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Chapter 1361 - Chapter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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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1화

죽을 거라니.‘진심인 건가?’“그건 좀...”안지영이 약간 당황한 채 얘기했다.“안열과 밤을 보냈다니. 그 남자도 참 안 됐네. 그냥 신경 쓰지 마.”“...”안열과 밤을 보낸 남자가 안 된 거라고?“안열 씨가 그 남자를 죽이기라도 한다는 거예요?”안지영은 살인 사건을 떠올리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안지영의 말을 들은 장선명은 바로 부인하면서 얘기했다.“너,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안열이 왜 사람을 죽이겠어. 안열은 착한 애야.”“...”착하다고?안열은 약간 날카로운 인상을 갖고 있어 착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하지만 안지영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장선명이 또 얘기했다.“끽해봤자 전신 불구로 만들겠지.”“...”전신 불구라니.너무 불쌍했다.“열심히 출근이나 해.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 저녁에 데리러 올게.”“정말 안 가봐도 돼요?”안지영은 안열을 혼자 두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장선명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얘기했다.“정말 괜찮아. 안열은 받은 건 무조건 갚는 성격이거든.”장선명의 말에 안지영도 고개를 끄덕였다.장선명은 떠난 뒤에도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어 신신당부했다.하지만 사무실에 앉은 안지영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안열의 전화번호를 눌렀다.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안열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안열 씨, 지금...”“지금 당장 회사로 가겠습니다!”안지영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안열의 목소리가 말을 끊어버렸다.안열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어서 아까 있었던 일이 꿈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그 짧은 시간에 이미 감정을 추스른 안열을 보면서 안지영은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결국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얘기했다.“일단 회사로 와요.”“네. 30분이면 됩니다.”전화를 끊은 후 안지영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머릿속에는 아까 장선명이 얘기한 것이 떠올랐다.‘그 남자가 안 됐다고?”평온한 목소리의 안열을 보면 이미 일을 처리한 것 같은데...그저 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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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2화

“뭐요? 이길 수 없는 상대요? 그럴 리가...”안열이 이길 수 없는 상대라니.안열은 장선명 부하 중에서 가장 강한 여자다. 평범한 남자는 안열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그런데 안열이 이기지 못하는 상대라니.놀란 안지영의 눈을 마주한 안열이 물었다.“장선명 도련님과 혼인 신고를 하셨나요?”“네. 어제 했어요.”“...”“나태웅도 그렇지. 하필 제가 혼인신고를 하는 시점에 유서를 던져놓고 사라지다니. 그것 때문에 나씨 가문에서 저를 싫어하고 있어요.”안열은 이마를 짚고 얘기했다.“괜찮습니다. 어차피 앞으로 나씨 가문과 대표님은 아무 사이 아닙니다. 장선명 도련님과 잘 살면 돼요.”“원래부터 아무 사이 아니었어요!”앞으로도, 지금도. 아무 사이가 아니다.이건 다 나태웅이 집착해서 이렇게 된 거다. 안지영은 도대체 어떻게 나태웅을 형용해야 할지 몰랐다.어차피 이제는 장선명과 혼인했고 두 주일 정도만 지나면 결혼식을 할 건데, 나태웅이 투신자살하든, 목을 매든 안지영과는 상관이 없었다.안열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생각하신다니 다행입니다. 장선명 도련님은 진심으로 안 대표님을 사랑하고 계시니까요.”“저도 진심이거든요.”안지영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그 말을 들은 안열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은 그 시선에 약간 어색해하면서 물었다.“왜 그렇게 봐요?”“장선명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계시나요?”“...”장선명이 어떤 사람이냐니.안지영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얘기했다.“선명 씨가 다른 사람한테 어떤 사람이든지, 저한테는 좋은 사람이에요.”안열은 그 말을 듣고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좋네요.”장선명은 강성에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안지영은 그런 소문을 뒤로한 채, 같이 있을 때의 장선명의 모습만 보고 판단했다. “장선명 도련님은 나쁜 사람입니다. 하지만 안지영 씨한테는 좋은 사람이죠.”안열이 또박또박 얘기했다.마치 안지영이 도망치지 못하게 잡는 것만 같았다.온 세상 사람들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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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3화

