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조 로봇은 어디에서 가져온 거야?”염구준이 연신 물었다. 그는 예전에 흑풍과 싸울 때 그런 물건을 본 적이 없었다.최근에 나왔다는 것은 누가 적지 않은 개조 로봇을 제공했다는 것을 설명한다.“존주님 다섯째 형님, 청목 존주님께서 주신 거야.”여자가 다급하게 대답했다.“청목 존주에 대해 말해 봐.”염구준이 떠돌이 7인조에 대해 아는 것이 꽤 많긴 했지만 다 알지는 못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난 평범한 일원이라 이것밖에 몰라.”여자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펑!염구준이 일장을 여자의 두정골에 날려 바로 죽여버렸다.개조 로봇을 이끌고 습격했다는 것만으로도 살려둘 수 없었다.별장 내에 가장 강한 고수는 종사 경지에까지 도달했다.그러니 그들에게서 핵심 정보를 캐내는 건 한계가 있다. “왜 그렇게 노려보냐?”염구준이 남자를 보며 물었는데, 그의 눈에서 발산하는 원한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네가 내 동생을 죽였으니 오늘 복수하고야 말겠어.”남자가 이유를 말했다.“네 동생? 그래서 흑풍 조직에 들어간 거야?”염구준은 남자의 동생이 누군지 몰라 물었다.“아니. 우린 원래 흑풍 조직에 있었어. 네 사람이 간우촌에서 내 동생을 죽였잖아!”남자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냅다 고함을 질렀다.“그건 죽어 마땅했기 때문이야. 흑풍 조직은 악행을 일삼는 미친놈들이잖아.”염구준의 눈빛에는 전혀 동정심이라고는 한 운큼도 보이지 않았고, 흑풍 조직을 만나는 족족 제거하기 바빴다.“하하하. 죽어 마땅하다고? 우리가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알아?”남자가 울분을 참으며 질문했다.“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너희들이 무슨 고초를 겪든 네가 미친놈으로 변할 이유가 되지 않아.”말이 통하지 않자 염구준은 발로 치명상을 날려 죽여버렸다.무고한 사람의 안위로 무시하고 개조 로봇으로 습격하는 미친놈은 이 세상에 살 가치도 없지 않은가.별장 내부를 둘러봤더니 7대 개조 로봇이 조용히 서 있었다.그는 보자마자
”라이벌 기업들이 기회를 틈타 공격하고 있어서 파트너사들도 줄줄이 계약을 중단했습니다. 우리 자회사는 이미 벼랑 끝에 몰렸어요.”양희준은 말할수록 언성이 높아졌다.천산약시 자사가 이제 막 설립되어 이런 시련을 감당하기엔 무척 어려웠다.“그 외에 다른 일은 없어요?”염구준은 덤덤하게 듣더니 한마디만 물었다.“없습니다.양희준의 얼굴은 급격히 파랗게 질렸다.심각한 상황에서 염구준은 태연하게 지시했다.“그럼 됐어요. 대표님이 할 일만 잘 처리하시고 나머지는 나한테 맡기세요. 만약 자금이 부족하거나 물자가 부족하면 본사에 연락하면 됩니다. 이미 손 대표한테 말해뒀어요.”상사가 이렇게 말하는데 양희준도 더는 할 말이 없어 고개를 끄덕거렸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휴대폰으로 부정적인 기사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윤씨 가문 저택.윤대약을 화장한 후, 조문객들이 떠나자 저택은 다시 조용해졌다.가주가 지내는 방에 상의하느라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았다.“존주님… 임시 거주지에 문제가 생겼습니다.”흑풍 조직원이 전화로 조심히 보고했다.“무슨 문제?”흑풍이 테이블에 놓인 차를 들며 담담하게 물었다.그렇게 은밀한 거처에서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으니 별 문제없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곳에 거주했던 부하들 9명이 살해당하고 개조 로봇은 전부 파괴되었습니다. 장을 보러 나간 한 사람만 살아남았더라고요.”부하는 심각한 상황인 것을 감지하고는 결국 솔직하게 보고했다.펑!상황을 전달받자 급격히 화가 치밀어 오른 흑풍이 손에 힘을 너무 세게 쥔 나머지 찻잔이 부숴졌다.“대체 무슨 상황이야?”분명 부하가 실수해서 임시 거처가 발견되어 쑥대밭이 되었다고 생각했다.조심스럽게 움직였지만 항상 조심성이 없는 부하들 때문에 화를 당하는 그였다.“구영이 사적으로 부하들 이끌고 나갔는데 염구준이 뒤를 미행해서 발견된 거 같습니다.”부하는 흑풍이 자신에게 화풀이를 할까 봐 두려워 보고를 하면서도 식은 땀을 흘렸다.“관두자. 모두한테 연락해. 내
