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베이비: 아빠, 힘내!의 모든 챕터: 챕터 301 - 챕터 310

661 챕터

제301화 어떻게 이런 사람한테 당해

은찬이는 자신의 상대를 항상 존중했다.그래서 윤광석을 보고도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아쉽게도 광석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 장본인을 보니 기분이 더 나빠졌다.그러나 체면을 차려야 했던 광석도 결국 오만하고 시큰둥한 태도만 보일 뿐이었다.그는 원래 은찬이를 안중에 두지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이름도 모르는 꼬맹이에게 져서 더욱 마음이 답답해졌다.이 일이 전국에 알려지면 어떻게 e-스포츠계에서 계속 지낼 수 있겠는가.“잘 들어, 전반전을 이길 수 있다고 득의양양할 필요 없어. 네가 자신의 실력으로 이긴 것 같아? 그건 그저 운이 좋았던 거야.”은찬이보다 덩치가 조금 큰 광석은 그의 앞에 서서 거들먹거리며 말했다.은찬이는 가볍게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광석이 자신을 가볍게 여기고 처음부터 진지한 태도로 맞붙지 않았음을 눈치챘다.그러나 자신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하니 은찬이는 전혀 승복할 수 없었다.어쨌든 그가 이전에 한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니 말이다.은찬이는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광석을 한참 바라보다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아마도요.”어차피 진실이 어떤 것인지는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으면 된다. 후반전에 광석에게 실력을 보여주면 되는 일이다.광석은 은찬이의 화난 반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런 가벼운 한마디를 던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마도요.”‘아마도요.’라니? 이것은 그를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말이다!광석은 먼저 도발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 발끈했다.“무슨 말이야? 그냥 내가 이길 수 없을 것 같지?”광석이 은찬이를 향해 다가오자 은찬이는 별로 겁먹은 기색이 없었지만, 옆에 있던 강윤아가 못마땅했다.그녀는 은찬이가 해코지라도 당할까 봐 걱정했다.광석이 이렇게 흥분할 줄은 몰랐던 윤아는 은찬이의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선수님, 조금만 진정해 주시면 안 될까요?”“누구세요? 제 일에 당신이 끼어들 자격이 있어요?”광석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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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두고 봐

이런 일을 겪은 후 은찬이의 안색은 매우 안 좋아 보였다.자리로 돌아온 은찬이는 정중하게 강윤아에게 말했다.“엄마, 내가 꼭 이길 거예요!”은찬이는 원래 승리욕이 별로 없었다. 매 경기가 자신을 단련하고 실력을 쌓는 데 불과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윤광석의 지나친 행동이 강윤아까지 괴롭혔다는 사실을 은찬이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윤아는 그런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 성질이 급해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사람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윤아는 은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괜찮아. 넌 최선을 다하면 돼. 엄마가 꼭 네가 좋은 성적을 따야 하는 것도 아니야.”강윤아의 육아 방식은 아들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은찬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상대방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기로 마음먹었다.후반전이 시작되자 은찬이와 광석의 경기는 치열하게 진행됐다.양측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그들의 팽팽한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전반전보다 후반전이 더 재미있었다.하지만 전반전보다 은찬이가 더 강해진 것을 광석은 직감했다.경기 내내 은찬이의 손놀림이 빨라지며 광석을 압도했다.광석은 스트레스가 쌓이는 듯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힘이 빠지는 듯했다.설마 자신이 이 꼬맹이를 너무 우습게 본 것인지 의심했다.은찬이의 곁눈질로 광석을 힐끗 쳐다보았다. 광석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자신의 상대가 아님이 확실했다.은찬이가 입꼬리를 씩 올리고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상대방이 물러서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사실 은찬이는 평소 승리욕이 별로 없어서 제 실력을 다 내놓지 않고 웬만하면 실력을 감췄지만, 이번에는 정말 화가 났다.다른 사람이 보면 과하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은찬이는 젖먹던 힘까지 다하더라도, 광석이 상대를 가볍게 보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하려 했다.차츰 은찬이는 광석과 이제는 시간을 끌 인내심이 없어졌고, 그를 순식간에 해치우지 않으면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했다.이제 간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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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아이는 그녀의 전부

