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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3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19 18:00:10
“그래?”

강지혁이 피식 웃으며 임유진을 안아 자기 다리 위에 앉혔다.

임유진은 그의 행동에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강지혁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정말 나한테 소홀한 적 없어?”

강지혁의 얼굴은 어느새 임유진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밤하늘처럼 예쁜 눈동자가 다정하고 또 부드럽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지혁이 이럴 때면 임유진은 꼭 여우에게 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참, 너 생일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지?”

임유진이 핑크색으로 물든 얼굴로 화제를 돌렸다.

“생일 선물로 뭘 줄지는 이미 다 생각해뒀어. 대신 뭘 받든 싫어하면 안 돼.”

그 말에 강지혁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네가 뭘 주든 난 기쁘게 받을 거야. 그런데 내 생일날은...”

강지혁이 잠깐 뜸을 들였다.

“나는 그날 우리 둘이서만 있었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 말고.”

그 말에 임유진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우리 둘이서만?”

“응. 내 생일이잖아. 나는 다른 사람이 오는 거 싫어.”

강지혁의 목소리가 어쩐지 묘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눈가에는 언뜻 쓸쓸함도 스쳐 지나갔다.

“이유 물어봐도 돼?”

강지혁의 기분 변화를 감지한 임유진이 물었다.

그 질문에 강지혁은 입을 꾹 닫은 채 머리를 그녀의 어깨에 깊이 묻었다.

그의 호흡이 어딘가 무거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꼭 어두운 무언가가 강지혁을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혁아, 우리 이제 부부야. 부부끼리는 좋은 일은 물론이고 힘든 일도 다 공유하는 거야. 너한테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네 마음이 편해지게 들어줄 수는 있어.”

임유진의 다정한 말에 강지혁은 더 세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임유진은 이제 그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녀 앞에서는 자신의 나약한 부분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

“내 생일 다음 날, 그 여자가 나랑 아버지를 떠났어.”

임유진은 그 말에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강지혁이 말한 ‘그 여자’가 그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날은 모든 게 다 꿈만 같았어. 정말 모든 게 다 평화로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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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다시 오게 된 지금, 그런 감정 같은 건 전혀 없었다.임유진은 강지혁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다가가 보니 상당히 많은 서류가 이곳저곳 흐트러져있었다.강지혁이 이 책상에서 회사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멋대로 그려지는 듯했다.그때 흐트러진 서류 속 유난히 눈에 띄는 [진가원]이라고 적혀 있는 서류 봉투가 보였다.진가원은 진씨 가문에서 주관하고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로 듣기로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땅 부지를 사는 데만 천억 원도 넘게 들었다고 하며 근 2년간 대외홍보에도 역시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그런데 그 중요한 서류가 왜 강지혁의 책상 위에 있는 거지?임유진이 의문을 가진 그때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리고 이에 깜짝 놀란 임유진은 손에 든 서류 봉투를 그만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바닥에 떨어진 충격으로 봉투가 열리고 안에 든 것들이 하나둘 밖으로 튀어나왔다.그리고 임유진은 그것들을 보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봉투 안에서 나온 것들이 전부 진애령의 사진이었기 때문이었다.강지혁의 유일한 약혼녀였던 진애령 말이다.진애령의 사진이 왜 봉투 안에 들어있는 거지? 그것도 엄청 많이?진애령은 강지혁의 약혼녀로 안타깝게도 차 사고로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 사고로 임유진은 억울한 살인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다.하나의 교통사고로 두 사람의 운명은 한순간에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으로 흘러가게 되었다.임유진이 멍하니 사진을 구경하고 있을 그때, 강지혁이 다가와 사진을 주웠다.임유진은 허리를 숙인 채 바닥에 떨어진 사진과 서류 봉투를 줍는 그의 모습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어...”그녀는 어쩐지 목이 말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지영이 보러 병원에 갔다가 너 보고 싶어서 왔어.”“한지영은 좀 어때?”강지혁이 물었다.“괜찮아.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있어.”임유진은 사진들을 아무렇게나 서류 봉투에 넣어버리는 강지혁을 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그 사진들은 뭐야?”“신경 쓰여?”“그거 진애령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80화