붉은 빛깔이 참 고급스럽게 느꼈졌다.“듣자니 이 영지가 엄청 특이해서 윤씨 가문에서만 채집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흑풍은 백 년 산 붉은 영지가 모든 계획과 연관이 있어서 확실하게 얘기를 꺼내야 했다.“그럼요. 붉은 영지는 계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성숙할 때마다 약효가 한 단계씩 올라갑니다. 최근에 마침 성숙한 단계에 도달했어요.”윤성호는 약재에 그다지 열정이 없어서 설명할 때의 말투가 꽤나 담담했다.“좋습니다.”흑풍은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다른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염구준은 검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어깨에 중상을 입었는데 바로 이 영지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이용해 영지에 독을 묻혀서 염구준에게 팔 거예요. 그러면 염구준이 치료를 하다가 독살로 죽게 될 겁니다.”윤성호는 이 말에 어리둥절했다.“근데 왜 직접 거래하지 않고 경매장을 통해서 파는 겁니까?”그는 경매장을 이용하는 것은 괜한 짓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이 이미 손을 잡았으니 흑풍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계획을 털어 놓았다.“염구준은 의심이 많아서 쉽게 넘기면 오히려 의심을 사게 됩니다. 이번 기회에 무조건 그놈을 죽여야 해요.”그제야 윤성호는 그의 의도를 알았다.“그래서 거액으로 거래하시려는 거군요.”“맞습니다.”윤성호가 단번에 알아채자 흑풍은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이 계획은 겉보기에 쉬워도 진행하기엔 쉽지 않다.“알겠습니다. 제가 처리할게요.”윤성호가 대답했다.“누구냐?”갑자기 흑풍이 돌아서며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그 바람에 윤성호가 화들짝 놀랐다.“걱정 마세요. 여긴 누구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하지만 흑풍은 안심이 되지 않아 굳이 지하실을 돌아보았다.“먼저 갈게요. 경매는 무조건 성사시켜야 합니다.”누구도 없다는 걸 확인해서야 흑풍이 한마디 당부하고 떠났다.하지만 계단 위쪽에는 한 그림자가 엎드리고 있는듯 했다.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숨소리 없이 완벽하게 숨은 것이다.윤성호가 기관을 돌려 석벽을 열
천약산시 기업들이 힘을 합쳐서 손 씨 그룹 자사를 몰아내려는 속셈인 것 같았다,“염구준 씨. 기사가 또 떴습니다. 근데 저희와는 크게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양희준은 말하면서 휴대폰을 염구준에게 보여줬다.“윤씨 가문에서 하자 약을 생산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약물이 중독되었고 3명이 사망했다.그 뉴스를 보던 염구준은 머릿속이 울리면서 분노가 치솟았다.이 사건은 십중팔구 윤씨 가문에서 벌인 짓이다.전에 분명 경고를 했는데 끝내 사달을 내고야 말았다.심지어 사람이 죽지 않는다고 장담했었다.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윤씨 가문에 따지러 가려고 했다.“준영아. 우리 병원으로 가자.”염구준이 서둘러 일어서며 재촉했다.용준영과 양희준은 서로 마주보더니 한 마음 한 뜻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우리 코도 석자인데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지금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당연히 회사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다.염구준은 두 사람을 보며 조곤조곤 말했다.“그거랑 달라요. 중독자들을 해결하면 회사 위기도 벗어날 수 있어요.”그는 이미 회사의 위기 따위 해결했다고 여겼다.“알겠습니다. 어쨌든 형님 말을 따르면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요.”방금 한 말처럼 염구준은 그를 실망하게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저는 여기 남아서 회사를 돌볼게요.”양희준은 그렇게 사무실로 돌아갔다. 염구준이 처리를 하든 말든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필경 회사 대표이자 천산약시 자사 담당자니까.병원으로 가는 길에 염구준이 이제마에게 전화를 걸었다.“윤씨 가문의 뉴스를 봤어요?”“그렇게 큰 사달을 냈는데 진작에 다 알고 있죠. 중독자는 200명 넘고 4명이 사망했어요.”이제마다 대답했다.제약을 담당하는 윤씨 가문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쌍두 성뱀의 역린 분말을 갖고 천약산시에 구조하러 오세요. 빨리 오셔야 해요.”염구준이 단호하게 말했다.이 물건은 세상의 모든 독을 해독할 수 있기에 이름 모르는 독이라도 문제없
