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미친 그날 밤: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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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송태범은 말을 마친 뒤 위층으로 올라갔다.백수연은 씩씩거리며 아들을 노려보다가 어쩔 수 없이 송태범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가자. 가서 네가 저지른 일을 자세히 말해.”백수연이 아들을 끌어냈다.“아빠...”송예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수연이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아빠 부르지 말고 네 일이나 해결해. 너 때문에 나까지도 네 아빠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단 말이야!”...송태범이 위층에 올라갔을 때 한혜숙은 한창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그는 한혜숙에게 다가가 그녀 손에 쥐어져 있는 옷을 빼앗으며 말했다.“우린 반평생을 부부로 살아왔어. 이제 와 이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한혜숙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혼 안 하고 계속하여 날 이용해 내 딸을 해치는 걸 두고 보라고?”“내가 언제 당신 딸을 해쳤어? 어렸을 때부터 내가 연아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썼고, 연아에게 얼마나 많은 걸 가르쳤는지 몰라?”“왜 배우게 했는지 당신 본인이 잘 알잖아. 송태범, 당신은 내 병을 이용해 연아를 협박해 시집까지 보냈잖아. 난 당신이 밖에서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이유가 그저 내가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것 하나뿐인 줄 알았어. 하지만 이제 똑똑히 알겠어. 당신은 나와 연아한테 일말의 사랑도 없는 거야. 난 반드시 당신과 이혼해야겠어!”한혜숙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계속하여 옷을 캐리어에 집어넣었다.송태범이 천천히 분노를 가라앉히며 설명했다.“배우게 한 건 다 연아를 위해서야. 설사 나한테 다른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많이 배우면 좋은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 억지야!”한혜숙은 그와 더이상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됐어. 아무리 말해도 의미 없어. 아무튼 난 당신과 이혼할 거야!”단호한 그녀의 모습에 송태범은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라 캐리어를 들어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 바람에 안에 넣어두었던 옷들이 모두 쏟아져나왔다.화들짝 놀란 한혜숙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이 물건들 안 가져가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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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저 심재경이에요. 연아는 조금 다쳐서 지금 수술실에 있어요.”심재경이 수술실 문 앞에 서 있었다.한혜숙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무슨 일이에요? 내 딸이 다쳤다고요?”심재경이 말했다.“네.”“어느 병원이에요?”한혜숙은 딸에 대한 걱정 때문에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군병원이에요.”“그래요. 알았어요.”한혜숙은 전화를 끊은 뒤 다급히 차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수술실 안에서 송연아가 의사의 팔을 부여잡고 있었다.“제 아이, 살 수 있나요?”조금 전 검사를 진행한 결과 한 아이는 이미 명을 다했고 다른 한 아이는 살릴 수도 있다고 했다.“본인 몸이 망가진다고 해도 꼭 아이를 살려야겠어요?”송연아의 얼굴은 이미 백지장처럼 창백해졌고 입술은 너무 말라 들어 피까지 흘러나왔다. 그녀의 목소리가 간신히 새어 나왔다.“네. 부탁드릴게요.”의사가 말했다.“최선을 다해볼게요.”송연아의 수술을 맡은 사람은 군병원 산부인과 간판 의사이니 그 실력은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심재경의 전공은 흉부외과였다. 때문에 직접 하지 못하고 최고의 산부인과 의사에게 부탁해 송연아를 치료하도록 한 것이다.조금 전 그 역시 송연아의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굴렀었다.한혜숙이 도착했을 때 송연아는 아직 수술실에서 나오지 않았다.그녀가 수술실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우리 연아 어디가 다친 거예요? 왜 갑자기 다친 건데요?”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심재경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송연아가 얼마나 다쳤는지는 인지하고 있었으나 차마 한혜숙에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몸을 회복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에 행여 또 이 일 때문에 건강이 악화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하여 일단 자세한 내막은 숨기려 했다.