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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1화

작가: 빛나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31 18:00:00
송윤지의 눈빛은 여전히 맑았고 미소는 순수했다. 마치 5년 전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임지강을 향한 어떤 의지나 동경, 사랑, 그리고 미움마저도 비치지 않았다.

임지강의 가슴이 순간 날카롭게 찔렸다.

아저씨라고?

하지만 송윤지는 분명 예전에 임지강을 보고 조금도 늙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아저씨! 아저씨?”

송윤지는 임지강이 멍하니 있는 걸 보고 가만히 불렀다.

“아저씨, 무슨 일 있으세요?”

임지강은 정신을 차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미안하다는 뜻으로 송윤지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사고를 쳤네요. 이 곰돌이 인형을 들고 들어와 아이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했어요.”

“이 곰돌이 인형, 정말 귀엽네요.”

송윤지가 웃으며 말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저도 좋아해요!”

“정말요?”

임지강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가 이내 눈빛에 부드러운 빛이 맴돌았다.

이 곰돌이 인형은 5년 전 임지강이 송윤지에게 선물했던 것이었다.

송윤지는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좋아하신다면, 이 곰돌이 교실에 두고 계세요.”

임지강은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아이들과 함께 매일 볼 수 있잖아요.”

윤지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섦이 서서히 피어올랐다.

어딘가 익숙한 사람 같았지만 텅 빈 기억 속에서는 임지강에 대한 어떤 모습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저씨.”

송윤지가 작게 중얼거리며 물었다.

“전에 뵌 적 없었던 것 같은데... 누구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아이를 데리러 왔습니다.”

임지강은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때, 최가원이 방방 뛰며 달려와 다람쥐처럼 임지강의 다리에 매달렸다. 임지강은 최가원을 조심스럽게 안아 올리며 애정 어린 미소를 지었다.

“이제 하교 시간이네? 우리 이제 집에 갈까?”

“잠깐만요!”

교사로서의 책임감에 송윤지가 앞으로 나서며 임지강을 막아섰다.

“아저씨, 그냥 아이를 데리고 가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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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후면 생긴다고요?”송윤지는 놀란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송윤지는 이 아이가 어쩌면 이혼 가정에서 자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엄마가 말한 ‘며칠 후'란, 새아버지가 생긴다는 뜻으로 들렸다.송윤지는 마음이 조금 짠해졌다. 아이가 문득 왜 이렇게 조용하고 소심한지 알 것도 같았다. 입구에서부터 지금까지 말 한마디 없이 조용히 있는 모습이 왠지 더 안쓰럽게 느껴졌다.친아버지의 보호가 없는 환경 때문이겠지.이 생각에 송윤지는 아이를 향해 따뜻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 아이는 고개를 들어 송윤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아름다운 황금빛 눈동자는 깊고 맑았지만, 그 안에는 서늘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송윤지는 본능적으로 서늘한 기운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이런 눈빛이 어린아이에게서 나왔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송 선생님?”여자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리 아들, 정말 귀엽죠?”“아... 네.”송윤지는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정말 잘생겼고 귀여운 아이네요.”“제임스, 앞으로는 송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해!”아이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송윤지는 자신의 착각인지 몰라도 아이의 입가에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싸늘한 미소가 살짝 번졌던 것을 본 것 같았다.“사모님.”송윤지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혹시 연락처를 남겨주실 수 있을까요? 제임스에게 긴급 상황이 생기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물론이죠.”여자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송윤지가 그녀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묻자, 여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제 미래 남편의 성이 배 씨예요. 그러니 저를... 배 사모님이라고 부르시면 돼요.”“배 사모님?”송윤지는 순간 멍해졌다.뭔가 이상했다. 가슴 한가운데에 커다란 바위가 얹힌 듯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오성에만 수천만 명이 살고 있다. 배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어찌 한 명뿐이겠는가?그냥 우연의 일치겠지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24화

