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408화

Author: 송언희
전화기 너머의 배준우는 회의 중이었다.

회의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고은영 쪽에 이상한 분위기가 감돈다는 걸 눈치챈 배준우는 몸을 돌려 낮은 목소리로 전화기에 속삭였다.

“아직 없어. 걱정하지 말라고 해.”

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돌렸다.

고은지에게 희주의 상황을 알려준다면 고은지는 분명 미쳐버릴 것이다.

“알겠어요.”

말을 마친 고은영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배준우 옆에 있던 진청아는 배준우가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말했다.

“회의 계속하시죠.”

...

병원.

고은영은 전화를 내려놓고 얘기했다.

“들었지? 아직 아무 소식 없대.”

“은영아, 난 자꾸만 희주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정말... 어제부터 불안했어. 희주랑 떨어지고 나서 이런 적은 처음이야.”

그렇게 말하는 고은지의 말투는 긴장한 듯 보였다.

가슴이 답답해지니 고은지가 걱정되는 것은 고희주였다.

고은영은 고은지의 손을 잡고 얘기했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 나태현 씨는 그래도 아이 아빠잖아.”

고은영은 나태현을 그리 믿지 못했다.

하지만 고은지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

고은지는 고희주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몰라 더욱 걱정되었다.

고희주와 떨어진 이후로 이런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고은지는 바로 나태현의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나태현은 받지 않았다.

고은영은 조급해하는 고은지를 보면서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지 몰랐다.

“은영아.”

“응, 언니.”

고은영이 대답했다.

예민한 고은지 앞에서 고은영은 그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은지의 기분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희주가 폐에 감염이 생겼다. 의사들한테 물어봤는데 식물인간이라 면역력이 낮아서...”

“...”

고은영은 다 알고 있었다.

고희주가 란완리조트에서 떠나기 전에 배준우는 전문가들을 불러서 희주를 검사하게 했다.

하지만 나태현이 그런 희주를 데려갔다.

해외의 온도와 습도가 희주의 병에 무슨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몰랐다.

“지금 희주의 면역력은 정상인의 절반도 안 돼.”

“...”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09화

    하지만 지금 고은지는 한 아이의 어머니였다.그러니 고은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녀의 아이였다.고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은지가 이어서 얘기했다.“희주 소식을 모르는 게 나한테는 더욱 지옥이야.”나태현은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나태현이 도대체 량천옥과 무슨 원한이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고은지는 영원히 나태현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고은지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문득 깨달았다.어머니로서, 고은지의 마음을 모를 수 없었다.아이의 소식을 모른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암흑 속에서 빛을 기다리는 것 같은 초조함과 괴로움이었다.고은영이 한숨을 내뱉고 얘기했다.“희주, 아프대.”“뭐?”“하지만 나태현 씨도 손 놓고 보고만 있은 건 아니었어. 나태현 씨는 요양하기 좋은 곳에 희주를 데려가서 보살피고 있어. 의료진들도 모두 전문가들이고.”기성훈은 그곳에서 수많은 의료진들이 오가는 것을 봐왔다.만약 나태현이 정말 고희주를 싫어한다면 의료진을 청해오지 않았을 것이다.거기까지 들은 고은지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고은지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고희주가 나태현의 손에 있다는 것이었다. 나태현이 고희주를 싫어해서 일부러 고희주를 괴롭힐까 봐 걱정이었다.고은지의 곁에서도 우울증이 걸렸던 아이인데,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아무리 식물인간이라고 해도 말이다.고은지는 고희주가 좋은 치료를 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약간 마음을 놓았다.하지만 또다시 걱정되기도 했다.“그렇게 많은 의료진들을 부른 거면... 희주 상태가 안 좋다는 뜻이야?”“...”기성훈이 이 소식을 전해줬을 때부터 고은영은 불안했다.긴장해 하는 고은지를 보니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여야 할지 저어야 할지도 몰랐다.결국 고은영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 얘기했다.“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나태현 씨가 아예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라는 거야. 직접 갔으니까 말이야.”나태현이 직접 갔다는 말을 들은 고은지는 표정이 창백해졌다.나태현이 직접 그곳에 갈 정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10화