“어머님, 걱정 마세요. 큰일은 아니에요.”그럼에도 한혜숙은 딸에 대한 걱정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휴. 연아가 이 못난 엄마 때문에 고생을 너무 많이 겪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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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심재경이 그녀에게 물을 떠다 주었다.반 컵을 마시고 나니 타들어 가는 것 같던 갈증이 조금은 해소되는 것 같았다. 입안도 이제 그리 쓰지 않았다.하지만 어디라고 할 것 없이 온몸에서 통증이 몰려와 저절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어떻게 된 거야?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심재경이 드디어 참지 못하고 물었다.“설마 최지현이 한 거야?”그의 추측에 송연아가 고개를 저었다.조금 전 엄마로부터 송예걸이 그녀의 차를 몰고 나갔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녀 역시 심재경과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만약 그녀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송예걸이 그녀의 차를 몰고 나가 들이박았다는 차량은 강세헌의 차였을 것이다.만일 강세헌의 상태가 심각했다면 필시 경찰서에서 직접 출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세헌이 사람을 보내 사고를 낸 사람을 혼냈다는 건 심하게 다친 게 아니라 그저 화가 났다는 것을 설명한다.자세히 생각해보면 강세헌의 차를 박은 사람은 그녀의 이복동생이다. 그러니 그녀가 화를 당한 것 또한 그리 억울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선배, 저 강세헌 씨와 이혼할 거예요. 전 이미 아이 하나를 잃었어요. 계속 그와 같이 있다간 남은 아이도 지킬 수 없을지도 몰라요.”그녀가 힘없이 말했다.“제가 임신했다는 사실도 밝히려고요.”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잘 생각했어.”그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송연아에게 강세헌과의 이혼을 권유한 것은 아니었다.그들은 각자의 아이가 있는 이 난관을 쉬이 돌파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아이가 없으면 몰라도, 이런 상황에선 두 사람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너무도 많아 감정을 키워나가기가 어렵다. “내 생각엔 강세헌은 최지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아이는 버리지 못할 거야.”심재경이 말했다.송연아가 이마를 찌푸렸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최지현을 좋아하지 않으면 어떻게 임신시킬 수가 있겠어요?”그녀는 당시 어리석게도 강세헌의 괴변을 곧이곧대로 믿었었다.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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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강세헌이 살펴보니 모두 송연아에 관한 자료였다. 그의 이마가 깊게 찌푸려졌다.“이 사람이 사고 차량을 운전한 사람이야?”그는 당시 남자아이가 차에서 내리는 걸 똑똑히 보았었다. 비서는 강세헌의 얼굴이 왜 굳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 차는 송연아 씨의 것이었습니다.”“그렇다고 그 차를 송연아가 몰았다고 확신할 수 있어?”강세헌이 침대에서 내려와 차갑게 비서를 노려보았다.“그럼 네가 혼냈다는 사람이 송연아야?”비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겁에 질려 답하지 못했다.“내가 묻고 있잖아!”강세헌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비서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네.”강세헌이 분노에 거친 숨을 내쉬었다.비서가 다급히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강세헌은 비서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갔다.문밖에선 최지현이 강세헌을 만나려 기다리고 있었다.사고가 났으니 당당하게 아이가 없어졌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제 강세헌도 더는 뭐라고 못할 것이다.“세헌 씨.”그녀가 손을 뻗어 강세헌의 팔목을 잡으려고 하자 그는 매정히 그녀를 뿌리쳤다.“비켜!”최지현이 바닥에 휙 쓰러져버렸지만 누구도 그녀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비서는 재빨리 밖으로 달려나가 차 문을 열었다.강세헌이 전화를 걸며 차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송연아 어디에 있는지 알아?”심재경이 대답했다.“알아. 지금 병원에 나와 같이 있어.”강세헌은 더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고는 비서에게 군병원으로 가라고 일렀다.얼마 후, 차가 병원 앞에 멈춰 섰다. 강세헌은 곧바로 차에서 내려 입원 병동에 있는 송연아의 병실로 향했다. 문 앞에 서 있던 심재경이 그를 발견하고는 두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연아는 임신했었어. 하지만 지금은 아이가 없어졌어. 왜 그렇게 됐는지는 너도 알 거야.”