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Chapter 1261 - Chapter 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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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1화

나태범은 자기 아들이 하는 말이 모두 거짓 같았다.“들었습니까?”나태범이 대답하지 않자 나태웅이 진지하게 되물었다.“네가 잘나기만 했어도 내가 끼어들 일은 없었어!”나태범도 나이가 들면서 성격이 많이 죽은 편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나태웅은 찍소리도 못할 것이다,“그럼 나태현이나 도와주세요. 그쪽이 더 필요할 것 같으니까요.”“...”나태현을 떠올린 나태범은 머리가 아팠다.나태현은 원래 진중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네 형은 기신혜와 약혼하기로 결정했어.”나태범이 엄숙한 말투로 얘기했다.“그래요?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되어서 다행이네요.”말을 마친 나태웅은 전화를 끊었다.나태범은 그런 나태웅의 태도에 표정이 굳어버렸다.원하는 대로 되어서 다행이라니.‘이놈의 자식이...’나태현의 일만 언급하지 않아도 기분이 많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태범은 지금 나태현의 일 때문에 기분이 확 상했다.집사는 나태범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다가가서 말했다.“어르신, 진정하세요.”“그 여자를 데려온 거야?”나태범이 입을 열었다.“...”집사는 나태범이 말하는 그 여자가 누구인지 잘 알았다.요즘 들어 나태현과 나태웅 때문에 집안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네.”“그 아이는?”“해외로 보냈습니다.”집사가 얘기했다. 그 말을 들은 나태범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행동은 빠르네.”나태범은 원래 두 사람 사이를 완전히 끊어놓으려고 했다.하지만 나태현은 한발 빠르게 그 여자를 곁에 두고 아이를 해외로 보냈다.“큰 도련님은 항상 일을 빠르게 진행하는 편이었죠. 이번에는 친딸이니 더더욱 그랬을 겁니다.”친딸이라는 말에 나태범이 표정을 굳혔다.차가운 눈에는 냉정함이 실려있었다.“가서 알아봐. 아이를 어디로 보낸 건지.”“어르신!”“그리고 사람을 시켜서 그 여자를 잘 감시하게 해. 약혼 전까지 아무 일도 없어야 해.”농촌 출신인 여자가, 게다가 량천옥의 딸이라니.량천옥을 떠올리면 나태범은 증오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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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2화

“찾았어?”“네! 지금 비산 온천에 있습니다.”“...”비산 온천이라니.나태웅은 대략 10분 전에 알아봐 달라고 전화를 했었다.하지만 생각보다 결과가 빨리 나왔다.진이훈의 효율이 낮아진 것일까?“방해하는 세력은 없었어?”나태웅이 차갑게 물었다.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멈칫하더니 의아해하면서 대답했다.“없었습니다. 아주 순조로웠습니다.”순조로웠다라...‘그래...’나태웅은 그제야 알아차리고 차갑게 웃었다.‘진이훈, 대가리가 많이 컸네.’전화를 끊은 나태웅은 바로 운전해서 비산 방향으로 향해 갔다.하지만 시동을 걸자마자 전화기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지금은 시내로 돌아오는 길입니다.”“거기서 묵는 게 아니고?”“네.”돌아오는 정보까지 손쉽게 입수하다니. 진이훈이 일부러 알려주지 않은 게 맞았다.안지영과 장선명이 밖에서 밤을 보내는 게 아니라는 것을 들은 나태웅은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었다. 나태웅의 마음은 아까보다 훨씬 가벼워진 것 같았다.하지만 진이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진이훈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대표님.”“너는 내일 처리하지.”말을 마친 후 진이훈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너머의 진이훈은 나태웅의 말투를 듣고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설마 다 알게 된 걸까?’그 말인즉슨, 진이훈 외에 다른 사람에게 조사를 맡겼다는 것이다.왜 안지영의 행적에 대해 이토록 집착하는 것인지, 진이훈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진이훈이 모르는 게 하나 있다면, 나태웅은 바로 두 사람이 어디에 간 것인지 몰라서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나태웅은 안지영을 새벽 열두 시까지 기다렸다.장선명과 안지영이 같은 차에서 내리는 걸 본 나태웅의 눈빛은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안지영은 오늘 하루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하지만 장선명과 함께 비산에 가서 온천욕을 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이렇게 떠나왔으니 육범수 씨가 기분 상했겠어요.”안지영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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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3화

