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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6화

작가: 빛나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30 18:00:00
최군성은 머리를 감싸 쥐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지 배윤아에게 작은 깜짝선물하고 싶었을 뿐인데 프로젝트 하나가 이렇게 복잡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몇 가지 미리 얘기해 둘게.”

최군형은 일에 있어서 늘 진지했다. 최군형은 신중하고 단호한 태도로 최군성을 대했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 지도를 띄우고 멍하니 있는 최군성을 억지로 끌어다 컴퓨터 화면 앞으로 앉혔다.

“이것 봐... 지리적으로 보면, 그 놀이공원은 신도시와 구도시 경계에 위치해 있어. 위치상 큰 장점은 없지. 요즘 교통이 발달해서 놀이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교외의 대형 놀이공원을 떠올릴 거야. 굳이 교외로 나가기 싫은 사람들은 도심 내 교통이 편리하고 시설이 잘 갖춰진 놀이공원에 가겠지. 그런 놀이공원도 소비자 수요를 충분히 충족하고 있어. 그리고 소비자 심리로 말하자면...”

최군형의 설명은 끝도 없이 이어졌고 최군성은 졸음이 밀려오는 것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감기는 눈꺼풀과 싸우며 최군형의 말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후에야 그토록 기다리던 마지막 문장이 들려왔다.

“그래서 나는 이 프로젝트는 수익성이 없다고 생각해. 이해했어?”

“아... 뭐?”

멍해 있던 최군성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형, 꼭 수익성이 있어야 해?”

“그럼, 우리가 자선 사업이라도 하냐?”

최군형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자선 사업이라면 굳이 이런 프로젝트를 할 필요가 없어. 사회적 이미지를 높이고 싶다면 우리 입장에서 놀이공원을 고치는 건 적합하지 않거든.”

“형, 나를 좀 응원해 주면 안 돼? 나한테 선물해 주면 안 되냐고!”

최군형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동생의 맑은 눈에는 순수한 결의가 가득했다.

“군성아, 이제는 철 좀 들어야지.”

최군형은 최군성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남자답게 행동할 수는 없어? 맨날 애처럼 굴지 말고.”

“형 나 무시하는 거지!”

최군형은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대답했다.

“맞아.”

최군성은 화가 나서 거의 소파에서 뛰어오를 뻔했다.

하지만 최군성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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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채 국수에서 따뜻하고 고소한 향이 은은히 퍼져 나왔다. 송윤지가 직접 만든 음식이었다.임지강이 젓가락을 들려던 순간, 상처가 벌어져 거즈에 붉은 피가 스며들었다.송윤지는 다급히 임지강을 눕히고 상처를 다시 붕대로 감쌌다.손을 움직일 수 없었기에 송윤지는 조심스럽게 국수를 집어 그의 입가로 가져갔다.“저기...”임지강은 조금 당황했다. 자신이 우스워졌다. 이 나이에 송윤지 앞에서 아직도 첫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굼뜨고 서툴다니.“다치셨잖아요. 움직이지 마세요.”송윤지의 눈빛에는 맑음과 단호함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제가 먹여드릴게요.”임지강은 거절하지 못했다. 아니, 거절할 마음조차 없었다.송윤지가 건네준 국수를 한입 먹었다. 익숙한 맛이 혀끝에 번지자, 알 수 없는 감정이 그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저기.”임지강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까 그 두 사람, 뭐 하는 사람인지 알아요?”송윤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송윤지는 몰랐다. 사실, 임지강은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여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요. 이사를 가는 게 좋겠어요.”임지강은 깊은 걱정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사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송윤지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게다가 제 월급으론 여기서 더 좋은 데로 갈 수가 없어요.”“하지만 송윤지 씨는 배현진의 약혼녀잖아요.”임지강은 의아해했다.“배현진은 배씨 가문의 후계자인데 이런 문제에서 당신을 방치할 리가 없잖아요?”송윤지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웃었다.송윤지는 슬며시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위험한 순간, 배현진에게 음성 전화를 걸었지만, 배현진은 끝내 받지 않았다. 아마 시차 때문에 바빴겠지. 하지만 얼마나 바쁘길래 전화 한 통 받을 시간도 없었던 걸까?송윤지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배현진과의 관계를 떠올려 보니, 약혼할 사이가 맞는지 의문이었다. 처음 배씨 가문이 송윤지와 배현진의 관계를 받아들인 것도 아마 대부분 임우정의 영향 덕분일 것이다.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06화

