슉!염구준은 순식간에 검 대신 왼손을 들어 윤대약을 향해 돌진했다. 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그의 몸 주위에는 작은 불꽃들도 피어올랐다.윤대약은 자신이 이길 수 없을 거라는 걸 눈치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막기 위해 손을 뻗었다.승패를 막론하고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기 때문이었다. 펑!염구준의 중지와 검지에 맞은 손바닥은 검게 그을려 그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비록 둘의 싸움은 비겼지만 윤대약은 이미 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내가 졌어.""양보해주셔서 감사해요."두 사람은 이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그들은 곧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이튿날의 거래를 준비했다."으흠흠..."윤대약은 기분이 좋아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윤씨 가문으로 돌아갔다. 이때 윤씨 가문의 대부분의 고위층들이 저택 안에 모여있었는데, 전부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이 돼서 온 거였다."아버지, 어떻게 됐습니까?" 윤성호가 재빨리 다가가 물었다. “이야기 다 끝냈어. 그 기분 안 좋은 일은 둘 다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내일 청해시에 가서 염구준와 붉은 영지를 거래할 테니까 네가 준비 좀 해둬라."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틈을 타 그는 바로 모든 걸 이야기 했다. 어차피 붉은 영지는 그의 것이으므로 상의할 필요가 딱히 없기도 했다. 윤씨 가문의 암묵적인 실세가 이렇게 말하니 고위층들은 전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아부를 하기 시작했다. "전 가주님은 역시 다르시네요. 나서자마자 모든 일을 해결하시다니!""가주님이 있으시니 저희 윤씨 가문은 이제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까요!""하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게 좋죠. 굳이 크게 싸울 필요도 없고요."오랫동안 사람들의 아부를 받아온 탓에 어느정도 면역이 생긴 윤대약은 대충 손을 저었다."그럼 이제 모두 흩어져. 가문의 일이 적지 않으니 가서 일이나 해."일이 그냥 이렇게 끝났다는 말을 들은 윤성호는 매우 불쾌했다. "아버지, 염구준은 저희 가문을 무시했습니다! 그냥 이렇
흑풍 존주는 신분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남다르기 때문에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다."믿어야 할까?"윤성호는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며 또 술을 한 잔 마시고는 생각에 잠겼다.그렇게 얼마후, 성북공장 안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두컴컴했다."정말 그 사람에게 대왕산삼이 있는게 맞지?" 윤대약이 무척 기뻐하며 물었다.그는 진귀한 약재가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것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끅, 분명 있다고 했으니 저를 속이지는 않았을 거예요."윤성호가 트림을 하며 어눌한 발음으로 말했고, 아들이 고민이 있다는 걸 알아챈 윤대약은 조용히 한마디 했다."어떤 일들은 큰 그림을 고려하며 처리해야 해. 가문의 이익이 모든 것보다 중요하단다.""저도 알아요, 아버지." 윤성호가 건성건성 대답했다.'누가 있어?'"조심해!"윤대약은 반보천인이었기에 감지력이 약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소리를 지르며 윤성호를 자신의 뒤에 숨겼다.슉슉슉.이때 어둠 속에서 희미한 소리와 함께 세 사람이 나타났다. "일찍 왔네요."희미한 달빛에 비친 얼굴을 본 순간, 윤대약은 표정을 굳히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흑풍 존주, 네가 뭐라고 감히 여기에 나타나! 이씨 가문에서 현상금을 걸고 널 찾고있는데 말이야."전에 흑풍이 자신에게 속한 세력 한개를 전부 몰살한 것 때문에 이씨 가문에서는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그럼 뭐 어때요. 그들은 어차피 절 잡지도 못할 텐데요."흑풍 존주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가자. 이 거래는 이제 없는 것이다."윤대약이 아들을 끌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상대방에게 정말 대왕산삼이 있더라도 그는 흑풍 존주와는 거래를 할 수 없었기에 그저 참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죽여."바로 그때, 흑풍 존주의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다른 두 사람이 순식간에 앞으로 돌진하며 윤대약을 공격했다. 그러자 윤대약은 단번에 그들으의 경지가 모두 반보천인이라는 걸 눈치챘다.'준비하고 왔다는 건가?'"내가 막고
