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를 한 후, 염구준은 우아하게 장식한 야외 무대에 올라갔다.그 위에 좌석은 이미 안배되었고 무대 아래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분위기를 보니 이쪽 담당자가 센스가 있는 것 같았다.“염구준 씨, 오셨나요?”도착하자마자 자사 담당자 양희준이 다가오며 인사를 건넸다.“전 그냥 보러 왔어요. 오늘 주인공은 양 대표님이십니다. 각자 볼일을 보시고 저는 상관 안 하셔도 됩니다.”염구준이 웃으면서 말했다.예의를 차리는 것이 아니라 진짜 속심 말이었다.“오늘 개업식 준비는 어제 다 마쳤습니다. 구준 씨 좌석에 앉으세요. 곧 개업 커팅식을 시작할 겁니다.”양희준은 이미 염구준과 용준영의 자리를 마련한 상태였고, 일 처리가 꽤나 주도면밀했다.염구준은 그런 그의 행동과 일처리 능력을 보고 조금 호감이 갔다.30분 후, 양희준이 초대한 게스트, 기자, 그리고 직원들이 전부 모였고, 드디어 연설을 시작했다.“오늘, 저희 손씨 그룹 천약산시 자사가 개업하는 날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이봐, 거기 서!”아직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입구에서 경호원이 소리를 지르며 검정색 코트를 입은 남성을 제지했다.경호원은 남성의 어깨를 꼭 잡고 앞을 가로막았지만 상대방의 힘이 너무나 세서 경호원을 밀어 버렸다. “뭐 하는 거야? 빨리 가서 도와!”현장에 있던 경호대장이 지시를 내렸다.10명 넘는 경호원이 막대기를 들고 불청객을 포위했다.‘사람이 아니야.’멀리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염구준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지더니 이내 굳어졌다.“개조 로봇이에요. 어서 물러나세요!”염구준이 벌떡 일어서며 앞으로 걸어나갔다.개조 로봇이 왜 여기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징조가 아니란 것은 단숨에 봐도 알 수 있었다.위잉잉!경호원이 그 말을 듣고 빠르게 옆으로 물러나갔다.펑!거대한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불꽃이 하늘로 치솟으며 개조 로봇이 폭발해버렸다.가까이에 있던 경호원은 도망가기 전에 폭발 잔여물에 찍혀 중상을 입었다.윙윙!염구준이 상황을 살피러 가려
본인 조차도 염구준과의 사이가 이토록 돈독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용준영은 속으로 계속 기도했다.‘제발 무사해줘. 제발..’“콜록콜록!”그렇게 영역의 산소가 소모되고 불길이 사라지자 염구준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무슨 기름을 쓰길래 냄새가 이렇게 역해.”그에게 몸을 보호하는 기운이 있어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나 계획적인 습격에 그만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것은 대놓고 손씨 그룹을 해치려 들거나 자신을 목표로 벌인 짓이다.“괜찮으세요?”용준영이 다가가며 물었다.“괜찮아. 그냥 소리가 요란해서 귀가 얼얼하네.”염구준은 새끼 손가락을 귓구멍에 넣고 살살 후볐다.“전부 포위하고 신분을 밝히기 전에 누구도 보내지 마세요.”양희준이 부른 경호원들도 현장에 도착했다.현장은 이미 철창으로 둘러싸여서 누구도 나갈 수 없었다.“줄 서서 한 명씩 나오세요. 다들 협조만 해주시면 곧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경호원들이 질서를 유지시키며 사람들을 안심 시켜 주면서 조사를 빠르게 진행했다.양희준의 순발력은 엄청났다.“학교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왜 우리 앞을 가로 막는 거지?”몇 사람밖에 조사하지 않았는데 젊은 여자가 꽥꽥거리며 가겠다고 난리를 쳤다.그렇게 기어코 귀찮은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한 사람이 먼저 나서자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호응하며 경호원을 둘러싸고 따지고 들었다.“맞아. 당신 경호원들이 제대로 일을 못해서 발생한 것을 왜 우리가 조사를 받아야 해?”“집에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야한다고!”“이거 인권을 침해하는 거야. 당신들 고소할 거라고!”소동으로 인해 현장은 시끌벅적했다.경호원들의 안색이 굳었지만 여전히 질서를 유지시키려고 노력했다.“다들 협조해 주십시오. 금방이면 끝납니다.”그 말에 다들 협조하기는커녕 더 소란을 일으키며 밖으로 나가려고 발버둥을 쳤다.“가게 냅둬요.”엽구준의 우렁찬 소리가 현장에 쩌렁쩌렁 울렸다.“하지만…”양희준이 말을 하려다가 그의 신분을 알아차리고는 바로 삼켜버렸다.“내게
차가 멈추더니 출입 카드를 긁고 다시 주택 단지 안으로 들어섰다. 스스슥!염구준은 발끝을 가볍게 딛으며 경공으로 재빨리 뒤를 따랐다.차 한대가 한 별장 앞에 주차되고, 세 사람이 차에서 내린 뒤, 여전히 주변을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돌아왔어? 어떻게 됐어?”그들이 들어가자 집안에 또 누가 있는지 인사를 건넸다.“말도 하지 마. 두 개나 폭발했는데 상대방 머리카락도 상하지 않았다고.”젊은 여자가 냉장고에 있는 캔맥주를 꺼내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번 작전은 완전히 패배한게 분명했다. “걱정 마. 존주님께서도 어쩌지 못하는 인간이니 우리가 실패해도 용서해 주실 거야.”남자가 그녀를 위로했다.“이번 작전은 네가 안배한거니 네가 혼자 감당해.”여자는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면서 침묵만 유지하고 있는 남자를 노려봤다.