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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Author: 송언희
고은지는 대답하지 않고 량천옥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고은영의 입으로 들을 때와 량천옥의 입으로 듣는 건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고은영은 고은지의 말에 일일이 반응해 주었다.

하지만 량천옥의 말을 들으며 고은지는 인내심을 잃고 전화를 끊어버리고 말았다.

량천옥은 가슴이 아팠다. 전에 봤을 때 고은지는 고은영보다 더욱 온화하고 부드러운 아이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차라리 량천옥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면 무시하는 것보다 나았을 것이다.

깊은 밤, 량천옥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퇴원한 량일은 일어나서 물을 마시러 가다가 량천옥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다가왔다.

전등을 켜니 량천옥이 새하얗게 질려서 고통스럽게 침대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천옥아.”

량일이 걱정스레 다가갔다.

량천옥은 온몸이 다 아픈 것만 같았다.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아픈 것인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그런 량천옥을 본 량일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엄마한테 말해. 어디가 아픈지. 병원에 가자.”

“이거 놔요! 저리 가요!”

“너...”

“가라고요! 보고 싶지 않으니까.”

량천옥은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소리쳤다.

량천옥의 세상은 암흑으로 물들었다. 이런 절망은 처음이었다.

량천옥은 일이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천옥아!”

“당신이 미워요! 밉다고요!”

량천옥은 완전히 미쳐버렸다.

“...”

가슴이 찢어질 듯 외치는 량천옥을 보면서 량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옆에 서 있었다.

량천옥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본인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마치 이렇게 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량천옥은 본인이 고통을 못 느낀다고 생각했다.

량일은 그런 량천옥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바로 량천옥의 손목을 잡아서 얘기했다.

“너를 다치게 하는 일은 그만 해.”

“당신이 미워요. 정말 미워요. 왜 나한테 그런 거예요! 그 애는 내 딸인데!”

“...”

“그 어린아이를 보면서 마음 약해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

량천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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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지신혜의 힘은 너무 셌다.지신혜가 힘을 더 주자 상처가 더욱 깊어졌다.“그래서, 그 옆자리를 노려보겠다는 거야? 네까짓 게?”나태현은 핸드폰을 챙기지 않아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윽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이지훈도 약을 들고 돌아왔다.나태현의 뒤에 서 있던 이지훈은 그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서 얼른 다가갔다.“지신혜 씨, 오셨군요.”이지훈이 입을 열자 팽팽했던 분위기가 조금 느슨해졌다.지신혜는 사무실 입구 쪽에 서 있는 나태현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발을 치워버렸다.“태현 씨, 왔어요? 아까 어디 갔던 거예요.”말투도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고은지를 대하던 태도와는 180도 달랐다.나태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지신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바닥에서 일어서는 고은지를 쳐다보았다.손의 상처는 아주 심해서 피가 카펫에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이지훈이 얼른 고은지의 곁으로 왔다.“얼른 지혈부터 해요.”고은지는 차가운 표정으로 지신혜를 쳐다보았다.그리고 또 나태현을 바라보았다.나태현은 지신혜를 향해 부드럽게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올 거면 온다고 먼저 얘기라도 하지. 저 여자가 널 괴롭힌 거야?”“상사의 약혼녀를 향한 존중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말투도 차갑고요.”지신혜가 억울한 듯 얘기했다.지신혜는 아버지가 데려오는 사생아들이 본인을 깔보거나 존중하지 않을 때마다 화를 잔뜩 냈었다.그래서 지신혜는 위아래가 없는 사람들을 극도로 싫어했다.이 여자는 지신혜가 나태현의 약혼녀인 것을 알면서도 그런 태도로 지신혜를 대했으니, 이런 벌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그 말을 들은 나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런 사람은 혼을 내야지.”그 말을 들은 이지훈과 고은지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이지훈은 붕대와 소독약을 찾아서 고은지에게 건네주었다. 고은지는 고맙다고 하면서 약을 받았다.고은지가 사무실을 나가려고 할 때, 나태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사과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91화