안열을 말하다가 점점 화가 나 호흡이 거칠어졌다.이윽고 안열이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결코 이대로 두지 않을 겁니다. 꼭 죽여버릴 거예요.”안지영은 안열의 말을 들으면서 바르르 떨었다.“도대체 누군데요? 아니면 선명 씨한테...”“아니요,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안열에게서 정보를 얻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누가 안열과 잔 걸까.목에 남은 흔적을 보면 꽤 격렬한 밤이었던 것 같은데...그런데 남자를 죽이지 않았다니.게다가 그 남자가 안지영이 아는, 친한 사람이라니.도대체 누구일까.안지영은 너무 궁금했다.안열은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안지영이 여러 번 물었지만 안열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그 남자를 개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욕할 뿐이었다.오후가 되었을 때.나씨 가문의 집사가 전화를 걸어왔다.“안지영 씨, 작은 도련님을 여전히 찾지 못했습니다.”집사의 말투는 여전히 좋지 못했다. 솔직히 얘기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안지영의 탓이라는 것으로 들렸다.안지영은 머리가 아팠다.“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작은 도련님께서 유서를 남기고 가셨습니다. 만약 작은 도련님께 정말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요?”“네.”잠을 못 잘 이유도 없었다.나태웅과 뭐 얼마나 대단한 사이라고 나태웅이 죽는다고 해서 잠을 자지 못할 정도겠는가.“어르신께서 그렇게 두지 않으실 겁니다.”“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안지영은 화가 나서 바로 언성을 높였다.나씨 가문 사람들은 여전히 뻔뻔했다.“오늘 저녁 퇴근하고 오세요. 어르신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죄송한데요, 전 이제 장선명 씨의 아내로서 나씨 가문에 들락거리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안 갈 거예요.”안지영은 바로 거절했다. 그리고 집사가 뭐라 더 얘기하기 전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나태범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안지영 같은 여자는 나씨 가문 며느리가 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던가.하지만 나태웅이 사라지니 안지영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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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4화

“설명할 거 없어요.”말을 마친 안지영은 바로 장선명에게로 걸어갔다.안지영은 나씨 가문 사람들이 장선명 앞에서 안지영을 데려가려고 할 줄은 몰랐다.만약 안지영이 지금 상황에서 나씨 가문 사람들과 떠난다면 장선명은 바로 안지영을 낚아챌 것이다.그런 불필요한 마찰은 만들지 않는 게 좋았다.집사는 안지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차갑게 얘기했다.“오늘은 모시려고 온 게 아닙니다.”안지영과 장선명은 이미 가까이 붙어있었다.집사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고개를 돌렸다.“어르신께서 안지영 씨를 만나려고 하십니다. 만약 만나지 않는다면...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그 말은 협박이었다.안지영은 입가가 바르르 떨렸다.장선명이 차갑게 웃었다.“안지영은 내 아내예요. 내가 있는데 뭐 무서울 게 있는지 모르겠네요.”집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장선명을 쳐다보았다.나씨 가문의 협박은 장선명에게 통하지 않았다. 장선명은 바로 안지영을 데리고 차에 올라탔다.안지영은 약간 겁을 먹은 채 장선명을 보면서 물었다.“무슨 결과를 말하는 거죠?”“자기네가 뭘 할 수 있겠어.”“그래도 나태범 어르신이라면... 장씨 가문을 공격하는 건 아니겠죠?”안지영은 그런 일이 일어날까 봐 걱정되었다.장선명이 차갑게 웃었다.“그러면 다행이네. 우리도 마침 나씨 가문의 프로젝트들을 원했거든.”“아.”마침 원했다니.안지영은 장선명과 나태현의 사이가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배준우도 말이다.설마 그저 사이가 좋은 척한 건가?뒤에서는 서로를 라이벌로 생각하면서?놀란 안지영을 본 장선명은 바로 안지영을 품에 안았다.“왜 그래?”“난 당신들의 세계를 모르겠어요...”하늘 그룹을 이어받긴 했지만 안지영은 그저 눈앞의 일만 잘 처리하고 있었다.하지만 장선명을 보니 이런 게 바로 진정한 비즈니스라는 생각이 들었다.그 말을 들은 장선명은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넌 이제 내 아내야. 그러니 알아야지.”아내라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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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5화

