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의 목표는 윤대약 아니면 염구준일 게 분명했다. ‘흑풍 아니면 개조 로봇을 만든 미친놈인가?’정보가 부족한 탓에 모든 것을 추측할 수 밖에 없었다. “길시가 되었습니다. 이제 화장터로 옮기겠습니다.”윤성호가 손목 시계를 보더니 우렁차게 외쳤지만 눈물까지 글썽이는 것이 진심으로 슬퍼하는 것 같았다.“잠깐만요.”그때 한 사람이 뛰쳐나오며 말을 끊었다.바로 방계의 리더이자 윤중현의 아버지인 윤범걸이다.“오늘은 외부인들도 많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나중에 얘기하시죠.”윤성호는 감출 것도 없다 생각해 대놓고 얘기했다.만약 상대방이 정말 따지고 든다면 끝까지 맞설 셈이였다.“이 일에 대해 마침 다른 사람들 앞에서 증명하면 되겠어요. 엊저녁에 어르신은 가주님과 함께 나가셨는데 돌아올 때 가주님이 어르신을 업고 들어오셨죠. 맞으신가요?”윤범걸의 입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엄숙했다. ‘아버지를 죽였군.’그러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이런 생각이 들었다.역시나 이것도 윤범걸이 원했던 것이다.모든 사람들이 오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맞습니다.”CCTV에 다 찍혀서 윤성호도 발뺌하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가 아버지를 살인한 범인이라고 수근거리기 시작했다.“일찍 피하는 게 낫겠어요.”“그거 아세요? 윤성호는 어르신의 친자식이 아니라 주워서 왔다는 소문이 있어요.”“아버지를 죽이다니. 설마 그럴만한 원한이라도 있나?”사람들은 점점 어처구니없는 말을 지어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윤성호는 점점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헛소문은 항상 이렇게 시작한다. “가주님. 설명해 주세요.”다들 수근거리는 틈을 타 윤범걸이 한수 더 떨었다.하지만 윤성호가 그동안 가주 자리를 지킨 것도 그만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본래 아버지를 화장하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오늘 나를 의심하고 있으니 확실하게 말씀드릴게요. 흑풍이 아버지를 살해했어요.”흑풍 존주의 이름이 나오자 다들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어떤 사람은 누
”그렇다면 낱낱이 조사해봐야 겠군요.”윤범걸이 태연하게 말했다.“일단 아버지 장례식을 치르고 내가 반드시 진상을 밝히겠습니다.”윤성호는 부하들에게 관을 들고 가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윤범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앞길을 막으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다들 이 자리에 모였는데 어르신 마지막 얼굴이나 한번 봅시다.”그들이 왔을 때는 이미 관이 봉해져 있어 아무도 윤대약을 볼 수 없었다.“아버지 시신은 이미 관에 봉해서 쉬는 걸 방해하지 맙시다.”윤성호가 최대한 화를 참으면서 말했다.“거절하는 것을 보니 혹시 뭘 감추는 겁니까?”윤범걸의 말투는 점점 세졌다. “그동안 많이 참았어. 시비를 거는 거라면 확실하게 말해!”윤성호는 더는 참지 않고 전신의 영역을 펼쳐 두 쇠구슬을 냅다 윤범걸에게 던졌다.역시 전신 이상의 실력이었다. 무술 방면에서 실력이 없다면 은세집안에서 가주를 맡을 자격은 주어지지 않는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윤범걸은 두려워하지 않고 두 단검을 꺼내 공격을 막아냈다.팅!두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단검이 부러지고 쇠구슬이 윤범걸의 가슴을 강타했다.이제 막 전신 경지에 이른 윤범걸은 전신 이상에 도달한 윤성호에게 상대가 아니었다.“윽!윤범걸은 뒷걸음을 치면서 목구멍까지 올라온 기혈을 삼켜버렸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지금까지 잘도 감췄네. 이런 실력이 있는 줄은 몰랐어.”윤범걸은 순간 자신이 방심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상대방의 수단을 시탐했으니 손해본 것은 아니었다.‘좋은 기회야. 이 틈에 죽여버려야겠네!’윤성호는 두 쇠구슬을 거두는 척하면서 다시 윤범걸을 향해 던졌다.저 인간만 죽으면 윤씨 가문의 방계에 우두머리가 없게 되니 자신과 맞설 세력이 사라지게 된다.“조심해요!”방계 친척들 모두 놀라 소리쳤다.스윽!윤성호는 손을 들어 다시 두 쇠구슬을 신속하게 내던졌다.‘죽일 셈이구나.’윤범걸이 전성기일 때도 상대가 될 수 없었는데, 하물며