    “그러니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후회 같은 거 하지 말고 마지막 순간까지 잘 살고 가려고요. 이번 생에는 지독하게 엮었으니 다음 생에는 서로 만날 일 없겠죠.”탁유미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임유진은 그 말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녀는 이대로 탁유미를 보낼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탁유미를 살게 할 생각이었다....병원에서 나온 후 임유진은 GH 그룹으로 향했다.경비원과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임유진이 안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그녀를 알아보았다.그도 그럴 것이 일전 건물 앞에서 강지혁을 만나게 해달라고 장장 몇 시간을 밖에 서 있었으니까.게다가 만나주지 않을 것 같던 강지혁도 결국에는 고이준을 보내 그녀를 대표이사실로 불러들였다.하지만 그때 강지혁을 만났다고 해서 오늘도 강지혁이 허락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임유진은 안에 들어선 후 강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걸려던 찰나 고이준이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와 얘기를 하는 것이 보였다.“고 비서님!”고이준을 부르자 고이준은 그녀를 발견하고 빠르게 다가왔다.“사모님,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사모님이라는 호칭에 경비원과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물론이고 고이준 옆에 있던 직원들도 깜짝 놀랐다.“혁이 보러 왔는데 전화한다는 걸 깜빡한 거 있죠.”“대표님은 지금 회의 중이니 제가 대표님 사무실까지 모시겠습니다.”고이준의 태도는 공손하기 그지없었다.임유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고이준은 옆에 있는 직원에게 두어 마디 건네더니 임유진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그러고는 직접 층수까지 눌러주었다.고이준은 그저 일개 비서에 불과하지만 강지혁의 직속 비서이기에 평사원은 물론이고 임원진들도 고이준에게 만큼은 예의를 갖췄다.즉 회사 내부에서 고이준에게 직접적인 명령을 할 수 있는 건 강지혁밖에 없다는 소리였다.그런데 그런 고이준이 부름 한 번에 망설임 없이 뛰어가고 예의를 갖춰 직접 모시기까지 하니 직원들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79화

    다만 정말 많이 사랑했던 사람이라 헤어짐이 달갑지 않았고 마음도 많이 아팠다.하지만 한지영은 헤어짐으로 인한 고통보다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친구와 가족들이 더 소중했다.그들이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알기에, 그들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해주는지 알기에 한지영은 하루라도 빨리 완치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유진아, 나는 이제 연신 씨를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버릴 거야... 그리고 천천히 연신 씨와의 모든 추억을 내려놓을 거야. 미움도 분노도 배신도... 다 내려놓을 거야. 우리가 헤어진 건... 그냥 가치관 때문이니까.”임유진은 그 말에 코가 찡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백연신을 저주할 만도 한데 그녀는 그저 내려놓겠다고만 했다.한지영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씩씩하게 이겨내 가고 있었다.오후가 되고 탁유미도 한지영의 병실에 도착했다.그녀는 한지영과 백연신이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가 한지영이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랑하는 사람을 내려놓는다는 건, 내려놓아야만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그래서 탁유미는 한지영이 정말 대견해 보였다.한지영은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피곤하다며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지영 씨는 정말 강한 사람인 것 같아요. 엄청 힘들고 속상할 텐데 그걸 이겨내려고 하고 있잖아요.”탁유미가 말했다.“네, 맞아요. 지영이가 평소에는 철없는 애 같아도 맺고 끊는 것에는 언제나 확실한 애였어요. 그런데 솔직히 아직도 조금 걱정이 돼요. 백연신을 내려놓겠다고는 했지만 사랑했던 사람을 내려놓는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임유진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한지영을 바라보았다.그녀도 비슷한 일을 겪어본 적이 있기에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금은 힘들겠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거예요. 그리고 내려놓아야만 다시 새 인생을 살 수 있으니까요.”탁유미의 말에 임유진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언니는 이제 정말 괜찮은 거예요?”탁유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78화

