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71 - 챕터 1080

1200 챕터

제1071화

고은영이 고희주에게 선생님을 붙여줬다는 말을 듣고 고은지의 안색이 조금은 나아진 듯 보였다.“그 선생님은 잘 적응하고 있어?”고은지가 다시 물었다.“응. 잘 적응하고 있어, 학교라는 큰 환경이 아니라서 더 잘 맞는 것 같아. 걱정하지 마.”고은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다행이야. 고희주를 잘 부탁할게.”아이는 결국 학교에 다녀야 하는 법이다.지난번 학교를 그만둔 이후로 고희주의 학업 문제는 줄곧 고은지의 큰 걱정거리였다.사실 그녀는 아이가 학령기에 접어들면 학업에 소홀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해왔다.하지만 학교에서 고희주가 겪었던 상처들을 떠올리면...아이의 학업보다도 무사히 평온하게 자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너한테 너무 많은 걸 부탁했네.”고은지가 미안한 듯 말했다.사실 그녀는 마음 깊이 고은영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비록 둘 사이에는 혈연이 없었지만 그녀가 아프기 시작한 이후로 고은영이 모든 일을 도맡아 해주었기 때문이다.이제는 고희주까지 돌봐주고 있었으니 더욱 고마운 마음뿐이었다.고은영은 부드럽게 대답했다.“언니, 그런 말 하지 마.”“진심이야, 이 기간 동안 네가 곁에 없었다면 정말 어떻게 버텼을지 모르겠어.”그녀는 가족도, 의지할 곳도 없었다.지금까지도 그녀는 자신의 친부모가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했다.심지어 고희주의 아버지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은지는 자신의 인생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느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이 그녀가 원해서 일어난 일도 아니었다.대체 그녀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세상이 이렇게 가혹하게 굴어야 했을까?이런 생각에 사로잡힐 때면 고은지의 마음은 숨조차 쉴 수 없을 만큼 답답해졌다.고은영이 조용히 말했다.“언니, 걱정하지 마. 내가 늘 곁에 있을 거야. 언니도 꼭 나아져야 해.”“하지만 몸이란 게... 내가 나아지고 싶다고 해서 나아지는 게 아니잖아.”고은지는 무력한 미소를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병으로 인한 고통은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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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화

고은지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리며 숨조차 고르지 못했다.조보은이나 량천옥과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고?최근에 량천옥이 어떤 사람인지 고은지는 똑똑히 목격했다. 그리고 조보은을 떠올리면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들이 스쳐 갔다.그때 그녀는 정말로 조보은에게 학대당해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희주의 친부가 그녀들처럼 그런 사람이라면 그건 희주에게 희망이 아니라 절망일 뿐이야.”고은영은 어떻게든 고은지가 다시 살고자 하는 희망을 품길 바라고 있었다.배준우는 현재 고은지와 량천옥의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게 정말 가능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어떻게든 고은지가 무사히 수술을 받길 바랄 뿐이었다.두 사람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눴다.고은영이 자리를 뜨기 전, 고은지에게 말했다.“요즘은 병원에 희주를 데리고 오지 않았어. 지난번에 감기에 걸렸거든.”“뭐라고? 희주가 감기에 걸렸다고?”희주가 감기에 걸렸다는 말을 듣자 고은지는 즉시 긴장했다.그녀의 병도 처음에는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결국 이렇게 심각한 상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래서 지금 고은지는 감기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불안해졌다.고은영은 고은지가 민감하게 반응할 줄 몰랐기에 급히 말했다.“걱정하지 마, 그냥 가벼운 감기였고 이제 다 나았어. 다만 병원의 바이러스가 아이의 면역력에 해가 될까 봐 조심하는 거야.”“맞아, 희주가 병원에 오면 안 돼. 내가 전화해서 병원에 오지 말라고 해야겠어.”고은지가 고희주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하자 고은영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언니. 굳이 전화하지 않아도 돼. 희주는 지금 아마 수업 중일 거야.”“아, 맞다. 수업 중이구나. 그럼 수업 끝나면 희주가 나한테 전화하게 할게. 내가 이야기 좀 해야겠어.”고은영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언니가 굳이 전화 안 해도 돼. 희주는 내가 말하면 잘 따라와.”“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네. 희주가 나 보고 싶으면 나한테 전화하게 하고 아무튼 병원에는 오지 않도록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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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3화

