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고? 당시엔 정말 너무나도 아팠다.하지만 몸의 통증보다 아이를 잃은 고통이 그녀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그녀는 눈을 내리뜬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강세헌은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손목을 꽉 쥔 뒤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아니... 미쳤어요?!”강세헌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갔다.“내 말에 대답해야 해요. 이건 예의예요. 예의를 차리지 않으니 내가 가르쳐 줘야죠. 방금 그건 처벌이었어요. 만약 계속 고집을 부리며 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더 심한 벌을 내릴 테니까 기대해요.”말을 마친 뒤 그는 한 마디 더 덧붙였다.“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에요.”송연아는 심하게 다친 몸 때문에, 더욱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감히 격렬히 반항하지 못했다.순간 강세헌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했다. 하지만 그 감정을 말로 뱉어낼 수는 없었다.최지현은 그녀의 양수를 건드리는 것으로 아이를 해쳤다. 강세헌은 그녀를 사고를 낸 범인으로 오해해 발로 걷어차 아이를 잃게 만들었다.그 두 사람은 그녀에게 있어 자신의 아이를 죽인 원수나 다름없었다.그녀가 어떻게 그런 사람과 다정한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그녀의 아이는 바로 조금 전 목숨을 잃었다!강세헌이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이렇게까지 다쳤는데도 그 상간남은 와서 보지도 않는대요? 자신의 여자도 보호하지 못하는 남자를 뭣 하러 만나는 거죠?”송연아가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내가 좋아해요.”강세헌은 말문이 막혀버렸다.그 한마디가 그의 모든 악의를 집어 삼켜버렸다. 또한 그 한마디는 강세헌의 분노를 더 거세게 타오르게도 만들었다.하지만 강세헌은 그 화를 분출하지 않았다.눈앞의 이 여자가 너무나도 가엾었기 때문이었다. 너무나도 위태로워 심한 말 한마디에도 쓰러져버릴 것만 같았다.“그 상간남을 아무리 좋아해도 내 곁에 남아야 해요. 사랑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당신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즐거울 것 같거든요.”그가 몸을 일으켜 두 손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곧게 뻗은 눈썹을 한쪽
그들은 그녀의 아이를 죽인 장본인이다.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아이를 죽인 원수와 감정을 나누겠는가!“세헌이가 이혼하지 않으려 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려고? 잠깐은 뱃속 아이를 숨길 수 있어도 시간이 길어지면 들통날 거야.”심재경이 말했다.송연아는 이미 생각해둔 방법이 있었지만 심재경에게 알려주지는 않았다.심재경과 강세헌은 너무 친한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심재경이 알고 나면 강세헌이 아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봐야죠.”심재경이 말했다.“안 돼. 반드시 강세헌이 찾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쳐야 해. 시간이 지나면 세헌이도 잊어버릴 거야.”송연아가 그를 힐끗 보고는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세헌 씨가 못 찾을 것 같아요?”“그것도 그러네.”심재경은 강세헌의 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선배, 저 너무 피곤해요. 쉬고 싶어요.”송연아가 말했다.심재경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래.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심재경이 병실 문을 열었다.“선배.”송연아가 돌연 그를 불러세웠다.“고마워요.”“괜찮아.”심재경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우리 사이에 앞으로 그런 말 안 해도 돼.”송연아가 그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너무 힘들었던 나머지 심재경이 나가자마자 곧바로 곯아떨어졌다.저녁 한혜숙이 음식을 갖고 그녀의 병실로 찾아왔다.송연아는 조금 먹고 난 뒤 입을 열었다.“엄마, 저 할 말이 있어요.”그녀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한혜숙은 가엾은 얼굴로 딸을 바라보았다.“말해.”“저 세헌 씨와 이혼하고 싶어요. 다만 그쪽에서 동의하지 않아 이 관계를 끝낼 수가 없네요. 하지만 전 정말 그 사람과 함께 살 수 없어요.”그녀의 말투는 아주 침착했다.“하여 지금 남은 방법이라곤 몰래 그 사람이 찾을 수 없는 곳에 꼭꼭 숨어버리는 것밖에 없어요.”한혜숙이 딸을 바라보았다.“나도 네 아빠한테
