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천옥은 배씨 가문과의 모든 일에 대해 완전히 끝을 내었다. 이제 그녀는 고은지에게 보상하고 싶어 했다. 그녀의 이러한 변화는 강성의 모든 이들에게 평화를 가져왔다. 예전의 그녀가 일으킨 큰 파장이 이제는 모두 그녀로 인해 진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강성 상류층 부인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식사 후 티 타임 때 다들 그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고은지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고은영도 한시름 놓았다. 한편 안지영의 삶은 배씨 가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변화가 생겼다. 안지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나태웅이 왜 자살 시도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손목의 상처는 너무나 깊었다. 그녀는 생각에 너무 빠져들어 안열이 보고서를 그녀 앞에 놓았을 때도 전혀 깨닫지 못했다. 안열은 안지영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서명해주세요.” 그 말에 안지영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서서히 생각을 되돌렸다. 안열이 그녀를 보고 말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하고 계세요?” “나태웅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녀는 계속해서 나태웅이 배씨 가문에서 보낸 그 몇 년을 되새겼다. 그는 날카롭고 똑똑하며 차가운 사람이었다. 배씨 가문에서 봤던 나태웅은 무정무감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감정 때문에 자살하다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감정 이야기를 하자 안지영은 더욱 억울했다. 자기 자신은 나태웅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제 강성 전체에서는 그녀 때문에 나태웅이 자살했다고 떠들고 있었다. ‘이런 소문이 정말 말이 되냐고? 정말 말이 되냐고!’ 안지영이 이런 말을 하자 안열은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그녀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안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도 그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냥 이해가 안 가서요.” 안지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태웅이 손목에 그렇게 깊은 상처를 남겼을 때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그녀의
“이 사람들, 약한 사람만 골라서 공격하는 건가?” 안지영은 사람들이 장씨 가문에 대해서는 감히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그녀만을 집요하게 비난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안열은 그녀의 분노 가득한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만약 넷째 도련님과 결혼하면 이제 아무도 논하지 않을 거예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결국 나태웅이 그런 일을 벌인 뒤 모두가 안지영이 장씨 가문에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그녀를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안지영은 씁쓸하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결국은 저희 안씨 가문이 너무 약해서 그런 거네요.” “안씨 가문은 크지만 사람들이 위협을 느낄 만큼 강하지 않죠.” 안열이 진지하게 말했다. 안지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아버지가 언제나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특히 자주 협력하던 사람들과는 아무 흠잡을 데 없이 친절하게 대했고 그런 태도가 사람들에게 오히려 약한 모습으로 비쳤을 수도 있었다. 이제야 안지영은 장씨 가문이 그렇게 강력한 방식으로 자리 잡은 이유를 이해했다. 강하게 나가면 아무도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안지영은 전화를 받기 위해 휴대폰을 꺼냈다. 익숙하지 않은 번호였다. 안지영은 손짓으로 안열에게 나가라고 신호를 보냈다. 안열은 알겠다고 하고 바로 방을 나갔다. 안지영은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안지영입니다.” “지금 바로 병원에 와!” 안지영은 순간 얼어붙었다. 전화 너머로 나태웅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전 병원에서 다툰 후로는 아무 연락도 없었는데 왜 갑자기 또 전화한 거지?' 안지영은 혼란스러웠다. “난 안 갈 거야!” 그때 안지영은 나태웅이 자살한 이유를 계속 고민했지만 그게 자신 때문이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태웅에게 가서 진상을 묻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나태웅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이 뒤집어진 그와