    나태현과 량천옥이 원수인 건 고희주, 고은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까 말이다.나태현이 희주를 계속 데리고 있다면 고은지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이 싸움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고은지는 고은영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지금은 건드리지 마.”“어...?”고은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아픈 몸으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게 할 수는 없어. 지금 희주한테 필요한 건 요양이야. 그러니 건드리지 마.”만약 가능하다면 고은지는 어떻게든 고희주를 데려오고 싶었다.하지만 고희주의 건강 상태를 생각하면 고은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R국에서 돌아오려면 비행기를 열 시간 이상 타야 한다. 고은지는 돌아오는 길에 고희주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이었다.게다가 폐 쪽에 감염이 있다고 했으니 더더욱 움직일 수 없었다.어머니라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걱정하는 것이었다.고은지는 희주가 너무 보고 싶었지만 희주의 건강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희주의 안전이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았어.”고은영은 고은지의 말을 따르려고 했다.두 사람은 몇 마디 더 하고는 헤어졌다.고은영이 고은지의 병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안에서 김영희와 진유경을 만났다.두 사람은 고은영을 보자마자 증오의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진유경은 김영희를 부착하면서 걱정스러운 말투로 얘기했다.“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별일 없을 거예요.”그 말에 김영희는 가슴이 더욱 아파서 가슴을 꾹 누르며 얘기했다.“정말 재수가 없어! 입양한 딸이 친딸보다 더욱 효도하니... 이럴 줄 알았으면 태어나자마자 죽여버려야 했는데.”엘리베이터 안에는 세 사람뿐이었다.그러니 김영희가 누구를 욕하고 있는 것인지는 잘 알만했다.진유경은 고은영을 욕하는 김영희의 말을 들으면서 속 시원해했다.하지만 김영희를 보면서 얘기했다.“할머니, 그러지 마세요. 같이 커온 게 아니니까 당연히 감정의 깊이가 다르죠.”“감정이 없는 낯선 사람이라고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11화

    고은영은 병원의 홀에서 진정훈을 만났다.엘리베이터에서 진유경과 김영희가 고은영 앞에서 연기한 것인 줄 알았는데 진정훈이 여기까지 온 걸 보니 진성택의 상황이 정말 좋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은영아, 네가 왜 병원에 있어?”고은영을 본 진정훈이 먼저 얘기했다.“언니가 입원해서 언니를 보러 왔어요. 오빠는...?”“일이 있어서 그래. 먼저 갈게.”진정훈은 진성택에 관한 일을 얘기하지 않았다. 진정훈도 김영희와 진유경이 고은영을 찾아가 적합성 검사를 하라고 강요했다는 걸 알고 있다.진윤과 진정훈도 그건 거절했다.고은영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고은영과 진성택이 혈연관계라는 것이다.그러니 고은영이야말로 정말 진씨 가문의 아가씨다.하지만 고은영을 되찾았을 때, 진성택의 행동은 그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진성택은 여전히 진유경을 싸고돌지 않는가.진성택의 아들이기에 그를 살리려고 할 것이지만, 어떻게 살릴지는 그들이 정하는 것이다.그래서 진정훈은 고은영에게 진성택의 얘기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또 괜히 진성택의 애기를 꺼냈다가 고은영한테서 거절당하면 마음이 불편한 것 같았다.어찌 되었든, 고은영에게 있어서 진성택은 아버지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진정훈의 말을 들은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준우 씨가 밖에서 날 기다리고 있어요. 먼저 갈게요.”“그래, 가봐. 앞으로 진씨 가문 사람들이 너한테 연락해도 받지 마.”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았어요.”진정훈이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진성택의 상황이 확실히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고은영의 눈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서렸다.결국 고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병원 밖으로 걸어갔다.진성택의 상황이 정말 좋지 않은 것인지, 병원 입구에 갔을 때 뛰어 들어오는 진호영을 마주치게 되었다.진윤과 진정훈과는 다르게, 진호영은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도 진유경의 편에 선 사람이었다.게다가 진호영은 진윤과 진정훈이 진유경을 차갑게 대하는 것이 너무하다고 생각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12화

    “맞아. 하지만 내 말에 틀린 거라도 있어?”진호영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얘기했다.원래도 표정이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표정을 확 찡그린 채로 얘기하고 있었다.그 질문에 고은영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네, 맞아요. 은지 언니는 나랑 혈연관계가 없죠. 그럼 진유경은요? 진유경은 오빠랑 혈연관계가 있어요? 없어도 진유경을 아주 끔찍이 아끼잖아요.”“그건...”고은영의 말을 들은 진호영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리고 바로 반박했다.“그거랑 이건 다른 거잖아!”“왜 다르다고 생각해요? 내가 친딸이라는 것을 알고 진씨 가문에서 진유경의 자리가 사라질까 봐 얼마나 걱정했겠어요.”“...”“진유경은 그렇게 끔찍이 아끼더니... 나한테는 왜 그러는 거예요?”“고은영!”진호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얼른 고은영의 입을 틀어막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그리고 그런 진호영을 보면서 고은영은 차갑게 웃었다.“똑같은 거예요. 은지 언니는 나한테 가족이나 다름없는 중요한 사람이에요.”“...”“진성택 씨와 은지 언니 중에서 고르라면 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은지 언니를 고를 거예요!”고은영은 숨김없이 모든 감정을 털어내면서 얘기했다.진씨 가문의 사람처럼 고은영에게 미안해하면서 진유경을 챙겨주는 그런 배신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입양한 딸이 그렇게 귀하면 왜 친딸을 다시 찾으려고 한 걸까.고은영의 말을 들은 진호영은 표정이 굳어버렸다.그리고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어떻게 그렇게 비교할 수 있어! 그리고 이번에는 네 아버지의 일이잖아!”“하, 착각한 거 아니에요? 진성택 씨의 딸은 진유경 한 사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그 말을 들은 진호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거친 숨만 몰아쉬었다.고은영은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아서 몸을 돌려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이때 진호영이 고은영의 팔을 잡고 물었다.“지금 와서 그게 중요해?”“중요하지 않아요? 그럼 뭐가 중요한데요? 적합성 검사를 하고 신장을 떼어주는 일이 더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13화

