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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신의 귀환의 모든 챕터: 챕터 1001 - 챕터 1010

1806 챕터

제1001화

진무석의 두 눈에 다시 이채가 돌아왔다.절망의 순간에 찾아온 특대 희소식이었다.손씨 그룹을 믿고 화련상조회를 나간 상인들은 그룹의 수장인 염구준이 죽으면 어차피 화련으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상인들이 다시 화련으로 돌아오면 안홍기와 홍준식이 화련에서 그를 퇴출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이번 일만 성공하면 진서호는 큰 공을 세우게 되고 진무석은 화련의 핵심 원로의 자리를 보전할 수 있게 된다.“아, 제가 보낸 사람들이 돌아왔나 보네요.”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회색 도복을 입은 두 노인이 살기등등한 기세를 풍기며 안으로 들어왔다. 시력을 잃은 둘이지만 서슬퍼런 표정으로 진씨 부자를 노려보고 있었다.그 둘은 당연히 가씨 형제였다.“어르신들!”진무석과 진서호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다.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한 진서호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물었다.“벌써 임무를 완수하시고 돌아오신 건가요? 염구준을 죽인 거 맞죠? 시체는 어디 있습니까? 제가 직접 확인해야겠습니다!”‘시체?’가씨 형제는 그들의 어리석음에 헛웃음이 나왔다.“시체 같은 소리하고 있네!”형 가천좌가 냉소를 지으며 다가가서 진서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진서호의 머리를 짓밟으며 분노에 차서 말했다.“내가 오늘 네 녀석을 시체로 만들어 주지!”“너희들 진씨 가문은 눈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야? 하늘이 우릴 도와서 괜한 오해를 사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아니다. 이런 말을 해도 너희는 못 알아듣겠지. 너희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야!”바닥에 쓰러진 진서호는 눈앞이 아찔하고 속이 울렁거렸다. 진무석은 경악한 얼굴로 두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암살자가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다고?둘은 진씨 가문의 오랜 호위이자 자랑으로 여길만한 강자들이었다. 그들은 진씨 가문에 머물며 진씨 가문이 제공한 비책으로 무예를 수련했고 진씨 가문의 영패에 무조건 복종하는 자들이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 두 노인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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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염구준이 전신전 전주이자 전설 속 인물이 맞다면 아무리 가씨 형제라고 하더라도 그를 쓰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진씨 가문의 모든 힘을 동원해도 불가능했다.“이제 이유를 알겠어?”가천좌는 다시 다리를 들어 쓰러진 진서호의 복부를 걷어찼다.“고작 진씨 가문 따위가 감히 염 전주의 목숨을 노리려 들다니. 웃기지도 않아!”그 말을 끝으로 두 형제는 뒤돌아서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떠나기 전 지은 그들의 섬뜩한 냉소는 진무석 부자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오늘부터 우리 형제는 진씨 가문과 완전히 선을 그을 것이다.”“너희는 알아서 살아남아! 죽어도 어쩔 수 없고!”말을 마친 가씨 형제는 미련 없이 진씨 가문 저택을 떠났다.진씨 가문이 수십 년을 통해 육성한 최강 호위가 결렬을 선언하면서 진무석 부자의 유일한 희망도 산산이 부서졌다.“멍청한 자식!”한참의 침묵이 흐르고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진무석은 진서호에게 달려가서 그의 멱살을 잡고 호통쳤다.“말해! 너 대체 염 전주와 무슨 원수를 졌길래 죽기살기로 싸우는 거야? 대체 그분한테 무슨 실수를 했어? 우리 가문 살아남을 수는 있는 거야? 말하라고!”원한?“아버지,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입가에 피멍이 든 진서호는 한참 고민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희망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기억 났어요. 저 염구준과 그렇게 큰 원한을 진 적은 없어요. 모든 건 앨리스가 주최한 그 연회에서 시작했어요!”그 연회에서 그는 손가을에게 흑심을 품었다. 하지만 그녀가 유부녀라는 것을 알고 이내 생각을 포기했다.나중에 화련상조회 때문에 염구준에게 귀뺨을 맞은 뒤로 오정형의 부추김을 받고 왕종서의 딸을 납치했다. 그리고 염구준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진실이 밝혀지며 가문의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게 되었다.그 뒤로 앙심을 품은 진서호는 가씨 형제를 보내 염구준을 암살하라고 했다. 하지만 가씨 형제가 무사히 돌아온 것으로 보아 진짜 암살을 시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였다.“처음부터 손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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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진무석은 서글픈 얼굴로 진서호를 바라보다가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네 목숨을 내놓는다고 해서 염 전주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런 높으신 분이라면 얼굴에 생각을 드러내고 다니지도 않을 텐데.”