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1581 - Chapter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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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1화

“저는 이 아이의 둘째 삼촌입니다!”체육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무릎을 굽혀 부드럽게 최가원에게 물었다.“가원아, 이 사람 알아?”최군성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불만스럽게 말했다.“아니, 선생님! 저를 못 믿으시겠단 건가요?”“정말 죄송합니다.”체육 선생님은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건 유치원 규정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저희는 모든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거든요. 평소에 가원이는 보모나 경호원, 때론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데리러 오셨죠. 가끔은 지용 삼촌이나 인서 이모도 오셨는데, 둘째 삼촌이라는 분은 없었던 것 같아서요... 그래서 다시 확인한 겁니다. 아이를 모르는 분께 맡길 순 없잖아요.”최군성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최군성이 유치원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약 ‘경쟁자’를 확인할 일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가원아, 이 사람 알아?”체육 선생님은 다시 물었다.최군성은 조카에게 눈짓을 보내며 도움을 요청했다.하지만 최가원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최군성은 조카를 놀리듯 평소처럼 귀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면서 목을 조르는 시늉을 했다.평소에도 삼촌과 조카는 이런 유치한 장난으로 서로를 놀리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서로 장난감을 뺏거나 간식을 두고 자주 다퉜다. 심지어 그림 도구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서로 몸싸움까지 하는 모습은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최가원은 늘 삼촌에게 밀려 속상해하며 발을 동동 굴렀었다.오늘, 드디어 복수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최가원은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럽게 미소 짓더니 천천히 말했다.“모르는 사람이에요!”“뭐?”최군성은 당황한 나머지 거의 뛰어오를 뻔했다.“이 꼬맹아!”최군성은 조카의 머리끈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체육 선생님은 아이를 납치하려는 줄로 오해해 재빨리 최군성의 손목을 붙잡아 힘껏 비틀었다.“아!”최군성은 고통을 느끼며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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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2화

그때, 배윤아가 멀리서 허둥지둥 달려왔다.“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배윤아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검은 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가원아, 정말 미안해! 정신없이 그림을 그리다가 시간을 놓쳐버렸어... 그래서 이제야 오게 됐어. 나 용서해줄 수 있을까?”배윤아는 숨을 헐떡이며 허겁지겁 사과했다. 손끝에 묻은 물감 자국도 미처 닦아내지 못한 모습이었다.하지만 최가원은 환하게 웃으며 작은 새처럼 배윤아의 품에 뛰어들었다.최군성도 배윤아 옆으로 다가가며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가원아.”체육 선생님이 배윤아를 가리키며 물었다.“이분도 네 가족이니?”“네!”최가원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배윤아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고 무심결에 최군성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그 순간, 최가원은 갑자기 중요한 사실을 떠올렸다. 윤아 이모를 오게 한 이유가 선생님에게 소개해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최가원은 둘째 삼촌이 더 좋았다.평소 삼촌이 자신을 자주 놀리곤 했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든든히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었다.최가원은 작은 이마를 찌푸리며 잠시 고민하다 부모님의 말씀을 어기고 체육 선생님에게 이모를 소개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체육 선생님은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둘째 삼촌만큼은 절대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최가원은 한 손으로 최군성의 손을, 다른 손으로 배윤아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고는 뽐내듯 고개를 들고 귀여운 목소리로 외쳤다.“선생님, 잘 보세요! 이쪽은 우리 둘째 삼촌이고요, 이쪽은... 우리 둘째 이모예요! 앞으로 둘이 저를 자주 데리러 올 거예요!”체육 선생님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하지만 최군성과 배윤아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고 얼굴은 동시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애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네?”최가원은 어리둥절했다.두 사람은 말투부터 표정까지 완벽히 똑같았다.“그만하고 빨리 집에 가자!”최군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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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3화

