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리의 머릿속에는 황당한 생각이 스쳤다. ‘이거, 우리 부모님한테 팔려나간 거 아니야?’ 심지어 채팅창에서 분위기를 띄운 사람 중 일부가 부모님일 가능성도 떠올랐다. 그녀는 눈가를 살짝 찡그리며 휴대폰을 내려놓고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의 냄비에는 갓 조리된 신선한 아침밥이 있었다. 신주리는 허리에 손을 얹고 주방 한가운데에 서서 깊은숨을 내쉬었다. 몹시 난처한 상황 속에서도 의외로 침착하게 두 가지 선택지를 떠올렸다. 하나는 잘못된 걸 그냥 인정하고 육경서와의 동거를 인정하는 것. 다른 하나는 자신들의 팬인 부모님의 정체를 까발려 그들의 진짜 모습을 폭로하는 것이었다. 몇 초간 침묵하던 그녀는 곧 결단을 내렸다. ‘같이 죽자.’ 신주리는 휴대폰을 들어 완벽한 미소를 띠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맞아요, 우리 함께 살고 있어요. 여긴 제 아빠가 선물해 주신 새 집이고요. 시내 중심에 위치해서 조용한 환경을 즐길 수 있답니다. 지금 바로 주변 환경을 보여드릴게요. 여러분이 위치를 알아맞힐 수도 있겠죠...” 그녀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이 모든 상황을 조작한 신주리의 부모님은 2층 서재에 숨어 있다가 방송 화면을 통해 그녀의 말을 듣고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우리 딸이 이렇게 인기가 많은데 집 주소가 노출되면 어떻게 되겠어? 기자들한테 매일 감시당할 거라고!’ 그들은 그저 단순히 팬심으로 딸의 방송을 즐기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다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서재에서 나온 두 사람은 계단 위에서 그녀를 불러 세웠다. “주리야, 일어났니?” 신주리가 문 손잡이를 잡은 채 뒤돌아보며 미소를 띠고 말했다. “어머, 두 분 다 집에 계셨군요?” “그럼, 집에 있지. 아까 너 아직 안 일어난 거 같길래 네 엄마랑 잠깐 볼일 좀 보고 왔지.” 신주리의 아버지가 태연하게 웃으며 대답했고 그 말속에 긴장감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마치 단순한 오해인 것처럼 행동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주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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