    사무실의 문을 열자 아까보다 더욱 난장판이 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이지훈은 고은지의 뒤에 서서 얘기했다.“대표님은 방금 나가셨습니다. 청소부를 부를까요?”“괜찮습니다.”고은지는 무표정으로 대답했다.이윽고 사무실에 들어가 바닥에 널브러진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이지훈은 그런 고은지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푹 내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태현의 곁을 오랜 시간 지킨 만큼, 이지훈은 나태현을 잘 알고 있었다. 이지훈이 아는 나태현은 선을 지키는 사람이었다.고은지가 고희주를 얼마나 아끼는지는 학교에서의 일만 보면 알 수 있다.그런데 지금 나태현이 고희주를 빼돌렸으니 고은지는 나태현이 하라는 일을 그대로 할 수밖에 없다.“아...”이지훈이 생각에 빠져있을 때, 고은지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유리 조각에 손을 베인 것 같았다.이지훈은 바로 달려가서 물었다.“무슨 일이죠? 다쳤어요?”고은지는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약을 가져오라고 할게요.”말을 마친 이지훈은 사무실에서 나가 구급상자를 찾으러 갔다.이지훈이 떠나자마자 사무실에는 불청객이 들이닥쳤다.바로 지신혜였다.고은지가 나태현 사무실 소파에 앉아 휴지를 뽑고 있는 것을 본 지신혜가 차갑게 물었다.“뭐 하는 거야?”피를 닦던 고은지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윽고 고개를 돌리지 지신혜가 차가운 눈으로 고은지를 바라보고 있었다.지씨 가문은 강성에서 유명한 가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씨 가문 사람들은 항상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지신혜가 다가가서 물었다.“여기서 뭐 하는 거냐고 물었잖아.”고은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간을 찌푸린 채 손가락을 보았다.지신혜도 고은지의 시선을 따라 손가락을 감싼 휴지에서 피가 스며 나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 모습에 지신혜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비웃었다.“하, 정말 천박한 수단이네. 그 정도로 돈이 필요해?”지신혜는 눈앞의 사람이 고은지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그저 이 여자가 젊은 비서들처럼 젊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90화

    나태현과 고은지 사이에는 딸이 하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지훈은 나태현이 이렇게 과한 명령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가 있으니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이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나태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그렇게 하기만 해봐!”“...”그 협박에 이지훈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제는 나태현이 화를 내는 게 다 고은지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왜 그러는지는 알 수 없었다.결국 이지훈은 나태현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이지훈은 나태현의 차가운 눈빛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가서 고은지 씨를 찾아오겠습니다.”말을 마친 이지훈은 얼른 몸을 돌려서 떠났다. 마치 도망가는 듯한 속도였다.고은지가 자리에 앉자마자 전화기가 또 울렸다.하지만 전화를 받기도 전에 이지훈이 뛰어왔다.고은지는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차가운 눈으로 이지훈을 바라보았다.이지훈은 약간 겁이 났다.“고은지 씨, 나 대표님이 사무실을 청소하라고 하셨습니다.”사무실 청소라니.고은지는 미간을 찌푸렸다.“청소부는요? 장식인가요?”이지훈은 표정이 굳어버렸다.“그건 아닙니다만, 나 대표님이 지시한 일입니다.”사무실을 그렇게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고은지더러 정리하라니.하지만 천락 그룹에서는 나태현이 일인자이니 모두가 나태현의 말을 따라야 한다.그러니 고은지를 불러 사무실을 청소하게 한 것도 모두 고의적인 이이다.고은지는 더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바로 갈게요.”“네.”이지훈이 대답했다.고은지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동정심이 들었다.병원에서 죽어가다가 겨우 살아 돌아왔는데 이런 이상한 상사를 만났으니...이지훈이 먼저 떠났다.고은지의 핸드폰이 계속 울리고 있었다. 고은지는 숨을 돌린 후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고은지입니다.”“은지야, 나야.”전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지는 그 목소리에 몸이 흠칫 굳었다.머릿속도 새하얘졌다.“너...”고은지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89화