    송윤지는 또다시 미행당하는 것을 느끼고 급히 배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배현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송윤지의 심장은 터질 듯 요동쳤고 발걸음은 점점 더 빨라졌다.오늘은 사람이 많은 대로를 골라 걸었다. 전처럼 외진 골목은 아니었지만 그런데도 뒤따라오는 사람은 계속 송윤지를 쫓아왔다. 송윤지는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보통 이런 길목에는 경찰차가 순찰하곤 했으니, 경찰차를 발견하면 바로 뛰어가 도움을 요청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하지만 아직 경찰차를 발견하기도 전에 송윤지는 미행자가 한 명 더 늘어난 것을 알아챘다.물론 두려웠지만 송윤지는 지난번처럼 당황하지 않았다. 배현진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송윤지는 더 이상 전화를 걸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멀리 떨어져 있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송윤지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드디어 눈앞에 나타났다. 송윤지는 곧장 뛰어 들어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뒤따라오던 두 남자가 송윤지를 앞질러 가로막았다. 송윤지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얼굴에는 음흉한 미소가 번졌고 눈빛에는 악의가 서려 있었다.“송윤지?”한 남자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형부가 돈을 못 갚았으니 널 데려가는 수밖에 없겠네!”그 말과 함께 그들은 송윤지에게 다가와 손을 뻗었다.송윤지는 온 힘을 다해 몸을 비틀며 저항했다. 도움을 요청하려고 아파트 경비를 향해 외치려 했지만, 다른 한 남자가 송윤지의 입과 코를 거칠게 틀어막았다.송윤지는 어지러움과 구역질에 휩싸였지만 이를 악물고 숨을 참으며 필사적으로 버텼다.바로 그때였다. 남자들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왔고 송윤지를 누르던 힘이 갑자기 사라졌다.송윤지는 균형을 잃고 앞으로 휘청거리다가 곧 누군가의 품에 안겼다.송윤지는 멍한 상태로 고개를 들었다. 마주한 건 임지강의 든든하면서도 따뜻한 눈빛이었다.“무서워하지 마요.”임지강은 한 팔을 들어 송윤지를 단단히 지키며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있잖아요.”송윤지는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에 휩싸였다.송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05화

    임지강은 송윤지의 전화를 받자마자 서둘러 국제 유치원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임지강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최가원의 첫 번째 보호자는 최군형과 강소아인데, 그들이 바쁘다고 해도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모두 있는데, 어째서 자신, 외종할아버지의 차례까지 넘어온 걸까?그럼에도 임지강은 곧바로 유치원으로 향했다. 아마도 감정 이입 때문일 것이다. 요즘 최가원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 아이가 자신이 만나지 못한 자식처럼 느껴져 더욱 애틋해졌다.임지강은 유치원 보건실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누워 있는 최가원을 발견했다.“가원아, 너...”최가원은 임지강을 한 번 보고 커다란 눈을 깜박였다.임지강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꼬맹이는 얼굴이 발그레하고 표정도 태연한 걸 보니 전혀 아픈 기색이 없었다.“어디가 아파?”임지강이 최가원의 작은 손을 잡으며 물었다.최가원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임지강을 살짝 꼬집으며 입술을 꼭 다물었다.하지만 곧 최가원은 힘없는 표정을 지으며 아픈 척하기 시작했다.“할아버지... 배가... 아파요.”“그래...”임지강은 상황을 대충 파악하고 최가원을 안아 유치원을 나가려던 찰나, 송윤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임 대표님, 오셨군요!”송윤지는 몇 장의 검사 결과지와 약 한 상자를 들고 있었다.“방금 가원이를 검진했는데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어요. 다만, 안전을 위해 약을 처방했으니, 집에 가서 복용하게 하고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요.”“감사합니다, 송 선생님.”임지강은 송윤지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며 약을 건네받았다. 하지만 이제 확실히 알았다. 이 꼬마는 꾀병이 확실했다.하지만 양심은 있었는지 꾀병을 부리면서도 송 선생님을 만날 기회를 만들어준 셈이었다.임지강은 송윤지에게 인사하고 최가원을 안고 유치원을 나왔다.유치원 정문을 나서자, 최가원은 임지강의 품에서 벌떡 뛰어내렸다.“할아버지, 저 잘했죠?”작은 얼굴을 들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었다.임지강은 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04화

