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그래, 나 부자 맞아 / Chapter 1341 - Chapter 1350

All Chapters of 그래, 나 부자 맞아: Chapter 1341 - Chapter 1350

1379 Chapters

제1341화

고개 숙인 신주리의 표정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웠지만 그래도 예의 바르게 낮은 소리로 고마움을 전했다.“고마워. 이게 없었더라면 오늘 밤 꼬박 새울지도 몰라.”소리가 너무 낮아 육경서가 못 들었는지 허리를 숙여 신주리에게로 다가가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육경서의 물음에 대답하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신주리는 호흡이 턱하고 막혀버렸다. 바로 눈앞에 육경서의 얼굴이 있었고 입술과 입술 사이는 한 손가락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거리였다.코끝이 이미 닿아버렸고 미약한 불빛을 빌어보니 육경서의 눈동자에 자기 그림자가 보였다. 주위가 고요해지면서 온 세상에 단 두 사람만 남은 것 같았고 분위기가 차츰 이상해졌다.육경서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얼굴로 램프를 가려버렸고 입술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타다닥.”모닥불이 타면서 불똥이 튀는 소리가 고요함을 깨트렸고 두 사람은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면서 멀리 떨어져 나갔다. 갑자기 민망해진 육경서는 혹시라도 신주리가 방금 전 자기 행동에 화라도 낼까 봐 얼른 말했다.“내가... 그... 다른 일이 없으면 먼저 갈게.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문자 해.”그러고는 신주리가 대답하기도 전에 재빠르게 도망갔다. 그녀는 도망가는 육경서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소리 없이 웃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그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 정상적인 연애는 부끄럽고, 긴장하고, 불안한 과정이 있는 모양이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토끼 인형을 품에 안고 신주리는 이내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간만에 그녀는 깊은 잠을 잤다.그와 반면에 육경서는 그다지 평온하지 못했다. 신주리 텐트 속에서 있었던 그 장면만 생각하면 괴로워서 미칠 것 같았다. 육경서는 자기가 경거망동한 것 같아 괴로웠다. 필경 두 사람이 아직 화해하지 않았는데 그의 행동 때문에 신주리의 더 큰 반감을 살까 봐서였다. 그러면서 한바탕 자책하더니 끝내는 자신과 타협하기로 마음먹었다.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꽃미모의 여자 친구가 바로
Read more

제1342화

하늘이 푸름이 밝아왔고 길옆에 난 잡초에 이슬이 맺혀있었다. 갑자기 찬바람이 휙 불어오더니 나뭇가지가 우수수 흔들리면서 이슬이 흩날렸고 공기에서 수분 냄새가 났다. 앞에서 걸어가던 신주리는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팔을 감쌌고 그때 육경서가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자기 옷을 씌워줬다. 고개를 돌려보니 육경서의 불만스러운 얼굴이 있었고 방금 잠에서 깬 탓인지 목소리가 잠겨있었다. “이렇게 입고 어딜 돌아다녀? 무슨 일인데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말해야 해?”그들은 이미 캠핑장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와있었고 절대 누군가와 부딪힐 일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며?”신주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자 육경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당연하지.”육경서를 한참 바라보던 신주리는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너무 일찍 깼어. 갑자기 일출이 보고싶은데 혼자 오려니 무서워서 불렀어.”그녀의 말에 육경서의 두 눈이 반짝 빛나더니 잠이 온데간데없이 싹 사라졌다. 그러고는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더없는 영광이네요.”신주리가 갑자기 일출이 보고싶은 충동이 생긴 건 확실하다. 비록 신주리가 동년배보다 바른 생활하고 유난히 건강을 챙기는 편이지만 영락없는 잠꾸러기였다. 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끔 밤샘 촬영을 마치고 일출을 보는 경우는 있지만 그때는 이미 녹초가 된 마당에 구경할 기분도 안 났다.하여 오늘 처음으로 정식으로 일출 구경하는 것이다. 동쪽 하늘이 조금씩 열리더니 주위 구름이 채색 빛으로 물들었고 금색 화구가 통하고 구름 위로 튀어 오르며 주위를 환히 밝혔다.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이슬 맺힌 나뭇가지와 길옆의 풀잎에 내려앉더니 이내 두 사람의 몸에도 살포시 내려앉았다. 먼 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보던 신주리는 자연이 주는 강대한 치유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말없이 일출을 보던 육경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옆에 선 신주리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
Read more

