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싸움 때문에 분위기는 더욱더 싸해졌다. "아빠, 엄마 왜 그래요?" 손가을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다.몇 년 전 집안 살림이 궁할 때에도 둘이 이렇게 싸운 것은 본 적이 없었다. "희주야, 시아 집 가서 좀 놀고있을래? 내가 이따가 데리러 갈게."염구준은 포장해 온 음식중 일부를 딸에게 건네주며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만졌다.'많이 샀으니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주지도 못할 뻔 했네.'"알겠어요!"염희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몇 걸음 걸어간 후 고개를 돌려 초롱초롱한 눈을 깜박였다."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께서는 괜찮나요?"그녀 역시 조금 성장했기 때문에 많은 일들을 알고 있었다. "응, 괜찮아. 아빠가 들어가서 조금 말리면 돼."염구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그는 어른들이 싸우는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에게 좋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집 앞에 도착해 닫기지 않은 문틈 사이로 전쟁터가 된 집안을 바라보았다. 망가진 티비, 바닥에 엎어진 테이블, 바닥에 널려 있는 과일들, 그리고 깨진 유리 조각들까지. 다행히 집에서 개를 키우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정말 키웠더라면 이것이 개가 한 짓이라고 해도 믿었을 정도였다. "구준아, 넌 내 편이지?"진숙영은 문 앞에 선 사람을 보고 급히 달려가 옷소매를 잡아당겼다."장모님, 가족끼리 좋게 얘기해야죠.""장인어르신도 화 풀고 여기에 앉으세요. 차분히 얘기를 나눠야 빨리 해결하죠."가족 싸움이 이미 일어난 뒤였으니 염구준은 그저 이를 악물고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두 자신의 장인, 장모님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의 편을 들 수조차 없었다. 오해로 인해 싸움이 더 커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차라리 반보천인이랑 싸우는 게 낫겠어.'염구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소파에 털썩 앉았고, 두 사람도 그의 체면을 봐서 소파에 앉긴 했지만 서로 얼굴도 보기 싫은 듯 전부 고개를 돌렸다.'아, 머리 아파.'결국 염구준은 손가을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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