그들의 싸움 때문에 분위기는 더욱더 싸해졌다. "아빠, 엄마 왜 그래요?" 손가을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다.몇 년 전 집안 살림이 궁할 때에도 둘이 이렇게 싸운 것은 본 적이 없었다. "희주야, 시아 집 가서 좀 놀고있을래? 내가 이따가 데리러 갈게."염구준은 포장해 온 음식중 일부를 딸에게 건네주며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만졌다.'많이 샀으니 망정이지, 잘못했으면 주지도 못할 뻔 했네.'"알겠어요!"염희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몇 걸음 걸어간 후 고개를 돌려 초롱초롱한 눈을 깜박였다."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께서는 괜찮나요?"그녀 역시 조금 성장했기 때문에 많은 일들을 알고 있었다. "응, 괜찮아. 아빠가 들어가서 조금 말리면 돼."염구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그는 어른들이 싸우는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에게 좋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집 앞에 도착해 닫기지 않은 문틈 사이로 전쟁터가 된 집안을 바라보았다. 망가진 티비, 바닥에 엎어진 테이블, 바닥에 널려 있는 과일들, 그리고 깨진 유리 조각들까지. 다행히 집에서 개를 키우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정말 키웠더라면 이것이 개가 한 짓이라고 해도 믿었을 정도였다. "구준아, 넌 내 편이지?"진숙영은 문 앞에 선 사람을 보고 급히 달려가 옷소매를 잡아당겼다."장모님, 가족끼리 좋게 얘기해야죠.""장인어르신도 화 풀고 여기에 앉으세요. 차분히 얘기를 나눠야 빨리 해결하죠."가족 싸움이 이미 일어난 뒤였으니 염구준은 그저 이를 악물고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두 자신의 장인, 장모님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의 편을 들 수조차 없었다. 오해로 인해 싸움이 더 커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차라리 반보천인이랑 싸우는 게 낫겠어.'염구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소파에 털썩 앉았고, 두 사람도 그의 체면을 봐서 소파에 앉긴 했지만 서로 얼굴도 보기 싫은 듯 전부 고개를 돌렸다.'아, 머리 아파.'결국 염구준은 손가을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이것까지는 생각 못한 염구준과 손가을이 모두 놀랐다.이는 단시간 내에 두 사람이 화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뜻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염구준이 생모의 유골을 되찾은 후 염진과 한설의 관계는 적지 않게 완화되었지만 이젠 손가을의 부모님 사이가 틀어졌다니. "구준 씨, 엄마 괜찮겠지..?" 손가을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해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였다."기껏해야 사기 당하신 걸거야. 큰 일은 아닐 테니까 너무 걱정마. 내가 사람들을 보내 조사하게 할게."염구준은 진작에 진숙영이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봤지만 그녀에게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다. 죽겠다고 협박까지 했는데 어떡하겠나. 그저 잠깐 내버려둬야지.우웅...집안일은 처리하자마자 염구준의 휴대폰이 울렸다."염 선생님, 윤대약이 죽었습니다. 내일 추모회를 연다고 하더군요."상대방은 그가 천약산시에 남긴 사람이므로 잘못된 정보를 알려줄 수가 없었다."왜 죽었는데?" 염구준이 재빨리 물었다."아직 모릅니다. 방금 전해진 소식이라서요. 제가 알아낸 후에 다시 연락드릴게요."상대방은 말을 마치자마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윤대약이 죽으면 거래도 존재하지 않는다. 백년 산 붉은 영지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염구준은 휴대폰을 책상에 내려놓고는 멍하니 생각에 잠겨 윤성호의 모습을 떠올렸는데, 그는 그의 성격으로는 절대 붉은 영지를 내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더 오래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건데, 내 오른팔이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구준 씨, 걱정마. 방법이 있을 거야."손가을이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위로했다."응."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머릿속으로는 대책을 찾기 위해 생각을 반복했다."아니면, 그냥 가서 그걸 빼앗으면 안돼?" 손가을이 그녀답지 않은 생각을 얘기했다.남편이 건강하기만 한다면 다른 것은 개의치 않은 그녀였다. "하하, 여기는 용하국이고 나는 전신전 사람이기 때문에 함부로 그럴 수 없어."염구준이 아내를 껴안고 웃었다.그는 모든 일