5분 후, 안열은 안지영이 이미 전화가 끝났을 거라고 생각하며 사무실로 들어와 사인한 서류를 가져가려던 찰나 그녀가 멍하니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봤다. 안열은 눈썹을 찌푸리며 다가갔다. “또 무슨 일이에요?” “나태웅이 정말 자살하려고 하는 걸가요?” 안지영은 안열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듯했다. 방금 전화에서 들은 말이 나태웅이 한 말이라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나태웅이 그런 말을 했다고? 정말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린다고?’ ‘이건...!’ 분명히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5분 뒤에 전화가 끝나고도 그 일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니. 안지영은 바로 일어나서 휴대폰을 가방에 넣으며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안열이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나가세요?” “나태웅이 자살하려고 해요. 저를 해치려고 해요!” ‘자살? 해치려고? 그 두 가지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 거지?’ 안열은 그녀의 말에 머리가 어지러워졌고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 사이 안지영은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안열은 따라가려 했으나 가방 속에서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이 대표님, 안녕하세요. 걱정 마세요. 다 처리됐습니다.” 방금까지 혼란스러워하던 안열은 이제 완전히 능숙한 직장인처럼 일을 처리했다. 안지영은 회사에서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한 그녀는 건물 아래서 고개를 들어 천천히 살펴보았다. 옥상에서 보일 듯 말 듯 하게 사람 머리가 보이자 그녀는 몸이 굳어졌다. ‘나태웅, 정말 너무 악랄해!’ 그때 병원에서 나온 고은영은 안지영이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 다가갔다. 그녀도 안지영처럼 고개를 들어 옥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고은영을 보고 깜짝 놀라 얼른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 “고은영, 너 뭐야? 걸음 소리도 없이 다가오냐?” “무슨 소리야.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데 안 들려?” 안지영은 가슴을 두드리
고은영은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미쳤어.” 그렇지 않으면 지금 나태웅의 이 모든 행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병원 입구에서 몰래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배준우가 고은영을 데리러 왔다. “아마 진짜 미쳤을 거야. 나였으면 나도 미칠 거 같아.” “너는 왜 미쳐?” 고은영이 이렇게 말하자 안지영은 얼떨떨해졌다. ‘혹시 내가 정말 너무 과하게 한 걸까?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양심이나 도덕적으로 자신을 탓하는 마음이 들었다. “미치지 않을 수 있겠어? 돈도 다 잃고 사람도 잃었잖아.” 그녀도 돈 문제는 인정했다. ‘나태웅에게 정말 많은 돈을 뺏은 건 맞지만 그건 내가 아니야.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감정적으로는 나는 나태웅에게 아무런 희망도 주지 않았어.” “그래서 네 잘못은 아니네. 나태웅 씨가 뭘 제대로 말해줬어야지.” “그렇지. 나태웅이 말해줬으면 내가 장선명 씨에게 손 대지 않았을 거야. 아마 나태웅의 아이도 낳았을지도?” 멀리서 배준우가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안지영은 감정적으로 이렇게 쉬운가?’ 하지만 사실 안지영은 감정에 대해서는 전혀 서투르지 않다. 그녀는 정말 충실한 사람이다. 그녀가 한 말은 사실이었다. 만약 나태웅이 그때 상황을 정확히 말했다면 안지영은 배준우의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애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육범수라든지 배준우라든지, 그때 안지영은 정말 절실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무릎도 꿇었다. 그 무릎이 그녀와 장선명의 후속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녀의 그런 말을 듣고 고은영은 원망의 눈빛을 보냈다. “너 진짜 너무 직설적이잖아.” ‘이렇게 직설적이면 분명 불리할 텐데?’ 한때 고은영도 안지영처럼 직선적인 사람이었지만 배준우와 함께 하며 여러 차례 불리한 일을 겪은 후에 그녀는 말할 때 무엇을 말해야 하고 무엇을 말하지 말아야 할지를 배웠다. “하, 난 그냥 너한테만 얘기하는 거잖아.