    게다가 근 몇 년간 이경빈은 공수진과 잠자리를 한 적이 없다.3개월 전 이경빈이 술에 잔뜩 취한 채 들어왔을 때 잠자리를 함께할 기회가 있었기만 술에 취한 이경빈이 계속해서 탁유미의 이름을 부르는 바람에 그날은 그렇게 물 건너 가버렸다.하지만 공수진은 이경빈의 술주정을 듣고도 그의 옆에서 잠을 청했다.그때처럼 이경빈에게 술을 먹여 둘이 잠자리를 한다고 해도 아이의 출산 시기와 맞지 않기에 어차피 금방 들통나게 된다.공수진은 뱃속에 자리 잡은 아이보다는 이씨 가문 안주인 자리가 더 중요했다.“그럼 결혼식 올리기 전에 빨리 애 지워버려. 결혼하기 전에 잠시 여행이라도 갔다 오겠다고 하면 별 의심 없이 지나갈 수 있을 거다.”공수진의 아버지인 이한철이 말했다.그 말에 공수진은 생각에 잠겼다.어차피 아이는 무슨 일이 있든 지워야 한다.하지만 그전에 배 속의 아이를 이용하면 탁유미를 향한 이경빈의 마음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다.“엄마, 아빠,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공수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부모님께 방금 떠오른 기가 막힌 생각을 공유했다....임유진은 병상 위에서 열심히 음식을 먹는 친구를 바라보았다.그날 백연신이 병실에서 나온 후 임유진과 한씨 부부는 한지영이 상처를 받은 게 아닌가 싶어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심지어 임유진은 미리 강지혁에게 만약 한지영이 정말 충격으로 쓰러지기라도 하면 바로 의사에게 연락하도록 얘기해놓기도 했다.하지만 막상 병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한지영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며 얘기했다.“나 조금... 피곤해. 먼저 잘게...”그러고는 정말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그리고 다음 날인 지금, 한지영은 어제와 다를 것 하나 없이 행동했고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하지만 그녀가 밝아 보일수록 임유진은 마음이 불안해졌다.“왜... 그렇게 봐?”한지영이 물었다.이제 그녀는 어느 정도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임유진은 잠깐 망설이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 괜찮아?”병실에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77화

    한지영은 힘겹게 손을 들더니 백연신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습관이 될 정도로 많이 만졌던 얼굴이다.이미 질리도록 봤음에도 여전히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던 얼굴이다.그런데 그랬던 얼굴이 지금은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한지영은 처음 기사 내용을 봤을 때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백연신의 말을 듣고도 눈물 한 방울 없이 평온한 채로 있었다.백연신이 오기 전에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해뒀던 것일까?“알겠어요. 헤어져... 줄게요.”한지영은 그의 볼을 만지던 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려 그의 입술을 만졌다.“연신 씨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랄게요.”한지영은 눈물을 훌쩍이는 이별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미치도록 사랑했던 사람을 원수 보듯 하고 싶지 않았다.아무리 이 관계가 백연신이 일방적으로 끊은 관계라고 해도 그래도 그녀는 평화롭게 헤어지고 싶었다.정말...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 첫 번째 남자였으니까.백연신과는 그저 원하는 바가 달랐을 뿐이다.백연신은 그저 그녀가 주는 사랑보다 자신이 얻는 것이 더 소중했던 것뿐이다.한지영의 담담한 말에 백연신의 몸이 굳어버렸다.그녀는 울면서 그를 붙잡지도 않았고 어떻게 나를 배신할 수 있냐며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저 두어 번의 질문으로 모든 걸 이해했다는 듯 그렇게 그와의 헤어짐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좋아해야 하는 게 맞다.그녀가 별다른 집착 없이 헤어져 줘서 고마워해야 하는 게 맞다.하지만 후련하고 고맙기는커녕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나간 듯 고통스럽기만 했다.한지영은 그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라겠다고 했지만 그가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이루어지는 날은 아마 영원히 없을 것이다.고은채를 선택한 순간부터 백연신은 자기 인생이 이대로 영원히 어둠에 갇힐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공수진은 수중에 들린 검사 결과지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내가 임신이라고?!’그녀는 이 상황이 믿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76화