“알았어.”그러자 남자는 시무룩하게 대답했다.“돌아올 때 꼬리를 달고 오지 않았지?”“없어. 몇 바퀴 돌고서야 여기까지 왔는데, 따라오는 사람 없었어.”여자는 아주 확실하게 대답했다.펑!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갑자기 방법용 문이 날아서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그러고는 기럭지가 긴 그림자가 입구에 나타났는데, 마침 뒤에 해가 비쳐서 윤곽이 아주 신비롭게 보였다.그림자가 그들 앞으로 다가와서야 상대방의 얼굴이 드러났다.“염구준.”그의 모습에 그들은 깜짝 놀라서 자빠질 뻔했다.“너… 너 어떻게 왔어?”여자는 말을 더듬거렸다.“네 뒤를 따라서 왔지.”염구준은 말하면서 별장 내부를 둘러봤다.총 9명, 벽에 붙은 흑풍의 초상화를 보고 흑풍 조직원들이라는 것을 알아챘다.“흑풍은 어디 있어?!”염구준이 기운을 조절하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도망쳐!”누가 소리를 지르자 염구준을 노려보던 남자 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창문을 뚫고 나가버렸다.“굳이 시간을 낭비하네.”염구준은 손을 들어 솟구치는 기류를 전방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 날렸다.그리고 몸을 번쩍 들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왼쪽 창문으로 도망친 세 사람을 해
”개조 로봇은 어디에서 가져온 거야?”염구준이 연신 물었다. 그는 예전에 흑풍과 싸울 때 그런 물건을 본 적이 없었다.최근에 나왔다는 것은 누가 적지 않은 개조 로봇을 제공했다는 것을 설명한다.“존주님 다섯째 형님, 청목 존주님께서 주신 거야.”여자가 다급하게 대답했다.“청목 존주에 대해 말해 봐.”염구준이 떠돌이 7인조에 대해 아는 것이 꽤 많긴 했지만 다 알지는 못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난 평범한 일원이라 이것밖에 몰라.”여자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펑!염구준이 일장을 여자의 두정골에 날려 바로 죽여버렸다.개조 로봇을 이끌고 습격했다는 것만으로도 살려둘 수 없었다.별장 내에 가장 강한 고수는 종사 경지에까지 도달했다.그러니 그들에게서 핵심 정보를 캐내는 건 한계가 있다. “왜 그렇게 노려보냐?”염구준이 남자를 보며 물었는데, 그의 눈에서 발산하는 원한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네가 내 동생을 죽였으니 오늘 복수하고야 말겠어.”남자가 이유를 말했다.“네 동생? 그래서 흑풍 조직에 들어간 거야?”염구준은 남자의 동생이 누군지 몰라 물었다.“아니. 우린 원래 흑풍 조직에 있었어. 네 사람이 간우촌에서 내 동생을 죽였잖아!”남자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냅다 고함을 질렀다.“그건 죽어 마땅했기 때문이야. 흑풍 조직은 악행을 일삼는 미친놈들이잖아.”염구준의 눈빛에는 전혀 동정심이라고는 한 운큼도 보이지 않았고, 흑풍 조직을 만나는 족족 제거하기 바빴다.“하하하. 죽어 마땅하다고? 우리가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알아?”남자가 울분을 참으며 질문했다.“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너희들이 무슨 고초를 겪든 네가 미친놈으로 변할 이유가 되지 않아.”말이 통하지 않자 염구준은 발로 치명상을 날려 죽여버렸다.무고한 사람의 안위로 무시하고 개조 로봇으로 습격하는 미친놈은 이 세상에 살 가치도 없지 않은가.별장 내부를 둘러봤더니 7대 개조 로봇이 조용히 서 있었다.그는 보자마자
”라이벌 기업들이 기회를 틈타 공격하고 있어서 파트너사들도 줄줄이 계약을 중단했습니다. 우리 자회사는 이미 벼랑 끝에 몰렸어요.”양희준은 말할수록 언성이 높아졌다.천산약시 자사가 이제 막 설립되어 이런 시련을 감당하기엔 무척 어려웠다.“그 외에 다른 일은 없어요?”염구준은 덤덤하게 듣더니 한마디만 물었다.“없습니다.양희준의 얼굴은 급격히 파랗게 질렸다.심각한 상황에서 염구준은 태연하게 지시했다.“그럼 됐어요. 대표님이 할 일만 잘 처리하시고 나머지는 나한테 맡기세요. 만약 자금이 부족하거나 물자가 부족하면 본사에 연락하면 됩니다. 이미 손 대표한테 말해뒀어요.”상사가 이렇게 말하는데 양희준도 더는 할 말이 없어 고개를 끄덕거렸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휴대폰으로 부정적인 기사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윤씨 가문 저택.윤대약을 화장한 후, 조문객들이 떠나자 저택은 다시 조용해졌다.가주가 지내는 방에 상의하느라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았다.“존주님… 임시 거주지에 문제가 생겼습니다.”흑풍 조직원이 전화로 조심히 보고했다.“무슨 문제?”흑풍이 테이블에 놓인 차를 들며 담담하게 물었다.그렇게 은밀한 거처에서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으니 별 문제없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곳에 거주했던 부하들 9명이 살해당하고 개조 로봇은 전부 파괴되었습니다. 장을 보러 나간 한 사람만 살아남았더라고요.”부하는 심각한 상황인 것을 감지하고는 결국 솔직하게 보고했다.펑!상황을 전달받자 급격히 화가 치밀어 오른 흑풍이 손에 힘을 너무 세게 쥔 나머지 찻잔이 부숴졌다.“대체 무슨 상황이야?”분명 부하가 실수해서 임시 거처가 발견되어 쑥대밭이 되었다고 생각했다.조심스럽게 움직였지만 항상 조심성이 없는 부하들 때문에 화를 당하는 그였다.“구영이 사적으로 부하들 이끌고 나갔는데 염구준이 뒤를 미행해서 발견된 거 같습니다.”부하는 흑풍이 자신에게 화풀이를 할까 봐 두려워 보고를 하면서도 식은 땀을 흘렸다.“관두자. 모두한테 연락해. 내
