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선생.”진무석은 길게 심호흡하며 바닥에서 가냘픈 숨을 토해내고 있는 아들을 힐끗 바라보고 말했다.“매사에 냉철하신 염 선생께서 우리한테 다시 재기할 기회를 쉽게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오늘 이후로 우리 진씨 가문은 염 선생께 그 어떤 위협도 되지 않을 겁니다.”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진무석은 손을 들어 자신의 복부를 향해 힘껏 내리치며 스스로 단전혈을 봉인했다.“그런 건 아무 의미 없어요.”염구준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손을 펼쳐 진무석의 기운을 걷어내고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진 가주가 이렇게 하지 않아도 나나 가을이, 그리고 우리 손씨 그룹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진무석은 흠칫하더니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그랬다. 전신전 전주나 되는 사람이 고작 진씨 가문이 자신을 해할까 봐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가 수련을 거듭해서 무성이 되고 또 전신이 된다고 해도 염구준 앞에서는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일반인이었다.“사실 요행을 바라고 사죄하러 찾아온 거 인정합니다.”진무석은 씁쓸한 미소 뒤에 긴 한숨을 내쉬고는 염구준의 앞에서 큰절을 올렸다.“출발하기 전에 이미 봉황국에 있는 모든 산업을 매각했습니다. 염 선생이 우리를 용서해 준다면 우린 다른 나라로 가서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습니다.”“하지만 염 선생을 직접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염 선생만 동의하신다면 우리 진씨 가문은 평생 염 선생을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그 말은 진씨 가문의 굴복을 의미했다.손가을은 화색을 띤 얼굴로 염구준의 손등을 살짝 꼬집었다.만약 진씨 가문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면 손씨 그룹의 미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록 진서호의 인성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진무석은 확실히 품고 싶은 인재였다.“제안은 괜찮네요.”염구준은 손가을을 향해 미소를 짓고는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진무석을 바라보며 말했다.“다만 손씨
드디어 염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표정을 약간 풀었다.그에게는 꼭 필요한 단서였다.고성 전쟁 이후로 흑풍 존주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면서 신무 옥패에 관한 단서도 같이 사라졌다. 그의 아버지 염진은 현존하는 신무 옥패는 총 여덟 개라고 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현재 염구준은 세 개를 보유하고 있었다.신무 옥패의 존재는 무림에서 실력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가치가 있 고 반보천인이 천인의 경지로 넘어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며 그의 어머니의 가문의 비밀과도 연관되어 있었다.“신무 옥패에 관해 얼마나 아십니까?”염구준은 형형한 눈으로 진무석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진씨 가문이 계속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진무석은 드디어 성공했다는 마음에 감개무량해서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그때 당시 저도 어려서 자세한 것은 할아버지에게 들은 것이 전부입니다.”40년 전, 진가의 노가주가 집권 당시 그는 비즈니스를 위해 고려국 제명도로 건너간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정말 우연한 기회에 사업 파트너의 집안 장로를 만난 적이 있었다.그 장로는 비취색의 옥패를 몸에 지니고 있었는데 그때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신무 옥패의 완벽한 복제품이라고 자랑하고 다녔다.비록 진품이 아니라 신무 옥패의 기적 같은 효능은 발휘할 수 없지만 표면의 도안은 진짜 신무 옥패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똑같았다.“왕년의 그 사업 파트너는 고려의 황씨 가문이었습니다. 그 장로는 제 할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었으니까 아마 지금은 돌아가셨을 겁니다.”진무석은 조심스럽게 염구준의 안색을 살피며 계속해서 말했다.“옥패가 훼손되지 않았다면 아마 황씨 가문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겠지요. 물론 이건 제 추측일 뿐입니다.”추측이든 아니든 신무 옥패에 관한 일이라면 신중해야 했다.“아주 흥미롭네요.”염구준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펼쳤다. 