    진호영은 어떻게 진성택을 찾아온 건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진성택은 이미 응급실로 가서 응급조치를 받고 있었다.김영희와 진유경, 진정훈은 다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진윤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전에도 진윤은 진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기든지 상관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도 오지 않다니. 이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진유경은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어딘가 불쌍하게 보이기도 했다.“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다.”김영희는 속이 탔지만 진유경을 위로하면서 얘기했다.“할머니, 아버지가 이렇게 돌아가시면 어떡해요.”“그럴 일 없을 거다.”김영희는 진유경을 품에 안고 다독이면서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진유경은 김영희의 품에 안겨서 차가운 표정으로 본인을 바라보는 진정훈을 발견했다.“아버지는 은영이를 보고 싶어 할 텐데... 은영이한테 연락해서 아버지를 보러 오라고 하는 게 어떨까요.”“그 얘기는 왜 꺼내는 거야. 그 양심 없는 년은 오지 않을 거다.”진유경이 고은영을 언급하자 김영희는 짜증을 내면서 얘기했다.웃어른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사람을 왜 신경 쓰냔 말인가.진유경이 이 얘기를 꺼낸 건 진정훈에게 들려주려고 한 것이다.진호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표정이 굳어버렸다.그리고 평소보다 차가운 눈빛으로 진유경을 보면서 얘기했다.“왜 굳이 은영이 얘기까지 꺼내면서 자리에 없는 사람을 들먹이는 거야.”“...”“...”진호영이 갑자기 화를 내면서 얘기하자 김영희와 진유경은 약간 놀라서 굳어버렸다. 옆에 있던 진정훈도 놀라서 멍하니 진호영을 쳐다보았다.이 상황이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진유경이었다.고은영을 데려온 후 세 오빠 중에서 가장 진유경을 아껴준 건 진호영이다.그런데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설마 진호영도 고은영의 편을 들어주겠다는 건가?그 생각에 진유경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김영희의 품에서 벗어난 진유경은 억울한 표정으로 진호영을 쳐다보았다.“오빠, 왜 그래요?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14화

    진호영은 개의치 않고 몸을 돌리더니 담배에 불을 붙였다.진유경은 그런 진호영을 보면서 얼른 말렸다.“여긴 병원이에요, 흡연은 안 돼요.”“흡연은 안 되고, 너처럼 울고불고 난리 치는 건 되고?”“...”진호영의 말을 들은 진유경은 표정이 창백해졌다.연약한 척하는 것은 맞지만 진호영이 거침없이 얘기하니 그 말이 비수가 되어 진유경의 마음을 긁었다.마치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설마 고은영이 무슨 말을 한 건가? 그 년이...’진유경은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가 왜 매번 진유경의 삶을 방해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평온하던 삶은 고은영 때문에 엉망이 되었다.“됐어. 그만해. 남자가 돼서 여자랑 싸워서 좋을 게 뭐가 있어.”진정훈이 얘기했다.진정훈은 진유경이 이렇게까지 난감해지기를 바란 건 아니었다.진유경이 얼마나 교활한 사람인지 알기에 이러다가 또다시 진호영을 홀릴까 봐 걱정이었다.하지만 진유경은 진정훈이 자기를 위해서 얘기하는 것인 줄 알았다.그래서 바로 목표를 바꿔 억울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정훈 오빠...”그 나긋하고 느끼한 말에 진정훈의 표정이 확 굳어버렸다.그 순간 짜증이 확 몰려왔다.진호영도 마찬가지였다.고은영이 아까 한 얘기를 잊을 수가 없었다.도대체 어릴 때부터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면서 컸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건지......다른 한편. 고은영은 진씨 가문의 일에 완전히 신경을 꺼버렸다. 진씨 가문의 일은 고은영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게다가 고은지를 들먹이며 당당해 하던 진호영을 떠올리니 화가 더욱 치밀었다.“아까까지만 해도 회의 중이었잖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날 데리러 온 거예요?”진씨 가문의 일을 잊을 겸, 고은지가 배준우에게 물었다.예감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것만 같았다.배준우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고은영을 쳐다보았다.그러자 고은영은 심장이 더욱 빨리 뛰었다.“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량천옥과 나태현이 해외에서 싸우고 있어.”“그, 그게 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15화