    고은지는 이지훈이 자기를 동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대표님이 찾으시는데, 안 들어갈 수가 없네요.”“...”나태현이 고은지를 부른 것이라는 것을 안 이지훈은 나태현이 쓰레기라고 생각했다.이건 선을 넘었다!아무리 불만이 가득하다고 해도 이지훈은 도와줄 수가 없었다.“그러면 조심하세요.”“감사합니다.”말을 마친 고은지는 바로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이지훈은 그런 고은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약간 아팠다.나태현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러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본인에게 딸이 있었다는 걸 알고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되었다.전에는 고은지를 살리려고 애썼던 것 같은데.지금 태도를 보면 고은지를 증오하는 것만 같았다.사무실의 문을 열자마자 고은지의 눈에 들어오는 건 어지러운 바닥이었다.고은지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들어와서 서류를 테이블에 놓았다.“여기 쓰인 대로 하면 되는 거죠? 지씨 가문에서는 다른 요구가 없었나요?”“...”나태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고은지를 쳐다보았다. 사무실의 온도는 수직으로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나태현이 대답하지 않자 고은지는 여유롭게 물었다.“아니면 다른 요구라도 있나요?”나태현과 지신혜의 약혼식을 준비하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요구까지 물어보다니.참으로 대단한 여자다.“고은지, 정말 대단해.”나태현이 입을 열었다.“전에는 네가 이렇게 고집이 세다는 걸 왜 몰랐을까. 너무 고집에 세니까 꼭 꺾어보고 싶잖아.”“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나 대표님.”고은지의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다. 눈빛 또한 흔들림이 없었다. 나태현은 그런 고은지의 말에 신경이 긁혔다.“꺼져!”고은지와 대화를 나누다가는 심장병으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나태현은 화가 났다.지금 당장 고은지의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 싶었다.이 차가운 모습은 마치 하나의 가면 같았다.고은지를 건드려도 고은지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지금도 마찬가지다. 나태현이 꺼지라고 화를 내도 고은지는 무표정으로 서류를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88화

    “네.”이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뭐라고 하던?”나태현이 물었다.뭐라고 했냐면...이지훈은 약간 망설이면서 나태현을 바라보았다. 정말 나태현의 속을 읽을 수 없었다.고은지를 늪에 빠뜨리는 게 원하는 게 아닌가?하지만 그런 거 같지도 않고...“고은지 씨가 잘 완성하겠다고 했습니다.”“태도는 어땠지?”나태현이 또 물었다.“...”태도라면 어떤 태도를 말하는 걸까.이런 일을 던져주면서 고은지가 열렬히 축하라도 해줄 줄 알았던 걸까?이지훈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태도도 꽤 좋았습니다.”“좋았다고?”나태현이 시선을 들었다.이지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차가워졌다.이지훈은 그 눈빛에 몸이 떨렸다.‘또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거지? 태도가 좋지 않으면 좋겠다는 건가? 내가 싸우고 오길 바란 건가?’이지훈은 나태현의 요구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네, 태도가 좋았습니다. 다른 말은 없었어요.”나태현의 뜻은 모르겠지만 이지훈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이지훈의 말은 사실이었다. 고은지는 싫다는 말을 한 적도, 싫다는 기색을 내비친 적도 없었다.사무실의 공기는 순식간에 차가워졌다.“...”‘또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먼저 나가봐.”나태현이 이를 꽉 물고 대답했다.이지훈은 그 말투에 섞인 분노를 들어냈다.‘왜 갑자기 화를 내는 거지?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나태현의 속을 알 수 없는 이지훈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갈 뿐이었다.사무실 문이 닫히자마자 갑자기 굉음이 들려왔다.화가 난 나태현이 물건을 부수는 소리였다.이지훈은 도통 무슨 일인지 몰라서 머리를 긁적였다.정말 화가 난 건가?남자의 속은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다.왜 화가 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지훈은 분명 그가 시키는 대로 했으니 더 할 것이 없었다.고은지는 다른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사무실의 전화가 울렸다. 고은지는 번호도 보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올라와.”전화기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87화