그러자 공기 중에 무형의 기운이 진무석의 몸에 닿더니 그대로 진무석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아버지가 자신을 살리려고 이렇게까지 희생한다고 생각하니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진서호.”염구준은 그제야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진서호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진무석 씨 얼굴을 봐서 이번 한번은 그냥 넘어가 준다. 다음에 또 나한테 걸리면 오늘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한결 누그러진 어투로 진무석을 바라보며 말했다.“진무석 씨, 앞으로 아들 교육 똑바로 하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진씨 가문이 내 소속이 되었다고 해도 봐주지 않을 거예요. 아시겠습니까?”진무석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염구준과 손가을에게 큰절을 올린 뒤에 진서호를 향해 호통쳤다.“멍청한 자식, 당장 감사 인사를 올리지 않고 뭐 해?”진서호는 흠칫하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그의 앞에 있는 사람은 경호팀 부장도 아니고 재벌가 데릴사위도 아닌, 전설로 불리는 전신전 전주이자 모두가 선망하는 절대강자였다.“염 선생님, 손 대표님.”진서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 바닥에서 기어일어나 두 사람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전에는 제가 어리석어서 두분께 많은 무례를 범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저 진서호는 지난 과거를 모두 씻고 손씨 그룹을 위해 힘을 이바지하겠습니다.”진지하게 반성하는 그의 태도에 염구준은 그제야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나가라는 시늉을 했다. 그러고는 손가을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신무 옥패에 관한 정보를 손에 넣었으니 이제 고려국으로 한번 가볼 차례였다.“구준 씨.”텔레파시가 통한 듯, 손가을은 고개를 돌려 임명성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봉황국 지사는 임 이사님이 전적으로 맡아주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염구준에게 시선을 돌렸다.“고려국으로 갈 거면 나도 같이 가.”같이 가자는 말에 염구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번 고려행은 얼마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아주 먼 고대에 고려국은 용하국에서 대량의 무기와 비술을 빼돌렸기에 그곳에는 무림강자가
여자 연예인 한 명 죽었다고 해서 그 기업에 아무런 영향이 가지 않았다.하지만 이수진은 달랐다. 그녀는 한채인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다.올해 대학을 금방 졸업한 한채인은 유명 사진작가인데다가 업계에서 촉망 받는 기자였다.“한채인 여기 있어요!”갑작스러운 고함에 여자는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멀지 않은 곳에 스무 명 남짓 되는 검은 정장 사내들이 멀리서 그녀를 알아보고는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저 여자 잡아! 도련님께서 어떻게든 저 여자 입을 틀어막으라고 하셨어!”스무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주변을 둘러보던 관광객들이 놀라서 도망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채인의 앞으로 다가온 한 사내가 그녀를 향해 발길을 날렸다.한채인이 들고 있던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조각나고 그녀는 초라한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졌다.“한채인, 드디어 잡았네!”선두에 선 남자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에 주먹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혀를 함부로 놀리는 년은 매를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퍽! 퍽!사정없는 폭력에 한채인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지만 겁에 질린 구경꾼들은 아무도 나서서 도와줄 엄두를 못 냈다.그런데 이때.“사내 새끼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여자 한 명에게 주먹질을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청년의 싸늘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이 여자가 큰 잘못을 했다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소장을 접수하면 되지. 폭력이 웬말이냐고!”한 사내가 바닥에 침을 뱉더니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 사내의 두 눈이 탐욕으로 빛났다.용하국 사람으로 보이는 한 청년의 옆에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가 함께 있었다. 완벽한 몸매와 하얗고 투명한 피부는 연예인과 견주어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정말 예쁘네. 딱 내 스타일이야.”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는 저도 모르게 군침을 흘리며 여자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예쁜이, 큰돈 벌고 싶지 않아? 우리 도련님 정말 통이 크신 분이거든.”“우리랑 같이 가면 후회하지