    송윤지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결혼?생각해 보니, 송윤지와 배현진은 처음 만날 때부터 결혼을 전제로 교제했던 것 같다.임우정이 소개한 관계이기도 했고 송윤지 자신도 조건이 나쁘지 않았으니 배씨 가문에서도 만족스러워하며 미래의 배씨 가문 며느리로 받아들였다.배현진 역시 부모님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배현진은 연애 경험이 없었고 송윤지는 기억을 잃은 후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잃어버린 기억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고 송윤지는 과거에 대해 알 방법이 없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된 것이다.배현진은 결혼 상대로 나쁘지 않았다. 그는 열심히 일했고 능력도 뛰어난 데다가 배씨 가문의 배경까지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잘생기기까지 했다.그런데도 송윤지는 늘 그와의 관계에서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다.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윤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때 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윤지야! 대답 좀 해! 무슨 일이야?”“아, 아무것도 아니야.”송윤지는 한숨을 가볍게 내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언니,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전화기 너머에서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한참 지나서야 송윤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난 네가 빨리 배씨 가문에 시집가서 배씨 가문의 보호를 받았으면 좋겠어.”송윤지는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직감했다.“언니, 설마 형부가 언니를 찾아왔어?”“더 이상 묻지 마...”“솔직히 말해봐!”결국 송윤희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그가 60억이 필요하대... 도박하다 고금리 대출까지 써서 총 60억이야! 저 천벌 받을 놈이!”송윤지의 가슴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었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언니, 60억이라고? 그 큰돈을 어떻게...”“그래, 도박하다가 돈을 잃고 고금리 대출까지 썼대.”“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단 침착해.”송윤지는 언니를 안심시키려 애쓰며 말했다.“내가 현진 씨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03화

    임지강은 매일 같은 시간에 유치원 정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겉으론 최가원을 데리러 온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단지 송윤지를 한 번 더 보기 위해서였다.임지강은 송윤지가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지어 보이는 맑고 순수한 웃음을 좋아했다.그 모습은 마치 송윤지가 과거 임지강과 함께 있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임지강은 종종 상상했다. 만약 두 사람의 아이가 아직 살아 있다면 지금쯤 이 유치원에서 뛰놀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때 자신이 조금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쯤 둘은 더 나은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의 임지강은 송윤지에게 다가갈 용기도 없었고 멀리서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할아버지! 할아버지!”맑고 명랑한 목소리가 임지강의 생각을 현실로 끌어냈다.그는 자신이 아이의 손을 잡고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가원은 반짝이는 눈으로 임지강을 올려다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할아버지, 우리 여기 오래 서 있었잖아요!”“아... 그렇구나.”임지강은 바짝 마른 입술을 핥으며 최가원의 손을 잡고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할아버지, 매일 이렇게 오는 거 힘들지 않아요?”“뭐?”최가원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혹시 송 선생님 좋아해요?”임지강은 그 말에 순간 멈칫하며 당황했다. 얼굴은 살짝 굳었고 본능적으로 목소리가 커졌다.“무슨 소리야! 이 꼬맹아,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흥!”최가원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어리다고 눈이 멀진 않았거든요! 할아버지, 송 선생님 볼 때마다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거 알아요? 할아버지만 몰라요!”“너...”임지강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내 눈 멀쩡하니까 신경 꺼!”최가원은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뒤에서 종종걸음으로 따라왔다.“할아버지! 할아버지!”“왜 또!”임지강은 짜증을 내듯 말했다.하지만 작은 손이 그의 손을 잡는 순간, 마음은 또 한없이 부드러워졌다.“할아버지.”최가원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이스크림 사주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02화