강세헌이 고개를 돌려 최지현을 힐끗 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데려와.”순간 최지현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의사요? 무슨 의사요?”강세헌은 우아한 모습으로 병실 안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당신 유산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당신을 수술한 의사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취를 감췄더라고요. 그래서 잡아 왔죠.”최지현은 너무 놀라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사고가 난 뒤 그녀는 제일 먼저 깨어났었다. 그녀는 거액의 돈을 써 의사를 매수해 강세헌의 비서에게 그녀가 유산했다고 말하라고 시켰다.그 후 의사는 돈을 챙겨 도망쳤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다시 잡혀 왔다고?“세헌 씨, 제 말 좀 들어봐요...”“잠시 후면 당신이 말할 기회가 있을 테니까 조급해하지 말아요.”돌연 그가 가까이 다가서자 강렬한 압박감이 그녀를 짓눌렀다.최지현은 순간 두 다리에 힘이 빠져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녀가 부들부들 떨며 두 다리를 질질 끌며 기어가 강세헌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제가 이렇게 빌게요. 절대 다른 사람의 헛소리를 믿으면 안 돼요. 전 절대 세헌 씨를 속이지 않았어요...”강세헌은 눈을 내리깔고 처참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여자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대체 어떻게 저런 여자를 좋아할 수 있지? 대체 어떤 점이 그의 마음을 끌어당겼단 말인가?하지만 그날 밤, 그의 마음은 분명 움직였다.그때의 어둠 속 아름다움은 아무리 눈을 씻고 살펴봐도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비서가 의사를 데리고 병실에 들어왔다.의사의 얼굴엔 상처가 나 있었는데 보아하니 고문을 받은 듯했다.그는 최지현을 보자마자 곧바로 말했다.“저 여자예요. 저 여자가 저한테 돈을 주고 거짓말을 시켰어요.”최지현이 고개를 들고 의사를 쏘아보았다.“무슨 막말을 하는 거예요? 난 당신을 알지도 못해요!”그녀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모르쇠로 일관할 생각이었다.의사와 그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돈이 아니었다면 그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그는 강세헌의 손
이렇듯 최악의 상황에까지 몰렸는데도 변명을 해대다니.강세헌의 입꼬리가 차갑게 위로 향해 올라갔다. 이 여자는 정말 답이 없다.그의 목숨을 구해주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산송장으로 만들어버렸을 것이다!감히 이런 일로 그를 속이려 하다니!“최지현 씨, 이번 한 번만 보내줄게요. 앞으로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아요. 내 배려는 이번이 마지막이니까요. 다시 한번 이와 같은 일을 벌인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강세헌이 몸을 일으킨 다음 비서에게 명령했다.“보내줘.”“네.”비서가 사람들에게 그녀를 놓아주라 지시했다.“세헌 씨...”최지현은 강세헌을 향해 기어가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일부러 한 게 아니에요...”“계속 이런 식으로 매달린다면 이 도시에서도 살지 못하게 만들어버릴 거니까 빨리 꺼져!”그의 목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았지만 최지현을 압도하기엔 충분했다.최지현은 손을 놓고 바닥에 널브러졌다.그녀는 가짜 임신으로 그를 속여 사모님 자리에 오르려 했다.하지만 그 계획이 이토록 처참히 무너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사모님 자리는 말할 것도 없고 이제 강세헌은 그녀를 역겨워하기까지 한다. 그녀에 대한 감정은 증오만 남은 것이다.현재 그녀의 상황은 너무나도 비참했다. 그녀는 실패했다. 강세헌을 갖지 못했고 신분 상승의 기회도 완벽히 짓밟혔다!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대체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망가졌단 말인가?...군병원.오은화가 음식을 싸 들고 송연아를 찾아왔다.송연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아주머니,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대표님께서 사모님 몸이 안 좋으니까 퇴원할 때까지 매일 음식을 챙겨드리라고 해서요.”오은화가 음식을 차리며 말했다.모두 영양 가득한 음식이었다. 오은화의 음식솜씨까지 더해지니 송연아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지금은 송연아가 마침 영양을 필요로 하는 시기였다. 오은화가 때를 제대로 맞춘 것이다.“고마워요. 아주머니.”“저한테 고마워할 게 뭐가 있어요? 전 그저 집주인분들을
