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81 - 챕터 1090

1200 챕터

제1081화

10분 후, 량천옥이 차를 나씨 가문 방향으로 돌리자마자 량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전화를 받은 그 순간 량일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천옥아, 빨리 와.”그녀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량천옥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빨리 와.”량일이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윤이한테 일이 생겼어. 우리 윤이. 으악!”량일이 목놓아 울부짖었다. 두려움 속에 담긴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량천옥이 굳은 얼굴로 무슨 일이냐고 여러 번이나 물었지만 량일은 말을 잇지 못했고 들려오는 건 비통한 울음소리뿐이었다.그녀의 울음소리에 량천옥도 마음이 불안해졌다.“알았어요. 지금 당장 갈게요.”나씨 가문에 곧 도착하지만 량일이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것처럼 울부짖는 바람에 다시 차를 돌리기로 했다.‘집에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게 분명해. 안 그러면 엄마가 이렇게 울 리가 없잖아.’량천옥은 울면서 집으로 달려갔다.30분 후, 량천옥이 별장에 도착해 보니 량일이 창백한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량일은 그 박스를 보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량천옥이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두려움에 떠는지 보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데 박스를 확인한 순간 그녀마저도 놀라서 입을 막고 소리를 질렀다.“으악, 으악!”비명이 별장 전체에 울려 퍼졌고 량일은 더욱 비통하게 울었다.“이게 다 업보야, 업보.”업보라는 걸 아예 믿지 않았던 량천옥이었지만 얼마 전에는 믿었다. 그런데 최근 한동안은 분노 때문에 믿지 않았다가 지금은...량일이 계속 업보라는 둥 인과응보라는 둥 여러 번 말하자 량천옥도 걱정이 밀려왔다.부들부들 떨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나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두 번 정도 울린 후 바로 전화를 받았다. 나태현이 입을 열기 전에 량천옥이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질렀다.“네 짓이야?”“여사님, 이젠 내가 장난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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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왜. 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내가 또 뭘 잘못했다고!”량천옥은 단지 천의를 되찾고 싶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예전에 이런 상황이 생기면 량일이 나서서 도와줬지만 지금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량천옥이 말했다.“다들 내가 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왜 이렇게 됐겠어? 날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이러지 않았다고.”량천옥은 거의 울부짖으며 말했다.지금 그녀는 절망과 분노에 깊이 빠져버렸다. 배씨 가문을 떠나면 이런 일이 닥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배항준은 그녀는 물론이고 아들까지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진짜로 이렇게 모질까?량천옥은 다시 휴대전화를 들고 피범벅인 박스를 찍은 다음 배항준에게 사진을 보냈다.자기 아들까지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로 매정한지 두고 볼 생각이었다....그 시각 나태현의 별장.이지훈이 전화 한 통을 받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배준우 씨가 가장 잘하는 의료팀을 불러서 란완리조트에 보냈다고 합니다. 우린 계속 찾아야 하나요?”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이지훈은 보스가 대체 왜 고은지를 이렇게까지 감싸고 도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녀의 딸마저도 무척이나 신경 썼다.이번에 배윤을 데려간 건 량천옥이 고희주에게 용서 못할 짓을 했기 때문이었다.나태현이 화를 내면 한 마리의 맹수가 따로 없었다.나태현은 고개를 숙이고 담배를 한 모금 빨더니 이지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배윤이랑 고은지 검사 결과 나왔어?”“나왔는데 맞지 않는답니다.”이지훈이 고개를 내저었다.나태현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어머니가 맞아서 그도 맞을 줄 알았는데 결국 골수가 맞는 사람은 량천옥뿐이었다.나태현은 날카로운 눈빛을 숨기려고 두 눈을 감았다.“량천옥 잘 지켜봐. 지금 이때 무슨 짓이라도 하면 안 되니까.”적어도 고은지의 수술이 성공하기 전에는 량천옥이 그녀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게 해선 안 되었다.이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나태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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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그날 밤, 고은지는 오랜만에 푹 잤다.