"눈 똑바로 뜨고 다녀. 염 선생님께서 추모하러 오셨는데 감히 이렇게나 무례하게 굴어?"비록 그의 무술은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래도 일반인 몇 명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사람 불러!"문지기는 자신의 실력이 용준영보다 약하다는 걸 깨달았음에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 보였다. 그의 뒤에는 윤씨 가문이 있기에 철저히 의지했다. "누군가가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입구에 있던 사람이 싸우는 장면을 보고 소리를 지르자 윤씨 가문의 저택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왔는데, 그 중 한 명은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이에 사람들은 하던일을 멈추고 전부 구경하기 시작했다.오늘 윤씨 가문의 장례식에 온 사람들은 모두 천약산시에 사는 용하국에서 이름 좀 날린 사람들이었다."윤씨 가문의 어르신께서 돌아가셨는데, 소란을 피워? 죽고 싶은 모양이지?""저 사람 염구준이잖아. 쉽게 못 건드릴 걸?""뭐 하는 사람인데 그래? 대단한 사람이야?!"한 무리의 사람들이 흥미진진하게 구경을 하며 얘기를 나눴다.경호원은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달려갔다."소가주님, 바로 저 녀석이 소란을 피웠습니다!""누가..."염구준의 얼굴을 본 윤기범은 말을 절반 정도 하다가 얼굴이 굳어졌고 골반 아래에서 간간이 전해져오는 통증마저 느껴졌다. "때려!""하압!"한 무리의 사람들이 명령을 받자마자 염구준에게로 돌진했다."그만! 너희들 지금 반란을 일으킬 셈인 것이야?" 이에 윤기범이 급히 제지했다."소가주님께서 때리시라고 하셨잖습니까?" 문지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반문했다."이리 와 봐."윤기범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허약한 몸으로 손가락을 까딱했다.문지기는 일이 잘못됐음을 느꼈지만 부하로서 상사의 명령을 거절할 수는 없으니 곧이곧대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망할! 내가 말한 건 너야, 이 새끼야." 감히 염구준을 건드리다니, 윤기범은 이 눈치 없는 문지기를 손 봐주려고 했다.그는 다시 한 번 그 개고생을 하고 싶지 않았다.퍽퍽!그렇게 문지기는 순식간에 얼굴
"없죠. 하지만 저는 사람을 죽일 때 몰래 죽이지는 않았어요."염구준은 말을 할 때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며 윤성호를 찾았다.윤대약이 죽었으니 이제 백년 산 붉은 영지의 소유권은 그에게 있기 때문이었다."내 눈을 보고 대답해!"그러나 그는 이 대답을 듣자마자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염구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전에 염구준이 손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를 제지하지 않고 옆에서 웃음을 참기만 했다. 윤씨 가문에는 파벌이 많아서 그들 모두 늘 다른 사람이 망신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훅!그의 주먹은 허공을 가르며 강한 위력을 담아 염구준에게 향했다.실력을 보니 정진왕자임이 틀림없었다."약한 놈이."염구준은 경멸하는 표정으로 왼손을 들어 검지를 내밀고는 모래주머니처럼 큰 주먹을 숨 쉬듯이 쉽게 막았다."하!"그의 짧은 외침과 함께 공포스러운 진기가 상대방의 팔에 들어갔고, 이에 팔 근육은 점차 찢어졌다.'큰 일이다!'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발견한 상대방은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허,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물러나고 싶으면 물러나려고? 세상 일이 다 자기 마음대로 되는 줄 아나 봐?"그러나 염구준은 말을 하면서 기운을 내뿜어 상대방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끄아악, 내 팔!"이에 그는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너무 아파서 바닥에서 뒹굴뒹굴 굴렀다."여기에서 대놓고 우리 가문 사람을 다치게 하다니. 우리가 너무 안중에 없는 게 아니야?"염구준이 가문의 젊은이를 때리자 조금 나이든 사람이 나와 입을 열었다."죽으려면 그쪽도 덤벼. 거기서 시끄럽게 굴지 말고."염구준은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반보천인도 아닌 사람은 그의 적수가 될 자격조차 없었다.염구준이 내뿜는 위험한 기세에 겁이 든 그는 차마 나서지 못했다."이게 무슨 소란이야! 아버지께서 조용히 눈 감는 것도 방해할 셈이냐?" 이때, 큰 소리와 함께 윤성호가 모습을 드러냈다."가주님!"그의 라인에 선 사람들 모두
범인의 목표는 윤대약 아니면 염구준일 게 분명했다. ‘흑풍 아니면 개조 로봇을 만든 미친놈인가?’정보가 부족한 탓에 모든 것을 추측할 수 밖에 없었다. “길시가 되었습니다. 이제 화장터로 옮기겠습니다.”윤성호가 손목 시계를 보더니 우렁차게 외쳤지만 눈물까지 글썽이는 것이 진심으로 슬퍼하는 것 같았다.“잠깐만요.”그때 한 사람이 뛰쳐나오며 말을 끊었다.바로 방계의 리더이자 윤중현의 아버지인 윤범걸이다.“오늘은 외부인들도 많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나중에 얘기하시죠.”윤성호는 감출 것도 없다 생각해 대놓고 얘기했다.만약 상대방이 정말 따지고 든다면 끝까지 맞설 셈이였다.“이 일에 대해 마침 다른 사람들 앞에서 증명하면 되겠어요. 엊저녁에 어르신은 가주님과 함께 나가셨는데 돌아올 때 가주님이 어르신을 업고 들어오셨죠. 맞으신가요?”윤범걸의 입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엄숙했다. ‘아버지를 죽였군.’그러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이런 생각이 들었다.역시나 이것도 윤범걸이 원했던 것이다.모든 사람들이 오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맞습니다.”CCTV에 다 찍혀서 윤성호도 발뺌하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가 아버지를 살인한 범인이라고 수근거리기 시작했다.“일찍 피하는 게 낫겠어요.”“그거 아세요? 윤성호는 어르신의 친자식이 아니라 주워서 왔다는 소문이 있어요.”“아버지를 죽이다니. 설마 그럴만한 원한이라도 있나?”사람들은 점점 어처구니없는 말을 지어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윤성호는 점점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헛소문은 항상 이렇게 시작한다. “가주님. 설명해 주세요.”다들 수근거리는 틈을 타 윤범걸이 한수 더 떨었다.하지만 윤성호가 그동안 가주 자리를 지킨 것도 그만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본래 아버지를 화장하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오늘 나를 의심하고 있으니 확실하게 말씀드릴게요. 흑풍이 아버지를 살해했어요.”흑풍 존주의 이름이 나오자 다들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어떤 사람은 누