진서호는 그저 살았다는 생각뿐이었다.그는 멍한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을 죽이지 않고 염구준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정녕 있단 말인가? 아니면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가문을 포기하려는 걸까?“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다시 일어나는 것. 이건 내가 너에게 해주는 마지막 수업이다.”진무석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간만에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했다.“서호야, 네가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지, 우리 가문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가 이 수업에 달렸다. 성공하면 모두가 사는 거고 실패하더라도 이 아비를 원망하지는 말거라.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까.”말을 마친 그는 진서호의 대답도 듣지 않고 핸드폰을 들고 거실로 나갔다. 그는 핸드폰에서 연락처를 뒤지다가 결심을 내린 듯,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그가 연락한 사람은 안씨 가문 가주 안홍기였다.“진 가주?”전화를 받은 안홍기가 의아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벌써 결정을 내리신 겁니까?”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진무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쓴웃음을 지었다. 수화기 너머로 안홍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안 가주의 의견에 동의하네. 진씨 가문이 화련을 떠나야 그 상인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어. 떠나기 전에 난 봉황국에 있는 진씨 가문의 산업을 전부 매각할 생각이네. 안 가주가 생각이 있다면 저가로 안 가주에게 양도하겠네.”“6조. 이 정도면 괜찮은 가격 아닌가?”안홍기는 속으로 진무석을 능구렁이라고 욕하면서도 그가 정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인지 의심이 갔다.게다가 봉황국에 있는 산업을 매각한다니?수화기 너머로 안홍기의 흥분한 듯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진무석 이 늙은 여우가 드디어 타협한 거야!’지금 상황으로 보아 시간만 끌면 결국 진무석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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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안홍기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화련상조회의 핵심 멤버로서 그들은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었다. 홍준식이 만약 진씨 가문의 산업을 이어받는다면 세력이 홍씨 가문으로 쏠릴 것은 당연한 일!“진 가주, 농담이 지나치십니다.”안홍기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흔쾌히 대답했다.“양도 절차는 바로 진행할 수 있도록 처리해 주십시오. 진 가주께서 양도 계약서에 사인만 하시면 바로 계좌로 6조를 입금해 드리겠습니다.”성공이다!진무석은 통화를 마친 뒤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아들을 바라보았다.“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버릴 건 단호하게 버리는 것. 이게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그는 모든 산업을 현금화해서 도주할 생각이었다. 봉황국을 순조롭게 떠날 수만 있다면 어디에 가서든 그 돈으로 다시 재기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다.“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일 나랑 같이 염 전주에게 사과하러 가자.”진무석은 아들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고개를 돌려 손씨 그룹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염 전주가 그래도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것도 운명인 거야.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다. 네가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지는 그분의 생각에 달렸어.”다음 날 아침, 손씨 그룹 봉황국 지사 건물.대문 입구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지나가는 행인들, 그룹 관계자들, 대문을 지키는 경비원은 물론이고 언론사 기자들까지 건물 대문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든 가운데 진서호는 상반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한겨울의 바람을 맞으며 건물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늦가을의 추위가 피부를 때리고 채찍 자국이 가득 남은 그의 등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염 선생님!”진무석은 진서호의 옆에 서서 바짝 긴장한 자세로 그가 있는 사무실 방향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정중한 어투로 사과했다.“진씨 가문 진무석, 어리석은 아들을 데리고 사과하러 왔습니다. 부디 용서를 받아주십시오!”그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전신전 전주와 대적할 힘이 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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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진무석은 똑똑한 사람이야.”