    “됐어, 그만해.”배현진은 얼굴을 찌푸렸다.하지만 여자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여전히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그 여자는 키가 크고 몸매가 뛰어났으며 한겨울임에도 검은 스타킹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짙은 화장과 물결치는 웨이브 헤어스타일은 마치 교활한 여우처럼 요염하고 도발적으로 보이게 했다.그리고 그녀가 배현진에게 몸을 기대자, 더욱 소녀 같은 매혹적인 분위기가 더해졌다.아마도 사랑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듯, 그녀는 더욱 대담해졌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배현진을 끌어안고 키스하려 했다.배현진은 그녀를 살짝 밀어냈다. 그의 표정은 다소 난처해 보였다.“곧 기회를 만들어서 집안에 솔직하게 이야기할게.”“당신 가족이 날 받아줄까?”“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분명히 받아들일 거야.”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차 키를 흔들어 보이고 차에 올라타더니 화려하게 떠났다.임지강은 멀리서 그 광경을 응시하며 눈빛이 서늘하게 얼어붙었다.틀림없이, 분명 그 차는 배씨 가문 소유의 차량이었다.배현진은 결혼 비용조차 나누려던 사람이 아닌가?그런 그가 자신의 차를 이렇게까지 내줄 수 있단 말인가?임지강은 계속 배현진을 지켜봤다. 배현진은 집으로 올라가지 않고 몇 통의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얼마 후 또 다른 차가 와서 배현진을 태워 갔다.임지강은 차가운 목소리로 휴대전화를 꺼내 지시를 내렸다.“배씨 가문의 도련님의 최근 소비 내역을 조사해 봐.”부하가 잠시 망설이며 물었다.“사장님, 그게...”“최근 석 달만 확인하면 돼.”임지강은 전화를 끊고는 급히 집으로 올라갔다.집에 도착한 임지강은 정성껏 연고를 송윤지의 화상 부위에 발라주었다. 그리고 흉터가 남을까 봐 걱정하며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송윤지는 웃으며 말했다.“이 정도 상처는 괜찮아요. 제가 직접 요리를 할 때도 종종 데이거든요. 제 경험으로 봤을 때, 이틀이나 삼일이면 나아요.”임지강의 가슴이 아려왔다.과거가 떠올랐다. 송윤지가 매일 집에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23화

    송윤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송윤지의 마음속에서 임지강은 이미 남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그리고 그를 향한 송윤지의 감정은 이미 친구 이상의 것으로 발전하고 있었다.임지강에게 느끼는 친숙함과 의존감은 마치 전생에서부터 이어져 온 듯한 기분이었다.“저를 친구로 생각한다면, 친구 사이에 서로 돕는 건 당연한 일이니, 부담 갖지 마세요.”임지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그래도 미안하다면... 다음에 저한테 밥 한 끼 사세요. 그러면 조금은 마음이 편하지 않겠어요?”...송윤지가 임지강을 집으로 초대한 날은 마침 입동이었다.송윤지는 샤브샤브를 준비했다. 이른 아침부터 생선, 새우, 소고기, 양고기와 신선한 채소, 버섯 등을 준비해 테이블을 진수성찬으로 채웠다.임지강은 와인 한 병을 들고 왔고 두 사람은 음식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뜨거운 샤브샤브에서 피어오르는 김처럼, 두 사람 사이에는 한겨울에도 따뜻하고 편안한 온기가 감돌았다.임지강이 송윤지에게 결혼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송윤지는 잠시 멈칫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왜요?”임지강은 조심스럽게 물었다.“두 분 사이에 의견이 맞지 않나요?”송윤지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그 사람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어떤 걸요?”그러나 송윤지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송윤지가 샤브샤브에 육수를 더하려고 주전자를 들다 냄비 가장자리에 손이 닿아 하얀 손등에 금세 물집이 생겼다.임지강은 깜짝 놀라 송윤지의 손을 잡고 즉시 부엌으로 데려갔다. 찬물로 손을 헹군 후,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손수건에 싸서 화상 부위에 대주었다.“어때요? 많이 아파요?”임지강은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다급했다.송윤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런 섬세한 배려와 따스함은 약혼자가 아닌, 단지 몇 달 전 알게 된 사람에게서 오는 것이었다.가끔 송윤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로 그와 알게 된 지 몇 달밖에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22화