안지영은 급히 병원 옥상으로 달려갔다. 이 병원의 옥상은 좀 이상했다. 마지막 세 층에는 엘리베이터가 없고 전부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다. 평소 사무실에서 일만 하던 안지영은 숨이 가빴다. 결국 옥상에 도착했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응?” ‘뛰어내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 그런데 사람은 어디 있지?’ 안지영은 짜증이 났다. ‘이런 사람이 다 있나? 뛰어내린다고 하면 당연히 옥상에서 해야지. 그런데 왜 아무도 없지? 그럼 어디서 뛰어내릴 거라는 거지? 병실 창문에서?’ 이미 지쳐서 머리가 멍한 상태인 안지영은 나태웅이 어디에서 뛰어내리는 게 더 합리적일지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보니 장선명의 번호였다. 그 번호를 보고 안지영은 본능적으로 약간 죄책감을 느꼈지만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선명 씨.” “어디에 있어요?” 전화기 너머에서 장선명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 너머에서도 안지영은 그의 목소리에서 냉기가 느껴졌다. 분명 장선명은 안지영이 병원에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안지영은 원래는 그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싶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거짓말을 하면 오히려 더 큰일 날 것 같았다. “병원에 있어요.” “병원?” 전화 속 목소리가 분명히 더 차가워졌다. “네, 병원 옥상에 있어요!” “옥상에서 뭐 하고 있어요?” 장선명은 안열에게서 안지영이 나태웅 때문에 병원에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엔 좀 화가 났지만 지금 안지영이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걸 들으니 그의 화가 거의 다 풀렸다. 숨기지 않았다는 건 아무 일도 없다는 뜻이었다. 장선명이 그녀에게 옥상에서 뭐 하냐고 물어봤을 때 안지영은 바로 터졌다. 안지영은 마음이 아픈 듯 말하기 시작했다. “이게 다 나태웅 그 개새끼 때문이에요. 그놈이 저한테 전화해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옥상에서 뛰어내린다고 했어요.” 사실 나태웅이 그렇게 말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이제
그는 확신했다. 안지영이 정말로 나태웅이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러 간 거라고. 그리고 나태웅은... 그는 이렇게 안지영을 속여서 끌어들였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지영이 그냥 그가 뛰어내릴지 안 뛰어내릴지를 확인하러 갔다는 것에 대해서는 무슨 기분이었을지 잘 모르겠다고 느꼈다. 사실 안지영은 그런 게 아니었다. 물론 그녀도 나태웅이 뛰어내리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속였기 때문에 그녀는 마음속으로 약간의 원망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나태웅에게 뛰어내리지 말라고 설득할 방법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긴장된 준비 끝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바로 놀아난 거 아닌가? 그래도 일이 생기지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두 사람은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장선명은 안지영이 나태웅을 보러 병원에 갔다고 해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알았다. 이 여자, 감정 표현이 서툴고 둔감한 사람이라는걸. 이때 육범수가 장선명의 옆에 있었다. 장선명이 전화를 끊고 계속 웃고 있으니까 육범수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왜 웃고 있는 거야?” “나태웅 때문에. 우리 태현이 형의 동생, 정말 대단하네.” 장선명이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 좀 그만 욕해. 나태웅 요즘 마음 아파 죽을 것 같을걸.” “누구 잘못이야?” 장선명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래, 그렇게 따져보면 결국 이 모든 게 안지영 탓은 아니었다. 육범수가 말을 하려는 찰나 장선명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때 그 사람이 얼마나 사람을 겁먹게 했는지 너는 상상도 못 할 거야.” 그때 안지영이 그를 찾아왔을 때 장선명은 아직도 그날 밤 안지영의 말이 어눌했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 비에 젖은 안지영은 마치 아무런 힘이 없는 작은 아이 같아 보였다. 그동안 그의 곁을 맴돈 많은 여자들 중 대다수는 그저 공허한 속셈을 숨기고 있었지만 그 의도는 너무나 뻔히 보였다. 하지만 안지영만큼은