결정적인 순간에 배윤아가 나서서 둘 사이를 중재했다.“뭐 어때? 가원이가 그렇게 타고 싶다잖아. 그냥 타게 하자!”배윤아는 웃으며 가방에서 미리 준비해 온 작은 바지를 꺼냈다.“이것 봐, 역시 소아는 다 알고 있었어. 자기 딸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나한테 바지를 챙겨가라고 한 거였어!”최가원은 기뻐하며 환하게 웃었다. 최가원은 배윤아와 함께 여자 화장실로 향했고 잠시 후 당당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뛰어나왔다. 즐겁게 말을 타며 음악에 맞춰 손을 흔들고 흥겨운 몸짓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삼촌! 나중에는 진짜 말을 타보고 싶어요!”“그래, 그래!”최군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른 집 공주님들은 다 얌전하고 우아하던데, 넌 정말...”“저 공주라고 부르는 거 싫어요! 앞으로는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그럼, 뭐라고 불러줄까?”“음... 여자 전사로 불러주세요!”최군성과 배윤아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참을 웃었다.이 성격으로 보아 정말 친할머니를 쏙 빼닮았다.보아하니 가원이는 앞으로도 여리고 약한 소녀보다는 할머니처럼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멋진 여성이 될 것 같았다.회전목마를 다 타고 난 뒤, 최가원은 큰 아이스크림콘을 사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최군성과 배윤아는 최가원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세 사람은 놀이공원 속 조용한 숲길을 따라 산책하며 햇볕을 만끽하고 있었다.“여기 정말 예쁘다!”배윤아는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작은 자갈이 깔린 길은 운치가 있었고 작은 숲에는 오동나무와 은행나무가 가득했다. 가을이 되면 황금빛으로 물드는 곳이었다.“그러게. 좋은 곳이긴 한데 운영이 예전 같지는 않네.”최군성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시설이 낡고 첨단 기술도 없는 걸 보면 오래 유지되긴 힘들겠네.”“그건 몰라!”배윤아가 최군성을 쳐다보며 말했다.“보기엔 이 놀이공원, 만화적인 매력이 있어. 그렇지 않아?”“음, 확실히 그렇네.”최군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만약 만화 영화의 촬영지로 쓰인다면 정말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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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4화

최가원은 겁먹은 듯 남자를 올려다보았다.작은 머릿속이 순식간에 수많은 질문으로 가득 찼다. 엄마가 항상 예의를 지키라고 했으니, 이분을 ‘아저씨'라고 불러야 할까?하지만 나이가 삼촌보다 훨씬 많아 보이는데... 그러면 ‘할아버지’라고 해야 하나?내가 먹던 아이스크림이 이 남자의 외투에 잔뜩 묻었는데, 먼저 사과를 해야 하는 걸까?이건 내가 좋아하는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이고 아직 몇 입 먹지도 못했는데...“꼬마야.”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마치 첼로 소리처럼 깊었다.“네가 최가원이지?”최가원은 깜짝 놀라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남자는 신비로운 미소를 띠며 자신의 외투에 묻은 아이스크림 자국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그때, 뒤에서 다급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원아! 괜찮아?”최군성과 배윤아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두 사람은 가원이가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한 뒤, 남자의 검은 외투에 묻은 하얀 아이스크림을 발견했다.“정말 죄송합니다!”최군성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옷을 더럽혔네요. 혹시 연락처를 남겨 주시면 제가 새 옷을 사서 보내드리겠습니다.”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깊은 눈빛은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했다.최군성은 남자를 자세히 살폈다.비록 중년이지만 여전히 강인한 체격과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있었지만 그만큼 중후한 매력이 풍겨 나왔다.최군성은 만화가로서 젊고 화려한 미소년들만 그려왔고 이런 중년 멋쟁이 스타일은 늘 시도하고 싶었었다. 하지만 늘 도전하지 못했었다.이 멋진 중년 남자는 계속해서 최가원만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아까 물었던 질문, 내가 맞췄지?”최가원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속으로 생각했다.삼촌도 이 남자를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그런데 이 이상한 아저씨는 가원이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엄마는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고 항상 조심하라고 했다.최가원은 턱을 당당히 들어 올리고 힘 있는 목소리로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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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5화