    송윤지는 휴대전화를 꽉 쥔 채, 머릿속이 하얘졌다. 전화를 받을까 생각했지만, 막상 손가락이 수신 버튼 위에 닿자 망설이고 말았다.여자의 직감이 속삭였다. 소피아라는 사람과 배현진의 관계는 결코 평범하지 않을 거라고....그렇게 시간이 흘러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왔다.송윤지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했다. 때로는 길가의 꽃집에서 꽃 한 다발을 사 들고 오기도 했고 어쩌다 마음이 내키면 퇴근 후에 먹거리 골목에서 실컷 먹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소소한 물건을 사기도 했다.배현진은 여전히 바빴다. 너무 바빠서 송윤지를 만날 시간조차 없었고 만나더라도 겨우 얼굴만 보고 몇 마디 나누는 정도였다.게다가, 송윤지는 최근 그와 만날 때마다 전화가 울리는 일이 부쩍 잦아졌음을 느꼈다.마치 상대방이 그 시간에 맞춰 일부러 전화를 거는 것처럼 보였다. 배현진은 전화를 받을 때마다 송윤지를 피해 숨어서 받았고, 누구냐고 물으면 어물쩍 넘어가며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이 모든 게 송윤지에게 그날 전화 화면에 뜬 소피아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직감을 주었다.임지강은 가끔 유치원 앞에 나타나 최가원을 데리러 왔다며 송윤지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임지강은 자신을 억누르려 애썼지만, 오히려 그 억제는 더 드러나는 법이었다.그 사진은 여전히 임지강의 주머니에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송윤지에게 보여줘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임지강은 그저 송윤지가 행복하길 바랐다. 그런데, 자신이 송윤지에게 행복을 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그날, 유치원이 하교 후, 송윤지는 먼저 임지강에게 다가가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임지강은 최가원을 차에 태운 뒤, 부드러운 미소로 물었다.“무슨 일 있나요?”“네.”송윤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전화를 가리켰다.임지강이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하니 송윤지가 그에게 돈을 송금한 내역이 보였다.“이건...”“이번 달 월세예요.”송윤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벌써 한 달 동안 살았잖아요. 이 정도면 충분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21화

    “잠깐!”임지강이 마리를 붙잡았다.“말은 함부로 하지 마라!”마리는 곧 상황을 눈치채고 히죽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송윤지가 탈의실에서 걸어 나오는 순간, 마치 세상의 모든 빛이 그녀를 비추는 듯했다. 그 웨딩드레스는 눈부시게 빛났고 송윤지는 밤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우아하고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뽐냈다.이 긴소매 웨딩드레스는 전통적인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여 단순하면서도 품격 있었다. 특히 가슴 부분의 약간 비치는 레이스는 절묘하게 포인트를 주어 신부의 순수함과 더불어 은은한 매력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지강이 형님, 어때요?”마리는 자신의 작품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드레스는 얼마 전에 제가 막 디자인한 건데, 유럽의 몇몇 왕실에서도 이미 구매 문의를 한 드레스예요. 하지만 저는 말이죠, 모든 것이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웨딩드레스의 주인이라고 생각된다면, 저는 돈 한 푼 안 받고도 줄 수 있습니다. 이것 보세요.”마리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이 웨딩드레스는 스타일이 다소 보수적이긴 하지만, 송 아가씨의 기질에는 이런 은근하고 고요한 느낌이 딱 어울린다고 생각해요.”그러나 임지강은 송윤지에게 완전히 사로잡혀 마리의 말을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송윤지는 얼굴이 약간 붉어진 채 천천히 거울 앞으로 걸어가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이봐요, 지강이 형님!”마리는 손을 들어 임지강의 눈앞에서 흔들며 말했다.“평가를 좀 해보시죠!”“뭐?”임지강은 정신을 차리고 얼버무리듯 대답했다.“아, 예뻐. 정말 예뻐...”마리는 입을 삐죽 내밀며 어이없어했다. 하지만 곧 활짝 웃으며 송윤지에게 다가가 드레스의 치맛자락과 메이크업을 정돈해 주었다.임지강은 멍하니 송윤지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가가 뜨거워졌다.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그는 오래전 한 소녀를 떠올렸다.그 소녀는 임지강의 손을 잡고 웨딩드레스 매장 앞을 지나며 유리창 너머의 드레스를 부러운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소녀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녀는 착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20화