붉은 빛깔이 참 고급스럽게 느꼈졌다.“듣자니 이 영지가 엄청 특이해서 윤씨 가문에서만 채집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흑풍은 백 년 산 붉은 영지가 모든 계획과 연관이 있어서 확실하게 얘기를 꺼내야 했다.“그럼요. 붉은 영지는 계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성숙할 때마다 약효가 한 단계씩 올라갑니다. 최근에 마침 성숙한 단계에 도달했어요.”윤성호는 약재에 그다지 열정이 없어서 설명할 때의 말투가 꽤나 담담했다.“좋습니다.”흑풍은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다른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염구준은 검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어깨에 중상을 입었는데 바로 이 영지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이용해 영지에 독을 묻혀서 염구준에게 팔 거예요. 그러면 염구준이 치료를 하다가 독살로 죽게 될 겁니다.”윤성호는 이 말에 어리둥절했다.“근데 왜 직접 거래하지 않고 경매장을 통해서 파는 겁니까?”그는 경매장을 이용하는 것은 괜한 짓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이 이미 손을 잡았으니 흑풍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계획을 털어 놓았다.“염구준은 의심이 많아서 쉽게 넘기면 오히려 의심을 사게 됩니다. 이번 기회에 무조건 그놈을 죽여야 해요.”그제야 윤성호는 그의 의도를 알았다.“그래서 거액으로 거래하시려는 거군요.”“맞습니다.”윤성호가 단번에 알아채자 흑풍은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이 계획은 겉보기에 쉬워도 진행하기엔 쉽지 않다.“알겠습니다. 제가 처리할게요.”윤성호가 대답했다.“누구냐?”갑자기 흑풍이 돌아서며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그 바람에 윤성호가 화들짝 놀랐다.“걱정 마세요. 여긴 누구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하지만 흑풍은 안심이 되지 않아 굳이 지하실을 돌아보았다.“먼저 갈게요. 경매는 무조건 성사시켜야 합니다.”누구도 없다는 걸 확인해서야 흑풍이 한마디 당부하고 떠났다.하지만 계단 위쪽에는 한 그림자가 엎드리고 있는듯 했다.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숨소리 없이 완벽하게 숨은 것이다.윤성호가 기관을 돌려 석벽을 열
천약산시 기업들이 힘을 합쳐서 손 씨 그룹 자사를 몰아내려는 속셈인 것 같았다,“염구준 씨. 기사가 또 떴습니다. 근데 저희와는 크게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양희준은 말하면서 휴대폰을 염구준에게 보여줬다.“윤씨 가문에서 하자 약을 생산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약물이 중독되었고 3명이 사망했다.그 뉴스를 보던 염구준은 머릿속이 울리면서 분노가 치솟았다.이 사건은 십중팔구 윤씨 가문에서 벌인 짓이다.전에 분명 경고를 했는데 끝내 사달을 내고야 말았다.심지어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장담했었다.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윤씨 가문에 따지러 가려고 했다.“준영아. 우리 병원으로 가자.”염구준이 서둘러 일어서며 재촉했다.용준영과 양희준은 서로 마주보더니 한 마음 한 뜻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우리 코도 석자인데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지금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당연히 회사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다.염구준은 두 사람을 보며 조곤조곤 말했다.“그거랑 달라요. 중독자들을 해결하면 회사 위기도 벗어날 수 있어요.”그는 이미 회사의 위기 따위 해결했다고 여겼다.“알겠습니다. 어쨌든 형님 말을 따르면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요.”방금 한 말처럼 염구준은 그를 실망하게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저는 여기 남아서 회사를 돌볼게요.”양희준은 그렇게 사무실로 돌아갔다. 염구준이 처리를 하든 말든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필경 회사 대표이자 천산약시 자사 담당자니까.병원으로 가는 길에 염구준이 이제마에게 전화를 걸었다.“윤씨 가문의 뉴스를 봤어요?”“그렇게 큰 사달을 냈는데 진작에 다 알고 있죠. 중독자는 200명 넘고 4명이 사망했어요.”이제마다 대답했다.제약을 담당하는 윤씨 가문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쌍두 성뱀의 역린 분말을 갖고 천약산시에 구조하러 오세요. 빨리 오셔야 해요.”염구준이 단호하게 말했다.이 물건은 세상의 모든 독을 해독할 수 있기에 이름 모르는 독이라도 문제없