건물 맨 위층에서 염구준은 창가에 서서 진씨 부자의 연극을 내려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가문을 살리려면 이게 유일한 방법이긴 하지. 진서호가 아버지의 반만 닮았어도 이런 상황은 오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네.”진씨 가문이 한 일은 괘씸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숨통을 비틀어버리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손가을은 염구준의 옆에 서서 그의 팔짱을 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구준 씨, 진심으로 잘못을 알고 사과하는 걸 봐서 기회를 한번 주는 게 어때?”염구준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그렇게 또 30분이 지나간 뒤에야 그는 등 뒤에 있는 부하에게 손짓했다.“올라오라고 해.”임명성이 직접 경호원들을 데리고 대문으로 나갔다. 행인들이 옆으로 흩어지고 기자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그들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다.“임 이사님, 진가의 가주께서 직접 후계자와 함께 염구준 씨한테 사과하러 왔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혹시 알고 계시나요?”“임 이사님, 손씨 그룹 해외지사의 총괄 책임자는 임 이사님 아니던가요? 이번 사건의 내막에 대해 알고 계실 것 같은데 혹시 괜찮으시면 인터뷰 잠깐 해주실 수 없나요?”“손가을 대표도 이 일을 알고 있습니까? 염 부장이 손가을 대표의 남편분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손가을 대표님 한번 만나뵐 수 있을까요?”“손가을 대표님과 염 부장님 인터뷰 신청합니다. 진짜 데릴사위 신분이 많나요? 세간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아내한테 용돈이나 받아 쓰는….”임명성의 얼굴이 사납게 굳었다.무례한 인터뷰 요청은 그렇다 하더라도 염구준을 모함하는 말은 참을 수 없었다.대체 이들은 손씨 그룹의 진정한 주인이 누군지 알기나 할까? 이 기업의 진정한 주인은 회장인 손태석도 아니고 대표인 손가을도 아니고 청해의 왕으로 불리는 염구준이었다.“해산 시켜.”임명성이 손짓하자 경호원들이 기자들을 밀어서 내쫓았다. 소란이 잠잠해진 뒤, 임명성은 진무석 부자에게로 다가가서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염 부장님이 보자고 하십니다.”말을 마친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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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염 선생.”진무석은 길게 심호흡하며 바닥에서 가냘픈 숨을 토해내고 있는 아들을 힐끗 바라보고 말했다.“매사에 냉철하신 염 선생께서 우리한테 다시 재기할 기회를 쉽게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오늘 이후로 우리 진씨 가문은 염 선생께 그 어떤 위협도 되지 않을 겁니다.”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진무석은 손을 들어 자신의 복부를 향해 힘껏 내리치며 스스로 단전혈을 봉인했다.“그런 건 아무 의미 없어요.”염구준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손을 펼쳐 진무석의 기운을 걷어내고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진 가주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나나 가을이, 그리고 우리 손씨 그룹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진무석은 흠칫하더니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그랬다. 전신전 전주나 되는 사람이 고작 진씨 가문이 자신을 해할까 봐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가 수련을 거듭해서 무성이 되고 또 전신이 된다고 해도 염구준 앞에서는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일반인이었다.“사실 요행을 바라고 사죄하러 찾아온 거 인정합니다.”진무석은 씁쓸한 미소 뒤에 긴 한숨을 내쉬고는 염구준의 앞에서 큰절을 올렸다.“출발하기 전에 이미 봉황국에 있는 모든 산업을 매각했습니다. 염 선생이 우리를 용서해 준다면 우린 다른 나라로 가서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습니다.”“하지만 염 선생을 직접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염 선생만 동의하신다면 우리 진씨 가문은 평생 염 선생을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그 말은 진씨 가문의 굴복을 의미했다.손가을은 화색을 띤 얼굴로 염구준의 손등을 살짝 꼬집었다.만약 진씨 가문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면 손씨 그룹의 미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록 진서호의 인성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진무석은 확실히 품고 싶은 인재였다.“제안은 괜찮네요.”염구준은 손가을을 향해 미소를 짓고는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진무석을 바라보며 말했다.“다만 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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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드디어 염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표정을 약간 풀었다.