장선명은 온갖 사람들을 다 만나봤지만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나태웅처럼 뻔뻔한 사람은 전혀 만나본 적이 없었다.“제가 처리할게요.”안지영이 장선명의 팔을 두드리면서 위로했다.오렌지빛 불빛 아래서, 안지영은 마치 가장 위험한 맹수를 길들인 부드러운 여자애처럼 보였다.나태웅은 그 모습을 보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나태웅은 저도 모르게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다독임에 감정을 추스르고 안지영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10분 줄게.”“그래요.”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장선명은 맹수처럼 나태웅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나태웅은 그 눈빛에 물러서지 않았다.장선명은 코웃음을 쳤다.“흥, 버러지 같은 녀석.”“...”“...”장선명이 버러지 같은 녀석으로 나태웅을 표현한다면, 안지영은 10점 만점에 12점을 주고 싶을 정도였다.“먼저 들어가요.”안지영이 부드럽게 얘기했다.그 태도는 나태웅을 대할 때와 180도로 달랐다.장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들어가서 기다릴게. 침대에서.”“당장 들어가요!”장선명은 여유롭게 얘기했다.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 때문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나태웅은 찌르면 터지는 복어 같았다. 하지만 장선명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으니, 나태웅은 적지 않게 화가 나 있을 것이다.나태웅이 뭐라고 하기 전에, 장선명은 이미 안으로 들어갔다.어느새 안지영과 나태웅만 남았다. 나태웅은 안지영의 눈에서 깊은 증오심을 읽어냈다.“두 사람, 잤어?”나태웅은 이를 꽉 깨물고 물었다.안지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나태웅이 덧붙였다.“너 지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야?”안지영은 고개를 돌려 나태웅을 쳐다보았다.장선명을 대하던 부드러운 태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안지영은 나태웅에게로 다가가더니 나태웅의 뺨을 후려쳤다.온 힘을 다해서, 손바닥이 얼얼해질 정도로 말이다.나태웅의 얼굴은 한쪽으로 꺾여졌다.그 순간 세상이 고요해지는 것만 같았다.안지영이 분에 겨워 입을 열었다.“나태웅, 당신은 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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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4화

“...”미안하다고?뭐 하는 거지? 지금 사과하는 건가?나태웅이 자기 잘못을 사과하는 사람이었나?안지영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안지영이 아는 나태웅은 자기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런 미치광이였다.“미안하다고요?”안지영은 그 단어를 곱씹으면서 웃었다.왜 사과하는 거지?‘미안해’라는 세 글자로 전에 했던 모든 일을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두 사람 사이의 일들은 구두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 그러니 가볍고 간단한 ‘미안해’라는 세 글자로 덮을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안지영은 나태웅이 드디어 자기 잘못을 깨닫고 사과하는 줄로 알았다.하지만 역시나 기대가 컸다.나태웅이 얘기했다.“오늘 그 꽃은 오해야. 처음에 국화를 보낸 건 내가 아니야.”“...”안지영은 지금 ‘국화’라는 단어도 듣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나태웅은 계속해서 이어갔다.“내 아버지가 보낸 거야.”“...”안지영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사과를 하는 이유가 국화 때문이라고? 그 국화도 본인이 보낸 게 아니라 나태범이 보낸 거라고?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안지영은 애써 복잡한 감정을 추스르려고 했다.“아버지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꽃집에서 실수했을 뿐이야.”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나태웅은 본인의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하려고 했다.“...”하지만 안지영은 나태웅의 말을 들으면서 귀를 닫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이렇게 와서 해명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수치와 모욕을 안겨준 다음 해명할 정도로?“왜 중요하지 않겠어? 네가 천락 그룹을 장례식장으로 만들었는데.”그러니 나태웅이 생각했을 때 이 오해는 아주 큰 오해라는 것이다.안지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약간 놀랐다.나태웅의 성격이 개차반인 것은 알고 있었고 또한 국화를 보내는 일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하지만 안지영은 이 사건의 자초지종이 이런 것일 줄은 몰랐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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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5화