김소혜는 안색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권재민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다.강윤아는 어리둥절해 있다가 황급히 인사했다.“사모님 안녕하세요.”비록 자신은 지금 재민의 아내이지만, 윤아는 여전히 감히 소혜를 ‘어머님’ 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어쨌든 재민과 권재아 외에 권씨 가족은 아직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소혜는 고개를 돌려 코웃음 치고는 윤아를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다.윤아를 본 재민은 깜짝 놀랐다.그는 윤아가 오늘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회사에 올 줄은 몰랐다.윤아는 가족들의 눈치를 살피는 데 익숙해져 있어 너무 난감하지는 않았다.“돌아왔어요?”재민은 지금도 윤아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은찬이는 예의 바르게 불렀다.“할머니.”소혜는 은찬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은찬이는 별로 어색해하지 않았다. 그가 소혜를 할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재민의 체면을 봐서였다.그리고 윤아는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가르쳤다.소혜는 윤아를 보고 기회라 생각했다. 그녀는 윤아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방금 들어온 걸 보니 그 사실을 모르고 있겠지?”윤아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소혜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소혜는 이미 예상했던 것 같았다.“재민이가 말하지 않았나 보네.”소혜는 마음속으로 득의양양했다. 보아하니 자기 아들은 이 일에 별로 신경 쓰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누가 자기 여자가 기생오라비한테 놀아난 걸 좋아하겠는가? 그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남자에게는 굴욕적인 일이니 말이다.윤아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소혜는 재민을 슬쩍 곁눈질하다가 권재민의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는 것을 발견하고 일부러 언성을 높였다.“너의 그 죽고 못 사는 아들의 생부가 찾아왔었어.”이 소식을 들은 윤아는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얼굴이 창백해진 채 현기증이 나 문에 기댔다.은찬이는 황급히 다가가 윤아를 부축하고 소혜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윤아는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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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아이의 아빠가 아니야

레스토랑 룸 안.정장 차림의 한 남자가 룸에 앉아서 기다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고 있었다.늠름한 눈썹, 훤칠한 몸매, 그리고 탄탄한 가슴 근육, 무엇보다 강윤아는 첫눈에 은찬이의 모습이 엿보였다.“오셨어요?”김진욱은 윤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매우 감격하여 몸을 일으켰다.“아이는요? 애는 안 데려왔어요?”잘생긴 두 눈으로 윤아의 뒤를 바라보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진욱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소 언짢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윤아는 진욱을 힐끗 쳐다보고는 아무 자리나 찾아 앉았다.“당신의 신원이 확인되기 전에는 아이를 보여주지 않을 겁니다.”윤아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아무 감정 없이 말했다.이 남자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신원을 확인해 본 적도 없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설령 그가 진짜 은찬이의 친아빠라고 해도 은찬이가 이런 사람과 만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그래요,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니, 그럼 내가 시간을 내서 증명해 보일게요.”진욱은 한숨을 내쉬며 차를 한 모금 마셨지만 시선을 윤아에게서 떼지 않았다.하지만 진욱의 눈빛에 비해 윤아의 태도는 다소 비인간적이고 거의 냉랭했다.“그날 밤 내가 당신과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해요?”문득 윤아가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 있던 날 밤 말인가요?”진욱의 중저음이 울려 퍼졌다.윤아는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떻게 기억이 안 날 수가 있겠어요. 민박집 맞죠? 그때 가족이랑 싸워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비행기 표를 예매해서 기분전환을 하려고 했던 기억이 나요.”“그날 밤 너무 피곤해서 근처에 민박집이 있는 걸 보고 방을 잡고 그냥 묵었는데 302호였던 것 같아요. 모래사장을 마주하고 있었는데 다음 날 아침 일찍 나가서 일출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요.”진욱은 뭔가 기억을 더듬고 있는 듯 느릿느릿 대답했다.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진욱의 말이 확실히 틀리지 않았다. 그날 밤 그 민박집에서 묵었고, 게다가 마침 옆방, 3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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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친자확인