”얻어 맞고 싶어서 그래?!”염구준의 안색이 굳어졌다.윤씨 가문에서 피도 안 마른 녀석을 보내다니 정말 기가 막혔다.아무리 사업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도 경험이 아직은 한참이나 부족했다.“백 년 산 붉은 영지.”윤중현은 상대방이 관심을 보이지 않자 즉시 미끼를 던졌다.“얘기하지.”염구준은 차창을 내리고 말했다.몇 분이면 끝날 얘기라 그냥 이야기를 듣는 셈 치자고 생각했다.윤중현은 자신이 주도권을 잡았다 착각하며 피식 웃으면서 차에 올랐다.“윤씨 가문에서만 붉은 영지를 채집하는 방법을 알아. 어르신이 붉은 영지를 얻은 후로, 약효를 쌓기 위해 스마트 온도 조절기에 이식해서 계속 키웠어. 그러니까 채집하는 것도 방법이 따로 있어. 함부로 채집하면 약효가 전부 사라지지.”차에 올라타자마자 그는 붉은 영지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았다.염구준은 자신이 억지로 빼앗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됐어. 내가 어떻게 하면 붉은 영지를 얻을 수 있어?”그는 오직 이 문제만 관심이 있었다.“우리 윤씨네 방계를 도와 윤성호를 제거하면 그 붉은 영지를 너한테 선물할게.”윤중현은 합의서까지 내놓았다.정말 만만의 준비를 다한 모양이었다.‘맨입으로 요구를 제시하다니.’아무도 주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죽이라고 말하는 것은 선을 넘은 행동이였다.일개 용병을 고용하더라도 먼저 예약금 30프로를 내야 하는 것이 이 바닥의 규칙이다.“아무런 성의도 없네. 적어도 절반 영지는 주면서 요구해.”오기 전에 이제마에게 물어봤는데 붉은 영지 절반이면 충분하다고 했었다. “지금은 어려워, 아직 윤성호가 가주 자리에 있어서 붉은 영지도 가주가 관리하고 있어서.”윤중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하, 그럼 무슨 염치로 그런 요구를 하지?”염구준이 싸늘하게 웃었다.‘아무도 없으면서 먼저 사람을 죽이라고 하다니 꿈도 야무져라.’염구준은 밖을 가리키며 꺼지라는 제스처를 보냈다.하지만 윤중현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염구준, 실은 우리한테 계획이 있
”이봐, 젊은이. 사람을 때리고 그냥 가면 안 되지.”“아버지..”윤범걸이 노인을 부르더니 그의 귀에 대고 뭐라 중얼거렸다.“뭐..! 반천인?”노인이 깜짝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그도 전신 최고 경지에 이르렀으니 반천인 경지에 도달한 고수와는 겨룰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뭐 어쩌려고?”염구준이 물었다.“네 실력을 한 번 보자꾸나.”말을 마친 윤영식은 손가락으로 검결을 펼치며 무서운 기세로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손을 검처럼 사용한다고? 내 앞에서 감히 검법을 사용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나?’“엉망진창이네.”염구준은 고개를 가로젓더니 똑같이 손가락으로 검결을 펼치며 다가오는 엉터리 검법을 맞이했다.쿵!순식간에 두 검결이 부딪치며 엄청난 파동이 일어났다.윤영식은 닿는 즉시 파동으로 인해 입가에 피를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검의다!”결국 패배했다. 노인은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살면서 검의를 보는 날도 오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저놈을 죽여요!”입구에서 집을 지키던 윤기범이 손 벽을 치며 말하자 옆에 선 사람들도 기뻐서 한껏 기대했다.“뭐?”염구준이 고개를 돌려 힘껏 노려보자 윤기범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버렸고, 그 뒤로 누구도 염구준이 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레스토랑에 도착한 그는 용준영과 같이 밥을 먹었다.그는 아직 천약산시에 볼일이 남아서 서두르지 않았다.한창 밥을 먹고 있을 때 염구준의 휴대폰이 울렸다.바로 이제마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어깨 부상 검사 결과가 나왔어요.”염구준은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이제마는 말을 하지 않았다.“빨리 말씀하세요. 지금 밥 먹고 있다고요!”가끔은 그도 이제마의 괴팍한 성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말씨름에서 우세를 차지한 이제마가 웃으면서 천천히 말했다.“하하하, 그럼 말할게요. 심리 준비를 하세요. 결과에 의하면 부상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해요. 경맥이 심각하게 손상되어서 제때에 치료하지 않