동영 그룹에서 일할 때 안지영은 영업부에 소속되어 있어 매일 여러 곳을 돌아야 했다. 비록 그녀가 안씨 가문에서 유일한 딸이지만 동영 그룹에서 공부하던 시절 안진섭은 그녀에게 매우 엄격했다. 그래서 그녀는 돈을 아껴야 했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차를 거의 사용할 수 없었다. 그때 그녀의 체력이 정말 좋았는데 하늘 그룹으로 돌아온 지 며칠 만에 체력이 이렇게 떨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안지영은 안 그래도 참고 있었는데 나태웅이 이런 말투로 자신에게 말을 하는 것에 격분하면서 바로 폭발했다. “네가 신경 쓸 일 아냐! 너 미쳤어? 뛰어내린다면서? 여기가 뛰어내리는 곳이야?” 물을 따르고 있던 진이훈은 할 말을 잃었다. 안지영의 불평과 원망 섞인 목소리를 듣고 둘 다 얼어붙었다. 그녀의 말을 들어 보니 나태웅이 오늘 뛰어내리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것 같았다. 진이훈은 깜짝 놀랐다. “안지영 씨, 진정 좀 해주세요.” 진이훈은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진이훈은 나태웅의 손목에 있는 상처가 안지영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기 보스를 미쳤다고 여겼다. 한 여자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으려고 한다니. 그런데 이렇게 나쁜 상황에서 왜 더 자극을 주는 거지? “진정? 제가 왜 진정해야 해요? 저는 충분히 진정하고 있는 거예요! 나태웅, 너 진짜 개새끼라고 생각해!” 그녀는 진정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도저히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정말 최대한 참아가며 말하고 있었다. 진이훈은 입술을 움찔하며 재빨리 다가갔다. “안지영 씨, 우리 잠깐 나가서 이야기할까요?” “이거 놔요!” “저와 잠깐만 이야기 좀 합시다.” 진이훈은 그녀를 잡고 말했다. 머리에 문제가 생긴 사람을 자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진짜 이러는 게 맞나 싶었다. 게다가 이 사람이 미친 이유가 그녀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이훈이 계속해서 눈치를 주자 안지영은 겨우 이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자신이 아까처럼 힘들게 뛰어오느라 지친 걸 떠올리며 여전
하지만 나태웅의 머리가 이상해졌을 가능성을 생각하니 안지영은 명확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깊은숨을 들이쉬며 가슴속의 답답함을 억누르며 말했다. “괜찮은 거지?” “넌 어떻게 생각해?” “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어차피 너는...” 뭐라고 해야 할까? 안지영은 본능적으로 전에 동영 그룹 시절을 떠올리려 했지만 지금 나태웅의 머리가 이상해졌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말을 입 밖으로 내기 전에 바로 멈췄다. 옛일들을 꺼내는 건 그 사람을 미치게 만들 것이라는 걸 알았다. 진짜 이 상황은 너무 어렵다. 나태웅은 그녀의 말을 듣고 차갑게 쏘아보았다. “나는 뭐지?” 차갑고 무자비하며 날카로우면서도 예리했다. 그건 그녀가 동영 그룹에서 나태웅을 볼 때 내린 평가였다. 안지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전화한 이유가 뭐지?” 그녀는 가슴속에 쌓인 분노를 더 이상 표현할 수 없었다. 이 답답한 기분은 정말 끔찍하다. 나태웅은 그녀를 다시 차갑게 쏘아보았다. 그 눈빛은 깊고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알 수 없었다. “만약 이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면 내가 돈을 돌려줄까?” 그녀는 매우 조심스러워하며 의견을 묻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돌려준다고?”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좀 더 너그럽게 생각해. 사실 그때 당신이 나를 그렇게 속이지 않았으면 나도 당신을 속이지 않았을 거야.” 분명히 그의 잘못이었는데 이 사람은 전혀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었다. ‘정말 못 해먹겠다.' 그 생각에 안지영은 마음속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지만 그 불만을 표출할 수 없었다. 그녀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나태웅은 차갑게 웃었다. “내가 너에게 전화한 이유가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냐? 혹은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게 다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냐?” 두 번의 질문에 안지영은 멍해졌다. 그녀는 어리둥절하게 나태웅을 바라보았다. “돈 때문 아니야?” 그렇다면 진짜 감정 때문일까? 감정이라면...! 이제 안지영
나태웅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한 번 바라봤다. “여기 왜 온 거야?” 비록 감정을 억누른 듯한 목소리였지만 옆에 있던 진이훈조차 그의 불만이 섞인 말투를 알아챌 수 있었다. 나태웅의 물음에 하주원은 금세 얼굴에 억울함이 가득 차올랐다. 이내 울먹이며 말했다. “내가 해외에 있는 동안 안지영이 오빠의 감정을 짓밟았다는 얘기를 들었어.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아팠고 오빠를 대신해 정의를 되찾으러 온 거야.” 말투와 표정 모두 그럴듯했다. 하지만 옆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진이훈은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 ‘마음이 아프다니, 정의를 되찾겠다니? 그게 아니라 안지영을 적대시하고 일부러 괴롭히려고 온 거겠지. 정의를 운운하며 나태웅을 돕는다니 말도 안 돼.' 나태웅의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앞으로는 여기 오지 마.” “응, 오빠 말 들을게.” 하주원은 나태웅 앞에서 완전히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며 착한 아이로 변했다. 