최군형은 다가가 동생의 뒤통수를 가볍게 튕겼다. 손끝에서 딱 소리가 났다.“아야!”최군성은 고통스러워하며 소리쳤다. 그러나 눈과 손은 여전히 휴대전화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형, 너무한 거 아니야? 이렇게 때려서 내 머리가 망가지면 나중에 형이 내 인생 책임질 거야?”“나중에 배씨 가문이 널 책임질 거야. 난 그럴 능력 없어.”“뭐라고?”그때 최군성의 표정이 바뀌더니 갑자기 낮게 소리치며 소파를 주먹으로 쳤다.게임 클리어를 바로 앞두고 실패한 것이었다.“게임만 하지 말고.”최군형은 동생 옆에 앉으며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오늘 내내 배윤아랑 같이 다니면서 어떻게 됐어? 내 딸을 이렇게 피곤하게 해놓고 아무 성과도 없었다고 하면 안 된다?”“그게...”최군성은 머뭇거리며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2년 전까지만 해도 최군성은 과거의 상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신하고 있었다. 마음은 완전히 정리됐고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일 용기도 생겼다. 그런데 문제는, 배윤아가 여전히 자신을 받아들일 마음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지금 두 사람은 함께 일하며 훌륭한 파트너로서 호흡을 맞췄지만 그림을 제외한 사적인 대화는 거의 나누지 않았다.“군성아? 대답 좀 해!”최군형은 미간을 찡그리고 동생의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내가 물어보잖아, 또 딴생각해?”최군성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급히 화제를 돌렸다.“아, 맞다! 형, 오늘 놀이공원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났어.”“뭐?”최군성은 놀이공장에서 만났던 중년 남자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했다.“그 사람이 가원이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더라고. 형, 요즘 가원이를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아. 혹시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해!”최군형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최가원이 태어난 이후, 최군형과 강소아는 딸을 철저히 보호하며 키웠다.다른 가정에서는 아이를 재산처럼 여겨 어린 나이에 각종 방송이나 행사에 데리고 나가기도 했다. 심지어 몇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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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6화

최군성은 머리를 감싸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단지 배윤아에게 작은 깜짝선물하고 싶었을 뿐인데 프로젝트 하나가 이렇게 복잡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리고 몇 가지 미리 얘기해 둘게.”최군형은 일에 있어서 늘 진지했다. 최군형은 신중하고 단호한 태도로 최군성을 대했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 지도를 띄우고 멍하니 있는 최군성을 억지로 끌어다 컴퓨터 화면 앞으로 앉혔다.“이것 봐... 지리적으로 보면, 그 놀이공원은 신도시와 구도시 경계에 위치해 있어. 위치상 큰 장점은 없지. 요즘 교통이 발달해서 놀이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교외의 대형 놀이공원을 떠올릴 거야. 굳이 교외로 나가기 싫은 사람들은 도심 내 교통이 편리하고 시설이 잘 갖춰진 놀이공원에 가겠지. 그런 놀이공원도 소비자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고 있어. 그리고 소비자 심리로 말하자면...”최군형의 설명은 끝도 없이 이어졌고 최군성은 졸음이 밀려오는 것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감기는 눈꺼풀과 싸우며 최군형의 말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한참 후에야 그토록 기다리던 마지막 문장이 들려왔다.“그래서 나는 이 프로젝트는 수익성이 없다고 생각해. 이해했어?”“아... 뭐?”멍해 있던 최군성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형, 꼭 수익성이 있어야 해?”“그럼, 우리가 자선 사업이라도 하냐?”최군형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자선 사업이라면 굳이 이런 프로젝트를 할 필요가 없어. 사회적 이미지를 높이고 싶다면 우리 입장에서 놀이공원을 고치는 건 적합하지 않거든.”“형, 나를 좀 응원해 주면 안 돼? 나한테 선물해 주면 안 되냐고!”최군형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동생의 맑은 눈에는 순수한 결의가 가득했다.“군성아, 이제는 철 좀 들어야지.”최군형은 최군성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남자답게 행동할 수는 없어? 맨날 애처럼 굴지 말고.”“형 나 무시하는 거지!”최군형은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대답했다.“맞아.”최군성은 화가 나서 거의 소파에서 뛰어오를 뻔했다.하지만 최군성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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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7화