집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나씨 가문에 돌아왔다. 나태범은 집사가 혼자 돌아오는 것을 보고는 표정이 바로 굳어버렸다.“안지영은?”“못 데려왔습니다.”집사가 고개를 푹 떨궜다.예상했던 일이지만 나태범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제가 도착했을 때 마침 장선명 씨도 도착했습니다.”“장선명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거야?”“네, 그런 것 같습니다. 아침 출근길도 함께 하고 퇴근길도 함께하니... 신혼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신혼은 무슨.”“...”안지영과 장선명은 출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정말 떨어지지 않았다.“아직도 나태웅을 찾지 못한 거야?”“네...”집사가 불안에 떨면서 얘기했다.나씨 가문 사람들은 나태웅의 실종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어제부터 지금까지. 그들은 아무리 찾아도 나태웅을 찾을 수 없었다.그 유서는 마치 경고장처럼 모든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했다.나태범은 머리가 아팠다.“이... 이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그렇게 많은 사람을 보냈는데 아직도 나태웅의 정보를 찾지 못하다니.‘나태웅은 어디로 간 거야!’나태웅이 전에 벌인 짓을 생각하면 나태범은 나태웅이 또 사고를 칠까 봐 걱정되었다.눈을 꼭 감은 나태범이 이를 꽉 깨물고 물었다.“안지영은 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거야?”“네. 알고 계십니다.”집사가 대답했다.어제부터 알고 있었다.하지만 안지영의 태도는 여전히 냉랭했다.게다가 나태웅이 유서를 남기고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도 혼인 신고를 하고 왔으니, 나태범이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깊은 심호흡을 한 나태범이 차갑게 얘기했다.“그러면 어쩔 수 없지.”“어르신...”“시작해!”나태범이 차갑게 얘기했다.나태범의 말을 들은 집사는 저도 모르게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그는 나태범이 뭘 하려는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안지영을 데리러 간 건 안지영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였다. 만약 오지 않는다면...집사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전화가 울렸다.“얘기해.”“집사님, 량천옥 씨가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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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6화

“뭐?”나태범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스파이라니.천락그룹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집사는 원래 나태현이 이 사건을 빠르게 해결할 줄 알고 나태범에게 전하지 않으려고 했다.하지만 하필 지금 시점에 량천옥이 오다니. 집사는 이 일이 량천옥과 연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다면 나태범도 경계심을 세워야 했다.“지금 이사들이 난리입니다. 큰 도련님은 이 일 때문에 바쁘시고요.”“그 프로젝트, 누가 빼앗아 갔어!”“북성입니다. 유가그룹이요!”유가그룹?‘유가 그룹에서 왜... 북성에 있을 것이지 왜 강성까지 온 거지?’나태범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했다. 집사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얘기했다.“육씨 가문은 량천옥 씨와도 연관이 있습니다.”“그러니까 네 말은 이 일이 량천옥과 연관 있을 수 있다는 뜻이야?”“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아직까지는 진실이 무엇인지 몰랐다.하지만 나씨 가문은 알고 있었다. 량천옥이 얼마나 잔인하고 악독한 여자인지.자기 친딸도 버릴 수 있는 사람이니, 무엇인들 못 하겠는가.나태범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두 사람이 더 얘기하려는데 량천옥이 고용인을 따라 들어왔다.량천옥에게서는 여전히 명문가의 귀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배씨 가문을 떠났다고 해도 그녀에게서는 압도적인 아우라가 흘렀다.강성의 사람들은 량천옥이 배씨 가문에서 나오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고 했다.하지만 나태범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나태범은 량천옥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았다.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배씨 가문에 들어선 사람이니, 한곳에 모든 걸 걸 성격은 아니다.나태범은 소파에 앉은 량천옥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고 집사에게 얘기했다.“먼저 나가봐.”“네.”집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나태범이 손을 저어 자리에 있는 모든 고용인들을 내보냈다.나태범과 량천옥, 두 사람만이 남았을 때, 량천옥은 미소를 지으면서 나태범을 쳐다보았다.분명 웃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나태범은 그 웃음 속에 칼이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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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7화