강윤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아무렇게나 테스트해봤는데 그해의 행적과 문제들은 다 대답할 수 있었지만 세부 사항들은 전혀 모르고 거의 공식을 짜내듯 외우는 등 너무 기계화돼 있었어요.”문득 윤아는 무슨 생각이 난 듯 말을 이었다.“그리고 저는 항상 이 일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요. 은찬이의 아빠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라졌는데, 지금 갑자기 나타났다는 건 누군가 나쁜 의도로 뒤에서 우리가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윤아는 방금 그 광경을 떠올리며 이런 결론을 내렸다.처음에 그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지만 진욱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그리고 예감은 그녀에게 이 일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고 말해줬다. 이 김진욱이 나타난 것은 분명 무슨 징조가 있는 것 같았는데 십중팔구 다른 사람이 시켜서 이 아이를 데려가련다는 생각이 들었다.윤아의 추론을 들은 재민의 눈동자에는 봄철에 녹는 얼음처럼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정말 아니라면, 이 배후자의 의도와 모든 것을 깊이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윤아의 처지를 생각하면, 권재민은 점점 더 불편해졌다.“단순히 누가 은찬이를 데려가려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내가 원한을 산 적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은찬이와 관련이 없어요.”윤아는 생각에 잠겼다.멍하니 있는 윤아의 모습에 재민은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턱을 치켜들며 웃음을 지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아니라면, 좋은 일이죠. 그러면 우리의 감정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갑시다, 우리 집에 가요, 은찬이가 아직 집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재민은 손을 내리고 조수석을 열어 청하는 제스처를 취했다.커다란 레스토랑을 돌아보던 윤아는 미간에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차 안으로 들어갔다.“집에 돌아가요.”한편, 룸 안.윤아가 멀리 떠나기도 전에, 도도하고 귀해 보이는 중년 여인이 홀의 한구석에서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진욱을 힐끗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리를 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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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많이 사랑해

룸을 떠난 후, 권재민은 강윤아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일단 푹 쉬어요. 오늘 종일 바쁘게 일했으니 피곤하겠어요.”재민은 윤아를 도와 어깨를 부드럽게 주물렀다.윤아는 몸을 돌렸다.“재민 씨, 나는 이 일에 뭔가 수상쩍은 생각이 들어요.”돌아오는 길에 윤아는 이 일을 생각해 보았지만, 여전히 누군가가 자신에게 문제를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반드시 잘 조사할 테니 먼저 가서 쉬어요.”그러더니 윤아를 살짝 밀어서 방으로 들어가라고 했다.윤아는 자신이 지금 아무리 조급해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내일 얘기하자고 생각했다.집에 돌아오니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재민은 윤아가 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곧장 서재로 들어갔다.‘누군가 감히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재민은 이번에 반드시 장본인을 잡아낼 거로 생각했다.재민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지훈, 사람 좀 알아봐 줘.”재민의 목소리는 차가움으로 가득 차 있었고, 기분은 지금 매우 엉망이었다.“어라? 왜 이렇게 화가 나 있어, 누가 너를 건드렸어?”“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재민은 눈살을 찌푸렸다.“그의 그동안의 행방과 누구와 연락했는지를 모두 알아야겠어. 꼼꼼할수록 좋아.”여지훈은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왜 그래? 이 사람이 뭘 건드렸는데 그의 온 가족을 죽일 태세야?”재민은 처음으로 지훈이 말이 많다고 느꼈다.“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어, 그 사람이나 잘 감시해.”지훈은 불평을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이렇게 겨우 한 번 전화했는데, 설마 명령하러 전화한 거야?”재민이 그에게 되물었다.“무슨 불만이 있어?”말투에는 협박이 가득했다.“아니야, 내가 어떻게 감히.”지훈은 연신 손을 흔들었다. 감히 재민에게 조건을 제시하다니, 밥 줄이 이제 필요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넌 내 사장이야. 걱정하지 마. 내일 정보를 보내줄게.”권재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전화를 끊은 후 안도의 한숨을 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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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되려 맞다