최가원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남자를 쳐다보았지만 남자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남겼다.가을의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바람에 휘날리는 오동나무 잎은 황금빛으로 반짝였다.석양은 남자의 등 뒤로 부드럽게 내려앉았지만, 그를 감싸는 황금빛은 묘하게 차가운 기운을 풍기며 쉽게 접근할 수 없을 듯한 신비로운 아우라를 뿜어냈다.“가원 아가씨, 이제 집에 가요.”보모가 최가원의 작은 손을 잡았다.“저 아저씨, 누군지 알아요?”최가원이 얼굴을 들어 물었다.보모는 고개를 저었다. 이 남자가 주는 강한 기운은 그저 무서움만 자아냈다.“이제 그만 가자, 여기 너무 외진 곳이니까 앞으로 이런 데는 오지 말아요.”최가원은 보모의 손을 잡고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차에 올랐다. 떠나기 직전, 최가원은 무의식적으로 남자가 사라진 방향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흩어진 몇몇 관광객들만 보일 뿐, 남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최씨 가문의 놀이공원 개조 프로젝트는 회사 이사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고 있었다.몇몇 이사들은 이 기회를 잡아 최군성의 환심을 사려는 듯,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한다며 떠밀었다. 작은 액수라 크게 상관없다고 했다.하지만 대부분의 이사는 이 프로젝트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최씨 가문의 이미지와도 직결된다고 주장했다.최씨 가문은 이런 작은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과거에 했던 공익 프로젝트들은 대개 병원, 요양원, 복지시설 등 규모가 크고 공적인 성격이 짙은 것들이었다.이런 오래된 놀이공원 프로젝트는 노력과 시간을 들일 만한 가치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더욱이, 만약 놀이공원 개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흥행에 실패한다면 회사의 명성이 손상될 수도 있었다.최군형은 업무에 있어 늘 가족보다는 이성을 우선시했지만 이번만큼은 동생을 위해 뭔가 해주고 싶었다.“놀이공원 개조 프로젝트는 결국 이사회에서 승인받지 못했어.”최군형의 말에 최군성은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소파에 늘어졌다.“하지만...”최군형은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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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8화

임우정은 고개를 저었다.임지강과의 연락은 뜸했지만, 어린 시절 동생이 보여줬던 따뜻한 배려는 여전히 기억 속에 선명했다.대학 시절, 아직 초등학생이었던 임지강이 집안 돈을 몰래 훔쳐 홀로 강주까지 찾아온 적이 있었다. 육경섭이 감옥에 있을 때, 임지강은 누나가 힘들어할까 봐 자주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어린 소년의 마음은 철없지만 순수했다. 힘든 시절, 임지강은 누나에게 가족의 따뜻함을 다시 느끼게 해준 유일한 존재였다.그 후로도 임우정은 종종 운성시로 가 임지강을 만나곤 했다. 운성시의 가장 유명한 먹거리 골목에는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임지강이 성장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연락은 점점 끊어졌다.임우정은 단지 소문으로만 임지강의 소식을 들을 뿐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임지강은 가족 내 갈등에 휘말렸고 집안에서 가장 자격이 없다는 평가를 받던 그가 어린 나이에 가족 내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것이었다.임지강은 치밀한 계획과 과감한 수단으로 냉혹한 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가 결단을 내릴 때는 인정사정 볼 것 없었고 가족 중 많은 이들이 그를 피해 떠났으며 현재 운성시에서는 그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하지만 누나인 임우정에게만큼은 여전히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많지 않은 연락 속에서도 그는 늘 임우정를 챙겼고 특히 임우정이 어린 딸 소유를 잃었던 시기에는 비밀리에 사람을 보내 소유를 찾으려 노력했다.“아마도 나쁜 의도는 없을 거야.”임우정은 자기 자신을 달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임지강은 계속 운성시에 머물렀기에 오성과 원한 같은 건 없을 거야. 단지 투자 목적으로 온 걸지도 모르지.”“그랬으면 좋겠네요.”강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카페의 작은 정원은 손님들로 북적거렸고 멀리서 한 사람이 이쪽을 조용히 바라보며 복잡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한편, 놀이공원 개조 프로젝트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 속도는 심지어 최군형마저도 놀랄 정도였다.하지만 최군성은 내내 한숨만 쉬었다. 배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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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9화