그녀의 이런 모습에 나태웅도 마음 한구석에 쌓였던 울분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그는 다시 진이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여자한테 전해. 사흘 안에 사과하지 않으면 하늘 그룹은 강성에서 사라질 거라고.” ‘뭐라고? 안 대표님이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방금 전 구이준에게 두들겨 맞은 것을 떠올리며 진이훈은 온몸이 다시 풀리는 것 같았다. ‘이 타이밍에 가서 안지영 씨를 찾으라고? 그럼 이번엔 구이준뿐 아니라 장선명 씨한테도 맞는 거 아냐?’ 진이훈은 속으로 울고 싶었다. “근데 왜 꼭 안 대표님이 사과를 해야 하는 거죠?” ‘지금까지 저질렀던 일들은 다 안지영 씨와 화해하려고 한 거 아니었어? 그런데 이건 화해를 포기하겠다는 건가?’ 그의 의문에 나태웅은 바보를 보듯 그를 흘겨보더니 하주원을 향해 말했다. “가자. 병원에 데려다줄게.” “좋아.” 병원에 데려다준다는 말을 들은 하주원의 얼굴은 금세 환해졌다. 그녀의 손목은 진짜 너무 아팠다. ‘그 못된 안지영, 그리고 안열 때문에 지금 내
원래는 기고만장했던 하주원이었지만 지금 안열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겁에 질려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손목을 빼내려고 했지만 안열의 손은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너 당장 놔!” 고통에 찬 하주원은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 방금까지 안열을 비서라고 무시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두려운 눈빛을 본 안열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집에 돌아가서 네 아버지에게 말해. 오늘 네 딸은 안열이라는 여자에게 맞아서 이렇게 됐다고.” “너!” “그리고 네가 안지영에 대해 한 마디라도 입에 올린다면 네 이 손목은 완전히 잘려 나갈 줄 알아.” 하주원은 경악하며 더듬거렸다. “너, 너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 안열은 차분히 대답했다. “협박이 아니라 경고야. 이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말해주는 것뿐이지.” 하주원은 그녀의 차가운 눈빛에 온몸이 떨려왔다. 안열은 그런 하주원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알겠어? 확실히 기억했으면 대답해.” 그 순간, 나태웅이 나섰다. 그는 안열의 손목을 잡아 제지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해. 이제 충분하지 않아?” 안열은 그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손목을 빼냈다. 지금 이 순간, 안지영의 눈빛은 엄청 차가워졌다. 하주원은 안열을 노려보고 억울하다는 듯이 나태웅에게 매달렸다. “사촌 오빠, 저 너무 아파요!” 나태웅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며 안열을 향한 적대감이 뚜렷해졌다. “안열, 네가 정말 내가 널 못 건드릴 거라고 생각해?” 안열은 비웃으며 대꾸했다. “물론 건드릴 수야 있겠죠. 하지만 저를 어떻게 할 건데요?” 그녀의 태도는 전혀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당당해 보였다. ‘이 여자가 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을 얻은 거야? 감히 사촌 오빠한테 이런 말을 하다니!’ 두 사람이 할 말을 잃자 안열은 비웃으며 말했다. “할 수 있는 것과 하는 건 두 가지 일입니다. 나 대표님, 제 말이 틀리나요?” “
‘사과? 하주원에게 사과를 하라고?’ 이제야 그녀는 진이훈이 왜 맞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원래 장선명의 주먹은 나태웅을 겨냥한 것이었다. 진이훈을 때린 것은 분명 그들에게 경고하는 의미였다. 이 일을 더 물고 늘어진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말이다. 하지만 나태웅은 이런 경고를 정말로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이해하고도 무시한 것인지 여전히 끈질기게 얽매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하주원은 나태웅이 자신을 위해 정의를 주장하며 나서는 모습을 보고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그녀는 안열을 향해 도발적으로 말했다. “못 들었어? 빨리 너희 안 대표님을 불러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 ‘무릎 꿇고 사과하라니?’ 진이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지금 당장이라도 하주원에게 무릎을 꿇고 말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 여자가 도대체 안지영이 어떤 사람인지나 알고 이런 소리를 하는 건가? 확실한 것은 하나였다. 오늘 일을 계기로 안지영과 나태웅 사이의 관계는 영원히 끝났다는 것이다. 진이훈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태웅이 안지영에게 사과를 요구하다니, 이 사람 머릿속엔 도대체 뭐가 들었지?’ 그는 속으로 미칠 지경이었다. 나태웅은 안지영 때문에 심리 상담까지 받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이건 그야말로 안지영을 완전히 떠밀어내는 꼴 아닌가. 진이훈은 숨이 턱 막혔다. 안열은 하주원의 말을 듣고 마치 우스운 소리라도 들은 듯이 되물었다. “당신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물론이지! 당장 불러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면 이 일은 여기서 끝낼게.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으려고요?” 하주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열이 차갑게 말을 끊었다. 하주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안열은 냉소를 지으며 앞으로 한발 다가섰다. 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경멸과 혐오가 서려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하주원의 얼굴을 내리쳤다. ‘찰싹!’ 날카로운