심재경이 말했다. 이 말은 심재경 혼자만의 판단하에 한 말이었다. 그는 강세헌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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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송연아!”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 마지막엔 포효에 이르렀다. 얼굴은 시뻘겋게 부어올랐다가 새파랗게 변해갔고 목덜미는 당장이라도 폭발해버릴 것 같았다.그가 송연아의 목을 움켜쥐었다. “내가 지금 당신을 죽여버릴 수도 있다는 거 알아요?”송연아가 말했다.“알아요. 하지만 전 무섭지 않아요.”그녀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고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강세헌 씨, 난 당신이 미워요!”“나 때문에 아무 잘못도 없이 아이를 잃게 돼서 미워하는 거예요?”강세헌은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쏘아붙였다.“이번 일이 없었더라도 난 절대 더러운 잡종 따위 태어나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 방식은 달랐겠지만 똑같이 없애버렸겠죠. 마침 잘됐네요. 내가 손을 쓸 필요가 없게 됐으니. 보아하니 하느님도 당신이 잡종을 낳게 하고 싶지는 않았나 봐요. 이런 오해가 생기게 한 걸 보면 말이에요.”그가 말끝마다 내뱉는 잡종이라는 단어가 송연아의 심장을 아프게 파고들었다. “강세헌 씨, 난 당신이 미워요! 죽었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울분을 터뜨렸다. 순간 그녀의 눈동자엔 원망뿐만 아니라 하늘을 찌르는 분노까지 가득 차 있었다. 아이가 잘못된 일로 그가 죽기까지 바란다고? 송연아의 목을 움켜쥔 그의 손이 부르르 떨려왔다. 그가 천천히 손에 힘을 풀며 말했다. “송연아 씨, 이혼은 꿈도 꾸지 말아요. 내가 말했잖아요. 괴로워할수록 더 내 옆에 둘 거라고요.”송연아는 몇 번이나 연속 주먹을 말아 쥐어서야 간신히 평정심을 되찾았다.“강세헌 씨, 최지현 씨가 당신 아이를 가졌잖아요. 그 아이에게 단란한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아요? 날 가지 못하게 막는 게 당신한테 좋은 점이 뭐가 있어요?” “그 사고 때문에 아이는 죽었어요. 말해요. 그 차 누가 운전한 거예요?” 강세헌이 말했다.송연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최지현의 아이가 죽었다고? 그래서 그토록 화가나 사고를 낸 운전사를 호되게 혼내려 했던 것이다.송연아는 이복동생에게 조금의 정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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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아프냐고? 당시엔 정말 너무나도 아팠다.하지만 몸의 통증보다 아이를 잃은 고통이 그녀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그녀는 눈을 내리뜬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강세헌은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손목을 꽉 쥔 뒤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아니... 미쳤어요?!”강세헌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갔다.“내 말에 대답해야 해요. 이건 예의예요. 예의를 차리지 않으니 내가 가르쳐 줘야죠. 방금 그건 처벌이었어요. 만약 계속 고집을 부리며 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더 심한 벌을 내릴 테니까 기대해요.”말을 마친 뒤 그는 한 마디 더 덧붙였다.“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에요.”송연아는 심하게 다친 몸 때문에, 더욱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감히 격렬히 반항하지 못했다.순간 강세헌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했다. 하지만 그 감정을 말로 뱉어낼 수는 없었다.최지현은 그녀의 양수를 건드리는 것으로 아이를 해쳤다. 강세헌은 그녀를 사고를 낸 범인으로 오해해 발로 걷어차 아이를 잃게 만들었다.그 두 사람은 그녀에게 있어 자신의 아이를 죽인 원수나 다름없었다.그녀가 어떻게 그런 사람과 다정한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그녀의 아이는 바로 조금 전 목숨을 잃었다!강세헌이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이렇게까지 다쳤는데도 그 상간남은 와서 보지도 않는대요? 자신의 여자도 보호하지 못하는 남자를 뭣 하러 만나는 거죠?”송연아가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내가 좋아해요.”강세헌은 말문이 막혀버렸다.그 한마디가 그의 모든 악의를 집어 삼켜버렸다. 또한 그 한마디는 강세헌의 분노를 더 거세게 타오르게도 만들었다.하지만 강세헌은 그 화를 분출하지 않았다.눈앞의 이 여자가 너무나도 가엾었기 때문이었다. 너무나도 위태로워 심한 말 한마디에도 쓰러져버릴 것만 같았다.“그 상간남을 아무리 좋아해도 내 곁에 남아야 해요. 사랑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당신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즐거울 것 같거든요.”