”의사 선생님. 저희 엄마.. 가.. 계속 토하고 있어요. 와서 좀 봐주세요.”“내 아들이 호흡이 미약해요. 누가 와서 도와줘요…!“ “너무 괴로워요. 제발 살려주세요...”한 병원에서 수백 명이나 되는 응급 환자를 받아들이기에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도 계속 몰려들고 있을 뿐이였다. “젠장. 윤씨 방계들은 시장에 얼마나 많은 약을 판 거야?”염구준이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본인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다니 흑풍 조직과 별반 다를바 않았다.이런 인간들은 아예 세상에 남겨서는 안 된다.염구준은 다시금 처참한 현장을 둘러볼 수중에 있는 역린 가루 한 병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했다.혹시나 양을 조절하지 못해 모두를 구하지 못하면 오히려 사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제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네가 내 아들을 해쳤어.”병원 입구에서 몇몇 성인이 젊은 의사를 둘러싸더니 팔다리를 휘두르며 때리기 시작했다.“죄송합니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의사는 얻어맞으면서도 연신 사과했다.환자들이 눈앞에서 죽어 나가자 그도 너무 괴로웠지만 약의 약효가 너무 강해서 손쓸 방법이 전혀 없었다.“네 목숨을 내놔.”보호자들은 가족들이 죽자 감정을 통제 못하고 무자비로 때렸다.이러다가 의사가 죽을 것 같았다.한 남자가 어디서 벽돌을 들고 와서 의사 머리를 내리치려고 했다.그대로 내리치면 의사는 바로 황천길 행이다.탁!중요한 순간에 염구준이 나서서 그 남자의 팔을 잡아 불상사를 막아냈다! “이보세요. 이러면 안 돼요.”이미 이성을 잃은 남자가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화를 참다 못해 염구준을 노려보며 소리질렀다.“이거 놔. 아니면 너도 죽여버릴 테니까.”이성을 잃은 사람은 눈에 뵈는 것이 없어 말이 통하지 않자 염구준은 무력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촥!그는 인파를 누비면서 두 손으로 이성을 잃은 사람들에게 뺨을 날렸다.그들이 무슨 일인지 반응하기 전에 뺨을 맞고 옆으로 튕
이렇게나 마음이 넓은 사람도 있다니 염구준은 젊은 의사를 보며 감탄했다.만약 입장을 바꾼다면 그는 절대로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먼저 건드리면 반드시 반격을 하거나 악을 쓰고 때렸을 것이다.“의사 선생님. 저의 엄마를 좀 봐주세요.”한 사람이 큰소리로 불렀다.“갑니다.”젊은 의사는 자신의 상처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대답하면서 달려갔다.그 모습을 보던 염구준은 젊은 의사를 자신의 개인 병원에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마음이생겼다.“형님. 일이 끝나면 제가 한 번 얘기해 볼게요.”용준영이 눈치채고 말했다.“그래.”염구준이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일처리 능력이 훌륭한 사람이 곁에 있으면 귀찮은 일이 줄어든다. “의사 선생님. 윤씨 가문에 연락해 보셨어요? 독약을 만들어 놓았으면 책임을 져야죠.”“게다가, 윤씨 가문에 최고 의사가 있는데 그중 몇명만 보내면 안 되나요?”윤씨 가문은 지위가 하도 높아 일반 사람들은 접촉할 수 없어서 병원 측에서 먼저 연락하기를 바랬다. “지금 상의하고 있습니다.”젊은 의사는 진료를 보면서 대답했다.사실 윤씨 가문의 제약 공장에 문제가 생겨서 이미 도마 위에 올랐으니 이 시기에 나타날 리는 없었다. “아아악.”이때 갑자기 한 노인이 소리를 지르더니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약에 중독되어 버려 죽기 전에 다들 이런 증상이 발생한 것이다. 길게는 8분도 못 버티고 사망해 버렸다.그 순간은 사신이 나타나 노인의 목을 겨누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엄마, 왜 그래?”노인의 아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소리를 지르며 젊은 의사에게 간청했다.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그 은혜는 평생 갚을게요… 그러니 제발..!” “…”의사도 환자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굴뚝 같았지만 지금으로서는 해독 수약을 놓아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세상에는 정말 만병통치약이라는 게 없는 걸까?’이런저런 생각에 의사는 문득 궁금해졌다.툭툭!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은 잔혹하지만 그렇다고 거짓 희망을 줄 수는 없었다.“신의 이제마 선생을 말씀하시는 겁니까?”