병실엔 희미한 스탠드 불빛이 켜져 있었다.강세헌은 송연아가 깊은 잠에 빠져있음을 확인한 뒤에야 문을 닫고 침대 옆으로 걸어갔다.그가 고개를 숙이고 송연아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꽤나 회복한 듯 보였다. 백옥같이 하얀 피부, 붉은 핑크빛을 띠는 입술, 매끈하게 뻗은 눈썹, 마음대로 헝클어져 있는 검은 머리칼... 그야말로 매혹적인 모습이었다.강세헌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손끝으로부터 부드러운 촉감이 팔을 타고 온몸으로 번졌다. 긴장감에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간지러움 때문인지 송연아가 몸을 뒤척였다.강세헌은 다급히 손을 거두었다.“흠...”송연아가 몸을 돌려 강세헌을 등지고 눕고는 계속하여 새근새근 잠에 빠졌다.강세헌은 그로 인해 벗겨진 이불을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옆에 생긴 좁은 빈자리에 몸을 뉘었다. 그는 그녀를 향해 누워 얼굴을 그녀의 뒷목에 가져가 대고는 이불을 사이에 두고 그녀를 안고 잠이 들었다.밤이 깊어짐에 따라 병실 안 따뜻함도 점점 더 짙어져 갔다.다음 날 아침 송연아가 깨어났을 땐 강세헌이 어느새 나간 뒤였다.그녀는 어젯밤 누군가가 왔었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8시가 되자 오은화가 아침밥과 과일을 갖고 병실에 들어왔다.그녀는 식사를 하고 난 뒤 과일을 먹으며 창가 소파에 앉아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즐겼다.쿵쿵.돌연 누군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송연아가 말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다.“연아야!”송태범이 들어오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가서 강세헌한테 부탁해.”그는 이미 차 사고에 관한 조사를 마쳤다. 그날 송예걸이 박은 건 강세헌의 차였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단지 임지훈이 조금 다쳤는데 이제는 치료를 받아 많이 회복했다고 한다.하지만 강세헌은 분명 책임을 물을 것이다.송예걸은 아직 운전면허가 없고 이제 미성년자가 아니니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당시 그 길에 걸려있던 CCTV엔 사고 상황이 똑똑히 찍혀있었다. 송예걸은 무면허 운전인 데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해한 적은 없는 것 같았다.성공에 목을 매는 것도 어쩌면 그녀가 군의관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와 마찬가지일 지도 모른다.결국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이지 않겠는가?“우리 가문을 더 크게 키우고 싶고, 내 딸도 언젠가는 부잣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믿어.”송태범은 송연아가 마음이 약해진 걸 알고 한 마디를 더 거들었다.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자기 꿈을 위해서 딸을 희생할 수 있다는 거예요?”송태범은 거듭 설득했다.“왜 널 희생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강세헌이 못생겼니? 돈이 없니? 그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은데 기회나 연줄이 없어서 안달복달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 하지만 우리는 기회가 눈앞에 버젓이 놓여 있잖아. 그런데도 잡지 않을 거야? 설령 네가 강세헌과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도 얼마나 더 대단한 놈을 찾을 건데? 강세헌보다 더 잘나가는 사람을 찾는다고 장담할 수 있어?”송연아는 말문이 막혔다.강세헌의 조건이 얼마나 좋은지는 그녀도 알고 있다.또한, 얼마나 많은 여자의 이상형인지도 익히 전해 들은 적이 있다.하지만 같이 지내다 보면 성격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게 될 것이다.절대로 결혼해서 같이 살 사람은 아니었다.단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뿐, 이런 남자는 감상용이지 실용성이 전혀 없다.“아빠, 절 너무 과대평가하시네요. 아무리 설득해봤자 입만 아프지, 저한테서 도움받을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백수연은 우리 엄마의 결혼 생활을 망친 내연녀인데, 제가 왜 그 여자의 아들을 구해줘야 하죠?”송연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저 피곤하니까 이만 가주실래요?”결국 송태범을 내쫓았다.“네가 인정하든 말든 너한테 예걸이란 동생이 있는 건 변함없어.”송연아는 송태범을 바라보았다.“제가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면 어떡할 건데요?”송태범은 당장이라도 화를 터뜨릴 것 같았지만, 현재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자 꾹 참았다.어쨌거나 부탁하는 입장에서 최소한 성의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