”그렇다면 낱낱이 조사해봐야 겠군요.”윤범걸이 태연하게 말했다.“일단 아버지 장례식을 치르고 내가 반드시 진상을 밝히겠습니다.”윤성호는 부하들에게 관을 들고 가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윤범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앞길을 막으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다들 이 자리에 모였는데 어르신 마지막 얼굴이나 한번 봅시다.”그들이 왔을 때는 이미 관이 봉해져 있어 아무도 윤대약을 볼 수 없었다.“아버지 시신은 이미 관에 봉해서 쉬는 걸 방해하지 맙시다.”윤성호가 최대한 화를 참으면서 말했다.“거절하는 것을 보니 혹시 뭘 감추는 겁니까?”윤범걸의 말투는 점점 세졌다. “그동안 많이 참았어. 시비를 거는 거라면 확실하게 말해!”윤성호는 더는 참지 않고 전신의 영역을 펼쳐 두 쇠구슬을 냅다 윤범걸에게 던졌다.역시 전신 이상의 실력이었다. 무술 방면에서 실력이 없다면 은세집안에서 가주를 맡을 자격은 주어지지 않는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윤범걸은 두려워하지 않고 두 단검을 꺼내 공격을 막아냈다.팅!두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단검이 부러지고 쇠구슬이 윤범걸의 가슴을 강타했다.이제 막 전신 경지에 이른 윤범걸은 전신 이상에 도달한 윤성호에게 상대가 아니었다.“윽!윤범걸은 뒷걸음을 치면서 목구멍까지 올라온 기혈을 삼켜버렸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지금까지 잘도 감췄네. 이런 실력이 있는 줄은 몰랐어.”윤범걸은 순간 자신이 방심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상대방의 수단을 시탐했으니 손해본 것은 아니었다.‘좋은 기회야. 이 틈에 죽여버려야겠네!’윤성호는 두 쇠구슬을 거두는 척하면서 다시 윤범걸을 향해 던졌다.저 인간만 죽으면 윤씨 가문의 방계에 우두머리가 없게 되니 자신과 맞설 세력이 사라지게 된다.“조심해요!”방계 친척들 모두 놀라 소리쳤다.스윽!윤성호는 손을 들어 다시 두 쇠구슬을 신속하게 내던졌다.‘죽일 셈이구나.’윤범걸이 전성기일 때도 상대가 될 수 없었는데, 하물며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여기서 죽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서 헤엄쳐 가.”듣다 못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여긴 용하국의 해역이다. 너희들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없다.”“아니지. 1분 전에 용하국을 벗어났어.”우두머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시간이 많지 않아. 5분 줄 테니까 대답해.”장난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진짜 말한 대로 할 것이다.청년과 노인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속만 끙끙 앓았다.“3분 됐어.”우두머리는 계속 시간을 말해주었다.참다 못한 노인이 따져보려고 입을 열었다.“너희들… 컥!”말을 꺼내기 전에 노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일행의 살의는 생각보다 강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라고 했어?”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단진무성 초기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기운만 봐도 우두머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아저씨!”청년은 머리 없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사람을 죽였어!”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는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누가 감히 천랑성호에서 살인을 저질러?”살인 사건이 터지자 매니저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왜 청목 존주님의 일에 너희들이 끼어들어?”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목 존주님?’청목 존주란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최근에 용하국에 이름이 자자했다.유람선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혹시나 부딪칠까 걱정했는데 하필 오늘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형님들 마음대로 하세요.”