이튿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나태현의 모습은 없었고 고은영이 찾아왔다.‘어젯밤 그거 꿈이었나? 그래. 꿈이겠지. 나 대표님처럼 귀한 분이 여기 왜 오겠어? 게다가 물까지 먹여줬다는 게 말이 돼?’생각만 해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고은영이 말했다.“아침에 주방에 부탁해서 만든 죽이야. 조금이라도 먹어. 응?”골수에 관한 일은 나태현이 해결하고 있기에 고은영은 고은지를 보살피는 것 말고는 신경 쓸 게 없었다.고은지가 말했다.“요즘 보살펴주는 사람 있으니까 너도 푹 쉬어. 이 병 급해봤자 소용이 없는 거 알잖아.”지난번에 고은영이 타이른 후로 고은지는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고 전처럼 그렇게 짜증을 내지 않았다.전에는 언제 퇴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하면 무척 괴로워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딸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그녀의 말에 고은영이 놀란 얼굴로 쳐다보았다.“드디어 생각이 바뀌었어?”“네 말이 맞아. 믿을 만한 사람 아니야.”고은지가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고희주의 친아버지가 량천옥, 그리고 조보은 같은 사람이라면 고희주에게는 악몽이 될 것이다. 고희주의 미래를 누구에게도 맡겨선 안 되었다.고은영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고은지에게 말할지 말지 망설였다. 고은지에게 고희주의 친아버지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얘기할 생각이었는데 지금 나태현의 태도만 생각하면 아무래도 알려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배준우도 잠시는 고은지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그녀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말하지 않기로 했다.“그렇게 생각해서 다행이야. 그러니까 꼭 나아야 해. 알았지?”병마의 최대의 적이 살려는 의지라고 했다.“희주 공부 잘하고 있어?”고은지가 물었다. 지금 몸 상태라면 흥분해서는 안 되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했다. 그리고 언제까지 살 수 있는지는 운명에 달렸다. 그전까지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었다. 고희주 옆에 하루라도 더 있기 위해서.그런데 고희주의 얘기가 나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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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하룻밤 심사숙고한 끝에 량천옥은 현실에 고개를 숙이기로 했다.배항준은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나태현이 움직일 때마다 량천옥은 그 대가를 감당하지 못했다.“기증할게. 기증할 테니까 윤이 건드리지 마.”량천옥이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질렀다.어젯밤에 소파에서 잠이 든 량일은 량천옥이 울부짖는 소리에 놀라서 깨고 말았다. 티테이블 위에 못 보던 박스가 하나 더 생긴 걸 보고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바로 깨달았다.‘우리 윤이...’“고맙습니다. 그럼 지금 모시러 갈까요?”“아니야. 병원은 내가 알아서 갈게. 그전에 우리 윤이 좀 볼 수 있을까?”량천옥이 고통스러워하며 말했다.‘어르신 어쩜 이렇게 매정해? 어떻게 친아들까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지? 김다정 이 여우 같은 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량천옥이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배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배윤은 수술이 끝나면 보낼게요. 그전에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안 그러면...”나태현이 뒷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협박이 섞인 말투에 량천옥은 너무도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가만두지 않아. 으악!”지금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봤자 마음속의 울분만 토해낼 뿐이었다. 그녀를 괴롭히고 있는 족쇄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량일의 얼굴이 핏기라곤 없이 창백했다. 그녀는 소파에 축 늘어진 채 량천옥에게 말했다.“그냥 골수 기증하면 안 돼?”“다 죽여버릴 겁니다. 고은지 절대 가만 안 둬요.”량천옥이 무섭게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고은지를 죽이고 싶었다. 고은지 때문에 나태현이 배윤을 잡아갔고 그녀의 골수도 기증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량천옥은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량일은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제발 얼른 병원에 가. 내가 이렇게 빌게.”배항준에게 불만이 많긴 했지만 외손자만큼은 끔찍이도 아꼈다. 