”의사 선생님. 저희 엄마.. 가.. 계속 토하고 있어요. 와서 좀 봐주세요.”“내 아들이 호흡이 미약해요. 누가 와서 도와줘요…!“ “너무 괴로워요. 제발 살려주세요...”한 병원에서 수백 명이나 되는 응급 환자를 받아들이기에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도 계속 몰려들고 있을 뿐이였다. “젠장. 윤씨 방계들은 시장에 얼마나 많은 약을 판 거야?”염구준이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본인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다니 흑풍 조직과 별반 다를바 않았다.이런 인간들은 아예 세상에 남겨서는 안 된다.염구준은 다시금 처참한 현장을 둘러볼 수중에 있는 역린 가루 한 병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했다.혹시나 양을 조절하지 못해 모두를 구하지 못하면 오히려 사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제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네가 내 아들을 해쳤어.”병원 입구에서 몇몇 성인이 젊은 의사를 둘러싸더니 팔다리를 휘두르며 때리기 시작했다.“죄송합니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의사는 얻어맞으면서도 연신 사과했다.환자들이 눈앞에서 죽어 나가자 그도 너무 괴로웠지만 약의 약효가 너무 강해서 손쓸 방법이 전혀 없었다.“네 목숨을 내놔.”보호자들은 가족들이 죽자 감정을 통제 못하고 무자비로 때렸다.이러다가 의사가 죽을 것 같았다.한 남자가 어디서 벽돌을 들고 와서 의사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다.그대로 내리치면 의사는 바로 황천길 행이다.탁!중요한 순간에 염구준이 나서서 그 남자의 팔을 잡아 불상사를 막아냈다! “이보세요. 이러면 안 돼요.”이미 이성을 잃은 남자가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화를 참다 못해 염구준을 노려보며 소리질렀다.“이거 놔. 아니면 너도 죽여버릴 테니까.”이성을 잃은 사람은 눈에 뵈는 것이 없어 말이 통하지 않자 염구준은 무력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촥!그는 인파를 누비면서 두 손으로 이성을 잃은 사람들에게 뺨을 날렸다.그들이 무슨 일인지 반응하기 전에 뺨을 맞고 옆으로 튕
“맞아!”“얼마 전에 용필 오빠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었잖아?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오빠를 간호해 준 간호사 윤나 씨랑 정이 들어서 지금 결혼 얘기까지 오간 상태야.”“그런데 문제는 저 오백하라는 사람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 중학교 동창회에서 윤나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려서 미친 듯이 쫓아다니고 있다는 거야.”손가을은 상황의 전말을 설명했다. 친척의 일이기도 해서 그녀는 유독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그럼 형님과 윤나 씨의 사이는 어떤데?”염구준은 듣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남녀 간의 감정은 억지로 이어질 수 없는 법이었다. 만약 하윤나가 과거의 인연에 흔들려 마음이 변했다면, 그건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아주 좋아. 근데 문제는 오백하가 윤나 씨 부모님께 돈을 줘서 두 분이 둘의 관계를 반대하고 있어.”손가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수작을 부렸네.’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시간 나면 형님과 얘기 좀 해봐야겠어.”용필은 그의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 해준 사람이라 그도 이번엔 상대방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오백하가 돈을 얼마를 줬대도 상관 없었다. 돈은 어차피 그가 더 많을 테니까 말이다.그 후, 가족들은 맛있는 식사를 마친 뒤 아쿠아리움에 들렀고, 저녁에는 어린이 영화를 관람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한편, 손태석과 진숙영이 여행을 떠난 탓에 집안은 조금 썰렁했다.‘역시 사람이 많아야 시끌벅적하구나.’다음 날, 염구준은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손씨 그룹 본사로 향했다.건물 입구에서 경비복을 입은 채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용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전투 인형으로 만들어졌다가 염구준에게 구출된 이후로, 그가 이렇게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남자는 쉽게 울지 않는 법이었다. 진짜로 슬플 때는 빼고 말이다.용필이 뇌 손상을 입긴 했지만 단지 정상인보다 지력이 낮을 뿐이지, 바보는 아니었다. “왜 그래요? 돈이라도 잃어버렸어요?”염구준은 농담하며 말을 걸었다.“왔어?”