손가을은 굳은 표정으로 염구준에게 고개를 돌렸다.“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이 여자분 정말 죽을지도 몰라.”염구준은 성큼 다가서서 손가을과 한채인의 앞을 가로막고 사내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미안한데 이 여성분 내가 좀 데려가야겠어.”그 말을 들은 정장 사내들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거렸다.“주제도 모르는 놈이네!”선두에 있던 건장한 사내가 싸늘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노려보더니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쓸데없는 일에 간섭하지 말고 가던 길 가. 머리에 구멍이 뚫리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총?일반인에게는 협박이 통할지 몰라도 반보천인인 염구준에게는 총알이 통할 리가 없었다.“주변에 관광객들이 많아. 총성이 울리면 귀찮은 일만 생길 거야.”염구준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소매를 걷어올렸다.“굳이 무력으로 승부하겠다면 놀아줄 수는 있어. 놀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정도는 제공해 줘야지.”“이런 개 같은!”사내의 눈이 섬뜩하게 빛나더니 허리춤에 찬 권총으로 손을 가져갔다.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염구준의 모습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다시 정신을 차린 순간 그는 이미 사내의 앞에 와 있었다. 그것도 잠시, 허리춤에서 둔탁한 고통이 느껴지더니 염구준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사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허리춤에 있던 권총이 어느새 가루가 되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와, 멋있어!”바닥에 쓰러져 그들을 바라보던 한채인이 눈에서 빛을 뿜으며 흥분을 금치 못했다.“혹시 저 멋진 남자분 애인이세요? 방금 전에 보여준 건 용하국 무술인가요? 정말 너무 멋있어요!”손가을은 차마 웃지 못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조금 전까지 사내들의 주먹에 맞아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던 사람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으니 황당하기도 했다.“제 남편이에요.”손가을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한채인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주변에 스물이나 되는 사내들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손가을은 전혀 두려운 표
‘뭐?’눈을 마주친 염구준과 손가을은 서로의 눈빛에서 호기심을 읽었다.이 메르세데스 벤츠는 손 씨 그룹의 고려국 지사에서 신무 옥패를 찾기 위해 특별히 제공해 준 차량으로, 고려에 머무는 동안의 임시 자가용이 되었다.그런데 공항에서 막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폭력 사건을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이 여자가 진짜 기자라고? 저 검은 옷차림의 사내들은 또 누구지?’뭔가 단순한 것 같지는 않다!“고려는 진짜 너무 혼란스러운 곳인 것 같아요.”한채인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울먹이며 말했다.“인터넷으로 보셔서 알겠지만 여기 고려의 대기업과 재벌들에게 평범한 사람을 망가뜨리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에요.”“제 친구는 그들 때문에 죽었고 저까지 죽이려 하고 있어요. 흑흑흑... 저를 병원에 보내거나 집으로, 혹은 호텔... 어디에 가든지 저들에게 맞아 죽을 거예요.”골치 아팠다...염구준은 손가을을 바라보다 다시 울먹이고 있는 한채인에게 시선을 돌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이왕 도와주는 김에 끝까지 책임져주기로 했다. 친절을 베풀어 이 어린 소녀의 괴로움을 완전히 씻겨줄 것이다.“타요.”결심한 염구준은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병원, 호텔 말고도 갈 곳은 있죠. 가요. 먼저 상처부터 치료해요.”이 잘생긴 남자에게 희한하게 끌렸지만 이미 결혼한 상태라 너무 아쉬웠다....한채인은 몰래 염구준의 준수한 얼굴을 힐끔거리며 손가을과 함께 차에 올랐고 염구준이 시동을 걸고 나서야 슬쩍 떠보듯이 물었다“잘생긴 오빠와 예쁜 언니는 저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잘생긴 오빠, 예쁜 언니라... 너무 이상한 호칭이었다.“난 염구준이라고 해요. 여기는 내 와이프, 손가을이에요. 구준 오빠, 가을 언니라고 부르면 돼요.”염구준은 한 손으로 운전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너무 익숙한 곳이어서 굳이 네비게이션을 켜지 않았다. 차는 제명도의 도환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전에 용하국의 전신전을 복역하고 있을 당시 군을 따라 전국의 전장을 돌았고 고려에도 몇