아래에는 특별히 경매 규칙도 명시되어 있었다.염구준은 기사를 보면서 계속 밥을 먹었는데, 귀한 약재를 경매장에 내놓다니, 윤씨 가문에서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귀한 물건은 당연히 가치가 비슷한 물건으로 교환해야 하지 않은가?윤대약이 죽자마자 영지를 경매장에 내놓다니 전부 수상했다.통찰력이 뛰어난 염구준마저도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마치 한 층의 안개가 그의 시야를 가려버리는 것 같았고, 이 중에는 음모가 있을게 분명했다. “준영아, 넌 어떻게 생각해?”염구준은 서로 도와야 오래 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물었다.“우리가 제시한 가격도 적지 않은데 굳이 경매장에 내놓는 건, 윤씨 가문에서 일부러 그러는 거 같아요.”용준영이 천천히 입가를 닦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말 뿐이였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은 아니였다.일반인들은 보통 겉만 보고 판단할 테니 말이다. “밥이나 먹자.”역시 본인이 직접 나서서 일을 처리해야 했다.슈우웅!바로 그때, 갑자기 무엇인가 염구준을 향해 날아왔다“암기?”생각에 잠겼던 염구준이 본능적으로 그것을 잡았다.펑!물건을 잡는 동시에 펑하며 터지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버렸다.폭발한 것은 공이었다.레스토랑에서 누가 농구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던 것이다. “공 좀 돌려주세요.”한 남자 아이가 달려오더니 염구준을 향해 소리쳤다.앳된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 차 보였다.레스토랑 같은 공공장소는 사람들이 비교적 많아 공을 놀면 다른 사람들을 해치기 쉽다.하지만 어린 아이의 부모대신 교육할 의무도 없어 따지지는 않았다.“새것으로 사.”염구준은 호주머니에서 5만원짜리 현금을 꺼내서 남자아이에게 건넸다.“싫어요. 공이나 주세요!”남자아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준영아, 옆에 문구점에 가서 하나 사줘.”염구준은 귀찮아서 곁눈질만 했다.“에휴.”용준영이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싫어요. 난 내 공을 갖고 싶어요.”남자아
그러자 남자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더니 바닥에서 뒹굴며 억지를 부렸다.그 바람에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손님들이 수근거리며 모두 염구준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염구준이 진짜 아이를 때린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어린아이와 노인을 때리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데 말이다. “누가 내 아들을 때렸어? 죽고 싶어?”그때 기세당당한 소리가 레스토랑에 울리며 건장한 사내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누구도 당신 아들 때리지 않았어요. 방금은…”어른이 나타나니 염구준은 상황을 설명했다.처리할 일들이 산더미인에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당장 오해를 풀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염구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삿대질을 하며 욕을 퍼부었다.“다들 보는 앞에서까지 변명하는 거야? 내가 바보인 줄 알아? 게다가 아직 어린아이인데 무슨짓을 해도 용서를 해줘야지.”그 아비에 그 아들이라고 정말 억지가 보통이 아니었다.“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데?”염구준은 궁금했다. 오늘 부자가 어느 경지까지 생억지를 부릴지 말이다.“돈으로 배상해. 의료비랑 정신 손해비 모두 4억.”아이의 아버지는 거액의 손해비를 요구했다.바보라도 이것은 사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많지는 않네.”하지만 염구준은 상대방의 해맑은 얼굴을 보고는 뒷말을 이어 나갔다.“근데 주고 싶지 않네.”“안 주면 오늘 못 가. 가만두지 않겠어.”남자는 염구준에게 다가오며 머리를 잡으려고 했다.꼴을 보니 전혀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다.하지만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염구준에게 횡포를 부리는 사람들을 상대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으니 말이다. 으드득!“으악… 아프다고!”염구준은 남자의 손가락을 잡고 살짝 힘을 주었다.보통 사람들에게 그의 힘은 엄청나서 감당할 수 없었다.곧 부러질 것 같은 손가락을 보며 남자는 식은 땀을 흘렸다.온몸은 근육 덩어리지만 전혀 무술을 할 줄 몰랐다.“손가락을 꺾는 건 아이들이나 하는 짓이야. 실력이 있으면 진짜 붙어보든지.”남자는
