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Chapter 1091 - Chapter 1100

1198 Chapters

제1091화

그 말을 듣고서야 나태현은 고은영이 배준우의 아내일 뿐만 아니라 진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지금 진씨 가문의 어른들이 고은영을 대하는 태도가 아리송하긴 하지만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은 여동생을 많이 아꼈다.두 사람이 고은영을 아끼는 바람에 강성에서 가장 지위가 있던 양녀 진유경의 지위가 뚝 떨어지고 말았다.진정훈의 말에 나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한번 해볼래요?”“그래.”진정훈은 휴대전화를 꺼내 량천옥에게 전화를 걸었다.나태현은 진정훈이 다른 사람에게 시켜서 량천옥을 해결하거나 진윤에게 부탁할 줄 알았는데 바로 량천옥에게 연락했다.휴대전화 너머로 량천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정훈 씨.”목소리가 어찌나 힘이 없는지 병원에서 기고만장하던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 지금 그저 겉으로만 강한 척할 뿐이었다.진정훈이 말했다.“배윤 지금 태현이 손에 있어요. 당신 같은 엄마가 있어서 배윤 앞으로도 편히 살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당신 같은 여자가 있어서 내 동생도 편히 지내지 못하고요.”그는 량천옥 때문에 혼란해진 이 상황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량천옥은 진정훈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다.“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무슨 말이냐 묻는 게 아니라 지금 뭐 하려는 건지 물어봐야죠.”“대체 뭘 어쩌겠다는 거예요?”량천옥이 뜻밖에도 그의 말을 따랐다. 그런데 그 질문을 할 때 량천옥의 말투가 무척이나 불안정했다.진정훈이 코웃음을 쳤다.“많은 사람한테 피해를 줬으니 당신이 편하게 살게 내버려 둬선 안 되죠. 당신 아들을 위해서 내가 여자 열 명을 준비했어요.”옆에서 담배를 피우던 나태현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어이가 없었다.‘방법이라는 게 이거야?’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진정훈이 그 뒤에 한 얘기가 바로 중점이었다.“내가 검사해 봤는데 여자들이 다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었어요. 가장 심각한 애는 에이즈에 걸렸더라고요.”“진정훈 씨, 당신...”“여사님, 계속 이상한 짓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6
Read more

제1092화

량천옥이 두 눈을 감고 물었다.“수술 언제 하면 되죠?”진정훈이 대답했다.“기다려요. 기다리는 동안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 아들한테 무슨 일이 있을지 장담 못 해요.”그러고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량천옥은 부들부들 떨면서 두 눈을 감았다. 옆에 있던 량일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진정훈이 널 협박했어?”“그 아이에 관한 단서를 찾았대요.”량천옥이 가슴을 치며 말했다. 이제 더는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요 며칠 량일도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텼다. 이젠 진정훈마저 량천옥을 협박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량천옥이 안타깝긴 했지만 동시에 분노도 밀려왔다.‘대체 무슨 자격으로 내 딸을 협박하는 건데?’량일은 량천옥을 걱정했다. 예쁘게 키운 딸이 이런 일을 당했는데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그녀는 두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고은지한테 골수 기증해달라고? 그럼 그냥 기증해. 네 골수를 이식받고 살 수 있을지 보자고.”량일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말투에 원한이 가득했다.‘고은지 하나 때문에 우리 딸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고은지를 살리겠다, 이거지? 절대 살려두지 않아.’량천옥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량일을 쳐다보았다.“엄마, 그게 무슨 뜻이에요?”‘조금 전까지 참으라고 한 거 아니었어?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윤이를 해치지 말라더니 지금 이건...’량일이 량천옥을 보며 말했다.“그 사람들이랑 정면으로 맞설 수 없다면 뒤에서 움직여야지.”진정훈과의 통화 후에 량천옥은 타협을 택했지만 량일의 분노를 일으키고 말았다. 외손자와 외손녀도 중요하긴 했으나 그래도 량일이 가장 아끼는 건 딸 량천옥이었다.량천옥이 여러 번이나 위협을 받는 모습을 보더니 그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내일 먼저 병원 가서 검사받아.”“네?”“서 의사더러 수술할 수 있는지 직접 검사하라고 해.”“그건 수술 전에 받는 검사 아니에요?”량천옥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량일이 말했다.“맞아. 미리 검사하는 건 규정에 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6
Read more