놀이공원 개조 완공을 축하하기 위한 연회에서 임우정은 오랜만에 동생 임지강과 마주쳤다.임지강의 모습을 본 순간, 임우정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임지강은 이제 더 이상 기억 속의 그 순수하고 밝은 소년이 아니었다.세월은 그의 모습에 성숙함과 여유를 덧입혔지만, 동시에 그의 눈가에는 차가운 빛을 남겼다. 강렬한 카리스마는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임지강은 천천히 다가와 임우정을 오래도록 응시한 뒤,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서연 누나 맞죠?”임지강의 시선이 천천히 임우정 옆에 선 강서연으로 옮겨갔다.“젊었을 때와 똑같으시네요. 하나도 변하지 않으신 것 같아요!”“말을 참 예쁘게도 하네.”강서연은 부드러운 미소로 답했다.“세월이 흘러 나는 이제 손녀까지 있는 할머니야. 어떻게 예전과 같을 수 있겠어?”“누나들이야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군중 속에서 가장 빛나시죠.”강서연은 몇 마디 주고받고는 자리를 떠났다.임우정은 동생의 눈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스쳐 갔다. 바뀐 것이 많았지만, 어쩐지 바뀌지 않은 것도 많았다. 임우정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잠시 침묵했다.임지강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말을 꺼냈다. 개조된 놀이공원의 모습을 대형 스크린에 띄워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이곳은 아이들에게 정말 인기가 많을 거예요.”임지강이 말을 이어갔다.“보아하니 가원이도 아주 좋아하더라고요.”“가원이한테 들었어.”임우정은 미소를 지었다.“솜사탕처럼 꾸며달라고 했더니 정말 그렇게 만들었더라고. 너무 맞춰주는 거 아니야?”“그 아이는 누나의 외손녀일 뿐 아니라 우리 임씨 가문의 소중한 아이이기도 하죠. 그러니 당연히 예뻐할 수밖에요.”“지강아...”임우정은 무거운 숨을 내쉬며 말을 삼켰다.임우정은 임지강이 이번에 돌아온 이유가 단순한 투자만은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임우정이 두려워하던 일이 곧 현실이 될 것 같았다.“누나, 돌려 말하지 않을게요.”임지강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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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0화

임우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경계 어린 눈빛으로 임지강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임지강의 시선은 최가원에게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임지강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미소 아래에는 알 수 없는 파동이 흐르고 있었다.강서연은 임우정을 흘끗 바라보며 차가운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감쌌다.“우정 언니.”강서연은 임지강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다.“어쨌든 두 사람은 결국 가족이잖아요. 저 아직도 기억해요. 지강이가 어렸을 때, 집안 돈을 몰래 훔쳐서 기차를 타고 강주까지 언니를 보러 왔던 거요. 그때 강주엔 첫눈이 내렸고 지강이는 얇은 옷만 입고 기차역에서 벌벌 떨다가 길 잃은 아이로 오해받아 복지시설로 보내졌었죠.”“언니랑 지강이의 사이는 피보다 진한 정이 있잖아요. 저는 지강이가 진짜 무슨 일을 저리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임지강은 강서연을 스쳐 지나가는 눈길로 흘깃 보았다.“하지만.”강서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사람은 누구나 변하잖아요.”“임지강, 변하는 건 너뿐만이 아니야. 우정 언니도 변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도 있지만, ‘대의를 위해 가족을 벌한다'는 말도 있어.”“육씨 가문이 어떤 세력인지 운성시에서도 소문은 익히 들었겠지? 그리고 우리 최씨 가문은...”강서연은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돌렸다.“됐어, 이런 얘기. 오늘 같은 날에는 의미 없지. 오늘은 네 놀이공원 프로젝트 성공을 축하하러 온 날이니까, 즐겁게 보내야지!”임지강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 속 어두운 기운은 점점 짙어졌다.“서연 누나는 여전하네요. 말솜씨가 정말 대단하세요.”“전 같지 않아.”강서연은 깊은 뜻을 담은 눈빛으로 임지강을 바라보며 말했다.“사람은 누구나 변하니까.”임지강은 잔을 들어 술을 삼켰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뜨거운 느낌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그 사람도... 많이 변했겠지?임지강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 채 연회장을 천천히 걸어 나갔다. 바깥에는 서리 같은 달빛이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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