‘진짜? 역시 전신 전주의 특효약이군!’놀란 표정을 한 한채인은 약통을 들고 1층의 화장실로 들어가 약을 바르며 유리문을 통해 소리 높여 물었다.“구준 오빠, 이 약의 이름은 뭐예요? 기록해야겠어요!”약 이름?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예로부터 고려는 용하국의 한약 문화를 배워왔지만, 비도덕적으로 타락해 배은망덕하게도 감히 비물질 문화유산으로 신청하면서 용하국의 의학적 성과를 훔치려 하고 있었다!그야말로 너무 악질적인 행동이었다.“채인 씨.”손가을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하며 물었다.“그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왜 채인 씨를 쫓는 거예요? 증거가 있다면서요? 그게 뭐죠?”이제는 말해야 할 때이다!1층 화장실에서 한채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한편으로 약을 바르며 한편으로 울먹였다.“약 4개월 전에...”4개월 전, 그녀에게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 온 가장 친한 친구, 이수진은 잘 나가는 배우였지만 황씨 재단의 대표 ‘황유길’의 개인 별장에서 사망했다.더욱 기괴한 것은 이수진이 사망 후 부검 결과도 없었고 정상적인 절차도 없이 당일 밤에 화장했고 소속사 측에서도 간소하게 장례를 치렀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렇게 대충 흘러가는 듯했다.하지만 한채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수진의 유품을 꼼꼼히 살펴보았고 마침내 일기장에서 살해된 지 6개월 전에 황유길과 다른 몇 명의 재단 대표들에게 멋대로 희롱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런 악행들을 폭로하기 위해 이수진은 몰카를 찍었고 타이머를 설정해 자신이 사망 후 한채인의 메일로 모두 전송했다.“수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갖은 노력을 해봤지만, 상대가 너무 막강해요!”화장실에서 한채인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울부짖었다.“내가 어디를 가도 오늘처럼 불쑥 나타나 몽둥이를 휘둘러요.”“몇 번은 빠져나갔고 그대로 두들겨 맞은 적도 있어요. 오늘 당신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대로 죽었을지도 몰라요. 누
당황한 사내들은 서로 마주 보며 방금 들었던 총자루를 황급히 내려놓았다.파괴하지 않고 어떻게 사람을 잡으라는 거지?그리고...전신 전주는 용하국의 세력인데, 여기는 고려국이지 않은가?자신의 영토에서 움직이는데 이렇게 잔뜩 눈치를 보다니?보스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멍청한 것들.”우두머리는 목소리를 내리깔며 나무랐다.“은퇴한 전신 전주지만 전신의 무수한 강자들은 이분만 인정하고 있고 지존 용주마저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물이야!”“이 저택을 파괴해 그분을 건드리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거야?”아무도 감당할 수 없다. 그들의 보스조차도!“한심한 것들!”우두머리는 재차 욕설을 퍼부으며 트렁크에서 확성기를 꺼내 별장을 향해 소리쳤다.“안에 있는 자들아, 잘 들어! 한채인만 넘겨주면 여기는 파괴하지 않겠다!”“충고하는데 우리가 무력을 사용하지 않게 잘 판단해! 만약 저항한다면 우리도 봐주지 않겠다!”‘황씨 재단의 사람인가?!’별장 1층 화장실, 한채인은 두려움에 떨면서 밖에 있는 염구준과 손가을에게 울며 애원했다.“구준 오빠, 가을 언니, 제발 살려주세요. 절대 저를 버리면 안 돼요.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요!”눈물을 흘리던 한채인은 갑자기 흐트러진 모습으로 화장실에서 뛰쳐나오며 울부짖었다.“아니에요, 난 당신들을 끌어들일 수 없어요. 황씨 재단이 너무 강해서 이렇게 맞서다간 당신들도 위험해질 거예요!”아까부터 눈썹을 치켜세우고 있던 염구준은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제명도 황씨 재단!진무석의 할아버지가 고려국에서 신무 옥패의 모조품을 보았고 그것의 주인이 바로 황 씨였다!그렇다면...“가을아, 넌 채인 씨와 거실에서 기다려.”염구준의 눈이 점점 더 빛이 났다. 그는 짧은 한마디만 남긴 채 거실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같은 황씨 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모두 황씨 성을 가졌으니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만약 그 신무 옥패의 모조품이 황씨 가문에 있는 것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야 한다!...“나왔다!”별장