    배준우도 같은 것을 의심하고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량천옥과 나태현이 해외에서 갑자기 싸우는 게 이해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게다가 아주 심하게 싸우고 있었다.량천옥은 정말 나태현을 죽일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나태현의 헬기가 터졌어. 나태현이 낙하산을 탈 줄 몰랐다면 이미 죽었을 거야.”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표정이 창백해졌다.“그러니까 이미 서로 죽고 죽일 정도가 되었다는 거예요?”“맞아. 량천옥은 나태현을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어.”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량천옥이 이렇게까지 안달이 난 거라면, 도대체 무슨 원인일까.량천옥은 본인의 사람을 끔찍이 아꼈다. 전에 배준우를 공격한 것도 다 배윤 때문이었다.두 사람은 배다른 형제였다. 량천옥은 배윤의 친엄마로서 모든 일에서 배윤의 편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배항준은 유씨 가문에 의지하지 않았던가.유청에게 호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청이 일궈낸 것들은 다 배준우의 것이 된다.배항준은 량천옥 때문에 그렇게 차가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배준우는 그런 배항준을 증오했다. 그래서 량천옥이 유씨 가문의 좋은 점을 누릴 수 없게 만들었다.그 싸움에서 배준우는 승리했다.하지만 량천옥과 나태현 중,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그럼 희주 상황은 도대체 어떤데요?”고은영이 조급해하면서 물었다.두 사람 중 누가 이길 것인지는 궁금하지 않았다.그저 희주가 살아있는지가 궁금했다.만약 희주가 죽는다면 고은지는 미쳐버릴 것이다.“아직은 잘 몰라.”“그럼 나태현 씨한테 전화하는 건요? 가능해요?”“이미 전화를 여러 번 해봤는데 받지 않고 있어.”연락도 안 되니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갔다.고은영은 머리가 아팠다.지금 당장 해외로 날아가고 싶었다.하지만 배준우가 얘기했다.“그 별장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어. 기성훈도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나태현의 사람이 막아서 들어갈 수가 없었대.”그러니 고은영이 지금 해외로 나간다고 해도 고희주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그 누구도 고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16화

    고은지는 희주가 죽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온몸의 피가 빠르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발목이 부러진 것도 잊은 채 고은지가 병상에서 내려와 병실을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한 걸음 내디딘 순간 극심한 고통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아무것도 못 하는 본인을 보면서 고은지는 절망스럽게 비명을 질렀다.“희주야! 고희주...”고통 속의 절규에 다른 병실의 사람들까지 깜짝 놀랐다.량천옥이 부른 간호인은 고은지의 목소리를 듣고 얼른 달려왔다.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고은지를 보면서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아가씨,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예요. 뭐 하시려고요? 무슨 일 있으면 저를 부르시지, 왜...”그렇게 말하면서 간호인은 고은지를 부축하며 의사를 불렀다.고은지는 고통 속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의식을 잃기 직전이었다.간호인의 말은 들리지 않는 듯,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희주... 희주...”희주의 이름만 되뇌던 고은지는 간호인의 품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놀란 간호인은 얼른 밖으로 가 의사를 불러왔다....고은영은 원래 란완 리조트로 가려고 했다.배준우도 일단 기성훈더러 별장에 대해 조사를 더 하라고 했다.하지만 란완 리조트에 도착하기도 전에 고은영은 고은지 간호인의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간호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병원으로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고은지 씨가 쓰러지셨어요.”고은영은 그 말을 듣고 손이 달달 떨려왔다.“네? 갑자기 왜 쓰러진 거예요?”고은영은 고은지가 가슴 쪽이 답답하다고 한 것이 떠올랐다.설마 정말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그 생각에 고은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곧 갈게요! 일단 의사 선생님을 불러줘요.”“의사 선생님도 이미 왔어요.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사모님께 전화드린 거예요.”“네, 알겠어요.”고은영은 떨리는 손으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옆에 있는 배준우를 보면서 얘기했다.“언니가 쓰러졌어요. 병원에