안지영이 들어갔을 때 장선명은 이미 샤워를 끝낸 후였다.짙은 푸른색 잠옷을 입고 있는 장선명에게서는 우아함과 귀티가 흘러넘쳤다.그리고 느슨한 옷깃 사이로는...안지영이 나태웅 때문에 화가 나 있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눈앞의 미인계에 넘어갔을지도 모른다.어느새 장선명이 안지영의 앞으로 다가와 안지영의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뭘 봐?”안지영은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그렇게 화가 났으면서도 미인계에 홀랑 넘어간 거야?’안지영은 그런 본인에게 화가 났다.장선명은 부끄러원하는 안지영을 보면서 웃었다.“마음대로 봐. 어차피 네 것이니까.”“그만해요!”“부끄러워?”장선명은 여전히 여유로웠다.장선명은 어쩔 줄 몰라 하는 안지영을 지켜보는 게 재밌었다.하늘 그룹의 일인자가, 집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인다니.장선명은 여태껏 많은 여자들을 만나봤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장선명의 마음을 움직이는 여자는 오직 안지영뿐이었다.안지영은 다른 여자들과는 달랐다. 다른 여자들은 다 목적을 감추면서 장선명에게 접근했지만 안지영은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도움이 필요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안지영에게 장선명이 필요해서 시작된 관계다.안지영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장선명의 품에 안겨있었다.몸이 맞닿은 부분에서 전기가 통하듯 찌릿찌릿했다.“선, 선명 씨...”안지영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했다.“지영아, 그 사람한테 마음 약해질 거야?”장선명은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안지영이 나태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안지영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아니요!”장선명의 질문에 안지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나태웅에게 마음 약해지는 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안지영은 머리가 뛰어나게 총명한 것은 아니지만 유일한 장점은 이성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야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약혼녀다.그리고 나태웅이 왜 자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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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6화

고은지는 나태현을 쳐다보면서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나태현은 고개를 들어 고은지와 눈을 마주했다. 그 순간 나태현의 마음속에는 불쾌한 감정이 치솟았다.나태현은 손을 뻗어 미녀의 가는 허리를 감싸며 고은지에게 말했다.“나가서 기다려.”“네.”고은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돌아섰다.그런 고은지의 뒷모습은 곧고 당당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고은지는 매우 침착했다.왜 이렇게 차가운 걸까? 정말 신경 쓰이지 않는 건가? 고은지는 바로 바에서 나와 차에 올랐다.핸드폰이 가방 속에서 진동했다. 화면에는 낯선 번호가 나타났다. 고은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은지야, 나야.”전화 너머로 량천옥의 목소리가 들렸다.량천옥은 결국 참을 수 없었다.원래는 고은영에게 자신의 신분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지만, 고은지가 이미 알게 된 이상 더는 숨기지 않기로 했다.량천옥의 목소리를 들은 고은지의 눈빛은 예리하게 변했다.량천옥은 고은지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한번 만나자.”“무슨 얘기를 하려고요?“ 고은지가 냉담하게 물었다.량천옥은 잠시 머뭇거리다 답답한 가슴을 이기지 못하고 말했다.“직접 만나서 해야 할 말이 있어.”량천옥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그래서 몇 번이고 생각을 되새기다 결국 고은지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량천옥은 고은지가 본인을 대하는 것처럼 차갑게 고은지를 대할 수 없었다. 고은지를 보고 싶었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고 싶었다.고은지에게 량천옥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었다. 그때 만약 알았다면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이다.량천옥은 고은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여전히 고은지를 아주 사랑한다고, 일부러 고은지를 버린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여태껏 미친 여자처럼 계속해서 고은지를 찾아 헤맸다고 말이다.하지만 아이와 어머니의 인연이라는 것은 아주 가까운 것처럼 보이지만, 한 번 잃으면 다시 찾기 어려운 법이었다.