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들어주겠네, 정말. 이경빈 씨, 뚫린 입이라고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그때 옆에 있던 임유진이 참지 못하고 셋 사이에 끼어들었다.아직 당시 골수를 이식해준 실질적인 증거를 못 찾았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그녀는 아마 바로 이경빈에게 골수 기증가자 탁유미라고 말했을 것이다.이경빈은 그 말에 시선을 돌려 임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임유진 씨, 당신이 아무리 강지혁 씨의 아내라고 해도 나한테 이렇다 저렇다 할 자격은 없습니다.”이에 임유진은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닌 이경빈의 눈빛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이경빈 씨, 내 말 허투루 듣지 마세요. 당신이 얼마나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지 곧 알게 될 테니까.”탁유미는 임유진과 이경빈 사이에 트러블이라도 생길까 봐 서둘러 임유진의 팔을 끌어당겼다.임유진은 지금 뱃속에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품고 있기에 이렇게 화를 내게 하면 안 된다.“유진 씨, 난 괜찮으니까 화내지 말아요.”탁유미는 말을 마치고 임유진을 자기 뒤쪽으로 보낸 후 다시 이경빈을 바라보았다.조금전과는 달리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쓸쓸한 감정 따위 보이지 않았다.그 대신 자리 잡은 건 마치 낯선 타인을 보는 듯한 냉랭함이었다.“이경빈, 내가 바라는 건 네가 윤이한테 잘하는 거, 그거 하나야.”다른 건 이제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다.이 남자 때문에 탁유미는 그간 너무 많은 감정을 써버렸다.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이 남자에게 쓸 여력의 감정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다. 설사 감정이 남아 있다고 한들 이 남자에게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탁유미는 말을 마친 후 고개를 돌려 임유진의 팔을 잡았다.“유진 씨, 이만 가요.”탁유미와 임유진이 매장을 완전히 떠나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을 때까지 이경빈은 그 자리에 선 채 탁유미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해지고 또 초조해지는 걸까.꼭 줄곧 인정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있는 느낌이 든다.하지만 대체 뭘...?뭘 잃
Last Updated : 2024-11-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