제1343화

신주리보다 일찍 발견한 육경서는 그다지 놀라지 않고 휘청거리는 그녀를 와락 잡아당겼다.신주리가 고개를 돌려 뒤편이 산비탈인 것을 보더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먼저 육경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고마워.”그러고는 육경서가 비웃을까 봐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촬영사에게 쏘아붙였다.“촬영사님, 이러다 진짜로 놀라 죽을 수도 있어요. 촬영 시간이 아직 되지도 않았는데 왜 슬그머니 미행해요?”“맞아. 맞아. 커플이 간만에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눈치가 없어.”“최고의 낭만 파탄자라고 부르겠어.”“다른 촬영사들은 맺어주기에 급급하던데 이 촬영사는 분위기를 망치고 있어.”“촬영사 절대 용서 못 해.”“육경서, 당장 그 더러운 손을 주리 허리에서 치워.”“...”촬영사는 그저 좀 더 가까이에서 이 장면을 촬영하고 싶었을 뿐인데 댓글 창의 공분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이건 사이버 폭력과 다름없었다. 그들이 눈치채서 다소 유감이지만 그래도 촬영사는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묵묵히 촬영했다. 뭐라고 해도 대꾸하지 않는 촬영사를 보면서 신주리는 나무랄 의욕을 잃었고 갑자기 뭐가 생각났는지 고개를 돌려 육경서에게 물었다. “방금 사진 찍었어?”육경서가 움찔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신주리의 미모에 정신이 팔려 사진 찍을 생각을 전혀 못 했다. 이때 촬영사가 갑자기 언어능력을 되찾은 건지 아니면 신주리를 놀라게 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인지 자진해서 말했다.“제가 찍었어요.”육경서와 신주리가 동시에 그를 바라봤고 한 사람은 놀란 표정이고 다른 한 사람은 흐뭇한 표정이었다. 신주리가 한참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방금 절 모해하려 했던 걸 용서해 줄게요.”신주리 말에 촬영사는 이러다 진짜로 사이버 폭력을 당하는 것이 아닌지 내심 걱정되었다. 두 사람이 촬영사 곁을 지나칠 때 반 발짝가량 뒤떨어져 걷던 육경서가 그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저한테 사진 보내줘요. 그러면 데이트 방해한 죄를 용서해 줄게요.
Read more

제1344화

‘네 불면증을 치료해 준 게 자연이 확실해? 내가 가져다준 토끼 인형 아니었어? 그리고 도시가 좋다고 3년 내로 절대 다시 안 온다고 누가 말했어?’여자의 말을 믿을 바는 안 되지만 아침 일출을 함께 보자고 데이트 신청한 그녀를 생각해 따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이모, 좋은 아침이에요.”육경서가 밝게 인사하자 강미영이 고개를 돌려 ‘안녕’하고 말했다. 그러고는 불을 지피고 있는 신주리를 힐끗 쳐다보고 다시 환하게 웃는 육경서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두 사람 또 싸웠어?”신주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육경서가 이내 답했다.“그럴 리가요. 우리 사이가 얼마나 좋다고요. 왜 싸우겠어요?”그러자 강미영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이가 좋다고? 못 믿겠어.’“너 주리 안 보여? 왜 아침 인사 안 해?”강미영은 끝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두 사람이 다투는 건 이미 일상이지만 아침에 기상해서 서로 못 본척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강미영의 물음에 신주리는 그제야 알아차리고 예쁜 눈으로 육경서를 바라보며 그가 어떻게 대답할지 기대하는 듯했다...육경서는 반달눈을 찡긋하더니 그녀의 말만 기다렸다는 듯이 이내 말했다.“아침 일찍 인사했어요. 저희가 오늘 새벽에 일출 보고 왔거든요.”그러자 강미영이 따뜻하게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투로 되물었다.“그랬어?”육경서가 한 발짝 다가가 강미영의 옆에 털썩 주저 앉더니 일출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쉴새없이 떠들어댔고 신주리는 시끄러워서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그 뒤를 이어 텐트에서 나오는 게스트마다 육경서의 일출에 관한 찬사를 들어야 했고 그들은 저마다 왜 두 사람만 보러갔냐고 불만을 토로했다.사실 개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서진태가 제일 일찍 기상했다. 그는 주위를 돌아다니며 환경과 시간 변화에 따른 약초 생장 데이터를 꼼꼼히 기록하고는 모든 게스트가 집합한 뒤에야 느릿느릿 나타났다. 멀리서부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서진태가 다가
Read more

