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41 - 챕터 1150

1194 챕터

제1141화

고은지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한 발을 죽음의 문턱 안에 들여놓은 것 같았고 바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도 끊임없이 고통에 시달렸다. 량천옥의 시선은 줄곧 수술실 문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나태현은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가 의사와 얘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의사가 수술실로 들어간 후 그는 자취를 감췄다. 고은영은 여전히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민초희는 고은영에게 주려고 가져온 음식을 건네며 말했다. “사모님, 선생님께서 조금이라도 드시라고 하셨습니다.” 민초희는 곧바로 배준우의 이름을 꺼냈다. 고은영이 지금 당장 먹을 수 없을 거라는 건 알지만 배준우는 정말로 그녀가 걱정되었다. 고은영은 민초희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먹고 싶지 않아요.” “지금 수술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알 수 없어요. 수술이 끝난 후에도 고은지 씨의 일을 정리하셔야 하잖아요.” 이 순간 환자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도 몸이 버티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신경 써야 했다. 민초희의 말에 고은영은 결국 그녀가 건넨 음식과 물을 받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은영은 량천옥을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두 사람 사이에는 할 말이 없었다. 누가 옳고 그른지 그들 사이는 이미 구분할 수 없었다. 민초희는 간호사실로 가서 고은지의 수술 이후 필요한 모든 준비를 정리했다. 량천옥은 마침내 고은영을 바라보았고 그녀가 빵을 거칠게 입에 밀어 넣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그러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동안 정말 고마웠어. 정말로 고마워.” 고은영은 빵을 먹던 손을 멈췄다. 무의식적으로 량천옥을 한 번 쳐다보았다. 하지만 단 한 번만 쳐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사실 량천옥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기간 동안 고은영이 얼마나 힘겹게 고은지를 보호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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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2화

그 아이의 마음속에는 얼마나 두려움이 가득했을까? 순간 그동안의 모든 일들이 떠올랐다... 량천옥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고 얼굴을 가리고 온몸을 떨며 울기 시작했다. 고은영은 차갑게 말했다. “지금 당신이 다행인 건 언니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예요. 언니의 몸이 회복되면 저는 이 모든 걸 언니에게 다 말할 거예요. 저는 언니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감옥에 보내겠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어머니와 자신의 아이, 도대체 누가 더 중요한 걸까? 이건 이미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고희주는 고은지의 명줄이었고 량천옥은 이번에 고은지의 생명줄을 건드린 셈이었다. 고은지는 절대 량천옥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량천옥은 그 말을 듣고 더더욱 몸을 떨었다. “만약 고은지가 정말 나를 감옥에 보내고자 한다면 나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을 거야. 그건 내가 받아야 할 응보야.” 고은지가 진심으로 자신을 미워한다면 그저 자신이 저지른 모든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겠다고 했다. 그녀는 감옥에 가는 것조차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신 말이 맞아요. 이 모든 건 당신이 받아야 할 응보죠.” 고은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지금 이 순간 량천옥에게 너무나도 가슴을 찌르는 말이었다. 그녀는 예전에 계속 말해왔다. 자신은 응보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다고. 그저 배준우에게 복수하고 싶었다고. 그런데 정말 그녀는 응보를 신경 쓰지 않았던 걸까? 자신이 한 모든 일이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딸에게 상처를 준 것임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과연 그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지금 량천옥은 그저 마음이 아팠고 자신의 심장이 조여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고은영과 량천옥이 거의 힘이 빠져버릴 정도로 기다리던 중 고은지가 드디어 수술실에서 나왔다. 고은영은 수술실에서 나오는 서 의사를 보고 바로 뛰어가며 물었다. “의사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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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3화

량일은 량천옥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딸이 오늘 겪고 있는 모든 일은 그녀 자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그 모든 게 그녀 때문이었다. 자신이 딸을 이렇게 몰고 간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깊은 자책을 느꼈다. 만약 예전에 그녀가 량천옥과 그 남자와의 관계를 명확히 했고 상류 사회의 생활을 그렇게 추구하지 않았다면 량천옥은 지금처럼 이렇게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손을 뻗어 량천옥의 머리 위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안해, 모든 게 내 잘못이야. 내가 널 이렇게 만들었어.” 이 순간, 량일은 드디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임을 인정했다. 량천옥은 가슴이 꽉 막힌 듯한 느낌을 받았다. ‘괜찮아요’라는 한 마디가 목구멍에 걸려서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분명 그동안 그녀는 미친 듯이 마음속에 있는 아이에 대한 그리움을 분출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분노하고 있었다. 량일이 스스로 말했듯이 만약 그때 그녀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인생도 이렇게 뒤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세월 동안 사람들은 그녀가 차갑고 잔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그녀의 내면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를. 그녀는 배항준을 사랑하지 않았고 심지어 싫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었다. 그때의 량일은 너무나도 강압적이었고 그녀는 그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 량일의 사과를 듣고 량천옥은 깊게 한숨을 쉬었지만 입을 열 때마다 여전히 숨이 막히는 듯했다. “지금 와서 제가 왜 사과를 받아야 해요? 아이를 잃어버렸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어요? 저는 그 아이를 그렇게 오랫동안 잃었고 거의 죽일 뻔했어요. 이 헤어짐으로 인해 저는 제 친딸도 알아보지 못했고 그 아이의 생명도 위협할 뻔했어요. 그걸 알고 있어요?” 량천옥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 량일은 그런 비명에 몸을 떨었고 겁에 질려 량천옥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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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4화