    아까 고은채와 함께 나타났을 때 백연신은 일부러 모든 감정을 배제하고 차가운 태도를 유지했다.하지만 그것도 한지영의 얘기를 듣고는 완전히 무너졌다.“하지만 고은채 씨와...”임유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무슨 이유가 있었을 거야. 지금 상황으로는 그게 가문을 되찾는 일인 것 같기는 하지만.”“네 말은 백연신 씨가 가문을 돌려받기 위해서 고은채 씨를 선택했다는 거야?”“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임유진은 그 말에 입을 꾹 닫고 생각에 잠겼다.백연신이 정말 가문 때문에 한지영을 포기한 거라고?그러면 한지영에게는 뭐라고 할 생각인 거지?강지혁은 불안해 보이는 임유진의 손을 꽉 잡았다.병실 안.한지영과 백연신은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무슨 이유 때문인지 한지영은 백연신이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는데도 어쩐지 그가 엄청 멀게만 느껴졌다.백연신을 만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거리감이었다.“기사 내용... 정말 사실이에요?”한지영은 깨어난 지 벌써 며칠이나 되었지만 말을 할 수 있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하지만 여전히 말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백연신은 잠깐 침묵하다가 이내 조용히 ‘응.’이라고 대답했다.이에 한지영의 몸이 움찔 떨렸다.“정말... 다른 여자랑... 결혼하기로 했어요...?”한지영은 백연신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백연신은 천천히 한지영의 병상 곁으로 다가오더니 두 무릎을 바닥에 꿇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턱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한지영은 그런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지영아,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야. 전에는 너랑 함께 하는 것 정도는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결과적으로 너는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어.”백연신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다정하고 또 부드러웠다.하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차갑기 그지없었다.“너도 알다시피 나는 백씨 가문의 사생아야. 그래서 어릴 때부터 항상 아주 당연하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75화

    세 사람은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한지영은 얼마 전 중환자실에서 나온 후 곧바로 VIP 병실로 옮겨졌다.VIP 병실은 채광도 좋고 또 일반 1인실보다 많이 넓었으며 보호자용 침대도 따로 있었다.그래서 한씨 부부는 매일 한 사람씩 병원에 남아 한지영을 보살펴 주었다.한지영은 안정을 취한 후 조용히 몸을 일으켜 병상 위에 앉았다.환자복도 전과 달리 많이 정돈된 상태였다.그녀의 머리에는 여전히 두꺼운 붕대가 감겨 있었고 청초하고 귀여웠던 얼굴은 두 번의 큰 수술로 어느새 창백하고 또 초췌해졌다.생기 넘치고 장난기 가득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한씨 부부는 그런 딸의 옆을 지키며 그녀의 손을 쓰다듬어 주었다.한번 마음먹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들의 딸이라는 걸 그들은 아주 잘 알고 있다.몇 년 전 임유진을 구하겠다고 해외로 나가 공부할 기회도 때려치우고 돌아왔으니까.정말 좋은 기회라 귀국하면 부모와 자식 간의 연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는데도 한지영은 끝끝내 말을 듣지 않았다.그래서 한씨 부부는 한지영이 백연신을 만나겠다고 했을 때 별말 없이 알겠다고 했다.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임유진과 강지혁이 안으로 걸어들어왔다.그리고 두 사람 뒤로 백연신도 얼굴을 드러냈다.한지영의 시선은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백연신부터 찾았다.방금까지만 해도 초조해 보였던 얼굴이 백연신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금세 한시름 놓은 듯 풀어졌다.한지영은 숨을 한번 들이켠 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다들... 잠깐 나가줘요. 연신 씨랑 둘이서... 얘기하고 싶어요.”임유진은 백연신이 혹시라도 냉정하고 충격받을 말을 할까 봐 나가는 것을 망설였다.그러자 강지혁이 임유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일단 나가자. 백연신 씨도 생각이 있을 거야.”“유진아, 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한지영도 고개를 끄덕이며 임유진을 안심시켰다.이에 임유진은 그제야 무거운 발을 떼어내며 병실을 나섰고 그 뒤로 한씨 부부도 머뭇머뭇 병실을 나갔다.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74화