그에게는 꼭 필요한 단서였다.고성 전쟁 이후로 흑풍 존주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면서 신무 옥패에 관한 단서도 같이 사라졌다. 그의 아버지 염진은 현존하는 신무 옥패는 총 여덟 개라고 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현재 염구준은 세 개를 보유하고 있었다.신무 옥패의 존재는 무림에서 실력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가치가 있 고 반보천인이 천인의 경지로 넘어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며 그의 어머니의 가문의 비밀과도 연관되어 있었다.“신무 옥패에 관해 얼마나 아십니까?”염구준은 형형한 눈으로 진무석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진씨 가문이 계속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진무석은 드디어 성공했다는 마음에 감개무량해서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그때 당시 저도 어려서 자세한 것은 할아버지에게 들은 것이 전부입니다.”40년 전, 진가의 노가주가 집권 당시 그는 비즈니스를 위해 고려국 제명도로 건너간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정말 우연한 기회에 사업 파트너의 집안 장로를 만난 적이 있었다.그 장로는 비취색의 옥패를 몸에 지니고 있었는데 그때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신무 옥패의 완벽한 복제품이라고 자랑하고 다녔다.비록 진품이 아니라 신무 옥패의 기적 같은 효능은 발휘할 수 없지만 표면의 도안은 진짜 신무 옥패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똑같았다.“왕년의 그 사업 파트너는 고려의 황씨 가문이었습니다. 그 장로는 제 할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었으니까 아마 지금은 돌아가셨을 겁니다.”진무석은 조심스럽게 염구준의 안색을 살피며 계속해서 말했다.“옥패가 훼손되지 않았다면 아마 황씨 가문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겠지요. 물론 이건 제 추측일 뿐입니다.”추측이든 아니든 신무 옥패에 관한 일이라면 신중해야 했다.“아주 흥미롭네요.”염구준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펼쳤다. 그러자 공기 중에 무형의 기운이 진무석의 몸에 닿더니 그대로 진무석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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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아버지가 자신을 살리려고 이렇게까지 희생한다고 생각하니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진서호.”염구준은 그제야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진서호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진무석 씨 얼굴을 봐서 이번 한번은 그냥 넘어가 준다. 다음에 또 나한테 걸리면 오늘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한결 누그러진 어투로 진무석을 바라보며 말했다.“진무석 씨, 앞으로 아들 교육 똑바로 하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진씨 가문이 내 소속이 되었다고 해도 봐주지 않을 거예요. 아시겠습니까?”진무석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염구준과 손가을에게 큰절을 올린 뒤에 진서호를 향해 호통쳤다.“멍청한 자식, 당장 감사 인사를 올리지 않고 뭐 해?”진서호는 흠칫하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그의 앞에 있는 사람은 경호팀 부장도 아니고 재벌가 데릴사위도 아닌, 전설로 불리는 전신전 전주이자 모두가 선망하는 절대강자였다.“염 선생님, 손 대표님.”진서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 바닥에서 기어일어나 두 사람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전에는 제가 어리석어서 두분께 많은 무례를 범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저 진서호는 지난 과거를 모두 씻고 손씨 그룹을 위해 힘을 이바지하겠습니다.”진지하게 반성하는 그의 태도에 염구준은 그제야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나가라는 시늉을 했다. 그러고는 손가을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신무 옥패에 관한 정보를 손에 넣었으니 이제 고려국으로 한번 가볼 차례였다.“구준 씨.”텔레파시가 통한 듯, 손가을은 고개를 돌려 임명성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봉황국 지사는 임 이사님이 전적으로 맡아주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염구준에게 시선을 돌렸다.“고려국으로 갈 거면 나도 같이 가.”같이 가자는 말에 염구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번 고려행은 얼마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아주 먼 고대에 고려국은 용하국에서 대량의 무기와 비술을 빼돌렸기에 그곳에는 무림강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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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여자 연예인 한 명 죽었다고 해서 그 기업에 아무런 영향이 가지 않았다.하지만 이수진은 달랐다. 그녀는 한채인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다.올해 대학을 금방 졸업한 한채인은 유명 사진작가인데다가 업계에서 촉망 받는 기자였다.“한채인 여기 있어요!”