제1345화

그리고 낙오도 하지 않았다. 역시 지식의 힘은 피곤함도 잊게 할 정도로 강대했다.제작팀에서 준비한 차가 일찍부터 산기슭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게스트들은 줄지어 차에 올랐다.맨 끝에서 걷던 육경서는 신주리의 뒤를 바짝 따라 그녀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그러고는 자리에 앉자마자 들꽃 한 다발을 불쑥 내밀며 말했다.“예쁘지? 선물이야.”신주리가 멍해 있는 동안 뒷자리에서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뭘 하는가 했더니 이따위 걸 꺾고 있었어?”두 사람이 고개를 돌려보니 서진태였다. 하산하는 동안 힘들게 약초 지식을 보급했건만 두 열등생은 연애에 정신이 팔려있었다.서진태는 엄연한 선생님의 자태로 엄하게 육경서를 질책했다.그러자 그에 대해 인상이 좋았던 신주리지만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여행 중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안 돼요?”그녀는 서진태의 전문성을 존중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예능프로의 한 코너이고 수업이 아닌데 강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그가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비난한단 말인가?’육경서는 서진태의 말투에 불만을 느꼈지만 신주리가 자기를 위해 목소리를 내자 기분이 금세 좋아졌다.그러더니 반달눈을 찡긋하며 손에 쥔 꽃다발을 신주리에게 들고 있으라고 건네주고는 부스럭거리며 봉투를 하나 꺼냈다.엉겁결에 꽃다발을 받아쥔 신주리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만 봤다.“당연히 꽃만 꺾지 않았죠. 제가 서 선생님 강의 열심히 들었어요. 이건 제습 효능이 있고 이건 모기 퇴치 효능이 있다고 하셔서 제가 다 꺾어왔어요. 주리야. 이거 너 가져.”육경서 말에 신주리와 서진태는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있었고 댓글 창에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미안해요. 방금 연애 벌레라고 비웃엇는데 철회 못하겠어요.”“경서 오빠가 우등생이네요. 강의 듣는 대로 실천에 옮겼다는 게 놀라워요. 낭만도 있고 실용성도 있고 너무 좋아요.”“경서 오빠 너무 사랑스러워요. 신주리 씨는 강심장이에요? 이런 우리 오빠한테 왜 그렇게 시큰둥해요?
Read more

제1346화

한지원은 신주리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댓글 창은 감동의 물결이 넘실댔다. “주리 언니는 너무 착해서 탈이에요. 걱정하지 말아요. 싸워서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주리의 이 한마디 말이면 끝장났어. 지금 온몸에 전의가 활활 타올라.”“육경서 팬: 가까이 다가오지 마요.”“쳇,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하고 싸워서 어떻게 이겨요?”“맞아요. 팬은 주인을 따라간다더니 잘난척하는 것까지 똑 닮았네요.”“그런데 어떡하죠? 님들 오빠가 우리 주리라면 끔뻑 죽잖아요. 꽃도 선물하고 아침도 사다 주고 함께 일출도 보고...”“...”육경서 팬들이 한 방에 KO 당했다.‘그런데 대체 어떻게 알아본 거야?’육경서가 신주리에게 새롭게 대시하고부터 그들은 계정을 싹 다 바꿔버렸다.한지원이 신주리를 바라보며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주저하면서 한마디도 뱉지 못했다. 꽃을 다 꽂고나서 신주리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어이가 없어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해요. 왜 그렇게 우물쭈물해요? 부끄럼 타요?”신주리는 한지원이 갑작스럽게 호의를 베푸는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내가 원래부터 부끄럼을 많이 타.”한지원이 어색하게 웃더니 이내 이실직고했다.“네 모습이 내 만화의 캐릭터와 아주 흡사해. 그래서 말인데 네 모습을 만화에 그대로 옮겨도 돼?”꽃병을 들고 있던 신주리가 멈칫하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한지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제 성격뿐만 아니라 외모도 그대로 가져다 쓸 거예요?”저번에 한지원이 육경서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두 사람 덕분에 만화 주인공의 형상이 입체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성격을 그대로 옮긴 것도 부족해 이젠 외모마저 그대로 옮긴다고?’‘머리를 전혀 안 쓰고 Ctrl C, Ctrl V로 만화를 그리겠다는 거잖아?’“네가 모태 미인이라 찍는 사진마다 A컷이잖아. 이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지 않으면 너무 아까워.”한지원이 두 손을 합장하고 애걸복걸했다. 신주리는 그저 의아했을 뿐 반감은 없었기에 한지원
Read more