“아이를 상대로 사기라도 치는 거야? 아님, 이런 최상급 진주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거야?”“전 40억을 제시하겠습니다.”이때, 또 다른 중년 여성이 다가와 염구준 가족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본래는 남의 식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주의 유혹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선 거였다.염희주는 진주를 다시 상자에 넣고 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생각했지만 다 세지 못했다. “우와, 그럼 맛있는 걸 많이 살 수 있겠네요!”그녀는 말하며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허락을 구했다.사실, 원칙적으로는 그녀에게 준 선물이니 그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었다.이에 염구준은 웃으면서 말했다.“이 진주는 황지영이 너한테 선물로 준 거야. 팔지, 안 팔지는 네 결정에 달렸어.”“지영 언니...”염희주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진주를 품에 안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팔래요.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안 팔 거예요.”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걸, 특히 우정과 같은 소중한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음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두 명의 보석 업계 거물은 크게 아쉬워 했지만 어쩔 수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든 수를 써볼 수 있었겠지만, 이 가족만큼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두 분, 이제 돌아가주시죠.”염구준이 공손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가 경솔했네요.”두 사람은 염구준이 지금 자신들이 떠났으면 하는 걸 알아차리고는, 손을 모아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아무리 진주가 탐나더라도 손씨 그룹을 적으로 돌리는 건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방금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레스토랑 안의 손님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40억에도 안 판다고? 정말 돈이 필요 없는 집안인가 봐.”“염구준은 딸에게 정말 잘해주네. 저렇게 큰 스케일의 선물도 주다니.”“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진주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그러나 염구준 가족은 주변 사람들의 말에 개의치 않고 그들만의 대화를 나눴다.“그럼 결국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자, 염구준은 아내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물었다.“가을아, 아까 말한 그 깜짝 선물, 이제 보여줄 때가 된 것 같은데?”“헤헤.”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조개를 드러내며 오른손을 천천히 들었다. 우웅.한순간에 그녀의 손바닥이 떨리더니,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화진 종사가 된 것이다.이정도 경지로는 강호에서 고수라고 하기엔 부족했지만, 자기 방어용으로는 충분했다.염구준은 그녀가 종사경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았다.“종사경에 오른 것을 축하해!”그는 와인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아까 들어오는 순간부터 이미 알아챘지?”손가을은 와인잔을 들며 남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지 못 한 것 같아 약간 아쉬워했다.“기운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나도 몰랐을 거야. 어머니의 호신 옥팔찌가 네 기운을 완벽히 감춰줬으니까.”염구준은 솔직하게 답했다.한편, 염희주는 엄마, 아빠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여전히 음식을 먹는 데 열중했다.어른들의 일에 함부로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고있어서였다. “구준 씨도 줄 선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손가을은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있지!”그는 웃으면서 비밀 은장갑 한 쌍을 꺼내 아내에게 건넸다.“응?”전에 남편에게 받은 선물은 많았지만, 장갑은 처음이었다.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장갑을 착용했다.그리고 장갑을 끼자마자,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믿기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였다.장갑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안 찬 것처럼 손끝의 감각이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었다.“마음에 들어?”염구준은 아내의 반응을 보고 다정하게 물었다.“응, 진짜 마음에 들어. 이건 병기지?”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기뻐하며 물었다.“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리고 보검도 하나 준비했는데, 이런 공공장소에서는 꺼내기 좀 그래서 이따가 줄게.”염구준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구준 씨, 항상 날 신경 써줘서 고마워.”그