제1093화

량천옥이 생각을 바꿔서 서 의사는 마음이 흐뭇했다.그동안 량천옥이 미친 듯이 날뛰고 히스테릭하게 울부짖는 모습을 보면서 서 의사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재벌 집이 여자에게 그렇게나 중요하단 말인가? 심지어 자식의 목숨보다도 더?그런데 이젠 량천옥이 골수를 기증하겠다고 했으니 모든 게 천천히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서 의사의 말을 들은 량천옥이 싸늘하게 말했다.“감정은 무슨. 얼른 검사나 해줘요.”고은지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냉랭하기만 했다.서 의사도 량천옥의 마음이 이해가 되긴 했다. 어쨌거나 량천옥의 삶도 지금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었으니까.지금까지 재벌 사모님으로 누리면서 살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으니 속이 말이 아닐 것이다. 하여 자식에게 무관심한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알았어요. 바로 준비할게요. 그런데 은지 씨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일주일 정도 지나야 수술이 가능할 것 같아요.”게다가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한 상황이라 일주일 후에 수술할 수 있을지도 문제였다.그러나 량천옥이 더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만 해도 고은지에게는 좋은 일이었다.그가 하는 말에 관심이 없었던 량천옥은 입을 꾹 다물었다.고씨 두 자매에 불만이 많아 서 의사가 무슨 말을 해도 그저 환자에 대한 연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원한에 눈이 멀어 다른 건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검사받고 입원한 후에는 병원에서 주는 음식을 먹어야 해요. 너무 찬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선 안 되고 약도 함부로 먹으면 안 돼요.”“신경 쓸 게 그렇게 많아요?”량천옥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묻자 서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만 량천옥 씨랑 환자한테 다 좋아요. 이식 수술은 큰 수술이라서요.”량천옥의 두 눈이 어두워지더니 그제야 어머니의 뜻을 알 것 같았다.‘그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나태현에게 협박을 받아서 반격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젠 량천옥이 수술을 동의한다고 해도 고은지가 살 수 있을지는 하늘의 뜻에 달렸다.“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7
Read more

제1094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물고 뜯고 싸우던 사람끼리 갑자기 이러니 적응이 되질 않았다.배준우가 대꾸하지 않자 진정훈이 다가와 또 말했다.“은영이 거 사면서 매제 것도 사 왔어요.”“내 것도요?”진정훈은 놀란 배준우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당연히 사 왔죠.”여동생이 아직 완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기에 매제의 태도도 아주 중요했다. 이런 세상 물정 정도는 진정훈도 알고 있었다.고은영은 고은지 때문에 마음이 심란했기에 그들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고은지의 일도 언젠가는 끝을 맺을 거라고 생각했다.고은지의 수술이 끝난 후 마주해야 하는 일들은 마주해야 했다.진정훈은 고은영이 혹시라도 다른 마음을 먹을까 봐 걱정이었다. 하여 그 일을 마주하기 전에 주변 사람부터 매수하려 했다. 그렇게 되면 여동생이 돌아올 때 훨씬 쉬워질 테니까.배준우가 피식 웃었다.“식사했어요?”진정훈의 방법이 효과가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진정훈은 아주 손쉽게 해결했다.전에 고은영이 진씨 가문 사람들이 머리가 좋지 않아서 그녀도 똑똑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은 틀렸다. 아무리 유전이라고 해도 절대적인 건 없으니까.고은영과 진호영은 별로 똑똑하지 않았지만 진윤과 진정훈의 아이큐는 높았다. 특히 진윤은 항상 영특했고 진정훈은 가끔 사차원적인 모습을 보였다.배준우가 말을 건네자 진정훈이 헤벌쭉 웃었다.“아니요.”매제와 단둘이 식사하긴 했어도 여동생과 더 가까워진 거나 다름없었다.고은영이 앉았던 자리에 앉으니 기분도 다른 것 같았다.배준우는 애처럼 좋아하는 진정훈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멍청한 것.’진정훈은 배준우의 달라진 눈빛을 알아채지 못하고 물었다.“은영이 어제 집에 왔을 때 어땠어요?”‘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해줬으니 좀 편해졌겠지?’배준우는 그가 갑자기 왜 이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고은영이 그 집 식구들을 인정하는 것에만 급급하다고 생각했다.‘조금 전까지 진정훈이 머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7
Read more