고은영은 멀어져 가는 나태현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결국 아무런 답도 찾지 못한 채 차에 올라탔다.이제 바로 동영그룹으로 가볼 생각이었다.현재 고은지와 고희주의 상황은 이미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고 그녀가 아무리 애를 써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이제 배준우가 대체 어떤 방법으로 량천옥을 설득해 고은지에게 골수를 기증하게 할지 직접 묻고 싶었다.막 차에 오른 순간,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고은영이 고개를 돌리자 차 밖에 서 있는 량천옥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차갑게 얼어붙은 그녀의 눈빛은 더욱 싸늘해졌다.고은영은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이제 량천옥 앞에서 두려워할 것도 없었다.량천옥은 그녀를 보며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뭐야? 또 네 병든 언니 보러 가는 거야?”고은영은 눈앞에 있는 이 납치범을 바라보았다.지금 그녀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이 여자를 감옥에 집어넣는 것이었다. 하지만 량천옥이 고은지의 유일한 골수 제공자라는 현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고란 언니 생각해서라도 조금이라도 선을 베푸는 게 좋을 거예요.”고은영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량천옥은 그 말을 듣고 비웃으며 말했다.“그 사생아도 곧 죽게 되겠지?”고은영은 말문이 막혔다.‘이년...!’량천옥이 예전에는 인과응보라는 것을 믿고 자신도 그런 대가를 치른 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런 것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아까 나태현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고은영은 이미 병원으로 가는 길이었다.“정말 이해가 안 돼. 어떻게 병약한 여자 하나가 나씨 가문 도련님을 무릎 꿇리게 할 수 있지?”‘뭐라고? 이게 무슨 말이지?’고은영은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워졌다. 량천옥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량천옥은 계속해서 비웃으며 말했다.“너희 자매 둘 다 정말이지 남자 홀리는 요물 같아. 하지만 넌 네 언니보다 운이 더 좋지. 지금 나태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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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4화