곧이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노인이 나무 틀에 묶인 채 천천히 끌려 나왔다.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도 그는 이미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문 당한 상태였다.“자네는... 어서 가게. 이 소는 내 아들에게 맡기고, 앞으로 농사 잘 지으라 전해주게...”노인은 힘겹게 유언을 남겼다.이렇게 많은 산적이 있는 상황에서 혼자 도망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노인은 염구준이 자신을 구해줄 거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하하, 너희 전부 오늘 여기서 끝장이다!”산적 두목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여전히 귀울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다.염구준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하, 어쩔 수 없군. 여기가 비록 용하국의 영토는 아니지만, 이미 만났으니 지방의 악세력을 제거한다고 생각해도 좋겠지.”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이 산적들을 모조리 없애기로 마음 먹었다.그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노인을 구해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흥, 영웅인 척 나서는 놈들은 많았지. 하지만 결국 다 내 칼 밑에서 죽었어.”산적 두목은 염구준의 말을 농담으로 치부하며 손을 휘저어 부하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죽은 형제의 복수를 위해서 죽어라!”“저 소는 내 거다. 누구도 손대지 마!”“저놈 입고 있는 옷도 괜찮은데, 찢지 말고 벗겨서 가져가자.”대화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들은 싸우기도 전에 전리품 나눌 생각부터 하는 오합지졸들이었다.쾅쾅!이를 본 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내질렀고, 강력한 기운이 곧바로 그의 주먹 끝에서 뿜어져 나와 산적들 쪽으로 빠르게 뻗어나갔다.그는 이런 쓰레기들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공격을 받은 산적들은 순식간에 뒤로 나가떨어지며 쓰러졌다.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는 발을 굴리더니 곧장 자취를 감췄다.‘반보천인이었어!’산적 두목은 전신 위 경지였기 때문에 이 모든 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자신이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그는 서둘러 노인에게 달려가 그를 인질로 삼으려 했으나 그의 속도는 염구준보다 한
만약 거짓말을 하다 들킨다면, 그땐 정말로 끝장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참 멍청하단 말이야. 굳이 맞아야 정신을 차려?” 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곧바로 휴대폰 화면을 켜서 달력을 확인했다. 삼일 후면 바로 음력 보름날이었다.‘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가보면 알겠지.’이면인의 태도로 보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혹시 몰라 그는 상대방을 한 번 더 시험해 보았고, 염구준이 기운을 운용하는 걸 본 이면인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급히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한순간에 탐욕에 눈이 멀어서 그만...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염구준은 그의 옷깃을 움켜쥐고 매섭게 말했다.“내가 진씨 가문의 옛 저택에 가서 가보를 찾지 못한다면, 넌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의 고통을 겪게 될 거다.”“알겠습니다... 방금 전 얘기는 전부 사실입니다!”이면인은 겁에 질려 거의 본능적으로 대답했다.염구준은 그를 한쪽켠에 던져놓고는 곧장 귀울진의 밖으로 걸어 나갔다.마을 입구 호텔에선 소달구지를 몰던 노인이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몸 조심히 가세요!”이면인은 한 말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러 나온 것이었다. 그는 전부터 염구준이 얼른 마을에서 떠나기를 바랐다.이번에 반은 실패했지만, 개방의 영역을 얻었으니 그리 큰 손해를 본 건 아니었다.염구준이 그를 살려둔 것은 자비로워서가 아니라 어차피 언젠간 죽게 되어있어서였다. 귀울진의 진씨 가문 또한 그의 꼼수 때문에 망할 게 뻔했다.염구준과 이면인이 다툰 일은 자연스레 다른 두 세력에게도 전해졌다.두 세력은 몇 달 동안 계속 간을 보다가 염구준이 진씨 가문 돕지 않는 걸 발견한 뒤, 하룻밤만에 진씨 가문을 삼켜버렸다.그들에게는 전신 위 경지의 존재가 둘이나 있었기에 진씨 가문을 처리하는 건 매우 식은 죽 먹기였다.어떻게 보면 이면인의 ‘현명한’ 판단이 진씨 가문을 멸망의 길로 몰아넣은 거라고 할수도 있었다.좋은 패를 가지고 다 망쳤으니까 말이다.