제1347화

“지원 언니가 잘못 알고 있어요. 저희는 육경서 팬들과 싸워서 진 적이 없어요.”“...”댓글 창이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육경서 팬들은 신주리 팬들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자 한지원을 겨냥했지만 경서 오빠가 바보같이 되레 욕하지 말라고 부탁했다...‘이참에 아예 탈덕해 버릴까?’한지원이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나머지 게스트들도 연이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아마도 피디가 일 층으로 집합하라고 한 모양이다. 육경서는 서진태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슬그머니 신주리 곁으로 다가가 자리를 잡았고 혹시라도 누가 끼어들기라도 할까 봐 곁에 딱 들러붙어 앉았다. 그러자 신주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힐끗 보기만 했고 제지하지는 않았다. 서진태가 자기 옆에 앉는 것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의외지만 서진태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어제처럼 열성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신주리는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고 무의식적으로 강미영 쪽을 바라봤다. 소지석도 육경서와 거의 흡사한 행동을 했고 한 발짝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강미영의 뒤를 바짝 따랐다. 누군가를 경계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이모가 아직 사적으로 소지석과 소통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서 선생님이 혹시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인가?’‘아니면 해결책을 찾았기에 도씨 가문의 도움이 필요 없는 걸까?’이것 역시 나쁜 일은 아니었다. 한창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피디가 입을 열면서 그녀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방금 강 대표님 메시지를 받았는데 도희 씨가 해결책을 제작팀 메일로 발송했대요.”피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진태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그리로 전이되었다. 어제 강미영과 신주리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었다.‘목표를 전이한 거네.’ 역시 서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은 목표에 따라 전이되는 거였다.피디는 그런 서진태의 눈빛이 부담스러운지 가볍게 기침하고는 계속해 말했다.“마지막 코너가 끝난 뒤 문서를 서 선생님 메일로 발송해 드릴게요.”그 말과 함께 서진태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고 초조하게 입술을 꼭 깨물었다.
Read more

제1348화

이번 시즌은 조금 달랐다. 메시지는 거실에서 보내졌다. 모두가 모여 앉아 있었다. 보기엔 더 익숙해졌지만 실제로는 분위기가 더 미묘해졌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들은 여러 번 메시지를 받았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메시지만 보내고 전혀 받지 못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사람들의 표정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어쨌든 이 단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마음속으로 다 알고 있다. 만약 관리가 잘못되면 어색한 건 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된다. 모두들 속으로 다 알고 있었기에 모두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며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유독 눈에 띄는 그 사람 말고는... 육경서는 신주리를 몇 번이나 훔쳐보며 눈을 마주치려 했지만 신주리는 그의 신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고개를 들지 않았다. 결국 육경서는 원망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이미 준비해 둔 메시지를 보냈다. [일출이 정말 아름다워. 너랑 더 많은 일출을 보고 싶어. 다른 장소에서 일출을 보고 싶어. 예를 들면 바닷가 어때? 너도 원해?]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바로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꽃이 정말 예뻐. 정말 맘에 들어.] 육경서는 그 메시지를 보고 자연스레 입고리가 올라갔다. 조금 고개를 들어 보니 근처에 있는 꽃병이 보였다. 그가 직접 따 온 야생화가 정성스럽게 손질되어 꽃병에 꽂혀 있었다. “예스!” 그는 두 손을 꽉 쥐고 힘차게 일어섰다. 모두가 그를 보며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육경서는 얼떨결에 웃고는 미안하다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다시 소파에 앉았다. 그는 다시 신주리에게 흥분과 기쁨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신주리는 품에 베개를 안고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다른 한 손은 어쩔 수 없이 이마를 짚으며 고개도 들지 않고 있었다. 제작진은 이 장면을 연출한 의도는 사람들이 어색한 표정을 짓는 걸 보는 것이었지만 결국 계획은 틀어졌다. 그들은 결국 신주리의 어색한 표정만 보게 되었다. 육경서의 어리광 섞인 기쁨의 모습 덕분에 분위기는 자연스
Read more

