가능해. 하지만...’배준우가 고은영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그렇게 궁금해?”“네!”배준우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우선 세수라도 하고 와.”“그러면 알 수 있어요?”“응.”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세수를 하는 것과 고은지가 어떻게 다쳤는지를 아는 것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배준우가 워낙 진지한 얼굴로 말하자, 고은영은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고은영이 나간 후, 배준우는 휴대폰을 꺼내 나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정확히 알고 싶다면, 직접 물어보는 게 가장 확실하니까.’벨이 울린 후, 나태현이 전화를 받았다.“준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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