김소혜는 눈썹을 치켜들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좋아, 그 사람을 불러와.”소혜는 이것이 강윤아의 마지막 필사적인 몸부림이라고만 생각했다.이따가 사람들 앞에서 들통나게 하고, 자기 아들이 정신을 차리게 할 생각이었다.이어서 권재민은 김진욱에게 연락해서 권씨 저택에 오라고 했다.진욱은 매우 빨랐고, 몇 분 만에 재민의 집에 도착했다.“사모님, 도련님 안녕하세요.”진욱은 재민과 소혜에게 반갑게 인사했다.재민은 원래 그를 시큰둥하게 대했고 소혜는 진욱처럼 클럽에서 일하는 사람을 경멸했기 때문에 아무도 진욱에게 대답해주지 않았다.진욱은 워낙 낯가죽이 두꺼워 외면당해도 어색한 기색 없이 미소만 지었다.“자, 사람이 왔으니 제대로 얘기해보자. 네가 어떻게 얘기를 나누든지, 어쨌든 사실이 이러하니, 너무 오래 끌지 말기를 바란다.”소혜는 소파에 단정히 앉아 윤아를 경멸에 찬 눈초리로 바라보았다.윤아는 당황하지 않고 두어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진욱 씨, 어제의 질문을 다시 한번 물을게요. 어제의 대답대로 얘기해주세요.”윤아는 어제 했던 대화를 자신이 다시 한번 시연해 보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진욱의 허점투성이 전후 이야기를 들어보면 진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물어요, 사실대로 대답할게요.”진욱의 협조는 오히려 윤아를 놀라게 했다.윤아는 어제 했던 질문들을 모두 물어보았는데 처음에는 잘 풀리더니 마지막 진욱의 대답에 깜짝 놀랐다.“윤아 씨, 지금 이렇게 많이 물어봐도 소용없을 것 같아요.”진욱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윤아는 진욱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분명히 방금 다 대답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인제 와서 또 자기가 물어봐야 소용없다니?’“어제는 우리 둘밖에 없었는데 오늘 마침 기회가 생겼으니 계속 참고만 있을 수 없네요.”진욱은 큰 결심을 한 듯 가슴을 폈다.윤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다.“사모님,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진욱은 소혜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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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만일을 대비하다

이튿날 이른 아침, 윤아는 직접 은찬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받았다.원래는 은찬이를 데리고 진욱이랑 함께 셋이 가려고 했지만 재민이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재민이랑 함께 갔다.병원에 도착하니 재아랑 소혜도 그곳에 있었고 조용히 병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윤아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은찬이를 보자 우거지상을 하던 진욱은 그제야 표정이 풀렸다. 앞으로 다가가 은찬이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윤아는 차갑게 거절하고 말았다.“손대지 마.”윤아는 은찬이를 끌어안고 쌀쌀맞게 말했다. 윤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은찬이는 윤아를 힐끗 쳐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거뒀다.아무래도 태어나서부터 여태껏 이렇게까지 화를 낸 윤아를 본 적이 없었기에 은찬이는 적잖이 놀랐다.어쨌거나 은찬이는 앞에 있는 아버지로 될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윤아가 그 사람을 달갑지 않아 하는 것을 보자 더더욱 만나기 싫어 다급히 몸을 윤아의 뒤로 숨었다.은찬이의 행동을 보자 진욱의 표정은 한순간에 어두워졌고 입을 열었다.“은찬이랑 얘기하고 싶은데요.”“그쪽이랑 할 얘기 없어요.”윤아는 콧방귀를 끼고 은찬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일찍 예약했기에 얼마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가서 검사를 받게 되었다.진혁이 나오자 윤아는 몸을 낮추고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은찬이 착하지, 진혁이 삼촌이랑 같이 들어가서 채혈할까?”“네.”은찬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진혁이를 따라가 채혈실로 들어갔다. 원래 외부인 출입 금지로 되어있었지만 재민이의 강력한 요구 때문에 의사는 처음으로 외부인 출입을 허락했다.먼저 진욱이가 채혈하고 은찬이는 그다음 순서로 진행하였다.채혈하는 과정 내내 윤아랑 재민이는 한발짝 또 떨어지지 않았고 모든 과정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으며 조금도 딴 곳에 정신을 팔지 않았다.대략 30분쯤 후, 채혈이 끝났다.채혈하자마자 윤아는 은찬이가 어질어질하고 얼굴이 창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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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역시 그 사람의 아이였어