“당연히 아닙니다. 다만, 진씨 가문의 가보는 너무나 귀중하니 귀울진 전체와 교환해야 공평하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이면인은 진심인 척 말했다.그러나 이는 명백히 가격을 부풀리는 협상 전술이었다. 만일 이 요구를 들어준다면 염구준이 귀울진 전체를 준다고 해도 후에 또 용하국에 가겠다면서 다른 요구를 이어갈 게 뻔했다.덥썩.염구준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단숨에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내 약점을 잡았다고 멋대로 날 조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이런 사람을 봐줘서는 안 됐다.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든, 귀울진 같은 혼란스러운 곳에서 오래 살다 보면 누구나 그 환경에 물들기 마련이었다.“제, 제가...”이면인은 염구준이 진심인 것을 보아내고 겁에 질려 변명이라도 해 보려 했으나 목이 조여와 말을 잇지 못했다.“쓸데없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단 한 번의 기회만 줄 테니, 잘 생각하고 말하는 게 좋을 거야.”염구준은 그의 목을 약간 느슨하게 풀어주며 차갑게 말했다.이면인이 답하기도 전에,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또다시 일제히 염구준을 향해 달려들었다.비록 무슨 일이 난 건지는 몰랐지만 가주가 공격을 당했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였다.“꺼져!”염구준은 짧게 소리치며 기운을 내뿜어 몰려오던 사람들을 휩쓸었고, 사람들은 기운의 여파조차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다음번에도 이딴 짓을 한다면, 한 명도 살려두지 않겠어.”염구준은 땅에 쓰러진 이들을 싸늘하게 노려보며 경고했다.“말하겠습니다! 당신이 찾는 물건은 쇄룡산맥에 있는 진씨 가문의 옛 저택에 있습니다.”이면인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전신의 힘을 다해 한꺼번에 말했다. 이번에 약간의 속임수를 쓰려고 한 거였으나 지금 이 상황을 보고난 뒤, 그는 자신이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다.“넌 이미 날 여러 번 속였어. 내가 너를 어떻게 믿지?”염구준은 손을 풀지 않은 채 물었다.“정말입니다! 쇄룡산맥은 진씨 가문의 옛 거주지였는데, 그 가보가 특별한 물건이라 철수할 당시 가져올 수 없었
염구준은 이미 그들에게 기회를 줬었다. 기회를 잡지 않은 건 상대방의 잘못이지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거다.백가와 목숨파의 당주는 염구준이 자신들의 권유를 무시하는 것을 보고 서로 눈빛을 교환한 뒤 공격을 감행했다.대방주는 죽어선 안 되었다. 아니, 죽더라도 반드시 그들의 손에 죽어야 했다. 그래야 그들이 개방의 재산을 차지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귀울진에 외부인이 들어와 한몫 차지하는 걸 그들은 지켜볼 수가 없었다.쿠쿵.염구준은 폭발적인 기운을 내뿜으며 각각 두 당주를 향해 강력한 주먹을 날려 후퇴시킨 뒤, 싸늘하게 물었다. “왜? 너희도 죽고 싶어?”꿀꺽.염구준의 경지를 짐작한 두 당주는 겁에 질려 침을 삼켰다.‘반보천인이라니.’이건 이미 그들이 상대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 강자였다. 그들은 지금 그저 상대방이 자신들과 따지지 않고 보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아, 아닙니다. 저희 뜻은 이자를 처리하는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굳이 당신의 손을 더럽히실 필요는 없다는 뜻이었습니다.”백가의 당주는 잽싸게 말을 돌리며 뻔뻔하게 변명했다.“난 결과만 본다. 쓸데없는 말 하지마.”염구준은 차갑게 말했다.이익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소인배들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네, 네!”두 당주는 염구준의 말에 대답을 한 뒤 대방주가 쓰러져 있는 쪽으로 향했다.남이 죽는 것이 자신이 죽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었다. “너희들,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우리끼리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협력하기로 약속했었잖아!”대방주는 두 사람의 살기를 감지하고는 두려움에 떨며 외쳤다.“그건 다음생에 다시 보자.”푹.백가와 목숨파의 당주들은 말을 별로 하지 않는 행동파들이었다. 둘은 바로 망설임 없이 대방주의 목숨을 끊어버렸다.이제 귀울진에서 개방은 완전히 사라졌다.“더 지시하실 것이 있으십니까?”두 당주는 다 처리한 후 염구준을 향해 공손히 물었다.“지금부터 개방의 모든 재산은 진씨 가문의 소유다. 이의 없지?”염구준은
“제일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개방의 대방주입니다. 전신 위 경지의 강자이고, 도가 매우 빠릅니다.”이면인은 대방주가 등장하자 황급히 염구준에게 알고 있는 전부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지금 그들은 같은 배에 탄 상황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네.”염구준은 대방주를 힐끗 쳐다보고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전신 위의 실력 따위로는 그의 눈에 들지 못했다. 손 한 번 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내 동생을 다치게 한 게 바로 너냐?”대방주가 오만하게 물었다.염구준의 힘이 깊이 숨겨져 있던 터라 한참 동안 관찰했어도 그는 상대방이 강한지, 약한지 보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위협적인 기운도 감지되지 않았기에 그는 상대방이 단지 전신 정도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었다.“그렇다면 어쩔래? 네 동생이 먼저 덤벼든 거야.”염구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네 스스로 두 팔을 자르면 목숨만은 살려주마.”대방주는 날 선 눈빛으로 말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권위를 입증하고,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네가 개방의 모든 산업을 넘기고 이 귀울진에서 사라진다면, 나도 너를 살려줄 수 있어.”