그가 몸을 일으켜 두 손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곧게 뻗은 눈썹을 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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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그들은 그녀의 아이를 죽인 장본인이다.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아이를 죽인 원수와 감정을 나누겠는가!“세헌이가 이혼하지 않으려 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려고? 잠깐은 뱃속 아이를 숨길 수 있어도 시간이 길어지면 들통날 거야.”심재경이 말했다.송연아는 이미 생각해둔 방법이 있었지만 심재경에게 알려주지는 않았다.심재경과 강세헌은 너무 친한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심재경이 알고 나면 강세헌이 아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봐야죠.”심재경이 말했다.“안 돼. 반드시 강세헌이 찾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쳐야 해. 시간이 지나면 세헌이도 잊어버릴 거야.”송연아가 그를 힐끗 보고는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세헌 씨가 못 찾을 것 같아요?”“그것도 그러네.”심재경은 강세헌의 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선배, 저 너무 피곤해요. 쉬고 싶어요.”송연아가 말했다.심재경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래.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심재경이 병실 문을 열었다.“선배.”송연아가 돌연 그를 불러세웠다.“고마워요.”“괜찮아.”심재경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우리 사이에 앞으로 그런 말 안 해도 돼.”송연아가 그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너무 힘들었던 나머지 심재경이 나가자마자 곧바로 곯아떨어졌다.저녁 한혜숙이 음식을 갖고 그녀의 병실로 찾아왔다.송연아는 조금 먹고 난 뒤 입을 열었다.“엄마, 저 할 말이 있어요.”그녀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한혜숙은 가엾은 얼굴로 딸을 바라보았다.“말해.”“저 세헌 씨와 이혼하고 싶어요. 다만 그쪽에서 동의하지 않아 이 관계를 끝낼 수가 없네요. 하지만 전 정말 그 사람과 함께 살 수 없어요.”그녀의 말투는 아주 침착했다.“하여 지금 남은 방법이라곤 몰래 그 사람이 찾을 수 없는 곳에 꼭꼭 숨어버리는 것밖에 없어요.”한혜숙이 딸을 바라보았다.“나도 네 아빠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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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강세헌이 고개를 돌려 최지현을 힐끗 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데려와.”순간 최지현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의사요? 무슨 의사요?”강세헌은 우아한 모습으로 병실 안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당신 유산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당신을 수술한 의사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취를 감췄더라고요. 그래서 잡아 왔죠.”최지현은 너무 놀라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사고가 난 뒤 그녀는 제일 먼저 깨어났었다. 그녀는 거액의 돈을 써 의사를 매수해 강세헌의 비서에게 그녀가 유산했다고 말하라고 시켰다.그 후 의사는 돈을 챙겨 도망쳤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다시 잡혀 왔다고?“세헌 씨, 제 말 좀 들어봐요...”“잠시 후면 당신이 말할 기회가 있을 테니까 조급해하지 말아요.”돌연 그가 가까이 다가서자 강렬한 압박감이 그녀를 짓눌렀다.최지현은 순간 두 다리에 힘이 빠져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녀가 부들부들 떨며 두 다리를 질질 끌며 기어가 강세헌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제가 이렇게 빌게요. 절대 다른 사람의 헛소리를 믿으면 안 돼요. 전 절대 세헌 씨를 속이지 않았어요...”강세헌은 눈을 내리깔고 처참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여자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대체 어떻게 저런 여자를 좋아할 수 있지? 대체 어떤 점이 그의 마음을 끌어당겼단 말인가?하지만 그날 밤, 그의 마음은 분명 움직였다.그때의 어둠 속 아름다움은 아무리 눈을 씻고 살펴봐도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비서가 의사를 데리고 병실에 들어왔다.의사의 얼굴엔 상처가 나 있었는데 보아하니 고문을 받은 듯했다.그는 최지현을 보자마자 곧바로 말했다.“저 여자예요. 저 여자가 저한테 돈을 주고 거짓말을 시켰어요.”최지현이 고개를 들고 의사를 쏘아보았다.“무슨 막말을 하는 거예요? 난 당신을 알지도 못해요!”그녀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모르쇠로 일관할 생각이었다.