    임지강은 처음에는 거절하려 했지만, 입이 머리보다 빨랐다. 임지강은 바로 승낙해 버리고 말았다.“가원아,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러 가는 곳이 어디야?”“음...”최가원은 한참 고민하다가 대답했다.“남성이라는 곳이에요. 이름이 뭐더라... 아, 스튜디오였던 것 같아요!”임지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돌아온 뒤, 최가원이 어설프게 짜맞춘 주소를 토대로 검색해 본 끝에 정확한 위치를 찾아냈다. 그곳은 개인 고급 웨딩드레스 브랜드로 디자이너는 오성에서 최고로 손꼽히며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인물이었다.임지강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냉소적인 생각에 잠겼다. 이런 곳을 배현진이 직접 찾았을 리 없었다. 아마도 배윤아의 뜻에 따라 이곳으로 예약한 게 틀림없었다.생활비조차 반반 나누는 남자가 이런 고급스러운 장소에 돈을 쓸 리는 없어 보였다....주말에 남성에서.배현진과 송윤지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웨딩드레스 매장에 도착했다. 최가원은 화려한 드레스를 처음 본 터라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꼭 궁전에서 뛰노는 작은 토끼 같았다.수석 디자이너인 마리가 두 사람을 직접 맞이했다.“두 분, 오래 기다리셨죠?”화려한 꽃무늬 두건을 두르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독특한 스타일의 디자이너가 나타나자, 송윤지는 깜짝 놀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에헴! 저는 Mary... 아니, 마리입니다!”“제 이름의 ‘리’는 날카롭다는 뜻이지,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에요!”송윤지는 고개를 숙이고 겨우 웃음을 참았다. 배현진이 간단히 인사를 마친 뒤, 송윤지도 한 발짝 나서서 인사를 건넸다.마리는 송윤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분은 정말 제가 본 신부 중 가장 아름다운 신부예요! 좋아요, 우선 신부 화장을 먼저 시험해 봅시다. 신랑분은 서두르지 마시고 잠시 밖에서 대기해 주세요.”배현진은 이 모든 일이 자기와는 무관하다는 듯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을 본 송윤지는 웨딩드레스를 입으러 올 때만 해도 설렜던 마음이 한순간에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19화

    “원래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임우정이 웃으며 강소아를 끌어당겼다.“지강아, 잘 왔어. 오늘 점심은 집에서 먹고 가. 군형이랑 소아한테 기쁜 소식이 있거든!”“뭔데요?”“나, 곧 또 외할머니가 된다니까!”임지강은 순간 멍해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강소아는 얼굴이 붉어져서 최군형의 어깨에 기대어 다정한 모습으로 안겨 있었다.“소아가 또 임신했어요.”최군형은 환한 얼굴로 말했다.“지금 딱 석 달 됐어요. 상태도 안정적이고 특별히 힘든 것도 없어서 모든 게 좋아요!”“아, 축하해.”임지강은 축하의 말을 입에 올리면서도 속으로는 생각했다.정말이지...방금 매형과 누나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나온 것도 모자라, 이번엔 이 두 사람까지. 이 집안 사람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 외로운 싱글을 괴롭히려는 건가?“와! 할아버지다!”땀에 흠뻑 젖은 최가원이 신나게 마당에서 달려 들어왔다.손에는 장난감 총을 들고는 임지강을 향해 두 번 쏘는 척했다.임지강은 맞은 척하며 소파 위로 쓰러졌고 최가원과 장난을 주고받으며 한바탕 웃음소리를 터뜨렸다.“할아버지, 우리 마당에서 놀아요!”가원이는 임지강이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손을 잡아끌어 마당으로 데려갔다.임지강은 거실의 온갖 다정함이 가득한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오히려 기뻤다.마당에서 최가원은 깡충깡충 신나게 뛰어다녔다. 하지만 뒤따르던 임지강의 표정에는 어딘가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최가원이 임지강의 손을 잡아당기며 얼굴을 들어 물었다.“할아버지, 왜 저랑 안 놀아줘요?”“가원아, 우리 잠깐 앉아 있을까? 응?”“네!”최가원은 얌전히 임지강의 무릎 위에 앉았다.그리고 작은 손으로 그의 이마를 살짝 쓸어내렸다.임지강은 최가원의 행동에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너희 엄마 뱃속에 작은 아기가 있는 거 알고 있어?”“알아요!”“그럼 동생이 남자아이였으면 좋겠어, 아니면 여자아이였으면 좋겠어?”“음... 남자아이가 좋겠어요!”“왜?”“남자아이는 내가 때려도 되잖아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18화