염구준은 같은 말투로 대답했지만 농담하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이미 진씨 가문을 개방 대신 3대 세력 중 하나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만약 개방이 순순히 물러난다면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었다.염구준의 말에 이면인은 안절부절 못했다.그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진씨 가문의 복수는 물거품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차마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하하하!”“죽어라!”대방주는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다가 표정을 굳히더니 도를 들고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전신 위의 기운을 전부 내뿜으면서 말이다.이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 할 뿐만 아니라 개방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화려하게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기에 이면인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그는 이렇게 큰 일을 하는데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네,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리자는 건가요? 전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염구준은 이미 확실하게 말했다. 별 일도 아니고, 빨리 해결해야 진씨 가문의 가보에 대한 정보를 얻어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이면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이 동급 무수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개방의 대방주는 전신 위 경지의 실력자입니다.”“갈 겁니까, 말 겁니까?”이미 문 앞까지 도착한 염구준은 짧게 물었다. “가겠습니다. 바로 사람들을 모으겠습니다.”이에 이면인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뿐더러, 진씨 가문은 이미 개방에게 심하게 몰려 있는 상태라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 번 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면인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이끌고 개방의 본거지인 ‘개소굴’ 로 향했다.이들의 움직임은 귀울진의 여러 세력들의 주목을 받았고, 길거리에 있던 이들도 수군거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저거 이면인 아니야? 평소에는 그렇게도 비굴하던 놈이 지금 뭐하는 거야?”“뭔지는 몰라도 지금 저 기세를 보아선 무슨 큰일을 꾸미려는 게 틀림없어.”진씨 가문은 자신들의 실력을 철저히 숨겨왔기에, 3대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한 힘을 전혀 알지 못했다.행진하는 진씨 가문의 사람들의 뒤에는 구경을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개방한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형님, 제 팔을 끊어버린 놈을 반드시 처단해 주세요.”부상 치료를 받던 이방주가 힘겹게 말했다.과다출혈로 인해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는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말하는 목소리는 매우 허약했다.강력한 전신의 경지라 하더라도
이면인은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사람들에게 주변을 정리하게 하고 염구준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두 잔의 차를 내오며 거록 존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거록 존주의 본명은 진통신이라고 합니다. 저보다 몇 살 어리죠.”“진통신은 그 배에서 꽤나 뛰어난 몇 사람 중 하나로 손꼽혔습니다. 특히 망기술에 대한 이해와 수련은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죠.”“하지만, 그는 진씨 가문의 가보에 탐욕을 품고 비열한 수단을 사용했습니다. 결국엔 발각되어 가문에서 추방되었지만요.”“몇 년 후, 그는 다른 은세집안들과 힘을 합쳐 진씨 가문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저희 가문은 큰 손실을 입고 사분오열되고 말았습니다.”...이면인은 거록 존주의 생애를 거의 다 이야기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이 얻은 유용한 정보는 단 하나 뿐이었다. 거록 존주가 진씨 가문의 배신자이고, 가문의 가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그 외의 이야기는 대부분 쓸모없는 것이었다.“진씨 가문의 가보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거록 존주가 그것을 손에 넣었나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물었다.당연히 그 가보가 탐나서 이렇게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미끼로 사용해 거록 존주를 유인하려는 목적일 뿐이었다.“가지지 못했습니다.”이면인은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의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말을 하다가 만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뭘 원하시는 겁니까? 돈을 더 주면 되나요?”염구준은 한 가문의 수령이 정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몰락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 가보라는 것이 현재 그들의 상황을 바꿀 수 없거나 애초에 그들의 손에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거래를 하나 합시다. 당신이 저희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 주신다면, 가문의 가보가 있는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이때, 이면인이 제안을 했다.늘 괴롭힘을 당하는 그들에게 돈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가져도 어차피 빼앗길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말해보세요. 하지만 너