고은영은 그녀의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춰 량천옥을 돌아보며 물었다.“무슨 뜻이에요!?”량천옥은 날카롭게 말했다.“배윤은 그래도 배준우의 동생이야. 그런데 네 언니 때문에 그 애가 지금 인질로 잡혀 있는 거면 그게 배준우를 난처한 상황에 빠뜨리는 게 아니면 뭐겠어?”그녀의 한마디는 마치 이 모든 사태가 고은영 때문인 것처럼 몰아붙이며 고은영을 깊은 수렁으로 끌어들이려 했다.솔직히 말해 량천옥의 약점을 잡고 역으로 이용하는 수단은 대단했다.하지만 아쉽게도 고은영이 가끔 어리숙할 때가 있다 해도 결코 바보는 아니었다.“나와 배준우가 그렇게 비난받아야 한다고요?”고은영이 차갑게 되물었다.량천옥은 더 몰아붙였다.“넌 그래도 배윤의 형수가 아니야? 만약 배윤이 인질로 잡혔다는 소식이 퍼지면 사람들이 너와 배준우를 어떻게 생각하겠어?”량천옥은 교묘하게도 자신이 고은영과 배준우에게 은혜를 베푸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한편으로는 고은영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었다.이 상황에서 고은영은 언니인 고은지와 조카 고희주를 구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지금 량천옥과 정면으로 맞설 때가 아니라는 것도 이해했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여자는 절대로 쉽게 타협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고은영이 아무리 몸을 낮춰도 량천옥은 그저 상대방의 자존심을 짓밟으며 자신의 쾌감을 채우려 할 뿐이었다.량천옥의 마음이 약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희망일 뿐이었다.고은영이 침묵하자 량천옥은 손목을 더 강하게 움켜쥐며 쐐기를 박듯 말했다.“천의와 배윤을 나에게 돌려줘. 그러면 네 언니에게 골수를 기증해 줄게, 어때?”이전에 천의만 요구하더니 이제는 조건 하나를 더 추가했다.량천옥의 강한 의지를 담은 눈빛과 마주한 고은영은 가볍게 비웃음을 지었다.이게 바로 이 여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분명히 아들인 배윤이 납치된 상황에 마음이 무너졌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렇게 침착하게 조건을 제시하며 협상하는 심리적 강인함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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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도대체 언제부터 나태현과 배준우가 이렇게 수상하게 엮였던 걸까? 그리고 언제부터 병원에서 나태현을 이렇게 자주 마주치게 되었을까? 배준우는 진청아에게 고희주의 아버지를 찾아보라고 했지만 그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태현이 갑자기 배윤을 잡아갔다니! 나씨 가문과 량천옥 사이에 불화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윤을 데려갈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녀는 진씨 가문과 량천옥 문제로 마음이 복잡했던 탓에 그동안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방금 전 량천옥이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퍼즐이 맞춰졌다. 나태현이 배윤을 잡아가고 량천옥을 협박해 고은지의 수술을 받게 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바로, 나태현이 고희주의 아버지라는 사실이다!이 질문을 던지면서 고은영은 배준우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폈다.그의 얼굴에 나타나는 사소한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배준우는 그 말에 미묘하게 멈칫하더니 이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눈치챘네?”“진짜예요?”배준우가 부정하지 않자 고은영의 가슴이 순간적으로 조여 들었다.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그래, 맞아.”“근데 왜 저한테 말하지 않았어요?”고은지 쪽에서는 계속 고희주의 친아버지를 찾았는지 물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쪽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고 고은영은 고희주의 아버지가 량천옥이나 서준호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그런 사람이라면 고희주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또 다른 절망을 안겨줄 수도 있었다.배준우는 차분히 말했다.“네가 그동안 량천옥과 진씨 가문 문제로 심란해서 말하지 않았어.”이미 머릿속이 충분히 복잡한 상황에서 더 말하면 그녀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그래도 나한테는 말했어야죠.”고은영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섞여 있었다.그녀는 최근에 마음이 복잡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신경은 고은지에게 쏟고 있었다.그리고 아직도 진씨 가문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정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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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화