모두가 안지영이 흉터라는 한마디를 듣고 자리를 떠나버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에 얼마나 심각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걸까? 그녀가 이렇게 떠나는 게 정말 적절한가? 하지만 적절하든 말든 안지영은 결국 떠났다. 그녀는 나태웅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을 안고 떠난 것이었다. 몇 년을 알고 지냈던 사람인데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나태웅이 이렇게까지 판단력이 흐린 사람일 줄이야. 방금 그는 상황을 묻지도 않고 그녀더러 하주원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했다. 다행히도 지금 결혼을 논의 중인 사람이 나태웅이 아니었다. 만약 나태웅이였다면 그녀는 그야말로 울분이 터졌을 것이다. 이번 일을 겪고 안지영은 나태웅이란 사람을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면 오늘 같은 상황에서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이훈은 구이준에게 한 대 얻어맞고 결국 입을 다물었다. 나태웅은 진지한 눈빛으로 장선명을 보며 말했다. “이게 장씨 넷째 도련님이 일 처리하는 방식입니까?” 장선명은 차가운 미소를 날리며 답했다. “제 방식은 이거예요. 마음에 안 들면 당신 방식대로 해 봐요. 근데 별로 좋지도 않은 것 같던데. 안지영 씨가 이 정체불명의 여자한테 사과해야 한다고요? 저 여자가 그럴 자격이라도 있나요?” 방금 나태웅이 벌인 일 때문에 안지영이 참을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장선명조차도 참을 수 없었다. 남자라면 자기 여자가 억울한 일을 겪게 놔두면 안 된다. 그제야 장선명은 안지영이 왜 그때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는지 이해했다. 그녀 주변에는 자기를 물어뜯는 개 같은 사람들이 득실거렸다. 나태웅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럼 장씨 넷째 도련님은 아직 내 방식이 뭔지 모르는 것 같군요.” 이때 안열이 장선명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나태웅을 한 번 보더니 경고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은 이 상황에서 한마디라도 더 하면 오늘 이 싸움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암시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크
안지영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하주원을 때리는 것뿐만 아니라 나태웅에게 달려가서 바로 그의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장선명은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지영 씨!” 안지영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저 자식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지 봐요!” “일단 지영 씨 먼저 사무실로 가요.” 장선명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분명 위협이 묻어 있었다. 이 순간, 장선명은 나태웅의 행동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태웅이 여기서 안지영 씨에게 사과하라고 한다고?’ 오늘 이 일은 절대로 안지영의 잘못이 아니었다. 설령 안지영에게 잘못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녀가 사과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저 자식을 찢어버릴 거예요!” 지금 그녀는 이성을 잃었고 진짜로 나태웅을 찢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녀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온 걸 보면 이 순간의 안지영은 행동으로 옮기고 싶다는 마음이 확고해졌다. 장선명은 그녀의 얼굴에 난 상처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그의 손이 닿자 안지영은 느껴지는 통증에 소리쳤다. “아, 아파요!” “약 안 바르면 진짜 흉터 남을 거예요.” 장선명은 부드럽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안지영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 ‘나씨 가문 사람들은 진짜 미쳤어! 확실히 다들 미쳤어!’ 그녀는 아직도 나태웅을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얼굴이 흉지게 될 걸 생각하니 결국 약을 바르러 가기로 했다. “그럼 여기 처리 좀 해줘요.” 안지영은 장선명에게 말했다. 장선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요. 지영 씨가 만족하게끔 처리할게요!” 그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진이훈은 몸을 움츠렸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안지영은 장선명이 어떤 방법을 쓸지 상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화가 난 그녀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는 문 앞까지 이르렀을 때 갑자기 진이훈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안지영 씨!” “구이준.” 진이훈이 말을 꺼