박스 안에 담긴 게 배윤의 몸의 일부라는 생각만 하면 량일은 칼로 도려내듯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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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그나저나 나태현의 이런 거칠고 간단한 방법이 소용이 있긴 있었다.고은영의 목소리를 들은 량천옥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침대에 누워있던 고은지가 먼저 말했다.“은영아, 먼저 나가 있어.”“언니...”“나가 있으라고.”고은지의 말투가 조금 사나워졌다. 량천옥은 고은영의 경고 섞인 눈빛을 보더니 우쭐거리면서 코웃음을 쳤다.이게 바로 량천옥이었다. 나태현이 반항할 수 없을 정도로 짓누르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떻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짓눌리든 항상 잘난 체했다.고은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고은영은 결국 병실을 나왔다.고은영이 병실 문 앞에서 기다리던 사라에게 눈짓했다. 사라는 병실 안을 잘 살피라는 그녀의 뜻을 바로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이 서 의사를 찾으러 간 그때 의사 사무실에서 나태현과 딱 마주치고 말았다. 나태현을 보고 있자니 고은영은 속이 말이 아니었다. 그가 언니 앞에 나타난 건 행복이 아니라 불행이었다.고은영도 나씨 가문의 상황을 대충 알고 있었다. 나태범은 배항준과 달랐다.배항준이 그때 여자를 만나면서 향락에 빠진 바람에 배준우는 아주 손쉽게 동영 그룹을 손에 넣었다.그러나 비록 지금 나태현이 천락 그룹을 손에 넣긴 했지만 나태범이 배항준보다 백배는 더 위협적이었다.량천옥이 고은지를 사납게 쳐다보았다.“넌 정말 대단해. 아주 오래오래 살길 바랄게.”고은지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갑자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슴이 답답했다.“아까 우리 딸이 어쨌다고요?”조금 전 고은영의 병실로 들어오기 전에 량천옥은 그녀가 딸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마디 했었다. 그리고 곧바로 고은영이 병실로 들어왔다.‘희주 은영이한테 있는데 대체 왜 이런 소리를 하는 거지?’아이 얘기를 꺼내자 량천옥이 더욱 살벌하게 웃었다.“고은영을 그렇게 믿어? 근데 안타까워서 어쩌나. 걔는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닌데.”“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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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왜 나 혼자만 지옥에 있어야 하는데? 너희들도 좋은 사람은 아니잖아. 인과응보라고 한다면 다 같이 당해야지.’고은영은 량천옥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할 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잠시 후 량천옥이 그녀의 표정을 즐기면서 일어나던 그때 고은영이 말했다.“거짓말하지 말아요.”“거짓말 아니야. 네 동생한테 물어보면 되잖아.”고은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숨이 턱 막혀서 미칠 것만 같았다.량천옥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고은지를 힐끗 보고는 웃으면서 나가버렸다.병실에 고은지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절대 그럴 리가 없어...”고은지는 량천옥의 말을 믿지 않으려고 미친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식물인간? 희주가 왜 식물인간이 돼? 멀쩡하게 학교도 다니고 은영이가 가정교사도 찾아줬다고 했어. 희주는 머리가 총명해서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도 바로 따라갔다고 했는데 식물인간이라니?’고은지는 량천옥이 했던 얘기를 믿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두려움이 자꾸만 그녀를 덮쳤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결국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고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울리자마자 바로 연결됐다.“고은지 씨?”“접니다. 희주 좀 바꿔주세요.”고은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도 고희주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점점 꽉 쥐었다.곧이어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희주 지금 수업 중인데 이따가 다시 전화하시겠어요?”“수업 중이에요?”“네. 휴식시간이 금방 끝나서 아마 수업이 끝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수업이 끝난 후에 희주더러 전화하라고 할까요?”“네... 아니, 아니에요. 수업 잘하라고 해요.”그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래. 희주 지금 수업 중인데 식물인간이 됐다는 게 말이 돼? 식물인간인 애가 수업을 할 리가 있겠어?’고은지는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 생각이 자기 위로인 건지 아니면......란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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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여자 도우미들도 고은지의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가여워했다.