Latest chapter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1화

    전화를 끊은 진윤이 고은영을 보면서 물었다.“지금은 좀 속이 풀렸어?”“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이렇게 한 거예요?”“응.”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약간 감동하긴 했지만 이루어 말하기 어려운 기분이 들었다.예전 같았으면 고은영의 곁에 무조건적인 자기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일이었다면 도움을 거절할 것이었지만 이번 일에서는 물러설 수 없었다.“지금 해외에서 난리가 났어. 이 시점에 나태현의 집중력을 흩트리는 것도 좋지.”량천옥도 나쁜 사람이긴 하지만 량천옥이 나태현과 싸우고 있는 건 고은지 때문이었다.그러니 지금 진윤이나 배준우가 나태현의 시선을 자꾸만 국내로 돌리게 해서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건 량천옥에게 좋은 일이다.“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진윤이 고은영에게 얘기해 주었다.고은영은 진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나태현은 해외에 있고, 나태웅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그렇다면 이제는 나태범이 움직일 것이다. 나태범 세대가 싸운다면 젊은 세대들은 감히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고은영은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푹 쉬었다.“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나씨 가문보다 더욱 위태로운 건 우리 언니니까요.”희주가 죽었다.그걸 떠올리면 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고은지는 지금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수 있었다. 그러니 나씨 가문 사람들을 신경 쓸 새가 없었다.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악연을 갈라내고 싶었다.진윤은 고은영 눈에 비친 슬픔을 보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희주가 정말 죽었는지 아닌지도 확인하지 않았잖아. 그러니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눈으로 본 것도 거짓일 수 있는데, 귀로 들은 것은 오죽하겠냐는 말이었다.진윤은 제삼자로서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을 딱 짚어 말할 수 없었기에 말을 아끼고 있었다.“그 소식이 가짜였으면 좋겠어요.”고은영은 고희주를 불쌍하게 여겼다. 조씨 가문 사람들은 희주가 조영수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40화

    ‘아까 왜 돈이 없다는 얘기를 해서는...’진윤은 고은영의 손을 잡고 쇼핑을 계속했다.점심쯤이 되자 진윤은 지친 고은영을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했다.테이블 앞에 놓인 갖가지 음식을 보면서 고은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두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많지 않아요?”“안 많으니까 천천히 먹어.”진윤이 대답했다.진윤은 진정훈이 왜 그때 그렇게 심하게 날뛰었는지 이해가 갔다.진정훈은 고은영이 어릴 때 어떻게 살았는지 가장 먼저 조사한 사람이다.그래서 고은영의 아픔을 알고 그 상처를 치유해주기 위해 온 세상의 좋은 것들을 고은영에게 주려고 한 것이다.그러니 고은영의 몫이 진유경에게로 넘어간 걸 알고 미쳐버린 것이다.지금의 진윤도 마찬가지였다.“이거 먹어.”진윤은 양고기 스테이크를 썰어서 고은영의 그릇에 담아주었다.“고마워요, 오빠도 얼른 먹어요.”“우리 집에 자주 놀러와. 우리 아내가 또 요리를 잘하거든.”“그런데 지금 임신한 거 아니에요? 저까지 가면 민폐죠.”“그래도 요즘 매일 요리하고 있어.”“네?”고은영이 깜짝 놀랐다.“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고은영은 임신했을 때 만사가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말린다고 말려지는 사람이 아니잖아. 원하는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하긴.게다가 임산부는 입맛이 까다로워서 다른 사람이 한 것을 잘 먹지 못할 때가 많았다.윤설이 본인이 먹고 싶은 걸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쁜 건 아니었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그럼 최대한 덜 힘들게 옆에서 보살펴줘요.”진윤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그건 나태현이 건 전화였다.“나태현이야.”“계약 해지 때문에 전화한 거겠죠?”고은영이 물었다.아까 차에서 진윤은 여러 번 전화를 걸어 나씨 가문과 연관된 프로젝트를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배준우도 마찬가지였다.그러니 나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진윤이 고개를 끄덕인 후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형, 지금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9화