소혜의 행동은 재민을 조금이나마 안심시켰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소희 탓에 진욱은 조작할 틈이 생기지 않았고 날마다 멍청하게 기다리는 것 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시간이 점점 흘러가자 진욱은 어쩔 수 없이 박미란을 찾아갔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았고 진욱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핸드폰 스크린에 보이는 이름을 보고 진욱은 입술을 깨물고 눌렀다.“여보세요?”“저예요.”진욱의 목소리를 알아듣자 미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왜, 무슨 일이 있어?”“무슨 일이 있다뇨? 제가 지금 얼마나 급한지 알아요? 지금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고요.”미란이 전화를 받자 진욱은 흥분하며 물었다.“지금 재민이네 엄마 쪽에서 엄청 신경 써서 지켜보고 있어서 손 쓸 틈이 없어요. 이대로 가다간 타이밍을 놓칠 거예요.”진욱은 한숨을 쉬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미란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걱정하지 마, 내가 약속을 한 이상 꼭 지키는 법이야. 요 며칠 그냥 안심하고 있어, 유전자 검사 쪽의 내가 처리할 테니까. 나사 빠진 사람처럼 다니지 마, 다른 사람들이 괜히 눈치 차리겠어.”미란은 매우 불만스럽게 말했다.“근데 시간이 없어요. 비록 약속은 했지만 얼른 손을 써야죠. 계속 이렇게 놔두면 곧 끝장날 거예요.”“됐어, 됐어. 이 일은 나한테 맡겨. 넌 그냥 앉아서 떠먹여 주는 거 받아먹으면 돼. 그리고 별일 없으면 연락하지 마.”미란은 고개를 들어 오늘의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가을이 다가와서 그런지 오늘의 밤하늘은 유독 검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들어간 것처럼 사람들의 공포를 자아냈다.30분 후, 빨간색 벤츠 한 대가 어느 동네 아래에 세워졌다.미란은 마스크를 쓰고 하이힐 한 쌍을 신고 한가롭게 어느 주민의 문을 두드렸다.“누구세요?”잠시 후 문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한 중년 남자가 문을 열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미란을 쳐다보았다. 입을 열어 물어보려는 찰나 미란은 이미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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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나를 위해 이럴 필요 있나요

“재민 씨, 됐어요, 그만 해요.”윤아는 앞으로 나가 재민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고개를 저었다.윤아는 재민이 자기를 위해 소혜랑 오랫동안 기 싸움을 한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원치 않았다.재민의 표정은 좋지 않았지만 윤아의 말은 그대로 들었다. 윤아는 재민이 더 이상 말하지 않은 것을 보자 진욱의 앞으로 갔다.“얘기 좀 하고 싶어요.”윤아는 지금 무슨 심정으로 앞에 있는 남자를 마주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 ‘이런 사람이랑 관계를 가졌다니, 정말 부끄러워.”“그래요, 나도 그러려고 했어요.”진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윤아는 고개를 돌려 재민을 보면서 말했다.“이 사람이랑 먼저 얘기하고 있을 테니까 먼저 가봐요.”재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윤아를 바라보았다.진욱이랑 윤아는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앉았다. 두 사람이 다 앉은 후 윤아는 먼저 입을 열었다.“아이를 줄 일은 없을 거예요.”진욱은 윤아를 보고 눈썹을 치켜세웠고 윤아는 고개를 들어 진욱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윤아에겐 도망칠 길이 없었다. 아무리 도망치려 해도 앞에 놓인 사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그때 그 일은 그냥 사고였어요.”윤아의 마음속엔 이미 계획이 다 섰다.“하지만 우리에겐 아이가 생겼잖아요.”윤아는 눈썹을 찌푸렸고 진욱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을 일단 먼저 다 했다.“아이는 여태껏 내가 키웠으니 줄 일은 더더욱 없을 거예요.”진욱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제 핏줄인데요.”은찬이랑 상관된 일이라면 윤아는 항상 조급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아이는 여태껏 계속 내 옆에 있었고 내가 돌봤어요. 아이랑 친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나랑 은찬이 서로의 생활 습관도 이미 다 적응했는데 내 옆에서 은찬이랑 뺏어가서 은찬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사실 진욱이 은찬이를 잘 돌볼 수 있는지 없는지 하는 것은 둘째로 윤아는 진욱의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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