제1095화

진정훈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뭐라고요?”그는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아니, 진유경이 고의 방화라서 죄가 얼마나 큰데 어떻게 나와?’배준우가 말했다.“믿지 못하겠다는 거예요?”“아니, 이게...”“진호영이 직접 데리러 갔어요. 어젯밤에 진씨 저택에서 잤고요.”배준우가 덤덤하게 귀띔했다. 그러자 진정훈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진유경이 그동안 그 안에 있었기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호영이 이 자식 죽으려고 환장했나?’배준우가 단지 진유경이 진씨 가문으로 돌아왔다는 걸 귀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씨 가문에서 진유경의 지위가 어떤지 알려주는 것이라는 걸 진정훈은 알고 있었다.진정훈과 진윤이 고은영을 대하는 태도는 명확했지만 진씨 가문 쪽은 아직 아리송했다.고은영이 진짜로 진씨 가문의 사람이 되는 건 어른들의 태도에 달렸지, 그와 진윤이 인정한다고 해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호영이가 이걸 모를 리가 없는데 대체 왜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한 거지?’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다운됐다. 마음 같아선 진호영을 쥐어 패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진정훈이 겨우 화를 참으며 뭐라 말하려던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진윤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그는 배준우의 앞에서 전화를 받았다.“형.”“유경이 어젯밤에 진씨 저택으로 돌아왔어. 알고 있어?”“방금 알았어.”진정훈이 이를 꽉 깨물었다.‘큰형도 다 알고 있었어. 호영이 많이 컸다, 너? 이렇게 큰일을 혼자서 결정해? 내가 그동안 널 너무 얕잡아봤어.’진정훈은 너무도 화가 난 나머지 진윤이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말했다.“먼저 진윤이 그 자식한테 가볼게요.”오늘 다리라도 부러뜨리지 않으면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괘씸한 것.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지? 정말 죽으려고 작정했구나.’진정훈은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지금은 그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것만이 아니라 그냥 죽여버리고 싶었다.진윤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진정훈도 진윤이 이 일 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8
Read more

제1096화

고은영이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배준우가 우유를 마시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한번 넘기며 배준우 옆에 앉았다. “장 아주머니가 진 씨 둘째 도련님이 왔다고 하던데요?” ‘진 씨 둘째 도련님’이라고 부르면서도 진정훈을 직접 부르지 않았다. 현재 고은영에게 있어 ‘진 씨 둘째 도련님’이라는 호칭이 딱 적합한 듯했다.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왔었어.” “무슨 말을 하고 갔어요?” 솔직히 말해 고은영은 지금 진 씨 가문과 관련된 문제를 직면하는 것이 두려웠다. 현재 진 씨 가문의 혼란은 예전에 량천옥이 자신을 받아들이려 했을 때나 배 씨 가문의 혼란에 비길 만했다. 배항준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어쨌든 량천옥이 결혼 전에 아이를 낳았고 그것을 숨겼으니 배항준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진 씨 가문에 대해서는 고은영은 정말로 거부감이 들었다. 분명 모두 자신의 가족인데 그들에게서 특별한 애정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불편을 주지는 않기를 바랐다. 진윤과 진정훈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런 가족은 고은영에게 있어 조보은과 다를 바 없었다. 어쩌면 그들보다 더 혐오스러웠다. 조보은은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기에 애정을 느낄 이유도 없었고 자신에게 악독하게 굴어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 씨 가문 사람들은 고은영에게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들이었고 용서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배준우가 말했다. “진정훈이 진호영의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했어.” 고은영은 그 말을 듣고 우유 잔을 들던 손이 멈췄고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 “너는 진 씨 가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지금 고은지의 일은 나태현에게 맡겨졌고 고은영의 머릿속도 조금은 여유로워졌다. 예전 같았으면 배준우는 이런 질문을 절대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고은영이 진 씨 가문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고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8
Read more