제1349화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아아아, 미안해요. 주 선생님, 저 바꿀게요!” “둘이 웃을 때 진짜 달콤해!” “여러분, 이건 쌍방이에요! 지원 언니 첫 시즌에서는 그냥 감사의 메시지 보낸 거고 이번 시즌은 진짜 사랑이에요!” “아닐 수도 있죠? 그냥 고마울 수도 있잖아요. 두 시즌 모두 감사 인사라고요!” 댓글 창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목소리는 확실히 이전보다 많이 늘었다. 이 커플의 팬덤은 점차 조용히 확장되고 있었다. 한편 소지석은 화면에서 메시지를 수정하고 지우며 바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정말 진지해 보였다. 댓글들은 그를 보며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우리 무능한 지석아, 너는 채팅창에서 논문을 쓰고 있는 거야?” “용기 내서 물어요. 소 선생님은 전에 연애한 적 있나요?” “보기에 연애한 적 없을 것 같은데.” “지금 당장 내 영혼이 소지석의 몸으로 들어가 메시지를 대신 보내고 싶어!” 많은 수정을 거친 후 소지석은 드디어 메시지를 보냈다. [선배,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이게 뭐야...?” “수정하고 또 수정하길래 대단한 메시지 올릴 줄 알았는데 결국 인사말이잖아?” 댓글 창이 잠시 조용해졌다가 곧 이어서 다시 터져 나왔다. 소지석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의 메시지에 만족하고 있었다. 비록 글은 짧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깊다고 생각했다. ‘선배’라고 부름으로써 더 이상 후배로서의 위치를 벗어나 동등한 입장에서 그녀에게 다가간다는 뜻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은 것은 앞으로 동문 관계로서 그녀가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강미영은 이름을 제작진 팀에 보내는 데는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지만 막상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려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첫 시즌에서 심수정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제작진 팀은 이 버그를 수정했
Read more

제1350화

강미영은 서진태의 메시지를 읽고 대화창을 닫았다. 그때, 그녀는 다시 한번 익숙한 번호에서 미처 읽지 않은 메시지가 도착한 것을 확인했다. 그녀의 눈꺼풀이 살짝 떨리며 메시지를 열어보았다가 다시 대화창을 닫았다.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차분하고 우아했으며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소지석은 메시지를 보낸 후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잠시 떠오르다가 곧 불안과 기대, 그리고 실망으로 갈아탔다. 메시지 발송 시간이 다 되어 갔지만 그는 결국 전화가 울리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육경서의 흥분과 기쁨은 그의 얼굴에 숨겨진 억제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팬들은 그의 모습에 마음 아파하며 속상해했다. 메시지를 보낸 후 이 프로그램은 본래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감독이 갑자기 모든 출연진을 불러 모은 뒤 서진태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가고 싶은 다음 여행지를 적으라고 했다. 서진태와 주상현은 이미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적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이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적었고 제작진 팀은 무작위로 그들의 소원을 이뤄주기로 했다. 이 제안은 첫 번째 시즌에서 강미영이 제안한 것이었다. 소지석은 메시지를 보낸 후 몰래 몇 번이나 강미영을 쳐다봤다. 그녀는 여전히 평소처럼 여유롭고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그녀를 너무 잘 알기에 뭔가 이상한 점을 감지했다. 그녀가 그의 시선을 피하는 것 같았다. 만약 그녀가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면 그녀는 분명히 당당하게 그를 마주할 것이고 말속에서 서슴없이 선을 그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며 실망 속에서 다시 희망의 불꽃이 일어났다. 그녀의 자연스럽지 않은 모습은 어쩌면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경쟁자를 살펴봤다. 육경서 외의 두 명, 이단호와 서진태였다. 그의 시선은 이단호와 서진태를 스쳐 지나가다가 결국 서진태에게 멈췄다. “서 선생님, 이번 여행을 마치고 목적을 달성하셨다면 프로그
Read more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