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씨 가문에서 나온 량천옥은 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고은지는 받지 않았다.저절로 종료되는 전화를 보면서 량천옥은 한숨을 내쉬었다.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려는데, 핸드폰이 다시 진동했다.고은지가 건 전화인 줄 알고 기뻐한 것도 잠시, 확인해 보니 량의가 걸어온 전화였다.량천옥은 약간 고민하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천옥아, 오늘 집에 들어온 거지?”전화기 너머의 량의가 조심스레 물었다.예전의 량의는 량천옥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량의는 량천옥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량의에게 있어서 량천옥은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었다.전에는 고은지를 향한 호감이나 사랑이 없었지만 지금 증조할머니가 되고 나니 그제야 예전에 저지른 일들이 후회되었다.문득, 본인이 어릴 적 했던 일들이 얼마나 우습고 어이없는지 알게 된 것이다.량천옥은 바로 거절했다.“은지 저녁 준비하러 가야 해요.”“네가 요리를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다고...”“모르면 배우면 되잖아요. 엄마가 되어서 자기 딸한테 밥도 못 해주겠어요?”량의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량천옥이 되받아쳤다.말투는 차가웠고 날카로웠다.그 차가운 말에 량의는 그대로 굳어버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량천옥은 한숨을 쉬면서 얘기했다.“며칠 떠난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요, 네?”“아니, 난 그런 뜻이 아니라...”량천옥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더는 량의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량의가 보여준 반응은 거의 본능에 가까웠다.그녀는 량천옥이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기를 바랐다.량천옥은 두 눈을 감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차에 탄 량천옥은 바로 운전해서 고은지의 집으로 갔다.차에서 내리기 전에 정록담이 전화를 걸었다.“사모님, 이미 다 준비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량천옥은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 “그러면 진행해.”“네.”정록담이 고개를 끄덕였다.량천옥이 이어서 물었다.“그 프로젝트들은 어떻게 됐지?”“다 정리했습니다. 메일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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