두 사람은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나와!”주차장에 도착한 염구준이 골목을 힐끗 보더니 담담하게 외쳤다.‘누가 있나?’그 말에 용준영이 경계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역시 감각이 예민해. 일부러 숨을 쉬지 않았는데도 감지해버리다니.”몸이 삐쩍 마른 청년이 실실 웃으며 골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염구준은 그의 숨소리가 아닌 심장소리를 들었던 것이다.‘빠르다.’용준영은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을 비비적거렸다.그 남자는 바로 도문의 초상비다.무리안에서 그도 용하 출신이라 한번 용서해 주었다.“복수하러 왔어?”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복수는 무슨, 전에 무리안에서 네 말을 듣고 오랫동안 생각해 봤어. 계속 거기 있는 것도 재미없어서 나중에 문주한테 네 위치를 물어보고 찾아왔지.”초상비는 두 손을 모아 공손하게 대답했다.“날 찾아서 뭐하게?”염구준은 아직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말하자면 부끄럽지만 무리안에 박혀 있었더니 용하에 친구 한 명도 없더라고. 그래서 밥이라도 얻어먹으려고 찾아온 거지.”초상비는 반천인 경지에 이른 염구준의 곁에 있으면 적어도 끼니는 때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겨우 한 번만 대결했기에 염구준은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잠시 생각한 후에 말했다.“그래? 근데 난 규칙이 꽤 많아.”염구준이 보기에 상대방의 경공 실력은 꽤 괜찮았다.“월급만 주면 뭐든 할게.”초상비가 얌전하게 대답했다.생활만 보장된다면 누가 계속 더러운 짓거리를 하겠는가.“그래.”염구준은 월급을 주는 것에 동의했다.“이리 와. 마침 할 일이 있어.”초상비가 흠칫 하더니 바로 다가갔다.그는 이렇게나 빨리 면접에 합격되어 임무를 맡을지 몰랐다. “윤씨 가문에 가서…”염구준은 혹시나 누가 들을까 봐 아주 작은 소리로 소곤거렸다.초상비의 경공이라면 일반 반천인 무술인은 아예 눈치를 채지 못한다.“알았어. 내 소식을 기다려.”초상비가 몸을 번쩍 들더니 감쪽같이 사라졌다.“누구세요? 왜 저는 모르죠?”용준
주차를 한 후, 염구준은 우아하게 장식한 야외 무대에 올라갔다.그 위에 좌석은 이미 안배되었고 무대 아래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분위기를 보니 이쪽 담당자가 센스가 있는 것 같았다.“염구준 씨, 오셨나요?”도착하자마자 자사 담당자 양희준이 다가오며 인사를 건넸다.“전 그냥 보러 왔어요. 오늘 주인공은 양 대표님이십니다. 각자 볼일을 보시고 저는 상관 안 하셔도 됩니다.”염구준이 웃으면서 말했다.예의를 차리는 것이 아니라 진짜 속심 말이었다.“오늘 개업식 준비는 어제 다 마쳤습니다. 구준 씨 좌석에 앉으세요. 곧 개업 커팅식을 시작할 겁니다.”양희준은 이미 염구준과 용준영의 자리를 마련한 상태였고, 일 처리가 꽤나 주도면밀했다.염구준은 그런 그의 행동과 일처리 능력을 보고 조금 호감이 갔다.30분 후, 양희준이 초대한 게스트, 기자, 그리고 직원들이 전부 모였고, 드디어 연설을 시작했다.“오늘, 저희 손씨 그룹 천약산시 자사가 개업하는 날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이봐, 거기 서!”아직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입구에서 경호원이 소리를 지르며 검정색 코트를 입은 남성을 제지했다.경호원은 남성의 어깨를 꼭 잡고 앞을 가로막았지만 상대방의 힘이 너무나 세서 경호원을 밀어 버렸다. “뭐 하는 거야? 빨리 가서 도와!”현장에 있던 경호대장이 지시를 내렸다.10명 넘는 경호원이 막대기를 들고 불청객을 포위했다.‘사람이 아니야.’멀리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염구준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지더니 이내 굳어졌다.“개조 로봇이에요. 어서 물러나세요!”염구준이 벌떡 일어서며 앞으로 걸어나갔다.개조 로봇이 왜 여기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징조가 아니란 것은 단숨에 봐도 알 수 있었다.위잉잉!경호원이 그 말을 듣고 빠르게 옆으로 물러나갔다.펑!거대한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불꽃이 하늘로 치솟으며 개조 로봇이 폭발해버렸다.가까이에 있던 경호원은 도망가기 전에 폭발 잔여물에 찍혀 중상을 입었다.윙윙!염구준이 상황을 살피러 가려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