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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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고은지는 대답하지 않고 량천옥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고은영의 입으로 들을 때와 량천옥의 입으로 듣는 건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고은영은 고은지의 말에 일일이 반응해 주었다.하지만 량천옥의 말을 들으며 고은지는 인내심을 잃고 전화를 끊어버리고 말았다.량천옥은 가슴이 아팠다. 전에 봤을 때 고은지는 고은영보다 더욱 온화하고 부드러운 아이였다.그런데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차라리 량천옥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면 무시하는 것보다 나았을 것이다.깊은 밤, 량천옥은 고통에 몸부림쳤다.퇴원한 량일은 일어나서 물을 마시러 가다가 량천옥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다가왔다.전등을 켜니 량천옥이 새하얗게 질려서 고통스럽게 침대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천옥아.”량일이 걱정스레 다가갔다.량천옥은 온몸이 다 아픈 것만 같았다.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아픈 것인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그런 량천옥을 본 량일은 마음이 조급해졌다.“엄마한테 말해. 어디가 아픈지. 병원에 가자.”“이거 놔요! 저리 가요!”“너...”“가라고요! 보고 싶지 않으니까.”량천옥은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소리쳤다.량천옥의 세상은 암흑으로 물들었다. 이런 절망은 처음이었다.량천옥은 일이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천옥아!”“당신이 미워요! 밉다고요!”량천옥은 완전히 미쳐버렸다.“...”가슴이 찢어질 듯 외치는 량천옥을 보면서 량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옆에 서 있었다.량천옥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본인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마치 이렇게 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것처럼 말이다.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량천옥은 본인이 고통을 못 느낀다고 생각했다.량일은 그런 량천옥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바로 량천옥의 손목을 잡아서 얘기했다.“너를 다치게 하는 일은 그만 해.”“당신이 미워요. 정말 미워요. 왜 나한테 그런 거예요! 그 애는 내 딸인데!”“...”“그 어린아이를 보면서 마음 약해진 적이 한 번도 없어요?”“...”량천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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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8화

량천옥이 외쳤다.량천옥은 원래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가 있었다.“왜 상류층에 들어야만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내가 그동안 배씨 가문에서 잘 살아온 거 같아요?”“...”배씨 가문을 언급하자 량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량일은 량천옥을 배항준에게 보낼 때 량천옥의 남은 생은 편안하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량일은 이 남자가 바람둥이라는 것을 후에야 깨달았다.아침 드라마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량천옥에게 일어났다.결국 량일의 판단은 틀린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와서 그 잘못들을 인정해 봐야 변하는 것은 없었다.량일은 가슴이 아팠다.“다 내 잘못이야. 내가 찾아가서 해명할게.”량일이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해명을 떠올린 량천옥은 고은지의 차가운 태도가 떠올랐다.두 사람 사이는 해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닌 것만 같았다....밤은 길고 고요했다.고은지는 차에 앉아서 나태웅과 나태현이 같이 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나태현의 옆에 붙어있던 여자는 나태현 뒤를 따르면서 부끄러운 표정을 보였다.다들 성인이니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차 문이 열리고 나태현은 술에 취한 나태웅을 조수석에 앉혔다.그리고 나태현과 여자는 뒷좌석에 앉았다.“일단 나태웅을 나씨 가문으로 데리고 가.”“네.”고은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시동을 걸었다.나태웅을 나씨 가문에 데려다주고 나태현을 어디에 데려다줄지는 뻔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고은지의 운전 실력은 그리 좋지 못했다.조영수와 결혼하기 전에 면허를 땄지만 그동안 운전할 일이 없었기에 거의 장롱면허였다.그래서 고은지는 아주 느릿느릿하게 운전하고 있었다.바에서 나씨 가문까지는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나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은 잠에 들었다. 문 앞 경비가 나태웅을 부축하여 안으로 들어갔다.나태현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나태웅을 보낸 후 고은지가 물었다.“나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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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9화