하지만 나태웅은 떠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하주원의 처참한 모습을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낀 하주원은 바로 눈물을 훔쳤다. 방금 안지영과 싸울 때의 사나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아주 연약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태웅은 그녀를 한번 쓱 보더니 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안지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과해.” 차갑게 뱉은 세 글자가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녀의 입가가 떨렸다. ‘사과? 누가 누구한테 사과하라고?’ 안지영은 잠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진이훈은 나태웅의 의도가 무엇인지 금세 눈치챘다. “나 대표님, 설마...” 진이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나태웅을 바라봤다. 그러자 나태웅은 더욱 냉랭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사과하라고.” 안지영이 움직이지 않자 그의 말투는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제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의 말의 뜻을 알아챘다. 그는 안지영더러 하주원에게 사과하라는 것이었다. 하주원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안지영을 바라보며 승자의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안지영의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 “야, 정말 병 걸렸다고 이러기야? 어?” 그녀는 나태웅이 병을 앓고 있는 걸 알기에 이곳에서 일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라니 나를 더 화나게 만들려고 작정한 걸까?’ 안지영은 참을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태웅을 조각조각 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앞으로 나가려는 순간 진이훈이 한 걸음 나섰다. “안지영 씨, 대표님께서는 그냥 이번 일은 사과하고 지나가길 바라고 계십니다.” “그럼 내가 사과 안 하면? 나를 때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안지영은 화가 나서 크게 소리쳤다. 그녀는 마음 한구석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나태웅의 마음을 깨달은 후에도 자신의 결정을 고수할 수 있는 자신이 대견했다. 그녀는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녀와 그의
진이훈은 왕 비서가 장선명에게 극진히 대하는 모습을 보며 나태웅의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이제 안지영의 회사는 분명 장선명을 사위로 인정한 모양이다. 나태웅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너무나도 분명해 보였다. 그 모습에 진이훈은 나태웅이 얼마나 억울할지 마음이 아팠다. 이 기간 동안 나태웅은 무엇을 했던 걸까? 장선명은 비밀스럽게 모두의 인정과 신뢰를 얻었는데 말이다. 두 사람은 한 걸음 한 걸음 접대실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안지영과 하주원이 이미 사람들에 의해 떨어져 있었지만 두 사람의 모습만 봐도 그 싸움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주원은 나태웅이 오자 억울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다. “이제야 왔네, 사촌 오빠! 이 여자가 나를 죽여버릴 뻔했어!” 안지영은 그 말을 듣고 비웃고 싶었다. ‘이 여자가 먼저 고자질이라니!’ 나태웅은 차가운 눈빛으로 안지영을 노려보았다. ‘저 눈빛은 뭐지? 내가 하주원에게 손을 댔다고 저러나? 나태웅은 진짜로 하주원의 말을 믿는 건가?’ 하주원은 여전히 울면서 말했다. 안지영은 장선명을 보자 화가 올라와 자신도 다가가 말했다. “드디어 왔네요. 저 짐승이 갑자기 쳐들어 오더니 날 때리고 할퀴었다니까요.” ‘고자질? 누군 못하는 줄 알고?’ 그녀들은 마치 학교에서 싸운 초등학생 같았다. 싸워서 이기지 못하니 부모님을 불러오는 초등학생 말이다. 나태웅은 안지영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장선명에게 고자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하주원은 계속해서 울며 얘기했다. “정말 너무 잔인했어! 내 머리카락까지 다 뽑아갔어!” 안지영도 대꾸했다. “제 얼굴도 할퀴어서 흉터 생긴 것 같아요!” 진이훈은 무슨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선명의 비서 역시 아무 말 없이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 두 명의 아가씨들이 이렇게 서로 고발하는 걸 보니 혹시 두 대표가 직접 손을 쓰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나태웅의 기운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위험해