제1097화

고은지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고은영은 창백한 고은지의 얼굴을 보며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서 의사가 관련 검사를 마치고 나오자 고은영은 병실 문 앞에서 도우미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어떤 이유로든 이제 다시는 량천옥이 이 병실에 들어오게 하지 마세요.” 비록 지금은 량천옥이 제어되고 있었지만 그 여자의 입이 워낙 독설로 가득 차 있었기에 몰래 고은지에게 무슨 소리를 할지 알 수 없었다. 사라는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걱정 마세요, 사모님. 이제 절대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처음에는 량천옥이 고은지에게 특별히 해를 끼치지만 않으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여자가 그런 악랄한 일을 저지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고은영은 사라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그 여자가 다시는 병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라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 의사는 고은영이 량천옥을 이렇게 철저히 경계하는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배 사모님, 잠시 제 사무실로 와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의사를 따라 사무실로 향했다. 서 의사는 그녀를 바라보며 검은 테 안경을 벗고 차분히 말했다. “사실 굳이 그렇게까지 량 여사님을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량 여사님도 이제 마음을 다잡았고 고은지 양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겁니다.” 서 의사는 선량한 사람이었다. 이전에 량천옥이 많은 돈으로 그를 매수하려 했을 때도 그는 조금도 타협하지 않았다. 본성이 착했던 그는 사람을 너무 나쁘게 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은영은 량천옥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서 의사가 아무리 그녀를 믿는다고 해도 고은영은 믿을 수 없었다. 서 의사의 설득에도 그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서 의사님, 저를 설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량천옥을 경계하는 것이 해가 될 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9
Read more

제1098화

고은영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몰랐어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여기까지 말하던 고은영은 더 이상 입을 떼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전개될 줄이야! 고은지가 량천옥의 딸이라니!’ “정말 확실한 건가요?” 잠시 생각한 후 그녀는 멈출 수 없는 의문을 던졌다. 예전에 배준우가 그녀와 량천옥의 친자 확인 결과가 일치한다고 말했지만 이후 상황이 그렇게나 악화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고은지 사건으로 인해 이 사실을 확인할 겨를조차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물론 확실합니다. 이건 거짓이 아니에요. 그런데 고은영 씨, 다른 가족분들끼리 모두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신 게 아니었나요?” 고은영은 잠시 말을 잃었다.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고은지가 량천옥의 딸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렸지만 의사마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사실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럼 량천옥도 이 사실을 알고 있나요?” 고은영은 답답한 마음으로 물었다. 최근 량천옥이 고은지에게 저지른 행동들이 떠올라 그녀는 차라리 량천옥이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 있을 겁니다. 이미 제가 말해준 적이 있으니까요.” “고은지가 량천옥의 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요?” “고은지가 자신의 딸이라는 걸 아는 게 틀림없습니다. 오늘도 다시 한번 말해줬으니까요.” 고은영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말해줬다는 건, 즉 이전에도 이미 량천옥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량천옥이 알고 있으면서도 왜 고은지를 그렇게 대했을까?’ 이전에 량천옥이 자신에게 그렇게 대했던 건 두 사람의 관계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난 뒤 그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돌변해 악마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고은지가 자신의 친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에게 그렇게 냉혹하게 대하다니! 고은영은 온몸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9
Read more