젊은 의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이제마는 그의 롤모델이라 이름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네, 맞아요. 내가 특효약을 부탁해서 지금 오는 길일 겁니다.”의사는 그 말을 듣고 펄쩍 뛰며 환호성을 질렀다.“다들 버티세요. 신의가 도착하면 무슨 병이든 고칠 수 있을 겁니다!”말이 끝나자마자 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한 젊은 여자가 포대기에 싼 아이를 안고 옆으로 다가왔다.“의사 선생님. 제 아이를 살려주세요.”젊은 의사가 한번 살펴보더니 능력 밖의 상황이라 염구준에게 부탁했다.“선배님. 아이를 살려주세요.”염구준도 어린 생명을 구하고 싶었지만 아기 혈자리가 어디 있는지 몰랐다.만일 잘못 건드리면 목숨을 잃게 된다.“은인…”여자는 무릎을 꿇고 빌었다.“이러지 마세요.”염구준은 여자가 말하기 전에 부축했다.오늘 무릎을 꿇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신 같은 대우를 받은 것에 적응되지 않았다.‘그걸 쓸 수밖에 없네.’염구준은 호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냈다.그 안에는 쌍두 성뱀의 역린 가루가 들어있다.이 약재는 모든 독을 해독할 수 있으니 윤씨 가문에서 만든 독약은 말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양을 얼마나 사용해야 할지 몰랐다.“여기 약을 복용하면 해독할 수 있어요. 저를 믿어주시겠어요?”염구준이 병을 보여주며 물었다.“그게…”여자는 말끝을 흐리며 생각에 잠겼다.아이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병에 담긴 내용물이 무엇인지 몰라 망설였다.“응애!”그때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애처롭게 우는 소리가 옆에서 듣는 사람의 가슴을 찢어 놓았다.여자는 이를 꽉 물고 간곡히 부탁했다.“이 약을 아기에게 주세요.”“안 됩니다.”그때 병원 입구에서 우렁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고개를 돌려 보니 병원 원장이 의사와 간호사를 거느리고 나타난 것이다.“신우빈, 네 신분이 뭔지 생각해. 넌 현대사회 의사야. 자꾸 옛것을 들
감히 염구준의 앞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사람을 골라도 잘못 골랐다. “아악!”그때 한 경호원이 갑자기 나타나서 인파를 뚫고 염구준에게 주먹을 휘둘렀다.하지만 순식간에 돼지 멱을 따는 소리를 내며 공격도 다 못한채 튕겨 나가 버렸다. 확실하게 말했는데도 원장에게 아부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건 경호원이 안쓰러웠다.“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워?”전 원장은 화가 치밀어 올라 머리 뚜껑이 열릴 정도였다.“웃기시네요. 사람을 시켜 나를 쫓아내라는 것은 되고 난 스스로 방어도 못해요?”이런 사람들은 유독 거부감을 들었다.“응애.”그때 아이가 고통스러운지 또 울기 시작했다.“그래, 결정했어. 투약해. 만약 출처불명의 약을 쓰면 우리 병원에서 거부할 거다.”원장의 태도를 보아 염구준과 해보자는 뜻이었다.반대로 염구준도 욱해서 환자의 생사에 관심이 없는 원장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치료할 수 있어요. 당신이 치료할 수 없어서 겁을 먹은 건 아닌가요?”“하! 네가 사람을 죽일까 봐 걱정되어서 그런다.”원장은 콧방귀를 끼며 자신이 무척이나 정의로운 척 말했다.“그럼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세요.”염구준은 앞으로 다가가 젖병에 가루를 조금 넣고 여자에게 돌려주었다.상대방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염구준이 위로했다.“저 노인은 무서워하지 마세요. 만약 거부하면 내가 청해에서 최고로 좋은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받게 해드릴게요.”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몰라도 염구준의 말을 듣는 순간 여자는 안심하고 아이에게 약을 먹였다.“이런 엉터리 의사도 병을 고칠 수 있다면 난 의료계에서 퇴출할 것이다.”원장은 하자 약의 성분을 밝히기도 전에 어떤 방법으로도 치료할 수 없다고 자부했다.“꺄르르.”아기는 젖병을 물고 꿀꺽 꿀꺽 마시더니 이내 얼굴에 윤기가 돌며 미소가 지어졌다.약효가 영단에 가까울 정도로 빨랐다.젊은 의사가 깜짝 놀라며 아기에게 다가가 청진기로 심장 박동과 호흡을 관찰했다.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것에 놀라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신우빈. 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