고은영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량천옥이 병실 문 앞에서 보온병을 사라에게 건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사라는 약간 난처해 보였다. 량천옥은 사라 얼굴에 묘한 걱정이 떠오른 걸 보고 조금 초조해하며 말했다. “정말, 정말로 독이 없어요!” 그녀는 자신이 그동안 저질렀던 잘못들을 알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배준우의 사람들로 여기서 고은지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그리고 예전의 그녀의 행동이 분명 이들 모두에게 불편을 끼쳤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사람들은 고은지에 대한 그녀의 호의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한다. 그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량천옥은 예전처럼 거만하거나 교만하지 않았다. 사라가 여전히 보온병을 받지 않자 량천옥은 보온병을 열고 자신에게 국물을 조금 따랐다. 그리고 뜨거운 건 신경 쓰지도 않고 급하게 마시며 말했다. “봐요, 제가 먼저 마셨어요. 이제 믿을 수 있죠?” 량천옥은 초조하게 말했다. 사라는 그녀를 한참 동안 응시하다가 결국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믿어줄 수 있는 거죠?” 그녀의 목소리에는 절박함과 고통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이제 정말로 조급해졌다. 그때 고은영이 다가왔다. “사라 씨.” 고은영의 목소리를 듣고 사라는 바로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사모님.” 량천옥은 갑자기 나타난 고은영을 보고 약간 긴장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특히 고은영도 보온병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더욱 조여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람의 걸 가져가세요.” 사라는 잠시 멈칫했다. 그 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고은영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혜나와 사라는 고은지를 돌보며 깊은 정이 생겼고 위험을 감지하면 본능적으로 고은지를 보호하려 했다. 그렇지만 량천옥은 혜나와 사라의 눈에 위험인물 1호로 비쳤다. 고은영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고은영이 그런 의도를 보였기에 사라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량천옥의 보온병을 받아 들고 병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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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5화

량천옥은 배씨 가문과의 모든 일에 대해 완전히 끝을 내었다. 이제 그녀는 고은지에게 보상하고 싶어 했다. 그녀의 이러한 변화는 강성의 모든 이들에게 평화를 가져왔다. 예전의 그녀가 일으킨 큰 파장이 이제는 모두 그녀로 인해 진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강성 상류층 부인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식사 후 티 타임 때 다들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고은지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고은영도 한시름 놓았다. 한편 안지영의 삶은 배씨 가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변화가 생겼다. 안지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나태웅이 왜 자살 시도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손목의 상처는 너무나 깊었다. 그녀는 생각에 너무 빠져들어 안열이 보고서를 그녀 앞에 놓았을 때도 전혀 깨닫지 못했다. 안열은 안지영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서명해주세요.” 그 말에 안지영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서서히 생각을 되돌렸다. 안열이 그녀를 보고 말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하고 계세요?” “나태웅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녀는 계속해서 나태웅이 배씨 가문에서 보낸 그 몇 년을 되새겼다. 그는 날카롭고 똑똑하며 차가운 사람이었다. 배씨 가문에서 봤던 나태웅은 무정무감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감정 때문에 자살하다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감정 이야기를 하자 안지영은 더욱 억울했다. 자기 자신은 나태웅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제 강성 전체에서는 그녀 때문에 나태웅이 자살했다고 떠들고 있었다. ‘이런 소문이 정말 말이 되냐고? 정말 말이 되냐고!’ 안지영이 이런 말을 하자 안열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그녀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안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도 그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냥 이해가 안 가서요.” 안지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태웅이 손목에 그렇게 깊은 상처를 남겼을 때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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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6화