    진호영이 사람들 앞에서 진유경, 김영희와 싸울 줄은 전혀 몰랐다.진유경과 김영희는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기에 속수무책으로 말려들고 있었다.그 시각.진윤은 고은영을 데리고 쇼핑하러 다니고 있었다.김영희와 진유경은 진정훈과 진윤이 장례식 준비도 돕지 않고 서로 재산을 빼앗느라 바쁘다고 했지만 사실 진윤은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중이었다.진성택이 진유경에게 남겨준 물건은 많지 않았다. 차라리 진윤이 지금 고은영에게 쓰는 돈이 더욱 많을 것이다.“오빠, 너무 많이 산 거 아니에요?”명품을 너무 많이 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기다란 영수증 위의 숫자를 본 고은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배준우와 결혼한 후 돈이 모자랐던 적은 없지만 돈을 이렇게 많이 쓴 적도 거의 없었다.진윤은 경호원을 데리고 왔다. 네 명의 경호원 손에는 쇼핑백이 가득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일부는 란완 리조트로 배송시켰다.“괜찮아. 많이 사. 우리 아내 것도 골라줘야지.”진윤이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오빠는 정말 좋은 남자 같아요.”자세히 생각해보니 배준우는 직접 무언가를 사준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대부분은 다 다른 사람을 시켜서 란완 리조트로 가져오게 했던 것 같다.그리고 고은영은 쇼핑을 좋아하는 편이니 직접 사는 편이 많았다.하지만 진윤은 쇼핑하면서도 자기 아내를 생각한다.진윤이 웃으면서 얘기했다.“배준우도 좋은 남자야. 그 사람이 있어서 우리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거야.”“그 사람이 전에 얼마나 나빴는지 몰라서 그래요.”진윤이 배준우를 좋은 남자라고 얘기하자 고은영이 입을 비죽거리면서 대답했다.배준우와 결혼하기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좋은 남자라는 말이 쏙 들어갈 정도였다.그때의 배준우는 정말... 악랄한...고은영은 그때 유산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러다 고은영은 또 나태웅을 떠올렸다.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나태웅과 배준우가 같이 고은영을 위협했으니까 말이다.고은영은 나태웅이 안지영을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8화

    결국 진호영이 다가가서 말했다.“할머니, 지금 이 장소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진윤과 진정훈이 오늘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약간 실망하긴 했지만 두 사람이 오지 않은 이유도 명백했다.진성택이 두 사람을 너무 크게 실망시켰기 때문이다.진유경은 진호영이 진윤과 진정훈의 편을 들어주는 것을 보면서 더욱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호영 오빠, 진윤 오빠랑 정훈 오빠한테 연락해주면 안 돼요? 적어도 아버지 보내드리는 길은 보고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은영이도요... 아버지는 은영이를 가장 예뻐했잖아요.”“그만 떠들어.”진유경이 말을 마치자마자 진호영이 싸늘하게 얘기했다.다른 건 몰라도 이 상황에서 고은영의 얘기를 꺼내다니.진호영은 진유경에게서 이례 없는 메스꺼움을 느꼈다.진유경은 진호영의 반응에 멍해졌다.하지만 사람들의 화제는 이미 고은영으로 넘어가 버렸다.다들 고은영을 불효녀라고, 은혜도 모르는 매정한 여자라고 욕했다.진호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진유경을 노려보며 얘기했다.“너 때문에 은영이는 집에 돌아오지도 못했어. 아버지가 은영이를 가장 예뻐했다고? 도대체 뭘 보고 그렇게 생각한 거야? 네 눈은 장식이야?”예뻐한 적이 있었나?한 번도 없었다.진성택이 고은영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줬다면 고은영이 진씨 가문 문턱을 넘어보지 못하는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아니, 그게 아니라...”“아버지는 남은 주식을 모두 너한테 남겨줬어. 하지만 친딸인 은영이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잖아. 그런데 아버지가 은영이를 가장 예뻐하셨다고?”진호영이 모든 것을 까밝히자 진유경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호영 오빠,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진유경은 더욱 크게 울먹이면서 눈물을 흘렸다.진유경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진호영은 진유경의 편이었는데 지금은 왜...‘이게 다 고은영 때문이야! 대체 무슨 수로 꼬드겼기에 오빠들이 다 고은영의 편을 들어주는 거냐고!’“왜 이러냐고? 우리 어머니가 은영이에게 남겨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7화

    이윽고 고은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진호영이 전화를 건 것이었다.고은영이 진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진호영과 고은영은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진호영은 보통 직접 찾아와서 문제를 얘기하는 편이기에 전화를 잘 걸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진호영이 전화를 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고은영은 잘 알고 있었다.진윤에게 전화하자마자 또 고은영에게 전화하다니.고은영이 전화를 받기도 전에 진윤이 고은영의 전화를 빼앗아갔다.“오빠...”진윤은 바로 전화를 꺼버렸다.“꺼버리면 어떡해요. 혹시 언니가 전화라도 하면...”“걱정하지 마. 네 언니는 너한테 연락하지 않을 거야.”“...”그렇다고 해도 마음대로 핸드폰을 꺼버리는 건 좀...게다가 고은지가 정말 무슨 일이 생겨서 고은영을 찾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진윤은 자연스럽게 고은영의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넣으며 돌려주지 않았다.“오빠.”“오늘은 나한테 집중해.”그 말투는 아주 강압적이었다.“...”마치 그동안 진윤에게 신경 써주지 않아 삐진 것만 같았다.하지만 고은영도 어쩔 수 없었다.고희주와 고은지에게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으니까 말이다.사실 고은영도 알고 있었다. 고은지는 고은영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고희주의 일 때문에 고은지는 언제든지 화를 낼 수 있었다.“그래요.”“...”“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너한테 뭘 좀 사주려고.”“...”사준다고?고은영은 진윤의 목적을 알 수 없었다.진성택이 죽었다.장례식에 안 가는 건 이해가 되지만 굳이 고은영을 데리고 나와 쇼핑을 하는 목적은 뭘까.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그때 윤설의 전화가 걸려왔다.진윤은 부드러운 목소리와 다정한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그런 진윤을 보면서 고은영은 진윤이 참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다.진윤과 비교하면 나태현은 정신병이 틀림없었다....진성택은 오늘 화장하게 된다.김영희, 진유경과 진호영은 검은색 상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진윤과 진정훈은 결국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6화