    이지훈이 이렇게 우물쭈물하는 것을 보아하니 좋은 일은 아닌게 확실했다.“그... 나 대표님께서 약혼식 관련 업무를 인수인계하라고 하셨습니다.”“...”고은지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이지훈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눈은 여전히 담담해 보였다.약혼식을 준비하라고? 누구의 약혼식? 나태현과 지신혜의 약혼식을?고은지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정말 저한테 맡기신 거예요?”이지훈은 그렇게 웃는 고은지가 위험하다고 느꼈다.하지만 항상 부드럽던 고은지가 위험한 일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위험한 짓을 벌인다면 고은지가 아니라 량천옥이 벌일 것이다.량천옥이 얼마나 막무가내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나태현이 고은지를 이렇게 대하는 걸 알면 량천옥은 더 몇 배로 갚아주려고 할 것이다.그때가 되면 누가 나서도 말릴 수 없다.그 생각에 이지훈은 약간 머리가 아팠다.나태현이 왜 갑자기 이런 실수를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 딸이 생길 정도라니. 너무도 놀라운 일이었다.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딸이 생긴 것을 알고 그동안 함께 해주지 못한 시간을 보상해 주기 위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텐데, 나태현은 아이를 치료하러 보낼 수밖에 없었다.아이 엄마인 고은지는 나태현의 곁에 남았지만 좋은 대접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나태현이 다른 여자와 약혼하는 것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손수 준비까지 해줘야 했다.고은지의 눈을 마주한 이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럼 업무를 인수인계해 주세요. 제가 책임지죠.”“...”이렇게 쉽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아무리 감정이 없다고 해도 아이의 아빠가 다른 여자랑 약혼하는 건데, 아무 반응도 없다니.이지훈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만약 원하지 않는다면 제가 나 대표님과 얘기해 보죠.”이지훈은 고은지를 동정했다. 고은지가 지금 어쩔 수없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고은지를 머리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요.”“...”이지훈은 뭐라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86화

    량천옥이 예리하게 얘기했다.정록담이 고개를 끄덕였다.량천옥이 다시 나씨 가문에 돌아오게 된 원인이 본인의 딸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그리고 그들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게 될 줄도 몰랐다....그 시각.나태현은 고은지를 사무실로 부른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묵묵히 담배를 필 뿐이었다.고은지는 차가운 표정으로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얼마 지나 고은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무 일 없으면 먼저 나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고은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나태현은 차갑게 고은지를 보면서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지금 어디서 살지?”고은지가 문고리를 잡은 순간 나태현이 물었다.“이게 우리의 거래에 속하는 내용인가요?”“...”나태현이 이를 꽉 깨물었다. 그 사이에 고은지는 이미 사무실을 나가고 없었다.고은지는 고은영의 집에서 사는 것도 아니고 란완 리조트에서 사는 것도 아니다.고희주를 란완 리조트에서 빼앗긴 후, 고은지는 돌아가지 않았다.고은영이 전화를 걸 때마다 고은지는 집을 구했다고 했다.하지만 어디에 구한 것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이지훈이 들어왔다.“어디서 사는지 알아봐.”“네? 누구요?”이지훈은 약간 멍해 있었다. 나태현이 알아보라는 게 누구인지 몰랐기 때문이다.하지만 나태현의 눈빛을 보고 바로 알 수 있었다.“알겠습니다. 지금 가서 알아보겠습니다.”역시 고은지에게 다른 마음을 품은 게 확실하다.하지만 이지훈은 나태현이 도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오랜 시간 함께 했지만 나태현의 속은 읽을 수가 없었다.고희주는 나태현의 딸이고, 고은지는 고희주의 엄마다.그런데 지금은 지신혜와 약혼을 준비하고 있다.“약혼식, 고은지가 책임지게 해.”“네?”이지훈은 나태현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지신혜와 나태현의 약혼식을 고은지가 준비하게 하라고? 아무리 나태현을 오랜 시간 모신 이지훈이라고 해도 그 순간만큼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한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85화