“이 사람들, 약한 사람만 골라서 공격하는 건가?” 안지영은 사람들이 장씨 가문에 대해서는 감히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그녀만을 집요하게 비난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안열은 그녀의 분노 가득한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만약 넷째 도련님과 결혼하면 이제 아무도 논하지 않을 거예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결국 나태웅이 그런 일을 벌인 뒤 모두가 안지영이 장씨 가문에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그녀를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안지영은 씁쓸하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결국은 저희 안씨 가문이 너무 약해서 그런 거네요.” “안씨 가문은 크지만 사람들이 위협을 느낄 만큼 강하지 않죠.” 안열이 진지하게 말했다. 안지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아버지가 언제나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특히 자주 협력하던 사람들과는 아무 흠잡을 데 없이 친절하게 대했고 그런 태도가 사람들에게 오히려 약한 모습으로 비쳤을 수도 있었다. 이제야 안지영은 장씨 가문이 그렇게 강력한 방식으로 자리 잡은 이유를 이해했다. 강하게 나가면 아무도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안지영은 전화를 받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다. 익숙하지 않은 번호였다. 안지영은 손짓으로 안열에게 나가라고 신호를 보냈다. 안열은 알겠다고 하고 바로 방을 나갔다. 안지영은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안지영입니다.” “지금 바로 병원에 와!” 안지영은 순간 얼어붙었다. 전화 너머로 나태웅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전 병원에서 다툰 후로는 아무 연락도 없었는데 왜 갑자기 또 전화한 거지?' 안지영은 혼란스러웠다. “난 안 갈 거야!” 그때 안지영은 나태웅이 자살한 이유를 계속 고민했지만 그게 자신 때문이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태웅에게 가서 진상을 묻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나태웅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이 뒤집어진 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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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7화

5분 후, 안열은 안지영이 이미 전화가 끝났을 거라고 생각하며 사무실로 들어와 사인한 서류를 가져가려던 찰나 그녀가 멍하니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봤다. 안열은 눈썹을 찌푸리며 다가갔다. “또 무슨 일이에요?” “나태웅이 정말 자살하려고 하는 걸가요?” 안지영은 안열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듯했다. 방금 전화에서 들은 말이 나태웅이 한 말이라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나태웅이 그런 말을 했다고? 정말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린다고?’ ‘이건...!’ 분명히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5분 뒤에 전화가 끝나고도 그 일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니. 안지영은 바로 일어나서 휴대폰을 가방에 넣으며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안열이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나가세요?” “나태웅이 자살하려고 해요. 저를 해치려고 해요!” ‘자살? 해치려고? 그 두 가지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 거지?’ 안열은 그녀의 말에 머리가 어지러워졌고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 사이 안지영은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안열은 따라가려 했으나 가방 속에서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이 대표님, 안녕하세요. 걱정 마세요. 다 처리됐습니다.” 방금까지 혼란스러워하던 안열은 이제 완전히 능숙한 직장인처럼 일을 처리했다. 안지영은 회사에서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한 그녀는 건물 아래서 고개를 들어 천천히 살펴보았다. 옥상에서 보일 듯 말 듯 하게 사람 머리가 보이자 그녀는 몸이 굳어졌다. ‘나태웅, 정말 너무 악랄해!’ 그때 병원에서 나온 고은영은 안지영이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 다가갔다. 그녀도 안지영처럼 고개를 들어 옥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고은영을 보고 깜짝 놀라 얼른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 “고은영, 너 뭐야? 걸음 소리도 없이 다가오냐?” “무슨 소리야.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데 안 들려?” 안지영은 가슴을 두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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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8화

고은영은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미쳤어.” 그렇지 않으면 지금 나태웅의 이 모든 행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병원 입구에서 몰래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배준우가 고은영을 데리러 왔다. “아마 진짜 미쳤을 거야. 나였으면 나도 미칠 거 같아.” “너는 왜 미쳐?” 고은영이 이렇게 말하자 안지영은 얼떨떨해졌다. ‘혹시 내가 정말 너무 과하게 한 걸까?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양심이나 도덕적으로 자신을 탓하는 마음이 들었다. “미치지 않을 수 있겠어? 돈도 다 잃고 사람도 잃었잖아.” 그녀도 돈 문제는 인정했다. ‘나태웅에게 정말 많은 돈을 뺏은 건 맞지만 그건 내가 아니야.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감정적으로는 나는 나태웅에게 아무런 희망도 주지 않았어.” “그래서 네 잘못은 아니네. 나태웅 씨가 뭘 제대로 말해줬어야지.” “그렇지. 나태웅이 말해줬으면 내가 장선명 씨에게 손 대지 않았을 거야. 아마 나태웅의 아이도 낳았을지도?” 멀리서 배준우가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안지영은 감정적으로 이렇게 쉬운가?’ 하지만 사실 안지영은 감정에 대해서는 전혀 서투르지 않다. 그녀는 정말 충실한 사람이다. 그녀가 한 말은 사실이었다. 만약 나태웅이 그때 상황을 정확히 말했다면 안지영은 배준우의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애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육범수라든지 배준우라든지, 그때 안지영은 정말 절실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무릎도 꿇었다. 그 무릎이 그녀와 장선명의 후속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녀의 그런 말을 듣고 고은영은 원망의 눈빛을 보냈다. “너 진짜 너무 직설적이잖아.” ‘이렇게 직설적이면 분명 불리할 텐데?’ 한때 고은영도 안지영처럼 직선적인 사람이었지만 배준우와 함께 하며 여러 차례 불리한 일을 겪은 후에 그녀는 말할 때 무엇을 말해야 하고 무엇을 말하지 말아야 할지를 배웠다. “하, 난 그냥 너한테만 얘기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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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9화