    다음 날, 송윤지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임지강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송윤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임지강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그녀를 긴장하게 했다.“송윤지 씨?”임지강은 속에서 밀려오는 기쁨을 간신히 억누르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전화하셨어요?”“저... 언니 일에 대해서 들었어요.”송윤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임 대표님이 도와준 거 알아요. 정말 감사드립니다.”“아, 별거 아니에요.”임지강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조 회장이 예전에 우리 형부랑 좀 인연이 있었거든요. 이번에 형부 대신 옛정을 나눈 셈이죠.”“임 대표님, 제가 식사 대접해도 될까요?”송윤지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지난번처럼요. 집으로 오세요. 제가 요리를 준비할게요.”임지강은 심장이 터질 듯했다.너무 기뻐서 당장이라도 아무도 없는 곳으로 달려가 소리치고 싶었다. 송윤지의 초대에 바로 좋다고 대답하고 싶었고 그 말이 혀끝까지 올라왔지만, 그는 간신히 감정을 억누르고 마음을 진정시켰다.임지강은 감정을 숨기며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괜찮아요.”송윤지는 살짝 실망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말했다.“사실... 우리 언니가 초대하고 싶어 했어요. 임 대표님이 도와준 일에 정말 고마워하고 있어요. 빚 문제뿐만 아니라 이혼까지 도와주셨잖아요...”“정말 괜찮다니까요.”임지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제겐 별거 아닌 일이었어요. 너무 신경 쓰지 마요.”“임 대표님...”“미안하지만, 제가 지금 일이 좀 있어서, 이만 끊을게요.”전화가 끊기며 화면이 꺼지자, 송윤지의 눈빛도 함께 어두워졌다.임지강은 소파에 앉아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부하가 다가와 흔들어 깨우기 전까지 그는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듯했다.“이 서류, 서명하실 건가요?”“아...”임지강은 정신을 차리고 서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았다. 서명하려고 펜을 들었다. 그리고 서류의 엉뚱한 곳에 서명할 뻔했다.부하는 임지강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617화

    “윤지야.”배현진이 송윤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내 말 이해했어?”송윤지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송윤지는 배현진의 말을 이해했다.결혼 후에도 서로 독립적으로 생활하며, 각자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생활비도 나눠 부담하겠다는 의미였다. 또한, 가정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도와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돕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은 아니다.물론, 배씨 가문은 명문 가문으로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것이다.반면, 송윤지처럼 소박한 가정에서는 골치 아픈 일이 끊이지 않는다.“현진 씨.”송윤지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결혼 전에 계약서도 작성하자는 건 아니겠지?”“어떻게 알았어?”배현진의 눈이 반짝이며 웃음을 지었다.“송윤지, 네가 드디어 내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구나! 정말 너무 기뻐.”“그래... 그렇구나.”송윤지는 멍해졌다. 그저 배현진의 의도를 떠보려고 한 말이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긍정적인 대답을 듣게 되었다.“결혼 전 계약서는 반드시 작성해야 해.”배현진은 단호하게 말했다.“요즘 외국에서는 젊은 부부들이 거의 다 이렇게 한다고. 나는 해외에서 오래 살면서 이런 관념에 익숙해서 결혼 전 계약서 작성하는 건 좋은 거라고 생각해. 결혼 전에 모든 걸 명확히 해두면, 나중에 이혼하게 되더라도 불필요한 갈등이나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잖아. 그게 양쪽 모두에게 좋은 일이야.”“너...”송윤지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이혼까지 생각하고 결혼하는 거야?”배현진은 가볍게 웃었다.“그냥 대비하는 거야. 물론 아무도 이혼하려고 결혼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미리 준비해 두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해.”배현진이 덧붙였다.“나는 항상 미리 준비해 두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송윤지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이런 관계를 맺는 방식은 논리적으로는 틀릴 게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독립적이어야 하고 결혼한 후에도 경제적으로 각자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하지만...만약 두 사람이 서로에게 기대지 못하고 함께 고난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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