곧이어 그가 팔을 살짝 떨며 힘을 모으자 거대한 기운이 주먹 끝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으윽!”이에 이방주는 버티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몇 걸음 물러났다. 저릿한 팔을 보면서 그는 상대방이 전신의 경지에 불과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그가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염구준이 같은 경지의 적수를 만났을 때 한 번도 진적이 없다는 것이다.염구준이 반보천인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건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내가 대충 날린 한 방도 못 막는 걸 보면 넌 겨우 그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네.”염구준은 조소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가 만약 칠권합일까지 사용했다면, 이방주는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다.“오만하게 굴지마라.”염구준의 비웃음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이방주는 허리춤에서 연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사실 그는 방금 전의 전투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 비장의 카드를 남겨두고 있었다.“검을 쓰려고?”이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은 흥미롭다는 듯이 감탄하며 더욱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그의 앞에서 검을 휘든다는 건 마치 관우 앞에서 대도를 휘두르는 격이었다.쉭!그의 연검은 매우 유연했다. 이방주는 검을 몇 번 흔들고는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염구준의 눈에 비친 상대방의 검술은 초보자가 선보이는 것처럼 서투르기 짝이 없는, 아니 심지어는 검술에 대한 모욕이다 싶을 정도로 가관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오른손으로 검결을 만들며 검의를 불러일으켜 검기를 먼들었다. 검 없이 기운만으로 만들어진 검기라 크게 힘을 내진 못했지만, 이방주를 상대하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푹!검기는 곧 이방주의 검과 팔을 관통했고, 구멍이 뚫린 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더 볼 것도 없이 이건 이방주의 패배였다.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진영으로 물러났다.승패가 이미 결정된 이상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말도 안 돼! 어떻게 전신의 경지가 이렇게까지 강
상황을 정리한 염구준은 계속 지켜봤다.개방의 이방주가 이면인을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가주가 왔으니 우리 시비를 따져보자고. 오늘 아침에 그쪽 사람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 그래서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왔는데 이게 과분한 처사 아니지?”수백 명이 되는 개방 무리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온 것이다.“누가 누굴 때렸어?”이면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몰라. 때렸으니 치료비를 줘.”이방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을 뜯어내겠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너무 익숙하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퍽!이면인은 말을 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가방을 던져주면서 물러났다.“이 돈이면 충분해?”“부족해. 여기 땅을 줘.”이방주는 쳐다보지 않고 낡은 별장 구역을 가리켰다.가방에 고작 몇 백만원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땅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그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집이란 말이다.”이면인은 궁지에 몰리자 더는 양보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가족들이 분노로 가득차서 씩씩거렸다.용하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왔는데 땅을 내준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렇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겠네.”이방주가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서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이 부지를 무조건 손에 넣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죽기 살기로 싸우자!”이면인도 악을 쓰면서 기운을 발사했다.전신 경지였다.“진씨 가문이 정말 몰락했네.”멀리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혀를 찼다.은세가문에서 아무리 약해도 반보천인 가주가 있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문이란 그랬다.일어서면 몰락하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서 겪었다.천 년을 이어온 가문들은 대부분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이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한쪽 실력이 기울어졌다.진씨 가문은 개방의 상대가 아니었다.가장 실력이 있는 이면인이 같은 경지인 개방의 이방주에게 눌려서 얻어맞고 있었다.망기술은 독특한 술법이지만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렇게 내버려두다가 이면인이 곧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염구준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