나태범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량천옥이 배씨 가문에서 나온 후 이렇게 막 나갈 줄은 몰랐다.“그러니까 내 손녀가 어디에 있는지 빨리 알아보는 게 좋을 거야.”“...”“두 주일이면 되지? 두 주일 내로 정확한 정보를 주지 못하면 난 그해의 일을...”“너, 미쳤어?”량천옥의 말에 나태범이 노발대발했다.량천옥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갑게 코웃음 쳤다.“누가 미쳤는지는 두고 보면 알 거야.”두 주일.그건 량천옥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인내심이었다.왜 두 주일이냐면...량천옥도 알고 있었다. 나씨 가문 사람들도 고희주가 어디로 간 건지 모른다는 걸.하지만 만약 나태범이 정말 마음먹고 찾아본다면 꼭 찾을 수 있을 것이다.말을 마친 량천옥은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아 바로 자리에서 떠나갔다.량천옥이 얼마 가지 않았는데 나태범이 량천옥을 불러세웠다.“그 프로젝트, 네가 꾸민 짓이야?”“...”그 말을 들은 량천옥은 우뚝 서서 나태범을 돌아보았다.나태범은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참 대단하네. 나씨 가문에 복수하려고 그러는 거야?”량천옥은 그제야 나태범의 말을 알아차렸다.천락 그룹은 오늘 큰 사건이 터졌다. 바로 프로젝트 하나를 북성의 육씨 가문에게 빼앗긴 것이다.량천옥이 한 짓은 아니지만...이게 누가 한 짓인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량천옥은 일부러 더 크게 웃으면서 얘기했다.“네 아들이 내 딸한테 자기 약혼자를 간호하라고 했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이건 너희한테 주는 작은 교훈일 뿐이야.”“인정하는 거야?”나태범의 호흡이 더욱 거칠어졌다. 량천옥이 승인하자 그는 이를 더욱 꽉 깨물었다.“인정할게. 그러니 우리의 악연을 끊으려면, 두 주일 동안 열심히 노력해야 할 거야.”두 주일 뒤 나태범이 고희주를 찾아낸다면 량천옥은 고희주와 고은지를 데리고 먼 곳에서 살 생각이었다.나씨 가문이 뭐가 대수인가?아무리 나태현이 고은지를 좋아한다고 해도 량천옥은 고은지가 나씨 가문에 시집오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량천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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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8화

나씨 가문에서 나온 량천옥은 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고은지는 받지 않았다.저절로 종료되는 전화를 보면서 량천옥은 한숨을 내쉬었다.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려는데, 핸드폰이 다시 진동했다.고은지가 건 전화인 줄 알고 기뻐한 것도 잠시, 확인해 보니 량의가 걸어온 전화였다.량천옥은 약간 고민하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천옥아, 오늘 집에 들어온 거지?”전화기 너머의 량의가 조심스레 물었다.예전의 량의는 량천옥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량의는 량천옥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량의에게 있어서 량천옥은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었다.전에는 고은지를 향한 호감이나 사랑이 없었지만 지금 증조할머니가 되고 나니 그제야 예전에 저지른 일들이 후회되었다.문득, 본인이 어릴 적 했던 일들이 얼마나 우습고 어이없는지 알게 된 것이다.량천옥은 바로 거절했다.“은지 저녁 준비하러 가야 해요.”“네가 요리를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다고...”“모르면 배우면 되잖아요. 엄마가 되어서 자기 딸한테 밥도 못 해주겠어요?”량의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량천옥이 되받아쳤다.말투는 차가웠고 날카로웠다.그 차가운 말에 량의는 그대로 굳어버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량천옥은 한숨을 쉬면서 얘기했다.“며칠 떠난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요, 네?”“아니, 난 그런 뜻이 아니라...”량천옥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더는 량의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량의가 보여준 반응은 거의 본능에 가까웠다.그녀는 량천옥이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기를 바랐다.량천옥은 두 눈을 감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차에 탄 량천옥은 바로 운전해서 고은지의 집으로 갔다.차에서 내리기 전에 정록담이 전화를 걸었다.“사모님, 이미 다 준비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량천옥은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 “그러면 진행해.”“네.”정록담이 고개를 끄덕였다.량천옥이 이어서 물었다.“그 프로젝트들은 어떻게 됐지?”“다 정리했습니다. 메일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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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9화