갑작스러운 고함에 여자는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멀지 않은 곳에 스무 명 남짓 되는 검은 정장 사내들이 멀리서 그녀를 알아보고는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저 여자 잡아! 도련님께서 어떻게든 저 여자 입을 틀어막으라고 하셨어!”스무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주변을 둘러보던 관광객들이 놀라서 도망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채인의 앞으로 다가온 한 사내가 그녀를 향해 발길을 날렸다.한채인이 들고 있던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조각나고 그녀는 초라한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졌다.“한채인, 드디어 잡았네!”선두에 선 남자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에 주먹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혀를 함부로 놀리는 년은 매를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퍽! 퍽!사정없는 폭력에 한채인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지만 겁에 질린 구경꾼들은 아무도 나서서 도와줄 엄두를 못 냈다.그런데 이때.“사내 새끼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여자 한 명에게 주먹질을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청년의 싸늘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이 여자가 큰 잘못을 했다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소장을 접수하면 되지. 폭력이 웬말이냐고!”한 사내가 바닥에 침을 뱉더니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 사내의 두 눈이 탐욕으로 빛났다.용하국 사람으로 보이는 한 청년의 옆에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가 함께 있었다. 완벽한 몸매와 하얗고 투명한 피부는 연예인과 견주어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정말 예쁘네. 딱 내 스타일이야.”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는 저도 모르게 군침을 흘리며 여자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예쁜이, 큰돈 벌고 싶지 않아? 우리 도련님 정말 통이 크신 분이거든.”“우리랑 같이 가면 후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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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손가을은 굳은 표정으로 염구준에게 고개를 돌렸다.“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이 여자분 정말 죽을지도 몰라.”염구준은 성큼 다가서서 손가을과 한채인의 앞을 가로막고 사내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미안한데 이 여성분 내가 좀 데려가야겠어.”그 말을 들은 정장 사내들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거렸다.“주제도 모르는 놈이네!”선두에 있던 건장한 사내가 싸늘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노려보더니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쓸데없는 일에 간섭하지 말고 가던 길 가. 머리에 구멍이 뚫리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총?일반인에게는 협박이 통할지 몰라도 반보천인인 염구준에게는 총알이 통할 리가 없었다.“주변에 관광객들이 많아. 총성이 울리면 귀찮은 일만 생길 거야.”염구준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소매를 걷어올렸다.“굳이 무력으로 승부하겠다면 놀아줄 수는 있어. 놀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정도는 제공해 줘야지.”“이런 개 같은!”사내의 눈이 섬뜩하게 빛나더니 허리춤에 찬 권총으로 손을 가져갔다.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염구준의 모습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다시 정신을 차린 순간 그는 이미 사내의 앞에 와 있었다. 그것도 잠시, 허리춤에서 둔탁한 고통이 느껴지더니 염구준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사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허리춤에 있던 권총이 어느새 가루가 되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와, 멋있어!”바닥에 쓰러져 그들을 바라보던 한채인이 눈에서 빛을 뿜으며 흥분을 금치 못했다.“혹시 저 멋진 남자분 애인이세요? 방금 전에 보여준 건 용하국 무술인가요? 정말 너무 멋있어요!”손가을은 차마 웃지 못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조금 전까지 사내들의 주먹에 맞아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던 사람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으니 황당하기도 했다.“제 남편이에요.”손가을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한채인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주변에 스물이나 되는 사내들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손가을은 전혀 두려운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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