    숨을 깊게 내쉰 나태현이 얘기했다.“량천옥이 나씨 가문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면서 지금...”“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죠.”배준우가 나태현의 말을 끊었다.그때 나씨 가문 내부는 부글부글 끓었었다. 게다가 량천옥을 죽이려는 사람도 있었다.나태현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갔고 나태현의 어머니도 그 시기에 돌아갔다.그 모든 모순의 시작은 량천옥이었다.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씨 가문은 여전히 량천옥과 원한이 있었다.다들 그저 그 원함을 꾹 참고 있었는데 고은지가 나타났다.량천옥의 딸이면서 나태현의 딸 엄마인 고은지 때문에 나씨 가문과 량천옥의 전쟁이 다시금 시작되었다.“이번에는... 어쩔 수 없어요.”우정과 사랑 중에서 배준우는 당연히 사랑이었다.게다가 이번 일에는 나씨 가문에서 숨기는 것이 너무 많았다.또 나태현이 회사의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보니 프로젝트가 위험했다.나태현은 화가 나서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 소리를 들은 배준우는 핸드폰을 소파에 툭 던졌다....다른 한편.고은영과 진윤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진윤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나씨 가문과 엮인 프로젝트를 모두 엎어버리라고 명령했다.옆에 있는 고은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걱정했다. 진윤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화하려고 할 때 고은영이 진윤의 손을 잡았다.“오빠,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나씨 가문이 밉긴 하지만 진윤의 일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진윤이 계약을 많이 해지할수록 진윤에게 영향이 더 클 테니까 말이다.진윤은 본인을 걱정해주는 고은영을 보면서 마음이 누그러졌다.부드러운 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은 진윤이 얘기했다.“다 필요 없는 것들이야. 나태현은 지금 당장 귀국해야 해.”그 말을 들은 고은영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머릿속에는 병원에 있는 고은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은지는 나태현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다.진윤은 그런 고은영의 생각을 눈치채고 얘기했다.“지금 나태현과 량천옥이 해외에서 서로 죽이고 난리가 났어. 만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5화

    화가 난 나태범을 보면서 집사는 안절부절못했다.“지금 상황이 조금 복잡합니다.”생각하던 집사가 말을 이었다.“게다가 진씨 가문 쪽도 걱정해야 합니다.”“진씨 가문? 거기는 왜.”나태현과 량천옥이 싸우는 것만으로도 나태범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이러다가는 정말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았다.게다가 배씨 가문에서 계약까지 해지했지...이러다가는 그룹이 파산될지도 몰랐다.“배준우 씨 아내가 진윤 씨와 진정훈 씨의 친여동생입니다. 그러니 이 세 사람 다 그 고은지 씨의 동생을 위해 움직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나태범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그저 진씨 가문에서 친딸을 찾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진성택이 친딸보다 양딸을 더욱 아낀다는 것까지 말이다.배준우가 고은영과 결혼할 때 강성의 사람들은 배준우가 많이 아깝다고 생각했다.일반적인 신분으로는 배준우의 옆에 설 수 없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고은영이 진짜 진씨 가문의 친딸이었다.나태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이튿날 아침.고은영이 아침을 다 먹자마자 진윤이 도착했다.그리고 조카를 위한 선물도 가득 가져왔다.고용인들이 진윤이 가져온 물건을 보관해주었다.약간 붉어진 고은영의 눈가를 보면서, 진윤이 배준우한테 물었다.“어젯밤 계속 운 거예요?”배준우도 머리가 약간 아팠다.“제대로 자지 못했어요.”진윤이 다가가서 고은영을 마주 보더니 고은영이 입고 있는 귀여운 잠옷으로 눈을 돌렸다.배준우는 정말 딸을 키우는 것처럼 고은영을 보호해주는 것만 같았다.고은영은 원래도 키가 작은 편이어서 배준우와 함께 있을 때면 아주 작아보였다.“옷 갈아입고 나갈 준비 하자.”“정말 나가야 해요?”고은영이 올망졸망한 눈으로 진윤을 쳐다보았다.고은영은 병원에 가서 고은지를 보고 싶었다.고은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진윤은 그런 고은영의 생각을 진작 알아차렸다는 듯이 얘기했다.“병원 쪽에는 내가 사람들을 깔아놨어. 무슨 일 없을 거야. 가자.”진윤의 말을 들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4화