가정부?량천옥의 말에 고은지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이윽고 고은지가 얘기했다.“강성에서 누가 당신을 가정부 취급하겠어요.”아무도 량천옥을 업신여길 수 없었다.량천옥이 얼마나 잔인하고 악독한지는 고은영을 지켜보면서 알 수 있었다.량천옥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람을 처리해 버릴 수 있었다.그런 량천옥을 가정부로 생각하라니.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튿날 시체로 발견되었을 것이다.“네가 날 가정부 취급하면 되지.”그렇게 말하는 량천옥의 말투에는 다정함이 묻어났다.고은지는 그 다정한 말투를 들으면서 약간 멍해졌다.량천옥은 삶은 면을 짚어냈다.아무 건더기도 없는 면을 보면서 량천옥은 마음이 아팠다.아마도 고희주가 없으니 그냥 살기 위해 먹는 것 같았다.하지만 량천옥은 그걸 가만히 둘 수 없었다.냉장고에는 계란과 토마토뿐이었다. 량천옥은 바로 토마토와 계란을 볶아서 면 위에 올려놓아 주었다.어제 금방 이 집에 들어온 터라 량천옥은 아직 이 집에 대해서 잘 몰랐다. 량천옥은 내일 장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얼른 와서 먹어.”량천옥이 면을 들고 테이블로 갔다.고은지가 걸어왔다. 온종일 고된 일을 하고 집에 와서 남이 해준 밥을 먹는 느낌이 꽤 좋았다.고은지가 젓가락을 들자 량천옥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고은지를 쳐다보았다.고은지가 물었다.“안 드세요?”“너 먼저 먹어.”고은지는 량천옥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면을 1인분만 끓였다.고은지는 더 뭐라고 하지 않고 면을 불어 입에 넣었다. 고은지가 면을 삼키기도 전에 량천옥이 물었다.“어때?”“...”고은지는 미묘한 표정으로 량천옥을 쳐다보았다.량천옥은 긴장해서 고은지를 쳐다보았다.“요리... 잘 안 하죠?”맛있는 건 아니었다. 토마토는 채 익지 않았고 계란은 조금 짰다.그 말을 들은 량천옥은 표정이 굳어버렸다.“저기, 그게 내가...”“...”“다시 만들어줄게.”그렇게 말하면서 량천옥이 고은지의 그릇으로 손을 뻗었다.“됐어요. 먹을 순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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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0화

자기 전에 아침 다섯 시 사십 분의 알람을 맞춰놓았다.근처에서 장을 보기 위해서였다.고은지는 아침에 부스럭거리는 소리 때문에 깨어났다.시간을 확인해 보니 여섯 시 반이었다.정신을 차려보니 량천옥이 돌아온 것이었다.고은지는 량천옥이 잠자리가 익숙하지 않아 밖에서 자고 돌아온 것인 줄 알았다.량천옥은 잠이 덜 깬 고은지를 보더니 멍해서 물었다.“나 때문에 깨난 거야?”고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한 표정으로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계속 잤다.고은지를 깨운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든 량천옥은 조심스레 주방으로 들어갔다.고은지가 다시 깨어났을 때 시간은 일곱 시 반이었다.천락 그룹은 아홉 시 출근이다. 지금 씻고 나가면 시간이 딱 될 것이다.방에서 나오던 고은지는 향긋한 냄새에 사로잡혔다.테이블에 음식이 가득했는데 량천옥은 죽을 들고 오고 있었다.멍하니 서 있는 고은지를 보면서 량천옥이 얘기했다.“얼른 씻고 밥 먹어. 그래야 출근을 하지.”고은지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고은지는 살면서 지금까지 이런 대접을 받아본 기억이 없었다.조보은은 매일 고은지보다 늦게 일어났다. 그래서 고은지는 게으른 조보은 대신 요리를 했었다.“뭐 해. 얼른 가서 씻고 와.”량천옥은 고은지가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재촉했다.물론 고은지가 출근하지 않겠다고 하면 량천옥은 더욱 기뻐할 것이다.고은지가 정신을 차리고 량천옥을 쳐다보았다.“혹시 차린 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량천옥이 긴장해서 물었다.어젯밤 량천옥은 요리 레시피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고은지가 뭘 좋아하는지는 잘 몰랐다.묻고 싶었지만 이미 밤이 깊었던 터라 묻지 못했다.고은지는 약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먼저 씻고 올게요.”말을 마친 고은지는 량천옥의 반응을 보지도 않고 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량천옥은 그런 고은지를 보면서 또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주방에서 자기가 만든 음식들을 내갔다.이건 량천옥이 불과 몇 시간 전 핸드폰으로 배운 것이었다. 시간이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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