여자 도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 말이에요. 량천옥 그 여자 정말 너무 괘씸해요. 어떻게 모녀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을 수 있는지.”고은지가 아픈 게 량천옥 때문인 건 아니지만 지금 상태로 고희주의 일을 알게 된다면 정말 버티지 못할 것이다.“사람이 어쩜 이렇게 독할까요? 그때 사모님이 친딸인 줄 알고 자주 왔을 때 참 가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이러니까 불쌍한 사람을 동정할 필요 없다는 거예요.”다른 한 도우미가 말했다.그때 그들은 진심으로 량천옥이 안 됐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가여움 뒤에 이렇게도 무서운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다. 어린아이마저 내버려 두지 않을 정도로 잔인했다.“그 여자 친딸이 사모님이 아니라면 아직 못 찾은 거겠죠?”“글쎄요. 저런 사람은 죽을 때까지도 딸을 찾지 못할 수도 있어요.”“맞아요. 찾는다고 해도 저런 사람이라면 친딸도 거들떠보지 않을걸요?”란완리조트의 사람들은 량천옥이라면 아주 치를 떨었다.전에 고희주가 이곳에서 지낼 때 붙임성도 좋고 말도 잘 들어서 다들 예뻐했다. 그랬던 애가 이 지경이 됐으니 다들 무척이나 속상해했다....병원.나태현과 고은영이 의사 사무실에서 나왔다. 나태현은 고은영을 보면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고마워요.”갑작스러운 말에 고은영은 화들짝 놀랐다. 나태현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고은지의 상태를 생각하여 결국 그냥 삼켜버렸다.원래는 나태현에게 고은지를 끝까지 책임질 건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고은지가 아직 생사의 갈림길에 있어서 책임을 묻는 건 아직 너무 이른 것 같았다.고은영은 다른 말 없이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수고는요. 수술이 잘되기만을 바랄 뿐이에요.”나태현이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잘될 거예요.”잠깐 얘기를 나눈 후 고은영은 고은지의 병실로 향했다. 그런데 병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고은지를 다급하게 위로하는 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지 씨,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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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그런데 서 의사가 사무실을 뛰쳐나와 고은지의 병실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는 바로 발걸음을 돌렸다.나태현은 병실 앞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만 같았다.고은영은 놀란 나머지 눈물을 왈칵 쏟았다.“언니, 언니.”‘안 돼. 죽으면 안 돼.’병원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량천옥은 우쭐거리면서 병원에서 나왔다. 비록 아직 배윤을 구하진 못했지만 그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만 해도 기분이 통쾌했다.‘골수 줄 수는 있어. 주긴 주겠는데 절대 편한 꼴은 못 봐.’이게 바로 량천옥이었다. 하찮은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아야 했고 반격할 땐 누구보다도 잔인했다....그렇게 한 시간 정도의 응급조치 끝에 고은지는 위험한 고비를 넘겼고 아직 의식을 찾진 못했다.의사에게서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는 말을 들은 순간 고은영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축 늘어진 모습으로 사라에게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량천옥이...”고은영은 고은지가 그녀를 잡고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희주 일을 언니가 알았어. 결국에는 량천옥이 말해서 알게 됐어. 어떻게 언니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지? 희주가 저렇게 된 게 다 누구 탓인데.’고은영은 차마 고은영에게 이 말을 할 수가 없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병실에서 나왔다.그때 나태현이 통화하는 걸 듣게 되었다.“그래. 량천옥이란 여자야. 너희들한테 맡길게.”“잠깐만요.”나태현이 한창 지시하던 그때 고은영이 재빨리 달려가 말렸다. 나태현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다.고은영이 그에게 말했다.“저기... 아직은 움직이지 말라고 해요.”나태현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량천옥을 건드릴 때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량천옥이 미웠고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그 여자를 죽이고 싶었으나 섣불리 경거망동해서는 안 되었다.나태현은 고은영의 그렁그렁한 두 눈을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가 전화 상대에게 말했다.“일단 건드리지 말고 기다려.”