승무원은 초면인 사람에게 더 건방지게 굴었다.“거지 같은 파티에 티켓 없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나?”염구준은 믿지 않았다.금전을 숭상하는 유람선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한 사람당 티켓 200만 원 내면 들여보낼게. 그럴 돈이 있어?”승무원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물었다.몇 시간밖에 안 되는 파티에 200만 원이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하. 생각보다 싸네. 7장 줘.”염구준은 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가 돈 뭉치를 던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승무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뭘 봐? 이건 돈이 아니야?”염구준은 큰소리치며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사람이 서로 존중해야지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줄 알아.’큰소리에 깜짝 놀란 승무원이 꽥하고 소리질렀다.“안 돼. 차림새가 너무 촌스러워!”그녀는 트집잡기 선수였다.방금 금목걸이에 모피를 걸친 사람도 들여보냈는데 염구준 일행은 안된다고 잡아뗐다.원래 문지기 개는 주인보다 사나운 법이었다.“매니저 어디 있어? 얘기 좀 해야겠어.”염구준은 승무원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경호원, 누가 소란을 피워요. 빨리 오세요!”오히려 승무원이 적하반장으로 저쪽을 보며 소리질렀다.이 일이 매니저에게 알려지면 바로 쫓겨나게 되니 절대 만나게 하면 안 되었다.“이 사람들 잡아서 쫓아내세요.”20명 넘는 경호원이 나타나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쓸데없는 말을 하기보다 사람을 잡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쿵!그때 주작이 기운을 펼치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전부 튕겨버렸다.“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너희들 목숨줄이 그렇게 길어?”아무리 간이 부어도 상대가 누군지 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문외한들은 무술에 대해 모르니 경호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승무원 옷을 입은 꺽다리가 나타났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매니저님, 이 사람들 행패
“이쪽은 가짜, 저쪽은 진짜예요. 됐죠? 당신들은 나가세요.”승무원의 태도는 반감을 살 정도로 불쾌했다.염구준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머지 6명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우리 티켓이 가짜라면 말없이 나갈 수 있어요. 근데 그쪽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흥, 불만이세요? 여기서 내 말이 법이에요.”승무원이 표독스럽게 대꾸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아예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촥촥!보다 못한 주작이 바로 승무원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네가 뭔데?”감히 보스 앞에서 법을 내세우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승무원은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사는 주제에 감히 자신의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해 바로 전기봉을 들었다.“미친년, 방금 날 때렸어?”탁!하지만 내려치기 전에 전기봉이 주작의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어서 묻지마 폭행이 이어졌다.“주둥이를 확 찢어버릴라. 방금 뭐라고 했어?”“아가씨,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승무원이 비명을 질렀다.“저년 바다에 처넣자. 아니면 귀찮아져.”옆에서 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멍청한 말을 꺼냈다.그 말에 승무원은 물론 옆에 있던 모녀까지 벌벌 떨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처넣다는 말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안목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당신들 티켓은 진짜예요.”승무원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정했다.“만약 귀찮게 일을 벌리면 바로 물고기 먹이가 될 줄 알아. 꺼져!”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승무원에게 겁을 주었다.만약 복수한다고 사람을 부른다면 일이 귀찮아지게 될 것이다.“절대 안 그럴게요. 절대요.”제대로 겁먹은 승무원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따… 딸아. 우리 그냥 티켓 다시 사자.”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다.염구준 일행은 겉보기에 선한 얼굴이지만 화가 나면 저승사자 같아서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잠깐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