청해시에 들어서자마자 염구준은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마치 집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이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는데, 손가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구준 씨, 청해시에 도착했어?”사실 염구준도 막 상륙하자마자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려던 참이었다.“방금 시내에 들어왔어. 조금만 더 가면 집에 도착할 것 같아.”염구준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체리 뮤직 레스토랑으로 와. 구준 씨한테 줄 깜짝 선물이 있어.”손가을은 담백한 목소리로 신비롭게 말했다. “좋네, 나도 줄 선물이 있었는데.”염구준은 흔쾌히 동의했다.아내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라니, 무엇일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무척 기대했다.왜, 여자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나?체리 뮤직 레스토랑은 고급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우아한 분위기로,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염구준은 차를 도로변에 주차한 후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손님, 저희 레스토랑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입구에 있던 직원이 공손하게 말했다.“예약했어요. 제 아내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직원의 태도가 좋았기에 염구준은 좋게 얘기했다. 직원이 예약 정보를 확인하려는 찰나,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서둘러 달려 나와 허리를 숙이며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염 선생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사장님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염구준 부부는 청해시에서도 알아주는 거물들이었기에, 레스토랑 측에서는 평소보다 더욱 극진하게 모셨다.“이렇게까지 정중하게 대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밥 먹으러 온 거니까요.”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안으로 들어갔다.레스토랑 안에서는 잔잔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안에 있는 손님들은 대부분 정장을 갖춰 입어 특히 우아해 보였다.그에 비해 캐주얼한 옷차림의 염구준은 이곳에 맞지 않아 보였다. 청해시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들르지도 못하고 온 거라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캐주얼한 옷차림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등에는
“하, 원래는 모두가 함께 돌파하길 기다리려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더 숨길 필요 없겠네.”우웅. 청룡이 몸을 떨자 기운이 폭발적으로 솟구치며 기파가 주위로 전파되었다. 그 역시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사실은 몇 달 전부터 이미 돌파할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게 충격을 줄까 봐 지금껏 경지를 억눌러왔던 것이었다. 청룡의 이 숨겨진 실력은 보통 사람이라면 전혀 알아채지 못할 터였으나, 염구준은 알고있었다.“괴물들이네, 정말.”붉은 장미는 이 장면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사대 전존의 자리는 실력뿐만 아니라 천부적인 재능 또한 극도로 까다롭게 요구했다.“못 살겠다. 다들... 도대체 뭔데 이렇게 쉽게 돌파 해?”주작은 이 광경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청룡이 돌파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바로 돌파했으니까 말이다.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이로써 사대 전존 중 두 명이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전신전의 전력은 또 한 단계 상승한 셈이었다.“돌아가면 무공 수련에 집중해. 너희 둘도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염구준은 남은 두 사람을 격려했다.사실 이 모든 것은 옥패 덕분이었다. 옥패에 담긴 무공을 본 후로, 다들 무공이 급격히 향상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뿌우우!염구준이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멀리서 기적 소리가 울리더니 곧 한 함대가 공해에서 다가왔다.국기를 보니 그건 동양에서 온 함대였다.“주상, 저들을 제거할까요?”청룡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용하 해역에 발을 들이기만 하면 봐주지 말고 쏴버려.”염구준은 원래부터 동양인들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기에 지금 제 앞에 나타난 그들을 보며 인내심이 바닥날 수밖에 없었다. 과거, 국주가 전쟁이 확대될까 봐 걱정이 되어 동양과의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았어도 염구준은 이미 동양을 정벌했을 것이다.“우리는 동양 호위 함대다. 그대들은 즉시 분쟁 해역에서 떠나라!”이때, 동양 함대가 무전을 통해 외쳤다.‘분쟁 해역?’“청룡, 기다릴 필요 없어. 공격해.”이
