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은 곧장 나태현의 사무실로 걸어갔다.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나태현의 낮고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지훈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문을 여는 순간, 사무실 안에 가득 찬 짙은 담배 연기가 이지훈의 얼굴을 덮었다.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이지훈은 애써 참고 문을 닫은 뒤 조용히 책상 앞까지 걸어갔다.“부르셨습니까.” 이지훈이 예의 바르게 물었다.나태현은 손에 들고 있던 거의 타들어 가는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끄고는, 물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여자 상태는?”“발목이 골절됐습니다. 고정 처치까지 받았으니 최소 한 달은 출근이 어려울 겁니다.”이지훈은 담담하게 사실을 전했다. 골절된 상태로 봤을 때, 고은지는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지훈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된 건지 말이다.나태현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지만, 선을 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입을 닫았다. 나태현과 고은지 사이에 일어난 일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이지훈은 알고 있었다. 고은지가 과거 나태현과 얽혀 있던 여자라는 사실도, 고은지의 딸 고희주가 나태현의 아이라는 사실도. 그때까지만 해도 나태현은 아무렇지 않았다.오히려 고은지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단지 량천옥 때문에 모든 태도를 바꾸었다.설령 나태현과 량천옥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더라도, 자기 아이의 어머니를 이렇게까지 대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닐까? 더구나, 고희주가 지금 식물인간 상태이기에 망정이지, 만약 의식이 있었다면 이런 냉정한 태도에 상처받았을 것이다.“앞으로 고은지 일엔 신경 끄도록 해.”나태현의 차가운 시선이 이지훈을 향했다.“...무슨 말씀이십니까?”나태현의 말을 들은 이지훈은 순간 당황했다. 나태현의 ‘신경 끄라’는 말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이지훈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자신은 다친 직원을 병원으로 데려간 일뿐인데, 그게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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