아까 운전할 때는 느릿느릿하기만 하더니, 지금은 쏜살같이 나태현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나태현은 이유 모를 화를 꾸욱 누르면서 일단 여자를 방으로 데리고 갔다.안에서 문을 연 것은 다른 남자였다. 바로 해외에서 금방 돌아온 모정환이었다.여자는 모정환을 보는 순간 표정이 굳어버렸다.“고마워.”여자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모정환은 여자를 방으로 끌어당겼다.“앞으로 나한테 이런 일 시키지 마.”말을 마친 나태현은 여자를 힐긋 쳐다보았다. 모정환은 여자의 가느다란 허리를 한 손에 안고 말했다.“어쩔 수 없어. 고집이 얼마나 센 건지. 날 만나지 않으려고 하잖아.”나태현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할 일을 마친 후 자리를 떠났다.“공산의 프로젝트, 나한테 넘기는 거 잊지 마.”“알겠어.”나태현은 그렇게 당부한 후 자리를 떴다. 뒤에서는 여자와 모정환이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나태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유유히 사라졌다.엘리베이터를 탄 나태현은 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성격이 그 지경이 된 거지?’고은지는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이윽고 담담한 목소리로 질문했다.“콘돔이 필요하신 건가요?”“...”나태현은 짜증이 확 솟구쳤다.‘빌머억을...’짜증이 난 나머지 머리까지 아팠다. 대답하기도 귀찮은 나태현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너머의 고은지는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끊겨버린 전화를 보면서 고은지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날 밤, 강성에는 많은 일이 지나갔다.이튿날 고은영은 량천옥의 전화에 깨어났다. 급하게 전화를 받은 고은영이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은영아, 나 좀 도와줘.”전화기 너머의 량천옥은 많이 피곤해 보이는 목소리로 얘기했다.아마도 밤새 운 것만 같았다.고은영은 겨우 눈을 뜨고 물었다.“뭘 하려고요?”“은지를 만날 거야.”“...”그 말에 고은영은 정신이 확 들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보니 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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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아무리 그래도 친딸의 엄마인 사람인데 말이다.“알겠어요.”고은영은 결국 허락하고 말았다.“고마워, 고마워.”“점심으로 하죠.”“그래, 알겠어.”량천옥이 대답했다.두 사람은 또 몇 마디 나눈 후 전화를 끊어버렸다.고은영은 더 오래 자고 싶었지만 량천옥 때문에 잠이 확 깨서 다시 잠들지 못했다.그대로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배준우는 이미 식탁에 앉아 있었다.일찍 일어난 고은영을 보면서 배준우가 물었다.“왜 더 자지 않고?”“준우 씨가 일어나니까 그냥 일어났어요.”“나 때문에 깬 거야?”배준우는 최대한 조용하게 움직였다.고은영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량천옥 씨가 전화를 했어요.”량천옥의 이름을 들은 배준우는 표정이 약간 굳었다.“뭐라고 했는데?”배준우가 물었다.배준우는 량천옥에 대해 호감이 전혀 없었다.게다가 고은영에게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배준우는 영원히 량천옥을 용서할 수 없었다.용서는 량천옥 같은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다.고은영은 배준우의 옆에 앉아서 말했다.“은지 언니를 만나고 싶대요.”“천락 그룹에 가면 바로 만날 수 있을 텐데. 왜 너한테 부탁하는 거야. 내가 전화라도 할까?”“그건 맞지만 아마도 은지 언니 앞에서 자꾸만 비굴해지니까...”량천옥은 고은지 앞에서 여러 번 고개를 숙였다.고은지를 신경 쓰고 고은지를 사랑하니까 그런 것이다.고은영의 말에 배준우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아침.두 사람은 같이 회사에 도착했다.배준우는 고은영을 데리고 출근했다. 언제든지 항상 붙어있고 싶었으니까 말이다.고은영이 회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옆에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했다.수많은 사람들은 그런 고은영을 부러워했다.전에 고은영을 무시하던 사람들은 질투하면서도 고은영을 깍듯하게 대했다.“이따가 언니 만나러 다녀올게요.”고은영이 생각하다가 배준우에게 얘기했다.“응, 알겠어.”고은영은 고은지의 일로 많이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태현과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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