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지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고은영은 창백한 고은지의 얼굴을 보며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서 의사가 관련 검사를 마치고 나오자 고은영은 병실 문 앞에서 도우미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어떤 이유로든 이제 다시는 량천옥이 이 병실에 들어오게 하지 마세요.” 비록 지금은 량천옥이 제어되고 있었지만 그 여자의 입이 워낙 독설로 가득 차 있었기에 몰래 고은지에게 무슨 소리를 할지 알 수 없었다. 사라는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걱정 마세요, 사모님. 이제 절대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처음에는 량천옥이 고은지에게 특별히 해를 끼치지만 않으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여자가 그런 악랄한 일을 저지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고은영은 사라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그 여자가 다시는 병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라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 의사는 고은영이 량천옥을 이렇게 철저히 경계하는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배 사모님, 잠시 제 사무실로 와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의사를 따라 사무실로 향했다. 서 의사는 그녀를 바라보며 검은 테 안경을 벗고 차분히 말했다. “사실 굳이 그렇게까지 량 여사님을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량 여사님도 이제 마음을 다잡았고 고은지 양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겁니다.” 서 의사는 선량한 사람이었다. 이전에 량천옥이 많은 돈으로 그를 매수하려 했을 때도 그는 조금도 타협하지 않았다. 본성이 착했던 그는 사람을 너무 나쁘게 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은영은 량천옥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서 의사가 아무리 그녀를 믿는다고 해도 고은영은 믿을 수 없었다. 서 의사의 설득에도 그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서 의사님, 저를 설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량천옥을 경계하는 것이 해가 될 리는
Last Updated : 2024-11-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