    “너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강지혁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방금 임유진이 뒤로 넘어가려고 했던 순간 그는 온몸이 얼음장처럼 굳어버리는 느낌이었다.그리고 임유진도 상당히 놀랐는지 얼굴이 다 하얘졌다.방금은 너무 감정만 앞세웠다.만약 정말 넘어지기라도 했으면 간신히 지켜낸 세 아이를 잃을 뻔했을 수도 있었다.“없어... 난 괜찮아.”임유진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강지혁은 임유진을 부축해 세운 후 싸늘한 눈길로 백연신을 바라보았다.“백연신 씨, 내 와이프가 넘어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겁니다. 조금이라도 다쳤으면 간신히 지켜낸 백연신 씨의 가문이 다시 날아갈 수도 있었으니까요.”그 말에 백연신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그래요? 이제는 S 시를 넘어 재원시까지 먹어버리시게요?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보시든가요 그럼.”임유진 두 남자의 신경전에 서둘러 강지혁의 팔을 끌어당겼다.“혁아, 나 괜찮아. 지금은 지영이 일이 더 중요해.”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백연신을 바라보았다.“정말 지영이 보러 갈 거예요?”백연신은 침묵으로 그렇다고 대답했다.“알겠어요. 병원까지는 우리가 안내하죠.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임유진은 말을 멈추고 백연신 옆에 서 있는 고은채를 바라보았다.“고은채 씨는 안돼요. 백연신 씨 혼자 오세요.”“하하, 그쪽이 뭔데요?”고은채가 빈정거리는 말투로 묻자 강지혁이 나섰다.“내 와이프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겁니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아시죠?”위협적인 그의 말에 고은채의 표정이 단번에 변했다.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 있는 남자는 S 시에서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게다가 지금은 재원시가 아니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백연신은 고개를 돌려 고은채를 바라보았다.“나 혼자 갈게. 기다리고 있어.”고은채는 그 말에 싱긋 웃더니 갑자기 백연신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입을 맞췄다.“알겠어요. 기다릴 테니까 빨리 와요. 그리고 전 여자친구분한테는 이번 기회에 확실히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373화

    한지영은 휴대폰이 가까이 다가오자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유진아... 나... 나 연신 씨 보고 싶어. 연신 씨한테... 전해줘. 내가... 많이... 보고 싶어 한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연신 씨를... 믿는다고...”그 말에 임유진의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새어 나왔다.임유진은 한지영에게 뭐라고 답을 해줘야 할지 몰랐다.그도 그럴 것이 한지영이 믿고 있는 백연신은 지금 그녀의 눈앞에서 버젓이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으니까.또한 상황으로 볼 때 한지영이 원하는 결말은 이제 없을 것만 같았다.한편 임유진의 눈물에 백연신은 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지영이가 왜요? 지영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임유진은 그 말에 훌쩍이며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러자 백연신은 그대로 손을 뻗어 임유진의 휴대폰을 빼앗아 들고 전화기 너머 상대에게 소리를 치며 물었다.“지영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연신 씨...”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여자의 목소리에 백연신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이건 한지영의 목소리였다.백연신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입을 달싹였다.뭐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막혀 한 글자도 새어 나오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나 보러... 와요... 연신 씨... 나는... 연신 씨가 직접... 입으로 내뱉은 말만... 믿을 거예요. 만약 안 오면... 아무것도 안 먹고... 자지도 않을 거야... 그러니까 꼭 와...”한지영의 힘없는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백연신은 그녀의 말에 걱정이 왈칵 치밀었다.그는 한지영이라는 여자를 잘 알고 있다.그녀는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애교도 부리고 때로는 자기 멋대로 하며 또 때로는 철부지 소녀처럼 아이돌이나 쫓아다니고 그에게 거짓말도 한다.하지만 그런 푼수 같은 그녀지만 한번 마음먹은 일은 어떻게든 꼭 하고야 만다.즉 이건 협박이나 마찬가지였다.백연신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가했다.정말 바보 같은 여자가 따로 없다.어떻게 이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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