    하지만 진윤이 내일 고은영을 데리고 나가는 것의 목적을 떠올리면 고은영은 어쩔 수 없었다.“당연한 거 아닌가요?”진윤이 당당하게 얘기한 후 전화를 끊었다.배준우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더니 고은영을 쳐다보았다.“이미 다 들었지?”“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진성택은 사망했다.진정훈은 고은영이 장례식에 올 것인지 안 올 것인지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하지만 진윤은 장례식에 가지 말고 나가서 쇼핑하자고 했다.그것도 웃으면서 말이다.“넌 어떻게 하고 싶어?”“안 가도 돼요?”고은영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웃으면서 쇼핑해야 한다니. 고은영에게 있어서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배준우도 짐작하고 있었다.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은 배준우가 얘기했다.“아마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아. 쇼핑이 최종 목적이 아닐 거야.”“위로하는 거예요?”진윤은 배준우더러 고은영을 잘 위로해주라고 했다.“위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네 큰형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하는 말이야. 단순하게 쇼핑하는 게 목적일 리 없어.”배준우가 확신하면서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배준우는 허락하는 고은영을 보면서 한숨을 돌렸다.그리고 고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기했다.“걱정하지 마. 다 지나갈 거야.”“나씨 가문 쪽은...”거기까지 말한 고은영은 고개를 들고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고희주의 일로 마음 아팠지만 배준우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배준우는 고은영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고은영에게 짧게 키스한 배준우가 이어서 얘기했다.“나씨 가문과 협업하는 프로젝트 두 개가 있었는데 이미 계약을 해지했어.”“주주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요?”고은영이 걱정하면서 물었다.“그 두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서 다들 발을 빼는 분위기야. 아마도 량천옥 씨가 한 일 같은데.”그래서 배준우도 큰 문제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지나간 일에 대해 배준우는 뭐라고 할 수 없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433화

    진정훈이 전화를 건 것은 진정훈에게도 계획이 있어서였다.“진유경을 조심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진유경에게 남긴 주식이 있는데 꼭 되찾아올 겁니다.”진유경이라...진정훈은 진유경이 왜 계속 고은영을 끌어내리려는지 깨달았다.그건 바로 진유경이 아직 자기 위치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러니 이제라도 제대로 알게 해줘야 했다.배준우는 진정훈의 말을 알아듣고 얘기했다.“네. 알겠습니다.”“장례식은 와도 되고 안 와도 괜찮다고 전해줘요.”“네.”진정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은영의 뜻을 존중해주었다.하지만 장례식에 고은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릴 것이 뻔했다.“장례식은 언제입니까.”“이틀 뒤입니다.”“알겠습니다.”이틀 뒤라니. 생각보다 장례를 서두르는 모습에 배준우는 약간 의아했다.진정훈은 그저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그래서 그동안 배준우가 고은영을 잘 지켜줄 수 있도록 전화를 건 것이다....진정훈과의 통화를 마치고 배준우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는데 핸드폰이 또다시 울렸다.이번에는 진정훈이 아닌 진윤이 걸어온 전화였다.배준우는 고은영을 안고 소파에 앉았다. 영원히 고은영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것처럼 고은영을 꼭 안고 있었다.“여보세요.”배준우는 진윤을 존경하는 편이었다.진윤은 정말 가문의 도움 없이 지금 그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다.“은영이는요? 연락이 안 돼서.”“기분이 안 좋아요. 무슨 일이죠?”“왜 기분이 안 좋은 거죠?”“고은지 씨한테 일이 좀 생겨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요.”고은지의 상황을 전해 들은 진윤은 머리가 아팠다.지금 고은영에게는 모든 일이 설상가상이었다.“내일 오전 아홉 시에 내가 데리러 간다고 전해줘요.”“내일이요?”“네.”진윤이 대답했다.배준우는 진윤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렸다.진윤은 모든 사람들에게 진씨 가문이 얼마나 엉망인지 광고할 셈이었다.진윤이 진성택의 장례식에도 나서지 않고 친여동생인 고은영을 데리고 밖에서 돌아다닌다면...“어디로 갈 겁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