안지영은 급히 병원 옥상으로 달려갔다. 이 병원의 옥상은 좀 이상했다. 마지막 세 층에는 엘리베이터가 없고 전부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다. 평소 사무실에서 일만 하던 안지영은 숨이 가빴다. 결국 옥상에 도착했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응?” ‘뛰어내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 그런데 사람은 어디 있지?’ 안지영은 짜증이 났다. ‘이런 사람이 다 있나? 뛰어내린다고 하면 당연히 옥상에서 해야지. 그런데 왜 아무도 없지? 그럼 어디서 뛰어내릴 거라는 거지? 병실 창문에서?’ 이미 지쳐서 머리가 멍한 상태인 안지영은 나태웅이 어디에서 뛰어내리는 게 더 합리적일지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보니 장선명의 번호였다. 그 번호를 보고 안지영은 본능적으로 약간 죄책감을 느꼈지만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선명 씨.” “어디에 있어요?” 전화기 너머에서 장선명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 너머에서도 안지영은 그의 목소리에서 냉기가 느껴졌다. 분명 장선명은 안지영이 병원에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안지영은 원래는 그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싶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거짓말을 하면 오히려 더 큰일 날 것 같았다. “병원에 있어요.” “병원?” 전화 속 목소리가 분명히 더 차가워졌다. “네, 병원 옥상에 있어요!” “옥상에서 뭐 하고 있어요?” 장선명은 안열에게서 안지영이 나태웅 때문에 병원에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엔 좀 화가 났지만 지금 안지영이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걸 들으니 그의 화가 거의 다 풀렸다. 숨기지 않았다는 건 아무 일도 없다는 뜻이었다. 장선명이 그녀에게 옥상에서 뭐 하냐고 물어봤을 때 안지영은 바로 터졌다. 안지영은 마음이 아픈 듯 말하기 시작했다. “이게 다 나태웅 그 개새끼 때문이에요. 그놈이 저한테 전화해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옥상에서 뛰어내린다고 했어요.” 사실 나태웅이 그렇게 말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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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0화

그는 확신했다. 안지영이 정말로 나태웅이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러 간 거라고. 그리고 나태웅은... 그는 이렇게 안지영을 속여서 끌어들였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지영이 그냥 그가 뛰어내릴지 안 뛰어내릴지를 확인하러 갔다는 것에 대해서는 무슨 기분이었을지 잘 모르겠다고 느꼈다. 사실 안지영은 그런 게 아니었다. 물론 그녀도 나태웅이 뛰어내리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속였기 때문에 그녀는 마음속으로 약간의 원망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나태웅에게 뛰어내리지 말라고 설득할 방법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긴장된 준비 끝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바로 놀아난 거 아닌가? 그래도 일이 생기지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두 사람은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장선명은 안지영이 나태웅을 보러 병원에 갔다고 해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알았다. 이 여자, 감정 표현이 서툴고 둔감한 사람이라는걸. 이때 육범수가 장선명의 옆에 있었다. 장선명이 전화를 끊고 계속 웃고 있으니까 육범수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왜 웃고 있는 거야?” “나태웅 때문에. 우리 태현이 형의 동생, 정말 대단하네.” 장선명이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 좀 그만 욕해. 나태웅 요즘 마음 아파 죽을 것 같을걸.” “누구 잘못이야?” 장선명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래, 그렇게 따져보면 결국 이 모든 게 안지영 탓은 아니었다. 육범수가 말을 하려는 찰나 장선명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때 그 사람이 얼마나 사람을 겁먹게 했는지 너는 상상도 못 할 거야.” 그때 안지영이 그를 찾아왔을 때 장선명은 아직도 그날 밤 안지영의 말이 어눌했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 비에 젖은 안지영은 마치 아무런 힘이 없는 작은 아이 같아 보였다. 그동안 그의 곁을 맴돈 많은 여자들 중 대다수는 그저 공허한 속셈을 숨기고 있었지만 그 의도는 너무나 뻔히 보였다. 하지만 안지영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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