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민아, 나눌 얘기가 있어서 왔어.”권재아는 권재민의 차가운 반응을 보고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불편했다.그동안 자신과 동생의 관계는 매우 좋았다. 강윤아가 아니었다면 그들 가족의 관계도 지금처럼 되지 않았을 것이다.“네, 말해요.”권재민은 권재아의 말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권재민의 태도에 권재아도 화가 치밀어올랐다.“재민아, 넌 정말 그 여자 때문에 우리의 관계를 이렇게 망칠 거야?”권재민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더니 짜증이 난 듯 고개를 들었다.“난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 당신들의 안배에 따라 행동하고 있어요.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에요?”그 말에 권재아는 순간 할 말이 없었다.권재민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강윤아를 포기하라고 설득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송해나와의 결혼을 시원하게 승낙했기에 걱정을 덜 수 있었다.“그래.”권재아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난 단지 너무 무거운 관계가 아니었으면 좋겠어.”권재아는 아주 간절하게 말했다. 그러나 권재민은 다소 무관심해 보였다.“누나, 할 말이 있으면 그냥 말해요. 저는 할 일이 많아요.”권재아는 그의 말에 그냥 회사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말을 마친 후 권재아도 처리할 일이 있어 권재민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재민아, 나 먼저 갈게. 해나야, 넌 여기 남아서 같이 있어 줘.”권재아는 송해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그러자 송해나는 당연히 두말없이 승낙했다.‘쓸데없는 소리. 내가 권재민과 단둘이 있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권재아가 이렇게 말하자 권재민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입술을 움직이려다가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권재아가 떠난 후 송해나는 비로소 권재민에게 눈길을 돌렸는데 아주 부끄러운 얼굴을 하였다.“재민 씨, 이제 곧 점심이 되니 우리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요.”“그럴 필요 없어요.”권재민은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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