고은영의 세계가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어떤 일이 드러난다는 것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편 병원 옥상에서 량천옥과 나태현이 마주 보고 서 있다. 나태현은 한 손을 양복바지 주머니에 넣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냉정하게 입을 뗐다. “당신에게 생각할 시간을 많이 주지 않겠어요. 내일부터 저에게 확실한 답이 없으면 배윤의 신체 일부를 받을 줄 알아요.” “무슨 일부?” 그 말을 들은 량천옥의 얼굴은 더 차갑게 식어갔다. 나태현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런 감정 없이 말했다. “뭐 받고 싶어요? 제가 배윤의 옷을 벗겨서 보내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죠?” 무엇일까? 그것은 그녀의 마음에 불안을 안겨줄 무언가일 것이다. 이미 숨이 턱 막혀 있던 량천옥은 나태현의 비꼬는 어투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의 얼굴빛은 점점 창백해졌다. “너 병약한 고아 하나 때문에 배 씨 가문을 전부 적으로 돌릴 작정이야?” “지금 배 씨 가문을 적으로 돌리고 있는 건 당신이에요!” “나는 단지 골수 기증을 거부한 것뿐인데 왜 내가 배 씨 가문과 적대하는 거지?” 량천옥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이미 나태현이 자신을 협박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배윤을 데려간 순간부터 그는 그녀에게 협박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도 순진하지 않았다. 나태현이 배윤의 옷이나 손목시계를 보내줄 거라 믿을 리 없었다. 지금의 나태현은 완전히 미쳐 있었고 미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왜 그 여자는 고은지의 유일한 기증자를 처리했던 걸까?’ 그것은 아이가 더 이상 그녀 손에 없었고 골수는 그녀가 천의를 되찾기 위한 비장의 카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나태현이 배윤을 이용해 그녀를 협박할 줄이야. 정말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다 참새에게 덮쳐지는 격이군!젊은 시절, 그녀가 배항준과 결혼했을 때 이들은 한낱 풋내기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도저히 맞설 수 없는 강력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쓸데없는 말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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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이런 천륜 앞에서 그에게는 다른 일이나 사람이 자리할 공간이 없었다. “김 여사는 참 복도 많으시네요.” 량천옥이 비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웃음이 가득했던 장면이 한순간에 멈췄다. 집사는 량천옥의 뒤에서 서서 그의 얼굴을 보며 후회의 표정을 지었다. 아까 그녀가 이곳의 여주인이었던 것을 잊고 막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바로 어제 배항준이 량천옥이 다시는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말했었기 때문이다. 배항준은 량천옥이 나타나자 얼굴이 바로 차갑게 굳었고 김다정의 얼굴에도 당황한 기색이 스며들어 있었다. 량천옥은 둘의 변한 표정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제가 배윤을 낳았을 때 당신은 바쁘다고 집에 얼굴도 비추지 않았잖아요. 이제 와서야 가족의 기쁨을 느낄 줄 안다니. 참 다행이네요.” 그녀가 배윤을 낳았을 때 배항준은 최고의 영양사와 육아 전문가를 불러 모아 그녀와 아이를 돌보게 했다. 그때 그녀는 배항준이 자신에게 정말 잘해준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그가 직접 돌봐주는 것이 진정으로 특별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란 집에 머무르지 않는 게 아니라 집에 있는 여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었다. 한때 그녀는 유청이 자신이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장면을 보니 예전에 자기가 빼앗은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량천옥은 문득 서글퍼졌다. 배 씨 가문에서 모든 계략을 다 써봤지만 결국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냥 평범한 한 사람도 놓쳤다는 생각에 자신이 참 초라하게 느껴졌다. 반면 김다정은 쉽게 모든 것을 얻은 셈이었다. 배항준은 아이를 김다정에게 안기며 말했다. “아이가 있으니 위층으로 올라가게.” “아, 네!” 김다정은 다소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에 그녀는 배항준 곁에서 공개되지 않은 존재였고 지금은 정식으로 이름을 얻었지만 오랜 세월 이곳의 여주인으로 지냈던 량천옥 앞에서는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김다정은 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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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8화

그런 차가운 시선이 량천옥을 더욱 숨 막히게 했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윤이가 나태현에게 잡혀갔어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이 순간 배항준이 모르고 있었다고만 해준다면 조금은 위로가 될 것 같았다.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랬겠지...! 하지만 그의 모든 마음이 김다정의 아이에게만 쏠려 있는 모습을 보니 량천옥의 마음은 미칠 듯이 아파졌다. 자신에게 아무리 무정하다 해도 어떻게 윤이를 마음에 두지 않을 수 있을까? 윤이 역시 그의 아들 아닌가! 배항준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하더니 곧바로 물었다. “도대체 왜 그런 거지?” 나 씨 가문과 배 씨 가문은 몇 년간 다소 마찰이 있었지만 큰 갈등은 없었다. 특히 나태웅과 배준우가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덕에 많은 오해가 해소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그래서 이걸 몰랐단 말이에요?” 량천옥은 비꼬듯 말했다. “당신 눈엔 이제 김다정의 아이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요.” 배항준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량천옥은 그의 어두운 눈빛을 느끼며 상황의 전말을 모두 털어놓았다. 윤이 또한 그의 아들이기에 자신 혼자만 애쓰고 싶지 않았다. 배항준이 나 씨 가문에 가서 윤이를 돌려달라고 하면 나 씨 가문도 거부할 수 없을 터였다. 그렇지 않다면 두 가문은 진정으로 적대 관계에 돌입할 것이다! 배항준은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더욱 굳어진 얼굴로 물었다. “네 말은 나태현이 고은영의 언니 고은지를 마음에 품고 있고 네 골수와 고은지의 골수가 일치한다는 거지?” “맞아요!” 량천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항준은 다시 물었다. “그리고 나태현이 윤이를 납치한 이유는 네가 고은지에게 골수를 기증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거고?” “그래요!” 배항준의 날카로운 사고가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량천옥의 몇 마디 말만으로 배항준은 사건의 내막을 완벽하게 정리했다. 배항준은 말했다. “골수를 기증하면 해결될 일인데 왜 거절한 거지?” 량천옥은 말없이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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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9화