제1099화

고은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병실 문을 세게 밀치며 들어갔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열려 병동 전체에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고은영의 등장에 의기양양했던 량천옥과 량일은 깜짝 놀라 얼어붙었다. 량천옥은 고은영임을 알아차리고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다. 량천옥은 약병을 본능적으로 숨겼다. ‘이 죽일 년이, 이제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 법까지 배웠네! 지금 윤이가 그들 손에 있는데, 이게 대체...!'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량천옥과 량일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고은영에게 모든 걸 들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고은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만 숨겨요. 다 들었고 다 봤어요. 대체 얼마나 악독한 사람이기에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거죠?” 량천옥은 잠시 숨을 골랐고 억지로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군. 배 씨 집안 며느리라면서 남의 대화를 몰래 엿듣다니.” 그 말에 고은영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라 눈가가 붉어졌다. 특히 량천옥의 독기 서린 표정을 보자 그녀의 분노는 더욱 끓어올랐다. “예의? 예의 있는 사람이 바로 당신인가요? 친딸을 해치려는 당신이요?” 자신의 딸까지도 가차 없이 해치려는 사람은 아무리 고상한 척해도 그 본성이 드러났다. 순식간에 병실은 차가운 기류로 가득 찼다. 량천옥은 비웃으며 말했다. “당장 나가. 네 얼굴은 보기 싫어.” “그동안 보여줬던 미안함이 다 연극이었나요? 그때도 저를 해치려 했겠죠?” 고은영은 얼마 전 량천옥이 자신에게 애정 어린 태도를 보이며 어머니처럼 행동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때 보여준 태도는 마치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 모든 걸 보상해 주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모든 행동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겉으로는 사람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뒤에서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입을 벌리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든지 자신을 갈가리 찢어 먹을 준비가 된 그런 악랄한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Read more

제1100화

보안 요원이 두 사람을 떼어놨음에도 고은영은 계속 량천옥에게 발길질을 했다. 이 악독한 여자를 정말 죽여버리고 싶었다. 고은영도 이제는 엄마가 되었고 아이를 그렇게나 사랑하는데 왜 량천옥은 이렇게 악랄한 걸까? 그녀는 더 이상 배 씨 집안의 배 부인이 아니었고 배항준에게는 이미 새 여자가 있었다. 설령 고은지가 정말 죽는다 해도 량천옥은 배 씨 가문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그곳은 이제 완전히 그녀의 망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곳이 되었다. 그런데도 왜 량천옥은 이렇게나 독한 걸까? “고은영,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너 가만 안 둘 거야!” 량천옥도 악독하게 소리쳤다. 나태현이 다가오던 중 멀리서 병실 안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고은영과 량천옥이 싸우고 있어서 순간적으로 놀란 듯 멈춰 섰다. 그동안 고은영이 계속 나태현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고은지의 수술이 끝난 후에 움직이라고 조언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작 그녀가 먼저 참지 못한 것인가? 예전에는 겁 많던 고은영이 이제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 “나도 당신 가만 안 둬. 앞으로 당신을 볼 때마다 두들겨 패줄 거야. 이 악독한 여자!” 이전에는 업보라는 말을 입에 올리곤 했지만 지금 고은영은 그런 걸 더 이상 믿지 않았다. 그녀가 직접 량천옥의 업보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나태현는 고은영의 악독한 외침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나아가 그녀를 뒤로 당겼다. 그러고 나서 차가운 눈빛으로 량천옥을 쏘아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죠?” 나태현을 본 량천옥은 방금 전까지의 광기가 사라지고 이성도 순간적으로 돌아왔다.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바로 그 순간에야 그녀는 배윤이 아직도 나태현 손에 있다는 걸 떠올렸다. 이 순간에 그녀가 지금...! 나태현의 냉혹함을 떠올리자 그녀의 가슴은 더욱 심하게 조여왔다. 서 의사가 급히 달려왔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다들 이미 마음 정리한 거 아닌가요? 왜 또 싸우고 있나요?” 고은지의 주치의인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Read more
PREV
1
...
108109110111112
...
120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