그녀가 다친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그와의 결혼 생활이 이 정도로 싫었단 말인가?송연아는 못 들은 척했다.하지만 떨리는 속눈썹은 그녀가 잠들어 있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강세헌은 눈을 감고 화를 참으려고 애를 썼다.그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침대맡에 앉아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손을 뻗었다. 결국 송연아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홱 돌렸다.강세헌이 피식 웃었다.“계속 자는 척해보시지?”“자는 척이라뇨? 방금 막 깼거든요?”그녀는 일부러 기지개를 켜며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여긴 왜 왔어요?”“내 와이프를 보러 온 게 뭐 잘못됐나요?”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아주머니가 요즘 잘 돌봐주고 있어요?”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오은화는 그녀를 살뜰하게 정말 잘 보살폈다.그녀가 이렇게 빨리 회복할 수 있는 것도 전부 오은화 덕분이었다.“언제 퇴원해요?”그가 물었다.송연아는 병원에서 지낼지언정 다시 별장에 돌아가서 강세헌과 한 지붕 아래 살고 싶지 않았다.“아직 멀었어요.”강세헌은 뻔히 알고 있지만 굳이 까발릴 생각은 없었다.“연아 씨, 피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건 아니죠.”그녀는 모른 척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그래요, 치료 잘 받고.”강세헌이 일어섰다.책상 위에서 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시는 송연아의 모습은 여유가 흘러넘쳤다.마치 그가 가기만을 바랐던 것처럼 말이다.이 광경을 본 강세헌은 화가 발끈 났지만, 하필이면 다친 몸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연아 씨, 날 자꾸 도발하지 마요. 조만간 배로 갚아줄 테니까!”송연아는 콧방귀를 뀌었다.강세헌이 병실을 나서자마자 코너에 숨어 있던 최지현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그동안 최지현은 휴가를 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강세헌과 화해할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고, 또한 받아들이기 싫었다.그제야 마음을 정리하고 오늘 다시 출근했더니 마침 병원에서
그녀는 최지현이 강세헌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그래서 일부러 강세헌을 언급해서 열 받게 했다.아니나 다를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를 꾹꾹 눌러 담았던 최지현이 더는 못 참고 목을 조르기 위해 그녀를 덮치려고 했다.“남의 자리를 빼앗은 년아! 죽어버려! 너만 사라지면 강세헌은 내 거야!”송연아는 단지 그녀를 골탕 먹이려고 했을 뿐 몸싸움할 생각은 없었고, 더욱이 그럴 만한 컨디션도 아니었다.“강세헌이 최닥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된다면 과연 좋아할까? 남자는 여성스러운 사람을 좋아하지, 무지막지한 여자는 관심이 없다고.”그녀의 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강세헌 앞에서 최지현은 자기 이미지를 꽤 많이 신경 썼다.“사모님!”오은화는 식사를 챙겨주러 왔다가 송연아에게 손을 대려는 최지현을 보자 도시락을 내려놓고 뒤로 끌어내더니 엄한 목소리로 호통쳤다.“이분이 누군지 알아요? 어디서 감히 무례하게 구는 거죠? 우리 도련님한테 확 얘기해버립니다? 모든 책임은 본인이 감당해야 할 거예요!”송연아의 편을 들어주는 오은화를 보자 최지현은 안색이 돌변했다. 송연아만 아니었다면 그녀가 사모님이라고 불렸을 텐데.이 모든 건 자신이 누려야 할 영광이지만, 전부 송연아에게 빼앗기고 말았다.어쨌거나 강세헌은 그날 밤의 여자가 그녀라고 믿었기 때문이다.“송연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최지현은 또다시 독설을 퍼부었다.송연아의 얼굴도 싸늘하게 굳었다.최지현이 양수를 터뜨리지만 않았더라면 이미 하늘나라로 간 아이는 아마도 다른 아이와 마찬가지로 의지가 강하고 용감해서 고작 별거 아닌 상처에 목숨 잃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녀가 유산한 이유는 양수를 터뜨리는 과정에 태아까지 건드렸기 때문이다.“피차일반이야.”물론 송연아도 그녀를 가만둘 생각이 없었다.최지현이 떠나고 나서 오은화가 잽싸게 다가가 확인했다.“사모님, 다친 곳은 없어요?”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오은화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무슨 사람이 저래요? 교양을 밥 말아 먹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