안열은 안지영과 함께한 시간 동안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매우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다. 이전에 안지영의 아버지 안진섭이 의식을 잃었을 때 회사는 안팎으로 위기였다. 그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싶었겠는가. 게다가 안진섭의 결혼식 때는 하늘 그룹을 삼키려 했다. 그때도 그녀는 참을성을 가지고 침착하게 상황을 관리했다. ‘그런데 지금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는데 왜 갑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일까?’ 왕 비서가 말했다. “하주원이라는 여자와 싸웠습니다.” “하주원, 그게 누구예요?” 안열은 이마를 찡그리며 물었다. 안지영과 함께한 시간 동안 한 번도 하주원이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왕 비서는 조금 급하게 말을 이었다. “나 대표님의 사촌 여동생이에요!” 듣고 보니 그 여자가 바로 나태웅의 사촌 여동생이라니, 안열은 순간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그녀는 다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안 대표님 다치지 않게 해요. 제가 바로 돌아갈게요.” “알겠습니다.” 안열은 전화를 끊었다. 그때, 나태웅이 하주원이라는 이름을 듣고 얼굴색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안열이 돌아보았을 때 나태웅은 얼굴이 굳어 있었다. 원래는 나태웅이 안열에게 해명을 요구하려던 차였는데 상황은 이제 완전히 바뀌었다. 안열이 날카롭게 물었다. “나 대표님, 이제 당신은 제게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셔야겠죠? 왜 당신의 사촌 여동생이 안 대표님에게 손을 댔죠?” 그런데 나태웅은 병상에서 일어나더니 아무 말 없이 병원복을 입은 채로 그대로 병실을 나갔다. 안열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그가 자신을 무시하고 떠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사람, 정말 나를 무시하는 건가? 설명을 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이제는 해명을 해줘야 할 차례 아닐까? 그런데 딱 이 시점에 가서 얼굴을 찌푸리며 떠나버리다니. 대체 이 사람 지금 이게 무슨 태도지?’ 그때 진이훈이 뒤따라 나섰다. 안열이
두 여자가 마치 맹수처럼 서로 얽혀 싸우고 있었다. 안지영은 화가 나서 말했다. “내가 네 얼굴을 찢어버려야지! 도대체 누가 너더러 감히 나한테 와서 이러라고 했어!” 그녀가 나태웅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요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인데 그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귀찮게 다가온 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하주원은 기가 막힌 듯 대답했다. “너 같은 년, 너는 양심도 없잖아! 나는 경고하는 거야, 내 사촌한테 가까이 가지 마! 그 사람는 네가 손댈 사람이 아니야!” “그럼 네가 사람을 멀리 데려가던지! 그 병을 나한테 옮기지 말고!” “너 같은 년은 정말로!” “너야말로, 너희 가족 전부가 다 미쳤어!” 안지영은 거침없이 맞받아쳤다. 하주원은 하늘 그룹의 계승자가 이렇게 무례하고 난폭한 여자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원래 안지영에게 경고만 하려 했고 안지영이 어떻게든 체면을 차리고 자신에게 이제부터는 나태웅과 연락하지 않겠다며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지영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회사에서 이렇게 자신과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모습에 그녀는 당황했다. “아, 너 그만 놔!” 하주원은 머리가 당겨져서 아팠다. 안지영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 방금 나 때리겠다고 하지 않았어? 때려 봐! 나 때려봐!” 하주원은 말없이 그녀를 노려보았고 비서도 말없이 이 광경을 보고는 급히 사람들을 데려와서 둘을 떼어놓으려고 했다. 한편, 그녀는 급히 안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 안열은 여전히 병원에 있었다. 병실 안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이상하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진이훈은 나태웅을 한번 보고 다시 안열을 바라보았다. 그는 안열이 이곳에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며 더 놀라운 건 그녀가 보스에게 손을 대었다는 점이었다. ‘도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나태웅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안열을 마치 찢어버릴 듯이 차갑고 위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손을 댄 안열은 점차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