이 여자는 그동안 자신이 모든 걸 완벽하게 해냈다고 생각하며 자만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매번 그녀가 문제를 일으켜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그가 나서서 수습하는 일이 반복되었을 뿐이었다. ‘이 여자는 정말로 자기 힘만으로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지금 배 씨 가문도 자신도 없는 그 여자가 과연 무슨 수단이 남았단 말인가?’ “제가 이번에 무슨 문제를 일으켰든 간에 배윤은 당신의 아들이고 그가 나태현에게 끌려간 것도 사실이에요. 당신이 상관할 거예요 아니면 그냥 모른 척할 거예요?” “배윤의 일은 당연히 내가 상관해야겠지. 하지만 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어.” 배항준의 차가운 대답에 량천옥은 이전에 없던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그래도 수년간 부부로 지내온 사이인데 이렇게 무심하게 관여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다니, 너무도 차갑게 느껴졌다. “이건 너와 그들 사이의 문제일 뿐이야. 윤이도 네 탓으로 끌려간 거니까 네가 이 일을 잘 해결하길 바란다. 알겠지?” 량천옥은 말없이 배항준을 바라보았다. 배항준이 자신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마저도 모른 척할 정도로 냉정했다. 이 집을 떠날 때의 여유와 자신감이 지금의 무력감과 절망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배항준 씨, 정말 대단하네요. 아주 대단해요.” ‘아이가 생기고 나서 다른 건 다 잊은 거예요? 아니면 저과 유청이 당신의 진정한 마음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리 아이를 낳아도 관심이 없었던 거예요?’ 량천옥은 문득 자신이 너무도 비참하게 느껴졌다. 유청이 배항준의 장남을 낳았지만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의 아들 배준우는 배 씨 가문 전체의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김다정, 그 여자를 배항준이 자신의 노력으로 철저히 감췄던 것은 바로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그녀가 배항준의 마음속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어 낳은 아들은 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하지만 자신과 그녀가 낳은 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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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0화

김다정은 말을 잇지 못했고 량천옥은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네가 뭘 안다고!” 말을 마친 그녀는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 여전히 예전처럼 꿋꿋하게 더할 나위 없이 날카롭고 강렬한 뒷모습이었다. 오늘 이곳에서 받은 냉정함을 그녀는 마음에 새겼다. ‘배항준, 네가 나에게 무정하다면 나도 너에게 의리를 지킬 이유가 없겠지...' 량천옥은 배 씨 가문을 떠나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연이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모두 배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나태현과 얽혀 있어서 많은 이들이 괜히 엮이기를 꺼려 했다. 실망만 남긴 몇 통의 전화 후 그녀는 차분히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량일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 “어디 가는 거야?” 량천옥은 담담히 대답했다. “나 씨 가문에 다녀올 거예요.” 이번에는 배 씨 가문에서의 분노와 절규 대신 차갑게 식어버린 어조였다. 오늘 그녀가 받은 냉담함과 절망감이 얼마나 컸는지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배항준이 자신의 아들마저 돌보지 않다니, 그는 정말 너무도 무정했다. 량일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배항준이 자신의 아들도 안 돌본다고?” “아들?” 량천옥은 차갑게 웃었다. “배항준 씨에게는 아들이 넘쳐나잖아요.” 그 웃음에는 분노와 슬픔이 뒤섞여 있었다. 량일은 한동안 말이 없었지만 가슴속에는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이런 게 바로 예전부터 내가 권했던 결혼 상대인가? 이렇게나 냉혹함이 극에 달한 재벌가란 말인가?’ 량일이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나 씨 가문에 가서 누구를 만날 생각이야?” “지금 윤이가 나태현의 손에 있어요...” 말을 잇지 못한 채 그녀는 분노로 이를 악물었다. 나태현은 정말 미친 게 틀림없다. 겨우 그 병약한 고은지를 위해 자신의 아들까지 인질로 삼다니! 나태현의 이런 행동을 나 씨 가문의 나태범은 알고 있는 걸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변 사람들은 나태현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조건 발을 빼려 했고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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