“하하, 이겼다.”얼마나 많은 수를 무르고서야 할아버지는 이겼다고 아이처럼 기뻐하셨다.이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진 적은 없지만 번마다 이길 때면 엄청 좋아하셨다.단지내에서 염구준만 이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었다.“대단하세요.”염구준은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올렸다.자신의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인들은 모두 좋은 대우를 받길 바랐다.지잉-전신전에서 연락이 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어르신,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얼른 가. 일이 중요하지.”할아버지는 장기판을 보며 기쁨을 만끽했다.염구준은 자료를 보면서 집으로 달려갔다.“국주님, 놈들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지금 남극 빙원에 있어요. 구체적인 위치는 아직 모르겠고 놈들의 수법이 은밀해서 빼앗은 로봇을 모두 여러 갈래로 운반하고 있어요.”남극 빙원은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기후가 악랄하고 환경이 복잡한 데다 수많은 세력들이 잠복해 있었다.아직까지 통제할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몇 년 전만 해도 그곳의 기후가 매우 낮아 누구도 살지 않았었다.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방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수많은 조직과 세력들이 그곳에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하지만 아직까지 치안이 혼란스럽고 주먹이 센 사람이 통치는 바람에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염구준은 자료를 살펴보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정영팀은 신속하게 청해로 온다. 위장을 잘하고 절대 행적이 드러나면 안 된다.]이번 작전에 대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 후, 집에 돌아와 손가을에게 말하고 그날 저녁에 청해 부두로 향했다.장모님인 진숙영에게 은밀히 고수들을 붙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신비한 클럽은 인간 세상에서 증발할 것처럼 사라져서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국정이 급선무인 지금 청목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염구준이 부두에 도착했을 때 백호, 주작, 현무 그리고 세 명의 전왕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들 모두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주… 염 선생님!”여섯 사람은 염구준에게 다가와 깍듯하
“주작. 천목 시스템을 가동해. 내가 구체적인 좌표를 보내줄 테니까 그 해역의 화물선을 주시해.”“백호. 7인 정예팀을 선발해서 잠시 내 명을 대기하고 있어.”“현무, 한 달 사용할 최첨단 무기를 준비해.”“청룡, 넌 전신전을 지키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염구준이 지시를 내릴 때 누구도 농담하지 않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네.”임무를 내린 후, 염구준은 한마디를 남기고 청해로 돌아갔다.“송 가주와 국주가 상의하는 동안 누가 방해를 한다면 바로 죽이러 올 것이다.”염구준의 말에 외부인들은 바로 속셈을 거두었다.이어서 송씨 가문은 절반 주식을 국주에게 담보로 내놓고 보호를 받았다.국주가 내세운 조건은 송씨 가문이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생길 때 다시 주식을 돌려주는 것이었다.중요한 임무를 맡은 송현우는 지금 상황에서 반천인 경지와 싸울 수 있는 유력한 후계자였다.송명호 일가는 더는 송 가주를 방해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족보에서 쫓겨났다.그를 지지했던 세력들은 자발적으로 돈으로 배상하고 평화를 유지했다.송씨 가문의 세력이 대폭 하락하니 이러는 수밖에 없었다.청해로 돌아온 염구준은 손가을이 잘 관리한 덕에 편히 지낼 수 있었다.“구준이 왔어?”그를 제일 먼저 맞이한 사람은 방금 기도를 마친 진숙영이었다.최근 신비한 클럽이 감쪽같이 사라진 바람에 그녀는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었다.“장모님.”염구준이 뭐라고 하기 전에 진숙영은 또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도했다.“아빠.”인기척을 듣고 나온 염희주가 활짝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그래.”‘귀여운 녀석, 어쩜 이리 애교가 많을까. 며칠을 못 봤더니 또 키가 컸네.’염구준은 대답하면서 딸을 뻔쩍 들어올렸다.딸을 보는 그의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저러다 신선이 되겠어요.”염희주는 진숙영을 힐끔 보면서 염구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런 말하면 못 써.”염구준이 바로 말렸다.어른들의 일에 아이가 끼어드는 것과 함부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빠