    나태현 사무실에서 나온 후, 량천옥은 서류를 들고 오는 고은지와 마주하게 되었다.차갑던 기운은 고은지를 보자마자 누그러졌다.고은지는 량천옥을 보고 약간 의외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의 시선은 허공에서 부딪혔다. 그것도 잠시, 고은지가 얼른 시선을 돌렸다.그 모습은 마치 두 사람이 전혀 모르는 사이인 것 같았다.량천옥은 숨이 막힐 듯이 가슴이 아팠다.하지만 지금은 무너질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나태현이 고은지를 죽도록 괴롭히겠다고 했지만 량천옥이 마음먹고 막는다면 나태현도 방법이 없다.천락 그룹에서 나와 차에 탄 량천옥은 앞에 있는 정록담에게 얘기했다.“지씨 가문에 똑바로 전해. 고은지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모두 지씨 가문의 탓으로 돌리겠다고.”지씨 가문에서는 이미 고은지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그러니 지신혜와 나태현의 약혼을 위해 고은지를 처리하려 들지도 모른다.정록담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량천옥이 이어서 얘기했다.“아이의 일도 어서 빨리 알아봐.”량천옥은 고은지가 계속해서 나태현의 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무리 량천옥이 타일러도 나태현을 떠나지 않는 건, 아마도 고희주 때문일 것이다.량천옥은 고은지가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그래서 무조건 아이를 찾아서 고은지에게 평온한 일상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은지가 상류층의 더러운 싸움에 엮이지 않았으면 했다.정록담은 량천옥의 뜻을 잘 알았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사람을 풀었습니다. 빠르게 알 수 있을 겁니다.”거기까지 들은 량천옥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빠르게 변하는 창밖의 모습을 보면서 량천옥이 눈을 감았다.“나씨 가문에 가봐야 할 것 같아.”“거, 거기에 가서 뭘 하시려고요?”량천옥이 나씨 가문에 가겠다는 말을 들은 정록담은 약간 놀았다.량천옥이 나씨 가문에서 겪은 일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량천옥도 불쌍한 사람이었다. 이런 어머니를 만난 것은 량천옥의 최대 불행이었다.얼마나 지났을까.량천옥이 상류층에서 힘들게 움직일 때도 그곳으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84화

    자격?자격이라면 나태현과 량천옥 다 비슷했다.량천옥은 나태현 앞에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이번에는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나태현의 신경을 긁었다. 나태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백지장이 되었다.“그 아이를 상처입힌 걸 생각하면 우리 둘 다 비슷해.”고희주가 왜 아파트에서 자살하려고 했는가. 우울증에 걸려서 그런 것이다.그런 힘든 환경이, 고희주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나태현은 질식할 듯한 시선으로 량천옥을 바라보았다. 량천옥은 약간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다.“복수하고 싶으면 나한테 해. 고은지는 건드리지 마. 아이와 은지를 만나게 해줘.”그 말투는 부탁하는 말투였다. 하지만 그 속에는 감출 수 없는 결연함이 있었다.마치 이게 마지막 양보이자 마지막 기회인 듯 말이다.나태현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량천옥이 말을 이었다.“무슨 대가를 원하는지 말만 해. 다 들어줄 테니까.”량천옥은 상응한 대가를 치르고 고은지가 남은 생을 편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나태현도 량천옥이 대가를 치르기를 바라지 않는가.만약 량천옥이 대가를 치르지 않기를 바란다면, 강성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도 량천옥을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다.그러니 이건 량천옥의 결정에 걸린 일이다.나태현이 손에 쥐고 있는 건 량천옥을 증오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기회이다.그러니 량천옥은 그 기회를 나태현에게 주려고 하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런 기회 앞에서 나태현은 아무렇지 않아 했다.“대가를 치러서 이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하다니,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요?”나태현이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나태현이 일어나서 량천옥을 바라보면서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이제야 얼마나 두려운가 봐요?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당신이 그녀를 괴롭혔을 때, 그녀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량천옥은 그 말을 듣고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그래서,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어?”나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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