그러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나태현의 시선이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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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나태현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자 량천옥이 다급하게 받았다.“골수 기증하겠다고 했잖아. 왜 또 내 아들 건드린 건데?”량천옥이 히스테릭하게 울부짖었다. 나태현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내가 왜 그랬을까요?”“난 걔한테 아무 짓도 안 했어. 너무한 거 아니야?”“아무 짓도 안 하긴 했죠. 그런데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했잖아요.”나태현은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가 끊긴 순간 량천옥은 맥이 풀리면서 휴대전화를 뚝 떨어뜨렸다.그러고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 소리를 질렀다.“으악!”‘왜. 대체 왜 이 사람들은 그 두 자매만 신경 쓰는 거냐고! 말 좀 몇 마디 했다고 바로 복수해? 고은지가 나태현한테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었어? 중요하면 또 어쩔 건데? 나태범이 두 사람을 허락할 것 같아?’나중에 나태범이 고은지를 알게 되면 무조건 처리할 거란 생각에 량천옥은 마음이 조금 나아진 듯했다.통화 내용을 들은 량일은 량천옥이 병원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대충 알게 되었다. 량일이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좀 얌전히 있으면 안 돼? 윤이 지금 그 사람들 손에 있어. 그러니까 제발 더는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마.”연속 두 번이나 제발이라고 얘기한 것만 봐도 량일이 지금 얼마나 마음 아파하는지 알 수 있었다.량천옥은 어릴 적부터 매사에 승부욕이 강했다.그때는 적어도 손해를 보지 않아서 이런 성격이 좋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다.하도 손해를 봐서 이젠 볼 손해도 남지 않았다.고개를 숙여야 할 땐 숙여야 하는데 더는 이대로 나아가선 안 되었다. 그리고 량천옥만 손해를 보면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이젠 주변 사람까지 피해를 봤다. 특히 배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었다.량일은 배윤 생각만 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량천옥이 숨을 헐떡이면서 량일을 쳐다보았다.“그럼 그 사람들한테 계속 당하기만 하라는 말이에요?”“배씨 가문이 없으면 강성에서 괴롭힘당할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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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량천옥은 항상 남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나태현을 협박하려고 했다.그런데 그녀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나태현이 평소에 겸손하고 조용한 사람이라고 해서 강성에서 발언권이 없는 게 아니었고 또 진짜로 침묵하는 게 아니었다.“여사님 옆으로 보내줄 겁니다. 만약 여사님이 계속 이런 태도로 일관한다면 조금씩 옆으로 보내줄게요.”나태현의 목소리에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협박이 담겨있었다. 량천옥의 협박에도 그는 굴하지 않고 맞섰다.‘감히 날 협박해? 꿈도 야무지네.’그의 협박에 량천옥은 온몸이 점점 굳어지는 것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량일도 간담이 서늘해졌다.량천옥이 화를 내면서 뭐라 소리를 지르려던 그때 량일이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병원.량천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나태현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이지훈이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대표님.”“무슨 일이야?”이지훈이 말했다.“고은지 씨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요. 서 의사가 그러는데 일주일 동안은 수술할 수 없답니다.”조금 호전됐던 상태가 량천옥 때문에 다시 악화되고 말았다. 이젠 수술을 할 만한 상태조차 아니었다.나태현의 두 눈이 싸늘해졌다.“배윤더러 량천옥한테 전화하라고 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고.”“네.”이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량천옥이 또 다른 생각을 하기 전에 그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것이었다.량천옥은 정말 끈질긴 여자였다. 이런 상황이 돼서도 반격하다니......고은영은 아직도 의식을 되찾지 못한 고은지를 보면서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불안감에 빠졌다.진정훈이 병원에 도착했다. 고은지가 수술받으러 들어간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는 소리를 듣고는 나태현에게 이렇게 말했다.“량천옥 같은 여자를 상대하려면 쉽고 거칠게 해야지.”량천옥은 마음이 악랄하고 나쁜 짓을 일삼았다. 이럴 때 조금이라도 망설인다면 그녀는 상대가 진짜로 겁먹은 줄로 알 것이다.진정훈은 해외에 있었던 동안에 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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