송씨 가문의 절반 재산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 그것을 단호하게 거절하다니 생신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이 당황했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염 선생이 말씀해 주시죠.”송 가주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국주한테 가서 얘기하면 아마 기꺼이 도와줄 겁니다.”염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송 가주는 그제야 깨달은 듯 허벅지를 탁 쳤다.솔직히 말해서 염구준도 절반 재산을 갖고 싶었다.하지만 손씨 그룹에 비해 용하에서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거절한 것이다.이 정도 대의는 갖추고 있었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두 사람 대화할 때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얼른 말해. 이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있냐?”송 가주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과감하게 말했다.“저희가 해외에 수출한 로봇 화물선이 습격당했어요. 거기에 나무 표식이 있었습니다.”그 사람은 재빨리 다가가 태블릿을 보여줬다.확인하던 송 가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염 선생. 이거 진짜 큰일 났습니다.”송 가주는 태블릿을 빼앗아 염구준에게 걸어갔다.이번에야말로 진짜 큰일이 벌어졌다.염구준은 힐끗 쳐다보려 했으나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았다.“젠장. 이건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겁니다.”옆 사람들은 방금 싸울 때도 이렇게 화내지 않았는데 반천인 고수가 화난 모습을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태블릿에 뜬 메시지에 몇 글자과 사진 2장만 보였다.내용은 이랬다.[먼저 송씨 가문을 도륙하고 용하국을 주살한다.]사진 한 장에 검정색 나뭇잎이 찍혀 있고 다른 한 장에는 청색 나뭇잎이 찍혀 있었다.그것은 분명히 떠돌이 7인조에서 흑풍과 청목을 가리키고, 두 사람이 송씨 가문과 용하를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용하국에서 송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염구준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용하를 건드린다면 상의할 여지없이 싸워야 했다.“염 선생,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송 가주는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지금 폐인이 되어서 아무리 훌륭한 계략을 짜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이제 좀 재미있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공격할 태세를 잡았다.송현우의 검의가 얼마나 강한지 엄청 기대되었다.승부는 금방 갈리고 구경군들은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필경 마지막 공격으로 모든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매화검법. 쇄산!”먼저 기운을 축적한 염구준이 검을 들고 공격했다.송현우의 검의는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게다가 고씨 선조들이 남긴 시구를 본 이후로 염구준이 초식을 조금 바꾸었는데도 무궁무진한 힘을 발산했다.“죽어라!”그때 맞은편에서 송명호도 패왕창을 들고 공격했다.염구준의 기운을 감지하고 본인이 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공격한 것이다.예를 들면 갑자기 염구준이 심장병이 발작한다든가.쿵!칼끝과 창끝이 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폭발했다.강력한 위력에 송명호는 저항하지 못하고 패왕창을 든 채로 뒤로 튕겼다.한마디로 말해서 한 초식도 감당해지 못하는 패배자였다.싸움이 드디어 끝났다.이 결과는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조금은 어느 정도 싸우다 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주변에서 습격하려고 했는데 이젠 망상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은 검과 주변의 검기를 거두었다.“4할 전력이 남았어요. 도전할 분 계신가요?”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패기 있게 말했다.“…”송명호 일가는 도전해도 볼품없이 패배할 텐데, 도전은 개뿔이라고 속으로 욕했다.“투항하겠습니다.”그때 누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투항했다.우두머리인 송명호가 죽은 이상 계속 대항할 이유가 없었다.투항하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지 않은가.상황이 전환되어 송 가주 일가가 승리했다.“할아버지, 아버지.”송청연이 외치며 앞으로 달려갔다.“난 괜찮다.”송 가주는 부축임을 받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전승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의 앞에 다가간 그는 무릎을 꿇었다.“염 선생, 살려줘서 고맙습니다.”“염 선생, 감사합니다.”송 가주 일가 모두 무릎을 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