“삼촌, 들어가봐도 될까요?”이때, 황지영이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들어와.”염구준은 막 치료를 마친 뒤 대답했다.황지영은 방으로 들어오며 물기 어린 눈망울로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어떻게 말을 꺼낼지 몰라서였다.염구준은 그녀의 속내를 짐작하며 입을 열었다.“내가 삼선도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 궁금해서 그래?”“네.”황지영은 병아리가 모이를 쪼는 듯이 고개를 부지런히 끄덕였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제 그녀는 삼선도의 유일한 도주로서 많은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처지였다.“주범은 이미 죽었으니, 이쯤에서 끝내도록 할게.”“하지만 또 무슨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해. 알겠지?”염구준은 어린 친척을 대하듯한 온화한 태도로 웃으면서 말했다. 이 지역이 특수한 것도 있거니와 여기 사람들 모두 그들만의 생활방식이 있기 때문에 그는 많이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네! 다른 분들의 도움하에 삼선도를 엄마가 있을 때처럼 모두 화목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황지영은 염구준의 대답을 듣고난 후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황지열과 같은 야심가들이 사라졌으니 이제 삼선도는 좋게 될 일만 남았을 거라고 그녀는 굳게 믿었다.“힘내. 네가 잘 해낼 거라 믿어.”상대방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격려해주었다.“감사해요! 그런데 나중에 청해시로 찾아가도 될까요?”이 말을 하는 황지영의 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말을 알아들었을 때부터, 황지웅을 따라다니며 고생한 그녀에게 염희주는 유일한 친구였고, 염구준의 가족은 그녀에게 따뜻한 가정을 느끼게 해준 사람들이었다.“물론이지. 언제든지 와도 돼.”이렇게 얌전한 아이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기에 그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 진주는 희주한테 주는 거예요.”황지영은 갓난아기의 주먹만큼 큰 분홍색 진주를 꺼내 보여주었는데, 딱 봐도 그 가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진주를 건네준 후 황지영은 방에서 나갔다.다음 날
이 긴장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 모두 드디어 움직임을 보였다.거의 동시에 힘을 다 모은 그들은 저마다의 필살기를 쓰기 시작했다.“구자검법, 검일참공!”“곤원일기지!”두 사람의 엄청난 에너지가 서로를 향해 충돌하며 땅 위의 볼록 튀어나온 돌덩이들을 전부 가루로 만들어버렸다.한쪽은 불꽃을 두른 거대한 검이고, 다른 한쪽은 물기운이 맴도는 커다란 손가락이었는데, 이 두개 모두 그들의 최후의 필살기였다.쾅!순식간에 두 기술이 격돌하며 수증기가 하늘로 치솟았다.염구준은 강력한 압박 속에서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자신이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무궁무진한 불의 힘을 조종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말이다.‘천인경!’이 기운은 천인경의 경지에 다다른 자만이 낼 수 있었다.“말도 안 돼!”황지열은 두 눈을 부릅뜨고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쾅!염구준은 이 기묘한 느낌에 도취된 채로 검을 앞으로 밀어내 황지열의 곤원일기지를 부수고 상대방을 터뜨렸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방금 느꼈던 천인경의 상태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염구준은 천인경의 경지에 머물기 위해 느낌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그 힘은 너무나도 신비로워서 단순히 의지만으로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어딘가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천인경에 머물지 못하게 억누르는 것만 같았다.결국, 그의 경지는 다시 반보천인으로 돌아갔다.“젠장!”천인경에 겨우 발을 디뎠다가 다시 내려오게 된 염구준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자신이 스스로 천인경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 직감이 맞다는 것도 증명했지만, 항상 도달했다가 다시 원래의 경지로 떨어져 너무 답답했었다.“내가 검의를 완성시키거나 스스로 검법의 두 번째, 세 번째 기술을 창조해 내도 천인경에 도달할 수 없을까?”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천인경에 도달하려면 여덟개의 옥패를 모으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도 험난하고 운
