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권지윤이 진술을 마치고 경찰서에서 나오자 송해나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20통 이상 걸려 온 것을 확인했다.지윤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반대편에서 매우 다급하고 걱정스러운 듯한 해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제야 전화를 받아요, 걱정돼서 죽는 줄 알았네. 이틀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지금 어디세요?”“별일 아니야, 이미 다 처리했어.”지윤은 전혀 감정 없는 무덤덤한 태도로 설명했다.“아, 잘됐네요, 지금 어디세요? 외국에서 일하느라 국내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오늘 돌아오자마자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어쩌다 이 난리가 난 거예요? 그날 고모님 먼저 보내는 게 아닌데.”해나는 한숨을 쉬며 물었다.그 말에 지윤은 코웃음 치며 느긋하게 말했다.“누구 덕분에 이렇게 큰 소동을 벌였는데. 해나야, 설마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기사가 나간 후 지윤은 제일 먼저 이 모든 것을 꾸민 게 해나가 아닌지 의심했다.그날 밤 클럽에서 술을 마신 사람은 자신과 해나 둘뿐이었으니까.그것 말고는 범인과 접촉한 사람이 없었기에 충분히 의심할 이유가 되었다.게다가 사건이 터지자 해나는 갑자기 증발한 듯 사라졌고, 그녀를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수상했다.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해나를 무자비하게 비꼬았는데, 복수심에 그런 짓을 했을지 누가 알까…….“고모님,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해나는 억울한 듯 말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날 밤 일, 네가 한 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어? 너 말고는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없어.”지윤이 코웃음 쳤다.“지금 절 의심하시는 건가요? 제가 어떻게…….”해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요, 제가 권씨 집안과 큰 갈등이 있었던 건 인정해요. 권씨 집안을 미워하는 것도 맞지만, 저는 고모님을 늘 존경해 왔는데 어떻게 제가 고모님을 해치는 일을 하겠어요? 고모님의 결백을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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