의사와 그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돈이 아니었다면 그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그는 강세헌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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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이렇듯 최악의 상황에까지 몰렸는데도 변명을 해대다니.강세헌의 입꼬리가 차갑게 위로 향해 올라갔다. 이 여자는 정말 답이 없다.그의 목숨을 구해주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산송장으로 만들어버렸을 것이다!감히 이런 일로 그를 속이려 하다니!“최지현 씨, 이번 한 번만 보내줄게요. 앞으로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아요. 내 배려는 이번이 마지막이니까요. 다시 한번 이와 같은 일을 벌인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강세헌이 몸을 일으킨 다음 비서에게 명령했다.“보내줘.”“네.”비서가 사람들에게 그녀를 놓아주라 지시했다.“세헌 씨...”최지현은 강세헌을 향해 기어가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일부러 한 게 아니에요...”“계속 이런 식으로 매달린다면 이 도시에서도 살지 못하게 만들어버릴 거니까 빨리 꺼져!”그의 목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았지만 최지현을 압도하기엔 충분했다.최지현은 손을 놓고 바닥에 널브러졌다.그녀는 가짜 임신으로 그를 속여 사모님 자리에 오르려 했다.하지만 그 계획이 이토록 처참히 무너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사모님 자리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제 강세헌은 그녀를 역겨워하기까지 한다. 그녀에 대한 감정은 증오만 남은 것이다.현재 그녀의 상황은 너무나도 비참했다. 그녀는 실패했다. 강세헌을 갖지 못했고 신분 상승의 기회도 완벽히 짓밟혔다!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대체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망가졌단 말인가?...군병원.오은화가 음식을 싸 들고 송연아를 찾아왔다.송연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아주머니,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대표님께서 사모님 몸이 안 좋으니까 퇴원할 때까지 매일 음식을 챙겨드리라고 해서요.”오은화가 음식을 차리며 말했다.모두 영양 가득한 음식이었다. 오은화의 음식솜씨까지 더해지니 송연아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지금은 송연아가 마침 영양을 필요로 하는 시기였다. 오은화가 때를 제대로 맞춘 것이다.“고마워요. 아주머니.”“저한테 고마워할 게 뭐가 있어요? 전 그저 집주인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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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병실엔 희미한 스탠드 불빛이 켜져 있었다.강세헌은 송연아가 깊은 잠에 빠져있음을 확인한 뒤에야 문을 닫고 침대 옆으로 걸어갔다.그가 고개를 숙이고 송연아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꽤나 회복한 듯 보였다. 백옥같이 하얀 피부, 붉은 핑크빛을 띠는 입술, 매끈하게 뻗은 눈썹, 마음대로 헝클어져 있는 검은 머리칼... 그야말로 매혹적인 모습이었다.강세헌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손끝으로부터 부드러운 촉감이 팔을 타고 온몸으로 번졌다. 긴장감에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간지러움 때문인지 송연아가 몸을 뒤척였다.강세헌은 다급히 손을 거두었다.“흠...”송연아가 몸을 돌려 강세헌을 등지고 눕고는 계속하여 새근새근 잠에 빠졌다.강세헌은 그로 인해 벗겨진 이불을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옆에 생긴 좁은 빈자리에 몸을 뉘었다. 그는 그녀를 향해 누워 얼굴을 그녀의 뒷목에 가져가 대고는 이불을 사이에 두고 그녀를 안고 잠이 들었다.밤이 깊어짐에 따라 병실 안 따뜻함도 점점 더 짙어져 갔다.다음 날 아침 송연아가 깨어났을 땐 강세헌이 어느새 나간 뒤였다.그녀는 어젯밤 누군가가 왔었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8시가 되자 오은화가 아침밥과 과일을 갖고 병실에 들어왔다.그녀는 식사를 하고 난 뒤 과일을 먹으며 창가 소파에 앉아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즐겼다.쿵쿵.돌연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송연아가 말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연아야!”송태범이 들어오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가서 강세헌한테 부탁해.”그는 이미 차 사고에 관한 조사를 마쳤다. 그날 송예걸이 박은 건 강세헌의 차였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단지 임지훈이 조금 다쳤는데 이제는 치료를 받아 많이 회복했다고 한다.하지만 강세헌은 분명 책임을 물을 것이다.송예걸은 아직 운전면허가 없고 이제 미성년자가 아니니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당시 그 길에 걸려있던 CCTV엔 사고 상황이 똑똑히 찍혀있었다. 송예걸은 무면허 운전인 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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