손바닥 모양의 공격은 염구준이 날린 검기를 모조리 부수고 그를 공격했다. 쾅!황지열이 날린 공격이 코앞까지 다다르자, 염구준은 검을 가로로 휘둘러 부숴버렸고, 손바닥 모양의 공격은 이내 물방울로 흩어져 사방으로 튀며 그의 시선을 조금 가렸다.‘기운이 강해졌어.’황지열이 강력한 기술을 준비하고 있음을 감지한 염구준은 검의를 발동해 수많은 검기로 몸 주위를 둘러쌌다.양측 모두 전력을 다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휙.이때, 황지열이 완전히 흩어지지 않은 물방울을 그대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날렸는데, 손바닥의 빗방울은 예리한 칼날처럼 응집되어 있었다.황지열에게 있어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씨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물은 정해진 모양이 없어 자유자재로 새로운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이미 이를 예상하고 있었던 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단단히 쥔 채, 아래에서 위로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엄청난 기운이 담긴 검은 차가운 빛을 내뿜으며 평소보다 더욱 예리했다.쾅!검과 손이 맞부딪히며 둘은 팽팽하게 대치했다.뿜어져나온 기류에 주위의 빗물은 안개처럼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비밀 은장갑인가?’염구준은 황지열이 맨손으로 자신의 공격을 받아낸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그가 끼고 있는 비밀 은장갑 덕분에 받아낸 것임을 알아챘다.‘고급 병기인가 보군.’“말도 안 돼! 네가 내 공격을 막아낼 리가 없는데!”황지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방금 전 공격은 그가 진심으로 했던 것으로, 전에 했던 맛보기 공격과는 아예 차원이 달랐다.“말도 안 되는 건 없어. 네 힘은 외부 도구에 의존한 것일 뿐이지 진정한 실력이 아니니까.”염구준은 차분히 말하며, 구자검에 담긴 검의를 더욱 강하게 발휘했다.우웅!검의가 더 많이 나오자 검기는 급격히 강해졌고, 황지열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그는 이번에 자신이 우세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염구준은 우연히 얻은 검의가 구자검 안에서 어느정도 있은 후 전보다 더 강해졌음을 느꼈
염구준이 나오면 싸움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비록 위천인경의 경지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를 만만하게 볼 수는 없었다.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기절해 있던 백호 등 일행은 눈을 뜨기 시작했다.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입은 움직일 수 있었기에 그들은 욕을 하기 시작했다. “황지열, 이 개자식아! 죽이려면 죽여 봐!”“퉤! 죽어서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기억해!”염구준이 죽었다는 황지열의 거짓말에 그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후!”이때, 기운을 다 회복한 황지열도 깊은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의 몸은 이미 최상의 상태로 회복된 상태였다.황지열은 산 정상에 깜빡이고 있는 빛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하하, 못 나오는 건가?”강력한 적 하나가 사라졌다는 건 그에게 있어서 희소식이었다. ‘정말로 사라지면 더 좋지.’이내 그는 시선을 주변으로 돌렸다. 이제 남은 이들을 정리할 시간이었다.“내가 직접 우리 도주님을 배웅해 드릴까?”황지열은 황지영을 보면서 비열하게 웃었다.삼선도를 다시 장악하려면 황지영을 없애서 권위를 내세워야 했다.“황지열, 이번에 삼선도를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 지영이만은 살려주는 게 어때?”한쪽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던 황지웅이 간곡하게 말했다.비록 그도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하긴 했으나, 전의 고문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뒤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안 돼. 그렇게 포기 못하겠으면 같이 죽든가.”말을 하는 황지열의 눈빛은 매우 흉악하게 빛났다.죽이겠다는 생각이 한 번 든 이상, 멈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어디서 이렇게 강한 기운이?’그러나 이때,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그는 뒤를 돌아 빛 나고 있는 곳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나오려는 건가?’슉.그가 이렇게 생각할 때쯤, 염구준이 빛속에서 나왔다. 이미 기운을 완전히 회복한 염구준은 현재 다시 최상의 상태로 돌아온 상태였다.“아슬아슬하게 맞춰 왔네.”빛은 몇 번 더 깜빡이다가 사라졌고, 이는 통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