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강이 최가원에게 부탁하려던 일은 정말 사소한 거였다.“아주 간단한 부탁이야.” 임지강은 천진난만한 최가원을 보며 웃었다. “앞으로 외종할아버지가 매일 너를 데리러 올게.”“네?” 최가원은 영리한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그럼, 앞으로는 할아버지만 오는 거예요?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못 와요?”“웬만하면 그분들은 안 오는 게 좋겠지.” 임지강은 태연하게 핑계를 지어냈다.“생각해 봐. 너희 아빠, 엄마는 엄청 바빠. 너무 바빠서 널 데리러 오는 걸 잊어버릴 수도 있잖아. 할아버지, 할머니는 카페 운영하며 바쁘게 인생을 즐기고 있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임지강은 말끝을 흐리며 잠시 생각하다 머리를 긁적였다.“아무튼 다들 바쁘셔!”“그럼 외종할아버지는 안 바쁘세요?”“음...” 임지강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최가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대신 조건이 있어요.”“오? 뭔데?”“매일 맛있는 걸 사줘야 해요!”임지강은 웃음을 터뜨리며 손가락을 내밀어 최가원의 새끼손가락에 걸었다. 임지강은 최가원을 위해 다시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이번에는 바닐라를 두 배로 넣어 특별히 달콤하게 준비했다.“가원아,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그러니까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한테는 뭐라고 말할지 알지?”말하고 나서 임지강은 후회가 몰려왔다. 어린애에게 이런 걸 기대하다니!그러나 최가원은 가슴을 툭툭 치며 모든 걸 이해했단 듯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한테는 절대 비밀로 할게요! 우리 유치원 통학 버스가 좋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는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할 거예요!”임지강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최가원을 번쩍 들어 올렸다.하지만 새로 산 아이스크림이 또다시 땅에 떨어질까 봐 천천히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너, 이 꾀쟁이! 어쩜 이렇게 똑똑
Last Updated : 2024-12-31 Read more