    “송윤지, 듣고 있어?”송윤지는 정신을 차렸다. 막 대답하려던 순간, 전화기 너머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진 씨, 아직도 여기서 커피 마시고 있어요?”“리사, 무슨 일이야?”“서류에 서명할 게 있어요!”배현진은 웃으며 대답했고 그 즉시 전화를 끊어버렸다.송윤지는 허탈한 마음에 가슴 한쪽이 텅 빈 듯했으며 심장은 빠르게 뛰고 답답함이 온몸을 휘감았다.송윤지는 본능적으로 의심하기 시작했다.저 여자는 누구일까? 왜 배현진은 저 여자의 말을 그렇게 잘 들을까? 어떻게 그 여자가 일하라고 부르자마자 바로 가버린 걸까?그들은 매일 같이 지내며 서로 다른 감정을 키워가고 있는 걸까?방금 배현진은 송윤지에게 인사 한마디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녀의 감정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 듯했다.송윤지는 침대 가장자리에 기대어 앉아 생각이 엉키기 시작했다. 그때 눈앞에 작은 딸기 곰 인형이 눈에 띄었다.참 아이러니했다. 약혼자인 배현진과 보낸 시간보다 이 작은 곰 인형과 함께한 시간이 더 길었다.송윤지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인형을 집어 들었다. 인형을 꼭 안고 침대에 누워 천천히 눈을 감았다....송윤희가 오성에 온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그동안 남편인 오강호는 송윤희를 찾지 않았고 전화 한 통도 없었다. 송윤희는 여전히 불안했지만, 적어도 폭력에 시달리지 않는 지금이 비교적 편안한 나날이었다.이날 아침, 송윤지는 출근했고 송윤희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코너에서 갑자기 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송윤희는 반응할 새도 없이 누군가에게 입과 코가 막힌 채 인적 없는 구석으로 끌려갔다.송윤희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고 가까스로 벗어나 마주한 것은 그녀가 평생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악마의 눈이었다.“오강호? 너...”“흥! 여보, 잘 지냈어?”오강호는 뻔뻔하게 웃으며 눈빛과 표정에 계산된 악의가 가득했다.오강호는 몰락한 모습 그대로였다. 더럽고 낡은 옷에 온몸에서는 악취가 났고 머리는 기름져 보였다.송윤희는 두려움에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01화

    임지강은 송윤지를 태운 채 차를 돌려 좁은 골목을 빠져나갔다.차 안은 충분히 따뜻했지만, 송윤지의 손은 여전히 차가웠고 몸도 떨고 있었다.임지강은 대화를 시도하며 송윤지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 긴장을 풀어주려 했다.“아, 집이 이 근처인가요?”“여기서 조금 더 가야 해요.”송윤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평소엔 이 길로 안 다녀요. 오늘은 퇴근이 좀 늦어서 여기로 가면 더 가까울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누군가가 따라올 줄은 몰랐어요...”“이런 어둡고 조용한 골목은 조심해야 해요.”“네...”송윤지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뭔가 떠올린 듯 고개를 들어 임지강을 바라보았다.“근데... 임 대표님, 여긴 어떻게 오신 거예요?”임지강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임지강은 자신이 송윤지를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사실 임지강은 최근 송윤지를 계속 몰래 따라다녔다. 혹시 집으로 가는 길에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돼서였다. 송윤지의 집은 중간 정도의 가격대인 아파트 단지에 있었고 시내 중심가라 주변은 늘 붐볐기에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오늘은 예외였다.임지강은 입술이 바짝 말랐고 대충 둘러댔다.“제 친구가 근처에서 작은 바를 운영해요. 제가 가서 좀 도와줬거든요. 술을 좀 많이 마셔서, 바람 쐬러 골목에 나갔는데... 우연히 송윤지 씨를 만난 거죠.”“술을 마셨어요?”송윤지는 눈을 크게 뜨고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차 안에서는 술 냄새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송윤지는 여전히 걱정하며 말했다.“술 마셨으면 운전하면 안 되죠!”“아, 뭐...”임지강은 자신이 벌인 거짓말이 허술하다는 걸 깨달았지만, 태연하게 계속 이어갔다.“아니에요. 제가 마신 게 아니라 친구가 마신 거예요. 그래서 친구랑 같이 바람 쐬러 간 거죠.”“그럼, 그 친구분은요?”“그게...”“친구를 골목에 혼자 두고 온 거예요?”“그러니까...”임지강은 더 이상 거짓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자신이 왜 이렇게 허둥대는지 이해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00화

    송윤지는 언니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이쪽에서 다가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임지강이었다.하지만 송윤지는 왜 언니 송윤희가 임지강을 보고 겁먹은 듯한 표정을 짓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송윤희는 본능적으로 송윤지를 뒤로 물리며 자신이 앞에 섰다.“언니, 왜 그래요?”송윤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임지강도 송윤희를 보고 시선이 약간 흔들렸다. 하지만 이전의 냉랭함과는 달랐다. 오히려 임지강의 눈빛에는 어딘가 간절한 느낌이 담겨 있었다.송윤희는 당황스러웠다.강렬하고 단호한 인상만 풍기던 임지강에게서 이런 간절한 눈빛을 본 건 처음이었다.“언니.”송윤지가 조용히 말했다.“이쪽은 임 대표님, 임지강 씨야. 우리 반 아이의 가족분이셔.”“아... 그래?”송윤희의 목소리가 떨렸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임 선생님은 아이가 있으신가 봐요? 그럼... 결혼하셨겠네요?”“그런 거 아니야.”송윤지가 설명했다.“이분은 아이의 외종할아버지셔.”“네, 맞습니다.”임지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결혼은 하지 않았습니다.”임지강은 단어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 말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송윤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송윤지는 임지강의 말에서 어떤 의미도 읽지 못했지만, 송윤희는 송윤지를 옆으로 끌고 가서 망설이며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윤지야, 너... 조심해.”송윤지는 송윤희가 남편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송윤지는 언니를 안심시키려 말했다.“걱정하지 마. 여긴 국제 유치원이야. 보안이 철저해서 형부가 여길 찾아와도 나를 어쩌지 못할 거야.”“내가 말하는 건 네 형부뿐만이 아니야. 그리고...”송윤희는 말끝을 흐렸다.송윤희는 몰래 고개를 돌려 멀리 서 있는 임지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송윤지의 손을 꼭 쥐었다.2년 전, 송윤지가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송윤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비록 나약한 성격이지만 모든 걸 걸고 동생을 지키고 싶었다.동생이 간신히 과거를 잊고 새 삶을 시작한 지금, 임지강이라는 남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99화

    이날은 송윤지가 처음으로 지각한 날이었다.송윤지는 허둥지둥 유치원 정문을 향해 달렸다. 평소 같았으면 경비 아저씨께 인사를 건넸겠지만, 오늘은 그럴 틈조차 없었다.전력으로 달려 출근 체크를 위해 지문을 찍었지만 이미 출근 시간이 1분 지나 있었다.송윤지는 몹시 아쉬웠다.단 1분의 지각으로 이번 달 개근 보너스를 놓치고 말았다.사무실로 돌아온 송윤지는 다른 선생님들이 수업 중이라 자리에 없음을 확인했다.오늘 오전에 마침 수업이 없었던 송윤지는 깊게 한숨을 쉬며 의자에 앉아 있었고 어젯밤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송윤지는 자신의 부주의함을 자책했다. 임지강의 차에서 잠들었던 것도 모자라 그렇게 오래 자다니... 눈을 떠보니 이미 아침이 밝아져 있었다.송윤지는 임지강의 외투에 싸여 있었고 차의 좌석은 어느새 평평하게 눕혀져 있었다. 임지강은 차 밖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새벽의 여명은 그의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한층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송윤지는 황급히 차에서 내려섰다. 전날의 드레스를 갈아입지도 못한 상태였다. 임지강은 송윤지를 근처에 있는 우성 호텔로 데려갔고 운전 중에 이미 송윤지가 갈아입을 방을 예약해 두었다.방 안에 들어가 보니 백화점 매니저가 여러 브랜드의 옷을 들고 송윤지를 기다리고 있었다.지금 송윤지가 입고 있는 옷은 바로 임지강이 골라준 크림색 투피스였다.세련된 샤넬풍의 디자인으로 단정하면서도 발랄했고 색상은 송윤지의 피부 톤과도 잘 어울렸다.그 옷은 마치 그녀를 위해 특별히 맞춘 듯 완벽하게 잘 맞았다.송윤지의 심장이 쿵쾅거렸다.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모습과 미소가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랐다.“송 선생님, 오셨군요?”원장이 문을 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하며 들어왔다.송윤지는 당황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출퇴근 기록을 확인해 보니 오늘 1분 지각하셨더군요.”원장은 부드럽게 말했다.“사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평소에 성실히 일하시고 헌신적으로 일해 주시는 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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